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차동석은 적잖이 당황했다.
‘얘 뭐야?’
느닷없이 사무실에 나타난 꼬맹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지 않나.
거기다 대뜸 머리숱이 풍성하다고 말하지 않았나.
요즘 머리숱 때문에 고민이 많던 차동석.
우습게도 그래서 더욱 인상에 남았다.
“야, 꼬맹아. 넌 누구냐?”
“안녕하세요! 저는······.”
“유진아!”
뒤따라 들어온 한 중년의 남자.
헥헥거리는 게, 아무래도 황급히 뛰어온 모양이다.
“저, 아, 흡! 아, 안녕하십니까!”
“누구십니까?”
“반갑습니다. 박태종이라 합니다. 이 아이는 제 아들, 박유진이고요.”
두 부자는 동시에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얼굴은 별로 안 닮았지만.
행동만큼은 붕어빵 그 자체였다.
‘애보다 오히려 아빠가 잔뜩 긴장한 것 같은데.’
땀을 뻘뻘 흘리며 말까지 더듬는 아빠.
그러나 그 아들은 긴장이라곤 전혀 없다.
오히려 오랜만에 친한 사람을 마주한 것처럼 기뻐 보이고, 여유 넘쳤다.
‘왜 이리 나한테 서글서글 웃지? 날 아나? 아니면 그냥 친화력이 좋은 건가?’
차동석이 그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무슨 일로 오셨나요?”
장미소의 물음에 박태종이 쭈뼛대며 대답했다.
“그게, 제 아들이 여기서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해서요.”
“오디션이요?”
“네. 저, 여기 배우들 관리해주는 곳이라 들었는데······아, 아닌가요?”
“저희 아역배우 뽑는 곳 아닙니다.”
차동석이 단칼에 말했다.
“쯥, 아역배우 에이전시는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있어요. 거기로 가세요.”
차동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등을 돌렸다.
가끔 있다.
저렇게 무대뽀로 찾아와 연기를 시켜달라는 사람들.
특히 부모까지 끼고 와 진상을 부리는 게 최악이다.
우리 애 크게 될 애다, 끼가 넘친다, 지금 무시하는 거냐, 내가 기자한테 여기 쓰레기라고 폭로할 거다.
영세 엔터라 다이렉트로 그런 진상들을 상대해야 했으니.
차동석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
“그, 그래도. 한 번만 기회를······.”
박태종이 쭈뼛거리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와중.
“안녕하세요. 차동석 사장님!”
유진은 차동석의 앞에 서서 꾸벅 폴더 인사를 했다.
어느 새 차동석 앞으로 걸어온 모양.
“······꼬맹아. 너 나 아냐?”
“넵! 주역 매니지먼트 차동석 사장님이시자나요!”
어린애가 똘망똘망한데다, 제 이름까지 외우고 있다니.
적어도 사전조사 정도는 한 모양.
“저, 여기 오디션 공고 봤어요!”
“뭐?”
“나이 제한 없음, 이라고 쓰여있던데요.”
그 말에 차동석은 오디션 공고를 확인했다.
컴퓨터를 한참 뒤져서 겨우 찾아냈다.
<주역 엔터테이먼트에서 신입 배우를 모집합니다!>
모집기간 : 상시모집
모집대상 : 나이제한 없음
일정 : 1차 서류접수 -> 2차 실물 오디션 - > 3차 최종 면접>
매니지먼트 출범 시기 내걸었던 상시 오디션 공고.
보통 기획사에서 배우 오디션을 볼 때는 기간을 정해놓는다.
‘내 회사 차린다고 참 뻘짓도 많이 했었지.’
나름 진흙 속의 진주를 키워보겠답시고 내건 것이었는데.
‘역시 전문교육을 받지 않으면 볼품없다는 것만 깨달았지.’
뜰 놈은 일찍이 뜬다.
가능성이 보이면 기획사에서 어떻게든 채가니까.
“······그래. 그럼 뭐, 서류라도 가져왔냐?”
차동석으로선 꼬투리를 잡힌 셈인데다, 물러날 기색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대충 서류만 받고 보내려는데.
“아뇨! 직접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연기.”
꼬맹이, 박유진은 당돌하게 말했다.
“꼬맹아. 넌 잘 모르겠지만, 연기는 장난이 아니야.”
“장난치는 거 아니에요!”
“너 학원은 어디 다니냐?”
“안 다녀요!”
“그럼 연기는 어디서 배웠어?”
“TV에서요!”
점입가경.
연기도 배우지 않은 애가, 갑자기 기획사로 와서 오디션을 본다고?
