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5화 (5/237)

5화

“시, 신애 친구? 어서 들어오렴!”

유신애의 집은 그리 크지 않았다.

오래된 빌라 특유의 느낌이 나기도 했고.

물론 단칸방에 사는 유진네보단 사정이 낫긴 하지만 말이다.

집안을 둘러보며 유진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와, 집이 엄청 좋네요.’

‘아, 여긴 작업실이에요. 집은 따로 강남에 있고.’

‘지, 진짜요?’

‘그럼 가짜겠어요? 원래 작업실을 따로 가질 생각은 없었는데, 우리 딸 때문에······뭐. 아무튼 그런 일이 있어요.’

회귀 전 유진과 최희숙이 나눴던 대화.

유진이 봤던 건 성공한 최희숙의 모습뿐이다.

멋들어진 작업실을 가지고 있고, 그보다 으리으리한 집을 가지고 있던.

‘그땐 정말 대단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실제로 대단한 사람이 맞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영화제에서도 몇 번 상을 받았다.

해외 영화팬들 사이에서도 매니아층을 형성할 정도였으니.

그러나 지금은 열심히 다른 감독 밑에서 구르다 독립한, 초짜 영화감독일 뿐이다.

아직 명예도, 돈도 없는.

“잠깐만. 아줌마가 금방 화장실 좀 다녀올게.”

머리는 산발에, 밤을 샜는지 초췌한 얼굴.

딸 친구에게 보여주긴 부끄러웠는지.

황급히 화장실에서 머리를 묶고, 가볍게 화장을 하고 나왔다.

“유진이라고 했지? 잘 왔어! 신애가 친구를 데려온 게 처음이라서.”

“어, 엄마!”

그저 소심한 제 딸에게 친구가 생긴 걸 기뻐하는.

그런 평범한 엄마이기도 했다.

소심한 딸이 혹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까 걱정했던 모양.

‘그건 성공하기 전이나 후나 똑같으시구나.’

그때나 지금이나 딸 얘기만 하면 눈빛이 부드러워진다.

엄마를 일찍 잃은 유진으로선 뭉클해지는 느낌.

“신애 친구 많아요! 근데 제가 제일 친해요. 그래서 놀러왔어요!”

엄마 앞에서 유신애의 기를 살려주려 한 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최희숙은 작게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어머, 그게 정말이니? 아이고. 신애가 학교나 친구 얘기는 전혀 안 해서.”

오히려 유진의 말에 놀란 것은 유신애 쪽이었다.

학교에서 친구라고 부를 애도 없고, 유진과 말을 섞은 것도 오늘 처음이었다.

그래서 영문도 모르고 눈만 끔뻑일 뿐.

유진은 그런 유신애에게 찡긋 윙크를 보냈다.

“내 정신 좀 봐! 뭐라도 간식을 줘야하는데, 아줌마가 장을 안 봐서. 집에 먹을 게 없네. 혹시 고구마 좋아하니?”

“네! 좋아해요!”

곧 최희숙은 소쿠리에 고구마를 담아왔다.

크기도 제각각에 여러모로 못생긴 고구마들.

그리 식욕을 자극하는 비주얼은 아니었다.

“잘 먹겠습니다아!”

하지만 유진은 혼자 껍질도 잘 까고, 냠냠 잘만 먹었다.

최희숙은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아이고, 유진이는 고구마 잘 먹네. 시골에서 보내준거야. 우리 신애는 과자만 좋아해서 잘 먹지도 않는데.”

“어, 엄마아!”

뭐가 부끄러운지.

울먹이며 엄마를 쿡쿡 찔러대는 유신애.

하지만 최희숙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딸이 친구를 데려온 게 기쁜지 꽤 신난 모양이다.

“유진이는 뭔가 인기가 많을 것 같네? 예쁘다는 말 많이 듣지?”

“헤헤, 감사합니다!”

“유, 유진이 반에서 인기 엄청 많아.”

“오, 정말이니?”

“반 친구들이 모두 착해요!”

고구마를 까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지만.

최희숙이 바라보지 않을 때.

유진은 곁눈질로 식탁 끝을 흘겨보았다.

두툼한 종이뭉치.

가장 윗장엔 커다란 글씨로 <리플레이>라 적혀있었다.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그 종이뭉치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유진.

“저 잠시 화장실 다녀올게요!”

갑자기 손을 번쩍 들고 소리치는 유진.

