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83화 (83/237)

83화

팬미팅 당일.

리허설을 위해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

“후아.”

유진은 심호흡을 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 모습을 백미러로 흘끗 본 차동석이 물었다.

“많이 긴장돼?”

“네. 엄청 떨려요.”

“유진이가 이렇게까지 떠는 건 처음 봐요.”

유진의 옆자리 박태종이 손을 꽉 잡아주었다.

그간 여러 사람에서 떨리는 척은 많이 했던 유진이다.

그러나 이번엔 정말 떨렸다.

이렇게 많은 팬과 마주하는 건 겪어본 적 없는 일이었으니.

‘작품은 많이 해봤어도, 팬미팅은 처음이니까.’

그러나 전생에 흔히 느꼈던 떨림과는 전혀 달랐다.

그때는 앞길이 막막하고 두려워 떨렸던 것인데.

‘기분 좋은 떨림이야.’

자신을 위해 데뷔 2주년 홍보 기부까지 해주고.

자신을 만나기 위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티켓을 구입했다.

공연시작 몇 시간 전부터 공연장에서 대기하고 있기까지.

오직 자신만을 위한, 팬들의 관심과 사랑.

그걸 직접 체감하는 건 처음이었으니.

“걱정 마. 앞으로 이런 일이 많을 테니까. 금방 익숙해질 거야.”

차동석이 확신하며 말했다.

첫 팬미팅인 만큼,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성인이 되어가며 유진은 점점 더 큰 인기를 얻을 터.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응?”

유진이 제 가슴에 손을 올렸다.

심장의 두근거림을 즐기는 것처럼 입가에 미소가 만연했다.

“이 떨림이요. 엄청 기분 좋거든요. 매번 느꼈으면 좋겠어요. 진짜로!”

그러자 박태종이 기특하다는 듯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차동석도 피식 웃고 말았다.

“역시 우리 배우님이야. 크게 될 배우라니까.”

*

<박유진의 첫 번째 선물상자>

유진의 첫 번째 팬미팅이 열리는 대학교 공연장.

그 근처 캠퍼스에는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렸다.

혹시 현장판매가 있진 않을까.

이른 시간부터 매표소 앞에서 대기했으나.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쓸쓸히 돌아가야만 했지만.

“잠시 후 팬미팅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객석으로 입장이 가능하니 티켓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곧 객석을 꽉 채운 500여명의 팬들.

그들의 성별이며 나이는 모두 제각각이었으나.

표정은 대체로 비슷했다.

“아, 심장 터질 것 같아.”

“진짜. 나 잠 하나도 못 잤어. 근데 졸리지가 않아.”

바로 기대감에 젖은 얼굴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건 김선미도 마찬가지였다.

“크으. 짜릿해. 내 손은 완전 금손이 틀림없어.”

백룡영화제에서도 유진을 보긴 했지만.

팬미팅은 오로지 대박이들과 유진을 위한 시간 아닌가.

그 설렘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게다가 오늘 좌석은 중앙 맨앞.

그야말로 특등석이었다.

띵-

시작을 앞두고 극장이 모두 암전되었다.

정적 속에 기대감만이 술렁이고 있을 때.

팟.

다시 들어온 조명.

어느 새 무대 위에는 두 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헐, 이지혜다. 이지혜!”

“거봐. 내가 이지혜는 나온다고 했잖아.”

김선미와 함께 등장한 이지혜.

두 사람은 곧장 연기에 들어갔다.

“뭐? 쇼핑하고 싶어?”

“응. 그래서 언니 부른 거야. 오늘 날씨도 좋잖아.”

“그럼 시우도 깨워서 같이 가야지.”

“걘 낮잠자고 있잖아. 깨우면 얼마나 짜증을 내는데! 그냥 우리끼리 가자. 응? 얼른.”

‘와. 우리 선미 연기 잘하네.’

김현서는 흐뭇하게 김선미를 바라보았다.

곧 이지혜와 김선미가 퇴장한 이후.

“애들을 봐달라고?”

무대에 도도한 걸음으로 등장한 사람.

바로 엄마 친구 역을 맡은 나은주였다.

“헐?!”

“미친!”

“진짜야? 진짜 나은주야?”

술렁거리는 객석.

설마 스페셜 게스트로 나은주가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차가운 이미지였고, 이런 자리에 거의 나오지 않으니까.

‘와. 게스트 미쳤네?’

이번 <연년생> 스토리는 간단하다.

동생 시우가 잠든 사이, 시윤은 친척언니에게 나가서 놀자고 꼬드긴다.

그 사실을 모르고 시우와 시윤의 엄마는 애들을 봐달라고 제 친구에게 부탁한다.

