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30화 (30/237)

30화

<날개> 개봉 당일.

영화관에는 일찍이 사람들이 몰렸다.

“나 이거 뮤비 떴을 때부터 기대했잖아.”

“나도! 진짜 하루에 10번도 더 들은 것 같아.”

“개봉일이 드디어 오긴 하는구나. 하, 진짜 오래 기다린 것 같아.”

<날개>의 개봉일만 기다려온 사람들.

‘날아가’의 영상이 화제가 된 이후.

블루컬쳐 스튜디오가 블로그에 올렸던 제작기들도 재조명 받았다.

특히 캐릭터 제작노트가 큰 인기를 얻었다.

캐릭터들의 서사와 매력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으니.

이 때문에 개봉도 전에 매니아가 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다양한 이유로 영화관은 <날개>를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느 영화관에선 조조부터 매진되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엄마, 영화 언제 시작해?”

“곧 시작할 거야. 영화 시작하면 조용히 해야한다. 알았지?”

객석을 채운 건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

아이들과 함께 보러온 부모.

“설마 내가 애니메이션을 보러 올 줄은 몰랐는데.”

“유진이가 참여하면 당연히 봐야죠!”

“더빙이라 아쉽긴 한데, 유진이는 목소리도 귀엽잖아요.”

유진의 팬인 듯 보이는 젊은 여성관객들.

“국산인데 퀄리티 진짜 좋지 않냐?”

“그니까. 휘즈니랑 비빌만 할 듯?”

애니메이션 매니아들.

“재오 오빠가 홍보했던 영화니까 한 번 봐야지.”

“시사회 MC까지 봤다면서?”

거기에 재오의 팬들까지.

그밖의 가족 관객, 연인들.

그만큼 <날개>는 폭넓은 관객층을 자랑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홍보가 안 됐을때는 제약이지만.

홍보가 잘 되면 이만큼 좋은 장르가 없다.

그야말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니까.

“시작한다!”

마침내 시작한 영화.

새하얀 날개를 가진 천사들이 화려하게 비행하는 장면이었다.

첫 시작부터 눈을 사로잡은 셈.

그러다 곧 날개 없는 주인공.

솔이 등장해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나도 날개가 갖고 싶어. 날아가고 싶어.]

유진의 첫 번째 대사가 흘러나오고.

“와. 진짜 자연스럽다.”

“그러게. 성우가 더빙한줄?”

그 자연스러움에 몇몇 관객들이 감탄했다.

대다수의 관객은 그 자연스러움에 힘입어 영화에 몰입한 상태.

이후 따돌림을 당하는 장면과 인간세계로 쫓겨나는 장면이 이어지고.

관객들은 자신만의 날개를 찾으려는 솔에게 완전히 동화되었다.

그래서일까.

“하하하하!”

웃음이 터질 땐 화끈하게 터졌고.

“······.”

긴장감 넘치는 장면에선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그리고 마침내.

최근 인터넷을 지배한 ‘날아가’의 전주가 흘러나왔을 땐.

“······!”

영화관 내부의 공기가 달라졌다.

소름이 돋는 관객들.

잔뜩 기대해 심장이 쿵쾅거리는 관객들.

아는 노래가 나오니 그저 신난 어린아이들 등.

모두가 기대하는 장면임은 분명했으니.

나는 날개 없는 천사

여태껏 가라앉기만 했지

하지만 이제 상관없어

나는 이제부터 비행을 시작해

아름다운 비행을

개봉 전까지 ‘날아가’를 지겹도록 들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도 지겨워하지 않았다.

영화가 진행되며 착착 쌓인 감정들.

그걸 한순간에 카타르시스로 터뜨리는 순간이었으니.

거기다 영화관의 몰입감 넘치는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가 합쳐졌다.

그 모든 것들이 유진의 청아한 목소리를 더욱 생생히 들려주었고.

