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14화 (14/237)

14화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오디션 대본에도 쓰여있는 독백 대사.

본래 주인공이 세상을 향해 토해내는 말이다.

“날 좀 봐. 내가 묻잖아.”

그러나 유진은 대사의 느낌을 조금 바꿔봤다.

허공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최희숙을 응시하며, 공허하게 읊조렸다.

“다들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고.”

최희숙에겐 마치 유진이 자신을 탓하는 것처럼 들리리라.

아니나 다를까.

최희숙은 화들짝 놀라며 유진을 바라보았다.

‘이걸로 초반부 집중력은 확 끌어올렸다.’

이제 자신의 연기를 펼쳐나가면 될 뿐.

‘옛날 생각이 나네.’

최희숙의 영화 오디션에 매번 참석했던 유진이다.

매번 실낱같은 기대를 가졌지만.

결과는 모두 낙방.

‘이번엔 다를 거야.’

그렇게 마음먹는 순간.

유진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유진은 곧 느릿한 움직임으로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미 제 손에 잠자리가 잡힌 것처럼 느껴진다.

“명준아! 거기서 뭐해?”

양진우, 아니. 친구A가 묻는다.

“잠자리.”

“잠자리?”

“잠자리랑 놀고 있어.”

유진이 연기하고 있는 명준.

분노와 억울함을 표출한 양진우의 연기와는 결이 다르다.

마치 정말 친구와 놀고 있다는 것처럼.

평온함을 넘어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다.

‘왜 저렇게 연기하지?’

어느새 죄책감을 잊고 오디션에 열중하는 최희숙.

유진의 연기에 잠깐 눈썹을 찌푸렸다.

최희숙이 이 씬에서 기대하는 것.

그건 바로 설득력이다.

영화 <리플레이>가 던지고 있는 질문.

악이란 어떻게 탄생하는가.

이 장면은 그 질문에 가장 직접적인 힌트다.

바로 폭력의 대물림과 악순환.

‘그걸 보여주기 위한 상황이고 대사야.’

친구들의 장난을 빙자한 폭력으로 인해 뒤틀린 명준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설득하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 연쇄살인마가 되는 과정을.

그러나.

유진의 연기에선 설득하려는 의지가 보이질 않았다.

‘처음 독백과 괴리가 심해. 대체 뭐지?’

마치 최희숙의 죄책감을 꿰뚫어보는 듯한.

그 호소력 강한 목소리와 표정은 온데간데없다.

“야, 명준아! 뭐하는 거야?”

“잠자리랑 놀고 있다니까.”

“날개를 찢고 있잖아!”

그런데 유진의 연기를 보면 볼수록.

최희숙은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흔히들 말하는 ‘그로테스크함’이라는 감각.

“응? 그냥 장난이야.”

그저 장난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얼굴은 티 없이 해맑다.

그러면서도 손으로는 계속 잠자리의 날개를 찢는 시늉을 한다.

“이게 장난이야? 괴롭히는 거잖아!”

“왜? 맞잖아. 내 친구들도 나한테 이렇게 장난쳐. 꼬집고, 할퀴고, 때려.”

‘설마, 이 아이 지금.’

그제야 최희숙은 눈치챘다.

유진이 연기하는 명준은 관객들을 설득하는 게 아니다.

그저 이런 캐릭터라고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이 당한 폭력에 억울해하는 게 아니라.

분노하는 게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라고.

아이들이 자신에게 휘두른 폭력도.

자신이 지금 잠자리에게 하고 있는 짓도.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벌여나갈 수많은 살인도.

그저 평범한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친구들이랑 놀 땐 아무도 방해 안 하던데. 넌 왜 방해해?”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것 같은 순진한 얼굴이었다.

그런 말이 있다.

어린아이는 착한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즉, 지금 유진은 어린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악의를 보여주고 있다.

“응?”

씨익 웃으며 되묻는 명준.

유진이 표현하고 있는 캐릭터.

그리고 유진이 가지고 있는 비주얼이 합쳐져.

매우 독특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매우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사람을 죽일 것 같은.

그런 매혹적인 사이코패스 같다고 해야 할까.

‘이건······관객을 설득하는 게 아니야.’

최희숙은 침을 꿀꺽 삼켰다.

