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백룡영화제가 끝난 뒤, 늦은 밤.
여의도에 위치한 술집.
예약된 방으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리플레이>의 배급을 맡았던 위니필름의 정승호였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아이자와 감독님.”
그는 제법 유창한 일본어로 말했다.
곧 일어나 정승호와 악수를 나누는 외국인.
꽁지머리에 무테 안경을 쓴 남자.
일본 영화감독인 아이자와였다.
“아닙니다. 바쁘신 와중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이자와는 최근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추리, 미스테리 장르의 신성이라 불리고 있다.
이번 만남도 위니필름 측에서 아이자와의 영화를 한국에 배급하고 싶다는 연락 때문.
마침 한국에 머물고 있던 아이자와였기에 정승호와 미팅이 성사되었다.
“영화제는 어떠셨습니까?”
“여러모로 재미있었습니다. 백룡영화제를 그렇게 즐기다 온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배급사 대표로서 백룡영화제에 참석했던 정승호.
그는 영화제에서 있던 일을 떠올리 듯 피식 웃었다.
“저 역시 TV로 영화제를 시청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배급을 맡으셨던 <리플레이>가 각본상을 받았던데.”
“하하. 축하는 최희숙 감독님께 드려야죠. 제가 한 게 뭐 있다고. 전 그저 좋은 영화가 있으면 더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일 뿐입니다.”
그리 말하며 가볍게 술잔을 부딪친 두 사람.
“한국엔 확실히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들이 많더군요.”
곧 한 모금씩 들이켠 뒤, 아이자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보기에 일본 영화계는 희망이 보이질 않습니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애니메이션 실사화 등에만 의존하고 있어요. 감독과 배우에 대한 대우가 너무 열악해 훌륭한 예술가들이 나오기 힘든 구조입니다.”
모국 영화계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아이자와.
진승호를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엔 부러움이 가득했다.
아이자와가 최근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
그건 바로 일본 영화계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과거 걸출한 명작들을 뽑아내던 일본 영화계였으나.
현재는 발전 의지를 잃고 애니메이션 등 편중된 장르에 치중하고 있다.
스폰서가 과도하게 개입해 감독에 대한 대우도 무척이나 열악한 것은 덤.
“반면 한국영화계는 다양한 작품들이 흥행을 거두고 있죠. 백룡영화제 같은 걸출한 시상식에서 공포 영화, 예술영화, 독립영화, 거기에 창작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수상을 하다니. 무척 놀랐습니다.”
“확실히 작년 한해는 한국영화계에서 이례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진승호 역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특히 <리플레이>는 배급을 맡은 저조차 놀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죠.”
독립영화로는 극히 이례적으로 100만 관객까지 넘긴 <리플레이>다.
심지어 VOD 판매까지 제법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태.
“오늘 상을 받은 <날개>와 <리플레이>, 두 영화엔 공통점이 있죠. 아이자와 감독님. 그게 뭔지 아십니까?”
“아역배우 박유진. 맞습니까?”
아이자와의 대답에 진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두 영화뿐이 아니죠. 드라마, 넙튜브, 심지어 공익광고까지.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거기다 이번 영화제마저, 축하무대 손님으로 와서는 대중들의 시선을 빼앗았죠.”
축하무대 이후 유진이 직접 밝힌 사실.
바로 권성택 감독의 차기작에 출연한다는 것이다.
그 전 순서에서 권성택이 공로상을 받았기에 더더욱 임팩트가 컸다.
거장이라 불리는 영화감독과 현재 가장 핫한 아역배우의 만남.
이 사실만으로 화제성이 엄청난 것.
“게다가 그 작품을 통해 내년 백룡영화제에서 수상을 노리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고.”
“9살의 어린아이 아닌가요? 그냥 어린아이다운 포부처럼 들리던데요.”
뭘 그리 신경쓰냐는 듯, 아이자와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뇨, 그 아이는 다릅니다.”
그러자 잔을 내려놓으며 정승호가 대답했다.
<리플레이> 개봉 당시.
각종 홍보 행사를 주관하며, 진승호 역시 유진을 만나보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 아이는 독특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흐름을 뒤바꾸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드는 능력 말이죠.”
“흐름을 뒤바꾼다라.”
진승호가 하는 말을 곰곰이 곱씹어보는 아이자와.
