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별을 보러 떠나요> 촬영이 끝나고 며칠 뒤.
이지혜는 단 하루, 아무 스케줄도 잡지 않았다.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다고 둘러댄 것.
가족들까지 나서자 나대준도 어쩔 수 없이 스케줄을 하루 비워주었다.
‘정말 미안하다, 지혜야.’
그리고 그날.
이지혜는 부모님이 사는 곳으로 내려가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촬영 당시에는 감정에 북받쳐 이야기했다면.
그때는 생각을 정리하고, 차분하게 제 생각을 풀어놓은 이지혜.
‘부모라는 게 자식에게 짐만 되고 있었네.’
어머니는 다시 눈물을 흘렸고.
아버지는 착잡한 얼굴로 몇 번이나 마른 세수를 했다.
‘TV를 틀면 여기저기 네가 나오고, 점점 잘 되는 것 같아 기뻤다. 네가 힘든 줄은 모르고, TV로만 네 얼굴을 보고, 네 상태를 판단하고 있었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 속.
이지혜가 벌어오는 수입이 다른 가족에 비해 훨씬 많았다.
그 덕분에 조금씩 빚도 갚고, 생활도 영위할 수 있었다.
게다가 TV 속 이지혜는 항상 웃고 있었다.
떨어져 사는 가족들로선 그저 이지혜가 잘 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것.
‘아빠가 못난 탓이야. 우리가 모든 짐을 너에게 지웠어.’
‘맞아요. 솔직히 많이 힘들었고,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서운했어요.’
이따금 걸려오는 걱정 어린 전화에도.
걱정을 끼칠까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던 이지혜.
하지만 서로 솔직하게 대해라던.
유진이 해줬던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또, 가족들 때문에 버틴 거예요. 그만큼 나한테 소중하니까.’
비록 최근엔 일 때문에 소원해졌다고 하지만.
분명 이지혜는 부모님과 사이가 좋았다.
불확실한 아역배우라는 길을 든든히 밀어준 것도 부모님이었고.
그렇기에 여태 이지혜가 더더욱 티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으니.
‘그래. 그딴 소속사 얼른 나오자.’
현 소속사와의 계약종료가 머지 않았다.
그동안 나대준이 재계약을 위해 부단히 가족들에게 공을 들였으나.
그게 모두 기만이었다는 걸 가족들이 깨달은 것.
이어 부모님은 혹사에 대해 폭로하자고 길길이 날뛰었으나.
소속사도 없는 상황에서 배우 개인이 싸움을 벌이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때문에 새 소속사를 찾는 일이 급선무.
‘하지만, 어디로 가야하지?’
어린시절부터 아역배우 생활을 해왔으나.
소속사나 에이전시 변경 없이 한 소속사에서 오래 지냈다.
즉, 경력은 오래 됐어도 시야는 좁은 것.
‘거기도 지금 소속사와 별반 다르지 않으면 어떡하지?’
우물 안에 있던 개구리가 세상 밖을 무서워하듯.
새로운 소속사를 선택하는 것도 겁이 났다.
그곳에도 혹사와 무시가 일상일 것 같아서.
‘이런 걸 얘기할 사람도 마땅치 않아.’
연예계 인맥이라 부를 사람이 없다. 연락처를 주고 받은 정도일 뿐.
이런 중요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전무했다.
기껏 알고 지내는 연예계 사람이라고 해봐야 유진 정도.
‘물론 유진이 덕분에 용기를 내긴 했지만.’
그렇다고 9살짜리 아이에게 재계약이니, 이적이니 하는 얘기를 상담할 수는 없었다.
유진에게 더 신세를 지고 싶지도 않았고.
이지혜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궁리하고 있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보나마나 나대준 대표의 전화일 것 같아 곧장 꺼버리려 했는데.
“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재, 재오 오빠?”
“안녕, 지혜야. 잠깐 통화 돼?”
갑자기 톱 아이돌 재오에게 전화가 오다니, 당황스러울 만도 했다.
게다가 둘의 인연이라곤 <별을 보러 떠나요>가 전부였으니.
“네. 괜찮아요.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너 요즘 재계약 문제로 고민하고 있어?”
“네? 그걸 어떻게······.”
“유진이한테 들었거든. ”
“유진이가요?”
“응.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얘기해주면 좋겠어. 내가 누구야? 보건복지부 홍보대사에, 남자 아이돌 최초로 분유 광고 따낸 사람이야. 어때. 상담사로 제격이지?”
평소의 이지혜라면 섣불리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유진에게 제 이야기를 듣고 연락했다니.
갑자기 신뢰도가 확 오르는 느낌이었다.
