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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혼돈의 서막 (172/199)


172화. 혼돈의 서막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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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나의 입에서 진실이 폭로되고, 아멜리아는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행동한 이클리트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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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대공 전하는 다 알고 계셨나요? 이사나 경을 만났던 거예요?”

이클리트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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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폭탄으로 루베르를 궁지에 몰았으니, 똑같이 해준 겁니다.”

 

***

이사나의 앞으로 이클리트가 은밀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클리트를 본 이사나는 일순 눈을 크게 떴으나, 이내 모른 척 지나가며 짧게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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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께 더는 유감없으나, 그래도 만나서 인사할 정도도 아니니 조용히 돌아가십시오.”

이클리트도 이번 일에 피해자임을 알았기에.

이사나는 더는 그에게 애꿎은 분노의 화살을 돌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클리트는 돌아선 이사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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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밀거래단에게서 빼앗은 궤짝 안 대량의 밀주.”

이사나는 이클리트의 말에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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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이용하도록 해. 루베르의 마법 도구라면 가능할 텐데. 광장 전체에 밀주를 뿌리는 일이.”

그 밀주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당장 쓰기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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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레 공작령에 있는 걸 갑자기 어떻게 옮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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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와주지.”

이사나는 다시금 고개를 돌려 이클리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그는 자리에서 사라진 후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타난 이클리트가 이사나에게 열쇠 하나를 떨어뜨린 것이다.

바로 솔라리스로 옮긴 밀주의 보관 창고의 열쇠였다.

이사나는 루베르의 마법 도구에 그 밀주를 압축시켜서, 공중에서 폭파할 작전을 세웠다.

그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루베르가 장벽을 치고서 아스란에게 구호를 외쳤던 것.

비록, 루베르의 희생이 따랐으나 밀주는 성공적으로 폭파하여 에드조프의 정체를 시원하게 폭로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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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지.’

이사나는 충격에 빠진 아스란을 노려보며 더욱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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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반인반수를 이용해서 시간의 숲의 열쇠를 만들고자 했다. 반인반수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은 이 나라의 가짜 황자가 진짜가 되고자 죄 없는 반인반수를 이용하여 벌인 일. 그걸 루베르에게 뒤집어씌운 것뿐이다! 황실이 먼저 금기를 범한 것이다. 황실이 먼저 우릴 기만했고, 우릴 이용한 것이다!”

이사나의 한마디, 한마디가 거대한 폭풍이 되어 제국민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렸다.

황제가 수인을 이용했다니.

태양의 제단에서 벌어진 일과 더불어 제국 곳곳에서 일어난 그 혼란스러운 사건 모두가 결국, 황실과 연관된 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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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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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를 만들려고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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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폐하께서 처음부터 모두를 속이고…….”

혼돈에 빠진 제국민들의 웅성임이 점점 날카롭게 타올랐다.

아멜리아는 그 격동 속에서 온몸이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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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시작으로 황실의 악행을 벗겨내면, 모든 것을 바로 잡으면.’

그때, 이클리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더니 이내 아멜리아가 잡을 새도 없이 곧장 날개를 펴고서 광장의 입구 쪽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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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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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

갑자기 나타난 이클리트의 모습에 제국민들은 혼비백산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보다 광장의 입구에서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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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것들은 다 뭐야!”

누군가의 목소리 끝에, 늑대와 흑표범. 아니 온갖 반인반수의 맹수들이 이성을 잃은 채, 광장으로 달려들려고 했다.

그들의 앞을 이클리트가 거대한 바람을 일으켜서 막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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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망쳐! 괴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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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우릴 죽이려고 해!”

제국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광장을 빠져나가는 입구 곳곳으로 반인반수가 들이닥치면서,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광장을 우리 삼아 반인반수를 풀어 놓은 키르케는 비릿한 표정으로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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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가서 여기 있는 모두를 죽여 버려. 여기서 벌어지는 학살의 잘못은 이제 아스란의 것이다. 너희는 아스란 때문에 전부 죽는 거야!”

굉장이 아수라장이 되다 못해, 지옥이 되고 있었다.

