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개봉 첫날.
인터넷으로 영화 예매창을 검색하던 차동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스크린 점유율 차이가 엄청 나네.”
스크롤을 쭉 내렸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GGV는 거의 독점 수준이고. 메가쇼박스, 라떼시네마. 다 <짐승>으로 도배됐어.”
기존에 잘나가던 외국 영화는 상영 막바지고.
정범 작품 외에는 이렇다할 기대작이 없던 상황.
거기에 배급사의 힘까지 합쳐졌다.
그야말로 독과점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점유율.
“<리플레이>는?”
“상영관마다 많으면 세 타임 정도? 아예 없는 곳도 많아. 주로 깔린 건 아트하우스처럼 독립영화만 틀어주는 극장들 위주고.”
위니필름 쪽에서도 최대한 힘을 썼으나.
거기도 메이저 배급사와의 싸움에선 밀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독립영화가 상업영화, 그것도 정범 감독 작품이랑 비교된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했어. 자, 오빠. 여기 커피.”
“아, 고마워. 뭐, 자기 말이 맞긴 한데.”
“오히려 비교돼서 <리플레이> 쪽만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지.”
우연찮게 <짐승>과의 개봉일이 겹친 이후.
본래라면 기사 한 줄이나 나가면 다행이었을 <리플레이>다.
하지만.
<리플레이>가 한양독립영화제 3관왕, 그리고 유진의 수상으로 인해 화제성을 획득했다.
그 덕분에 기자들은 딱히 적수가 없던 <짐승>에게 <리플레이>를 붙여 대결 프레임을 씌웠다.
그 덕에 일반 대중들에게도 영화 <리플레이>의 이름이 각인된 것.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를 푼 격이다.
애초에 관객수는 기대도 안 했고.
영화제 수상과 예술지원금을 노리던 <리플레이>다.
이 정도 화제성이라면 이미 놀라울 성과라고 할만 하다.
“그런데 뭔가 아쉽단 말이지.”
턱을 쓰다듬으며 침음을 흘리는 차동석.
“뭐야. 나보다 오빠가 더 미련이 남나 봐? 나한테 그렇게 뭐라고 하더니.”
“에이, 내가 자기한테 언제 뭐라고 했어.”
“기억 안 나? 내가 정확히 읊어줄까? 글자수까지 기억하는데.”
“······크흠! 아무튼, 미련이 남은 건 아니고.”
작품 보는 눈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난 유진이다.
그런 유진이 거절한 정범의 <짐승>.
분명 대본이든, 기획이든 무언가 하자가 있다는 소리.
‘그러지 않고서야 꼬맹이가 거절했을 리가 없어.’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것 같지만.
이미 몇 번이고 증명했던 유진이 아닌가.
“걱정 마세요. 곧 우리가 이길 테니까!”
유진만 걱정 없이 해맑을 뿐이었다.
현재 유진은 사무실에서 겨울방학 숙제 중이었다.
새알 동동 띄운 단팥죽을 먹으면서 말이다.
“쟨 뭘 믿고 저리 태평한 거래.”
“불안해하며 벌벌 떠는 것보단 훨씬 낫잖아. 그러고보니 오빠. 영상 편집자 구한다더니 그건 어떻게 됐어?”
“구인공고를 올렸더니 꽤 연락이 왔어. 포트폴리오 보고 추린 다음 면접 보고 뽑으려고.”
넙튜브 조회수도 계속 상승세였다.
얼마 전엔 한양독립영화제 시상식 참석 후기 영상도 업로드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거기다가.
[오, 그가 <날개>에서 부른 노래는 최고였다!
비록 난 한국어를 모르지만. 유진의 미소를 보면 행복합니다.
천사. 꿀. 아기. 이 아이는 한국의 보배다.
일본에 사는 팬입니다. 유진군이 검도를 하는 영상에 행복을 느꼈습니다. 유진군의 드라마가 일본에 수입되길 기대합니다.]
아직 몇 없긴 하지만 해외팬들의 댓글도 달리기 시작했다.
대다수는 <날개>를 통해 유입된 팬인 모양.
“홍보수단으로 확실히 써봄직 하겠어.”
유진의 넙튜브 채널 상태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차동석.
곧 시간을 확인하고선 포털 사이트를 열었다.
“어디보자. 슬슬 관람평이 올라올 때가 됐는데.”
첫 상영인 조조 시간대가 끝날 타이밍.
우선 <리플레이>에 대해 검색해본 차동석이지만.
아직까지 올라온 후기나 별점은 없었다.
“흐음. 그럼 <짐승> 쪽은 어떠려나.”
<짐승>으로 검색어를 바꾼 차동석.
확실히 상영하는 영화관이 많아서 그런지 후기가 많이 올라왔다.
