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7화 (7/237)

7화

“저, 아버님.”

유진의 사진촬영을 지켜보고 있던 차동석.

그가 박태종을 향해 물었다.

“혹시 유진이, 키즈모델 활동한 적이 있습니까?”

“아, 아뇨. 전혀요. 돌 때 빼고는 사진관 한 번 가본 적이 없는 애인데.”

“······그런데 저렇게 자연스럽다고요?”

차동석은 불가사의하단 표정을 지었다.

연기를 잘하던 아역들도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부끄러워한다.

자기 자신이 카메라에 어떻게 담길지.

그걸 상상하기 어려워하니까.

그래서 이러 경우 보통 부모님이 많이 개입한다.

아이에게 알아듣기 쉽게 조언할 수 있는 게 바로 부모님이니까.

‘엄마보고 웃어봐. 응, 이는 숨기고. 그렇지, 응! 우리 아들 긴장하지 말고!’

이런 식으로.

그러나 유진에게선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포즈 다르게 해볼게요!”

자신이 촬영을 주도해내가고 있다.

정면, 측면 가리지 않았고.

표정 또한 다양했다.

다만.

“그, 그런데 저 작가님 표정, 괜찮은 거 맞나요?”

박태종이 걱정스레 물었다.

그의 말대로 제이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셔터를 누르다가도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다.

정확히는, 카메라가 담고 있는 유진을 노려보고 있는 것.

“미소 씨!”

그때.

갑자기 제이미가 장미소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뭐지?”

“유, 유진이가 마음에 안 드는 걸까요?”

“적극적으로 하는 걸 안 좋아하나?”

돌발행동에 장미소를 비롯한 일행은 모두 흠칫 놀랐다.

촬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할지도 모른다.

장미소가 아는 제이미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인물이었기에.

하지만 장미소는 티내지 않고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작가님?”

“안 되겠어요.”

그런 예상이 들어맞는 듯.

곁으로 다가온 제이미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저 모델, 이후 스케줄 있어요?”

“네?”

“스케줄.”

갑자기 스케줄을 묻다니. 무슨 일일까?

게다가 유진을 호칭하는 말이 ‘모델’로 바뀌었다.

그에 대한 대답을 한 건 유진의 아버지, 박태종이었다.

“아, 아뇨. 없습니다만.”

그러자.

“좋아. 그럼 옷 바꿔서 몇 개만 더 찍어야겠어.”

“······네?”

“우리 모델이 다른 옷을 입고 찍어보고 싶다네. 시간 괜찮은 거 맞죠?”

“네. 저희야 되는데, 작가님께서······.”

“현미 실장! 우리 모델을 위해서 옷 좀 준비해줘! 그리고 조명이랑 배경도 바꾸고. 서둘러!”

“네네, 그럽죠.”

멀리 있던 오현미가 흐느적거리며 의상실로 향했다.

그제야 주역 매니지 일행은 제이미의 표정을 확인했다.

흥분한 것처럼 잔뜩 상기된 얼굴이었다.

“흥. 애가 자신감이 넘쳐서 한 번 보는 것 뿐입니다. 별 의미는 없어요.”

그러나.

나름 자존심이 있는지 담담한 척하는 제이미.

“꺄아!”

그때.

갑자기 촬영장 한쪽에서 터져나온 비명.

그곳에는 야구점퍼 등, 캐주얼한 차림으로 나온 유진이 있었다.

"와, 쟤 뭐야?"

"미친. 강아지 아니야?"

"애가 뭐 저리 몽글몽글 말랑말랑해보이지? 한 번만 안아보고 싶어!"

그 모습에 스튜디오 직원들도 난리가 난 것.

물론 제이미의 눈빛 한 번에 모두 합죽이가 됐지만.

아무튼.

유진의 분위기에 맞춰 스튜디오 조명과 소품 등도 바뀌었다.

“좋아. 다음에는 쾌활한 느낌으로!”

카메라를 들고 후다닥 달려가는 제이미.

그 모습을 보던 차동석이 피식 웃었다.

“우리 꼬맹이가 사람 하나 홀린 모양이네.”

“네?”

“저 예민한 양반이 시간까지 물어봤잖아요? 불붙었다는 거죠.”

그 말대로.

유진은 여유 넘치게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오히려 제이미가 잔뜩 안달이 난 것 같은 모습.

“제이미 작가님 저렇게 몰입하는 거 처음 봤어요.”

장미소가 말했다.

“저, 정말인가요?”

“원래 엄청 깐깐해서, 이렇게 촬영장에서 속닥거리는 것도 못 참거든요. 지금 완전 집중했다는 증거죠.”

