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스케줄을 끝마치고 돌아온 한권주.
불을 켜니 넓고 휑한 집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지금 한권주의 상태를 말해주는 것처럼.
“······.”
대충 옷가지를 벗어던지는 한권주.
평소라면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집안을 청소했을 한권주이지만.
최근엔 그마저도 엉망이었다.
널려있는 배달음식들.
굴러다니는 맥주캔, 소주병.
재떨이에 수북이 쌓인 담배까지.
“후우.”
요즘 그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이유.
바로 얼마 전, 이혼한 아내와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단합대회 이후.
아들인 혜성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 한권주.
아들에게 곧장 전화하는 대신, 이혼한 아내에게 먼저 연락했다.
'혜성이를 만나고 싶어.'
‘뭐?’
'내 아들이잖아.'
하지만.
'허. 당신, 양심이 있어?'
아내의 반응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같이 살 때는 그런 얘기 한 번조차 안 하다가, 이제 와서 보고 싶다고? 애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아내의 지적은 한권주가 우려하던 부분을 정확히 건드렸고.
그 덕에 한권주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흔들렸다.
그 때문에 그는 최근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래. 혜성이도 똑같겠지. 나같은 아빠는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거야.’
여태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한 적이 없던 한권주이지만.
자식 문제만큼은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이러니 한권주가 연기할 때 중요시 여기는 피드백도 좋을리 만무했다.
‘권주 씨. 정신을 어디 다른데 두고 있는 것 같은데?’
‘갑자기 왜이리 딴사람이 됐네. 원래 안 이랬잖아?’
그 때문에 한권주는 여러모로 무너지고 있는 상태.
그나마 여태까진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일들을 처리하긴 했으나.
'하필 첫 촬영부터 이런 내용이라니.'
곧 다가올 <데드맨>의 첫 촬영.
그때 찍어야할 장면이 바로 바로 주인공 윤재하가 아들 윤빈과 헤어지는 씬이다.
영화는 꼭 대본에 나온 순서대로 찍지 않는다.
제작사의 환경, 배우의 스케줄 등.
후반부 장면을 초반에 찍기도 한다.
아무튼.
지금 한권주는 대본을 읽을 때마다 대본 속 윤재하와 거리감을 둘 수 없어 혼란스러울 지경.
그런 상황에서 <데드맨> 촬영에 임해야한다는 건 큰 부담이었다.
우웅- 우웅-
“······!”
갑자기 걸려온 전화.
혹시나 아들일까 싶어 황급히 휴대폰을 확인했으나.
“······그럴 리가 없지.”
한권주는 한숨을 푹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야. 권주야. 뭐하냐?”
경박스럽게 한껏 올라간 목소리.
바로 고석태였다.
“스케줄 마치고 집.”
“혹시 이번주에 시간 있냐? 있지? 스케줄 몇 개 취소했다며.”
“어. 그런데.”
“그럼 한 번 놀러가자.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놀겠냐?”
남의 속도 모르고 놀러가잔 소리나 하다니.
한권주는 밀려오는 짜증을 애써 억눌렀다.
“술 마실 기분 아니다.”
“뭔 술 타령이야? 그리고 미성년자가 낄 예정인데 술을 마실 수 있겠냐?”
“미성년자?”
놀러가자더니 갑자기 미성년자 얘기가 왜 나오는 걸까.
그 의문은 곧 고석태가 해소해주었다.
“유진이가 <데드맨> 촬영 전에 남자들끼리 놀러가잰다!”
*
며칠 후.
잠시 갓길에 주차한 흰색 밴.
운전석에는 한권주가, 뒷자리에는 고석태가 자리하고 있었다.
"단합대회 한지 얼마나 됐다고."
못마땅한 듯 한권주가 중얼거리자 고석태가 떽 목소리를 높였다.
"얌마. 그 어린애가 부탁하는데 매몰차게 거절할 거야? 그리고 좋잖아! 주조연 세 명끼리, 나이차를 뛰어넘은 우정을 다지는 거."
"넌 주조연 급은 아니잖아."
"사람 상처받게 그렇게 따지고 들 거야? 그럼 애초에 나오질 말았어야지."
"나올 생각 없었어."