“화장실 어디에 있어요?”

“그래. 흰색 문 보이지? 저기란다.”

“감사합니다!”

의자에서 내려온 유진.

식탁을 빙 돌아 화장실로 달려가려는데.

“앗!”

급하게 달려가던 탓일까.

책상 끝에 걸려있던 두툼한 종이봉투를 건드려버렸고.

“앗!”

곧 대본이 바닥으로 엎어졌다.

다행히 철을 해둔 덕에 대본이 흩어지진 않았다.

다만 종이뭉치가 무거웠는지, 유진도 풀썩 바닥에 쓰러졌다.

“죄송합니다아······.”

유진은 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러는 사이 화들짝 놀란 최희숙과 유신애.

두 모녀가 유진에게 달려왔다.

“유, 유진아. 괜찮아?”

“유진아! 미안하구나. 안 다쳤니? 방에 뒀어야하는데, 아줌마가 실수했어. ”

최희숙은 오히려 유진에게 사과했다.

아이들이 있는데, 위험하게 두터운 종이 뭉치를 식탁 끝에 놔뒀으니.

그래.

최희숙과 유신애에겐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어? 이거 대본이에요?”

최희숙에게 종이뭉치를 내밀며 소리친 유진.

마치 신기한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눈에 이채가 돌았다.

“어? 그걸 어떻게 알았니?”

최희숙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이런 거 우리 회사에 많거든요!”

“우리 회사?”

“유, 유진이 배우야. 기획사였나······? 아무튼 거기 들어갔대.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이 말해주셨어.”

유신애가 거들었다.

그러자 짝, 박수를 치며 놀라는 최희숙.

“오, 그래? 유진이 아역배우였니? 와, 진짜 잘 어울린다! 하긴, 생긴 게 워낙 예쁘니까.”

“넵! 감사합니다! 저, 혹시 이거 읽어봐도 돼여?”

“음? 꽤 어려울텐데······아니다. 마음대로 하렴.”

유진이 대충 훑어보다 말 것이라 생각했는지.

최희숙은 흔쾌히 대본을 내밀었다.

“그럼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유진은 대본을 품에 꼬옥 안았다.

그게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대로 화장실로 도도도 뛰어간 유진.

변기 커버 위에 앉은 뒤.

대본을 유심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역시. 이거 <리플레이>의 대본이었구나.”

순진했던 유진의 얼굴이 확 변했다.

분석을 하는 것처럼 차가워진 표정.

유진은 빠르게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이미 영화로도 몇 번이나 봤던 작품.

그리고 연습벌레인 유진이 일찍이 습득한 속독.

그 덕에 유진은 두툼한 대본을 단숨에 완독했다.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쉰 유진.

다시 첫장으로 돌아와 글자들을 살폈다.

[영화 <리플레이> 대본

기획의도

희대의 범죄자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악했는가?

혹은 사회가 그들을 범죄자로 만들었나?

그에 대해선 누구도 섣불리 답을 내릴 수 없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던질 뿐이다.

‘악이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영화는 미제사건의 연쇄살인범이 자신의 인생을 반추해보는 이야기다.

9세, 19세, 29세.

세 번의 변곡점이 되는 사건들.

관객들은 이를 지켜보며 답을 얻는 것이 아닌.

아주 불쾌한 질문과 맞딱뜨리게 될 것이다.]

기획의도부터 상업성이라고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지극히 독립영화다운 이야기다.

관객들에게 불쾌한 질문을 던진다니.

이 얼마나 도발적인가?

“하지만 훌륭한 영화였지.”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를 통해 최희숙은 상업영화로 진출하게 되고.

여기서 유진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다시 봐도 아역의 역할이 상당해.”

인생을 되돌아보는 영화답게, 아역도 등장한다.

분량이 아주 많진 않지만, 시나리오상 초반부에 등장한다.

즉, 관객을 영화로 빨아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

[평론가 유다미

별점 ★★★★☆ 8/10

근래 한국영화계의 가장 인상적 데뷔! 불편한 질문을 던질 줄 아는 감독의 등장. 악을 탐구한다는 보편적 소재를 극한까지 밀고 간 뚝심이 인상적이다. 다만 아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옥에 티. 초반부의 집중력이 모두 깨질 정도.]

본래 <리플레이>의 아역을 맡은 배우가 매우 혹평을 들었다.

