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88화
김선미의 집.
오랜만에 놀러온 김현서는 김선미 앞에서 사진 하나를 팔랑였다.
“대박이지? 대박이지?”
“흥. 그게 뭐 별 거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김선미의 눈은 자꾸 김현서가 들고 있는 사진으로 향했다.
바로 김현서가 팬미팅에서 받은 유진의 어릴 적 사진이었으니.
“진짜 난 운을 타고났나봐! 1열에, 유진이가 말도 걸어주고, 사진 선물까지! 게다가 돌아오는 길에 로또 샀는데 5등이었어!”
김현서의 자랑질에 배알이 뒤틀렸다.
그러다보니 팬미팅 당시 경품이 걸린 퀴즈를 그냥 맞힐 걸 그랬나.
내심 아쉬움이 남기까지.
‘아냐. 난 무려 팬미팅 게스트로 나간 건데!’
그 어떤 팬도 누리지 못할 호사 아니겠는가.
팬미팅이 끝난 후 회식까지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팬미팅 이후, 이유 모르게 허한 마음이 들곤 했다.
“와. 근데 진짜 이지혜는 나올 줄 알았는데, 나은주까지 나올 줄은 몰랐어.”
사실 김선미도 말하고 싶어 근질근질했다.
그러나 게스트로 참여하는 입장에서 어찌 중요 스포일러를 할 수 있겠는가.
<연년생> 현장 녹화본이 넙튜브에 업로드 되었고.
이는 곧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지혜 넘 졸귀 ㅠㅠㅠ
이지혜 웃으면서 연기하는 거 보니 되게 기분 좋다. 앞으로도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연기하기를!]
이지혜의 연기 복귀를 반기는 반응.
[와 나은주 저러는 거 처음봐ㅋㅋㅋ
ㅋㅋㅋㅋ 아 은주언니 매력 어쩔탱 ㅠㅠㅠ
우리 따아아 언니 여기서도 매력 흘리고 다니시네...]
나은주의 코믹연기에 놀라며 즐거워하는 반응.
두 사람의 특별출연은 꽤 커다란 이벤트였고, 거기에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나도 게스트로 출연했는데.’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두 사람에 비하면 화제성이 낮으니까.
하지만 김선미 역시 어린아이.
그런 감정을 마음대로 컨트롤하기는 어려웠다.
이지혜, 나은주와 함께 고생을 했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근데 우리 선미, 연기 잘 하던데. 진짜 배우 같더라?”
그때.
갑자기 김선미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말하는 김현서.
“가, 갑자기 왜 그래. 오글거리게.”
“진짜라니까? 이지혜랑 나은주가 있는데도 안 쫄고 잘 했잖아.”
“하, 하지 말라니까안.”
말은 그렇게 하지만.
김선미는 귀가 새빨개지며 좋아했다.
<연년생> 라이브 연기를 준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러모로 범상치 않은 언니들이었지만.
이지혜와 나은주의 연기를 보며 많이 배우기도 했고.
‘연기가······너무 재밌어.’
온통 이지혜와 나은주 얘기 뿐인 반응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연기자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
키즈모델로 활동해왔던 김선미.
최근 ‘첫사랑’ 뮤비와 <연년생> 출연으로 인해, 배우라는 새로운 꿈이 생긴 것이다.
“오구, 기특해. 우리 선미. 오구오구!”
진지하게 칭찬해주던 김현서였으나.
김선미가 싫은 척 좋아하자 장난 모드로 바뀌었다.
“아이, 그만해. 그만하고 좀 나가.”
“알았어, 알았어.”
김현서를 억지로 내보내긴 했으나.
김선미는 김현서 덕분에 기운을 차렸다.
주체하지 못하고 들썩이는 입꼬리가 그 증거.
그 이후.
김선미는 인터넷을 뒤적이다, 저도 모르게 ‘대박유진’에 접속했다.
마침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글에서.
[아 팬미팅 때로 돌아가고 싶다 ㅠㅠㅠ 시작하자마자 연년생 라이브라 심장 터질뻔
그때 선미도 너무 귀여웠음 ㅋㅋㅋ
시윤이 본체 ㅎㅎ 유진이랑 케미 쩔어서 넘 좋아요
유진이랑 선미 백년만년 연년생 찍자!! 둘이 할아버지 할머니 돼서도]
김선미를 칭찬하고 있었다.
“으히.”