이혼 이후엔 사적인 약속을 잘 잡지 않는 한권주.
다른 때 같았으면 이번에도 약속을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진의 부탁이라고 하니 어째선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평소처럼 투닥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 차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선글라스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유진이었다.
곧 고석태가 오,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이야. 너는 볼 때마다 쑥쑥 커있다. 그러다 2미터 되는 거 아니야?”
"오, 그럼 농구선수 역할 할 수 있겠죠?"
"농구선수 뿐이냐? 사다리도 할 수 있을 걸?"
"와. 엄청 탐나요. 죽음의 의인화도 하는데 사다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하! 이야, 넌 진짜 말솜씨가 좋단 말이야."
오래된 친구처럼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고석태와 유진.
곧 유진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한권주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한권주 배우님!”
"그래."
떨떠름하게 인사를 받아주는 한권주.
그 모습에 고석태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권주한테는 배우님이라고 극존칭을 쓰냐? 주인공이라고 특별대우야?”
“아뇨. 아직 삼촌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허락 못 받았거든요.”
“야야, 내가 허락한다. 그냥 삼촌이라고 해. 뭐 오글거리게 배우님, 배우님 하냐? 자, 권주 삼촌! 하고 불러봐.”
그러자 유진이 한권주를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돼요?'하고 묻는 눈빛.
"마음대로 해."
"넵. 감사합니다, 권주 삼촌!"
그 고양이 같은 눈을 보고 있자니 한권주로서도 허락할 수밖에.
"자. 유진아. 그래서 우리 어디 갈까? 말만 해! 이 삼촌이 말이야, 놀러다니는 거에는 통달한 사람이거든."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이 있나.”
고석태의 말에 한권주가 중얼거렸다.
최근 가장 핫한 아역배우인 유진.
냉미남 계의 대표배우 한권주, 최고의 감초연기 전문가 고석태.
이 셋이 얼굴을 드러내고 사람이 많은 곳을 가긴 어려우니까.
“아이, 찬물을 끼얹네. 걱정 마라, 권주야. 다 방법이 있어. 자자. 유진아. 뭐 하고 싶어?”
“저, 삼촌들이랑 당구 치고 싶어요.”
“뭐? 당구?”
"넵!"
“이야. 당구장 가자는 애는 또 처음 보네. 요즘 애들은 PC방 좋아하지 않나?"
"전 PC방 싫어해요. 시끄럽고 어지럽고 어려워요."
“캬. 유진이가 뭘 좀 아는구만! 당구장 하면 또 내가 기가 막힌 곳을 알고 있지.”
당구라는 말에 눈을 빛내는 고석태.
“야, 권주야. 우리 옛날에 당구치러 다니던 곳, 기억나지? 거기 사장님이랑 가끔 연락하는데 요즘 손님 없다고 징징대시더라. 당구장 몇 시간 대여한다고 하면 싸게 내주실걸?”
무명 시절부터 친구였던 두 사람.
예전엔 당구도 같이 치러 다니곤 했다.
나이를 먹고, 서로 바빠지며 그럴 겨를도 없어졌지만.
"그러던가."
한권주는 곧장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했다.
"근데 유진아. 당구에 관심 있어?”
“아빠가 TV로 자주 보시거든요. 그래서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 이번 기회에 삼촌이 당구의 매력을 제대로 알려주마.“
“오오. 삼촌 당구 잘 쳐요?”
“그럼! 왕년에 큐대 하나로 사람 여럿 울렸지.”
마치 삼촌과 조카처럼 고석태와 유진이 계속 대화하는 사이.
한권주는 이따금 백미러를 흘끔거리며 유진을 관찰했다.
잠시 후.
당구장에 도착한 세 사람.
당구장 대여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넓은 곳에 세 사람이 전세를 냈다.
“이야. 스케줄도 없고, 시간만 뜰 때 당구장 많이 왔었는데.”
익숙한 듯 초크를 묻히며 당구장을 둘러보는 고석태.
"으음.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반면 어설프게 큐대를 잡는 유진.
당구에 익숙한 사람이 보기엔 엉망이었다.
"야, 권주야. 네가 유진이 자세 좀 잡아줘라."
"네가 해."
"나보다 네가 당구 잘 치잖아?"