“그게, 실은요.”
이지혜는 간략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를 묵묵히 듣고 있던 재오.
이지혜의 설명이 끝나자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서. 재계약은 안 하려고?”
“네. 새로운 곳을 찾아보려고요.”
“잘 생각했어. 그 소속사, 업계에서도 여러모로 평이 안 좋거든. 여태 고생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참고 살았어?”
자신을 위로해주는 재오의 목소리를 듣자.
이지혜는 한결 마음이 더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제 선택에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새 소속사는 찾았어?”
“아직이요. 제가 이쪽 방면에 대해선 아는 것도 없고, 얘기 나눌 사람도 마땅히 없어서요.”
“그렇구나. 그런데 나도 추천하기는 조금 조심스러워. 아무래도 성향 차이라는 게 있으니까, 자신한테 잘 맞는 회사를 찾아 들어가야하거든. 유명 엔터나 기획사도 쓰레기 같은 곳이 더러 있고. 그래도 영 아닌 곳은 내가 대부분 걸러줄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며 재오는 걸러야할 소속사 목록을 쫙 읊어주었다.
그러면서도 어느 소속사가 좋다더라, 하는 식의 언급은 없었다.
이지혜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
여러모로 이지혜를 배려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혹시 들어가고 싶은 곳 있어? 너 정도면 DV엔터 같은 곳에서도 탐낼텐데.”
이지혜도 이 나이대 배우 중에선 최고의 매물이다.
아마 여러 대형 기획사에서도 군침을 흘릴 터.
“저, 재오 오빠.”
“응?”
“유진이네 소속사······그쪽은 어때요?”
그런데 이지혜가 얘길 꺼낸 것은.
대형기획사가 아닌 주역 매니지먼트였다.
“오빠?”
대답이 없는 재오 때문에 당황한 이지혜.
그러나 재오는 곧 입을 열었다.
“너 혹시 본 적 있어? 유진이랑 같이 오는 험상 궂게 생긴 남자 분.”
“네. 자주 뵀어요. 유진이 촬영할 때마다 따라오시니까. 매니저 아니에요?”
“어때 보였어? 유진이 대하는 모습.”
“엄청 친근하고, 편안해 보였죠.”
“그런데 그 사람, 사실 소속사 사장이라는 거 알고 있어?”
“네?”
이지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소속사 사장이 직접 배우를 위해 매니저를 뛰다니.
이지혜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제 소속사 대표는 허구언날 골프나 치러 다니고, 윽박이나 지르는 인간이니까.
“유진이가 그러더라. 그 회사 신조가 배우를 존중하는 거라고. 그 외엔 나도 잘 모르겠어. 거기 소속된 배우도 유진이 한 명이라고 하고. 영세한 곳인 건 확실해.”
그 말을 들은 직후.
이지혜의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요, 재오 오빠.”
“어. 가고 싶은 곳 정해지면 말해. 알아봐줄 수 있으니까.”
“방금 정했어요.”
이지혜는 아까보다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거기로 한 번 찾아가보려구요.”
*
며칠 시간이 흐르고.
“으아, 피곤하다.”
UB엔터테인먼트 건물.
재오는 자판기 옆의 의자에 앉아 한숨을 토해냈다.
“재오 형. 요즘 많이 바빠요?”
그 옆자리에 유진이 앉으며 물었다.
방금까지 그들은 빅터 신곡 뮤직비디오에 대한 컨셉과 콘티 설명을 들었다.
유진은 그를 위해 UB엔터에 방문한 것.
지금은 잠시 휴식 시간이었다.
“어. 요즘 컴백 준비하느라 난리도 아니거든. 매일이 연습, 회의, 연습, 회의.”
“아이돌도 진짜 힘들겠다.”
“그러게. 가끔 배우 지망생이었던 내가 왜 아이돌을 하고 있나 싶다니까. 팬들이 좋아해주는 거, 그거 하나만 보고 하는 것 같다.”
“배우랑 똑같네요! 사람들이 많이 봐주고, 많이 좋아해주길 바라니까.”
“음, 그게 그렇게 되나? 본질적으론 비슷할지도 모르겠네. 역시 스승님이야. 내게 또 가르침을 주시는구만.”
피식 웃던 재오가 문득 생각났다며 말했다.
“아, 맞다. 네 말대로 얼마 전에 지혜한테 전화했었어. 확실히 소속사 문제로 고민이 많더라고.”
“네. 고마워요, 재오 형.”
재계약과 소속사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이지혜.
때문에 유진은 재오에게 전화 한 통만 해줄 것을 부탁했다.
‘내가 말해봤자 별로 신빙성이 없을 테니까.’
