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58화 (58/237)

58화

[단독! 성아오츠카 측 “박유진과 ‘아침바람’ 광고모델 계약 체결 완료했다” 누리꾼들 환호!]

[넙튜브 영상 하나의 나비효과! 배우 박유진은 어떻게 아침바람 광고모델이 되었나?]

[이온음료 시장까지 개척한 박유진······그 비결은 넙튜브?]

유진이 아침바람 광고를 따낸 이후.

연예기획사들 사이에서 넙튜브는 새로운 홍보수단으로 주목받았다.

한 번 제대로 흐름을 타면 이름을 알리는 것은 물론이요.

재수가 좋으면 광고모델까지 할 수 있다.

그것을 유진이 증명해주었으니.

[가수 페이즈, 팬들을 위해 넙튜브 채널 개설한다······소속사 측 “가수가 아닌 인간 페이즈의 모습 보여줄 것”]

[배우 이혜령, 자신만의 화장법 넙튜브 채널에 단독공개! 네티즌들의 관심집중!]

[넙튜브, 연예인들의 새로운 홍보수단이 되나? 연달아 채널 개설 중!]

특히 대형 기획사들이 기사까지 뿌려가며 자사 배우 넙튜브 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덕분에 몇몇 연예인들은 성공적으로 넙튜브에 안착한 상황.

[범람하는 넙튜브 채널, 정작 컨텐츠는 없다는 지적 잇따라]

[아이돌 가수 엑스, 일상 영상 공개한다더니······“과도한 광고 눈살 찌푸려져” 뭇매]

[배우 소정환, 넙튜브 채널 활동 임시 중단 선언 “낮은 퀄리티에 죄송하다. 재정비해 다시 찾아뵐 것”]

문제는 그런 성공사례가 많지는 않다는 것.

대형 기획사 소속임에도 넙튜브 편집은 중구난방인 경우도 많았고.

광고 목적이 뻔한 제품 노출까지.

작품 연습, 일상 공유 등.

소소한 영상으로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진 유진의 채널과의 비교는 시간문제였다.

[요즘 진짜 개나소나 넙튜브 하네 ㅋㅋㅋ

일단 채널마다 영상 퀄리티가 너무 차이남... 특히 박유진 넙튜브는 웬만한 예능보다 재밌던데

ㄴ ㄹㅇ 난 넙튜브 유진이 영상보려고 들어감ㅋㅋ 그러다 가끔 팝송이나 몇 개 듣고

ㄴ 맞음ㅋㅋ 그리고 박유진은 아빠랑 티키타카 하는 거만 봐도 꿀잼인데 ㅋㅋㅋ

저놈들은 무슨 광고 따내려고 넙튜브를 하냐

하 내 최애도 넙튜브 시작했는데 영상 보다 끔... 제발 박유진 채널이나 페이즈 채널 보고 좀 배웠으면 ㅠㅠ

ㄴ 2222

ㄴ 3333...

ㄴ 4444 아니 할거면 제대로 하든가 이게 뭐냐고

진짜 요즘 넙튜브 추잡하다 퀄리티도 조악해 의도도 불순해 ㅋㅋ

기획사들 다 반성 좀 해라 날로 먹으려 하지 말고]

덕분에 유진의 넙튜브 채널만 더 홍보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하여.

[배우 박유진의 스프링노트

동영상 – 20개, 구독자 – 98,234명]

유진의 넙튜브 채널은 구독자 10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가만히 있었는데도 가치가 상승한 셈.

그러는 사이.

“오케이, 좋습니다!”

유진은 현재 여유롭게 아침바람 광고를 촬영 중이었다.

아침바람을 들고 해변가를 누비는 유진의 모습.

그걸 확인하고서야 성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놓쳤으면 큰일날 뻔했어, 진짜.’

그리고.

그 우려만큼, 계약 후 돌아오는 결과는 달콤했다.

[와 진짜 유진이를 모델로 써주네 ㄷㄷ

진짜 설마설마 했는데 실제로!! 찬양해 성아오츠카!

