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65화 (65/237)

65화

리딩 종료 후.

음료수 자판기 앞을 서성이던 한권주.

목이 말라 아무거나 마셔도 상관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가 뽑은 것은 아침바람이었다.

“······.”

한권주는 아무 말 없이 캔을 내려다보았다.

그때.

“뽑았으면 나와.”

그의 옆에 불쑥 나타난 사람.

바로 나은주였다.

유진을 대할 때와는 달리, 제법 쌀쌀한 말투.

한권주가 옆으로 물러나자.

곧장 천원짜리 지폐를 밀어넣는 나은주.

그녀 역시 아침바람을 한 캔 뽑았다.

“아까 집중 못 하던데.”

한 모금 마신 뒤, 나은주가 넌지시 말했다.

“뭐가.”

“유진이가 애드리브 친 거. 러프한 리딩이라 그냥 끊고 가도 되는데, 그 애가 오빠 한 번 살려준 거야.”

한권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캔도 따지 않고 그냥 손에 들고만 있었다.

“정신 바짝 차려. 그러다 뒤에서 씹힐 수도 있으니까.”

벌써 한 캔을 다 마신 나은주.

곧 캔을 버리고 자리를 뜨려는데.

“너답지 않네.”

한권주의 목소리가 그녀를 붙잡았다.

“뭐가?”

“평소라면 신경 안 썼을 거잖아. 내가 씹히든 말든.”

“맞아. 근데 오빠만의 문제가 아니잖아. 주연이 배역에 집중을 못 하면 영화에도 지장이 생기니까.”

한권주와 나은주.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지는 꽤 됐다.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적도 몇 번 있고.

하지만 이렇게 단둘이서 대화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 애 마음에 드나 봐?”

“······?”

“안 어울리게 오지랖 부리는 거. 걔 때문이잖아.”

그 애는 당연히 유진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나은주는 피식 웃었다.

“어. 귀여워. 생각보다 연기도 잘하고. 남동생 같아.”

나은주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는 오빠는 어떤데? 유진이가 아들 같아?”

나은주가 되물었다.

한권주는 그녀를 쏘아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유진이 볼 때마다 눈빛이 달라지던데.”

그 말에 한권주는 뜨끔했는지 시선을 돌렸다.

“아닌 척하면서 계속 챙겨주더라. 특히 유진이가 밥먹을 땐 눈을 못 떼던데.”

이어지는 나은주의 말에 한권주가 변명처럼 대답했다.

“그냥.”

“그냥?”

“감독님께 부탁을 받았을 뿐이야. 이번 단합대회 때 부모님이 같이 안 왔으니까 좀 보살펴달라고.”

“내가 보기엔 도움이 필요한 건 유진이가 아니라 오빠 같은데. 석태 오빠가 그러더라. 오빠 아들이랑 연락 잘 안 한다며.”

한권주는 속으로 고석태를 욕했다.

역시 입이 방정인 놈이라고 말이다.

“오빠 가정사에 개입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 근데 그것 때문에 유진이한테까지 피해 주지 마. 그 어린애가 오빠 눈치 보면서 연기하는 일 없도록.”

나은주는 한권주에겐 선을 긋고.

철저히 유진 입장에서 한권주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치 동생을 지키는 누나처럼.

“드라이하게 갈거면 드라이하게, 몰입할 거면 확 몰입해서 해.”

“그게 무슨 소리야?”

“배우면 배우답게 굴라는 뜻.”

나은주는 그 말을 남겨두곤 먼저 떠나갔다.

한권주는 빈 캔을 구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배우답게.”

하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야.’

타의로 연예계에 들어왔고.

피드백을 중요시하는 한권주다.

일하는 매순간은 항상 날카롭게 집중했다.

그런 그가 자기 대사 치는 타이밍조차 놓칠 정도로 집중하지 못했다.

‘내 마음이 어지러운 건가. 아니면 그 애의 연기 때문에?’

가뜩이나 유진을 아들과 겹쳐보던 한권주.

리딩 때 유진에게 ‘아빠’라고 불리자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극중 인물과 거리를 두고, 오로지 인물 그 자체로만 표현하는 게 바로 한권주의 연기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윤재하라는 인물에 동화되고 말았다.

윤재하 역시 아들과 서먹하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아들을 잃고.

끝내 그 죄책감으로 영서를 마주하게 되는 인물.

혹시 자신도 윤재하와 같은 슬픔을 겪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드는 순간, 겁이 났다.

“후우.”

여태 한권주가 연기하며 표출하는 감정은 모사摹寫였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 아닌.

철저한 분석과 객관화에 의한 계산된 감정.

여러모로 그에게 어울리는 연기법이었다.

