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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결국, 뒤틀리다 (164/199)


164화. 결국, 뒤틀리다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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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은 끝났어.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넌 날 절대 못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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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메사리나가 이를 악물고서 어떻게든 다시 마탄을 만들려고 했지만, 끔찍한 비명과 함께 아예 피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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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하아…….”

이미 심장이 한계였다.

마나로 마탄을 만드는 건, 생명이 소모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었다.

아멜리아는 시한부인 특별한 심장으로 마나를 무한으로 시전할 수 있어서 아무렇지 않게 버틸 수 있었다.

메사리나는 괴로운 속을 붙잡았다.

아멜리아는 그런 메사리나를 한 치의 동정도 없는 눈동자로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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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다간 네 심장이 파열되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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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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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끝났어. 그러니 네 죄가 없어지는 일도 없을 거다. 아니, 애당초 널 봐줄 생각 따윈 없었어. 그저 궁지에 몰리고 또 몰리는 기분을 느껴보라는 거지. 철저하게 네가 약하다는 것을. 그리고 네가 얼마나 선을 넘어왔다는 것을.”

메사리나는 온몸을 짓누르는 끔찍한 치욕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멜리아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열등감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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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네 것이 아니었잖아. 분수에 맞게 처신했어야지. 네 것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어.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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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만 가지는 거야? 너랑 내가 뭐가 다르다고? 똑같잖아. 너도 원하는 걸 위해서 괴물을 이용했잖아. 대체 너랑 다를 게 뭔데!”

메사리나는 충혈된 눈동자로 아멜리아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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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대공도 괴물이었잖아. 네가 몰랐을 리가 없어. 이 사실이 밝혀지면, 너도 무사하지 못해. 그 괴물도 끝이야.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 황제가 되실 거니까. 이 제국의 유일한 황자이신 그분이! 악!”

순간, 섬뜩한 바람 소리와 함께 아멜리아의 마탄이 메사리나의 긴 머리카락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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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게 무슨 짓이야!”

마치 피처럼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붙들면서 메사리나가 더 악을 질렀다.

아멜리아는 초라하게 무너진 메사리나를 보며 더 싸늘한 어조로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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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함부로 내 남편을 그 입에 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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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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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을 건드리면, 다음엔 머리카락이 아닌 그 목이 잘리게 될 테니까.”

날 선 위압감이 메사리나를 눌렀다.

그녀는 그 섬찟한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고 말았다.

아멜리아는 절로 방아쇠에 힘을 주었다.

진실을 알게 된 이상, 이제부터 누구도 그분을 건드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라도 그분을 상처 입히고, 업신여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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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지금까지 거슬릴 정도로 감정을 절제하고 있었으면서.

한순간에 뒤틀리는 아멜리아를 보며, 메사리나는 허한 미소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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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 괴물을 사랑이라도 하는 거야?”

메사리나는 정말이지 아멜리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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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만 하는 게 아니었어? 그런 괴물을 취하면, 그저 약점에 지나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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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조프에게 이용당하는 넌 그게 사랑이니?”

정곡을 찌르는 말에 메사리나의 미간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아멜리아는 여전히 에드조프에게 매여 있는 메사리나의 모습에 한숨을 삼켰다.

분명, 그가 주는 건 사랑이 아님을 알 텐데.

이제는 깨닫고 있을 텐데.

대체 이 말도 안 되는 촌극을 여전히 붙들고 있는 메사리나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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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대체 내게 왜 원한을 가지고 있는 거지? 에드조프를 빼앗은 건 너야. 나한테서 전부 빼앗아가려고 했던 건 너라고. 그런데 대체 왜 네가 나한테 이렇게 분노하는 거지?”

아멜리아의 질문에 메사리나의 목소리가 나직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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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내가 가진 건 없으니까.”

아멜리아에게 죽을 때까지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약함이 메사리나의 입술에 한껏 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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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보다 내가 더 노력했는데. 내가 더 필사적이었는데. 결국엔 전부 널 선택했으니까!”

