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6화. 죽든가, 죽이든가 (176/199)


176화. 죽든가, 죽이든가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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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는 사랑은, 이런 것밖에 없구나.”

아멜리아를 마주한 에드조프의 눈동자가 경직되면서, 피가 차갑게 식었다.

예전엔 그를 향한 증오의 눈빛이라도 있었는데.

지금 그녀의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 고요한 그 시선에 마음이 더 불안해진 에드조프는 양손으로 그녀를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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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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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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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보라고! 다시 날 사랑한다고 말해. 그게 아니라면 다시 날 증오라도 하란 말이야!”

증오라도 하라는 에드조프의 한마디에 아멜리아는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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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나는 이제 정말 이 사람에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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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댈 먼저 만났잖아. 분명 날 사랑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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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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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가져야 하는 게 맞잖아!”

불안하게 날뛰는 에드조프의 감정 앞에, 아멜리아가 짧은 한숨을 삼키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

마치, 입이라도 맞출 것처럼 가까워진 거리에서 에드조프의 시선이 부서질 듯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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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

그녀는 느리게 눈을 치켜뜨고서 그를 응시했다.

에드조프는 달뜬 숨을 삼키며, 입꼬리가 곡선을 그리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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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떨리지 않아, 당신에게.”

더없이 싸늘한 목소리가 서슴없이 박혔다.

달아오른 그의 눈동자가 일순 굳어지더니, 입술을 한껏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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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 없어.”

에드조프는 그녀의 목덜미를 당겨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쥐고 있던 그녀의 리볼버가 떨어지면서 공기가 어긋나는 소리를 냈다.

두 사람의 입맞춤도 그랬다.

에드조프는 아멜리아의 숨을 한껏 들이켰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어오르면서, 욕망이 불을 일으켰다.

하지만 에드조프의 온도와 아멜리아의 온도는 너무나도 달랐다.

눈을 감고 있던 에드조프가 느리게 눈꺼풀을 올리자, 공허하고 텅 빈 표정과 마주쳤다.

너무나도 다른 감정의 간극 끝에서, 에드조프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께가 싸해지며, 천천히 입술을 뗐다.

아멜리아는 화조차 내지 않고서, 그를 향해 짧게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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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얼마든지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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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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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 복수할 마음도 안 들어.”

에드조프는 또 한 번 그녀에게 닿은 손에 힘을 주었지만,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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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당신은 이제 두 번 다시 없어.”

허상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눈앞에 그녀가 있는데, 눈앞에 그녀가…… 없었다.

***

이클리트가 아스란의 앞으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자, 아스란은 탐욕스러운 눈길로 이클리트를 훑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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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도 들었지? 네가 짐의 진짜 아들이라는 사실을. 이제 마음껏 기뻐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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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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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의 아들은 너뿐이니, 이제 넌 완벽히 나의 것이지. 나와 함께 이 솔라를…….”

아스란이 이클리트에게 손을 뻗었으나, 이클리트는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에 아스란의 눈매가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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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거지?”

이클리트의 주변으로 칼날 같은 바람이 휘몰아치더니, 점차 주변의 풍경을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아스란은 그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바람이 닿은 살결이 절로 떨릴 만큼,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이토록 자유자재로 공기를 움직이다니.

아니, 날씨를 움직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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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왕의 피와 짐의 고귀한 피가 섞인 특별한 수인. 그래. 완벽한 열쇠. 나의 열쇠다!’

아스란은 마침내 마주한 완성된 열쇠의 힘에, 얼어붙었던 눈동자가 점점 광기에 이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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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멀지 않았어. 내가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것을 이 손에 넣는 순간이!’

아스란은 이클리트와 좁혀지지 않는 거리에 다급해지는 감정을 숨기며, 한마디, 한마디를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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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리트. 네가 순순히 내 손에 잡히지 않으면, 네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는 그년의 숨을 끊어놓을 것이다.”

아스란의 입에서 아멜리아의 안위가 새어 나오자, 이클리트의 바람이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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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네가 그 계집을 데리고 도망친다고 해도, 내게서 벗어나지 못할 거다. 피오레 가문을 멸하고, 그 계집이 아끼는 모든 것을 없애버릴 테니까. 그래도 그 계집이 끝까지 널 택할까? 너와 있을까?”

아스란은 더없이 잔인한 표정으로 이클리트를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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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몰라도 그 계집은 인간인데. 평범한 인간일 뿐인데. 너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게 되면, 너 같은 걸 끝까지 믿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으냔 말이다.”