그러는 사이.

잠에서 깬 시우는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깨닫곤 누나를 찾아 밖으로 나온다.

그 직후 시우네 도착한 엄마 친구가 집에 아무도 없는 걸 깨닫고.

애들이 사라졌다고 오해하게 된다.

즉.

서로가 엇갈리며 벌어지는 대환장 스토리가 포인트.

세 사람이 등장했으니 이제 시우가 등장할 차례라는 것.

그렇게 점점 고조되어가는 분위기 속.

“으음. 누나아.”

주인공이 등장했다.

유진이 칭얼대듯 대사를 치며 무대 위로 올라온 순간.

“꺄아아아악-!”

그야말로 공연장이 울릴 정도의 익룡 함성.

무대 뒤에 있는 사람들도 순간 소름이 돋았을 정도다.

현장감이란 이런 것이다!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누나. 어딨어?”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는 유진.

그 모습에 관객석에 있는 팬들이 입을 틀어막았다.

“너무 귀엽다, 진짜.”

“오늘따라 진짜 천사다.”

“미쳤나봐······미쳤어······.”

자연스레 컬이 들어간 머리.

은은하게 한 화장까지.

본판 비주얼이 워낙 좋기에 그를 살리는 메이크업을 한 것.

덕분에 유진은 오늘따라 유독 얼굴이 빛이 났다.

“누나아. 어디 있어?”

잠에서 깨 잔뜩 나른한 목소리.

“내가 누나 아이스크림 다 먹어버린다?”

“미친, 누나래. 미친!”

“유진이가 누나라고 하는 걸 직접 듣다니······.”

심장을 부여잡는 팬들.

곧 무대 위를 두리번거리던 유진은 객석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곤 무대 맨 앞까지 걸어 나오자 팬들이 숨을 참는 소리가 울릴 정도.

“저기요, 누나! 혹시 저희 누나 못 봤어요?”

아까 긴장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여유롭게 무대를 활보하는 유진.

무대 맨 앞의 관객에게 다가가 대사를 쳤다.

바로 김현서에게.

“어, 으. 그, 저, 저.”

김현서는 얼굴이 새빨개져 터질 것 같았다.

살다살다 이런 계를 타보다니!

“저기로 갔다고요? 고마워요, 누나. 알려준 보답으로 선물 하나 줄게요!”

김현서가 제대로 대답도 못 했는데.

유진은 싱긋 웃으며 김현서에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바로 유진의 어릴적 사진.

세상 무해한 얼굴로, 카메라 쪽을 올려다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가, 가, 감사합니다!”

김현서는 그야말로 녹아내렸고.

다른 팬들은 부럽다는 듯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전 우리 누나 찾으러 가볼게요. 안녕!”

손을 흔들며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는 유진.

그야말로 팬들을 능숙하게 조련하고 있는 셈.

“평생 가보로 모실 거야. 진짜로······.”

덜덜 떨며 사진을 고이 간직하는 김현서.

덕질 이래 최고의 행복이었다.

*

<연년생> 라이브 연기가 끝난 이후.

무대 위로 올라온 것은 스페셜 게스트들, 그리고 스페셜 MC였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배우 박유진의 팬미팅 사회를 맡은 고석태입니다!”

그에게 쏟아지는 박수세례.

곧 고석태는 큐카드를 팔랑거리며 말했다.

“주최 측에서 주신 대본이 있지만, 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으니! 그냥 저 마음대로 하겠습니다. 질질 끌지 말고 바로 오늘의 주인공을 모셔보죠. 대박이들의 아기천사! 박유진 배우입니다!”

마이크를 들고 나타난 유진이 팬들에게 정식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배우 박유진입니다. 대박이들 만나서 너무 행복해요!”

그러자 어마어마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아까 <연년생> 라이브 연기 때 등장한 것 그 이상이랄까?

고석태는 물론 당사자인 유진도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

“이야. 정말 대단하네요. 제가 가끔 다른 배우들 팬미팅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땅이 울릴 정도의 환호는 처음입니다.”

“헤헤. 우리 대박이들 대박이죠?”

“이야. 팬들의 배우사랑도 어마어마하고, 박유진 배우의 팬 사랑도 어마어마하네요!”

한껏 훈훈한 분위기로 덥혀지는 공연장.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사랑하는 팬들과 함께 하는 코너로 가보죠! 바로 유진이의 TMI를 맞춰라! OX 퀴즈입니다! 지금 객석 밑에 양면이 OX로 된 막대가 있을 겁니다. 제가 내는 퀴즈에 답해 O냐 X냐, 막대를 들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최후의 1인께는 무려!”

