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28화 (28/237)

28화

“하아.”

<날개>의 하이라이트.

‘날아가’를 인터넷에 공개할 당시.

블루컬쳐 스튜디오 사람들은 초긴장 상태였다.

무려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공개한 것이다.

스릴러 영화로 치자면 반전을 미리 공개해버린 셈.

“진짜 이게 먹힐까?”

“이제와서 약한 소리 하실 거예요, 감독님? 그리고 제발 그놈의 홍삼캔디 좀 그만! 오늘 한 봉지 다 먹어치웠다고요. 무슨 줄담배 피우는 것도 아니고!”

곽용재가 질색하며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선화는 계속 홍삼캔디를 씹어댔지만.

“설마 그쪽 소속사에서 홍보방법을 권유할 줄은 몰랐어.”

“그것도 자기들 배우가 참여했다는 걸 숨기는 홍보방법이요.”

주역 매니지먼트 장미소의 제안으로 공개한 ‘날아가’의 영상.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으니.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 그건 일단 공개하지 말아주세요.’

바로 유진의 참여를 숨기는 것.

물론 이선화는 장미소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을 전해듣긴 했으나.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 잘 될까?”

“저야 모르죠. 이제 저질렀으니까 돌이킬 수도 없잖아요? 그냥 잘 되길 빌어야죠.”

“야, 야! 아직 조회수 1이잖아!”

“30초 전에 올렸으면서 왜 조회수 타령이예요?”

내심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선화, 그리고 블루컬쳐 스튜디오 모두.

<날개>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들어간 소중한 작품이었으니.

그래도 며칠이 지난 이후론.

[선공개 영상) 뮤지컬 애니메이션 <날개> OST – 날아가

조회수 – 5,102]

“와, 생각보다 조회수가 높네?”

비교적 낮은 조회수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기껏해야 백 단위 조회수를 예측했던 블루컬쳐 측.

그들에겐 대박이나 다름없었다.

“휘즈니 쪽 팬덤이랑 뮤지컬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좀 끌었나봐요. 그 사람들이 점점 일반 커뮤니티로 퍼나르는 추세고.”

“오오! 완전 대박이다. 그치?”

국산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고 관심도 못 받던 <날개>다.

하지만 ‘날아가’ 하이라이트 선공개를 통해 인지도를 확보했다.

입소문을 타느냐 마느냐.

그건 신인 감독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였으니.

거기에 만족하고 있던 블루컬쳐 스튜디오였다.

배급사에서도 ‘날아가’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었고.

그런데.

“청취자 여러부운! 제가 더빙하고 노래부른 국산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 <날개>! 많이 사랑해주세요오!”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으니.

그 시작은 바로 유진이 라디오에서 ‘날아가’를 부른 것이었다.

[와 상상도 못했다 진짜 박유진이 부른거였다니

라디오 들어보니까 평소 목소리는 애교 뚝뚝 흐르던데 노래할 때는 전혀 다르네 ㄷㄷ

우리 유진이 노래까지 잘해 ㅠㅠㅠㅠ 미쳐 ㅠㅠㅠ

재오 스승님 수준 ㄷㄷ 얘도 나중에 아이돌 하는 거 아님?

하 진짜 미쳤다...내가 8살짜리를 덕질하고 있을 줄이야...

ㄴ ㅇㅈ ㅋㅋ 심지어 떡밥이 장르별로 있음ㅋㅋ 드라마 아이돌 뮤지컬 ㅋㅋ

라디오 들어보니까 진짜 애가 야무지게 말도 잘하던데 ㅋㅋㅋ 아 진짜 매력 쩔어

유진이 앨범내라!! 동요 앨범이라도 삼!!

저게 뭐가 잘 부르는 거임 어린애가 꽥꽥대는 건데? ㅋㅋ 그리고 기계가 만지면 다 함

ㄴ 어제 라디오에서 라이브로 불렀는데 뭔솔ㅋㅋ 진짜 애기한테 악플다는거 봐라

ㄴ애한테 열폭하는 인생 수준 알만 하다 진짜 그러고 싶냐?]

그로 인해 인터넷은 아주 난리가 났다.

설마 유진이 뮤지컬 애니메이션 더빙에 참여할 줄은 몰랐으니까.

심지어 노래까지 불렀다니!

[단독! 아역배우 박유진, 국산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 <날개> 출연 확정······더빙은 물론 노래까지 소화한다]

[아역배우 박유진이 참여한 <날개>는 어떤 작품?]

[국산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 <날개>의 선공개 하이라이트 장면. 조회수 급증!]

거기에다.

라디오가 끝나기 무섭게 기자들이 기사를 뿌렸다.

주역 매니지먼트 측에서 먼저 소스를 제공한 뒤.

라디오가 끝나자마자 대기 중인 기사를 올린 것.

이에 질새라.

[(영상) 이제는 날아오를 시간! 아역배우 박유진의 ‘날아가’ Live 영상]

<박형광의 크레파스> 측도 유진이 노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저마다 이 화제성을 빨아먹으려 최선이었고.

그 결과.

