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4화 (4/237)

4화

신국초등학교 1학년 4반.

뒷문을 열고 한 아이가 반으로 들어온다.

이 어린 소녀의 이름은 유신애.

자기가 아는 친구면 달려가려던 아이들.

유신애의 얼굴을 보고선 금세 고개를 돌려버린다.

“유진이가 아니네.”

“유진이는 언제 와?”

조금 주눅이 든 유신애.

조금 처진 발걸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넌 어제 뭐 봤어?”

“파워레인저!”

“유치하게 파워레인저가 뭐니?”

“그럼 넌 뭐 봤는데?”

“음악뱅크!”

“나! 나 봤어! 어제 음악뱅크 소년시대가 맨 마지막이었어!”

아이돌, 만화.

실로 아이들다운 대화 주제.

그렇게 다른 아이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유신애는 책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신애야, 뭐해?”

반 친구 한 명이 유신애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게 뭐야?”

“저, 저리 가!”

“왜 친구들이랑 얘기도 안 하고, 책만 읽어?”

“저, 저리 가랬잖아!”

식은땀까지 흘리며 손을 내젓는 유신애.

“뭘 그리 숨겨? 진짜 이상해!”

그러자 반 친구가 인상을 찡그리며 떠나갔다.

유신애는 한숨을 내쉬곤 경계를 풀었다.

그 품에서 드러난 소설 제목.

<늑대소년의 유혹>이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로맨스 인소.

소설에 이모티콘이 가득 나오며, 실로 오그라드는 대사들이 나오는 그 소설.

‘동화는 이제 다 유치한걸.’

어릴 때부터 책읽기에 푹 빠진 유신애.

동화는 애저녁에 졸업했다.

올해부터 인소에 푹 빠졌다.

거의 활자중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

“나한텐 책만 있으면 돼.”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유신애.

눈치를 보던 유신애는 책을 집어넣고 공책을 꺼냈다.

비뚤빼뚤한 글씨로 쓰여있는 글자들.

유신애가 쓰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가 되려면 관찰력이 중요해!’

유신애가 떠올린 건, 영화감독인 엄마의 당부였다.

‘신애야. 글만 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없어. 친구도 많이 사귀고, 사람들을 관찰할 줄 알아야 해!’

공책에 무언가를 끄적이던 유신에.

곧 슬쩍 얼굴을 가리고선 반을 쭉 훑어보았다.

담임 선생님이 오기 전이라 아이들은 신나게 떠들고 있다.

삼삼오오 저마다 친구들과 모여있

그중 자신의 무리를 끌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있지, 나 이번에 고급반 올라갔다!”

“고그······머? 고구마? 오늘 점심 고구마야?”

“고구마가 아니라 고급반! 야! 나 <아이키움> 다닌다고 했잖아! 거기 고급반 들어갔다고오!”

양진우.

또래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다.

전형적인 골목대장 상이라고 해야할까.

“진우 너 무슨 모델도 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 했지!”

양진우는 아동복 모델 경력도 있다.

물론 단 1회. 심지어 중소기업이었고 지인 찬스였지만 말이다.

“이제 나 곧 테레비에 나올 거야!”

“진우 대단하다!”

“멋있다!”

아무튼.

아이들은 TV에 나온다고 하면 다들 멋있게 본다.

테레비라는 말에 더욱 으쓱해진 양진우.

“그럼! 당연하지!”

“그럼 어디서 나와?”

“응? 크흠, 그, 그건 아직이야! 하지만 이제 얼마 안 남았지! 오디션을 엄청 보러 다닐 거거든!”

“오디션이 뭔데?”

“아무튼, 그런 게 있어!”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양진우는 3개월 만에 초급반에서 고급반으로 올라갔다.

그래도 재능이 있다는 방증.

고급반부터는 학원에서 제공하는 각종 오디션을 볼 수 있다.

오디션 전용 커리큘럼이 따로 존재하고.

‘양진우가 테레비에?’

영화감독인 어머니를 두고 있기에.

배우, 캐스팅. 그런 개념을 확실히 알고 있는 유신애다.

유신애는 자신이 글을 쓰고.

그걸 연기하는 양진우를 상상해봤다.

‘나라면 양진우는 절대 싫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나라면 양진우 말고 다른 애를 쓸 거야.’

예를 들자면.

“어? 유진이다!”