드디어 유진이 아침바람 모델 되는거 보는구나 ㅠㅠㅠㅠ 살아있길 잘했다

외쳐 짱짱오츠카! 갓침바람!

이 소식 듣고 아침바람 2박스 시켰습니다... 직원들한테 나눠줘야지 ㅎㅎ]

성아오츠카는 박유진의 팬들에게 ‘짱짱오츠카’, 아침바람은 ‘갓침바람’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으니.

단숨에 기업과 제품에 대해 호감 이미지가 쌓인 것이다.

여태 넙튜브 독점노출 문제로 입씨름을 하며 쌓였던 피로감.

그게 단숨에 사라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

‘게다가 박유진이 생각보다 엄청 열심히 하네. 예의도 바르고.’

이제 박유진은 어딜 가든 모셔가려는, 귀한 스타가 되었다.

거기에 아역 보호조항도 있으니, 이를 이용해 틈틈이 휴식을 취할 법도 한데.

유진은 별다른 휴식도 취하지 않고 계속 촬영에 임하는 중이었다.

“이제 바람을 느끼면서 상쾌하게 걸어오는 그림 하나 딸게요. 자, 강풍기 틀고! 네! 좋습니다. 완벽해요. 너무 잘하는데요?”

CF감독의 칭찬대로.

유진은 매 테이크마다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진짜······잘 어울리긴 하네.’

푸른색 셔츠에 흰색 바지를 입고, 그림 같은 해변가를 질주하는 유진.

그러다 아침바람을 한 모금 마신다.

그 모습은 여타 어느 이온음료 광고에서 보지 못할 청량함을 담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그냥 여름방학에 놀러온 초딩 느낌이 날 수도 있는데. 마치 신비로운 미소년 같은 느낌을 풍기고 있어.’

거기에 화룡정점.

땀으로 젖은 앞머리, 그 상태에서 한 모금 하는 아침바람 한 잔.

‘이번에도 짤 엄청 돌겠네.’

마케팅팀 팀장으로서의 촉이었다.

이번 광고는 분명 제대로 먹혀들 것이라 성혜연은 확신했다.

“앞으로 작품 뿐만 아니라 광고 찍으시느라 많이 바쁘실 것 같습니다.”

성혜연이 차동석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차동석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계약한 건 아침바람 한 곳 뿐입니다. 이후에도 예정은 따로 없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네. 곧 작품에 들어갈 예정이라 광고는 하나만 찍을 생각이었습니다. 배우가 집중하길 원했거든요.”

만약 박유진 측이 다른 회사를 선택했다면?

성아오츠카 쪽은 다 차려진 밥상을 스스로 엎는 꼴이었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촬영 종료 이후.

“저. 박유진 배우만 괜찮다면 식사를 함께할까 하는데요. 어떠세요?”

성혜연이 유진에게 예의를 차리며 물었다.

장기적으로 유진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좋다는 걸 알아차린 것.

“정말 죄송합니다! 이후 스케줄이 있어서요.”

그러자 유진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성혜연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부담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기가 센 듯 하면서도 예의가 발라. 절대 적으로 두면 안 되는 스타일이야.’

설마 9살짜리에게 이런 인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

성혜연은 애써 친근한 척하며 물었다.

“그런데 혹시 어디 가세요?”

“오후에 시상식이 있거든요.”

“오, 시상식이요? 수상하러 가나 봐요?”

“아뇨. 노래하러 가요!”

배우 박유진이 시상식에 노래를 하러 간다고?

이해를 하지 못하는 성혜연.

유진은 그저 땀을 닦으며 해맑게 웃을 따름이었다.

*

유진의 팬카페 <대박유진>은 한동안 난리가 났다.

바로 백룡영화제에 유진이 출연한다는 소식 때문.

심지어 축하무대로 ‘날아가’ 라이브를 선보인다고 한다.

[??? 백룡영화제?? 거기 엄청 권위있는 영화제 아닌가요?

백룡에서 날아가 라이브라니 미친 ㅠㅠㅠㅠㅠ

그거 들으면 진짜 저 날개 달고 천국 갈지도 몰라요...

