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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이제 이혼이야 (147/199)


147화. 이제 이혼이야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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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서 뭘 원하지?”

이클리트의 말에 키르케가 기다렸다는 듯, 덥석 갈고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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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오히려 당신이 바라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녀의 선득한 눈매가 끊임없이 이클리트의 속을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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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께서도 복수해야 하지 않으십니까? 당신을 이렇게 만든 것도 모자라, 대공 전하의 경고를 무시하고 그토록 아끼던 이를 위험하게 만들었으니.”

이클리트는 키르케의 눈에서 구역질 날 정도로 짙은 광기를 읽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가 애원에 가까운 어조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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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란 황제. 황제를 죽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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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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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라는 건 단 하나입니다. 대공 전하께서 아스란 황제를 죽이는 것!”

분노를 넘어 엄청난 증오가 이클리트의 등줄기를 떨리게 했다.

이토록 숨 막히는 원한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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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여자와 황제는 무슨 관계인 거지? 나처럼, 이 여자도 황제에게 이용당한 건가?’

하지만, 정말로 원하는 것이 이것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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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을 하나 걸지.”

갈고리에 걸려든 거물 앞에 키르케는 넘치는 희열을 감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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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뭐든 말씀하십시오.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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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또한 네가 잘하는 일이다.”

어느새 이클리트의 안광에도 키르케와 비슷한 감정이 싸늘하게 스쳤다.

***

이사나의 말처럼 주변에 있던 티어를 만난 그들은 곧장 아멜리아를 별장으로 데려왔으나, 이미 날이 저문 늦은 시각이 되고 말았다.

거리가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별장까지 제단의 폭발음이 들렸기에, 모두 태양의 제단 쪽을 살피며 걱정하던 찰나.

이사나가 정신을 잃은 아멜리아를 데려오자, 마미와 케이트는 경악했다.

특히 마미는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아멜리아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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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님? 정신 차리세요, 가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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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치료사를 불러야 합니다. 어서요!”

이사나의 다급한 외침에 케이트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몸을 움직였다.

카마리와 마미가 아멜리아를 침실로 데려갔고, 티어들의 부상도 심했기에 별장 안은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사나는 겨우 한시름 덜고서, 별장을 둘러보았다.

아멜리아와 부상자 때문에 평소보다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긴 했으나,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는 느낌이 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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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에서 벌어진 일이 아직 여기까지 퍼지진 않았구나.’

그때, 치료사를 데리러 갔던 케이트가 루시아와 함께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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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틴 공작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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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나 경, 무사해서 다행이네. 아멜리아는 내가 봐줄게. 안 그래도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거든.”

루시아는 이사나의 뒤를 살피며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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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공 전하도 기다렸지만, 역시 같이 오지 않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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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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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루시아는 침대에 누워 있는 아멜리아를 살폈다.

하지만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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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에 당했었네.”

마미는 루시아의 말에 겨우 입술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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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독이라니…….”

루시아는 아멜리아의 낯빛과 호흡 등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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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구하기 어려운데, 녹색 염료를 만드는 보석에서 발생하는 독이야. 예전엔 녹색을 그 보석으로 만들었거든. 독이 있는 줄 모르고, 무지했던 거지.”

이사나는 루시아의 말에 넝마가 되어 있던 녹색 드레스를 떠올렸다.

루시아 역시 이사나와 같은 걸 떠올리며 냉소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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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오늘 몹시 예쁜 녹색 드레스를 입었던데. 대체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드레스를 구한 거지?”

마미는 드레스 때문이라는 말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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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제가 따라갔어야 했는데. 제가 가주님의 투알레트를 끝까지 책임졌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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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해독은 쉬워. 게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거의 해독되어 있기도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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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때, 아멜리아의 눈매가 파르르 떨리면서 천천히 의식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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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님! 괜찮으세요?”

마미가 눈물을 쏟으며 아멜리아를 붙잡았고, 아멜리아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 싸늘하게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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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드레스에, 독이라…… 예전엔 날 선 칼을 주시더니. 이번엔 독 묻은 드레스라는 건가…….”

계속 의심하고 또 의심했었는데, 이렇게까지 하셨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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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에 폐하께서 아주 관련 없지는 않으셨던 거네.’

자신을 이용해서 회담을 망치고, 또 이용해서 대공 전하의 정체를 밝히려고 했던 거다.