“유진아!”

뒷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유신애가 들어왔을 때와는 명백히 다른 반응.

‘박유진이다!’

그건 유신애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박유진은 1학년 4반의 인기인이었으니.

“안녕! 좋은 아침!”

유진은 해맑게 웃으며 자리로 걸어갔다.

그러자 아이들이 유진의 자리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유진아!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와, 유진이 맬빵바지다! 짱 멋있다!”

“얘! 유진인 언제나 멋있었거든?”

“유진아! 사탕 먹을래? 나 두 개 사왔어!”

순식간에 북적이기 시작한 유진의 주변.

특히 여자아이들이 많았다.

“여자애들은 왜 저리 박유진을 좋아해?”

“멋있잖아.”

“어디가?”

“얼굴이.”

“저게? 우리 반 여자애들 눈 엄청 낮아. 아이돌 엑소즈가 훨씬 멋있거든?”

그리고 거기서 소외된 아이들은 또 유진에 대해 떠들었다.

유진이 등장한 순간부터.

학급의 대화 주제가 모두 유진으로 바뀐 것.

“이씨!”

관심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것인지 씩씩대던 양진우.

그리곤 곧 유진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야! 박유진! 나 이번에 고급반 갔다?”

모여있는 애들을 밀쳐내고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웅성대면서도, 양진우의 덩치에 밀려났고.

“그래, 축하해! 잘 됐다.”

유진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곧 테레비에도 나올 거야! 부럽지?”

“응. 부러워! 텔레비전 나오면 꼭 말해줘야 해?”

“그래! 난 대단하니까!”

유진이 순순히 부럽다고 해서일까.

양진우는 그제야 만족했는지, 씨익 웃으며 돌아갔다.

“양진우 진짜 별로야! 무식하게 힘만 쎄서는!”

“유진이는 진짜 대단하다. 나라면 양진우한테 저리 가라고 소리쳤을 것 같아.”

웅성대는 여자아이들.

유진은 그저 헤헤 웃을 뿐이었다.

“······.”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유신애.

곧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소설 노트를 펼쳤다.

노트의 첫 장엔 캐릭터들의 이름과 나이 등, 설정이 적혀있었다.

<여주 : 배우 이주아>

<서브남주 : 배우 이성호>

그리고 캐릭터마다 달아놓은 배우의 이름.

유신애가 꾸린 가상 캐스팅이었다.

<남주 : 박유진(고등학생이 된)>

박유진의 이름은 지우개로 몇 번이나 지웠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나도 유진이랑 친해지고 싶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유신애.

유신애와 유진의 자리는 끝에서 끝.

고민하던 유신애지만 차마 발길을 떼지 못했고.

“자, 다들 자리에 앉아요!”

그 사이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수업 몇 개가 지나가고, 점심을 먹고.

이어진 국어 시간.

“자, 오늘 교과서는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글을 한 번 써볼까요? 2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발표하기로 해요!”

아이들은 모두 거침없이 미래의 자신을 써내려갔다.

“그럼 발표해볼 사람?”

척!

손을 드는 아이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손을 든 것은 유진이었다.

“20년 뒤, 저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조리 빼앗는 엄청난 연기자가 되어있습니다! 아무런 사건사고도 일으키지 않고, 상도 엄청 많이 받을 거예요!”

또박또박 말하는 유진.

그러자 아이들이 와, 하고 박수를 보냈다.

“여러분. 축하해줘야 할 일이 있어요!”

담임 선생님이 짝, 하고 박수를 쳤다.

“유진이가 글쎄 배우가 됐대요! 기획사에 들어가서, 곧 여러분이 좋아하는 아이돌처럼 TV에 나올지도 몰라요!”

아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알려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박태종이 담임 선생님께 연락했던 것.

“우와아!”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유진은 ‘고마워!’라고 외치며 친구들에게 인사했다.

단 한 명.

양진우만이 씩씩 화가 났다.

둘은 가까운 자리였기에 양진우는 몸을 뻗어 유진에게 물었다.

“야, 박유진! 언제 학원을 다닌 거야?”

“난 학원 안 다녀.”

“그럼?”

“그냥 오디션 봤어. 그리고 붙었어!”

양진우는 몇 달 동안 학원을 다녀서 겨우 고급반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유진은 그냥 오디션을 봤다니!

물론 작품 오디션과 소속사 오디션은 별개지만.

