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흐음.”
이순철은 아무 말 없이 눈앞의 유진을 바라보았다.
거절당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얼굴.
그러나 당혹이나 불쾌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순철의 얼굴엔 호기심이 깃들어있었다.
“혹시 일본으로 가는 게 부담스러운 거냐?”
“아뇨. 저 해외 나가는 거 좋아해요.”
“촬영 예정이 올해 말이라 <데드맨> 촬영과 시기가 겹치지 않을 텐데. 혹시 예정된 다른 작품이 있는 거야?”
“아뇨.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하지만 이 작품을 하진 않을 거다?
“네.”
<환혹>은 결코 나쁜 작품이 아니었다.
<짐승>의 정범처럼 감독에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본이 그리 나쁘지도 않다.
‘하지만 원작이 표절작이었지.’
하필 원작이 다른 소설들을 짜깁기한 교묘한 표절작이었던 것.
영화 개봉을 코앞에 두고 이 소식이 터진다.
결국 그 논란이 블랙홀이 되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좋은 배우, 좋은 대본이 있어도 이런 일에 휘말리는 곳. 그게 바로 연예계지.’
순수창작의 경우 유진이 대본과 캐릭터를 비틀 수는 있어도.
원작이 있는 대본의 경우 유진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데 이상하네. 내가 기억하기로 이 시기에 이순철 배우는 별다른 연예계 활동을 하지 않고, 머지 않아 은퇴선언을 하는데. 새롭게 작품에 들어간다고?’
유진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으나.
그건 유진으로 인해 변화한 미래였다.
박유진이라는 존재가 ‘배우 이순철’의 열정에 다시금 불을 질렀으니.
‘아무튼 내가 기다리는 건 작품이 아니야.’
일본에서만 흥행하는 작품이 아닌.
한국에서도 흥행할 수 있는 작품.
그 정도 작품이 아니고서야 유진은 굳이 일본 진출을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역량을 가진 감독이 조만간 나타날 예정이었고.
유진은 그 소식이 전해지면 일본 진출을 타진할 계획이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이순철의 물음에 유진은 짧게 대답했다.
“더 좋은 작품이 있을 것 같아서요.”
이순철은 복잡미묘한 표정이었다.
이순철이 주선한 <데드맨> 오디션 기회도 잡아챘던 유진 아닌가.
그런데 이런 좋은 기회를 거절하는 이유치곤 너무 간단했으니.
그러나 이순철도 뭐라 더 캐묻진 않았다.
“이것 참 아쉬워. 같이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다만 그렇게 말할 뿐.
정말로 이순철 얼굴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유진과 함께 하고 싶다던 그의 말은 진심이었던 것.
“괜찮아요. 다른 작품에서 만나면 되죠. 아, 혹시 저희 웹드라마 안 나오실래요? 시즌2 쯤에!”
“허허!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이구나.”
흔쾌히 대답하는 이순철.
이순철이 농담인지 그냥 하는 말인진 모르겠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이상, 유진은 무조건 추진할 생각이었다.
‘이대로라면 웹드라마가 거의 충무로 올스타가 되겠는걸.’
“그래. 시간 내줘서 고맙다. 요즘 참 바빴을텐데.”
“아니에요. 저도 오랜만에 할아버지 만나서 좋았어요!”
“허허! 말을 참 예쁘게 한단 말이야. 그래서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
곧 자리에서 일어서는 이순철.
그를 배웅하는 길, 유진이 넌지시 말했다.
“저, 할아버지.”
“응?”
“전 할아버지도 그 작품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이순철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흠, 이유가 궁금한데?”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대본을 보다보니까 느낌이 이상해서요. 마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
여기서 유진이 대놓고 ‘원작이 표절이에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표절 의혹이 터지는 건 한참 뒤의 일이니까.
게다가 한국도 아니고 일본 작품 아닌가.
유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흐음.”
이순철은 유진의 조언 아닌 조언을 몇 번이고 곱씹었다.
유진이 허튼 소리를 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
“그래. 이 얘긴 나중에 다시 하자.”
그렇게 이순철과의 만남이 끝난 뒤.
유진은 휴대폰을 꺼내 장미소에게 전화를 걸었다.