윽박이라도 질러서 쫓아낼까 싶던 차동석.
“오빠. 기회 한 번 주자.”
그때.
장미소가 차동석의 귓가에 속삭였다.
“뭐? 너까지 왜 이래?”
“쟤 비주얼 안 보여? 연기 못해도 키즈모델로 돌릴 수 있어.”
그 말에 차동석은 뒤늦게 유진의 얼굴을 관찰했다.
인형처럼 커다란 눈.
황금비율에다 뚜렷한 이목구비.
그러면서도 그 나이대답게 하얗고 귀여운 느낌까지.
‘확실히, 역변만 안 하면 진짜 미친 비주얼이 나오겠는데?’
아역배우는 숱하게 봐왔던 차동석이다.
그럼에도 유진의 외모는 매우 우월했다.
‘아버지랑은 진짜 안 닮았는데. 어머니를 쏙 빼닮은 건가?’
아버지 박태종은 그저 평범하게 생겼다.
그래서인지 박유진의 외모가 더 두드러지는 것 같기도.
“연기까지 잘 하면 완전 대박이고. 애초에 싹수가 달라. 부모한테 안 맡기고 혼자 자기PR하잖아.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장미소는 이미 계산이 끝난 모양이다.
그녀 말대로 비주얼이 워낙 좋아서, 키즈모델로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스스로 나서서 기회를 달라고 하는 모습이 범상치 않았다.
보통은 부모가 나서기 마련이니까.
연예인의 자질인 끼. 그리고 시선을 끄는 능력은 어느 정도 타고난 모양.
“무엇보다, 우리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잖아. 알지?”
“자기야. 배우가 비주얼 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
반박하려던 차동석이었으나.
장미소의 눈빛에 금세 기가 죽어버린 차동석.
“······그래. 그럼 어디 한번 보자.”
곧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우지 않았다고 하니까.
‘어차피 연기를 잘할 리가 없지.’
무엇보다 숱한 아역배우들을 봐왔고, 키웠던 차동석이다.
연기에 대한 기준점이 매우 높은 것.
“그럼 꼬맹아.”
“제 이름은 유진이에요! 박유진. 아름다운 옥 유瑜 자에 나아갈 진進 자를 써요!”
“그래, 유진 꼬맹아. 그럼 너 무슨 연기 할 줄 아냐?”
“키워드 던져주세요!”
“키워드?”
“네! 인물, 사건, 배경. 키워드 하나씩 던져주시면 곧바로 연기해볼게요!”
실제 배우들도 어려워하는 즉흥연기를 해보겠다고?
‘자신감이 넘치는 건지, 아니면 세상물정을 몰라서 저러는 건지.’
“배경은 조선시대. 인물은 왕의 손자. 사건은 아버지가 뒤주······음, 그러니까. 아버지가 상자에 갇히는 벌을 받고, 할아버지에게 아버지를 용서하고 살려달라 애원하는 상황이다.”
영화,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도세자와 어린 정조.
차동석은 그를 요구했다.
그러나 차동석은 말해놓고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학원도 다니지 않은 8살짜리 아이에겐 너무 어려운 연기다.
‘구김살 없이 자랐을 것 같은 꼬맹이야. 그런 어려운 연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거기다가 사극이고.’
곧 차동석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다, 이건 너무 어렵다. 미안, 키워드를 다시.”
“할 수 있어요!”
“뭐?”
“지금부터 시작해도 되죠?”
그런데 유진은 당당히 말했다.
그리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몰입하더니.
“할바마마. 소손이옵니다.”
눈빛이 확 달라졌다.
목소리도 미묘하게 떨리고 있다.
‘긴장했나? 아냐, 그게 아니라.’
아비가 뒤주에 갇히는 걸 목격한 상태.
겁을 집어먹었으면서도, 원망도 섞여 있다.
그런 와중 애써 예를 차리고 있는 상태.
그걸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든 감정이 단번에 느껴지잖아?’
“할바마마. 공자께서는 부모유기질지우父母唯其疾之憂라 하여, 부모는 오직 자식의 건강만을 걱정한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소손은 자식 역시 부모의 건강만을 걱정한다 생각합니다.”
게다가 논어에 나오는 말을 인용하기까지 했다.
엄친아로 알려진 정조의 특성을 살린 것.
‘이게 정말 8살이 할 수 있는 즉석 연기라고? 대본도 없이, 말을 더듬지도 않고?’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차동석이 던진 키워드로 진행 중인 즉석 연기라는 점.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부디 아바마마를 꺼내주시옵소서. 자식 된 도리로서 매일 아바마마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있사옵니다.”