‘관객을 유혹하는 거야.’

투자금이고 뭐고 생각날 겨를도 없이.

자신 역시 유진의 연기에 매혹 당했으니.

*

자신의 연기를 끝마쳤을 때.

양진우는 확신했다.

‘내가 뽑힐 거야.’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연기를 했으니까.

연기가 끝난 직후에도 꽤 짜릿했다.

‘시키는 대로 정확히 했어!’

아이키움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쳐준 대로 했다.

여기서는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을 쏟아내라고.

대본분석 및 연기지도를 모두 그들이 해준 것.

이것이 아역 에이전시의 장점이다.

오디션 대본까지 분석해 세세히 가르치니까.

‘박유진. 얘가 해봤자 뭐 얼마나 잘하겠어?’

연기학원도 다닌 적이 없고.

자기보다 몸집도 작고.

심지어 아버지도 치킨 배달을 한다고 했다.

자신보다 나은 점이 하나도 없다.

‘흥, 쟤가 소리 지르고 해봤자 하나도 안 무서울 거 같아.’

그렇게 생각했던 양진우였다.

그런데 유진의 연기를 본 순간.

양진우는 완전히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뭐야. 무서워. 도망가고 싶어······.’

마치 자신이 진짜 친구A가 된 것 같았다.

곧 박유진이 자신의 팔을 잠자리 날개처럼 뜯어버리는 게 아닐까.

그런 공포감을 느낄 정도였다.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아!”

하지만 연기가 끝난 순간.

유진은 평소처럼 밝고 활발한 아이로 돌아왔다.

연기가 끝나고서도 한참 흥분했던 양진우와 대비되는 부분.

“아, 네. 잘 봤습니다.”

오디션 심사위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

유진의 연기에 압도된 것인지.

매우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결과는 따로 부모님을 통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그렇게 연습장을 빠져나간 양진우.

나오자마자 수행원이 바로 옆에 붙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곧장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하지만 양진우의 귀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기분이지?’

양진우는 여태 몇 개의 오디션을 봤다.

매번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도.

양진우는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왜냐?

같이 오디션을 봤던 아이들의 연기력이 그저 그랬으니까.

그 애들보다 자신이 더 잘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박유진. 쟤는 달랐어.’

차원이 달랐다.

아까 박유진의 손에 정말 날개 뜯긴 잠자리가 있는 것 같았다.

양진우의 눈엔 정말 그렇게 보일 정도였다.

‘아이키움에 있는 그 누구한테서도 느껴보지 못했어. 선생님조차도!’

선생님들의 연기는 흉내 낼 수 있다.

그러나 유진의 연기는 흉내 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양진우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지금 양진우의 마음에 차오르고 있는 감정.

그건 바로 패배감이었다.

“기분이 이상해.”

몸이 축 늘어지고.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양진우가 힘없이 고개를 돌린 순간.

박유진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그때.

박유진이 자신을 보며 피식 웃는 게 아닌가.

그게 양진우에겐 영락없는 비웃음으로 느껴졌다.

“이, 이!!”

그대로 몸을 돌리더니.

밖으로 나가버리는 유진.

마치 양진우를 무시하는 것처럼.

“야! 거기 서!!”

양진우는 씩씩대며 유진의 뒤를 쫓아갔다.

같이 온 덩치 큰 사람은 어디 갔는지.

유진은 혼자 걸어가고 있었다.

“야! 박유진!!”

음료자판기 앞.

양진우가 씩씩대며 유진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 진우야? 집에 안 가?”

그러자 해맑게 웃으며 대답하는 유진.

“잘 됐다. 나 너한테 물어볼 거 있었는데.”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연습실 뒤편.

두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합격을 보장해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오디션을 보고 나서 왜 본인이 떨어졌다고 하는 겁니까?”

한 쪽은 양진우에게 붙은 수행원.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오해? 지금 장난합니까? 당신이 보장하지 않았습니까? 양진우를 아역배우로 캐스팅하겠다고!”

“저흰 아직 결과 발표도 하지 않았어요. 다만.”

“다만?”

“같이 들어갔던 그 박유진이라는 꼬마. 걔가 워낙 차원이 다른 연기를 보여줘서 말이죠.”

그리고 그 맞은편에 있는 남자.