역시나.
정범의 작품답게 심상치 않은 반응들이었다.
“뭐야, 이거.”
문제는.
“하나 같이 악평 뿐인데?”
다른 의미로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
“자기야, 우리 뭐 볼까? 요즘 영화 뭐 하는 거 있나?”
“<짐승> 보자. 정범 감독 작품인데 오늘 개봉한다던데?”
영화관에 온 사람들.
상영하는 영화 목록을 훑어본 뒤 대부분이 <짐승>을 골랐다.
정범이라는 이름값에 기대하는 게 있으니.
“<추격자의 밤>? 난 그것도 그냥 그럭저럭 봤거든.”
“하긴. 정범이 뇌 비우고 보기에 좋은 영화 잘 만들잖아?”
이들의 평가대로.
정범은 가벼운 킬링타임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러면서 여러모로 어그로를 끌 수 있는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화제성은 높으면서, 동시에 휘발성도 강한 영화.
그게 정범의 아이덴티티였다.
그렇기에 데이트 영화로 제격이었고.
친구들끼리 심심풀이로 보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CG가 이상한데?”
“스토리도 좀 너무 올드해.”
“대사가 잘 안 들리던데? 녹음을 어떻게 한 거야?”
“아니, 영화가 이러고 끝나는 거야? 뭐이리 개연성이 없어?”
<짐승>을 보고 나온 관객들.
하나 같이 혹평을 쏟아냈다.
마치 영화가 급히 만들었다는 인상이 들 정도.
한편.
<리플레이>가 상영되는 소수의 영화관.
“아, 이거 보려고 원정까지 왔네. 집 근처 영화관에서 하나도 안 하더라.”
“그러니까. 내 살다 살다 독립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와보네.”
객석에는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들어찬 상태였다.
관객은 대개 독립영화 매니아들과 하진무, 박유진의 개인팬들.
이 두 부류였다.
영화가 시작되고.
곧장 스크린은 유진이 연기한 명준을 비췄다.
멍하고 굼뜬 모습이 롱테이크로 잡히고.
“와, 진짜 예쁘게 생겼다.”
“저 얼굴만 봐도 돈값을 하는 거네.”
“바보 같은데 귀엽다. 아니, 바보 같아서 귀여운 건가?”
그런 명준이 또래들에게 무시받고, 놀림당하는 장면이 지나갔다.
이에 명준에 대한 동정심에 감정적 동화가 이뤄지는 관객들.
그러나.
그들의 공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야, 명준아! 뭐하는 거야?”
“잠자리랑 놀고 있다니까.”
“날개를 찢고 있잖아!”
멍하니 살아있는 잠자리의 날개를 찢고 있는 명준의 모습이 보였으니까.
“응? 그냥 장난이야.”
“이게 장난이야? 괴롭히는 거잖아!”
“왜? 맞잖아. 내 친구들도 나한테 이렇게 장난쳐. 꼬집고, 할퀴고, 때려.”
잠자리의 날개를 종잇조각처럼 잘게 찢으며 묻는 명준.
억울해하는 게 아니라.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는 순진무구한 표정.
거기에 관객들을 압박해오는 기괴한 BGM이 깔렸다.
당장이라도 명준이 눈앞의 친구를 해치기라도 할 것처럼.
“내가 친구들이랑 놀 땐 아무도 방해 안 하던데. 넌 왜 방해해?”
이때 명준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화면.
유진 특유의 비주얼.
거기에 합쳐지는 기괴하고 잔인한 행동들.
“······.”
거기에 관객들은 강한 그로테스크함을 느꼈다.
뚝-
갑자기 화면이 암전되고.
이후 어두운 산의 정경을 비추는 카메라.
그러다 곧 누군가 숲속을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느릿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달리고 있는 자그마한 그림자.
그 모습은 무언가를 뒤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퍽-!
이내 곧 울리는 둔탁한 소리.
곧 그림자도 멈춰선다.
“후아. 겨우, 잡았다.”
헥헥거리는 어린 숨소리.
그 속에서 명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곧장 명준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퍽-! 퍽-!
무언가로 상대방을 내리친다.
그러나 어두운 숲속, 그 모습은 그림자로 보일 뿐.
그림자로 하는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
명준에게 당하고 있는 상대는 대체 누구인가.
명준을 괴롭히던 친구들?
아니면 아까 명준에게 왜 그런 짓을 하느냐 소리치던 아이?
그도 아니면 동물?
직접적으로 연출하진 않지만.
관객의 상상에 맡기기에 더더욱 잔인한 장면이었다.
“흐. 흐하아. 흐헤.”
웃음소리인가? 아니면 그저 힘들어서 내는 괴성인가?