이렇게 대대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의심을 풀려고 하셨던 거지.

열쇠인지, 아닌지.

하여 열쇠라면. 아니. 열쇠가 아니더라도 또 대공 전하를 그 지하 미궁에 가둬서, 반인반수의 힘을 이용하려고 했겠지.

그런 잔인무도한 짓을 또 저질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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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다 들었네요? 짐작 가는 사람이 있는 건가요?”

이사나는 아멜리아의 혼잣말에서 날 선 칼에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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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황제 폐하께서 하사하셨던 그 칼. 설마, 폐하께서 배후에 있다는 건가?’

아멜리아는 일단 말을 아낀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마미가 그 모습에 당황하며 아멜리아를 지탱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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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님, 아직은 움직이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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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아. 이렇게 누워 있을 수는 없어.”

아멜리아는 이사나에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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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나 경이 날 발견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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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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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날 발견했을 때, 대공 전하는 없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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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떻게 가주님을 발견할 수 있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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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이끈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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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디론가 날아가셨습니다.”

그분이 말도 없이 사라졌다니. 대체 어딜 가신 거지? 그것도 그 모습으로…….

분명 황제가 쫓고 있을 텐데. 그러다가 폐하께 잡히기라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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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를 반드시 찾아야 해요.”

아멜리아가 억지로 움직이려고 하자, 마미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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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님, 제발! 아직 몸도 성하지 않으신데 어딜 가신다는 거예요! 대체 무슨 말이에요? 태양의 제단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예요? 폭발음이 들리긴 했었는데…… 대공 전하를 찾아야 한다니. 대공 전하께 큰일이 생긴 건가요?”

마미의 반응을 보아하니, 아직 대공 전하의 정체가 솔라리스까지 퍼지진 않은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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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 미안해.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어. 당장 티어들을 소집해서 폐하보다 먼저 대공 전하를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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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님!”

그때, 케이트가 굳어진 표정으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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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생겼습니다.”

일이라는 말에 아멜리아의 심장이 불길하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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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이 늑대들의 습격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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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

아멜리아와 루시아, 이사나가 굳어진 표정으로 밖으로 뛰쳐나가자, 별장 정원에서 늑대들이 날뛰고 있고, 고용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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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 살려주세요! 악!”

별장을 호위하는 티어들이 늑대의 움직임을 잡고, 카마리와 기사들이 고용인들을 보호하며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 어디서 나타나는 건지, 늑대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사나는 곧장 장총을 장전하고서 아멜리아와 루시아를 보호하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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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주에 당한 반인반수일 가능성이 큽니다. 가주님! 일단 저택 안으로 들어가세요. 여긴 저희가 막을…….”

하지만 아멜리아가 이사나의 장총을 빼앗아서는 늑대들이 달리는 길목을 향해 불의 마탄을 여러 발 난사했다.

탕- 탕- 타당-!

정원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으면서, 마치 울타리처럼 늑대들을 가뒀다.

아멜리아는 여전히 도망치고 있는 고용인들을 향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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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저택 안으로 피신해라! 시간 없어!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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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가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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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 너도 얼른 들어가. 여기 있다간 다쳐!”

마미는 자신이 여기 있는 게 더 방해라는 걸 알기에, 그녀에게 짧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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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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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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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일단 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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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세요, 헤스틴 공.”

마미가 루시아와 함께 고용인들을 데리고 저택으로 피신했다.

불길에 잠시 주춤하던 늑대들이 포효하기 시작하더니, 이글거리는 연기 너머로 서서히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아멜리아는 장총을 장전한 손에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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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반수…….”

저택을 공격한 늑대들이 인간의 모습이 되어선, 칼을 빼 들었다.

티어들과 기사들도 그 모습에 멈칫하다가 곧장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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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여길 공격하는 이유가 뭐야? 그 뱀 같은 여자가 대공 전하를 찾는 건가?’

그때, 마른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아멜리아가 만든 불길을 순식간에 꺼뜨렸다.

아멜리아는 갑자기 소름이 쫙 끼치면서, 마구 흔들리는 시선으로 늑대들 사이로 걸어오는 그림자를 응시했다.