[선공개 영상) 뮤지컬 애니메이션 <날개> OST – 날아가

조회수 – 250,316]

며칠 사이 조회수가 폭증했다.

하루에도 조회수가 1만 이상 증가했고.

유진이 라디오에서 라이브로 부른 버전도 조회수가 10만이 넘었다.

그리고 그 여파를 감당해야하는 것은 블루컬쳐 스튜디오의 몫.

업계 사람들의 축하메시지도 물론 많았지만.

기자들이 쉴새 없이 전화와 문자를 돌려댔으니.

“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다, 용재야.”

“현실이에요, 감독님.”

“와. 그런데 빌드업 끝내주네. 이게 다 계산된 건가?”

그냥 기사 한 줄만 나갔다면 별다른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절묘한 빌드업이 제대로 효자 노릇을 했다.

‘날아가’의 영상을 선공개 했으나, 누가 불렀는지는 비공개.

이후 라디오에 출연한 유진이 ‘날아가’를 부르며 출연 사실 홍보.

‘날아가’의 영상 선공개로 인해 확보한 작품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아역배우 박유진이 가지고 있던 화제성.

이 두 가지가 절묘한 시너지를 발휘한 것.

그로 인해 유진도, <날개>도 동시에 주목받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주역 매니지먼트. 거기 대체 뭐하는 회사야?”

그리고 그 모든 건 장미소가 최초 말했던 계획과 똑같았다.

즉, 장미소의 예상대로 흘러간 것.

“그러게요. 영세로 남을 곳은 절대 아닌 것 같은데. ”

곽용재도 순순히 동의했다.

“뭐, 지금 우리가 남의 회사 사정 궁금해할 때는 아니죠, 감독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어떻게 하긴? 배급사에 연락해야지.”

이선화는 벽에 걸린 달력을 흘끔거렸다.

“개봉일자, 최대한 빨리 잡아보자.”

*

한편.

서림미디어의 사무실.

“오케이.”

“끝났다아!”

직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공익광고 영상편집은 실제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숏버전과 롱버전,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하고.

단편영화와 같은 퀄리티를 추구했기에 길어진 것.

거기에 해외광고제 수상까지 노리는 구학준의 집념까지 더해졌다.

“보건복지부 쪽에서도 빨리 달라고 얼마나 닦달을 하던지! 아니, 우리가 기한 어긴 것도 아닌데 말이야.”

유진과 재오의 인연이 워낙 화제가 되었다보니.

정부기관 쪽에선 하루라도 빨리 광고를 틀고 싶어 안달이었다.

“공무원들이 이래서 문제야. 퀄리티 높일 거라고 그렇게 홍보해놓고, 일정보다 빨리 내놓으라고 닦달을 하면 어쩌라는 거야?”

영화 같은 퀄리티를 추구한다고 그렇게 언플을 해댔으면서 말이다.

다시 한 번 공무원에게 학을 떼게 된 구학준이다.

하지만 마감일은 계약서로 정확히 명시가 되어있다.

강제성은 없다는 소리.

“결국 무시하셨잖아요?”

“공무원들 비위 맞추자고 퀄리티를 후려칠 수는 없으니까.”

수림캐디가 말했듯.

구학준은 결국 마감일을 꽉 채워 영상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고.

“이번에 보내면 우리 광고 언제쯤 송출한대요?”

“그쪽 사람들이랑 얘기해보니까, 검토해보고 문제없으면 바로 내보낼 모양이야.”

“하긴. 요즘 재오랑 유진이 둘 다 핫하니까요.”

“근데 뭐, 알잖냐? 거기 절차니 검증이니 이것저것 많이 따지는 거. 편집 요청 들어올 수도 있고. 내가 예상하기론 이것저것 다 따져서, 한 이때쯤?”

달력을 척 가리키는 구학준.

그를 본 수림캐디가 눈을 빛냈다.

“어? 그럼 그거랑 겹칠 수도 있겠네요?”

“뭐가 겹쳐?”

“유진이가 이번에 노래했잖아요! <날개>였나 그거, 이제 개봉한다고 하던데. 재수 좋으면 시기가 겹치겠는데요?”

“아, 그래? 몰랐네.”

광고 편집에 들어간 이후.

뭐에 홀린 사람처럼 결과물에만 신경 쓴 구학준이다.

요즘 연예계 소식에는 조금 둔했다.

“이번 광고, 롱버전은 주로 영화관에서 틀기로 했죠?”

“어. 홍보를 워낙 해대서 아마 줄기차게 틀어줄 거다.”

그 말에 수림캐디가 만족스레 웃었다.

“이거, 잘하면 꽤 재밌는 광경이 나오겠는데요?”

*

“역시 우리 자기야!”

차동석이 거구를 움직이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그의 행동이 보여주듯.

주역 매니지먼트는 연일 축제 분위기였다.

“이러다 조회수 50만까지 가는 거 아니야? 진짜 우리 자기, 홍보팀에서 일하던 짬이 있다니까. DV 엔터놈들,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할 거야.”

“시끄러워, 오빠. 가만히 좀 있어.”

잔뜩 신이 난 차동석과 달리.

장미소는 평소처럼 차분했다.