그런 걸 지금 8살이 신경이나 쓰겠는가.

양진우는 질투심에 부들부들 떨었다.

“나도 대단하지? 그치?”

아까 양진우가 했던 말과 똑같다.

박유진은 손으로 V를 만들며 웃었다.

“와, 대단하다!”

“유진아! 나 나중에 에이파 사인받아다 줘!”

“방송국 가면 피카츄 만날 수 있다는데! 피카츄 사진 찍어와라!”

“바보야! 피카츄는 그냥 그림이거든?”

유진에게 쏟아지는 아이들의 동경 어린 눈빛.

그리고 순수한 요청.

“으응, 별 거 아니야. 아직 나도 방송국 안 가봤어.”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유진의 어깨가 제법 들썩이고 있었다.

잔뜩 고조된 분위기.

“자, 그럼 마지막으로 신애가 한 번 발표해볼래?”

선생님이 제 이름을 부르자 유신애는 눈치를 잔뜩 봤고.

선생님이 재촉하자 쭈뼛대며 일어섰다.

하지만 발표문을 읽지 못하고 계속 우물대기만 했다.

“유신애 또 저러네?”

“발표시키면 맨날 벌벌 떨어!”

아이들이 쑥덕대는 소리.

그 소리 하나하나가 유신애를 압박해왔다.

“자, 다들 조용! 신애가 발표할 수 있도록 해줘야죠!”

선생님이 아이들을 자제시켰지만.

벌벌 떨리기 시작한 가슴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순간.

유신애는 저도 모르게 유진 쪽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유진의 입술이 작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화이팅!’

유신애가 보기에.

유진이 제게 그렇게 속삭인 것만 같았다.

그에 용기를 얻은 듯.

침을 꿀꺽 삼킨 뒤, 유신애는 겨우 입을 열었다.

“20년 뒤의 내 모습은. 그, 엄마가 영화를 찍고, 저, 저는 작가를 해요. 같이 영화를 만들어요.”

“오, 굉장하네! 신애 어머니가 영화를 만든다고 하셨지?”

“네? 아, 네! 어, 엄마가 영화감독이에요.”

오오오!

영화감독이라니 아이들이 또 웅성댄다.

그런 와중에.

“찾았다.”

유진만 다른 의미의 탄성을 내지르는 중이었다.

*

회귀하기 전.

영화 <도적들>의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유진이 주연 캐릭터 중 하나에 응시했고.

‘다른 캐릭터 연기도 가능해요?’

‘네! 가능합니다!’

감독의 요구에 따라.

유진은 <도적들>에 출연하는 거의 모든 남자 캐릭터를 모두 연기했다.

하지만.

‘연기를 못 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엄청 잘해요.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작품 속 인물들하곤 안 맞네.’

유진의 연기를 모두 지켜본 뒤.

감독은 그리 말했다.

‘다음 작품에선 쓸 수도 있으니까. 그동안 연락하면서 지내요. 좋은 배우 같아서.’

그렇게 두 사람은 가끔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유진이 그 감독 작품에 참여하는 일은 없었다.

기본적으론 친절하지만, 자기 작품엔 매우 깐깐하고 냉정한 사람이었으니.

‘욕심을 좀 내요, 유진 씨. 유진 씨 연기는 배역에 배우가 먹혀버렸어. 그게 비중도, 임팩트도 없는 조연인데도. 배우가 있고 배역이 있는 거지, 배역이 있고 배우가 있는 거 아니잖아.’

그게 바로 영화감독 최희숙.

독립영화부터 시작해, 상업영화의 성공신화를 쓰는 여성 영화감독.

‘우리 딸이 유진 씨를 알던데?’

‘저를요?’

‘초등학교 때 유명했다면서요? 잘 생긴 거로. 아니, 애가 잘생기면 얼마나 잘생겨서 초등학교 때부터 유명해? 그래서 졸업앨범을 봤더니. 와! 진짜 잘 생겼던데? 그런데 지금은 왜 이리 삭았어요? 완전 다른 사람이네!’

‘하하.’

‘어휴, 아깝다. 그때 유진 씨를 알았으면 좋았을걸. 우리 딸이 1학년일 때쯤인가? 마침 그때 아역이 필요했거든요. 물론 그때 유진 씨는 너무 예쁘장해서, 내 영화랑 안 맞았을 것 같긴 한데······.’

