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84화 (84/237)

84화

유진과 한권주.

두 사람이 선곡한 음악은 뮤지컬 넘버.

두려움을 떨치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우리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유진이 먼저 추천한 곡.

그 말대로, 두 사람의 조화는 꽤 좋았다.

두려움은 한 쪽에 제쳐두고

숨어선 안 돼

기회를 잡아

이 순간

진중한 중저음의 한권주와.

망설임은 잠시일 뿐

발을 내딛고

손을 뻗어

이 순간

맑고 깨끗한 음색의 유진.

두 사람의 상반된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

한권주가 회환 속에서도 애써 나아가려는 어른의 모습이라면.

유진은 새롭게 펼쳐질 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는 아이의 느낌.

돌아갈 길은 없어

애타게 기다리던 그 날을 위해

나아가리라

둘의 상반된 음색이 한데 합쳐지며.

듀엣 무대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짝짝짝-

두 사람의 듀엣무대가 끝나자.

객석에선 열렬한 박수가 쏟아졌다.

“유진이 노래 대박!”

“성량도 좋다.”

“근데 둘이 되게 안 어울리는데 잘 어울린다.”

“그러게. 마치 바닐라 아이스크림에다 감자칩 뿌려먹는 느낌.”

잠시 후.

고석태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럼 멋진 연기와 노래를 보여주신 게스트들을 모시고 토크를 가져볼까 합니다!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주세요!”

김선미, 이지혜, 나은주, 거기에 한권주.

MC인 고석태와 오늘의 주인공 유진까지 함께하니 무대가 꽉 찼다.

“먼저 <연년생> 팀한테 물어보죠! 연습과정은 어떠셨나요? 듣자하니 세 분 다 초면이라고 들었는데.”

고석태의 질문에 가장 먼저 얘길 꺼낸 건 이지혜였다.

“유진이랑 선미, 그리고 무엇보다 나은주 선배님께서 되게 편하게 해주셔서요. 무사히 끝마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아. 내가 편했구나?”

그때 쓱 끼어들어 묵직한 멘트를 치는 나은주.

그러자 이지혜가 당황해 어쩔 줄 몰라했다.

“네? 아니,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만만하다, 이런 게 아니라요.”

“농담이야, 농담. 그렇지, 선미야?”

“그, 그게. 네에. 근데 은주 언니는 표정만 보면 진심인 거 같아서······가끔 무서워요.”

정색하며 농담을 던지는 통에.

매번 이지혜를 당황시키는 나은주.

그리고 그런 언니들 틈바구니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김선미.

세 사람의 케미가 토크에서도 빛을 발했다.

잠시 후.

“자. 그럼 이쯤에서 질문 타임! 배우 박유진의 장점을 하나씩 꼽자면?”

“이건 정말 다들 아실텐데. 다정하고 사려가 깊어요. 덕분에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이지혜가 말하는 장점이었고.

“여, 연기를 진짜 잘해요. 진짜 다른 사람 같아요.”

김선미가 말하는 장점이었다.

“자, 나은주 씨는?”

“귀여워요.”

그러자 고석태가 킥킥 웃으며 핀잔을 줬다.

“이야. 진짜 날로 드시네요.”

“제가 뭐 틀린 말 했어요?”

그 말에 동감하듯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자. 귀여운 게 장점이신 우리 박유진 배우. 소감 한 마디 해주시죠.”

“넵! 앞으로도 귀엽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거기에 유진의 센스 있는 대답까지.

“그럼 여태 한마디도 안하신 우리 한권주 배우님. 이 타이밍에서 멘트 좀 해주시죠? 자. 한권주 배우님이 생각하시는 유진이의 장점이 뭡니까?”

“······.”

게스트로 나오긴 했으나.

이런 자리가 익숙지 않은 한권주는 침묵을 지키는 중이었다.

“뭐죠? 설마 장점을 못 찾는 건가요?”

우우-

침묵이 길어지자 객석에서도 장난스런 야유가 터져 나왔다.

유진을 빤히 바라보던 한권주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들.”

“아들?”

“아들 같아요.”

“아아. 아들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진이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한권주의 멘트를 황급히 포장하는 고석태.

죽은 멘트까지 살려내는 솜씨가 아주 일품이었다.

“자. 그럼 다시 박유진 배우에게 질문. 박유진 배우는 한권주 배우가 아빠 같은가요?”