그는 점점 이클리트에게서 클로에의 모습을 떠올렸다.

사랑은 없다.

전부 변하기 마련이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걸 가지기 위해서, 이용하고 또 이용하며. 가장 변하기 쉽고, 무의미한 감정을 먼저 버리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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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같아. 모두가, 똑같이 욕망에 움직이는 거잖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시종일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이클리트가 이제야 선득한 어조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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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바라시는 건 시간의 숲이니. 그것만 가지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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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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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숲으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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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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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곳에서 폐하를 기다리겠습니다. 폐하께서 그토록 바라던 그 숲을, 열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절대.”

이클리트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마지막 이 한마디를 아스란의 머릿속에 꽂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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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건드리지 마. 그녀를 건드리면, 당신이 바라는 열쇠는 영원히 사라질 테니.”

영원히 사라진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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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없는 이 세상에 내가 있을 이유도 없을 테니까.”

이렇게 스스럼없이 목숨까지 걸고 있다는 건가.

아멜리아, 그 피오레 공작 계집이 저놈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목숨까지 쥐고 있다니.

저렇게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고작 그딴 감정 하나에…….

아스란은 이클리트의 어리석음에 입꼬리를 비릿하게 추켜올리며 등을 돌렸다.

***

은밀히 이 상황을 지켜봤던 키르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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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에 황후가 수왕 폐하셨다니…….’

이클리트의 검은 독수리를 보고 설마 했었지만!

키르케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등줄기가 떨렸다.

수왕의 힘은 수인에겐 절대적이었다.

뱀의 일족이 거의 멸족된 것도 수왕의 힘이었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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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란. 저놈은 정말이지 친아들이고 뭐고, 아무것도 필요 없구나.”

온전히 내 것이라고 읊조렸던 그 말은, 그 말 그대로였다.

끝까지 시간의 숲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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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숲을 여는 열쇠가 이클리트라면…….”

조만간 열리게 될 그 숲의 주인은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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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에드조프여야지. 시간의 숲은 당연히 인간의 것이 아닌 수인의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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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멜리아는 아무 의미 없이 자신을 붙들고 있는 에드조프의 손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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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당신에게도 내가 없을 거야. 그때도, 지금도. 당신은 날 본 적이 없어.”

예전, 에드조프의 앞에서 아멜리아, 자신의 모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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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무서운 것조차 당신 앞에 제대로 말하지 못했어. 어둠이 무서웠는데. 너무너무 무서웠는데. 그조차 꾹 참으면서, 이런 것도 무서워하는 나 자신을 미워하며, 당신에게 미안해하기만 했어.”

항상 미안했고, 또 미안하기만 했던 그 초라했던 모습만 있었을 뿐.

그 초라한 모습을 에드조프는 그저 지켜보면서, 괜찮다고.

너에겐 나만 있으면 된다고.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옆에 잘 세워두는 인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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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죽는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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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젠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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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똑같아.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감정을 모르잖아. 당신은 언제나 당신만 가엽고, 불쌍해 미치겠잖아. 당신의 아팠던 과거가 당신 잘못을 없애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아멜리아는 다소 날카로운 말을 멈추지 않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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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사리나가 죽었어.”

에드조프는 그 말에 멈칫하다가 금방 아무렇지 않게, 아멜리아와 전혀 다른 의미의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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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 그 계집은 없어졌어. 그대를 상처 입히는 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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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사리나는 당신을 사랑했어.”

아멜리아의 말에 에드조프는 조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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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계집도 날 이용했을 뿐이야. 아멜리아, 그대에게 날 빼앗기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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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사리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이었어. 이용하는 걸 알면서도, 이용당해도 좋으니 당신이었다고. 그것도 사랑이야. 근데 그조차 당신은 모르잖아.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르겠지. 당신에게 사랑은, 오직 당신을 위한 거니까.”

아멜리아는 마지막 말에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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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날 사랑한다는 것도, 결국 당신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거잖아.”

에드조프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 자신이 없어지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 없을 거다.

그가 자신에게 하는 고백은, 사랑이라 착각하는 소유일 뿐.