그저 해야할 일은 했다는 듯, 사무적 태도.

“그리고 난 판을 깔아줬을 뿐이야. 그걸 기대 이상으로 소화한 게 바로 유진이고.”

그렇게 말하며 장미소는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홍보팀에선 여러 방식으로 자사 연예인들을 홍보한다.

그를 위해 연예인들에게 여러 가지를 주문하고.

그걸 최대한으로 살리는 것은 전적으로 연예인의 몫.

“애초에 이런 빌드업이 가능했던 것도 유진이의 힘이지. 노래 녹음 안 했으면 이 정도 임팩트? 절대 못 주거든. 잘했어, 유진아.”

흔하지 않은, 장미소의 직접적인 칭찬.

유진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아! 다 사모님 덕분이에요!”

솔직히 유진도 이 정도의 반응은 예상 못 했다.

본래 <날개>는 개봉 이후에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니까.

어쩌면.

그때보다 훨씬 더 한 흥행기록을 기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설마 하이라이트를 선공개해서 홍보하는 방법을 쓸 줄이야.’

몇 년 후에 휘즈니에서 이와 같은 전략을 쓰는데.

장미소는 몇 년을 앞서 실행한 셈.

이건 유진도 놀랐을 정도다.

“어? 재오 형한테 문자 왔다.”

진동이 울려 휴대폰을 확인하던 유진이 말했다.

“뭐? 진짜?”

“네. 가끔 문자 주고받거든요.”

휴대폰을 선물 받은 이후.

재오는 이따금 문자를 보내왔다.

연기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하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기도 했다.

아이돌 재오라기 보단, 그냥 동네 친한 형처럼.

[발신자 : 재오(빅터)

야 유진아 너 노래 뭐야??

엄청 잘한다? 왜 형한테 말 안했어?? 노래 잘한다고]

유진은 꾹꾹 버튼을 눌러 답장했다.

[노래 부를 일이 없었자나요 ㅎㅎ]

그러자 곧장 답신이 날아왔다.

[나중에 형이랑 노래방이나 가자

요즘 예능만 찍어서 노래 못 부른지 한참 됐는데]

[형아 노래방 갈 수 있어요? 사람들이 알아볼텐데]

[우리 회사 지하에 노래방 기계 있거든

나중에 초대해줄게 내가 노래 레슨해줌]

그 문자에 유진은 피식 웃었다.

[내가 형보다 노래도 연기도 더 잘하는 것 같은]

거기까지 썼던 유진은 곧장 지웠다.

아무리 재오라도 이 문자엔 상처를 받을 것 같았으니.

그래서 그냥 알겠다는 답신을 보냈다.

‘이상하네. 이 사람은 왜 이리 놀리고 싶을까.’

분명 자신보다 형인데.

이상하게 재오가 귀여운 동생처럼 느껴진다.

우웅-!

그런 와중 또 문자가 도착했다.

이번엔 재오가 아니라 다른 사람.

바로 송미연이었다.

[발신자 : 송미연 작가님

오디션 때 노래시킬 걸 그랬네요.]

고작 한 줄이었지만, 지극히 송미연다웠다.

유진도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웃음을 터뜨렸을 정도.

“허, 참. 문자로 대화하는 게 빅터 재오랑 송미연 작가라니. 꼬맹이 인맥 새삼 대단하네.”

유진이 문자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던 차동석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인맥 덕 좀 보게 생겼어.”

장미소의 말에 모니터를 바라보는 유진과 차동석.

[빅터 재오 “요즘 듣는 노래? ‘날아가’” 아역배우 박유진과 여전한 친분 과시]

바로 재오가 또 다시 방송에서 유진을 언급한 것.

[빅터의 재오가 ‘날아가’를 언급해 화제다. SBW의 예능 토크쇼 <선데이 투게더>에 출연한 재오는 요즘 어떤 노래를 자주 듣느냐는 질문에 “<날개>의 ‘날아가’ 선공개 영상을 매일 보고 있다. 정말 좋은 노래”라고 말했다. 또한 박유진의 노래실력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 나중에 같이 노래방이라도 갈 생각”이라며 여전한 친분을 과시했다.]

“이래서 갑자기 노래방 얘기를 꺼낸 거구나.”

참 순수한 사람이다.

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유진이 언급 피하는 줄 알았는데?”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는 차동석.

“요즘 아이들 좋아한다는 이미지로 엄청 잘 나가거든. 얼마 전엔 남자 아이돌 최초로 분유 광고도 따냈다더라. 아마 저렇게 가끔 언급할 생각인 모양이야.”

장미소의 말대로.

재오 측에서도 이번에 획득한 이미지를 굳히려는 목적인 것.

아이들과 여성층에서 난리인 <날개>의 화제성.

그에 적절히 편승하기도 좋을 테니.

“아조씨. <날개>도 시사회 해요?”

유진의 질문에 차동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계획이 없었는데, 요즘 워낙 핫해서. 제대로 할 생각이라고 하더라고.”

제대로 화제가 된 <날개>다.

배급사에서도 이 기회를 놓칠 리 만무했다.

“저요, 시사회 때 재오 형도 초대하고 싶어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