유진은 아직 9살.
게다가 데뷔한지 1년도 안 된 신인이 아닌가.
그런 유진이 소속사, 계약에 대해 말해봤자 주의 깊게 들을 리가 없다.
그러나.
그 말을 해주는 게 재오라면?
‘설득력이 달라지지.’
연예계 경력도 제법 되고.
대형기획사 소속에, 톱아이돌이다.
“그런데 부탁에 부탁으로 응수하다니. 이거 내가 완전 손해인데?”
재오의 투덜거림에 유진은 씨익 웃었다.
“에이, 형을 믿으니까 그런 거죠. 그리고 지혜 누나 좋은 배우에요. 형도 누나랑 친해지면 좋을 텐데. 원래 좋은 배우 옆에는 좋은 배우 친구가 있는 법이거든요.”
“흠. 그래? 그렇단 말이지.”
금세 유진의 말에 홀라당 넘어가버리는 재오.
의외로 팔랑귀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재오 형. 이번에 발라드로 컴백하는 거예요?”
“맞아. 근데 더블 타이틀이야. 하나는 힙합이고 하나는 애절한 발라드 곡. 네가 출연하는 게 바로 발라드 곡의 뮤직비디오야.”
여태 강렬한 곡으로 인기를 끌었던 빅터.
발라드를 타이틀곡으로 하는 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인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더블 타이틀로 강렬한 힙합곡을 준비해 안전장치도 마련해둔 것.
“아까 콘티랑 스토리 보니까 완전 멜로 드라마 같더라구요.”
발라드 곡의 제목은 ‘첫사랑’.
제목 그대로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아픔을 노래한 발라드다.
뮤직비디오 역시 그 감성에 어울리는 스토리.
어릴 적 주인공이 짝사랑하던 여자.
그 여자와 성인이 돼서 재회하지만, 이미 다른 사람과 맺어진 상태.
그를 알면서도 여자의 주위를 맴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표현해줄 배우가 바로 유진인 것.
‘이 시절엔 이런 뮤직비디오가 많았지.’
마치 미니드라마처럼, 스토리텔링을 갖춘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끌던 시기다.
때문에 뮤직비디오로 얼굴을 알리는 신인이나 무명 배우들도 많았다.
‘빅터는 해외팬들도 많으니까, 넙튜브 채널 유입에도 도움이 될 거야.’
게다가 발라드 곡인 ‘첫사랑’이 다른 타이틀 곡보다 인기를 많이 끈다.
여러모로 이번 뮤직비디오 출연은 도움이 많이 될 터.
“우리 스승님, 멜로 연기는 어떻게 할지 엄청 궁금하네.”
“음, 저도 궁금해요!”
유진은 전생에도 멜로 연기는 해본 적이 없다.
러브라인은 주조연의 전유물이니까.
즉, 유진으로서도 생애 첫 멜로 연기 도전인 셈.
“하필 내가 뮤비 주인공이라, 너랑 같이 붙는 장면이 없는 게 아쉽네. 붙는 장면 찍고 싶어서 너 출연하게 해달라고 추천한 건데.”
그러나 결국 유진은 재오의 아역을 맡았다.
그 때문인지 재오는 정말 아쉬워 보였다.
“그래요? 근데 굳이 같이 붙는 장면 촬영 안 해도 괜찮잖아요.”
“얘가 서운한 소릴 하네. 좋은 배우 옆에는 좋은 배우 친구가 있다며? 그리고 내가 합을 맞춰본 배우가 너밖에 없잖아. 다른 곳도 아니고 빅터 뮤비인데, 나도 팬들한테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고.”
공익 광고 촬영 당시.
유진과 함께 호흡을 맞췄을 때의 기억은 연기자 재오에게 큰 분기점이었다.
이후 연기 트레이너에게 몇 번이나 수업을 들었으나.
그때만큼의 짜릿함은 느껴본 적이 없다.
연기자이자 한 명의 아이돌로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재오는 유진을 필요로 한 것.
‘로봇 연기의 대명사 빅터 재오가 이렇게까지 변하다니.’
원래대로라면 재오는 공익광고에서 충격적 발연기를 보여주고.
그게 흑역사로 박제되어 다시는 연기 쪽에 도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한 명의 연기자로서 충실히 성장해나가는 중.
‘앞으로 어떤 연기자가 될지 궁금하네.’
“야, 재오야!”
그때.
두 사람을 부르며 멀리서 걸어오는 조실장.
“오. 마침 박유진 배우랑 같이 있네. 잘 됐군.”
“무슨 일인데? 뮤비 관련이야?”
“아니, 이번엔 축하할 일이 있어서 왔다.”
