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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화. 뜻밖의 변수 (131/199)


131화. 뜻밖의 변수
2022.04.04.


카마리가 이사나의 개인 집무실을 처음으로 찾았다.

사실 개인 집무실이라는 말도 거창했다.

갑자기 머무는 곳을 이쪽 저택으로 옮겨왔기에, 임시로 기거하는 곳이었다.

그마저도 주인을 잃어버린 이 방으로 들어서니, 작고 캄캄한 어둠이 답답하게 그녀를 반겼다.

하지만 크게 작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안은 아주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애초에 사람 따위 있지 않았다는 듯이.

그는 미련 둘만 한 것을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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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마리는 자꾸만 울컥울컥 치미는 묘한 감정을 다잡고서, 천천히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끝내, 그녀의 눈동자가 잘게 부서지면서 앞이 흐릿해지고 말았다.

그녀의 시선 끝에 닿은 것은 이사나의 장총.

그것도 장총이 두 동강으로 부서져 있었다.

카마리는 손끝이 아릴 만큼, 부서진 장총을 소중하게 끌어안고서 고개를 숙였다.

항상 그가 가지고 다녔을 이 총을 이렇게 망가뜨렸다는 건.

정말로, 그가 떠났다는 거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아니, 돌아오지 않을 거다.

이렇게 돌아올 자리 따위 남기지 않고, 스스로 망쳐버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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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나 경은 루비라는 이름에 복수와 분노만 담고 있는 듯했어. 그렇다면, 이제 온전히 그 길만 걷겠다는 걸까?’

예전에 그가 말했던 피죤 블러드의 의미가 자꾸만 차갑게 와 닿았다.

그때, 그녀에게 또 다른 아릿한 온기가 스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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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날 안아줬으면서.’

위로라도, 그가 먼저 카마리를 안은 적은 없었다.

동료애에 기대서서라도 없었다.

그때 더 철저히 깨달았다.

그는 자신에게 정말로 마음이 없다는 걸.

그런데 이번에 더 확실하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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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날 안아준 이유가, 도망치기 위해서였다니…….’

정말로 철저히, 자신을 이용한 거다.

한껏 입술을 깨물어도 자꾸만 비집고 흐르는 흐느낌이 카마리를 잠식했다.

그녀는 몇 번이고 숨을 억지로 삼키다가, 이내 살벌해진 시선으로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그녀의 안에서 증오와 분노가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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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혼자 다 정리하면 그만이다, 이건가? 이런 제멋대로인 자식 때문에 난 왜 우는 거야?”

카마리는 차갑게 식어버린 눈빛으로 장총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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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사라지는 건 내가 용납 못 해. 반드시 찾아낼 거야. 찾아내서, 감히 날 이용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카마리는 자신답지 않았던 감정을 털어내고서, 더더욱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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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을 텐데. 나는 당신 절대로 포기 안 한다고.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당신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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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만나면, 우린 진짜 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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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하지 말라고, 걷어찰 거야.”

 

***

새벽이 밝자마자, 저택이 분주했다.

저택으로 드디어 루베르 장로, 아이냑이 도착한 것이다.

아멜리아와 이클리트는 이미 한번 본 적 있는 아이냑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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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

이클리트의 말에 아이냑이 고개를 숙이며 기쁨을 감추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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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대공 전하. 이렇게 걸음 할 수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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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연락을 취해서 미안하군. 너무 고생스럽게 했어.”

아이냑은 경애심이 담긴 눈빛으로 아멜리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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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씀 마십시오, 가주님. 지금도 이 말이 믿기지 않습니다. 태양의 제단에 들어갈 수 있다니…… 정말로 너무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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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 루베르 장로로군. 내가 얼마나 만나고 싶었던지!”

그때, 아이냑의 감동을 깨뜨리고서 세스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아니, 오히려 아이냑을 바라보는 세스가의 눈동자에 더욱 감격이 차올라 있었다.

아이냑이 그런 세스가의 모습에 몹시 당황하자, 아멜리아가 어색한 표정을 띠면서 세스가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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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갖춰라. 이분은 프리메 제국의 황자 전하이신 세스가 아샤 프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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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됐어. 그런 딱딱한 인사는. 루베르와 프리메는 한때 자유롭게 교류하며 지낸 사이라고!”