곧 진승호가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뭐, 제 개인적 느낌입니다. 하지만 엄청난 재능을 가졌음은 분명합니다. 최근엔 일본 진출에 관한 기사도 나오더군요.”
“그렇습니까? 요즘 일본 소식은 영 끊고 살아서 잘 몰랐습니다.”
“하하. 제가 아이자와 감독님보다 일본 소식에 정통한 셈인가요?”
정승호의 농담에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다시 짠, 하고 부딪치는 술잔.
“아, 이것 참. 아이자와 감독님을 만나서는 영화 얘기 대신 배우 얘기만 하고 있군요.”
“아뇨, 아닙니다. 오히려 무척 흥미롭군요. 그 어린 배우의 이름이 박유진이라 했던가요?”
아이자와는 노트를 꺼내들었다.
곧 펜으로 박유진의 이름을 써넣었다.
“언젠가 한 번 만나보고 싶네요.”
아이자와가 가장 원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었으니까.
*
백룡영화제가 끝난 이후.
인터넷은 백룡영화제의 수상소식 보다도 다른 이유로 불타고 있었다.
[권성택 감독 작품에 유진이가???
아니 데뷔 1년만에 그 거장의 작품에 ㄷㄷ 미친 거 아님?]
바로 유진이 권성택 감독의 차기작에 출연한다는 발언 때문.
[ㅋㅋ 그래봤자 분량 실종 아역으로 나오겠지
아무리 박유진이래도 권성택 감독 영화에 뭐 주조연으로 나오겠음? 하여튼 박유진빠들 유난 좀 ㅋㅋ
ㄴ 상식적으로 중요한 역할이니 내년 백룡 노리겠다고 했겠지 머리는 폼으로 달고다님?
ㄹㅇ 아니 근데 별 거 아닌 역할이면 박유진이 저렇게 말했을까?
우리 유진이 허튼 말하는 아이 아닙니다...분명 이유가 있을 거예요]
유진의 말은 여러 해석을 낳았다.
왜냐면 출연 사실만 밝혔을 뿐, 어떤 역할이고 얼마나 비중이 있는지는 미지수기 때문.
그냥 흔한 아역으로 출연할 것이라는 예측.
분명 뭔가 비중이 있을 거라는 의견.
거기에 <리플레이>처럼 분량은 짧지만 임팩트 있는 캐릭터일 거란 말까지.
[우리 유진이 배려가 일상이면서 상만큼은 욕심내는 거 너무 귀여움 ㅠㅠ 내년엔 꼭 탈 거야 유진아!!
나 아직도 박유진 한양독립 수상소감 보면 눈물 줄줄임...
부모님한테 자랑스런 아들 되고 싶어서 욕심내는 거겠지 진짜 알면 알수록 애가 진국임
근데 9살짜리가 무슨 내년에 백룡에서 상을 타겠대 ㅋㅋㅋ 애가 건방지네
ㄴ 애한테 건방지다 이러고 있네 ㅋㅋㅋ 양심은 있냐?
ㄴ 어린애들이 장래희망 란에다 대통령 쓰면 욕할 놈이네 이거
자고로 사람이 포부가 있어야지!! 파이팅이다 유진아!! 삼촌이 응원한다]
내년에 백룡영화제에서 상을 타겠다던 유진의 포부.
이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지만, 대개 유진을 응원했다.
당찬 아이의 패기 정도로 평가하는 모양.
이렇게 여러 이야기가 오고가는 와중.
[아역배우 박유진, 거장 권성택 차기작 출연 확정! 그러나 역할과 비중에 대해선 ‘묵묵부답’]
[박유진 측 소속사 “드릴 말씀 따로 없어······추후 영화 개봉을 기다려달라”]
주역 매니지먼트는 침묵을 지켰다.
“원래 싸움 구경만큼 좋은 게 없거든.”
그건 철저히 장미소의 판단에 따른 일이었다.
“유진이의 역할과 분량 가지고 싸워주면 우리야 좋지. 그럴수록 <데드맨>과 유진이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거야.”
그리고 인터넷에서 무슨 얘기가 오고가든.
유진은 사무실에서 태연히 팬카페를 살펴보는 중이었다.
팬들의 주접과 응원은 정말 큰 힘이 되었으니까.
[우리 대박이님들한테만 백룡영화제 직찍 공유합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글 하나.