이클리트가 먼저 눈치채고 막으려고 애를 썼으나, 광장으로 들어오는 입구가 워낙 많았기에, 입구 전부에서 들이닥치는 반인반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밀주에 완전히 지배당한 반인반수들은 반은 인간으로 변해서 칼을 휘둘렀고, 반은 짐승의 모습으로 닥치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예전 공격과는 달랐다.

아예 본격적으로 광장 안에서 사냥을 하는 모양새였다.

아멜리아는 이 끔찍한 모습에 이를 악물고서, 곧장 리볼버를 들고 바람의 마탄으로 최대한 제국민들을 보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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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틈에 도망쳐! 얼른!”

어떻게든 입구를 뚫기 위해, 칼렌이 멀리서 지원 사격 하면서 카마리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제국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사나는 재빨리 아이냑을 풀어주었고, 아이냑도 생각보다 더 끔찍한 참상에 무거운 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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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황제의 짓입니까?”

이사나는 여전히 넋 빠진 황제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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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황제는 저것들 배후조차 몰라. 저 황제도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이제 눈을 떠야 해.”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단상에 모여 있던 귀족들이 벌벌 떨면서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알렉드라는 여전히 멍청하게 서 있는 아스란에게 달려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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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제국민들을 보호해야 하지 않습니까? 명을 내려주십시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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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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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멀리서 제국민들이 절박하게 아스란을 부르짖고 있었다.

하지만 아스란은 여전히 충격에 사로잡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금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클로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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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에. 클로에를 만나야 해. 거짓이야. 이건 가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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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폐하!”

지난날, 태양의 제단에서 제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며 앞장서서 외치던 아스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알렉드라는 점점 치미는 분통을 끝내 참지 못하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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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정신 차리십시오! 제국민들이 모여 있습니다. 황제 폐하의 부름으로 모여 있는 제국민들이 지금 저 괴물들에게 당하고 있단 말입니다! 폐하께선 지금 뭐 하십니까? 정말로 수인과 손을 잡은 것입니까? 황실은 대체 지난 몇 년간, 다섯 공작가에게조차 비밀로 하고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알렉드라는 한 가지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지금 제국민들이 고통받는 이유는 루베르가 아닌, 눈앞에 황제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렉드라의 분노 앞에 아스란이 겨우 고개를 들고서, 여전히 불안정한 눈빛으로 말을 씹어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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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티셰 공은, 말을 삼가라. 황실이 무슨 짓을 했다는 거지? 뭔가 잘못됐어. 이건 음모야. 에드조프가 반인반수라니. 아니.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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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진짜 황자 전하는 어디 계신 겁니까? 클로에 황후 폐하께서 평범한 사람이긴 한 겁니까? 폐하께서 태생도 모르고 갑자기 데려온 그 여인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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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 닥쳐!”

알렉드라가 클로에를 입에 담자마자, 아스란은 가까스로 붙들고 있던 이성이 완전히 날아가면서 섬뜩한 시선으로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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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황후다. 감히 황후를 능멸하다니. 그대도 반역자가 되고 싶은가! 당장 비켜! 황궁으로 갈 것이다. 근위대는 짐을 호위해!”

아스란은 절규하는 제국민들을 뒤로 한 채, 등을 돌렸다.

귀족들도 알렉드라의 눈치를 살피면서 재빨리 아스란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알렉드라는 황제가 제국민을 버리고 떠나는 모습에 치를 떨면서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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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제야 에드조프가 계속 반인반수 사건에 얽혀 있었던 이유를 알겠다.

에드조프, 그가 반인반수를 이용해서 함정을 파고 유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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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날 이용했던 거다. 그 괴물 새끼가 감히 나를!’

대체 자신은 뭘 위해서.

누굴 위해서, 뭐 때문에 싸웠던 것인가!

그때, 포르티셰 기사 중 한 명이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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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각하, 저희가 길을 열겠습니다. 그러니 그 틈에 여길 빠져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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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게 무슨 개소리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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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알렉드라는 직접 세이버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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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민을 여기 두고 내가 어딜 간다는 거야!”

그렇게 알렉드라는 직접 광장으로 뛰어들었다.

***

아멜리아는 끊임없이 마탄을 장전하며 제국민들이 도망칠 길을 열었다.

불의 마탄을 쓰면 보다 빠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제국민들도 크게 다치게 될 거다.