내 몸이 가벼워져

난 이제 날아올라

모든 아픔들

모든 고민들

무거운 것들을 벗어던지고

마침내.

날개없이도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솔.

저 별을 향해

날아올라

그렇게.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날아가’ 장면이 딱 끝났을 때.

“흑, 흐윽.”

“크흥.”

눈물을 훔치고, 코를 훌쩍이는 사람들이 다수.

그러나 누구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빠져나오는 관객들.

그들의 얼굴엔 흥분이 가득했다.

“야, 진짜 대박이다!”

“와. 기대보다 몇 배는 더 재밌었다.”

“거기서 ‘날아가’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네.”

“야, 우냐? 울어? 얘 좀 봐라. 나이 서른 먹고 애들 만화 보고 울었대요.”

“너도 울었잖아, 임마!”

만족스러운 관람임을 증명하듯.

같이 온 일행과 감상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날개> 개봉하자마자 보고왔음. 스포X. 그냥 미쳤음. 봐라 꼭 봐라.]

[내 인생 영화가 국산 애니메이션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애들 영화라고 생각하지 마셈. 그냥 한 번 봐라]

여운에 잠겨 감상글을 남기기 시작한 것.

[날아가 뮤비 닳도록 봤는데 영화관 가도 될까요? 가봤자 별 감흥이 없을 것 같음]

그런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는.

[진짜 영화관에서 보면 차원이 다릅니다

ㄹㅇ 안 보면 손해

난 그냥 유치하기만 하던데 ㅋㅋ 왜 유명한지 전혀 모르겠음

ㄴ 어쩌라고

스토리 빌드업 따라간 다음 ‘날아가’로 터짐. 진짜 느껴지는 감동이 차원이 다름]

열성적으로 영업을 하기까지.

개봉 전까지 소수 있었던 부정적 의견들.

국내 애니메이션은 거른다.

유치한 애들 영화다.

‘날아가’ 주구장창 트는 거 지겨워 죽겠다.

그런 말들이 점차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이건 N차 관람 각이다!]

*

개봉 다음날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카페.

이선화와 곽용재가 앉아있었다.

“으헝, 으아으흐으······.”

그런데 무슨 일인지.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고 있는 이선화.

곽용재는 팔짱을 끼고 그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다.

“으흐으, 흑흐윽······.”

“누가 보면 내가 감독님 울린 줄 알겠네.”

곽용재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지나가는 사람마다 두 사람 쪽을 흘끗거렸으니.

“그만 좀 우세요. 감독이란 사람이 창피하지도 않아요?”

이선화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두 눈이 퉁퉁 부은 모습.

“넌, 넌 어떻게 눈물 한 방울을 안 흘리냐? 냉혈한이야?”

“사실 저도 엄청 뭉클했다고요.”

그들은 영화관에서 조조로 예매.

일반관객들과 함께 <날개>를 감상했다.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

“원래 어제 봤어야 했는데.”

곽용재의 말대로.

본래 개봉 당일에 보러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선화가 워낙 긴장한 탓에 하루 늦춘 것.

“엄청 무서웠단 말이야. 진짜,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유진의 합류, 그리고 빵 터져버린 ‘날아가’.

기대치를 엄청 높인 상황이다.

막상 개봉 이후 혹평이 쏟아지면 어떡하나.

감독으로서 그에 대한 불안이 있었던 것.

그러나 그런 불안이 무색하게.

[관람객 평점 9.19/10]

[내가 이 나이먹고 애들 만화 보고 울 줄이야 ㅠㅠ 10/10

국산 애니메이션의 희망! 날아올라~~ 10/10

너무 재밌었어요. 누군지 모르지만 주인공 목소리가 너무 좋네요. 9/10

애니메이션을 돈 주고 본다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었는데. 돈이 아깝기는커녕 더 내고 싶었다. 어쩌면 나에게도 잃어버린 날개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하게 되는 작품. 10/10]

대중들에게도.

