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
99화
“오, 네가 박유진이구만! 우리 딸이 너한테 아주 홀딱 빠졌어.”
레옹의 리더인 김민국이 유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엥? 저한테요?”
“그래. 뭐 할 때마다 휴대폰 붙잡고 네 넙튜브 영상만 본다니까?”
"영광이네요! 사인이라도 하나 해드릴까요?"
"오, 고맙다! 애가 화통하네. 마음에 들어!"
격하게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
그러자 김민국의 뒤에 있는 멤버들도 유진에게 다가왔다.
“나 그거 봤다. 데스매치인가 그거. 이야. 너 죽여주던데?”
“데스매치가 아니라 <데드맨>이야, 이 멍청아.”
“누구보고 멍청이래? 죽을래?”
“애 앞에서 잘들 논다. 미안하다.”
“아하하. 괜찮아요. 다들 되게 재밌으시다!”
왁자지껄 떠들던 와중.
김민국이 유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네가 재오 연기 스승님이라던데?”
“어? 재오 형이 그런 얘기도 했어요?”
“그래.”
레옹은 엠더넷 연말 무대로 빅터와 콜라보 무대를 가진 적이 있다.
그 덕분에 재오와 연이 있던 것.
기본적으로 재오가 음악계 선배들에겐 매우 싹싹한 편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바쁘실 텐데.”
“바쁘기는. 가끔 음악이나 만드는 한량들이 뭐 바쁘겠어.”
"맞아. 요즘은 다들 애 키우느라 바쁘거든. 사실 멤버들끼리도 얼굴 보기 힘들지."
레옹도 결성된지 10년이 넘은 밴드.
어느덧 멤버들도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다.
이들이 유진에게 유독 친절한 것도 그런 이유.
모두 유부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금세 레옹 밴드 멤버들과 말을 섞는 유진.
마치 서로 잘 알던 사이처럼 친해보일 정도였다.
한편.
"......"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
그러나 동시에 변절해버린 밴드인 레옹.
그들이 눈앞에 와있으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두 명이 가로수 밴드 친구들인가?”
먼저 다가온 것은 김민국이었다.
그러자 구은성과 채지연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 네. 안녕하십니까! 구은성입니다.”
“채지연입니다!”
“뭘 또 그리들 얼어붙어. 편안하게 해, 편안하게.”
구은성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학창시절 때 레옹 노래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오, 그럼 지금은 안 듣고 있는 모양이네?”
그 말에 정곡을 찔린 구은성이 돌처럼 굳었다.
그러자 김민국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그냥 던진 말이었는데, 진짜였구만.”
“이해좀 해줘. 이 녀석이 원래 이래.”
곧 스튜디오에 자리한 레옹 멤버들.
제각기 다른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 음악은 잘 들었어.”
“저, 저희 음악을요?”
“그래. 방송에 나왔잖아? 요 박유진이가 부탁했다던데.”
그 말에 두 사람은 유진을 바라보았다.
밴드 레옹을 섭외할 정도라니.
대체 저 10살짜리의 인맥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둘 다 노래 좋더라고. 같은 밴드를 하던 사람들이 만든 음악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김민국의 말에 드럼 담당 이재림이 킬킬댔다.
"말은 바로 해라. 밴드하는 놈들이 오히려 의견 더 갈려! 우리가 치고 박고 싸우던 거 다 잊었냐?"
"하긴. 우리도 싸우긴 오지게 싸웠지."
"왜요? 왜 싸웠어요?"
유진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밴드에선 흔히 있는 일이야. 사람이 넷인데, 어떻게 생각이 다 똑같겠어."
"그래. 사실 앨범 준비할 때마다 싸우긴 했는데, 특히 5집 준비할 땐 진짜 해체 직전까지 갔지. 그때 처음으로 메이저 음반사랑 계약해서 내느냐 마느냐, 그 분기였으니까."
"그래. 그때 우리 골수팬들도 많이 떨어져나갔지. 저기 저, 구은성? 저 친구도 마찬가지일 거고."