아역만 제대로 뽑았어도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들었을 거란 평이 대다수.

“최고의 데뷔작이 되겠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유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누가 봐도 어린이인 유진의 모습이었으나.

그 눈동자만큼은 생생한 어른의 것이었다.

그때.

똑똑!

“유진아, 괜찮니? 혹시 배가 많이 아파? 고구마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노크 소리와 함께 최희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 시간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으니 걱정되는 모양.

유진은 웃으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죄송합니다아! 이게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두툼한 대본을 꼭 껴안고.

유진은 천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재, 재밌다고?”

최희숙은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어린애가 이해하기엔 난해한 스토리와 구성이었으니.

“넵! 특히 주인공이 친구와 말다툼 하는 장면이요!”

“뭐? 그 장면이 왜?”

“음, 거기가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막, 막 긴장된달까?”

최희숙의 눈동자가 커졌다.

정작 딸인 유신애는 엄마와 유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

‘놀랄만하지. 대본에서 아역이 담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짚었으니까.’

다소 느릿하고 굼뜬 어린시절을 보낸 주인공.

그런 주인공은 또래친구들에게도 놀림의 대상이다.

그런데 어느 날.

주인공을 놀리던 친구가 선을 넘는 행동을 하고.

주인공은 자신을 놀리는 아이의 손목을 붙잡는다.

놔달라고 애원하고, 울어도 놔주질 않는다.

마치 부러뜨릴 것처럼, 아주 강하게.

처음으로 주인공이 내면의 ‘악’과 마주하는 장면.

영화의 분위기가 바뀌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이거 연기하면 진짜 재밌겠다!”

마치 새로운 게임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말하는 유진.

최희숙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

최희숙.

오늘 그녀는 여러 번 놀랐다.

‘신애한테 이런 훌륭한 친구가 있었다니! 우리 신애가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나 보네?’

처음엔 어머니로서.

‘그런데 유진이. 애가 어쩜 이리 예쁠까?’

둘째는 그냥 개인 최희숙으로서.

‘얘······대체 뭐지?’

셋째는 감독으로서.

‘그 짧은 시간에 대본을 다 보고, 작품의 핵심장면을 짚어낸다고? 8살짜리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작가를 꿈꾼다는 제 딸도 재미없다며 던져버린 대본이 아닌가.

‘뭔가 상황이 묘해.’

이렇게 훌륭한 아이가 사실 아역배우였고.

하필 영화감독인 제집에 놀러 왔다.

그리고 대본에 흥미를 보여, 참여하고 싶다 욕심을 낸다?

‘설마 내가 영화감독이라는 걸 알고서 일부러 신애에게?’

그런 의심이 들다가도.

‘에이, 설마. 이제 8살짜리 아이인데.’

아무리 그래도 저런 애기에게 무슨 의심을 하겠나.

저 순진한 얼굴이 연기가 아니라는 가정하에 말이다.

“유진아. 기획사에 들어갔다고 했지? 혹시 그 기획사가 어디니?”

“주역! 주역 매니지먼트요. 차동석 사장님이 저 뽑아주셨어요! 오늘 전화 받았어요!”

방방 뛰며 자랑하는 유진.

‘처음 듣는 기획사는 아니야.’

몇 년 전만 해도 꽤 좋은 배우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니.

다만 재계약 시즌에 배우를 다수 떠나보냈다.

때문에 요즘 조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들었다.

‘아역 에이전시로 방향을 튼 건가?’

아무튼.

최희숙은 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감독 최희숙으로서.

‘역할에 어울릴만한 비주얼은 아니야.’

‘악’을 그려내기엔 유진은 너무 예뻤다.

무엇보다.

저렇게 해맑게 웃는 아이가 과연 살인마의 아역을 연기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앞섰다.

‘하지만 기회 정도는 줘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대본을 빠르게 읽어내는 속독.

그러면서 핵심을 짚어내는 통찰력.

아역배우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다.

무엇보다.

제 딸이 집에 데려온 첫 번째 친구 아닌가.

“······.”

잠시 고민하던 최희숙.

그녀는 곧 방 안으로 들어갔다.

곧 프린터기가 작동하는 듯 우웅거리는 소리가 울리더니.

“유진아. 집에 가면 부모님께 이거 보여드려.”

최희숙이 뽑아온 것.

그것은 <리플레이>의 아역 오디션 공고였다.