무심코 클릭했더니 커다란 사진들이 연달아 나왔다.
백룡영화제에서 축하 무대 이후 마이크를 잡은 유진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와.”
제 사진을 보고 감탄을 터뜨리는 유진.
제 얼굴이 잘 나서가 아니었다.
사진의 퀄리티가 상상 이상으로 높았기 때문.
[와 미쳤다... 마이크 들고 있는 모습 진짜 귀여워 ㅠㅠㅠ
유진이 정장 뭔데 나비넥타이 뭔데!! 누가 이렇게 멋있고 귀여우래!!!
와 근데 사진 퀄리티 무엇 ㄷㄷㄷ
대포 들고 가셨나요?? 카메라 기종 여쭤봐도 되나요??
아이돌 홈마 사진 보는줄 ㄷㄷ
화보집 예약 놓쳤는데...이 사진 보고 위안을 ㅠㅠ]
댓글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이야. 우리 유진이한테 찍덕까지 생길 줄이야.”
옆에서 함께 구경하던 차동석이 말했다.
“진짜 퀄리티 좋네. 원래 사진 찍던 사람인가?”
방청석에서 무대까지 거리가 먼데도 불구하고 퀄리티가 높다.
찍은 사람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은 모양.
“이래서 얼굴이 잘나야 해. 봐봐. 이러면 찍는 사람도 찍는 맛이 있고, 찍히는 사람도 찍히는 맛이 있다고.”
“사장님처럼요?”
“······어른 놀리는 거 아니야. 그러면 못 써.”
유진이 키득대고 있을 무렵.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기 날아왔다.
[발신자 : 재오(빅터)
야 유진 스승님!!!
너 권성택 감독님 작품 참여해??]
유진은 피식 웃으며 휴대폰 자판을 눌렀다.
[넹 ㅎㅎ]
[와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 있음??
미리 언질 좀 주지
나 권성택 감독님 완전 팬인데]
[ㅎㅎ 죄송요
형 근데 첫사랑 뮤비 조회수 벌써 700만이던데
가요프로에서도 계속 1등하고
축하해요! 완전 대박 ⸜(*ˊᗜˋ*)⸝]
[오
이제 이모티콘도 쓸 줄 알아?]
[얼마 전에 새로 배웠음요 ㅎㅎㅎ]
아무튼.
문자 내용대로 ‘첫사랑’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점점 높아져갔고.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의 인기도 높아졌다.
그 덕분인지 넙튜브 댓글란에서 외국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첫사랑’ 뮤비를 보고 외국인이 확 유입된 것.
[뭐야 외국인 댓글 왜이리 많아짐;;
역시 갓유진...해외로 뻗어나가는구나
태극기 펄-럭
아 왜 영어댓글만 최상단에 뜨냐고 ㅡㅡ 한국인 댓글을 찾을 수가 없네
이 댓글을 보는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덕분에 기존 유진 팬들의 불만도 일부 있었으나.
결과적으론 유진이 해외팬들에게도 인기를 끄는 셈이니 대부분 기뻐했다.
“크흠. 다들 잠깐 주목. 사장으로서 넙튜브 관련 의견을 하나 내고 싶은데.”
헛기침을 하며 모두를 주목시키는 차동석.
“우리 넙튜브가 꽤 성장했고, 그 파급력까지 확인했잖아. 이제 슬슬 웹드라마를 만들어볼까 하는데. 어때?”
그 말에 장미소가 차동석 쪽으로 몸을 돌렸다.
“웹드라마?”
“응. 우리 넙튜브 채널에 올리는 용도로. 유진이 일상이나 연습 영상도 좋지만, 결국 한계가 있을 것 같거든. 새로운 컨텐츠가 필요해.”
“그 새로운 컨텐츠가 바로 웹드라마라는 거지?”
“바로 그거지!”
장미소의 맞장구에 차동석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넙튜브에 올릴 웹드라마를 계획하고 있었다니. 역시 동석이 형이네.’
아침바람 광고 건으로 확인했듯.
유진의 넙튜브 채널은 유진만의 독자적 플랫폼이 된 상태다.
그런 곳에 유진이 활약하는 웹드라마를 올린다면, 분명 반응이 좋을 터.