차동석과 장미소는 물론.
아버지인 박태종까지 전율하며 그 연기를 지켜봤다.
“어찌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소손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글공부를 하라면 무엇이든 외울 것입니다. 화살을 쏘라면 백발백중을 맞힐 것이옵니다.”
할아버지, 영조에게 덜덜 떨며 간청하다가.
“제 아비를 살려주시옵소서!! 무엇이든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아버지의 고초를 지켜본 아들의 마음으로 절망하다가.
“부디······소손의 마음을 헤아려주시옵소서.”
뚝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대사와 대사 사이, 정적을 쓰며 여운을 남기는 기술까지.
“······.”
그렇게 세 명의 어른이 입만 벌리고 있을 때.
“여기까지입니다!”
유진은 태연하게 본모습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아까까지 눈물을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아!”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유진.
그 뒤로 쭉 이어지던 정적.
그걸 깬 것은 바로 박태종이었다.
“얘가, 얘가 제 아들입니다······! 크흑!”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말하는 박태종.
제 아들의 연기가 어지간히 감동스러운 모양이다.
‘이미 완성형이야. 거기다 이미 발성, 발음 다 완벽하잖아?’
한편, 차동석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유진의 연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감정연기, 표정 쓰는 것까지.
무엇보다.
‘자신감이 넘쳐.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법을 아는 애야.’
시선을 잡아끄는 기술.
누군가는 아우라라고 말하기도 하는.
주연과 조연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점.
“너 몇 살이라고?”
“8살이요! 신국초등학교 1학년 4반이에요! 아, 결과는 언제 나올까요? 면접 같은 거 해야 하면 지금 해도 돼요!”
저 해맑은 모습은 영락없는 8살짜리가 맞는데.
배역에 몰입하는 것도, 빠져나오는 것도 매우 빠른 모양.
“아, 아니. 일단 오늘은 됐다. 며칠 내로 연락해줄게.”
지금 면접을 봤다간, 저 꼬맹이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것 같다.
차동석의 직감이었다.
박태종을 통해 연락처를 받은 뒤.
볼일이 끝났다는 듯, 유진은 미련없이 떠났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머리숱 풍성한 차동석 사장님!”
떠날 때도 범상치 않은 녀석이었다.
유진이 떠난 주역 매니지먼트 사무실은 적막에 휩싸였다.
잠시 후.
“오빠. 봤지?”
먼저 입을 연 것은 장미소였다.
“응, 봤지. 알아. 쟤 비주얼도 좋고 연기력도······아역치곤 미쳤다는 거.”
차동석도 동의했다.
그러자 장미소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매력 말이야.”
“뭐?”
“오빠가 요구한 키워드. 그거 진짜 말도 안되는 거였거든.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해냈잖아. 거기다가 감정 쌓고 마지막에 감정 토해내는 거 봤지?”
잘 생겼다고.
연기를 잘 한다고 스타성이 생기는 게 아니다.
그것들을 이용해,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것.
그게 바로 스타성, 매력이다.
“자기가 어떻게 해야 돋보일지 알고 있어. 그 어린애가.”
귀여운 아이를 보고 마음을 빼앗길 법도 한데.
장미소는 철저히 유진의 가능성, 상업성을 보고 판단 중이다.
“거기에 비주얼이랑 연기력도 갖췄어. 키워볼만 해.”
사업에 관해선 누구보다 냉정한 게 장미소다.
아까 전만 해도 주역 매니지먼트를 접을 생각도 하고 있었으니.
그런 장미소가 유진의 성공을 보증하고 있다.
“사실 오빠도 눈치챘지? 걔가 뜰 거라는 거.”
뜨끔한 차동석이 움찔 몸을 떨었다.
“DV 엔터에서 오빠한테 못할 짓 한 거 알아. 하지만 어른들이 문제였지, 애들이 잘못한 거 없잖아. 오빠도 애들이랑 행복했잖아.”
인상이 험하고 까칠해 보이는 차동석이지만.
의외로 여린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아이를 무척 좋아하기도 했고.
애초에 차동석이 DV엔터를 나온 이유.
그건 아역배우 처우 개선을 요구했기 때문.
그만큼 차동석은 아이들을 아꼈다.
“우리 손으로, 제대로 키워보자고. 가능성 넘치는 어린애를.”
사실 유진의 연기를 본 이후부터.
차동석은 계속 심장이 뛰고 있었다.
머릿속에선 어떻게 유진을 서포트할지.
무궁무진한 계획이 그려지고 있었고.
“······이번엔 뒤통수 안 맞겠지?”