[평론가 이성철

별점 ★★★★☆ 8/10

‘날아가’는 <날개>의 하이라이트지 이 영화의 전부가 아니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귀를 사로잡는 OST, 따뜻한 성장 스토리까지. 날개를 잃은 꼬마 천사 솔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울컥해지는 순간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것에 극찬을 보내고 싶다.]

심지어 평론가한테까지.

물론 애들 애니메이션이라고 저평가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꽤 호평을 받고 있었다.

앞으로의 흥행가도에 문제가 없다는 뜻.

“그래도 극장 들어가자마자 울 건 없었잖아요.”

“그럼 어떡해. 객석이 거의 꽉 찬거 보니까 눈물이 나오는걸.”

흥행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선화지만.

유진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가 이뤄진 뒤엔 기대감이 생겼다.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갔는지 알고 있고.

그 노력이 보상받았으면 했다.

무엇보다 이선화의 꿈.

어릴 적 봤던 휘즈니 애니메이션처럼.

자신의 손으로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건 감히 바라지도 않았는데.

꽉 찬 관객석을 보니 울컥할 수밖에.

“사골이라도 보내줘야겠어.”

“누구한테요?”

“유진이한테.”

이선화가 생각하기에.

이번 흥행의 1등 공신은 단연 유진이었다.

‘날아가’를 선공개하자고 제의했던 것도 유진 측이었고.

그 이후 유행과 흥행을 이끌기까지.

유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으니.

“무슨 애한테 사골을 보내요.”

“그럼 뭘 보내?”

“뭐든 더 나은 게 있겠죠. 아무리 그래도 사골이 뭐예요?”

“유진이 사골 좋아한댔거든? 알지도 못하면서 태클이야.”

그렇게 평소처럼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이선화의 전화기가 울렸다.

액정에 뜬 번호를 보고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는 이선화.

“유진이?”

본래 ‘박유진 배우’라고 불렀던 이선화지만.

홍보기간 동안 유진과 조금 친해졌다.

그 때문에 말을 편하게 하기 시작했다.

“감독니임! 통화하실 수 있어요?”

“그럼! 당연하지. 아, 유진아. 너 사골 좋아한댔지?”

“으음? 넵! 엄청 좋아해요. 사골곰탕 맛있잖아요!”

그 대답에 수화기를 가린 이선화.

곧 곽용재에게 으르렁대며 말했다.

“들었지? 어딜 까불어.”

그 유치한 모습에 곽용재는 헛웃음을 지을 뿐이다.

“근데 사골은 왜요?”

“아무것도 아니야. 근데 무슨 일로 전화했어?”

“아, 축하드리려구여! 감독님 완전 대박!”

“축하? 무슨 축하?”

“어? 못 보셨어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선화.

그러자 유진이 더 의외라는 목소리였다.

“어제 <날개>를 본 사람이 10만명이래요! 대박이죠?”

*

<날개> 개봉으로부터 10일이 흐른 뒤.

[국산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 <날개>, 예상치 못했던 성공을 거두다]

[영화 <날개>, 10일만에 관람객 90만 돌파! 애니메이션으로는 흔치 않은 흥행기록]

[한국도 해낼 수 있다! <날개>를 통해 확인한 미국이 경계하고 일본이 전전긍긍하는 우리의 애니메이션 기술력]

<날개>는 기세가 꺾이지 않고 흥행을 이어나갔다.

[<날개>의 흥행 요인? ‘N차 관람족’ 때문!]

심지어 한 영화를 여러번 보는 행위.

N차 관람까지 유행이었다.

이 트렌드를 놓치지 않은 배급사.

N차 관람 인증을 한 네티즌을 추첨.

유진의 친필사인이 들어간 포스터를 증정하기도 했다.

이때 경쟁률이 거의 3천대 1이었다고.