그러자 한권주 앞으로 쫄래쫄래 다가가는 유진.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그 표정은 어디 비법이라도 전수받는 것처럼 진지했다.
한권주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자. 엄지랑 검지를 동그랗게 만들고. 고리를 만들 듯이. 중지는 이렇게 내리고. 세 손가락은 받침으로 쓴다고 생각해. 팔은 최대한 뻗고.”
유진에게 당구 자세를 비롯, 치는 법까지 알려주는 한권주,
자신보다 훨씬 작은 손.
거기다 품 안으로 쏙 들어오는 온기.
그 모든 것들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아빠!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응. 맞아. 잘하네, 혜성이.’
‘우와. 내가 아빠 금방 이기겠다!’
짧은 기억이 필름처럼 한권주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오, 대박! 감사합니다, 권주 삼촌!“
어느새 곧잘 따라하는 유진.
마치 여러 번 쳐본 사람처럼 안정감까지 느껴졌다.
"그럼 우리 대결해요. 저랑 권주 삼촌이 같은 팀, 석태 삼촌은 혼자 팀.”
이에 고석태가 똥폼을 잡으며 말했다.
"유진아. 넌 매우 잘못된 선택을 한 거야. '더 빌리어즈'라 불리던 내 실력을 보여주마."
그렇게 시작한 4구 내기 대결.
한권주가 고석태보다 당구를 잘 하지만.
유진이라는 핸디캡을 달고 있어 박빙이 예상되는 승부였으나.
"야, 유진아. 너 사실 당구 잘 치는 거 아니야? 무슨 어린애가 맛세이를 할 줄 아냐!”
결과는 한권주와 유진 팀의 압승.
그것도 한권주 못지 않게 유진이 큰 활약을 했다.
"에이. 제가 어디서 당구를 쳐봤겠어요? 아무튼 저녁은 석태 삼촌이 쏘는 거예요?“
“인정 못해. 한판 더해!”
그렇게 몇 판을 더하고.
심지어 유진과 고석태가 1대 1 대결까지 벌였으나.
모두 유진의 승리로 끝났다.
"유진아. 연기 그만 두고 당구나 배우자. 내가 매니저할게. 너 몇 개월만 하면 당구계를 씹어먹을 수 있어."
“음, 그건 좀. 전 연기가 좋은 걸요. 아무튼 석태 삼촌 저한테 빚 왕창 진 거예요?”
악마처럼 킥킥 웃는 유진.
곧 한권주 앞으로 다가가 손바닥을 내밀었다.
“······?”
멀뚱히 서있는 한권주에게 손을 흔드는 유진.
"하이파이브요! 짝!"
뜬금없는 하이파이브 요구.
굳이 어울려줄 생각은 없었던 한권주다.
그러나.
‘아빠! 손바닥 짝! 손바닥 짝 해줘요!’
또다시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순진하게 웃는 아들의 모습이 유진과 오버랩됐다.
곧 한권주가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고.
유진이 짝, 하고 하이파이브를 쳤다.
“우리 완전 잘 맞는다! 그죠?”
헤헤 웃는 유진.
한권주는 유진과 하이파이브한 제 손바닥을 한동안 계속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
이후 고석태가 쏜 저녁까지 먹고 돌아가는 길.
스케줄이 있다며 고석태는 먼저 돌아갔고.
한권주가 유진의 집 앞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오늘 하루 감사했습니다!”
보조석으로 자리를 옮긴 유진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내가 뭘 했다고.”
“엄청 즐거웠거든요. 남자들끼리 당구도 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헤헤 웃는 유진.
“오늘은 꼭 삼촌이 우리 아빠 같았어요.”
그 말에 한권주가 흠칫 놀랐다.
마치 정곡을 찔린 것처럼.
“어?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애써 고개를 돌리는 한권주.
그러나 자꾸 시선은 유진 쪽으로 향했다.
‘왜일까. 혜성이랑 그리 닮은 것도 아닌데.’
조금 소심한 성격인 한혜성과 비교하자면.
유진은 활기차고 뭐든 잘하는 아이였다.
그러나 당구장에서 아들에게 당구를 가르쳐줄 때 느껴지던 자그마한 손.
하이파이브를 할 때의 느낌.