한번 내뱉기 시작하자, 속에서 겹겹이 쌓인 채 자기 자신조차 외면했던 감정들이 날것 그대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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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약해서. 백작가에 갇혀 있어서. 넌 네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것 같고, 제일 불행한 것 같았겠지? 하지만 난 그런 불안함조차 느낄 새가 없었어. 버텨야 했고. 살아야 했으니까!”

사실 메사리나도 이미 오래전, 알고 있었다.

어머니와 남작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차마 입 밖으로 내뱉기도 치욕스러운 피를, 자신이 잇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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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도 속하지 못하는 사생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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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된 거야. 이제 내 인생도 다시 꽃을 피우는 거야! 남작부인과는 비교할 수 없지. 암! 체자렛 백작부인이 되는 건데! 그놈은 제대로 처리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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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세요. 도박 빚에 허덕이고 있더니, 또 빚을 지고 빚쟁이들한테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서 죽었다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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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빌어먹을 놈. 내가 어쩌다가 그런 놈이랑 얽혀서는. 그런 놈의 핏줄만 임신하지 않았어도, 내 팔자가 더 빨리 피는 건데. 아니야. 이제라도 내 인생은 달라질 거니까. 그러니 이건 비밀이야. 메사리나는 무조건 전남편의 아이어야 해.’

 
도박 빚에 허덕이던, 그저 허우대만 멀쩡했던 남자와 하룻밤 불장난으로 태어난 사생아.

메사리나는 자신의 태생이 싫었다.

자신의 피에 그런 말도 안 되는 피가 섞여 있다는 그 사실이 치가 떨리게 싫었다.

이 사실을 들킬까 봐, 꼭꼭 숨기면서.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자신이 있을 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더 강해져야 했고, 더 귀족가의 영애로 보여야 했으며, 사교계의 그 화려한 소문 속에 자신을 철저히 치장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진짜를 이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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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미워했다던 아버지도 결국 너였고, 널 버렸다던 대공 전하도 너였어. 그래서 네가 싫어. 미워. 다 가졌으면서. 피해자인 척하는 네가 가증스럽고, 역겨워!”

처음 듣는 메사리나의 비밀에 아멜리아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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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의 아이가 아니었다니. 아버지는 이미 알고 계셨구나.’

메사리나가 에드조프와의 말도 안 되는 사랑에 끌려든 것은, 결국 외로움이었고 결핍이었다.

그 결핍이 잘못 뒤틀려서, 조금만 다정하게 대해준 사랑도 사랑이라고 저렇게 처절하게 매달려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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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조프가 메사리나를 저렇게 만들었어. 그 역시 사랑받은 적도, 주는 법도 몰라. 이용하고 또 이용하는 게 사랑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철저히 소유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으니까.’

그 역시 어쩌면, 메사리나와 똑같을지 모르겠다.

알게 모르게 그 비슷한 어둠에 끌린 메사리나가 자기 자신의 상처를 그렇게 핥아대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다만 조금 다른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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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후지아는 메사리나를 버리지 않았어.’

지금도 메사리나를 탈출시킨 것은 후지아니까.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굳이 그런 비틀린 애정에 허덕이며, 외로움을 채울 필요 없다는 걸.

어째서 깨닫지 못하고 있을까?

아멜리아는 조금 누그러진 어조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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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아직도 에드조프를 믿니? 그가 널 살려줄 것 같아?”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물었으나, 메사리나는 이미 에드조프에게 모든 감정을 빼앗긴 채, 눈이 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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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널 사랑한다고 착각하지 마. 네가 피오레 공작이라서. 네가 쓸모 있으니까 관심 보이시는 거야. 그걸로 우월하게 생각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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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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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사랑한다고 하셨어. 날 안으면서, 너 같은 건 그냥 이용하는 거라고 그랬어. 나만. 나만 사랑해주셨어.”

점점 과거의 미련에 잠식되어가는 메사리나를 보면서, 아멜리아를 짧게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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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에드조프의 진짜 모습을 알고도 사랑할 수 있을까? 아니, 에드조프가 정말로 널 지켜줄까?”

설령 그녀가 불쌍하고 절박했었다고 해서, 그녀가 저지른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여기서 메사리나를 자신의 손으로 벌하는 건 진정한 죗값이 아니다.