[제발 날개 OST 발매좀 해주세요 ㅠㅠㅠ

하다못해 ‘날아가’라도 제발!! 고음질로 듣고 싶다

자꾸 날개 노래들 귀에 맴돌아서 미칠 것 같다... 수능금지곡 해야됨

날개 오스트 발매해줄 때까지 숨참음 흡]

거기에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답게.

OST 발매에 대한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물론 계획이 있긴 했으나.

아직 개봉 초기라 당장 발매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럼 ‘날아가’만 먼저 음원으로 발매하는 건 어때요?”

장미소의 제안이었다.

‘날아가’야 이미 영상으로 공개했으니까.

그리고 ‘날아가’의 음원이 발매된 직후.

<9위 – 날아가(영화 <날개> OST)

아티스트 – 박유진>

뮤직플랫폼 ‘망고’에서 실시간 차트 9위까지 기록했다.

“하하. 참 신기하네.”

이제 집에 컴퓨터를 사들인 유진.

음원차트에 걸린 제 이름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진짜 원래 미래보다 훨씬 잘 되고 있어.”

유진이 겪었던 미래.

그곳에서도 <날개>와 그 대표곡 ‘날아가’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실시간 차트에 오르내릴 정도는 아니었다.

당시엔 OST 발매도 영화가 내려간 이후 뒤늦게 이뤄졌으니.

“정산 받으면 집부터 옮겨야지.”

지금 단칸방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아버지에게 집을 사드린다는 유진의 꿈을 위해선 저축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어차피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벌어들일 돈이야 앞으로 무궁무진하니까.

차동석의 도움을 받아 좋은 전셋집을 알아볼 예정이다.

그때 진동하는 핸드폰.

유진은 보기도 전에 누군지 직감했다.

[발신자 : 재오(빅터)

영화 대박났더라 유진 형아?

역시 우리 스승님!!! 짱!!]

이젠 재오와의 문자도 자연스러웠다.

재오의 스케줄이 바쁘지 않으면 거의 매일 연락하는 수준.

[왜 저보고 형이라구 해요?]

[연기 잘하면 형이지 유진형아 ㅎㅎ]

[아참. 시사회 때 도와줘서 고마워요!]

[ㅋㅋㅋ 나중에 형도 부탁할 일 있을 거야

그때 좀 도와주면 됨!]

‘부탁할 일? 또 연기를 가르쳐달라는 건가?’

톱아이돌 재오가 자신에게 부탁할 일이라곤 그 정도 뿐일 것이다.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고.

[넵! 꼭 도와드릴게요!]

그렇게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답장을 보내는 유진이었다.

[오케이!]

문자가 끝난 뒤.

‘이제 돈도 벌었고, <날개>의 흥행으로 몸값도 확 뛰었을 거야.’

한창 주가가 치솟은 지금.

슬슬 차기작을 선택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 맞다. 그리고 우리가 찍은 광고 오늘부터 영화관에 나온대!]

유진의 가치 상승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

“아, 영화 언제 시작하냐.”

“그러게. 무슨 광고를 이렇게 틀어줘?”

<날개>가 상영되는 영화관.

영화 시작 전.

자동차, 커피 광고 등.

상업CF가 연달아 상영되었다.

광고의 개수가 영화의 흥행 정도를 나타낸다고 하던가?

<날개>는 근래 최고 흥행작답게 많은 수의 광고가 붙었다.

보험 광고가 끝나고.

갑자기 새카매지는 스크린.

“뭐야?”

“이제 영화 시작하려는 건가?”

관객들이 북적이고 있을 때.

이윽고 매미 우는 소리가 극장에 울려퍼졌다.

한여름의 태양을 비추는 카메라.

“뭐야?”

“몰라. 영화 예고편인가?”

곧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모습이 보인다.

긴팔을 입은 한 아이가 들어온다.

“헐!”

“유진이다!”

그 모습에 가장 크게 반응하는 관객들.

바로 유진의 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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