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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 어디, 어디 숨었나? (136/199)


136화. 어디, 어디 숨었나?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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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가 황자 전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그저 당연한 것을 물었을 뿐인데, 아멜리아가 대답하지 못하자, 대신관은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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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에게 분명 문제가 생긴 것이다.’

비록 루베르 장로를 없애진 못했지만, 세스가 황자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살짝 일이 틀어지긴 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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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회담을 망칠 수 있어.’

물론 세스가 황자에게 사고가 생겼다면, 리스크가 크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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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 큰 문제로 만들진 않으셨겠지. 아주 살짝 곤란한 정도일 거야. 하지만 그 정도도 호위에 문제가 생긴 건 생긴 거니까, 피오레 책임이지.’

피오레가 감당하게 만들면, 솔라까지 위험해지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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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평화 회담을 중단시키는 것이 더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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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말씀하지 못하시는 겁니까, 피오레 공?”

아멜리아는 뻔히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묻고 있는 대신관을 노려보면서 의연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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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사고가 있었지만, 무사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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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라니! 그래서. 어디 계신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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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아멜리아는 슬쩍 뒤를 살폈다.

하지만 아직, 이클리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세인트의 마체테가 끊임없이 이클리트의 검을 막아내며, 더욱 거칠게 움직였다.

이클리트는 세인트의 힘을 그대로 맞받아치며, 물러서지 않았으나, 손아귀가 가볍게 떨렸다.

아무래도 반인반수의 힘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으니, 데미지가 없을 수가 없었다.

루시아는 저들이 싫어하는 향이 섞인 독을 주위에 뿌려선, 자신을 보호했다.

괜히 자신 때문에 전력이 나눠질 수는 없었으니까.

카마리와 기사들도 흑표범과 흑표범에서 인간이 된 반인반수들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었다.

이성을 잃고, 그저 야성의 본능으로만 움직이고 있는 이들을 감당해야 했기에, 막아내는 것에 급급했다.

카마리는 몇 번이고 검을 부딪치면서 그 충격으로 생긴 상처를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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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생각보다 힘이 엄청나네.”

온몸으로 돌덩이를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움직임은 어찌나 빠른지, 뒤에서 티어들이 서포트해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쪽이 유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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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반수를 무기화시킨다는 것이 이런 의미인가? 이런 반인반수들을 어디서 얼마나 키우고 있다는 거지? 결국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뭐야?’

짐승일 때는 모르겠지만 저들이 인간이 됐을 때.

묘한 기분을 느꼈다.

검을 맞대면서 저들의 눈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마음이 흔들렸으니까.

분명 자신들과 똑같은 사람인데.

뭔가에 홀린 것처럼 움직이며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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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나 경은 이들조차 원망하고 있는 걸까?’

카마리의 눈동자에 그의 얼굴이 스치면서, 칼자루를 움켜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어느새 이쪽까지 쫓아온 에드조프가 멀리서 그들의 결투를 여유롭게 응시하며, 세스가 황자를 찾았다.

하지만 끝까지 마차에 숨어있는 듯, 황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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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괜히 모습을 드러내면, 지키는 게 더 어렵겠지.”

기사들이 흑표범에게 밀리면서도 끝까지 마차 주변에서 떠나지 않는 모습에 에드조프는 확신하며 좀 더 먼 곳을 응시했다.

여기서, 협곡의 절벽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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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숨어있겠다면, 아예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수밖에.”

에드조프는 마지막까지 제 곁에 남아있던 흑표범 한 마리를 그들에게로 보냈다.

에드조프에게서 멀어진 흑표범이 곧장 마차를 향해 돌진했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기사를 대신해서, 티어의 마탄이 흑표범을 향했으나 흑표범은 마탄을 피해 온몸으로 마차에 부딪혔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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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한 마리 더 나타났습니다!”

기사들의 외침에 카마리가 달려가려고 했으나, 다른 흑표범에 움직임이 막혀버렸다.

이클리트 역시 세인트에 가로막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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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마차를 지키던 마부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옆으로 던졌고, 흑표범은 자신의 몸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마차에 몸을 부딪쳤다.

마침내, 멈춰 있던 마차의 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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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를 막아!”

이클리트가 세인트의 마체테를 있는 힘껏 밀어내고서, 그 틈을 타 세인트를 지나쳐 마차를 향해 달렸다.