메사리나에게 가장 끔찍한 형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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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줄 수 있는 게 아니군.’

아멜리아는 들고 있던 장총을 완전히 거두고서 한마디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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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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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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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조프에게 가서 살려달라고 빌어 봐. 과연 널 선택할지. 그래서 또 네가 살 게 된다면, 그 또한 운명이겠지. 너는 내게 더는 아무 의미가 없어.”

그렇게 아멜리아가 돌아섰다.

메사리나는 뭔가 기분 나쁜 동정에 울컥했으나, 치미는 감정을 삼키고서 그대로 걸음을 뒤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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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게 아니야. 잠시 뒤로 물러나는 거야. 너에게 진 게 아니야. 절대. 절대!’

메사리나의 무거운 걸음이 황궁이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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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 날 살려주실 거야. 날 지켜주실 거야.”

하지만 얼마 걷지 못한 채, 메사리나의 걸음이 비틀거렸다.

무리하게 시전한 마나로 인해 결국, 심장뿐 아니라 다른 장기까지 손상된 듯했다.

자꾸만 피 섞인 숨이 목구멍을 할퀴며, 숨쉬기가 버거웠다.

메사리나는 그래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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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을 만나야 해. 보고 싶어…….’

그분은 다시 자신을 찾으실 거다.

클리오 대공을 몰아내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니까.

내가 그분에게 필요한 사람이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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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날 기다리고 계실 거야. 그딴 괴물을 사랑하는 아멜리아가 아니라 내가. 내가 그분에게 필요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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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다시 나를 봐줘요. 오직 저만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끝내, 메사리나가 발을 헛디디고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경련이 일 정도로 밀려드는 통증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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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가야 해……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 난 가야 해…….”

그때, 흔들리는 메사리나의 시야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

구세주처럼 나타난 키르케의 걸음이었다.

메사리나는 환희가 스민 시선으로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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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줬구나. 나 좀, 나 좀 도와줘. 살려줘. 나를 대공 전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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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끝까지 쓸모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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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푹-!
 

시커먼 뱀이 메사리나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았다.

메사리나는 뱀의 사냥감이 되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렇게 힘없이, 뻗었던 손을 떨구었다.

***

메사리나와 멀어진 아멜리아는 이제야 지친 숨을 내쉬며 잠시 고개를 들었다.

음울하게 깔린 먹구름에 달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이 그녀를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멀리 체자렛 백작가가 눈에 보이자,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는 감정이 툭, 툭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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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여러 감정이 뒤엉킨 한숨만을 겨우 내쉬곤, 품에서 펜던트를 꺼냈다.

아젠이 죽기 전 닿았던 손가락엔 메사리나의 머리카락만 알려준 게 아니었다.

이 펜던트를 같이 건네주었다.

그땐 차마 열지 못했던 펜던트를 열자, 아일리의 모습이 보였다.

아멜리아는 그제야 눈가에 잘게 물기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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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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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는 아버지를 용서해야 할까요? 아버지 나름대로 제게 하는 속죄였을까요? 저는 지금. 지금 너무 힘들어요…….’

내뱉지 못할 말이 그저 억장에 쌓여갔다.

어느새 하늘에서 차가운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멜리아의 뺨 위로는 뜨거운 것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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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하아…….”

그녀는 끊임없이 감정을 속으로만 우겨넣으며, 그저 힘겨운 호흡을 내뱉었다.

그 순간, 갑자기 비가 멎으면서 환한 햇살을 품은 공기가 뺨에 간지럽게 와 닿았다.

익숙한 온기에 아멜리아는 곧장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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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리트…….”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땐, 이렇게 그의 이름을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괴로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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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

곧장 심장에 내려앉는 목소리에 아멜리아는 참지 못한 채 그대로 그에게 달려가 와락 안겨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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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흑, 흐읍!”

아멜리아의 꾹꾹 억눌렸던 오열이 그의 품에서 이제야 마음껏 터져 나왔다.

이클리트는 너무 당연하게 아멜리아를 마주 안아주었다.

곁에 있다고.

그대 곁에 지금 있다고.

그러니 이제 마음껏, 울어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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