바로 최희숙과 함께 오디션을 참관했던 배준석이었다.

“그런 애가 있으면 애당초 배제했어야 할 일 아닙니까! 지금 장난합니까?”

“그런 애인 줄 알았다면 당연히 그랬겠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저런 괴물일지 누가 알았겠어요?”

양진우 아버지 측으로부터 들어온 은밀한 제안.

그걸 받아들이고, 주도한 게 바로 배준석이었던 것.

최희숙에게 알리지 않고.

배준석은 독단적으로 양진우의 합격을 보증했다.

“이 사람이 진짜. 수고비랍시고 돈을 받았으면 일처리를 똑바로 해야 할 거 아니야!”

소리를 지르는 수행원.

만약 일이 틀어지면, 분명 사장은 제게 덤터기를 씌울 터다.

그로서도 이번 일을 깔끔히 마무리 지어야 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처리할 테니.”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결국 문제는 돈이니까요. 최희숙 걔, 투자 못 받아서 전세금에 대출까지 끌어다 썼습니다. 게다가 애까지 키우는 엄마라고요. 그런데 미쳤다고 이 투자금을 포기하겠습니까?”

배준석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이유.

그건 최희숙을 설득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상황 자체가 열악하니.

최희숙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

“그리고 아역이 아무리 미친 연기력을 보여줘 봐야 뭐합니까? 결국 아역인데. 투자금이랑 아역, 정신머리 제대로 박힌 감독이면 당연히 돈을 선택하지 않겠습니까?”

배준석의 언변이 그럴 듯했는지.

금세 잠잠해지는 수행원.

그를 보고 배준석이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제가 잘 구슬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어? 아저씨들! 여기서 뭐해요?”

그때.

갑자기 해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넌.”

“······박유진?”

“야, 너! 네가 왜 여기 있어?! 오디션 끝났잖아!”

“약속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저씨들은 여기서 뭐 하세요?”

눈을 끔뻑이며 대답하는 유진.

그러자 수행원이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너, 어디까지 들었어?”

하지만 유진은 전혀 움츠러들지 않았다.

“음. 약속을 안 지켰다고도 했고. 아저씨가 감독님을 잘 구슬릴 거라고도 했고. 또······아! 맞다! 수고비? 받았다는 것도 들은 것 같은데. 그리고 저보고 괴물이라고 했죠? 진짜루요? 저 괴물 같아요?”

오히려 얼굴을 들이밀며 방방 뛰는 유진.

한마디로 다 들었다는 이야기다.

“유진이라고 했지? 아저씨랑 약속 하나만 하자.”

당황하는 수행원과 달리.

얼굴을 싹 바꾸고 가식적 미소를 짓는 배준석.

“무슨 약속이요? 재밌겠다.”

“방금 아저씨들이 얘기했던 거.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돼. 중요한 비밀이거든. 알았지?”

“어? 그럼 비밀을 안 지키면 어떻게 돼요?”

“혼나지. 아주 크게.”

“진짜요?”

우와, 하고 입을 벌리던 유진.

“그럼 비밀을 지키면, 제가 얻는 게 있어요?”

곧 당돌하게 되묻는다.

그러자 무서운 어른인 척 굴던 배준석이 크게 당황했다.

“뭐?”

“난 아저씨들 비밀 지켜 드리잖아요. 아저씨들은 뭐 없어요?”

지금 저 어린애가 협박을 하는 건지.

정말 순수하게 묻고 있는 건지.

배준석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래. 뭐 과자라도 사줄까?”

그러자 유진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과자요? 에이. 아저씨 진짜 웃긴다! 푸하하!”

배준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저 해맑은 웃음이 꼭 비웃음처럼 느껴졌으니까.

“아, 맞다. 저 알려드릴 거 있는데.”

한참을 키득거리던 유진.

“뭔데?”

“저 약속 있다고 했잖아요. 사실 여기서 감독님 만나기로 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배준석은 등줄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배준석.”

최희숙이 서 있었다.

*

유진은 아까 양진우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진우야. 너 왜 오디션 보러 온 거야?’

‘장난치냐? 왜 보러 오긴! 오디션 붙으려고 왔지!’