세스가는 여전히 당황스러워하는 아이냑의 손을 덥석 잡고서는 한껏 눈을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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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다시 그런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된다면, 내게 많은 것을 알려줬으면 해. 루베르 역사부터 시작해서, 루베르가 가진 방대한 고대 지식들! 내가 궁금한 게 엄청 많아. 아무리 책을 봐도 다 해결되지 못했단 말이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세스가의 광기 어린 호기심에, 아멜리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클리트도 황자가 저런 성격인 줄 몰랐기에, 조금 낯설었다.

그때, 마미가 아멜리아에게 다가와서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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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님, 아침 식사 준비를 마쳤는데 어떻게 할까요? 조금 더 뒤로 미뤄야 할까요?”

마미가 세스가의 눈치를 보며 말하자, 아멜리아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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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 세스가 황자 전하. 루베르 장로가 먼 길 오느라고 고생했을 텐데, 우리 일단 식사부터 할까요?”

이렇게라도 말리지 않으면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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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하면서도 아이냑의 시선은 온통 아멜리아를 향해 있었다.

그 시선을 느끼지 않으려 해도 아주 얼굴에 와서 콕콕 박히는 느낌에 아멜리아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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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냑, 내게 할 말이 있는가?”

아이냑은 이제야 자신이 너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서 살짝 붉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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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서…… 저희가 평화 회담에 참석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무려 태양의 제단이라니. 정말 가주님은 대단하십니다.”

아이냑의 말에 세스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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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엄청 대단한 일이긴 하지. 그때 피오레 공의 카리스마를 봤어야 했는데 말이야. 클리오 대공도 그 모습을 보지 못해 퍽 아쉽겠군.”

이클리트는 세스가의 말에 무거운 미소를 지었다.

카리스마라기엔, 그녀가 제대로 맞부딪히면서 온갖 날 선 말과 시선을 견딘 끝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걸음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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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긴 아직 일러. 태양의 제단에 무사히 도착하는 게 관건이니까.”

아멜리아의 말에 아이냑의 표정에 긴장이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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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방해는 예상합니다. 그래도 일단, 무조건 성공적으로 열릴 것을 대비하여, 작은 성의지만 후야제에 쓰일 루베르의 폭죽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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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

아멜리아가 의아한 듯 되묻자, 세스가가 환호하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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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루베르의 폭죽을 보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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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엇입니까?”

세스가는 이클리트를 보며 여전히 격한 어조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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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베르의 마법 도구로 만들어진 폭죽이지. 그냥 폭죽이 아니라, 마나가 담긴 폭죽이야. 하늘에 그야말로 그림을 그리는 거라고. 루베르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명맥이 끊긴 줄 알았더니. 이걸 실제로 보게 되는군. 나도 책으로밖에 보지 못했는데.”

아이냑은 살짝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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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베르가 이번 평화 회담에 함께하는 의미를 좀 더 제대로 알리고 싶었습니다. 후야제에 이 폭죽을 쏘아 올리면, 아마 모두의 기억에 제대로 각인될 수 있을 겁니다.”

아멜리아는 그 말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아마 축복의 꽃을 불꽃으로 만든 것만큼이나, 확실하게 루베르도 솔라 제국민이라는 걸 알릴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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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포르티셰 공과 신성회는 좋게 보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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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네. 나도 몹시 궁금해. 짧은 기간 안에 만드느라 고생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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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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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폭죽은 일단 제단에 먼저 보내도록 할게.”

조금씩 기대감도 생기는 만큼, 긴장감도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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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우리입니다.”

아이냑이 조심스럽게 꺼낸 모형 하나에 이클리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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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우리라고?”

아멜리아 역시 탁자에 놓인 모형을 낯설게 바라보았고, 세스가는 만지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모형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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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광폭해진 반인반수를 향해 던지면, 모형이 커지면서 반인반수를 제압하고 진정하게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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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도구를 이런 식으로 만들다니. 역시 루베르 장인의 기술력이 아직 살아 있었네.”

세스가는 몹시 탐나는 눈빛으로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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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전부 다 중요하게 쓰일 거야. 그리고…….”

아멜리아가 순간 말을 망설이자, 이클리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깨닫고는 차분하게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멜리아는 그의 묵직한 온기에 떨림을 붙잡고서 다시금 아이냑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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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베르 가주를 찾았어.”

그 한마디에 아이냑의 표정이 굳어졌다.