“남들은 자기 아이가 사기당할까 걱정하는데. 우리 남편은 애한테 사기당할까봐 걱정하네.”
그 말에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결국 애 키우는 게 내 일이네.”
차동석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중으로 유진이 아버지한테 연락드리고, 도움될 사람들한테 연락 좀 미리 뿌리자. 바로 도움받을 수 있게.”
곧장 일을 진행시키려는 장미소.
그런데 차동석의 거동이 수상하다.
그 커다란 덩치로 쭈뼛대며 장미소의 옆에 다가갔다.
“크흠! 그, 자기야. 유진이 진짜 귀엽게 생겼지? 그런 애 하나 있으면 어떨까 싶더라.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슬슬 애 낳는 게 어떨까 싶은······.”
그러자 장미소가 싱긋 웃었다.
아니, 분명 웃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 무서운 표정이었다.
“분유값, 기저귀값은 낼 수 있겠어요, 남편님? 우선 사무실 월세부터 해결하고 의논해볼까요?”
“······넵. 마마님.”
차동석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
회귀 전.
“튀면 안 돼! 연기는 자연스러워야 하는 거야.”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갔던 연기학원.
거기서 가르치는 강사마다 유진에게 그리 말했다.
사실, 그 학원은 알고 보니 막대한 돈을 내는 사람을 밀어주고 있었다.
즉, 의도적으로 가스라이팅을 통해 유진을 견제했던 것.
‘그런데 결국 뜨지 않았던 걸 보면, 그냥 안 될 애였던 건데 말이지.’
물론, 유진도 뜨지 못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성적 성격 탓에, 그때의 가르침이 일종의 낙인이 되었다.
결코 튀는 연기를 해선 안된다는 강박.
“우리 아들, 진짜 대단했어! 그 험상궂은 아저씨 있지? 우리 유진이가 연기할 때 콧구멍이 500원만 해지더라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잔뜩 흥분한 건 유진이 아닌 아버지 박태종 쪽이었다.
“와, 진짜? 난 못 봤는데!”
그야 당연하다.
유진은 차동석의 콧구멍을 보는 순간 합격을 확신했으니.
‘그 형이 흥분할 때 버릇이지. 콧구멍이 커지는 거.’
“그런데 저기 괜찮을까? 사무실도 영 썰렁해 보이고. 아빠는 조금 걱정되는데.”
박태종이 걱정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지금 주역 매니지먼트는 폐업하기 직전 상황.
유진도 일부러 그때를 노린 것이다.
차동석 부부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아빠! DV 엔터테인먼트? 거기 알아여?”
“응? 알지! 거기 엄청 유명한데 아니야? 아이돌 막 속해있고.”
“차동석 사장님, 거기서 일하셨대여! 친구한테 들었는데, 차동석 사장님도 엄청 유명하대요!”
유진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로 포장했다.
전생의 기억 때문이라곤 말할 수 없으니까.
“오, 그래?”
그게 먹혔는지, 조금 안심한 표정인 박태종.
아역배우로 활동하기 위해선 갖춰야 할 게 몇 가지 있다.
캐스팅 담당자들에게 줘야 할 사진, 포트폴리오 등.
아역전문 연기학원을 거치지 않는 이상, 돈과 인맥은 필수적이었다.
유진은 그걸 차동석을 통해 해결하려 하는 것이고.
게다가 유진이 회귀 전에 겪어본바.
차동석은 매니지먼트 업계에서 보기 드문 매우 유능한 남자였다.
‘진짜. 내가 아역들 키웠을 때 널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임마, 내가 말이야. 왕년에는 아역배우 계의 이건희, 이재용이었어 임마.’
차동석이 술에 취할 때면 늘어놓던 라떼썰.
그게 현실이 된 것.
굳이 전생의 인연이 아니더라도.
차동석이 DV엔터 아역팀을 혼자 캐리했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인맥과 추진력.
분명 아역 전문 에이전시보다 훨씬 유용할 터.
“우리 아들이 배우가 된다니······아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아빠가 과자 사줄게! 오늘은 특별히 두 개까지!”
“그럼 나 뻥튀기! 뻥튀기요!”
“누굴 닮았는지 우리 아들 입맛이 참 아재같단 말이야. 아, 맞다!”
무언가 떠오른 듯.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박태종.
“학부모 참관 수업 때 들은 적이 있는데. 1학년 학부모 중에 영화감독이 있다고. 아들, 들어본 적 있어?”
“응? 잘 몰르겠어요!”
그렇게 대답한 유진이지만.
“와아, 근데 꼭 만나보고 싶다!”
그 표정은 어딘지 영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