“실장님! 혹시 영화감독님 정보 하나 찾아주실 수 있나요? 아. 한국이 아니라 일본 사람이에요. 아이자와 료라는 이름의 일본 영화감독님인데, 제가 팬이거든요!”
*
오전에 잡혀있던 영화 <데드맨>의 촬영 스케줄이 끝나고.
나은주는 곧장 화보 촬영을 위해 이동 중이었다.
“누님. 뭐하심까?”
이상진이 물었다.
평소라면 차 안에서 쪽잠이라도 청했을 나은주.
그런 그녀가 제 휴대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으니.
“오늘이지? 넙튜브 채널에 첫 컨텐츠 올라오는 날.”
“맞슴다. 이미 몇 시간 전에 올라왔슴다.”
“반응은 어때?”
“상당히 좋슴다. 아, 그리고 아까 박유진이 스윗터에 글 올렸슴다.”
“유진이가?”
곧장 넙튜브로 들어가려던 나은주.
그 전에 먼저 유진의 스윗터에 접속했다.
[박유진의 스윗 : 은주 누나의 넙튜브 채널 ‘은주가무’!
그 첫 시작에 영광스럽게도 제가 참여하게 됐습니다.
은주누나랑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ㅁ^
#은주누나 #데드맨 #은유남매]
그 스윗과 함께 업로드된 사진.
그건 촬영 당일, 유진과 나은주가 함께 찍은 셀카였다.
두 사람 모두 별모양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유진아. 누나는 이거 안 써도 돼.’
‘아이. 팬들이랑 만나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죠, 누나.’
‘그래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저랑 같이 하는 거니까! 다들 좋아해줄 거예요.’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나은주가 피식 웃었다.
그런 나은주를 흘끗거리며 이상진이 말했다.
“요즘 그 박유진 스윗터 장난 아님다. 벌써 팔로워가 40만을 넘겼슴다.”
‘박유진 패딩’으로 불린 샤흐멍 패딩 매진 이후.
유진은 협찬 이외에도 자신의 사복 패션을 올렸다.
유진의 패션은 ‘박유진룩’으로 불리며 부모 커뮤니티에서 워너비로 꼽혔다.
여러모로 박유진의 스윗터는 독자적 영향력을 확보한 상태.
거기서 유진이 나은주의 넙튜브를 홍보해주는 건 또 의미가 있었다.
[나은주의 은주가무 EP.01 배우 박유진 편
조회수 – 50,631]
그 덕분일까.
업로드된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음에도 벌써 5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음주가무에서 따온 제목 은주가무.
나은주가 진행자가 되고.
나은주와 인연이 있는 게스트와 토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컨텐츠.
작품 비하인드, 약간은 사적인 이야기 등.
냉미녀 얼굴에 가려진 나은주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우리 채널 첫 번째 초대손님, 박유진 배우를 소개합니다.”
나은주가 쿨하게 소개하자, 유진이 이리저리 두리번댔다.
“어, 어디 보면 될까요?”
“저기 저 카메라.”
“앗, 찾았다! 안녕하세요. 배우 박유진입니다! 제 채널에서 혼자 나오다 이렇게 은주 누나 채널에 나오니까 뭔가 신기하고 떨려요.”
“편안하게 해요. 그냥 사석에서 얘기하듯.”
“아, 넵!”
이미 남매케미를 여러 번 보여준 유진이지만.
이번엔 또 달랐다.
여행 예능 <별을 보러 떠나요>에서는 이지혜를 위로해주는 자상한 남동생.
웹드라마 <연년생>에서는 얄밉고 제멋대로인 연년생 동생이었다.
그리고 나은주와의 넙튜브 콘텐츠에선.
늦둥이 막내동생처럼 그야말로 막내미를 뿜뿜 내뿜는 중이었다.
나은주와의 나이차 때문일까.
평소 볼 수 없던 긴장하고, 어리버리한 느낌이 살아있는 것.
[유진이 긴장했나봐 눈 땡그래 ㅋㅋㅋ
ㅠㅠㅠㅠㅠㅠ 오늘 옷도 완전 귀엽게 입고와가지고 ㅠㅠㅠ 다람쥐같아]
그리고 이런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건.
비단 유진 뿐만이 아니었다.