차가운 마스크 덕분에 항상 냉정한 역할을 해왔으니.

덕분에 드라마틱한 감정을 표출할 기회도 적었고.

그러나, 아까 유진이 연기하는 윤빈을 마주했을 땐.

한권주는 처음으로 연기를 하며 제 속에 있는 감정과 마주했다.

그건 무척 생경했고.

묘하게 짜릿한 감각이었다.

“······박유진.”

혼란스러운 와중, 한권주는 한 가지를 확신했다.

그 아역배우와의 만남.

그것을 계기로, 점점 자신이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

“결론 났어.”

극단 ‘등불’의 연극 연출자, 신대종.

그는 다시 하진무의 병실을 찾아왔다.

“1순위는 내일 번개로 오디션 봐서 할만한 애 있나 보고, 그 다음 2순위는 박유진 컨택. 3순위는 엎는 거야.”

“그렇게 됐군요.”

“미안하다. 네 추천은 고맙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야. 박유진이 할지 안 할지도 모르고, 한다고 해도 아역치고 몸값이 엄청 높을 테니까. 무대 경험이 없어서 불안해하는 시선도 많고.”

“이해해요. 저도 급하게 생각난 게 유진이라서.”

그러나.

정작 아쉬운 표정을 짓는 것은 하진무가 아닌 신대종 쪽이었다.

“하지만 난 이상하게 욕심이 생긴다, 진무야. 박유진이 참여만 해주면 그림이 잘 뽑힐 것 같아. 영감이 막 샘솟는다고.”

<주변인>의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다.

죽었다고 알려진 동창, 그의 동생인 민주.

그가 바로 범인이었던 것.

알고 보니 주인공이 동창에 대해 퍼뜨린 헛소문으로 가정이 파탄났고.

이에 복수를 계획했던 것.

범인이 주인공의 주변인을 죽인 것도, 모두 그 헛소문에 동조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생각없이 내뱉은 말 한 번이.

누군가에겐 커다란 상처와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극.

“일단 아역이라는 사실만으로 관객들은 추리 과정에서 민주를 제외시킬 거야. 진상이 드러났을 땐 아이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쇼크로 충격을 줄 수 있고, 그게 자기 가족을 위해서 벌인 일이잖아. 범인이 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서사와 설득력이 부여되는 셈이라고.”

하진무가 보기에, 이미 신대종은 유진을 민주로 내정한 것처럼 보였다.

저런 와중인데, 내일 급하게 보는 오디션에서 성에 차는 배우가 있을 리 없다.

"하, 어찌 됐든 빨리 정해지면 좋겠다. 요즘 이것 때문에 잠을 못 자.”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이네요.”

“어허, 또 그 소리. 네가 차에 치이고 싶어서 치였어?”

신대종이 돌아간 뒤

하진무는 제 휴대폰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우선 본인한테 한 번 물어봐야겠지.’

결심한 듯 하진무는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곤 주소록에서 ‘박유진’을 검색했다.

이윽고, 통화 버튼이 눌렸다.

*

“흐아암.”

단합대회 종료 후.

집으로 돌아온 유진은 거실 소파에 풀썩 쓰러졌다.

여러모로 실컷 즐기다 와서 그런지 피로도가 제법 쌓였다.

[발신자 : 나은주 누나

잘 들어갔어?]

소파를 뒹굴거리고 있던 그때.

나은주로부터 날아온 문자메시지.

유진은 새삼 나은주와 친분을 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넵! 지금 소파에서 뒹구는 중이에요 *´∇`*]

[부럽다]

[은주 누나는요?]

[촬영 있어서

방송국 가는 중]

[헉 엄청 힘들겠다 ㅠㅠ

누나 파이팅!]

[고마워]

단합대회에서 여러 배우들이 유진을 예뻐했지만.

나은주는 유독 진심으로 아껴주는 것이 느껴졌다.

단합대회 내내 보호자를 자처하듯 유진을 신경 써주었고.

‘설마 은주 누나가 내 넙튜브도 구독하는 팬인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여러 네임드 배우들과 친분을 다졌고.

나은주라는 든든한 누나를 얻었으니.

단합대회는 여러모로 유진에게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근데 너 넙튜브 채널에 웹드라마 티저 떴더라

반응 장난 아니던데]

나은주의 그 문자를 받고나서야 유진은 시계를 확인했다.

“아. 맞다. 오늘 공개된다고 했었지.”

유진은 곧장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그리곤 자신의 넙튜브 채널로 들어갔다.

[배우 박유진의 스프링 노트

동영상 – 30개 구독자 –110,551명]

구독자가 그새 11만명으로 늘어났고.