“그럼요! 권주 삼촌이 얼마나 다정하신데요.”

유진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요. 권주 삼촌 아들이 제 사인 받아달라고 했대요. 그래서 제가 사인 해드릴테니 팬미팅 게스트로 나와달라고 했는데, 진짜 나와주셨어요! 엄청 다정하죠? 그쵸?”

이 에피소드로 평소 한권주의 차가운 이미지와 대비되는.

아버지로서의 다정함을 부각시키려 했던 유진이다.

그러나 정작 한권주가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비밀이라도 들킨 사람처럼.

“어? 삼촌. 이거 비밀이었어요?”

그러자 유진도 덩달아 당황했다.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푸, 푸흡. 푸하하하하! 아니, 두 사람 표정 뭐예요! 서로 당황하면 어떻게 해!”

그러자 고석태가 폭소를 터뜨렸고, 게스트들은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았다.

거기에 빵 터진 관객석까지.

공연장은 그야말로 웃음바다가 되었다.

“잠깐. 스톱! 대박이 여러분! 이거 우리만의 비밀이에요?”

황급히 뒷수습에 나서는 유진.

‘괜찮아. 혜성이 여자친구 얘기는 안 했으니까.’

그리고 속으로 안심하는 한권주였다.

이후 토크 외에도 다양한 코너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그럼 마지막 무대를 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블루컬쳐 스튜디오 측이 직접 편곡해준 어쿠스틱 버전 ‘날아가’.

그게 마지막 앵콜 무대를 수놓았고.

저 별을 향해

날아올라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팬미팅은 끝에 달했다.

고석태를 비롯, 모든 게스트가 자리를 비켜주고.

홀로 무대 위에 선 유진은 객석을 향해 인사했다.

장시간의 팬미팅으로 땀이 나, 이마에 앞머리가 달라붙었지만.

팬들에겐 그마저도 사랑스러워보일 뿐이었다.

“MC 봐주신 석태 삼촌, 게스트로 나와준 선미, 지혜 누나, 은주 누나, 권주 삼촌.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대박이들!”

와아-!

터져나오는 환호성.

누가 들으면 500석이 아니라 5천석의 함성으로 들릴 정도다.

“여러분처럼 자랑스러운 팬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여러분이 없으면 전 아무것도 아니니깐······.”

순간 글썽거리는 유진의 눈동자.

그러자 팬들이 어어, 하고 안타까워했다.

함께 눈시울을 붉히는 팬들도 여럿.

“다른 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건 약속드릴 수 있어요. 앞으로 여러분의 사랑을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다고요!”

유진의 눈동자가 하늘로 향했다.

분명 10살의 얼굴이지만.

마치 먼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곧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유진.

“그리고 전 배우로서! 조만간 차기작으로 찾아갈게요! 모두 조심히 들어가세요!”

자신의 팬들을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꿈같은 하루가, 그렇게 끝났다.

*

[아 진짜 재밌었습니다]

팬미팅 이후.

‘대박유진’에는 팬미팅 후기가 주르륵 올라왔다.

[시작부터 연년생 라이브 연기일줄은 ㅠㅠ

공연장이 꽤 괜찮더라고요 음향이랑 단차 모두 훌륭!

스탭분들도 너무 친절해서 좋았습니다 ㅎㅎ 주역매니지먼트 짱 우리 오래오래 해먹어요...

ㄴ 2222

ㄴ 333333

게스트 너무 짱짱했어요 덕분에 더 재밌었음ㅋㅋ 그리고 유진이 개인기 짱 많더라구요]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대부분 호평이 가득했다.

[그 현장 관객을 위한 코너 땐 뭐했나요? 너무 궁금 ㅠㅠㅠ

ㄴ 리퀘스트 들어줬습니다 ㅋㅋㅋ 이때 진짜 존잼이었는데

그때 유진이가 성대모사 해줬죠ㅎ 엄청 잘함ㅋㅋ

ㄴ 이지혜 배우 성대모사할 때 웃겨 죽는줄ㅋㅋ 잘해서 더 웃겨 ㅋㅋ

근데 유진이 춤은...크흠커흠크흠

ㄴ 우리 유진이 춤신춤왕이거든요 ㅡㅡ

ㄴ 유진이가 춤을 추는 게 아닙니다...춤이 유진이를 지배하는 순간이 있을 뿐...]