결국 김선미의 입가에 웃음이 번져갔다.
유진의 팬미팅에 게스트로 참여한 것이지만.
김선미가 얻어간 것 또한 적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자신에 대한 반응을 찾던 김선미.
[근데 유진이 노래 진짜 잘하죠?
진짜로 ㅠㅠㅠ 한권주 배우랑 같이 부른 것도 넘 좋고 날아가 어쿠스틱도 넘 좋고...
유진이 뮤지컬도 한 번 해주면 좋겠다]
그 배우에 그 팬이라고 해야할지.
대바기들은 유진처럼 가만히 있질 못하고, 유진에게 계속 무언가를 해주려 했다.
[대박이분들 이거 어때요?]
누군가 가져온 것은 하나의 링크.
바로 음악 전문 케이블채널인 엠더넷의 홈페이지 링크였다.
[스트레스가 가득한 현대인의 삶
출근길, 혹은 퇴근길에 듣는 노래 하나가 위로가 되곤 합니다
그래서 준비한 엠더넷 특별 기획 <별의 노래>!
나에게 응원송을 불러줬으면 하는 스타의 이름을 아래 폼에 적어 제출해주세요.
추천받은 스타들이 여러분을 위한 응원송을 불러드립니다!
스타들의 노래 제작부터 발매까지 모두 볼 수 있는 기회!]
팬미팅 실황 녹화 공개 이후.
유진의 노래에 빠져든 팬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뮤지컬 애니메이션 <날개> 이후론 유진의 노래를 듣기 어려운 상황.
즉.
<별의 노래> 기획은 유진의 팬들에겐 좋은 기회였다.
'하긴. 걔가 노래도 잘 부르긴 하지.'
그건 김선미도 격하게 동의하는 부분.
[이거 추천 받는 중이래요
우리 유진이 추천 ㄱㄱㄱ]
[좋아요. 우리 대박이들 화력 한 번 보여줍시다!]
김선미 역시 추천란에 유진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그렇게, 유진의 팬들이 유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한편.
스튜디오 포르테 측은.
"아니, 이러면서 왜 도장을 안 찍는데! 간 보는 거야, 뭐야?"
연달아 유진이 올린 라앺 관련 컨텐츠에 아주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최초 미팅 이후, 유진과 어떤 진전도 없었으니까.
그런 도중 유진이 라앺에 관한 컨텐츠를 올렸다.
이건 분명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
"시작부터 우리 길들이기 하는 건 아니겠지? 어?“
유진이 출연해야 서새아가 출연하고.
서새아가 출연해야 나머지 배역들 픽스하기가 쉽다.
그러나 유진과의 후속미팅을 잡지도 못한 터라 김경식은 아주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박유진 쪽에서 돈 얘기는 한 번도 안 꺼냈잖아요. 돈 말고 다른 걸 바라고 있는 게 아닐까요?”
캐스팅 디렉터 소은서의 말에 김경식이 목소리를 높였다.
“돈이 아니면 이런 짓을 할 이유가 뭔데?”
“진짜 서새아 빼달라는 것 같은데. 안 그래요?”
“그래서 유유연을 일부러 끌어올리고 있다고? 저 10살짜리가?”
유유연이 원작 팬 선호도 3위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강사랑과 서새아에 비해 인지도가 낮기 때문.
아니, 오히려 그럼에도 그 정도 퍼센트를 얻은 게 대단할 정도다.
그러나.
유진과 함께 한 독후감 영상 덕분에 유유연은 말 그대로 ‘떡상’했다.
“일부러는 모르겠고, 아무튼 유유연은 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긴 해요. 원작을 좋아하니까 동질감도 느낄 거고, 해석도 엄청 디테일하고. 특히 낭독 파트에 대한 호평이 많더라고요.”
뿐만이 아니다.
[유유연 공백기 동안 많이 힘들었나보네 ㅠㅠㅠ
저렇게 작품을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는 게 부럽다...
덕질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캐릭터 해석하는 거 봐 저게 진짜 프로배우다]
공개적인 넙튜브 컨텐츠에 출연한 덕분에.
원작 팬들은 물론, 대중들도 유유연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박유진이 의도적으로 유유연을 밀어주든 아니든, 우리한텐 별로 상관없잖아요.”
“그래, 맞아. 솔직히 우리한테 밥상이 차려진 거지. 그것도 아주 맛있는 밥상.”