그조차도 분간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명준.
잠시 후.
힘이 다 했는지 털석 주저앉는 명준.
그제야 카메라가 명준의 얼굴을 자세히 보여준다.
“하, 쓰읍. 춥다아.”
멍하니 콧물을 닦는 모습은 예쁜 바보의 모습이지만.
목덜미에 튄 선혈이 강렬한 부조화를 이루고.
“······집에 갈래.”
자리에서 일어나 하산하기 시작하는 명준.
그의 뒷모습을 길게 잡는 카메라.
잠시 후.
[리플레이]
어둠 속에서 영화 타이틀이 올라왔다.
“······.”
그 순간이 될 때까지.
관객 중 누군가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
“이야, 미쳤다······.”
누군가는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관객들이 <리플레이>라는 영화에.
그리고 명준이라는 캐릭터에 매혹당한 순간이었다.
*
개봉 첫날.
일일관람객 10만명으로 시작한 <짐승>.
5천명으로 스타트 한 <리플레이>.
무려 스무 배의 차이.
물론 독립영화치곤 <리플레이>도 상당한 호조였다.
다님길필름 측에서 축배를 터뜨렸을 정도.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다 보고나서야 이 영화 주인공이 연쇄살인범이라는 걸 자각했음
몰입감 돌았다 진짜...
난 좀 지루했음
와 하진무가 이렇게 잘생겼는지 처음 알았네
영화가 되게 세련됐음. 내가 알던 영화랑은 거리가 있는데 그래도 재밌네
ㄴ 이게 다양성 영화의 참맛임 독립영화 츄라이 츄라이
수준 높은 미장센에 적재적소에 배치된 BGM...지루해질 수 있는 장면도 연출이 다 살림]
관람평이 대부분 호평이었다는 것.
물론 독립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관객이 난해함과 지루함을 단점으로 꼽았으나.
그에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호평이 많았다.
그리고 그 호평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건.
[이 영화의 최대단점은 박유진의 분량이다 왜이리 안나옴?
이렇게 강렬한 오프닝을 보여주고 아역 분량이 끝이다? 이게 말이 되냐고
와 근데 진짜 ㅋㅋㅋ 얼굴 미쳤더라... 애가 바보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데도 비주얼이 넘사벽임
얘가 왜 영화제에서 상 받았는지 알겠더라. 분량도 적은데 임팩트가 미침
와 그 장면 딱 나오고 영화 로고 뜨니까 ㅋㅋㅋ 미치겠더라 내가 뭘 보는건가 싶음 박유진 연기 돌았다
유진이가 연쇄살인마에 안 어울릴 거라고 한 사람 누구냐?? 진짜 보는 내내 소름이었는데
하진무 연기도 좋았지만 그냥 박유진이 90분 내내 나왔어도 좋았을 듯]
유진의 연기를 본 후, 아역 분량을 추가했던 최희숙이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더 많은 장면을 원하고 있었다.
그만큼 유진이 연기한 명준이 매력적이었다는 증거.
반면 <짐승> 쪽은.
[야 짐승 걸러 진짜 짐승같은 영화임
ㄹㅇ 제목 따라감ㅋㅋ 아니 짐승만도 못함 금수같은 영화임
정범은 추격자의 밤 때부터 이미 망조였음ㅋㅋ
CG 퀄리티 진짜 ㅅㅂ 개구림
아역 발연기 작렬... 눈물 흘리는 것조차 로봇같음
정범도 이제 퇴물이네 어휴...
영화를 급하게 냈나? 편집, 음향, CG 다 이상해
짐승 존잼! 또 보러 가야지!
ㄴ 알바를 써도 좀 티 안나게 써라 ㅋㅋㅋㅋ
ㄴ ㅋㅋㅋㅋㅋㅋ 무성의함 그 자체]
압도적인 혹평을 얻고 있다.
별점은 6점대를 기록.
그마저도 알바가 준 10점 덕분이었다.
실패작이란 평가를 받던 <추격자의 밤> 때와도 비교가 안될 수준.
그리고 개봉 이틀차.
[Today 영화 일일 관람 인원
<짐승> : 70,456명
<리플레이> : 7,965명]
관객이탈률이 극심해진 <짐승>.
그로 인해 스크린 점유율도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관객이 들어오지도 않는데, 영화를 상영하는 건 영화관에게도 손해니까.
[짐승보고 왔는데 30분 보고 나옴 ㅅㅂ 리플레이는 좀 나음?
ㄴ ㅇㅇ 리플레이가 백배는 재밌음ㅋㅋ
근데 리플레이 상영관은 왜이리 적음?
