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1화. 카르티아 전 공작의 유언 (151/199)


151화. 카르티아 전 공작의 유언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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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는 응접실로 향하면서, 결국 거기까지 가는 걸 참지 못한 채 헤이츨에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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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티아 공은 수왕의 얼굴을 아시는 건가요?”

아멜리아의 물음에 그 뒤를 따르던 이사나와 카마리도 고개를 들었다.

루시아도 침묵을 지키며, 헤이츨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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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말하지 않았나요? 수왕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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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수인답게 홍안이 특징이고, 그 붉은 눈빛에 압도당해 절로 경애할 수밖에 없다는, 천상 지배자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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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너무 추상적이잖아요. 그것만 가지고 대공 전하와 비슷하다고 하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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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보자마자 느낌부터 다르던데. 지금껏 솔라에서 날뛰던 반인반수와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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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공 전하와 수왕이 무슨 관계가 있겠어요?”

물론 수왕이 검은 독수리라고 하긴 했으나, 그건 우연일 거다.

아니, 이게 우연이어야 맞는 거지.

그게 아니면, 대공 전하의 어머니가 수왕이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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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더 말이 안 되잖아. 수왕이 여인이라고 하긴 했지만…….’

황제가 수왕을 어떻게 만날 수 있단 말인가.

헤이츨은 계속 응접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면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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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레 공을 만나고 계속 의문이 들었습니다. 할아버님이 굳이 그런 유언을 남길 이유가 없는데, 그런 유언을 남기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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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님께서 유언을 남기셨죠. 누군가 수왕에 대해서 궁금해하면, 정확히 알려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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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결국 이뤄졌으니까. 진짜 유언의 의미를 알고 싶어서 조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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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카르티아 공의 모습을 통 볼 수 없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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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에서 수인을 입에 담는 건 금기이니, 그 금기를 깨고 수왕을 궁금해한다는 건 그들과 관련 있다는 거고. 할아버님은 그 누군가에게 그것과 관련해서 알려주고 싶은 게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헤이츨은 잠시 아멜리아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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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로 수인과 피오레 공이 관련 있었죠. 대공 전하께서 반인반수셨고, 그런 대공 전하의 곁을 카힐로에게 지키라고 명하셨으니.”

아멜리아는 순간 멈칫하며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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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힐로에게 지키라고 명했다니…… 그럼 전 카르티아 공작 각하께서 카힐로를 보냈다는 건가요?”

그러고 보니 카힐로가 북부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

이곳이 황후 폐하의 별장이라는 것도 단번에 알아차렸고.

하지만 설마하니 카르티아 공작가와 관련 있을 줄은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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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니, 우리 가문 사람이었습니다. 정확히 할아버님의 사람이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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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말로 전 카르티아 공작 각하께서 뭔가 아시는 게 있으시다는 거군요.”

아멜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헤이츨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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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왕에 대해 궁금해하는 당신에게, 그리고 대공 전하께 할아버님이 남기신 게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듣고 있던 루시아도 카르티아와 이클리트 사이의 관계가 궁금했다.

아멜리아는 완전히 걸음을 멈춘 채, 긴장된 숨을 삼키며 헤이츨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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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카르티아 공이 알아낸 건 무엇인가요?”

헤이츨도 걸음을 멈춘 채,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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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장에 비밀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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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도 그렇게 말씀하셨죠.”

헤이츨은 품에서 낡은 책 하나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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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님은 황제 폐하 몰래 클로에 황후 폐하를 여기서 은밀히 계속 만나셨습니다.”

그는 그 책을 아멜리아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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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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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님의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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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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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기로 위장된 할아버님이 기록하신 역사인 것 같습니다. 황후 폐하와 은밀히 계속 만났다는 기록이 되어 있지요. 황후 폐하를 도와주신 것 같은데, 대체 뭘 도와주신 건지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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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수왕과 무슨 상관이라는 거죠?”

헤이츨은 읽어보라는 듯 눈짓했다.

아멜리아는 묘하게 묵직하게 전해지는 일기장을 천천히 펼쳤다. 그리고 문장을 훑어보던 그녀의 눈빛이 한곳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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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의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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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의 이름?”

루시아가 의아한 듯 묻자,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클리트의 이름이 계속 나왔다.