투박한 디자인을 보니 아무래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던 모양.

“유진아. 이 대본, 재밌다고 했지?”

“넵!”

“아줌마도 유진이랑 같이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그러려면 오디션을 봐야 하는데, 어때. 와줄래?”

그러자 유진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넵! 감사합니다아! 저 그리구! 대본 가져가도 돼요?”

물론, 지금은 8살의 어린아이로서 행동해야 하지만.

“그럼. 그런데 무겁지 않겠니?”

“괜차나여! 아, 저 이제 신애랑 놀아도 될까요?”

유진은 재빠르게 대화 주제를 바꿨다.

더 이상 최희숙에게 위화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신애랑 놀려고 왔는데! 신애야! 유진이랑 둘이서 재미있게 놀렴. 무슨 일 생기면 엄마 부르고. 알았지?”

그제야 자리를 비워준 최희숙.

유신애는 유진을 제 방으로 데려갔다.

“유진아. 너 진짜 대단하다.”

유진이 방을 구경하는 와중.

유신애가 감탄하며 말했다.

“나, 난 우리 엄마 글 읽어도 잘 모르겠던데.”

“음? 난 신애 네가 더 대단한 거 같아! 책이 엄청 많잖아.”

유진의 말대로.

유신애의 방 책장엔 책이 가득 꽂혀있었다.

물론 대부분 인소를 비롯한 로맨스 소설이었고.

“와, 너 소설 좋아하는구나. 어? 혹시 직접 소설도 써?”

책상에 펼쳐진 노트.

거기엔 유신애가 손수 쓴 소설이 적혀있었다.

저도 모르게 그 소설을 읽던 유진.

“보, 보면 안 돼!”

유신애는 황급히 공책을 가렸다.

아무래도 자신의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게 부끄러운 모양.

“왜? 진짜 재밌는데!”

“어, 응...? 재밌다고...?”

“응! 캐릭터들이 막 싸우는데, 어떻게 될지 뒷내용이 궁금해!”

빈말은 아니었다.

‘분명 유치한데 대사가 되게 맛깔나.’

인소답게 학교 짱과 평범한 여자애의 이야기로 보였다.

엄청난 단문에 묘사는 거의 없다.

그런데 캐릭터들의 대사가 톡톡 튀고 매력적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 썼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

‘앞으로 잘만 하면 꽤 훌륭한 작가가 되겠는데. 모전여전인가?’

“저, 정말...?”

“응! 더 봐도 돼?”

“그, 그럼. 조금만...”

유진의 칭찬에 유신애도 용기가 난 모양이었다.

유신애는 자신이 소설을 쓴 노트를 모두 꺼내줬다.

“음?”

그런데 그 노트들의 표지.

거기에 공통적으로 커다랗게 글씨가 쓰여있었다.

문제는 그 글씨가 유진에겐 매우 익숙했던 것.

“······신애야. 혹시 이건 뭐야?”

유진이 글씨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 그건. 내가 나중에 작가가 되면 쓸 필명이야.”

노트에 쓰여있는 건 ‘샤샤토끼’라는 닉네임.

유진은 입이 떡 벌어지려던 걸 겨우 참았다.

‘나중에 작가가 되면 쓸 필명? 설마 유신애, 얘가 진짜 샤샤토끼란 말이야?’

샤샤토끼.

훗날 로맨스 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작가다.

쓰는 작품마다 히트를 치는 초히트 작가.

드라마화와 영화화까지 활발하게 이뤄지고, 대부분 흥행에 대성공한다.

하지만 그 어떤 대외활동도 하지 않아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다.

사생활 노출을 극히 꺼린다고 알려졌으니.

‘그게 설마 최희숙 감독의 딸, 유신애였다니!’

그야말로 상상도 못한 일이다.

미래의 흥행 감독 최희숙.

훗날 최고의 로맨스 작가가 되는 샤샤토끼, 유신애.

“신애야. 우리 진짜 친하게 지내자! 너랑 나랑 깐부야! 약속!”

유진은 느닷없이 유신애에게 약속을 받아냈다.

“약속! 약속! 새끼손가락 걸고! 도장 찍고! 무르기 없기야?”

유신애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반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유진.

그런 유진과 하루아침에 깐부인지 뭐시긴지를 맺게 된 것이다.

"우린 어른 돼서도 친구야! 알았지? 응?“

마치 그녀가 보던 인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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