‘배우는 감독과 제작사에게 선택받는 입장이야. 하지만 우리 쪽에서 컨텐츠를 제작하면, 내 마음대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이는 곧 배우 박유진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졌다는 걸 확실히 홍보할 기회였다.
웹드라마는 여러모로 좋은 아이디어였다.
“물론 우리 형편상 거창하게 할 수는 없어. 짧으면 5분, 길면 10분 내외의 길이 정도가 한계일 것 같고. 유진이 독백연기나, 게스트 불러서 개그성 단편 에피소드를 업로드 해볼까 하는데.”
“완전 좋아요. 전 최대한 빨리하면 좋겠어요! <데드맨> 촬영 전 한 편 정도는 찍고 싶어요.”
의욕에 불이 붙은 유진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차동석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 유진아. 좀 쉬면서 <데드맨>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직 리딩까지 아직 시간도 꽤 있잖아요. 요즘 따로 스케줄 잡은 것도 없고요. 오히려 요즘 연기를 못 해서 심심해요!”
<데드맨>을 위해 아침바람 외엔 광고도 잡지 않았고.
달리 촬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넙튜브용 웹드라마를 찍기엔 충분한 시간.
“우리 회사 신조가 배우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 맞죠?”
회사 신조까지 언급하는 유진을 보며 차동석이 피식 웃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그럼 우선 맛보기로 하나 가볍게 만드는 걸로 하자. 우선 촬영이랑 편집은 아버님이랑 김상헌 씨한테 맡기고, 부족하면 추가로 구할 수 있어. 가장 시급한 건 일단 대본을 써줄 작가인데.”
차동석과 장미소에게 촬영을 보조해줄 스태프 쪽엔 인맥이 있어도.
작가 쪽 인맥은 없었다.
때문에 계약직으로 따로 고용할까 고민 중인 상황.
“그건 걱정마세요.”
그리 말하며 유진은 휴대폰을 꺼냈다.
“절 도와줄 작가님이 있거든요.”
유진에겐 톱티어 작가 인맥이 있었으니까.
*
작가 송미연의 작업실.
평소라면 신작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었을 송미연이었으나.
지금은 <호구>에 대한 반응을 찾기 바빴다.
[근래 보기 드문 너무 따뜻한 이야기...감동했습니다
이런 착한 드라마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공모전 당선작이라 걱정했는데 오히려 당선작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우리 사회엔 이런 이야기가 더 필요해요]
대본을 칭찬하는 글을 보며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는 송미연.
자신을 교수라 부르지 마라.
민용석에게 그리 말했던 송미연이었다.
그러나 정작 지금은 스승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런 거 보면 교수도 나쁘지 않네.”
자신이 가르쳤던 민용석.
제 드라마에 출연했던 박유진.
두 사람이 이뤄낸 결과가 흐뭇할 뿐이었다.
우웅- 우웅-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했던가?
진동과 함께 휴대폰에 뜬 이름을 보고 피식 웃던 송미연.
그러나 곧 표정을 바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평소처럼 활기차게 인사하는 유진.
“박유진 배우가 나한테 전화를 다 하고. 무슨 일이에요?”
“그냥요. 잘 지내시나 해서요.”
“싱겁기는. 그냥 평소랑 똑같아요. 박유진 배우는요. 잘 지내요?”
“음, 실은 작가님의 도움이 필요해서 전화했어요.”
“잘 지내나 궁금해서 전화했다며?”
“으으. 죄송해요. 갑자기 용건부터 말하면 실례일 것 같아서.”
예의 바른 건지 당돌한 건지.
송미연에게 박유진은 여전히 알 수 없는 아이였다.
“이미 실례 저지른 김에 말해봐요. 무슨 일인데요?”
“작가님. 저한테 은혜 갚겠다고 하신 거. 혹시 기억하세요?”
<유별난 친구들>의 마지막 촬영 당시.
송미연은 유진에게 ‘꼭 은혜를 갚겠다’고 말했고.
유진은 ‘꼭 갚아달라’고 대답했다.
‘참 당돌한 대답이었지.’
보통은 괜찮다고 할 텐데.
그 보답을 꼭 받아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송미연이 소리 없이 웃었다.
“그래요. 기억하죠. 나한테 부탁할 일 있어요?”
그리고 그때처럼.
“혹시 대본 써주실 수 있나요? 저를 위해서요!”
당돌한 대답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