그러자 박태종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도 깐깐한 사람이라기에 걱정했다.

제 아들이 똘똘하긴 해도 아이는 아이가 아닌가.

무서운 사람 앞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라는 듯.

제이미는 히스테리를 부리긴커녕.

열성적으로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을 뿐이다.

‘얘 대체 뭐야?’

그리고 그런 변화에 가장 놀란 사람.

그건 바로 제이미 자신이었다.

찰칵. 찰칵!

사진작가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언제인가.

완벽한 구도, 완벽한 모델을 통해 완벽한 사진을 남기는 것.

제이미에겐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잠깐, 거기서 스톱! 그대로 자연스레 입꼬리 올리고!”

활발하게 이뤄지는 제이미의 주문.

그것을 찰떡같이 소화해내는 유진.

자연스레 제이미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다른 옷을 입혀보면?

다른 분위기에서 찍어보면?

‘성인이랑 작업하는 것 같아. 아니, 성인 때도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이야.’

맨 처음, 청바지에 흰티의 베이직한 분위기.

거기선 유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묻어나왔다.

사실 B컷이랄 것도 없이, 매 샷이 수준급이었고.

본래 빠른 작업을 통한 칼퇴를 선호하는 제이미였다.

어린애들과의 작업에선 더더욱.

그러나.

‘더 찍고 싶다. 보통 애들과는 전혀 달라. 뭘 더 끄집어낼 수 있을까 궁금해져.’

이번만큼은 달랐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모델, 유진의 분위기가 달라졌으니까.

자연스러움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물감으로 치자면 농도와 같은 것.

제이미의 눈에는, 컷마다 유진이 농도가 다른 자연스러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선 최대한 귀엽고, 사랑스럽게 해봐! 막 신나게!”

“네엡!”

사진을 찍을 때.

모델을 향한 작가의 요구는 다소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 추상적 요구를 내면화시키는 것이 바로 모델이 해야할 일.

‘그런데 저 아이는 완벽히 해내고 있어.’

이러니 제이미가 몰입하지 않을 수가 없나.

오랜만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앞선 촬영은 생긴 게 워낙 예뻐서 가능했다고 쳐. 그럼 완전 상반된 분위기도 가능할까?’

그리고.

그런 제이미의 기대에 부응하듯.

“작가님, 작가님! 이번엔 멋지게 입고 찍어도 돼요?”

유진은 스스로 다른 컨셉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자 제이미가 허, 하고 혀를 찼다.

“여기가 무슨 백화점인 줄 알아? 네가 말하면 다 대령해오게?”

그런 유진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툴툴대는 것 같은 제이미였으나.

“현미 실장! 모델 데리고 의상실 가서 정장 좀 봐줘요!”

자세히 보면 유진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있었다.

잠시 후.

또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온 유진.

이번엔 어린이 정장을 입히고, 머리를 반깐으로 넘긴 스타일.

“······와.”

"뭐야?"

"애가 뭐이리······잘생겼어?"

"나 반한 거 같아.“

직원들은 아까와 다른 의미의 탄성을 내질렀다.

제이미조차 살짝 놀랐을 정도.

잠시 후.

카메라 속 유진은, 완전 딴판이 되어 있었다.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지웠다.

그러자 제법 앙칼진 느낌이 연출되었다.

‘무엇보다, 어린애가 괜히 어른인 척하는 느낌이 아니야.’

어린아이들에게 진지함을 요구하면 으레 나오는.

무게 잡는 어른들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아이의 얼굴에 걸맞는 진지한 표정.

무언가에 집중한 눈빛.

그게 어색함을 날리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냥 귀여운 얼굴인 줄 알았는데, 스펙트럼이 엄청 넓잖아?’

사진작가가 가장 뿌듯한 순간.

한 명의 모델에게서 여러 매력을 뽑아내는 것.

그 매력은 꾸며지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한다.

‘그걸 저 8살짜리가 해내고 있는 거고.’

아주 잠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제이미의 손이 덜덜 떨렸다.

한편.

“제이미 작가님이 흥오른 건 좋은데, 좀 과한 거 아니야?”

사진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던 도중.

차동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분명 주문한 건 프로필용 사진인데.

점점 컨셉사진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아냐, 오히려 좋아.”

하지만 오히려 씨익 미소짓는 장미소.

“이 사진들, 다 활용할 수 있어.”

“그게 무슨 말이야?”

“유진이는 경력이 전무하지. 게다가 아역전문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야. 그렇다고 우리 회사가 아역전문 에이전시인 것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캐스팅 담당자들에게 꼬맹이를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 뭘까?”