준비해뒀던 상자를 들어보이는 고석태.

“박유진 배우의 데뷔작이죠? <유별난 친구들>에서 박유진 배우가 실제 착용한 운동화를 선물로 드립니다!”

그러자 객석이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데뷔작에서 신고 나온 운동화라니, 그야말로 초희귀 레어템이 아닌가?

“저희도 참여해도 되나요?”

퀴즈가 재밌어보이는 건지, 상품이 탐이 나는지.

이지혜가 슬쩍 손을 들며 말했다.

“그럼요, 당연하죠! 팬분들께선 스페셜 게스트분들의 선택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되겠는데요?”

“그럼 저도 참여해도 되나요?”

센스 좋게 멘트를 이어가는 유진.

그러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긴. 문제를 맞히며 스스로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겠네요. 하지만 우리 ‘대박유진’ 분들은 부정행위를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박유진 배우는 저 대신 문제를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고석태의 센스 있는 진행.

곧 유진이 고석태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자, 그럼 첫 번째 문제 읽어주시죠. 박유진 배우!”

“넵! 자, 문제입니다. 저는 영화 데뷔작 <리플레이>에서 명준의 어린 시절을 맡았는데요. 이 때 명준의 나이가 8살이었다. O, X!”

“자. 3, 2, 1!”

카운트가 종료되고.

객석의 모든 팬들이 X를 들었다.

만장일치가 나온 것.

그런 와중.

“아니, 이게 뭔가요? 나은주 배우님?”

게스트 중에서도 나은주만이 O를 들었다.

“여기서 O가 나오면 바로 게임이 종료되겠네요. 이야, 정말 긴장감 넘치는데요?”

익살맞은 고석태의 진행.

당연하게도 정답은.

“정답은 X! 9살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유진이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서.”

쿨하게 사과하는 나은주.

나은주를 제외한 502명이 첫 번째 문제를 맞췄다.

그러나 점점 문제가 진행되어가며 탈락자가 대거 나왔고.

10번째 문제를 앞두고 남은 건 총 세 명.

“와우! 김선미 배우! 지금 게스트들 중 유일하게 정답률 100%로 살아남으셨네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최후의 3인에 게스트인 김선미가 포함된 것이다.

“박유진 배우에 대해 그리 잘 알고 있는 비결이 뭔가요?”

“네? 아, 그게요.”

당황하는 김선미.

차마 말하지 못했다.

자신도 ‘대박유진’ 소속으로, 유진의 덕질을 하고 있다는 걸.

“역시 또래친구라 그런지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많네요.”

김선미가 제대로 답을 못해 마가 뜰 것 같자 바로 넘어가버리는 고석태.

참으로 노련한 진행이었다.

“자, 그럼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문제. 박유진 배우님! 읽어주시죠!”

“네에! 웹드라마 <연년생> 1화에서 제가 입고 나온 잠옷. 그 잠옷 무늬가 줄무늬였다, OX!”

정말 찐팬이 아니고서야, 곧바로 기억하기 힘든 디테일.

그러나 <연년생> 촬영을 함께한 김선미에게 유리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정답은! O였습니다!”

다행히(?) 최후의 1인은 객석에서 나왔다.

김선미가 X를 들었기 때문.

마지막까지 남은 팬에게 축하와 부러움이 섞인 박수가 쏟아졌다.

“자, 무대 위로 올라오셔서 상품 받아가주세요.”

“아뇨! 우리 대박이들을 움직이게 할 수 없죠. 제가 갈게요.”

유진이 상품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곧장 객석을 활보하자 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작은 비명과 탄성이 쏟아졌다.

“와주셔서 감사하고, 팬해주셔서 감사하고, 문제 다 맞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제가 더 감사하죠!”

유진이 직접 선물을 전해주자 얼굴을 붉히며 기뻐하는 최후의 1인.

유진은 그 팬에게 다가가 포옹까지 해줬다.

“소중하게 간직해주세요!”

유진의 화끈한 팬서비스 덕분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는 사이 나은주와 이지혜는 김선미를 토닥여주었고.

김선미가 눈치껏 틀렸다는 걸 알았으니까.

“한 번 더! 한 번 더!”

객석에서 터져나오는 구호.

퀴즈를 한 번 더 하자는 것이다.

상품도 상품이지만, 유진의 포옹이 매우 탐이 나는 모양.

“워워. 다들 진정하세요. 이후에도 경품을 나눠드리는 시간이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편안하게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팬들을 능숙하게 릴렉스 시키는 고석태.