이번 아니면 완전 기회 없을텐데 ㅠㅠㅠㅠ]

가뜩이나 톱스타 배우들이 많이 참여하는 백룡영화제다.

덕분에 이번 방청신청은 아주 박 터졌고.

‘대박유진’ 안에서도 운이 좋은 몇몇 인원들만이 성공할 수 있었다.

여의도 공개홀 앞.

소위 말하는 ‘대포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자.

김현서처럼 말이다.

“드디어 유진이를 찍을 기회가 오다니.”

본래 다른 아이돌 그룹의 홈마였던 김현서.

고퀄리티 사진으로 굿즈를 제작해 판매

남부럽지 않은 수입을 올릴 정도였다.

그러나 <유별난 친구들>을 통해 유진에게 입덕한 이후.

아이돌 홈마 생활을 완전히 청산했다.

그리고 ‘대박유진’에 가입해 열심히 찍덕으로 활동하려 마음먹었는데.

“유진이 실물 보는 게 왜이리 어렵냐.”

공개 활동이 많은 아이돌과 달리.

배우의 찍덕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유진은 예능이나 라디오 출연이 많은 것도 아니고.

김현서 입장에선 이번 방청이 절호의 기회인 것.

“언니.”

그때.

누군가 김현서의 옷소매를 잡아끌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리고 있는 소녀.

바로 김현서의 사촌동생이었다.

“언니. 입장은 언제부터야? 다리 아픈데.”

“곧 시작한대. 조금만 기다려.”

김현서는 쭈그려앉아 사촌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근데 의외네. 선미 너는 평생 빅터만 좋아할 줄 알았는데. 뮤직비디오 찍고서 팬이 된 거야?”

“패, 팬은 무슨! 언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 거잖아.”

그러자 귀가 새빨개지는 김현서의 사촌동생.

그 정체는 바로 키즈모델 김선미였다.

빅터의 ‘첫사랑’ 뮤비에서 유진의 상대역이었던 아이.

“난 아직도 빅터 오빠들 밖에 없거든? 근데 언니가 갑자기 박유진 팬이라고 하니까. 그냥, 언니 도와주려고 방청신청 한 것 뿐이야.”

애써 부정하는 김선미.

하지만 김현서는 알고 있었다.

김선미의 방 안에 빅터 사진과 포스터가 도배되어 있지만.

김선미는 이제 유진의 사진만 찾아대고 있다는 걸.

심지어 화보집 예약까지 끝마친 상태라는 걸.

백룡영화제의 방청신청을 하자고 제일 처음 말한 것도.

방청신청에 성공해, 동반 1인으로 김현서를 데려온 것도.

모두 김선미였다.

“그래, 그렇구나. 고마워. 다 선미 네 덕분이지.”

하지만 김현서는 적당히 넘어가주기로 했다.

저 나이대 애들은 솔직하지 못한 법이니까.

“어? 이제 입장 시작하나보다. 얼른 가자, 언니.”

사람들이 공개홀로 우르르 입장하기 시작했고.

김선미는 김현서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김선미의 얼굴은 현장의 그 누구보다 기대감에 차있었다.

“선미야. 그렇게 기대돼?”

“기대는 무슨! 얼른 끝나고 집에 가고 싶어.”

솔직하지 못한 대답에 김현서는 소리 죽여 웃었다.

이후 입장이 끝나 방청석에 착석한 두 사람.

다행히 중앙에 위치한 좌석이라 무대가 훤히 보였다.

“언니. 몇 가지 주의사항 알려줄게. 유진이 순서 끝났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건 예의가 아니야. 그리고 유진이 나왔을 때 너무 과도한 함성도 안 되고. 이 영화제에서 유진은 축하무대 손님이니까. 누가 수상하더라도 큰 박수 보내주고. 팬클럽의 이미지가 곧 배우의 이미지가 되는 법이거든.”

랩을 하듯 속사포로 읊어대는 김선미.

아이돌 홈마 짬밥이 있는 김현서가 그를 모를 리 없으나.