어둠을 지배하는 거대한 검은 날개가 비를 일으켰고, 날카롭게 벼린 발톱이 공기를 찢었으며, 섬찟한 붉은 눈동자가 주변을 압도하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하얗게 질린 입술을 겨우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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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

이클리트,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도 평소와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와 다른 공기를 내쉬면서.

특히나, 마치 저 늑대들을 그가 움직이고 있는 듯한 모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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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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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

아멜리아가 그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이사나가 그런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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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거지?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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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됩니다! 지금 대공 전하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마치 밀주를 마신 수인 같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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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대공 전하께서 날 해칠 리가 없어. 여길 공격할 리가 없다고!”

아멜리아는 이사나를 밀치고서 이클리트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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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 어디 갔었던 거예요? 갑자기 이 난리가 나서 놀랐죠? 나도 놀랐어요. 그래도 대공 전하께서 와주셨으니까, 같이…… 윽!”

그에게 거의 가까이 다가간 순간, 이클리트가 일으킨 바람이 아멜리아를 차갑게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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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님!”

이사나가 바닥으로 쓰러진 아멜리아에게 달려왔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오직 그를 응시했다.

더없이 메마른 눈동자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다친 건 자신인데, 왜 그의 표정이 굳어져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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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썩 재미있었어, 아멜리아.”

자신을 할퀴고자 내뱉는 저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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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는 그대가 필요 없으니, 우린 이제 이혼이야.”

과연 누가 더 아픈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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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리트가 날개를 제대로 펼치고서 주변으로 흉포한 어둠을 불러일으켰다.

한 줌 있던 달이 완전히 사라지고, 늑대들의 사냥 본능이 점점 날카롭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클리트는 저들을 지배하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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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쯤에서, 부부 놀이를 끝내볼까.”

그가 가볍게 손짓하자, 늑대들이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클리트는 자신이 꺼버렸던 불길을 더 거세게 일으키면서, 사방으로 불기둥이 치솟았다.

공기마저 화염 속에 삼켜져 숨쉬기가 버거웠다.

그 붉은 일렁임 속에 이클리트의 눈동자 또한 점점 더 광기로 젖어 들었다.

이미 이곳은, 지옥과도 같았다.

티어들은 이클리트의 모습에 망설이다가, 결국 총을 들어 그를 겨냥했다.

순간 멍해진 정신으로 그를 보던 아멜리아는 그런 티어들의 모습에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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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지금 뭐 하는 거야. 총 내려. 저분이 누군지 잊은 것이냐! 클리오 대공 전하시다. 나의 남편이라고!”

하지만 이사나가 먼저 총을 겨냥하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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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들은 멈추지 마라! 너희들이 누굴 지켜야 하는지 결코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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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거예요, 이사나 경. 총 내려요. 총 내리라고!”

그 순간, 티어들의 마탄이 이클리트를 공격했다.

하지만 이클리트는 순식간에 마탄을 피하면서 티어들을 향해 더욱 거세게 불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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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방해한다면, 전부 죽여주마!”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늑대들도 칼을 휘두르며, 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카마리는 그들의 칼을 막으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이클리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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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 대체 왜…….’

이사나는 아멜리아에게 리볼버를 쥐여 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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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는 밀주를 마신 게 틀림없습니다. 지금 막지 않으면 전부 죽을 겁니다!”

이미 야성에 지배당한 이클리트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주변으로 기사들과 티어들의 피가 묻어나기 시작하며 점점 비릿한 향기가 강해지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점차 피 칠갑이 되어가는 그의 모습에, 손에 걸린 총이 위태롭게 떨려왔다.

그에게 이 총을 겨누어야 한다니.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니…….

일순, 머릿속으로 그의 목소리가 선득하게 울렸다.

마치, 오늘을 예감이라도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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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인해, 당신이 다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그렇게 되면, 망설이지 말고 방아쇠를 당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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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일 없을 거라고 했으면서. 약속했으면서. 나는. 나는 그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그만 해요. 제발!”

분명 당신이 가장 아플 거면서.

가장 고통스러울 거면서.

왜. 왜 이렇게 자기 자신을 몰아세우는 건데.

대체 왜!

그때, 아멜리아의 시야로 제국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택에서 폭음이 끊이질 않자, 그들이 여기까지 몰려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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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여길 어떻게!’

솔라리스까지 퍼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제국민들에게까지 이클리트의 정체를 들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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