티어의 호위 덕분에 역시 빈틈이 생긴 카마리도 이클리트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곧,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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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카마리의 외마디 끝에 흑표범이 마차와 함께 그대로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콰쾅-!

굉음에 가까운 폭발음과 함께 마차가 흔적도 없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카마리와 이클리트는 이 엄청난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임무를 마쳤다는 듯, 흑표범과 세인트가 순식간에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기사들과 루시아도 이클리트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경악에 입을 다물었다.

이클리트는 한껏 굳어진 표정으로 절벽 가까이 다가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시야가 가로막혀 보이진 않았으나, 바람결에 피 냄새가 진동했다.

루시아는 이클리트에게로 다가와서는 허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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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흑표범, 일부러 마차를 떨어뜨리려고 같이 추락한 거지?”

이클리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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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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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냄새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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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자기 목숨도 돌보지 않고…… 저렇게까지 완벽하게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고? 아니. 의지 자체를 완전히 잃어버린 거잖아.”

인간이든, 동물이든 가장 강력한 욕망은 살고자하는 것인데.

그 욕망조차 지배당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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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무기니까. 이용하고, 또 이용하기 위한. 목숨이 어떻게 되던, 신경 쓰지 않는 무기.”

이클리트는 한참 동안 절벽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밀주는 그들에게 위험했다.

멀리서 폭발음을 들은 에드조프는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세인트와 흑표범들이 돌아왔지만, 뒤늦게 보낸 녀석은 돌아오지 않았다.

당연했다.

일부러 마차와 함께 죽으라고 내보낸 것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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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녀석의 목적이니까. 내 무기니까. 오직 내 말에 복종하고 따르는. 내 명 하나에 전부 죽을 수 있는 완벽한 무기!”

에드조프는 제 앞에 고개 숙이고 있는 흑표범과 세인트를 선득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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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저런 것들과 똑같을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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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가 황자는 죽었다. 평화 회담은, 이제 끝이야.”

 

상황을 정리한 카마리가 이클리트에게 달려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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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졌던 마차들이 전부 제단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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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께선?”

이클리트는 긴장된 표정으로 묻자, 카마리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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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제단에 도착하셨습니다.”

그는 그제야 안도하며 냉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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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럼 세스가 황자도 무사히 도착했겠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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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여기 계십니다.”

아멜리아는 짐짓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지켜온 마차로 다가갔다.

그러곤 긴장하고 있는 대신관을 바라보며, 마차 문을 열었다.

하지만 마차 안에는 프리메의 진상품인 바람신과 성녀의 조각상만이 즐비해 있었다.

대신관은 그 모습에 노기 어린 표정으로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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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레 공, 우리를 바보로 아는 겁니까? 전부 조각상이지 않습니까? 대체 세스가 황자 전하는 어디 계시는 겁니까! 설마, 세스가 황자 전하께 무슨 일이…….”

알렉드라는 어쩐지 이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그 순간, 마차 입구에 있던 조각상 하나가 와장창 깨지더니, 그 속에서 세스가가 천연덕스럽게 걸어 나왔다.

대신관은 경악했고, 알렉드라의 낯빛은 차갑게 굳어졌다.

오직 아멜리아만이 의연한 미소를 띠며, 세스가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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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가 황자 전하이십니다.”

세스가는 사색으로 굳어진 대신관을 보면서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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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렇게 무사히 왔다니까, 안 믿네. 왜 안 믿지? 마치, 내가 사고라도 당할 거라고 확신한 것처럼?”

세스가의 날 선 목소리 앞에 대신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떨리는 손끝을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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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마리와 기사들은 보기에도 아찔한 절벽의 높이를 가늠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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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를 수거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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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니까, 그만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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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오레에서 준비한 진상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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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지. 우리의 목적인 세스가 황자가 무사히 제단에 도착했다면. 저것들은 어차피 눈속임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이클리트는 걸음을 돌려서는, 제단으로 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루시아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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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레 공은 무사히 당도했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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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그대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대가 준 독이 아니었다면, 짐승들의 후각을 속이기 쉽지 않았을 테니까.”

루시아는 이클리트의 말에 살포시 눈매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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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루시아의 특제 독 앞에 현혹되지 않을 수가 없죠. 물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속아 넘어와 줬지만.”