“축하? 무슨 축하?”
뜬금없는 축하타령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재오.
“너희가 찍은 공익광고, 상 받았댄다.”
*
한편 MBS에서는.
“정규편성 되려면 시청률 10%를 넘기라니. 미친 거 아니냐?”
국장실에 다녀온 김오태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러자 강주란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어린애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드나봐요.”
“아니, 명절도 아니고. 땜빵으로 들어가는 거에 시청률 10%라니! 진짜 더럽고 치졸해가지고.”
<별을 보러 떠나요> 촬영 이후.
이 포맷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김오태.
정규 편성을 위한 논의를 위해 예능국 국장과 면담을 가졌다.
그가 MBS에서 가지고 있는 위상은 국장과 다이렉트로 얘기가 가능할 정도니까.
그런데.
그런 김오태조차 정규 편성을 따내기 쉽지 않았다.
아역배우 위주의 포맷 때문인지 흥행 여부를 낮게 보는 것.
“어차피 시청률이랑 평가 보고 정규 편성 논의해야하는 건 맞잖아요.”
정규 편성 예능 중에도 시청률 10%를 못 넘는 프로그램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파일럿 프로그램에 10%를 요구하는 건, 사실상 거절이나 마찬가지.
“박유진에 이지혜, 거기에 재오라고 해도 파일럿이 10%는 어렵긴 하죠.”
“과연 그럴까?”
방금까지 투덜대던 모습은 어디가고.
히죽 웃으며 노트북을 강주란 쪽으로 들이미는 김오태.
그곳엔 온통 유진에 대한 기사가 떠 있었다.
[재오와 박유진이 출연한 공익광고, 부산국제광고제 필름 부문 금상 수상······중앙부처 수상은 최초]
[배우 박유진, 빅터 신곡 뮤직비디오 출연한다······“재오와의 인연 덕분”]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두 사람, 빅터 재오와 배우 박유진! 둘의 우정이 특별한 이유]
[“재오&박유진 콤비를 잡아라!” 방송가를 휩쓰는 미친 케미. <별을 보러 떠나요>에 집중되는 관심!]
공익광고의 수상 소식으로 인한 화제성.
거기에 유진의 빅터 신곡 뮤직비디오 출연 소식까지 더해졌다.
재오와 유진 콤비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여기에 예고편으로 어그로만 확실히 끌면 10% 넘길 수 있어. 예고편이랑 본편 모두 최대한 재오랑 유진 붙은 장면 위주로 가자.”
김오태는 이 흐름에 기꺼이 올라타기로 했다.
“아, 그런데 그 장면 어떻게 할까요? 편집할까, 말까 고민하던 장면.”
“아, 그거? 이지혜가 어머니랑 새벽에 나눈 대화 말이지?”
관찰예능답게, 출연진들의 허락을 받고 각 방에도 카메라를 설치했다.
때문에 이지혜와 어머니가 나눈 대화가 모두 녹화된 것.
“이거 그대로 내보냈다간 그쪽 소속사에서 난리를 피울 텐데.”
그런데 그 내용이 상당히 문제였다.
소속사가 행한 이지혜에 대한 혹사.
그에 대해 토로하는 내용이었으니.
“그럼 그냥 적당히 뭉개고 갈까? 오디오 날리고 화면만 내보낸 다음 그냥 BGM이랑 자막으로 때워도 되고.”
“음, 그게 최선이겠죠. 일단 이지혜 쪽에서도 편집 요청은 안 했거든요.”
“그래. 근데 괜히 그대로 내보내면 괜히 시끄러워지니까, 박유진에게 위로 받은 이지혜. 어색한 어머니와 속을 터놓고 이야기 했다. 이 정도로 정리해서 가야겠다.”
그렇게 곧장 편집에 들어가려던 김오태.
그를 붙잡는 것은 한 통의 전화였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주역 매니지먼트의 장미소라고 합니다.”
“아. 동석이 형 아내분 되시죠? 반갑습니다!”
김오태는 친한 척 말을 걸었으나.
“다름이 아니라, 우리 배우의 촬영분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장미소는 제법 사무적으로 대꾸했다.
“아. 유진이 분량이요?”
주역 매니지먼트 소속 배우는 박유진 한 명.
그러니 김오태는 당연히 유진에 대한 얘기라 생각했다.
“아뇨. 이지혜 배우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네?”
순간 머릿속이 혼란해진 김오태.
주역 매니지먼트, 그곳에서 이지혜에게 ‘우리 배우’란 표현을 쓴 것이다.
“이지혜 배우와 어머니가 나눈 그 대화 장면. 방송에 그대로 내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