이들이 하는 얘기는 무엇인가?

발단은 바로 현장 관객들만을 위한 코너.

유진이 팬들의 리퀘스트가 적힌 포스트잇을 떼서 들어주는 시간이었다.

‘우리 유진이가 춤추는 걸 보고 싶어요! 하지만 너무 부담스러우면 안 해도 됩니다······라고 쓰여있네요.’

‘배우가 이런 걸 부담스러워하면 안 되죠! 저 다 할 수 있습니다.’

‘이야, 역시 천상배우! 빼는 법이 없네요!’

당당하게 무대 앞으로 나온 유진.

뭐든 잘하는 유진이기에, 팬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곧 음악이 나오고.

유진이 박자를 타기 시작했는데.

‘······?’

미묘하게 박자와 어긋나는 움직임.

분명 유연해보이지만 뚝뚝 끊기는 춤.

근본이 없는 막춤이었다.

[근데 너무 귀엽지 않아요? ㅋㅋ큐ㅠㅠㅠ 열심히 하려고 애쓰는 게 보여서 진짜 심장에 해로움...

본인이 잘춘다고 믿는게 씹덕포인트 ㅋㅋ]

하지만 팬들은 그마저도 즐거워할 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유진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며 좋아했다.

현장관객을 위한 코너라 녹화본에는 포함되지 않았고.

유진의 춤을 본 것은 500명의 관객과 게스트들뿐이었다.

덕분에 이날 유진의 춤은 일종의 전설처럼 여겨졌고.

유진에게 새로운 별명을 붙여주었다.

춤신춤왕.

“다행이다.”

팬카페에 올라온 후기를 쭉 훑어보던 차동석.

그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팬미팅 평이 꽤 좋아.”

“당일에도 별 문제 없이 끝났고, 부정적 피드백 들어온 것도 없었으니까.”

장미소도 꽤 안도하는 눈치.

주역 매니지먼트에서 자체적으로 주관한 행사였기에 더더욱 신경 썼다.

[직접 봤으면 더 재밌겠다 ㅠㅠㅠㅠ

ㅠㅠㅠㅠ 다음 팬미팅 땐 꼭 갈거임요

제발 다음엔 최소 1000석...]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진짜 나중엔 뮤지컬 대극장이라도 빌려야하는 거 아닌지 몰라.”

웃으며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는 차동석.

그런 그의 눈에 한 게시글 제목이 들어왔다.

[근데 라앺 드라마화 한다는데 염라 유진이겠죠? ㅠㅠㅠ]

“또네.”

차동석은 그 글을 클릭해보았다.

[진짜 유진이 아니면 염라 할 사람 없는데

제발 ㅠㅠㅠㅠ 저 캐스팅 뜨기만 매일 기다리고 있어요 ㅠㅠ]

거기에 달린 댓글들.

[저도 진짜 라앺 찐팬인데... 염라에 유진이 캐스팅되면 소원이 없을 드슈ㅠ

매니저) 카페회칙 위반입니다. 글 삭제 부탁드립니다.

ㄴ ?? 회칙에 그런 게 있어요?

ㄴㄴ 유진이가 참여하는 게 확정인 작품 아니면 언급금지입니다. 대박유진 내에서 무분별한 여론, 루머 생성을 막기 위함이니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요 근래 이런 글이 부쩍 늘었네.”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의 드라마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대박유진’에도 종종 이런 글이 올라왔다.

물론 수칙 위반이라 곧장 삭제되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덕분에 차동석도 라앺에 유진이 캐스팅되길 원하는 여론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 문득 차동석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설마 유진이가 기다렸던 게 이건가?’

팬미팅이 끝난 이후에도.

<빛나는 아침>과 <패왕사신기>를 보류해두고 있는 유진이다.

인터넷 여론을 참고해, 여태까지 라앺 쪽에서 오퍼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던 것이라면?

‘설마, 싶긴 하지만. 유진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단 말이지.’

“오빠. 방금 연락 왔는데.”

장미소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응? 뭔데, 자기야?”

“스튜디오 포르테. 혹시 유진이 작품 미팅 가능하냐고 하네?”

그 말에 차동석은 허, 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허. 호랑이도 제 말하면 찾아오는 법이라더니.”

*

시간이 지나.

스튜디오 포르테의 사무실.

“저는 연출PD인 김경식입니다.”