그러자 구은성이 또 정곡을 찔려 흠칫 놀랐다.
그 모습에 유진이 감탄을 터뜨렸다.
"와. 혹시 초능력자세요?"
"맞아. 사실 난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
"애 놀려먹지 마, 임마. 그냥 저런 팬들을 많이 봐서 그래. 예전에 팬이었다고 하는 애들은, 보통 우리가 메이저 갈 때 관심 접은 경우가 많거든. 아, 이거 나쁜 의미 아니야."
이재림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 사이 김민국이 구은성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네가 이번에 만든 음악 잘 들었어. 색깔은 다르지만, 어쩐지 우리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김민국의 칭찬에 구은성이 다급히 목례했다.
"감사합니다. 전, 레옹과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자 구은성의 가슴 속으로 희열이 퍼져갔다.
그래, 이거면 된 거다.
대중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학창시절 자신의 우상만큼은 자신을 알아봐준다고.
그런 확신에 미소가 번져갈 무렵.
“왜?”
"네?"
"왜 우리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었는데?"
갑작스러운 질문에 구은성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건."
“흠. 말하기 곤란한가? 그럼 됐고. 다음 질문. 너는 음악을 왜 만들지?”
"예?"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일까.
그것도 채지연도 아닌 자신에게.
하지만 레옹 멤버들이 모두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대답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
“제 감정, 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어서······입니다.”
“역시. 그럼 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기억나나?”
“그게. 제가 만든 음악을 들려줬더니, 친구들이 기뻐해줬으니까요.”
“그래! 예술을 하는 이유는 그거지. 사람들이 좋아해주니까. 다들 그렇게 시작해.”
그리 말하더니 김민국은 휴대폰을 꺼내, 구은성의 음악을 재생시켰다.
"네가 만든 음악. 좋아.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건 아마 너밖에 없을 거야. 주제가 응원송이라고 했는데. 뻔하지 않고 독특해."
칭찬을 늘어놓던 김민국.
그러나 곧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지만. 직관적이지 않지. 네가 만드는 건 암호문이 아니야. 음악이라고. 음악은 사람에게 들려주려고 만드는 거야. 좀 더 대중적으로 바꾸면 훨씬 좋겠지.”
대중적.
그 말에 반응한 듯, 구은성이 곧장 반박했다.
"전 대중성을 따를 생각이 없습니다."
"왜?"
"제 음악성을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 대답에 레옹 멤버들이 모두 웃었다.
그러나 구은성을 비웃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마치 예전을 회상하는 것처럼 아련한 분위기.
“다시 한 번 물어보지. 너, 음악을 왜 시작했다고?”
“친구들이 좋아해줘서, 입니다.
“그래. 사람들한테 들려주는 게 좋아서. 자, 아까 네가 한 말과 이상한 점을 못 느끼겠어?”
그제야 구은성은 김민국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대중성이라는 건, 네가 가진 무언가를 포기하는 게 아니야. 그저 네가 가진 무언가를 알기 쉽게 만드는 행위일 뿐이지. 8살짜리 어린아이도 네 팬으로 만들 줄 알아야지.”
아, 물론 그렇다고 대중성을 신봉하라는 얘기도 아니야.”
김민국의 시선이 채지연에게로 향했다.
“자기 색이 없다면 그냥 한 때의 바람에 그칠 거야.”
결국 자기 색깔이 없다면, 지속성이 없다는 것이니까.
“변절자놈이 어디서 훈수질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꾹 입을 다물고 있는 구은성에게 김민국이 농담처럼 한 마디 던졌다.
그러자 구은성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아니기는. 우리한테 변절자는 이제 욕도 아니야. 레옹의 5집이 나오고서, 초창기를 생각하면 변절자 정도야 뭐 애칭 수준이지.”
김민국의 말에 다른 밴드 멤버들도 킥킥댔다.
"그때 생각하면 정말 아찔해. 막 살해협박 편지도 받았다니까?"