김현서는 알았다며 맞춰주었다.

“그리고 사진 잘 찍고! 다 찍은 다음 나한테 검사 맡아.”

“응? 아니야. 우리 선미 언니 때문에 억지로 왔는데 그럴 수는 없지.”

“언니가 이상한 사진 올려서 욕먹으면 어떻게 해! 아무튼 나한테 꼭 보여줘. 내 메일로도 보내고. 알았지?”

속이 뻔히 보이는 허세.

김현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선미의 볼을 슥슥 쓰다듬었다.

“갑자기 왜 그래?”

“아냐. 귀여워서 그래, 귀여워서.”

그렇게 둘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카메라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 MC를 맡은 두 남녀 배우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안녕하십니까! 제48회 백룡영화제 진행을 맡은 배우 김선호입니다.”

“배우 이은영입니다! 이런 영광스런 자리에서 진행을 맡게 되어 무척 영광입니다.”

“와, MC가 김선호랑 이은영이라니. 확실히 백룡영화제가 클래스가 있네.”

김현서가 나지막이 감탄을 내뱉었다.

두 사람 모두 충무로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젊은 남녀 스타였으니까.

“작년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관객분들게 사랑받은 해였는데요. 대한민국 영화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아주 기념비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올해로 48회를 맞이한 백룡영화제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럼 그 영광의 주역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이후 두 MC의 소개에 따라.

각 부문별 시상자가 무대 위로 올라와 수상자를 호명했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이번 백룡영화제 편집상의 주인공은······<해변의 남자>! 축하드립니다!”

“미술상 수상자! 영화 <예술의 집>. 축하합니다! 미술, 더 나아가 예술에 대한 인간의 탐미와 탐욕을 탁월한 미장센으로 표현해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죠.”

“특수효과상, 수상의 영광은 <아이스크림집 살인사건>이 가져갑니다! 공포영화라는 장르 속 한국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녹여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공포, 예술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었고, 평론가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두 MC가 개회식 때 말했듯.

작년은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가능성이 꽃피어난 시기였으니까.

그 흐름 속에서 <날개>와 <리플레이>도 더욱 흥행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잠시 후.

“제48회 백룡영화제. 음악상.”

시상자가 봉투를 열고 결과를 확인하는 와중.

두구두구두구-

시상식답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북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마침내.

시상자가 입을 열었다.

“이선화 감독님의 <날개>! 축하드립니다!”

유진이 참여한 작품이 나오자 김선미와 김현서는 더 큰 박수를 보냈다.

한편,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단발머리를 쓸어넘기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이선화 감독.

곧 주변에서 축하가 쏟아졌고.

이선화는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시상대로 향했다.

“영화 <날개>는 대한민국 최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장르로, 동화 같은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훌륭한 노래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거기다 개봉 이후로 계속 OST가 음악차트를 점령했죠. 백룡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장르의 영화가 수상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온 이선화 감독.

꽃다발과 트로피를 받자 그제야 실감이 나는 걸까.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흑, 흐윽······설마 백룡영화제에서 수상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흑. 국산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는, 생소한 도전에 많은 사랑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흑, 무모한 도전에 함께 해준 블루컬쳐 스튜디오의 모든 직원. 특히, 흐윽! 고생 엄청한 곽용재 사운드 디자이너!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훌쩍이면서도 할 말은 다 하고 있다.

그에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이선화는 코를 훌쩍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주인공 목소리와 노래를 담당해준 박유진 배우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유진아! 너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사랑 받진 못했을 거야. 우리한테 진짜 ‘날개’를 달아준 아기 천사! 고맙고 사랑해!”

이선화에게 쏟아지는 박수.

곧 이어 각본상 시상이 진행되었다.

“<리플레이>의 최희숙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개봉 이후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덕분일까.

한양독립영화제에서 눈물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젠 제법 담담한 모습의 최희숙.

“······끝으로, 매번 상을 받을 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리플레이>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준 박유진 배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국산 뮤지컬 애니메이션 <날개>와 독립영화 <리플레이>.