세스가도 한창 들떴던 기분을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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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를, 찾았다는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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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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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지금 어디 있는 겁니까?”

아이냑의 목소리가 예상대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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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예상대로 루에 왕세자의 직계 동생이었어. 겉모습을 바꾸고, 이름도 바꿔서, 이사나 블란으로. 피오레 공작가의 머스켓티어 단장으로 있었지.”

묵묵히 듣던 아이냑의 눈동자가 삽시간에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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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레 공작가의 머스켓티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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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나의 호위 기사였어.”

아이냑은 몹시 혼란스러웠으나, 금방 감정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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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안 계시겠군요.”

아멜리아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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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회담이 열리는 걸 알면서도. 루베르에게 이번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또다시 사라졌다는 얘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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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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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가주님. 지금 저희에겐 이번 평화 회담이 더 중요합니다. 애초에 없었던 사람이니, 그 문제보단 더 중요한 문제를 신경 써도 되겠습니까? 물론 가주님께서는 루베르 가주가 당장 필요하시겠지만…….”

아이냑의 목소리에 메마른 가시가 박혀 들었다.

아멜리아는 아이냑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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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지금은 평화 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것이 더 중요해. 하지만 아이냑, 나는 루베르 가주도 포기할 생각이 없어. 약속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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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요?”

아멜리아는 더는 이사나를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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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만나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걷어차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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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이냑은 뜻밖의 말에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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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냐와 한 약속이니까.”

그래, 소냐와 약속했다.

루베르 가주를 만나면, 정신 차리게 걷어차 주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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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야지, 복수를. 하지만 이사나 경, 그 복수보다 내 약속이 먼저야.’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보며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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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그럼 이제 나를 어떻게 무사히 제단으로 데려갈지,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네!”

세스가의 말에 이클리트와 아멜리아의 표정이 다시 진지해졌다.

사실 티어들과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가장 변수는 포르티셰 공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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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티셰 공작가는 피오레 공작가와 마찬가지로 솔라 군부의 양대 산맥입니다. 오히려 피오레 공작가보다 전략적인 전술은 더 뛰어나죠. 피오레 티어들은 대부분 암살이나, 정보 쪽으로 일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아멜리아의 말에 전사 출신인 아이냑이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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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직접적으로 부딪히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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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차라리 함정 쪽을 생각해보는 게…….”

아멜리아와 아이냑이 의견을 주고받을 때, 이상할 정도로 이클리트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때, 팽팽한 분위기를 깨뜨리며 루시아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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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러분! 내가 너무 늦었죠? 이것저것 준비하느라고 너무 정신없고 바빴답니다!”

경쾌하게 등장하는 루시아의 모습에 아이냑이 다시금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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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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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 세상에. 낯빛이 너무 안 좋잖아. 그나마 꾸며야 봐줄 만한 얼굴인데, 왜 이렇게 상한 거야! 무슨 고민 있어요? 평화 회담 때문에 그런가?”

루시아가 양손으로 아멜리아의 뺨을 문지르며 말하자, 이클리트가 한숨을 삼키며 루시아를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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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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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루시아가 어느새 아멜리아를 부둥켜안자, 아멜리아가 이제는 좀 익숙해진 듯 편안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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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무래도 포르티셰 공이 걸리는 터라…….”

아멜리아의 얘기를 들은 루시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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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문제라면 포르티셰 공은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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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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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티셰 공은 적어도 이번 평화 회담에선 무모한 짓을 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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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드라와 에드조프는 솔라리스에 있는 신성회 대신전에 모여 있었다.

에드조프는 바로 내일로 다가온 평화 회담에 냉소를 그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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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솔라리스에 루베르 장로가 당도했다고 합니다.”

신성회 대신관은 에드조프의 말에 낯빛이 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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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민은 그렇다고 해도, 이대로 정말 루베르가 태양의 제단으로 가는 걸 보고만 있을 겁니까, 포르티셰 공? 어떻게든 회담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에드조프는 당연히 알렉드라가 먼저 나설 거라 여겼다.

하지만 알렉드라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에드조프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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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제단을 어지럽힐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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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티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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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건, 태양의 제단을 건드리자는 건데, 대공 전하.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제단은 성스러운 곳. 솔라 제국의 심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곳을 고작 그 계집 때문에 망칠 수는 없습니다.”

알렉드라의 완고한 말에 에드조프의 미간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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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제 와 정의로운 척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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