[박유진 배우 주연! 웹드라마 <연년생> 티저

조회수 – 78,144]

티저 조회수도 오늘 올라왔는데 벌써 8만에 가까운 숫자.

유진은 티저를 클릭해 댓글 반응을 살폈다.

[???

뭐야 웹드라마?? 웹드라마가 뭐임??

요즘 유진이 넙튜브 업로드 뜸하더니 이거 준비하고 있던 거였어?? 감동 ㅠㅠ

이거 뭐 돈내고 봐야하는 거 아니죠?

저 31초대에 나오는 거 저거 그 빅터 뮤비에 나온 여자애 아님?

ㄴ 맞는듯??

ㄴ 헐 뭐야 둘이 뭐 하나?

오! 나는 미국에 사는 빅터 팬이다. 그들의 뮤직비디오에 나온 아가들! 다시 보니 매우 반갑다.]

티저영상 속엔 유진이 김선미와 함께 투닥거리는 모습이 임팩트 있게 담겼다.

기존 유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

그에 대해 대중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었는데.

[아기천사 유진은 어디가고 한 마리의 초글링이 ㅋㅋㅋㅋ

아기천사가 아니라 악의 전사가 되었구나 ㅋㅋ 갑자기 확 친근해지네

유진아...그 잘난 얼굴 그리 쓸거면 나줘...ㅋㅋㅋㅋ

아 근데 티저만 봤는데도 벌써 웃기네 ㅋㅋ 남매끼리 서로 흘겨보는 표정봐 저거 진짜 찐임

유진이한테서 익숙한 남동생의 향기가 난다...

으윽 이걸 보니 어릴적 PTSD가... 동생 괴롭히고 와야겠다

ㄴ 아니 사탄이세요? ㅋㅋ

빅터 뮤비 꼬마들 나온대서 멜로인 줄 알았는데 개그물인갑네 ㅋㅋㅋㅋㅋ]

반응은 무척 좋았다.

유진에게 친근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다수였으니.

“헐. 심지어 기사까지 떴네.”

[아역배우 박유진, 넙튜브 채널에서 웹드라마에 도전? 티저 공개 3시간 만에 조회수 7만 돌파!]

그만큼 유진의 화제성 역시 높아졌다는 이야기.

“티저만으로도 이 정도면 1화 공개 때 반응은 더 기대해도 되겠다.”

그렇게 차근차근 연예계 기사들을 살펴보던 중.

눈에 익은 프로그램 제목이 보였다.

[김오태PD의 신작, <별을 보러 떠나요> 정식편성 이후 1화 방영······시청률 8%로 스타트!]

[재오&박유진 콤비 공백인가? <별을 보러 떠나요> 정규편성 이후 시청률 하락]

<별을 보러 떠나요>에서 핵심 재미를 담당했던 유진.

그리고 가장 높은 화제성을 지닌 재오가 참여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시청률은 파일럿 편성 때보다 조금 하락한 모양이지만.

[“이지혜한테 이런 면이?” 배우 이지혜, 허당스러운 매력으로 웃음 폭발!]

[파일럿 때와는 또 다른 재미 챙겼다······시청률 하락에도 <별을 보러 떠나요>에 시청자들 호평 이어져]

유진의 빈자리를 이지혜가 잘 채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근심과 걱정이 가득하던 파일럿 편성 때와 달리.

적극적으로 나서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담당하는 모양.

“여러모로 잘 극복한 것 같아 다행이야.”

이지혜에게 응원 문자라도 보내줄까 싶어 휴대폰을 꺼내던 도중.

문득 유진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잠깐. 웹드라마. 나은주 누나, 이지혜 누나.’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유진의 머릿속을 빙빙 돌았다.

웹드라마는 티저부터 반응이 뜨거웠고.

나은주와는 의외의 인맥이 생겼다.

이지혜는 <별을 보러 떠나요>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

'이 셋,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만약 이 둘이 웹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해준다면?

‘마침 두 누나 이미지랑 딱 맞는 배역도 있으니까.’

이미 <연년생>의 대본은 다 나온 상황.

두 사람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지.

유진의 머릿속에선 이미 구상이 끝났다.

유진은 곧장 이지혜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혜 누나!

혹시 복귀작 정했어요?]

지금은 예능 이외엔 스케줄이 없는 덕분일까.

이지혜에게서 곧장 답장이 왔다.

[아니 아직

별로 끌리는 게 없네]

[그렇구나

그럼 누나

제 채널에서 하는 웹드라마 출연할래요?]

[ㅎㅎㅎㅎㅎㅎ

나 사실 그 말 기다리고 있었음

티저 반응 장난 아니더라]

예상대로 이지혜는 곧장 수락했다.