이클리트에게 지고 싶지 않은 치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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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픈 것보다 그 사람이 아픈 게 더 슬프고, 그 사람이 기쁘면 내가 세상의 전부를 가진 것처럼 기뻐. 언제나, 나보다 그 사람이 먼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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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클리트. 그놈을 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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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 앞에서 나는 항상 예뻐. 초라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나를 너무 예쁘게 만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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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으로, 그놈에 대해서 말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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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무서워도 당신 앞에서 난 항상 피하고 참았지만, 그분은 내게 빛이 되어줬어. 그럴 수 있다고. 더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해줬다고.”

그를 떠올리면 아프지만, 그 아픔보다 행복한 것이 더 커서.

이클리트. 그를 사랑하게 돼서.

매 순간, 가장 눈부시게 행복한 나날이었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 그럴 것이다.

에드조프는 처음으로 달라진 아멜리아의 모습에 숨 쉴 수가 없었다.

안온하게 변한 표정.

희미하지만 분명 웃고 있는 입꼬리.

아까와는 눈빛부터가 달랐다.

애달프지만, 뜨겁게 넘실거리고 있는 저 온기는.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며, 갖고 싶었던 그 온기였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눈앞에 그녀는 없었다.

그녀가 보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는 걸, 부정하고 싶어도 억지로 깨닫게 만든다.

불쾌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이클리트.

지금 아멜리아가 보고 있는 이는 이클리트라는 사실을.

그놈의 냄새를 잔뜩 묻힌 채, 그놈만 보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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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끝까지 당신만을 연민하겠지.”

아멜리아는 잡고 있던 에드조프의 손을 놓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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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날 보지 않으면.”

하지만 스산한 목소리에 그녀의 손끝이 멈칫했다.

어느새 에드조프의 날 선 눈동자가 아멜리아에게 그어 내리듯, 박혀 있었다.

뭔가 아까와 전혀 다른 공기에 아멜리아는 묘하게 가슴이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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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보는 모든 걸 없애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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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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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서 소중한 모든 걸 없애버리면, 나밖에 없을 테지. 안 그래?”

아멜리아가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해도, 에드조프는 그녀의 손목을 부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꽉 붙잡았다.

여전히 반인반수의 힘이 남아 있었기에, 아멜리아는 그에게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에드조프는 짙은 미소를 띠며, 다른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듯 쓸어내렸다.

기분 나쁜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내리며, 그녀의 호흡이 점점 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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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 그대에게 특별한 건 나야. 나 하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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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 끝났어. 대공 전하께서 제자리를 찾아가실 거야.”

하지만 아멜리아는 더는 에드조프의 손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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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황제가 되시면, 수인과 반인반수의 차별도 바뀔 거야. 솔라에서 조금씩, 변화가 시작될 거야. 그러니 이제라도 포기해. 마지막 기회야, 에드조프. 더는 무고한 희생을 만들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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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 끝났어. 그 녀석도 아직 진짜가 아니라고.”

에드조프는 아멜리아를 쓰다듬는 손에 점점 더 힘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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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황제가 되는 사람이 진짜가 되겠지. 힘 있는 자가 만드는 진실이, 진실이니까.”

그의 손가락이 어느새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에 닿았다.

아멜리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차가운 냉기가 닿자,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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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마치 거대한 뱀에게 온몸이 묶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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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밖에 없어. 너도 나밖에 없어야 해.”

섬뜩한 욕망이 그녀에게 점점 들러붙기 시작했다.

이윽고, 에드조프의 손이 아멜리아의 목을 힘껏 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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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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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갖기 위해 전부 다 죽일 거야. 하지만 그래도 네가 내 것이 되지 못하면. 그땐 어쩔 수 없잖아. 너를 죽여서라도, 가져야지.”

아멜리아는 고통스럽게 숨을 헐떡이며, 에드조프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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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말로, 정말로 끝까지!”

아멜리아는 어떻게든 바닥에 떨어진 총을 잡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그 순간.

쿵-!

굉음과 함께 바닥이 흔들리면서 에드조프가 엄청난 힘에 그대로 밀려났다.

아멜리아 역시 흔들리는 힘을 견디지 못한 채, 넘어지려는 순간.

이클리트가 아멜리아를 그대로 안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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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

하지만 이클리트는 날 선 시선으로 에드조프를 노려보았다.

에드조프 역시 곧장 자세를 바로 하고서, 이클리트를 마주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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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네가 죽든가, 네가 죽이든가. 둘 중 한 명은 죽어야 끝날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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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둘 다 죽든가.”

전혀 다른 길의 끝에 두 사람은 서 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죽든가.

아니면, 갖지 못해 죽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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