문제는 도망치는 제국민보다 광장으로 밀려드는 반인반수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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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많은 반인반수는 처음이야. 저들도 죄 없는 이들인데. 전부 다 죽일 수도 없고…….’

아멜리아는 최대한 생명엔 지장 가지 않도록 제압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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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켰다고 아주 막 나가는 건가? 정체를 아는 사람들을 죄다 죽여서 입을 막겠다는 거야? 에드조프, 네가 정말 미쳤구나.’

그때, 거친 포효와 함께 백사자가 아멜리아를 향해 달려왔다.

아멜리아가 곧장 몸을 틀어서 총을 쏘려고 했지만,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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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그녀가 어떻게든 몸을 피하려는 찰나, 누군가 휘두른 검이 백사자를 막아냈다.

바닥에 쓰러진 아멜리아는 가쁜 숨을 내쉬며, 눈앞에 서 있는 알렉드라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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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티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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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똑바로 차려. 지금은 고양이 발이라도 빌려서 제국민을 보호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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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내가 고양이 발이라는 건가?’

말은 저렇게 모나게 해도, 황제를 따라서 도망치진 않은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헤스틴 경이 그랬다.

앞뒤 꽉 막힌 사람이긴 해도, 비겁한 짓을 하는 자는 아니라고.

아멜리아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서 다시금 리볼버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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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손을 잡는 것이지, 같은 편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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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꿈도 안 꿨고, 저도 안 바랍니다.”

그때, 아멜리아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멜리아과 알렉드라가 고개를 들자, 이클리트가 하늘 가득 어둠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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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

공기와 공기가 서슬 퍼렇게 부딪히며, 돌풍이 되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위압감에 절로 온몸이 떨려왔다.

알렉드라 역시 그 날 선 기운 앞에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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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 하려는 거야.”

그때, 아멜리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제국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는데, 아까와는 달리 반인반수들은 어쩐지 두려운 표정으로 제자리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마치 이클리트가 저들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멜리아는 그 모습에 절로 수왕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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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의 몸에 흐르는 수왕의 피가 저런 걸까. 수인들의 지배자…….’

어느 순간 반인반수와 제국민들이 반으로 나뉘자, 이클리트가 그 사이로 무서운 속도로 내려앉았다.

쿵-!

그러자 귀가 먹먹할 정도의 폭음과 함께, 딛고 있던 지반이 순식간에 뒤틀리며 광장이 반으로 뚝 갈라져 버렸다.

제국민과 반인반수 사이를 벌려서, 도망칠 기회를 만든 것이었다.

이클리트는 거칠어진 숨을 애써 숨기며, 아멜리아의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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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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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아요. 대공 전하는요?”

곧장 그녀부터 살피는 그의 시선과 역시나 그를 살피는 그녀의 시선이 마구 뒤엉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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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잠시 주춤하던 반인반수들이 어느새 벌어진 틈으로 뛰어오르거나, 다른 길을 찾고 있었다.

이클리트는 굳어져 있는 알렉드라를 향해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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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앞을 막을 테니, 그대가 뒤를 맡아서 제국민 모두를 피신시켜라.”

이클리트의 명령에 알렉드라는 미간을 굳히며 머뭇거렸다.

그 모습에 이클리트의 어조가 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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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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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알렉드라는 어쩔 수 없이 기사들을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클리트는 제대로 검을 들어 올렸고, 아멜리아도 다시 리볼버를 장전하며 그의 옆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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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지 마요. 대공 전하의 뒤는 내가 지킬 테니까.”

이클리트는 이제야 겨우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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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꼭 있어야 해요. 내 눈에 보이는 곳에, 그래야 내가 안심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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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드라는 아멜리아와 함께 사라지는 이클리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믿었던 황제와 바스티얀 대공이 도망친 빈자리로 이클리트가 끝까지 남아서 제국민을 지키고 있었다.

모두가 괴물이라 손가락질하고, 경멸하고 멸시했는데.

오직 그만이 여기 남아서, 이들을 지키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

게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루베르도 도망치지 않고 제국민의 도주를 돕고 있었다.

태양의 그늘에 가려졌던 이들 모두가.

오직 이들이 다시 빛을 되찾고자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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