“음, 아무래도 프로필 사진이겠지?”

“그래. 그러니까 다양한 분위기와 컨셉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건, 우리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야. 그들이 원하는 분위기와 역할에 맞는 사진으로 어필할 수 있으니까.”

홍보팀 출신 장미소의 판단.

장미소의 말대로.

경력과 인맥이 없는 유진이 캐스팅 담당자에게 눈도장을 찍는 방법.

그게 바로 프로필 사진이다.

눈에 띄어야 오디션 기회라도 받을 수 있으니까.

“그, 그럼 저 꼬맹이가 그걸 다 염두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여러 컨셉으로 사진을 찍는 거고?”

그 말을 들은 차동석이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설마. 학원도 안 다녀본 애가 그런 빌드업을 짠다고? 말도 안돼.”

그렇게 말은 했지만.

장미소 역시 내심 비슷한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그 까칠한 제이미 리와 트러블도 없고. 오히려 자신이 촬영을 주도하는 데다가, 다채로운 컨셉으로 활용도를 높였어. 이게 정말 다 우연일까?’

유심히 유진을 바라보는 장미소.

“으아, 이 옷 너무 답답해애! 겉옷 벗어도 돼요?”

“네가 입고 싶다며. 왜 그렇게 마음대로 행동해? 여기가 유치원이야? 네가 말하면 다 들어주게?”

“벗었다아! 흐아. 이 옷 너무 무거웠어요!”

“이게 보자보자하니까······아니. 잠깐. 그대로 있어! 자켓 벗은 것도 그림이 좋은데?”

그러나 제이미와 유진의 만담같은 대화를 듣고 있자니.

‘우연이겠지, 뭐.’

그렇게 넘겨버리는 장미소였다.

*

“이야. 그렇게 찍었는데 거의 버릴 게 없네?”

사진을 모니터하던 오현미가 감탄을 내뱉었다.

그건 주역 매니지먼트 사람들도 마찬가지.

‘역시 소문이 맞았어. 깐깐한만큼 잘 찍는다고.’

유진 역시 만족했다.

자신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도 있지만.

역시 제이미의 실력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 역시 베이직한 사진이 좋네요. 딱 프로필의 정석 같은 느낌? 게다가 유진이 눈빛도 되게 좋고.”

“난 이거. 꼬맹이 진짜 귀엽게 나왔다고! 야구점퍼에다 반대로 쓴 캡모자. 이 사진을 보건복지부 포스터로 쓰면 대한민국 출산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걸?”

“전 다 좋지만, 이 정장 사진이요. 우리 아들이 이런 분위기도 잘 어울릴 줄은 몰랐네요. 저런 비싼 옷 한 번 못 입혀줬는데······크흑.”

“아, 아버님. 우세요?”

장미소와 차동석, 그리고 박태종까지.

모두 의견이 갈릴 정도로 모두 좋은 사진이 뽑혔다.

“꼬맹아. 넌 뭐가 제일 마음에 드냐?”

차동석의 물음에 유진은 고민없이 답했다.

“음, 다요!”

빈말이 아니었다.

전생에서 유진이 배우가 된 직후 찍었던 프로필 사진.

해당 사진 속 유진은 그야말로 무색무취였다.

스스로 비주얼을 포기해, 다소 후줄근한 인상.

눈치라도 보는 듯 주눅든 표정.

지금 찍은 사진은 예전과는 달리.

유진의 다채로운 매력이 녹아들어 있다.

‘다 마음에 들 수밖에 없지.’

그때와 지금의 프로필 사진.

사진에 찍힌 인물은 같지만.

그 모습은 다른 인물처럼 전혀 달랐다.

“그럼 촬영은 여기까지 하죠. 애도 지쳤을 테니.”

제이미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유진의 프로필 사진촬영이 끝났다.

“작가니임! 감사합니다!”

유진은 제이미에게 꾸벅 배꼽인사를 했다.

꽤 길어진 촬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중간에 쉬지도 않고 촬영을 소화했다.

그를 칭찬해줄 법도 한데.

“너같이 제멋대로인 모델은 처음 봤다.”

“헤헤. 감사합니다!”

“칭찬 아니거든?”

마지막까지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몇몇 사람들은 꽁트라도 구경하는 것처럼 킥킥댔다.

본래라면 짜증을 냈을 제이미이지만.

“······너. 박유진이라고 했지?”

제이미는 쭈그려앉아 유진과 눈높이를 맞췄다.

아까 첫만남 때처럼.