‘응? 난 네가 캐스팅된 줄 알았는데.’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유진이 관찰한 양진우는 표정을 숨길 줄 몰랐다.

그래서 화를 내는 것도 기분 나쁜 것도 모두 표출해버리는 아이.

하지만 양진우는 캐스팅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오디션도 안 보고 어떻게 캐스팅이 되냐?’

‘음, 그건 그렇지? 아 맞다. 진우야 너 연기 잘 하더라! 3개월 만에 고급반을 갔다더니. 역시 대단해!’

‘야!! 나 놀리는 거야?’

‘응? 진심인데?’

‘이씨.’

‘난 어땠어? 나 잘했어?’

‘······네가 이겼어.’

‘응? 뭐라구?’

‘이번에 네가 이겼다고! 에이씨. 몰라. 난 갈 거야!’

무슨 손오공을 인정하는 베지터도 아니고.

대뜸 그리 말하곤 가버린 양진우.

‘이번 일. 아무리 봐도 양진우는 모르는 일인 것 같은데.’

자신이 오디션에 붙을 걸 알고 있다면.

양진우는 분명 유진 앞에서 으스댔을 것이다.

그런데 깔끔하게 인정하고 가버리지 않았나.

즉 어른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뜻.

양진우 아버지가 제안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스태프 쪽에서 그걸 받아들였고.

‘최희숙 감독님은 수십 년이 지나서도 후회하셨어. 감독님이 아니라면.’

남은 건 배준석.

그 사람일 확률이 높았다.

아니나 다를까.

연습실 뒤편에서 대화를 나누는 배준석과 수행원을 발견했다.

유진으로 인해 계획이 어그러졌으니.

양쪽 다 발등이 불이 떨어졌을 터다.

“아조씨. 감독님한테 문자 하나만 보내주세요!”

차동석에게 부탁해 최희숙에게 문자를 넣었고.

상황은 지금에 이른다.

“희, 희숙아.”

여유롭던 모습은 어디 가고.

식은땀까지 흘리며 당황해하는 배준석.

“준석아. 내가 방금 들은 게 사실 맞아?”

생각보다 최희숙은 매우 차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알고 있었다.

최희숙이 정말 화가 났을 때.

오히려 극도로 차분해진다는 사실을.

“내가 오디션 끝나고 말했지. 유진이 캐스팅 한다고.”

“야, 희숙아. 왜 그래.”

“애초에 내가 오디션 보고 결정한다고 했지, 투자금 받겠다고 한 적 없잖아. 그렇게 전한 거 맞아?”

“다, 당연하지! 난 그대로 전했어!”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하고 있지만.

최희숙이 노려보자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배준석. 똑바로 말해. ”

변명거리를 쥐어짜내는 듯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으나.

곧 포기한 모양새.

그리곤 태도를 바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야, 희숙아. 어차피 우리 그 돈 받을 수밖에 없잖아.”

“우리? 누가 우린데? 빚내서 영화만드는 건 난데, 왜 네가 그걸 결정해?”

“최희숙.”

“네 주머니를 채워가면서 남을 걱정해? 참 싸구려 우정이네.”

정곡을 찔리자 배준석은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나가.”

아주 낮게 가라앉은 최희숙의 목소리.

“뭐?”

“돈도 안 되는 독립영화 왜 하고 있어? 돈 많은 곳으로 가라고.”

“야! 나는 너 생각해서······.”

“내 생각을 네가 왜 하는데? 그냥 꺼지라고.”

배준석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저기요.”

매우 뻘쭘하게 서 있던 수행원.

그가 슬금슬금 물러나려 하자 최희숙이 붙잡았다.

“오디션 결과 나왔어요. 가서 통보해주세요.”

“······네.”

“영화 <리플레이>의 명준 아역은 박유진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그걸 끝으로 수행원에게서 눈길을 뗀 최희숙.

고개를 숙여 유진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잘 부탁해.”

악수를 건네는 최희숙.

유진은 당당히 그 손을 붙잡았다.

“넵! 감사합니다, 감독님!”

유진의 얼굴에 번져가는 미소.

평소와 다른.

제법 뭉클해 보이는 미소였다.

‘······드디어.’

한 번도 최희숙에게 캐스팅되지 못했던 배우.

박유진이 드디어 벽을 뛰어넘은 순간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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