“캐스팅 디렉터 소은서입니다.”

“안녕하세요. 배우 박유진입니다!”

“주역 매니지먼트 사장 차동석입니다.”

통성명을 나눈 뒤.

“바쁜 와중 미팅에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김경식은 유진을 향해 환호하는 리액션을 취했다.

“이렇게 박유진 배우와 미팅을 가질 수 있어서 기쁘네요. 원작 팬분들이 염라 역은 박유진 배우만이 소화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계시거든요.”

이미 아역배우 중에서도 원탑의 영향력을 가진 유진이다.

거기에 비주얼까지 출중하니, 대다수가 유진을 미는 것은 당연지사.

마음 같아선 이 사실을 감추고 싶었으나.

라앺 원작 팬들이 유진의 캐스팅을 희망한다는 건 인터넷만 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굳이 숨겨서 밉보이느니, 차라리 유진을 확실히 띄워주는 쪽을 택한 것.

‘박유진 못 잡으면 진짜 큰일 난다!’

살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할 수 있다.

“저도 완전 기뻐요! 저 이 소설 완전 팬이었거든요. 대본도 잘 나온 것 같아요. 보면서 소설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에 호응하듯 싱긋 웃으며 대답하는 유진.

이후 김경식은 작품의 전체적 연출 방향.

그리고 유진의 분량과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염라는 인기 캐릭터이고, 독보적 매력을 가졌습니다. 저흰 박유진 배우라면 그 매력을 배가 시킬 것이라 확신하고 있고요. 분량을 줄이거나 하는 일 없이, 그 매력을 온전히 살리는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즉, 분량 걱정을 하진 말란 얘기였다.

아무리 인기 캐릭터라도 아역이 맡으면 분량이 줄어들 수 있으니까.

그러나 박유진 급 배우라면 분량을 줄이는 게 손해다.

“듣기만 해도 벌써 재미있는 것 같아요.”

다행히 얘기가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유진도, 함께 동행한 차동석 사장도 모두 흥미롭다는 얼굴.

‘하긴. 박유진으로서도 이걸 깔 리가 없지.’

여론이라는 게 스튜디오 포르테 쪽에만 부담이겠는가?

모두가 염라 역을 바라고 있다는 건 박유진 측도 분명 체감하고 있을 거다.

‘쓰읍. 송수찬처럼 배짱 장사만 안 하면 좋겠는데.’

박유진이 쪽이 너무 간을 본다고 해서.

스튜디오 포르테 쪽이 취할 수 있는 게 없다.

성인배우라면 기자들 이용해서 돈 밝힌다고 언플이라도 할 수 있는데.

‘아역배우를 상대로 여론전을 펼치는 것만큼 정신 나간 짓도 없지.’

그 뒷감당을 누가 하려고.

‘제발, 제발 바로 도장 찍어줘! 제발!’

김경식은 속으로 기도했다.

“저, 그런데 다른 배역 캐스팅은 혹시 정해졌습니까?”

차동석의 물음에 소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주인공인 수진역에는 아마 서새아 배우로 픽스될 것 같습니다.”

“아아. 잘 어울리네요.”

서새아는 강사랑에 이어 선호도 2위.

거기에 2% 밖에 차이가 나질 않았으니.

현 상황에서는 최고의 캐스팅이라 할 만하다.

“실은 서새아 배우가 박유진 배우 팬인 모양입니다. 이번 라앺에서 꼭 같이 하고 싶어하는 모양이더군요.”

“정말입니까? 하하. 이거 참 영광이네요.”

김경식의 말에 으쓱거리는 차동석의 어깨.

김경식이 다소 말을 돌리긴 했으나, 전하는 바는 명확했다.

박유진이 픽스되면 서새아도 도장을 찍는다는 것.

“으음.”

그런데.

아까와는 달리 유진이 다소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서새아’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말이다.

“감독님. 서새아 배우님이요. 아직 캐스팅 확정된 건 아니라는 거죠?”

유진의 질문에 김경식이 곧장 대답했다.

“네. 그런데 박유진 배우가 참여해주신다면 거의 확정이라고 봐야죠.”

김경식 입장에선 서새아만이 당장 유진을 꿰어낼 최선의 수였다.

다른 주연들은 몰라도, 서새아가 여주로 박히면 화제성과 흥행이 보장될 테니까.

그런데.

“다행이다.”

유진이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