[근데 은주 언니 눈에서 완전 꿀떨어짐ㅋㅋㅋ
하긴 유진이 눈앞에 두면 저럴 수밖에 없을 듯 ㅠㅠㅠ
이 투샷...친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데 또 보고있으니까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박유진은 누구랑 붙여도 케미가 폭발하네 ㅋㅋ]
나은주의 얼굴이 그야말로 ‘오구오구’하는 눈빛이었으니.
[나은주가 저런 표정 지을 수 있는지 처음 알았음 ㅋㅋ 뚱한 표정보다 훨씬 예쁘다
예로부터 그 사람의 인성을 알려면 노인과 아이를 대하는 모습을 보랬는데... 여기서 나은주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거지
저건 찐이다...진짜 귀여워죽겠다는 눈빛ㅋㅋㅋ
얼음공주 이래서 완전 싸가지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그 덕분에 나은주가 나서서 뭘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유진을 바라보는 눈빛과 행동만으로도 평소 모습과 갭이 꽤 컸으니까.
“잠깐. 내가 이런 얼굴이었어?”
나은주는 제 얼굴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화면 속 유진을 바라보는 자신의 얼굴이 너무 낯설었으니.
너무 빈틈이 많아 보인다고 해야할까?
“그런 얼굴이심다, 누님.”
이상진이 눈치없이 끼어들자 나은주가 쏘아보았다.
아무튼.
나은주 역시 친근한 이미지를 획득하는 중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어?”
“넵!”
“알뜰하네. 자, 그럼 어서 말해봐.”
“제 넙튜브 채널에서 연재 중인 웹드라마 <연년생>에 은주 누나가 출연해주기로 했어요! 와, 박수!”
짝짝 박수를 치는 유진.
영상이 끝나고 댓글을 확인했을 땐.
[??? 나은주가 연년생에??
그거 완전 시트콤 아님?
대체 무슨 역할로 나옴???
왘ㅋㅋㅋㅋ 기대된다ㅋㅋㅋ]
놀랍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여태 로맨틱 코미디조차 거의 참여하지 않았던 나은주.
그렇기에 대중들에겐 더욱 쇼킹한 뉴스인 모양.
[은주가무
동영상 – 1개, 구독자 – 10,716명]
나은주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네임밸류와 기댓값.
거기에 이미 넙튜브 쪽에선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유진이 도와주니.
연착륙 효과가 자연스레 이루어진것.
덕분에 나은주의 넙튜브 채널도 빠르게 구독자를 확보해나가는 중이었다.
“올린지 몇 시간 안 됐는데 반응이 뜨겁슴다. 인터넷에서 기사화도 많이 되고.”
“회사 사람들은 뭐래?”
“다들 좋아하심다. 첫 스타트부터 대박이 터진 거 아님까?”
회사 사람들은 더 중량감 있는 게스트를 희망했으나.
나은주가 계속 유진을 고집했다.
결과적으로 나은주의 선택이 옳았던 셈.
“제대로 해줘야겠네, 나도.”
가볍게 생각했던 웹드라마 참여.
그러나 유진에게 제대로 빚을 갚으려면, 나은주도 발 벗고 나서야 했다.
*
서울연극제가 종료된 이후.
극단 ‘등불’은 아직도 그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틈만 나면 회식을 가지며 술판을 벌이는 중.
“선배님! 한 잔 더 드시지요!”
“이 녀석이 아주 날 술로 죽이려고! 그래, 좋다. 코가 삐뚤어지게 한 번 마셔보자고!”
“다들 그만 좀 드세요. 또 며칠 전처럼 두 분 다 토하실라.”
불과 몇 달 전.
다소 경직되고 수직적이었던 ‘등불’이었으나.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위기를 극복하고 나니 훨씬 돈독해졌다.
“진무가 사고를 당했을 땐 진짜 연극 접는 줄 알았어.”
“정말로요. 눈앞이 깜깜해져서 잘 때마다 악몽 꿨습니다, 진짜.”
연습 과정에 있던 이야기는 그 무엇보다 좋은 안줏거리였고.
“유진이가 땜빵 제대로 해줬지.”
“얌마, 그런 건 땜빵이라고 하는 게 아니야. 걔 들어오고 나서 그냥 작품이 바뀌었는데!”