그러나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네엡!”

“너 사진 찍을 일 있으면 삼촌한테 연락해. 민증 사진이든 뭐든 좋으니까. 알겠어?”

그렇게 말하며 유진의 손에 제 명함을 쥐어줬다.

그 모습을 본 스튜디오 내부 직원들이 술렁거렸다.

“작가님이 직접 명함을 줬어?”

“아니,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그 까칠한 제이미 리가 명함을 줬다.

심지어 무슨 사진이든 찍어주겠다고 말하면서.

“알겠습니다아! 제이미 삼촌!”

그 가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유진은 명함을 받은 뒤, 제이미에게 다시 꾸벅 인사했다..

“아빠아!”

아버지인 박태종에게 쪼르르 달려가 팔을 벌렸다.

안아달라는 신호다.

“으쌰! 우리 아들 고생 많았어! 너무 멋있었어! 최고다!”

“아하하, 안 힘드렀어! 재밌었어!”

아버지의 품에서 어화둥둥 받으며 웃는 모습.

카메라 앞에서와는 또 다른, 행복이 깃든 미소였다.

‘저거만 보면 그냥 순진한 어린애인데 말이야.’

평생 독신주의자로 살아온 제이미.

그러나 아버지의 품에서 웃는 유진을 보는 순간.

아이가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휴, 난 저렇게 제멋대로인 애는 싫어!’

물론 아주 잠깐이었지만.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작가님. 갑작스러운 부탁이었는데.”

그런 제이미에게 장미소와 차동석이 다가와 인사했다.

“박유진. 저 애가 이번에 미소 씨 쪽에서 키우는 아역배우인 거죠?”

“네. 잘 하죠?”

“들어가는 작품은 있어요?”

“아뇨. 이제 프로필 돌리려고 사진을 찍는 건데요.”

“아, 그랬죠.”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제이미는 조금 멍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캐스팅 담당자들에게 돌릴 거라 보정은 하지 말아주세요.”

“어차피 보정할 것도 없어요. 내 사진은 완벽하니까.”

“네. 아, 그리고 작가님. 비용 말인데요.”

차동석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예상치 못하게 판이 커져버렸다.

여러 벌의 의상 대여.

거기에 다양한 소품과 조명활용.

장시간의 촬영까지.

돈 좀 깨지겠구나. 그렇게 각오하던 차동석과 장미소였다.

“아, 그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는데.”

그때.

제이미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돈은 안 받겠습니다.”

“네?”

“대신 두 가지만 요청드리죠. 첫째, 회사 차원에서 저 애의 사진 촬영이 필요할 때 무조건 나를 쓸 것. 그리고 오늘 찍은 사진들. 우리 스튜디오 포트폴리오로 사용할 수 있게 허가해줄 것.”

이어진 내용에 차동석은 물론 장미소까지 놀란 눈치.

멜랑꼴리 스튜디오는 예약기간 잡기도 어려운 곳이다.

오늘 촬영의 돈을 안 받겠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 콧대높은 제이미가 유진의 전담 사진작가가 되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물론 제이미의 입장에서도 일종의 투자일 터다.

그는 유진이 앞으로 성공할 거라 생각했고.

그런 유진의 사진 촬영 일감을 자신이 몰아서 받겠다는 셈이니까.

“다, 당연히 되죠!”

주역 매니지먼트로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는 일.

“그럼 세부사항은 차후 따로 논의하도록 하죠. 사진은 추린 다음 빠르게 보내겠습니다.”

“네! 오늘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여! 제이미 삼촌!”

그새 정이라도 들었는지

유진이 나가며 손을 흔들자 제이미는 피식 웃어버렸다.

“이야, 저 유진이란 애가 대단하긴 하네요. 그 왕재수 작가님이 웃을 정도라니.”

“조용히 하고 일이나 해.”

오현미의 딴지에 머쓱해진 제이미.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한 사진에서 시선이 멈춘다.

“흠.”

장미소가 골랐던 오늘의 베스트샷.

캐주얼한 차림으로 찍은 정면샷이었다.

유진의 눈웃음치고 있었고, 그로 인해 귀여움이 극대화 된 모습.

그 누구라도 보는 순간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PD님? 나예요. 제이미.”

무슨 일인지.

아까 대화를 나눴던 PD에게 다시 전화를 건 제이미.

“요즘 비주얼 좋은 아역 찾는댔죠? 사진 하나 보내줄테니까, 한 번 확인해봐요. 얘 아니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뽑을 애 없을 걸요?”

제법 흥분한 제이미의 목소리.

거기엔 확신이 들어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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