ㄴ 우리 동네 영화관은 짐승한테 잡아먹힘ㅋㅋ 이딴 개노잼 영화만 왜 줄창 트냐
영화관에다 리플레이 상영해달라고 문의 넣으면 검토해줄라나??
후기 보고 영업당해서 보러갈랬더니 우리 동네에서는 안 하네...원정 나가야하나?
ㄴ 난 이거 보려고 부천에서 서울까지 다녀옴ㅋㅋ]
반대로 <리플레이>는 점점 올라갔다.
영화관마다 <리플레이> 관람을 요구하고 나선 관객들이 꽤 많았던 모양.
개봉한 뒤 10여일이 지나서는 동네 영화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
결국엔 개봉 2주차엔.
[Today 영화 일일 관람 인원
<짐승> : 9,123명
<리플레이> : 10,890명]
순위가 뒤바뀌었다.
“이, 이게 뭐야.”
그리고 그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정범.
“미친, 무슨 독립영화한테 밀리고 지랄이냐고!”
애니메이션 영화 <날개>에 이어 독립영화 <리플레이>까지.
아역배우 박유진이 스타감독 정범을 앞지른 셈이었다.
이러다 유진이 나오는 악몽이라도 꿀 것 같은 기분.
“가, 감독님! 큰일났습니다! 지금 인터넷에······!”
“뭔데. 또 뭐가 큰일인데!”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다고 생각한 정범이었다.
안 좋은 일이래 봐야 뭐가 더 있겠나.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이, 이게 뭐야.”
[단독! 영화감독 정범, 사실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진짜 ‘짐승’은 정범이었다” 피해자 A씨의 폭로]
바닥 밑에는 또 다른 바닥이 있다는 사실을.
*
휴대폰의 메이트온 기능을 이용.
인터넷 기사를 확인하던 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알던 것보다 <짐승>이 망하는 속도도, 기사가 터진 시점도 빨라.’
본래라면 <짐승>의 관객이탈 속도도 더 느리고.
개봉 뒤 한 달은 지나야 학폭 기사가 터진다.
그런데 어째서 그 시기가 앞당겨졌는가?
‘<리플레이> 때문이구나.’
<짐승>에서 이탈한 관객층이 <리플레이>로 향하는 것.
다른 대안이 있기에 이탈률도 더 빨라진 것이고.
그에 맞춰 기자도 좀 더 일찍 기사를 터뜨린 모양이다.
유진이 알던 미래에선 <리플레이>가 <짐승>과 개봉일자가 겹치지도 않고.
처음부터 많은 관객을 모으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더 좋은 커리어가 되겠네.’
유진의 참여로 인해 여러모로 <리플레이>라는 영화는 한 단계 진화한 셈이다.
“아, 미안. 잠깐 전화가 와서.”
머쓱하게 회의실에 들어오는 남자.
김오태였다.
지금 유진은 여행예능 <별을 보러 떠나요> 출연 계약을 위해 MBS를 방문한 상태.
“오태야. 다른 출연진은 확정 났냐? 도장 찍은 사람 있어?”
차동석의 물음에 김오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지혜랑 그 부모님은 거의 확정.”
“어? 이지혜가 출연해?”
“이지혜도 화제성 좋으니까. 그리고 유진이랑 이지혜, 라디오부터 시작해서 제법 자주 엮였잖아? 머지 않아 미니시리즈도 방영될 거고.”
<호구>는 SBW 드라마이지만, 별 상관은 없다.
SBW에선 <호구>를 홍보하니 좋고.
MBS에선 둘의 케미와 화제성을 빨아먹으니 좋고.
서로 윈윈하는 그림이랄까?
“저도 좋아요. 이번 기회에 지혜 누나랑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오, 그 대답 좋다! 동석이 형. 애가 벌써 방송분량 확보하는 법을 아네?”
“그래도 애 앞인데 말 좀 예쁘게 해라. 우리 꼬맹이의 순수한 마음을 그렇게 자본주의적으로 바라봐야겠냐?”
차동석과 김오태가 뭐라고 떠들든.
유진은 별 상관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지혜 누나의 사연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어.’
라디오부터 드라마, 예능에 이르기까지.
여러모로 콤비로 활약 중인 두 사람이다.
즉, 앞으로도 이 인연이 쭉 계속될 거란 소리.
이지혜는 추후 청춘스타로 거듭날 인재다.
같이 엮이면 유진 역시 득볼 게 많은 상황.
그러나.
추후 찾아올 그녀의 전성기는 길지 않다.
‘한창 전성기 때 소속사에 전속계약 무효소송을 제기하니까.’
10년이 넘도록 이지혜는 한 소속사에 머문다.
그러나.
만약 지금의 이지혜 역시 현 소속사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조만간 확실히 지혜 누나를 아군으로 포섭할 기회가 찾아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