루시아의 말에 이클리트는 묘한 기분으로 세인트를 떠올리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지금을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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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 인형은 여러 인형 속에 숨어서 사람들을 속이는 거다.’

애초에 이클리트와 아멜리아가 원했던 현혹은 에드조프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똑같은 여러 대의 마차에 세스가 황자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세스가 황자가 준비한 조각상과 똑같은 조각상 하나를 만들어서, 그 속에 그를 숨기는 것이었다.

***

세스가를 따라서 조각상을 보관 중인 홀로 내려온 이클리트는 생각보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조각상을 바라보았다.

아멜리아도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새삼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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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보통 사람과 똑같은 크기네요?”

세스가는 자부심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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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우리에게 바람신은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인간의 가까이에서 살펴주신다는 말이 있으니까.”

이클리트는 눈으로 유심히 조각상을 살피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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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똑같은 크기라면, 황자께서 충분히 숨으실 수 있겠네요.”

세스가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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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숨는다고?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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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각상 안에.”

이클리트의 말에 세스가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고, 아멜리아도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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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각상 안에 세스가 황자 전하께서 숨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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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제단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누군가를 제대로 현혹시킬 수도 있고 말입니다.”

아멜리아는 순간, 이클리트가 말했던 마트료시카 인형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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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가 황자도 그렇게 잘, 숨기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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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대공 전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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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상도 소중하지만, 프리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스가 황자의 회담 참석이니. 어떻게든 무사히 도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처음엔 황당해하던 세스가도 이클리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고선 입꼬리를 길게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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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재미있겠는데? 우릴 방해하려는 녀석들을 완전히 속이는 거잖아. 원래 거짓말은 하면 안 되지만, 속이는 게 재미있기는 하지. 속인 후에 반응을 보는 것도 그렇고. 까짓거, 제대로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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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완벽하게 속을 겁니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너무 믿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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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반인반수를 이용할 테니.’

그렇게 이클리트는 세스가가 들어갈 수 있는 조각상 모조품을 조각가에게 의뢰했고, 누구라도 속을 수 있도록 똑같은 마차를 준비했다.

마치 마차 속에 세스가 황자를 숨겨둔 것처럼, 몇 번이고 에드조프의 눈을 현혹하기 위해서.

거기다 반인반수의 후각을 마비시키기 위해 루시아에게 부탁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협곡에서 끊임없이 바람을 움직여서 이 가짜 마차에 세스가 황자의 냄새가 나도록 혼동을 줬다.

그리고 아멜리아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게, 그쪽으로는 거의 바람을 불지 않게 했던 것.

***

이클리트는 이미 사라진 에드조프의 빈자리를 먼 곳에서 응시했다.

애당초 에드조프가 멀리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일부러 모른 척, 여기까지 유인했던 것이지.

아멜리아 쪽을 수상하게 여기지 않도록, 계속 주의를 끌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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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조프, 이로써 네가 정말로 반인반수를 이용하고 있다는 게 알려졌구나.’

이클리트의 눈매가 짙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지그시 주먹을 움켜쥐었다.

자신을 그토록 괴물 취급했으면서.

그 괴물을 이렇게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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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와 닮았군. 자기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하고 마는. 그것이 설령, 그토록 혐오하는 것이라고 해도.’

아니, 오히려 혐오하기에.

그 목숨을 이토록 하찮게 여기며, 정말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는 건가.

에드조프가 반인반수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확실해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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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모라는 여자, 그 여자를 찾아야 해. 뱀 두 마리.’

분명 그 유모라는 여자가 뱀이다.

일순, 이클리트의 입술 끝에 살기가 짓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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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어쩌면 태양의 제단에서 뱀의 꼬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키르케는 조화로 만든 카렌듈라를 쥐어 올렸다.

태양을 닮은 카렌듈라.

솔라 제국에서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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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성스러운 것을, 가장 끔찍하고 추악하게 만드는 것이 복수지.”

키르케는 기이한 미소를 띠고서,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채 걸음을 돌렸다.

평화 회담이 열리게 될 태양의 제단.

그곳에서 모든 시작과 끝이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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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기대돼. 그대의 얼굴이 얼마나 비참하고 참혹하게 일그러질지!’

가장 성스러운 제단이 무너지고, 성스러운 꽃이 시들면서, 솔라 제국의 황실 또한 무너져 내리리라.

모든 믿음이, 파국을 맞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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