아니, 이 일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이클리트 같았다.

-그분의 부탁대로 이클리트를 카힐로에게 맡긴 채, 잠시 숨길 수 있었다.

그분의 기억이 지워져 있는 동안, 이클리트는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거다.

그러다가 그분의 기억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면, 더는 이클리트의 힘을 통제할 수 없겠지.

그땐 거의 완성되기 직전일 테고, 그렇다면 이클리트. 그 아이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무얼 위해 여기 태어난 건지.

그분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수는 없으니까.

혹시, 누군가 이클리트의 곁에 있고, 그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수인과 수왕에 대해 궁금해할 테지.

반드시 그런 사람이 나타나야하고 말이다.

그래서 헤이츨에게 이 유언을 남긴다.

그 아이라면 잘 알려줄 테지.

내가 가르쳐주면 좋겠지만, 분명 그 순간까지 오래 걸릴 테고. 나는 그걸 지켜볼 수 없을 테니.

하지만 반드시 이 일기가 전해지길 바란다.

그때까지 부디, 태양신의 인도와 정령들의 너그러움이 함께 하기를…….-

일기를 읽은 아멜리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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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나오는 그분이 누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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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별장에서 시작된 거라면, 적어도 어떤 관련은 있겠죠.”

일기에는 뭘 했는지는 없었으나, 이 별장에서 끊임없이 클로에 황후를 만났다는 것이 적혀 있었다.

같은 문장을 계속 반복해서 읽던 아멜리아는 순간, 일기장을 쥔 손끝이 자꾸만 차갑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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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의 주인인 클로에 황후 폐하. 일기에 적힌 그분.’

공통점은 둘 다 기억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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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클로에 황후 폐하의 기억이 지워져 있긴 하지만. 그럼 그분과 황후 폐하가 관련 있는 걸까? 그분의 기억이 다시 돌아오면, 대공 전하의 힘을 통제할 수 없다니…… 게다가 대체 뭐가 완성된다는 거지?’

혼란스러운 그녀의 머릿속으로 지난날, 클로에가 속삭였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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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버텨달라고 하셨지. 그땐 그냥 단순히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더듬고, 정리해도 명확한 진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뭔가 잡힐 듯, 잡히지 못하게 안개 속에서 헤매는 느낌.

아멜리아가 이를 악물고서 고개를 들었다.

일순, 불안하게 흔들리던 눈동자가 멈췄다.

응접실로 향하던 그녀가 어느새 유리 천장 아래 서 있었다.

그리고 유리 천장에 새겨진 무늬가 햇살이 반짝이면서 다시금 또렷하게 그녀의 눈에 보였다.

아멜리아는 홀리듯, 그 문양을 응시했다.

뭔가. 보면 볼수록 낯익은 저 문양…….

순간, 아멜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떠오른 생각 하나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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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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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님?”

이사나는 갑자기 멈춰버린 아멜리아를 걱정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계속 천장을 응시하다가, 이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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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저 천장의 문양. 황후 폐하께서 제게 하사하셨던 황금 비단의 무늬와 똑같아요. 맞아. 분명 똑같아!”

아멜리아가 가리킨 문양을 본 헤이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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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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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문양인가요?”

아멜리아의 물음에 루시아도 헤이츨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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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카르티아 공이 아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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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문양이 아닙니다. 저건 고어입니다. 카르티아의 계승자에게만 전승되는 고어.”

아멜리아는 그 말에 헤이츨이 보여주었던 도서관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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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서관을 움직이는 것과 관련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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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겁니다. 그 도서관 전체에 이 고어로 마법 주문이 적혀 있습니다. 계승자만이 그걸 읽어서, 마법을 전개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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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것도 읽을 수 있단 거죠?”

헤이츨은 천장에 적힌 문양을 빠르게 읊조리고서는 이내 도서관 때처럼 손을 뻗었다.

그러자 갑자기 천장이 와장창 깨지면서, 책 한 권이 헤이츨의 손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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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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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아멜리아와 루시아는 불안한 표정으로 헤이츨을 바라보았고, 지켜보던 이사나와 카마리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헤이츨은 책처럼 보이나, 책이 아닌 화첩을 펼쳤다. 그리고 화첩에 그려진 그림을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아멜리아 역시 흔들리는 시선으로 그림을 보며 바짝 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화첩에 그려진 건 초상화.