김경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서새아 측이 출연료로 자꾸 밀당을 하는 바람에 여간 곤란한 게 아니었다.
다만 서새아와 박유진.
그 시너지만을 보고 계속 인내해왔던 스튜디오 포르테.
그런 그들에게 유유연이라는 대체제가 생긴 셈이다.
그것도 원작에 대한 애정과 이해, 뛰어난 캐릭터 해석을 갖춘 배우가.
“감독님도 박유진 넙튜브에 올라온 거 보셨죠?”
“당연히 봤지.”
“어떠세요? 유유연을 캐스팅한다고 생각하면.”
“훌륭하지. 낭독하는 거 보니 이미지도 내 생각보다 잘 맞고. 그런 배우 있으면 현장 분위기도 확 살 거야. 근데.”
“근데요?”
“박유진이 진짜 대박이야. 그냥 내 머릿속의 염라 그 자체라고.”
유유연도 유유연이지만.
연출PD로서 가장 탐이 나는 것은 바로 유진 쪽.
영상 속 낭독을 듣고 어째서 원작팬들이 박유진 타령을 했는지 단번에 이해했다.
“진짜. 무슨 일이 있어도, 박유진은 무조건 잡아야해.”
전에는 원작팬들의 눈치가 보여서라면.
지금은 그보단 연출PD로서의 확신이었다.
“박유진이 원하는 게 서새아 쳐내고 유유연 꽂는 거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그 연장선상에서 유유연을 캐스팅할 생각.
영상을 보니 유진과의 연기케미도 꽤 좋고.
원작팬들의 지지도 상당하니, 그야말로 판이 깔린 셈이다.
“맞아요. 이런 상황에서 서새아 고집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고요. 차라리 잘 된 걸지도 모르죠. 서새아가 도장 찍기 전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니까.”
소은서의 말대로 오히려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이 꽉 막혔던 분위기를 풀어줄, 아주 좋은 기회.
"타이밍은 참 완벽한데 말이죠. 하지만 여기서 서새아를 팽하는 그림이 되면, 서새아 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
도장을 찍진 않았지만.
스튜디오 포르테와 이미 많은 교류를 나눴던 서새아다.
포르테 쪽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끝내버리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일단 유유연 미팅 잡아보고, 이후에 박유진을 만나보자. 정확히 얘기를 해봐야지.”
김경식이 말했다.
대체불가랑 대체가능,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는 답이 명확했다.
*
유진과 스튜디오 포르테와의 두 번째 미팅날.
첫 번째 미팅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였다.
조금 더 진중해졌다고 해야할까.
“넙튜브에 올라온 영상 잘 봤습니다.”
“정말요? 확실히 라앺 관련 컨텐츠를 하니까 반응이 좋더라고요.”
유진의 말대로.
독후감 컨텐츠는 벌써 조회수가 100만을 돌파했을 정도.
유진이 염라 대사를 낭독한다는 게 큰 화제가 된 것.
“안 그래도 유유연 배우님과 미팅에서 긍정적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좋아요! 저도 유연 누나가 수진 역에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단번에 긍정하는 유진.
그들의 대화에서 서새아는 이미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 박유진 배우. 우리 작품에 출연할 의향이 있나요?”
“넵! 저 라앺 하고 싶어요.”
유진의 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경식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진짜 서새아가 문제였던 건가?’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의문이 남아있었다.
“아. 근데 이러면 서새아 배우님이 좀 서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런 김경식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불쑥 그런 얘기를 꺼내는 유진.
“서새아 배우님께서 저랑 같이 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설마 유진 쪽에서 서새아 얘기를 꺼낼 줄 몰랐던 김경식은 크게 당황했다.
“네? 네, 그랬죠.”
“음,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서새아 배우님에겐 제가 출연 안 한다고 해주세요. 제가 갑자기 거절했다고.”
즉.
서새아가 빠진 이후, 유유연이 확정되면.
그때 유진의 캐스팅 사실을 밝히는 것.
자연스레 서새아가 빠져나가는 걸 유도하면서도.
유유연과 유진, 둘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계약이 어그러졌다가도, 추후 다시 도장 찍는 경우도 연예계에선 없지 않으니까. 그런데.’
김경식으로선 유진에 대한 인상이 점점 오리무중이었다.
저리 말하는 게 자신들을 배려해서 저렇게 말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말이다.
사실 그보다 궁금한 것은.