성공하기 어려워보이는 두 작품 모두 백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거기다 백룡영화제에서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진짜 대단하다. 두 작품 다 유진이가 참여한 작품이라니.”

“거기다가 두 분 다 수상소감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박유진을 뽑았잖아. 진짜 쩔지?”

유진이 언급됐다는 사실에 고무됐는지.

이젠 그냥 대놓고 기뻐하는 김선미였다.

“자,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부문에 대한 시상인데요. 바로 공로상입니다!”

“말 그대로 한국영화계의 발전을 이끈 공로를 인정해, 감사의 의미를 담아 수여하는 상입니다.”

MC의 멘트 이후.

“공로상 끝나고서 유진이의 축하무대야.”

김선미가 김현서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제48회 백룡영화제 공로상. 권성택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그 어느 때보다 큰 박수소리가 쏟아졌다.

다소 단출한 차림으로 참석한 권성택.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아든 그가 마이크 앞에 섰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시절. 백룡영화제에서 공로상을 받으면 은퇴해야지, 하고 친구들과 장난스레 말하던 게 떠오르는군요. 이제 은퇴할 시기가 왔다는 걸까요?”

거장 권성택 입에서 나온 은퇴소리.

그러자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농담입니다. 제가 농담 센스는 별로 없는 모양이네요. 전 또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아마 곧 여러분께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죽을 때까지 영화감독으로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어진 멘트에선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여전히 정열적으로 활동하는 권성택에 대한 찬사.

그리고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권성택이 무대를 내려간 후.

“자. 그럼 잠시 분위기를 바꿔볼까요? 오늘 백룡영화제를 위해 아주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고 하는데요.”

“언니, 시작한다. 시작한다!”

MC의 멘트에 언니의 옷소매를 잡아끌며 흥분하는 김선미.

“맞습니다. 오늘 음악상을 수상한 <날개>의 대표곡인 ‘날아가’를 부른 주인공이죠. 아역배우 박유진 군을 소개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큰 박수를 보내는 두 사람.

곧 나비 넥타이에 정장을 입은 유진이 무대 위로 걸어왔다.

곧 ‘날아가’를 열창하는 유진.

녹음 때보다 한층 성숙해진 목소리는 깊어진 울림을 선사했다.

“······와.”

외마디 감탄을 내뱉는 김선미.

현장에서 직접 듣는 유진의 ‘날아가’는 상상 이상으로 황홀했으니까.

“안녕하세요! 아역배우 박유진입니다!”

무대가 끝난 이후.

유진은 제게 쏟아지는 박수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렇게 대단한 영화제에 축하무대로 설 수 있다는 게 영광입니다. 저도 상 받는 거 무지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어떤 기분인지 잘 알 것 같아요. 수상하신 분들, 수상하실 분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김선미는 초집중 상태로 유진의 수상소감을 들었고.

김현서는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백룡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건 모든 배우의 꿈이잖아요? 저도 언젠가 백룡영화제에서 상을 타고 싶어요.”

그 말에 객석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 배우와 방청객들.

유진이 한 말을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백룡영화제에서 상을 타고 싶다’라는 뜻으로 해석했으니까.

“그래서 내년에! 한 번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유진은 바로 내년을 지목했다.

“아까 권성택 감독님이 말씀하신 신작! 저도 거기에 출연합니다.”

이어지는 말에 김선미와 강현서는 물론이고.

객석에 있던 모두가 화들짝 놀라 말을 잃었다.

“그럼 내년에 다시 백룡영화제 참석할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진의 멘트가 끝난 이후.

아주 잠깐 정적이 찾아왔다.

그러나 곧장 퍼지는 웅성거림.

“뭐?”

“저 애가? 권성택 감독님 작품에?”

“무슨 말이야? 이거 진짜야?”

찰칵찰칵!

취재 및 촬영을 나온 기자들.

뒤늦게 대형뉴스임을 깨닫고 유진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그야말로 초대손님인 유진이 백룡영화제를 한껏 들썩거리게 만든 셈.

“이거,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운데?”

오직 한 사람.

권성택만이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여유롭게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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