대공 전하와 너무나도 유사하게 그려진 검은 날개를 가진 여인이었다.

아무래도 수왕의 초상화인 듯했다. 그런데 이 초상화의 여인과 너무나도 닮은 사람이 있었다.

바닥에 닿을 듯 물결치며 쏟아지는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붉게 빛나는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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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에, 황후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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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가 내뱉은 이름 하나에 더더욱 서늘한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이 진실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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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께서, 수왕이셨어…….’

조금만 버텨달라고 했던 그 말은,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수왕이었던 황후의 아들은 이클리트였다.

그렇다면 황후의 아들로 알려진 에드조프는 황후의 친아들이, 아닌 거다.

***

아스란은 황궁으로 떠나기 전, 에드조프를 만났다.

그는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에드조프를 대면하며, 그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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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네가 이 나라의 유일한 황위 계승자가 되었으니, 정신 똑바로 차려라. 다음 황제는 너니까.”

아스란의 마지막 한마디가 더없이 달콤하게 에드조프의 심장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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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리트, 그 괴물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놈을 폐하께서 데리고 있을 줄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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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해야지. 이용할 걸 다 이용하고.”

뭔가 대답이 애매하긴 했으나, 이클리트가 아멜리아의 곁에 없다는 사실에. 이제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히 끝났다는 그 사실 하나가 에드조프는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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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살아 있기는 하지만, 폐하의 손에 있으니 두 번 다시 햇빛 보지 못하겠지. 아멜리아와 절대 만날 수 없을 테고.’

에드조프는 아스란을 향해 더욱 깊이 고개를 숙이며 예를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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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아스란은 말없이 에드조프에게 등을 돌렸다.

에드조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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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황실은 정말로 내 것이다. 정말로 내가 진짜가 되는 거야. 이클리트는 영원히 가짜로 사라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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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뭐든 상관없다고 했지만, 이젠 그대도 알았겠지. 그 괴물과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한 가지, 가슴께에 계속 걸리는 게 있었다.

이클리트도 반인반수라면.

이클리트의 진짜 어머니, 클로에 황후가 수인이라는 말인데…….

에드조프는 조심스럽게 클로에를 떠올리며 뭔가 복잡한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도저히 혼자 정리할 수 없는 진실을 묻고자, 키르케를 찾았으나, 대체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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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지. 자꾸 이런 식으로 마음대로 군다면, 그년도 치워버리는 수밖에 없어.’

아니, 없애긴 해야 했다.

자신이 이 제국의 진짜 황자이자, 황제가 되기 위해선.

키르케, 그년이 사라져야 완벽해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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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황궁으로 가야겠군.”

황제보다 먼저 황궁에 도착해서 황후를 만나야 했다.

가슴께에 계속 걸려 있는, 자신조차 알 수 없는 그러한 감정이 그를 클로에에게로 이끌고 있었다.

***

황후궁에서 죽은 듯이 잠들어 있던 클로에가 미간을 움찔하더니 이내 스르르 눈을 떴다.

평소 넋을 잃은 멍한 눈빛이 아닌 굉장히 선명하고 서늘한 눈빛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는 그대로 침실을 빠져나왔다.

언제나 그렇듯, 침실 앞을 지키고 있던 쉐리가 움찔하고선 곧장 그녀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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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 일어나셨어요? 하지만 침실에서 나오시면 안 됩니다. 바깥이 영 흉흉하다고요. 지금은 폐하도 황궁에 없으시니까,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시면…….”

쉐리가 클로에에게 손이 닿기도 전에, 클로에의 싸늘한 목소리가 쉐리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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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렴.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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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황후 폐하? 으윽!”

순간, 쉐리가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져서는 자신의 목을 움켜쥐고서 괴로운 듯, 온몸을 비틀었다.

아무리 숨을 쉬려고 해도, 목구멍을 할퀴는 듯한 고통과 함께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클로에는 그런 쉐리의 그림자를 짓밟았다.

쉐리는 하얗게 까뒤집어진 시선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가, 그대로 몸이 굳어졌다.

섬뜩한 붉은 눈동자가 쉐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쉐리는 공포에 질린 입술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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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수, 수인…….”

하지만 쉐리는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고, 클로에는 유유히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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