<별을 보러 떠나요>를 통해 허당 이미지를 구축한 이지혜.

웹드라마 <연년생>의 유쾌함과도 잘 어울릴 것이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 이지혜의 부담감도 적을 터.

[그럼 제가 사장님께 말씀드릴게요!]

[고마워 유진아

언제나 도움만 받네]

[ㅎㅎㅎ 나중에 누나도 갚으면 됨요!

아 맞다

저 단합대회 가서 은주 누나랑 짱친 먹고 왔어요 ㅎㅎ]

[짱친? 지금 자랑하는 거야???

나 어렸을 때부터 나은주 배우님 연기 많이 보고 따라했는데

부럽네]

"오케이."

이지혜의 문자를 확인한 유진.

이번엔 나은주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

곧장 촬영하러 간다 해서 안 받을 수도 있다 생각했는데.

"어. 유진이니?"

나은주는 전화를 받았다.

"은주 누나! 잠깐 통화 괜찮을까요?"

"괜찮아. 무슨 일이야?"

“별 건 아니고. 누나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

“며칠 동안 종일 봤잖니.”

말은 그렇게 해도.

나은주의 목소리에서는 흐뭇함이 묻어나왔다.

"누나가 얘기해줘서 웹드라마 티저 뜬 거 알았어요. 누나도 티저 봤어요?"

"그럼. 티저 속 네 모습이 진짜 모습은 아니지? 완전 리얼하던데."

"음, 혹시 또 모르죠!"

유진의 대답에 나은주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잘 됐으면 좋겠네. 챙겨볼게."

슬슬 타이밍이라고 느낀 유진.

슬쩍 운을 띄웠다.

"감사합니다. 누나도 우리 웹드라마 출연하면 좋을 텐데!"

"내가?"

"넵. 카메오로요! 엄청 재밌게 촬영하고 있거든요!"

냉미녀 이미지가 강한 나은주.

여태 필모그래피도 대부분 그런 쪽에 치중되어 있다.

그런 그녀가 유쾌한 코믹 웹드라마에 출연한다면?

그 의외성에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될 터.

이지혜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이다.

'은주 누나와 지혜 누나, 두 사람이 함께 해준다면 예상 외의 시너지가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음. 웹드라마라."

나은주의 목소리가 조금 진중해졌다.

작품 얘기가 나오면, 나은주 역시 누나가 아닌 한 명의 배우로서 임할 수밖에 없으니까.

게다가 나은주 역시 티저를 본 상황.

그런 가볍고 코믹한 작품에 출연하면 냉미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닌 것.

"곧 촬영에 들어가야해서. 한 번 생각해보고 말해줄게."

"아녜요. 그냥 한 번 해본 말이었어요! 누나가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한 발 빼는 것처럼 보이던 유진이었으나.

"그래도 누나가 출연해주면, 제가 한 가지 약속할게요!"

"약속?"

"넵! 전 누나한테 빚을 지는 거니까요. 누나가 원할 때 꼭 갚을게요. 저, 빚지고 갚는 거에 완전 칼같거든요."

오히려 성큼 한 발짝 다가섰다.

뭐 하나 아쉬울 게 없는 톱스타인 나은주다.

그런 그녀에게 9살짜리인 유진이 빚을 지고, 꼭 갚겠다 말한 것.

하지만.

그런 당돌함이 싫지 않은지.

"빚이라. 그건 좀 매력적이네."

나은주는 피식 웃고 말았다.

"검토해보고 나중에 알려줄게."

"넵! 감사합니다, 누나! 촬영 잘 하세요. 안녕!"

전화가 끊어진 뒤.

유진은 기분 좋은 예감을 느꼈다.

이미 현 세대의 톱 여배우 나은주와.

미래의 청춘스타 이지혜.

둘의 조합은 유진으로서도 기대가 컸다.

'거기다 메이킹까지 따로 넙튜브에 업로드한다 치면, 여러모로 화제성이 높을 거야.'

유진의 넙튜브 채널을 위해 차동석은 물론이요.

김상헌과 신현중, 손호철.

거기에 아버지 박태종까지 열심히 매달리고 있는 상황.

'확실히 흥할 수 있도록 내가 힘을 보태야지.'

그렇게 된다면 웹드라마는 유진만의 독특한 컨텐츠가 될 것이다.

확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한 컨텐츠니까.

"그럼 일단 동석이 형한테 연락을 해볼까."

그때, 유진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설마 나은주의 검토가 벌써 끝난 것인가 싶었는데.

“응? 진무 삼촌?”

휴대폰에 뜬 것은 의외의 번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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