“자. 그럼 분위기를 한 번 바꿔서! 이 타이밍에서 박유진 배우와 시크릿 게스트의 듀엣 무대가 준비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럼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게스트가 또 있어?”

“와, 진짜 준비 많이했나보다.

“대박!”

술렁거리는 객석.

재오가 아시아 투어 중이라 한국에 없어서,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그리고 무대 위로 오르는 한 남자.

바로 한권주였다.

“······.”

사람이 너무 놀라면 소리조차 낼 수 없다고 하던가?

지금 이 공연장에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설마 한권주와 유진의 듀엣을 보리라곤 생각지 못한 팬들.

아까처럼 소리도 내지 못하고 얼어버렸다.

아직 <데드맨>이 개봉하기 전이라, 둘이 붙어 있는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

“미친. 진짜 한권주야?”

“나 실물 처음 봐.”

“와. 유진이 인맥 대체 뭐야? 개쩔어.”

“이게 꿈이야 생시야.”

여러모로, 역대급 팬미팅이었다.

*

한편, 스튜디오 포르테 측.

“까였습니다.”

캐스팅 디렉터 소은서가 연출PD 김경식을 향해 말했다.

“수진 역할에 강사랑은 안 된다고 하네요.”

손톱을 물어뜯는 게 버릇인 연출PD.

그가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되물었다.

“아니, 왜?”

“그쪽 말로는 내년까지 스케줄이 꽉 차있대요.”

“구라 아니야? 아무리 강사랑이라지만 무슨 내년까지 바쁘대.”

“강사랑이잖아요. 워낙 잘나가야지. 그리고 거기서 바쁘다니 뭐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PD는 푹 한숨을 내쉬며 퉤 손톱을 뱉었다.

“그럼, 다른 주연들은 어떤데?”

“우선 단 역에 한권주 찔러봤는데, 가족들이랑 시간 보낸다고 당분간 쉴 거라 하던데요. 하이드는 송수찬으로 쇼부 보고 있긴 한데, 개런티를 너무 높게 불러요.”

“얼마를 불렀는데?”

“회당 1억이요.”

그 말에 김경식의 입이 떡 벌어졌다.

“1억? 1어어어억? 완전 미친놈이네. 요즘 잘나가니까 눈에 뵈는 게 없나? 와꾸 반반한 거 원툴로 먹고 사는 놈이 억을 불러?”

“그 금액 아니면 절대 안 한대요. 자기네들이야 안 해도 상관없다는 것 같은데.”

“진짜 배가 불렀지. 송수찬한테 회당 1억씩 주느니 그 돈 아껴서 CG에 쓰겠다. 걘 접어. 아휴. 왜 이리 배우들 픽스가 안 되냐?”

“아무래도 원작 팬들이 워낙 극성이라 좀 사리는 것 같아요.”

캐스팅하는 스튜디오 포르테 입장도 그렇지만.

배우들로서도 부담스러운 모양.

라앺이 인기가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많아도 너무 많다고 해야할까.

원작에 대해 애정을 넘어 집착을 가진 팬들이 꽤 많다.

즉, 누군가는 독이든 성배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뜻.

잠시 후.

한 연락을 받은 소은서가 김경식에게 말했다.

“서새아 쪽에서 연락 왔는데, 염라에 박유진 박히면 도장 찍겠다는데요.”

“뭐?”

서새아라면 강사랑이 거절했을 때를 대비한 2순위.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지였다.

“아. 일단 3인방 다 픽스해놓고 박유진 도장 받아낼 생각이었는데.”

이름값 높은 배우들로 주연 3인방이 확정된다면.

박유진 측으로서도 구미가 당길 테니 말이다.

로맨스를 담당하는 주역 3인방이야 어떻게든 꽂아넣을 수 있다.

그러나 유진한테 까였을 땐 대체가 불가능하다.

원작팬들의 반응도 그렇고.

PD인 김경식이 보기에도 염라에 박유진은 그야말로 찰떡 캐스팅이었으니.

“그렇다고 너무 기다리면 그 사이 누가 채갈 수도 있어요. <데드맨> 이후 신작 소식도 따로 없던데. 지금 차기작 미팅 돌고 있는 거 아닐까요?”

“그런 끔찍한 소리 마라. 상상만으로도 소름 돋으니까. 박유진 팬미팅 언제 끝난다고?”

“오늘이라고 했어요. 아마 지금 한창 하고 있을 거예요.”

“그럼 내일 곧장 전화 넣어. 아니, 내가 넣을게. 번호 보내라.”

김경식은 휴대폰을 붙잡고 기도하듯 말했다.

“진짜, 신이시여. 박유진이시여. 제발 우리 좀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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