자신을 올려다보는 눈빛이며, 조금 서툰 젓가락질로 밥을 먹는 모습까지.
결국 유진의 모든 것이 아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내 아들도 너랑 비슷한 나인데.”
저도 모르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한권주.
그러자 유진이 큰 흥미를 보였다.
“오, 진짜요? 몇 살인데요?”
“너보다 두 살 아래.”
“우와. 그럼 이제 곧 초등학교 들어가겠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
그러나 그 입학식 자리에, 한권주는 자리하기 어려울 터였다.
또 다시 중요한 시기에, 자신은 아들의 곁에 없을 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답답해지는 한권주.
‘······이 아이한테 한 번 물어볼까.’
유진도 제 아들과 비슷한 나이대고.
아이의 마음은 아이가 더 잘 알 테니까.
답지 않게 먼저 질문까지 할 정도로, 한권주는 답답한 심정인 것.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네. 뭐든 물어보세요."
"입학식에 아빠가 안 오면, 어떨 것 같아?"
그러자 유진은 으음, 하고 턱을 괴며 고민했다.
“엄청 서운하고 아쉬울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괜찮아요.”
아쉽지만 괜찮다.
그 미묘한 대답만큼 한권주의 마음도 복잡해졌다.
"참 좋은 아버지시구나."
"넵, 맞아요. 근데 권주 삼촌도 엄청 좋은 아빠일 것 같은데.“
그 말에 한권주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난 나쁜 아빠지."
"어? 이렇게 다정하신데요?"
"다정해? 내가?"
"네! 오늘 이렇게 나와서 같이 놀아주시고, 당구 치는 법도 알려주시고, 집에도 데려다주시잖아요!“
다정하다니.
이혼 전 아내에게서도 듣지 못한 말이었다.
슬쩍 옆을 돌아본 한권주.
그러자 유진은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정말 묘하네.’
이혼 이후 마음의 문을 닫고 산 한권주이거늘.
몇 번 보지도 않은 이 어린아이가 이토록 가까이 느껴질 일인가.
‘이게 이 박유진이란 아이의 매력인가?’
그래서일까.
잠시 신호대기에 걸렸을 때, 한권주는 저도 모르게 질문하고 말았다.
“그럼, 아빠가.”
“네?”
“아빠가 무척 바빠서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어느 날 갑자기 보고싶다고 전화가 오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아?”
한권주는 유진이 매우 고민할 것이라 생각했다.
“엄청 기분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러나 유진은 1초도 걸리지 않아 대답했다.
“왜? 아빠가 자기 멋대로 연락한 건데.”
“보고싶다면서요! 그런데 싫어할 아들이 어디 있어요?”
다른 경우는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유진의 목소리는 확신에 가득 차있었다.
“아들도 당연히 아빠를 보고 싶어할걸요? 저도 지금 우리 아빠 보고싶거든요.”
그리고 그 확신 어린 목소리는 한권주에겐 큰 위로가 되었다.
“어? 다 왔다. 여기서 내려주시면 돼요.”
곧 차가 멈춰섰고.
유진은 안전벨트를 풀고선 한권주에게 꾸벅 인사했다.
"태워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촬영 때 봐요!”
“유진아.”
차에서 내리려는 유진을 붙잡는 목소리.
“네?”
“조심히 잘 들어가라.”
“넵! 권주 삼촌도요!”
유진이 차에서 내린 뒤.
한권주는 슬그머니 휴대폰을 꺼냈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져, 1초만에 누를 수 있는 번호.
[내 아들]
어둑어둑해진 시간.
7살짜리에게 전화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그냥 내일 아침에 할까.
정말 내가 혜성이에게 전화해도 될까.
그리 고민하던 한권주지만.
‘보고싶다면서요! 그런데 싫어할 아들이 어디 있어요?’
딸각!
정신을 차리고 보니 통화 버튼을 누른 후였다.
뚜르르- 뚜르르-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딸깍.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혜성아.”
한껏 조심스레 이름을 부르고서야.
“······아빠?”
한권주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 아빠야.”
울컥 올라오는 감정.
한권주는 그걸 절대 잊지 않기로 했다.
“아빠야, 혜성아.”
그리고 얼마 뒤.
<데드맨>의 첫 촬영일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