다만 최희숙의 딸 이름은 듣지 못했다.

게다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만 알았지, 다른 정보는 없었고.

‘그런데 설마 그 애가 지금 같은 반일 줄이야.’

수업이 끝난 뒤.

자신에게 몰려드는 아이들에게 잘 가라며 일일이 인사하던 유진.

그는 곧장 자신과 극단에 있는 끝자리로 걸어갔다.

“신애야!”

조용히 소설책을 책가방에 넣던 유신애.

유진의 부름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는.

“있지, 나 오늘 너희 집에 놀러 가도 돼?”

“엑?”

몸이 진동 모드라도 된 것처럼 부르르 떨렸다.

“자. 얼른 가자!”

유신애가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유진은 이미 결정된 것처럼 앞질러 걸어갔다.

어안이 벙벙해진 유신애가 움직이지 않자.

다시 유신애의 곁으로 돌아온 유진.

“혹시 안 돼? 응?”

유신애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묻는 유진.

그러자 유신애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으, 응. 괜찮아.”

“아싸! 얼른 가자!”

정신을 차렸을 때.

유신애는 유진과 함께 집으로 가고 있었다.

“이게 꿈은 아니겠지?”

동경하던 유진이 대뜸 집으로 놀러 온다니.

친하기는커녕 말 한마디 안 나눠본 것 같은데.

“꿈 아니야!”

함께 걸어가던 유진이 웃으며 얘기해줬고.

유신애는 또 다시 부르르 떨었다.

“혹시 졸려? 잠을 얼마 못 잤어?”

“아, 아냐. 그런 거.”

너무 떨리는 유신애.

게걸음으로 유진에게서 떨어지려 하면.

유진은 성큼성큼 다가왔다.

“유, 유진아.”

“응?”

“그런데, 가, 갑자기. 우리 집엔 왜 놀러온다는 거야? 우리, 별로 안 친하잖아.”

그렇게 말하곤.

실수했다는 것처럼 제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는 유신애.

그리곤 눈동자를 굴리며 유진의 눈치를 살폈다.

“음.”

하지만 유진은 티끌 한 점 없는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물론 유진의 목적은 확고했다.

‘옛날의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도움이 될 테니까.’

회귀 전 어린 시절.

유진은 아싸 그 자체였다.

그때도 외모 때문에 관심을 많이 받긴 했으나.

그 시절엔 그런 관심들이 부담스러웠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사소힌 일에도 벌벌 떠는 유신애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 다 왔어.”

오래된 빌라의 2층.

그곳이 최희숙과 유신애의 집이었다.

‘유진 씨는 참 애매해. 주, 조연으로 쓰기엔 애매하고, 단역으로 쓰기엔 아까워.’

최희숙이 사는 집.

그 문 앞에 서자, 최희숙이 했던 말이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최희숙은 유진의 연기 열정과 노력하는 자세는 매우 높게 샀다.

그러나 결코 자신의 영화에는 쓰지 않았다.

한 마디로 계륵 취급.

그게 서운하거나 싫었던 적은 없다.

다만, 한 번만이라도 기회가 오길 바랐을 뿐.

“유, 유진아. 왜 그래?”

“응? 내가 뭘?”

“표정이 뭔가, 좀 무서워서.”

“내가?”

유신애의 말을 듣고 제 볼을 어루만지던 유진.

곧 평소처럼 해맑게 웃었다.

“너희 엄마 만날 생각에 조금 긴장했나 보다!”

“기, 긴장해? 유진이 너도 긴장을 하는구나.”

“그럼. 엄청 만나보고 싶었던 분이거든.”

“······우리 엄마를?”

“응!”

그 말이 무슨 뜻일까.

유신애는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매우 긴장한 얼굴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어, 엄마. 나 왔어요.”

집 안으로 들어간 유신애와 유진.

그러자 안방에서 산발의 여자가 걸어나왔다.

“그래, 신애 왔구나. 음?”

유진을 발견하고 띄운 물음표.

유진은 꾸벅, 90도 폴더인사를 했다.

어찌나 박력 넘치는 인사인지.

등에 멘 책가방이 크게 흔들렸다.

“안녕하세요! 신애 같은 반 친구 박유진이라고 합니다아!”

긴장했다는 말과 다르게.

유진의 얼굴은 천연덕스럽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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