“유진이 보고싶드아아아!”
“전화나 한 번 해볼까요?”
“야. 애 놀란다.”
유진은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언급되었다.
‘등불’ 입장에서 유진은 극단 사람이 아닌 외부인이었지만.
전혀 무리 없이 융화될 수 있었다.
어린아이라는 점, 거기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능력까지 있었으니.
“우리 유진이 캐스팅을 처음부터 끝까지 믿고 추진했던 연출가님! 모두 박수 한 번 줍시다!”
느닷없이 신대종에게 쏟아지는 박수.
“개막 몇 주 앞두고 갑자기 배우들이 봇물이 터져서 아이디어를 쏟아냈는데. 우리 연출님 고생이 참 많으셨지.”
“암요, 암요!”
“한 마디 해주세요!”
분위기에 떠밀린 신대종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맥주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우리 연극이 전석매진에, 여러모로 평이 좋은 이유는 배우들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유진이가 오디션에서 보여준 것처럼, 배우의 아이디어 하나가 극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한다는 걸 모두 느끼지 않았습니까.”
신대종이 배우들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앞으로 저는 연출가로서, 극에 대해 배우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혼자가 아닌 여럿이 되어 더 좋은 연극을 만들겠습니다. 모두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크으, 멋지다!”
“잘생겼다!”
“잘 생겼다니, 누가 거짓말 하냐?”
깔깔 터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다시 부딪치는 술잔.
술이 달게 느껴졌다.
그 모습을 연출가 신대종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새로운 시도, 변화를 갈망하던 그였으나.
변화가 언제나 좋은 변화를 가져오진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변화는 필요했고, 성공적이었어.’
아직도 번개 오디션에서 유진이 준 충격이 생생했다.
그래서일까.
이 자리에 유진이 없는 것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데드맨> 촬영이 있다고 했지. 10살에 권성택 감독님 작품 주조연으로 참여하다니. 대체 성인이 되면 어떤 모습이려나.’
오랜 시간 연극 연출로 먹고 산 신대종이고.
여러 배우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으나.
유진의 경우엔 그 미래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었고.
매번 상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줬으니.
‘어쨌든 이번 서울연극제 참가도 전석매진으로 끝났으니, 이제 주기적으로 극을 올릴 동력을 얻은 셈이야. 그런데 민주 역할을 유진이가 계속 맡아줄 수 있으려나.’
유진의 아이디어로 재탄생한 민주라는 캐릭터.
과연 유진 이외에 누가 이만큼 해낼 수 있을까?
신대종은 누구도 떠올릴 수 없었다.
“아. 나 잠깐 전화 좀.”
주머니의 진동을 느낀 신대종이 잠시 자리를 빠져나왔다.
“예, 예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저 진승호입니다.”
발신자는 뜻밖에도 위니필름의 진승호였다.
얼마 전, 뜬금없이 <주변인>의 티켓을 구해줄 수 있느냐 물었던.
“뒤늦게 감사 인사를 전하려 연락드렸습니다. 배려해주신 덕분에 연극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흥미롭더군요.”
“아아.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그리 말하고 있는 신대종이지만, 여전히 의문이었다.
진승호와 일본인 감독은 왜 자신들의 연극을 보고 싶어 했는지.
진승호야 하진무를 비롯, 극단 사람들과 친분이 조금 있다지만.
그 아이자와라는 일본인 감독은 대체 무슨 일일까?
“실은 한 가지 여쭤볼 것이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이 연극. 영상화와 관련해 계약된 바가 있습니까?”
“예?”
너무도 뜻밖의 이야기.
신대종은 지금 자신이 술기운에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어, 없습니다만.”
“그렇군요. 다름이 아니라 그 권리, 사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요.”
이어진 진승호의 말은 더더욱 황당무계했다.
그러나 동시에 신대종의 머릿속에선 퍼즐이 짜맞춰지기 시작했다.
“설마 그 사람이.”
“예. 전에 말씀드린 일본인 감독, 아이자와입니다.”
신대종은 술기운이 확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아이자와 감독님이 이끄는 스튜디오에서, 연극 <주변인> 영화화 판권을 구입하고 싶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