박유진이 왜 저렇게까지 서새아를 기피하느냐는 것.
“저, 박유진 배우. 서새아 배우와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그 마음은 소은서도 똑같았던 모양이다.
결국 유진에게 먼저 말을 꺼내고 말았으니.
“얌마. 조용히 해!”
뒤늦게 김경식이 눈치를 줬지만.
이미 물은 쏟아진 상황.
아니나 다를까.
유진이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음, 그게요. 제가 스윗터를 열심히 하잖아요? 그런데 서새아 배우님에 대해 조금 이상한 얘기를 들어서.”
“이상한 얘기?”
유진은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네. 서새아 배우님이 뒷계? 뭐 그런 게 있다고 하던데······.”
*
얼마 뒤.
서새아는 잔뜩 짜증이 치솟았다.
[죄송합니다. 결국 박유진 쪽에서 출연을 거절했어요.]
스튜디오 포르테 측으로부터 그런 연락을 받은 것.
애당초 유진을 보고 밀당을 했던 터라.
유진이 빠져버리면 서새아 측에서도 의미가 없었다.
“네. 정말 아쉽네요. 박유진 배우랑 같이 하고 싶었는데.”
결국 서새아도 라앺 출연을 고사했다.
결과적으로 시간만 낭비한 꼴이라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라앺에 대한 컨텐츠는 찍어두고, 라앺 출연은 안 한다? 이게 대체 뭐 하자는 짓이야?’
박유진의 행보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처음 스윗터에서 라앺을 언급할 때는 도장 찍는구나 100% 확신했다.
그런데 대뜸 유유연이라는 듣보와 라앺으로 컨텐츠를 찍지 않았나?
‘그냥 라앺으로 인한 화제성만 쪽쪽 빨고 버리겠다는 건가? 드라마 출연까지는 부담스럽고?’
유진의 의도가 무엇인지, 서새아로서는 짐작조차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 영상 때문에 온라인상에선 온통 유유연 얘기뿐이었다.
수진 역에 유유연이 확정인 것처럼 말이다.
[SSA의 비밀스윗 : 진짜 개돼지들 보는 눈들 ㅈㄴ 없네
저런 듣보가 영상 하나 했다고 빨아주고 ㅋㅋ
저 배역이 원래 누구꺼인지도 모르고 ㅎ]
평소처럼 뒷계정에 글을 남기며 화를 삭이는 서새아.
그리곤 며칠 뒤.
[소설 원작 드라마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 여주인공에 배우 유유연 확정······“꿈만 같아. 최선을 다하겠다” 소감 밝혀]
서새아가 빠진 자리를 유유연이 차지했다.
그러나 그 사실 자체는 화가 나지 않았다.
‘불쌍하네. 박유진도 없는데, 누가 유유연 하나 보고 도장을 찍겠어.’
자신이야 어차피 스윗터에서 유진과 친분을 쌓았으니.
그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박유진의 넙튜브 채널에도 출연하는 등, 접점을 늘려갈 생각.
분명 그럴 계획이었는데.
[<단독> 팬들의 염원이 이뤄지다! 배우 박유진, 드라마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 출연 확정]
얼마 뒤.
유진의 염라 캐스팅 소식이 기사화되었다.
“뭐야, 이게?”
처음엔 오보일 거라 생각했으나.
기사는 정정보도 없이 유력일간지에까지 퍼져갔다.
“아니. 안 한다며. 그런데 왜.”
그러자 서새아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자신을 팽하기 위해, 저들이 짜놓은 시나리오일지 모른다는 생각.
“이, 이······!”
말 그대로 농락당한 기분.
서새아의 얼굴이 수치심에 새빨개졌다.
그때.
마침 치프매니저인 오석훈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 너 뭐야. 뉴스 뜬 거 뭐냐고!”
“나도 지금 봤어. 당장 포르테인지 뭐시긴지 거기에 전화 걸어봐. 박유진이 안 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아니, 그거 말고! 네 뒷계인지 뭐시긴지 그거 말이야!”
뒷계.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서새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뉴스 확인해, 당장. 그리고 얼른 회사로 튀어와!”
뚝 끊어지는 전화.
서새아는 황급히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메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1. 서새아 뒷계
2. 박유진
3.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
4. 서새아
5. 박유진 염라]
“이, 이게 뭐야.”
실검을 검색하는 순간 보이는 것은.
자신의 뒷계 캡쳐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