“그런 건 해외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마트 가는 것도 눈치 보이더라니까?”
무용담처럼 당시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멤버들.
“하지만 우리의 음악으로 힘을 얻은 사람이 몇 배는 더 많아졌어. 우릴 좋아해주고, 우리를 통해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우리는 그걸로 족하다고.”
"물론 돈도 버니까 좋고."
“구은성이라고 했지. 아까 우릴 처음 봤을 때, 네가 뭐라고 했지?”
“네? 그, 레옹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었다고.”
“그래. 그건 정말 자랑스런 일이지. 누군가에게 꿈을 심어준다는 거. 누군가 내 음악으로 그렇게 힘을 받을 거란 거. 그걸 일찍부터 알았다면, 난 음악을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야.”
예전을 회상하듯 김민국의 표정이 아련해졌다.
“하지만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에게 힘을 주고, 더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줘야지. 그렇게 생각했고, 그래서 메이저 음반사랑 손을 잡았고, 그래서 방송에 나간 것뿐이야.”
곧 그는 확신하듯 말했다.
“우리는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았어. 오히려 많은 걸 얻었지. 돈, 수많은 팬, 그리고 인연. 음악은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이니까.”
그러자 다른 멤버들이 피식 웃었다.
"그래. 우리도 다 저 말빨에 넘어간 거야.“
“그래서 5집이 탄생했지."
"그래, 다 내 덕분이야! 희대의 명반이 나왔지. 한대음(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앨범까지 타고."
다시 왁자지껄해지는 분위기.
진지함과 시끄러움을 넘나드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마치 인디와 메이저 모두를 아우르는, 밴드 레옹의 모습처럼.
“아무튼, 힘 좀 빼고! 젊은 놈이 골방에 틀어박혀서 음악만 듣지 말고.”
“예, 에?”
“가로수 밴드의 음악. 네 음악. 그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준다고 생각해. 조금 더 알기 쉽게, 조금 더 친절하게.”
구은성의 어깨를 팡팡 치며 웃는 김민국.
“기회가 왔을 때 대중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아봐. 있는 힘껏. 사랑을 받아본 놈이 사랑을 줄 수도 있는 거야. 그런 걸 뮤지션들에겐 책임감이라고 하는 거고.”
“뇌절 좀 하지 마라, 이 꼰대야.”
“으이, 라떼는 말이야!”
김민국의 과장된 꼰대 연기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다만 구은성은 홀로 웃지 못했다.
‘책임감이라.’
구은성은 자유롭길 원했다.
그냥 마음대로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돌아다니며.
그 외의 것들엔 항상 무심했고, 자신의 의견이 먼저였다.
‘내 음악을 듣고, 꿈을 키우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
그때.
“근데 넌 배우 아니냐? 갑자기 왜 음악을 만들고 있어.”
“음악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어서요. 저 가로수 밴드 팬이거든요.”
“얘네 음악 들어보니까 되게 마이너하던데. 너 취향 참 독특하다, 야.”
“이번에 <별의 노래> 참여하기로 한 것도 은성이 형이랑 지연 누나 때문인 걸요.”
유진과 김민국의 대화를 듣는 순간.
구은성은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내 음악을 통해, 삶이 달라지는 사람들.’
곧 구은성은 채지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채지연이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구은성은 자신이 책임져야할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
레옹과 가로수 밴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유진은 어떤 한 광경을 떠올렸다.
“음.”
언젠가 나눴던 차동석과의 문답.
그때는 차동석이 머리가 제법 휑했고.
유진 역시 제법 살이 찌고, 관리를 엉망으로 해서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
“또 떨어졌냐?”
두 사람이 자주 가던 순댓국집.
가볍게 반주를 하는 와중, 유진이 오디션 탈락 소식을 툭 전한 직후였다.
“네.”
“근데 너 슬퍼 보이질 않는다?”
“하하. 너무 많이 떨어져서 그런가 봐요.”
“분하지도 않냐?”
“글쎄요. 그냥 저를 위한 배역이 아니었던 거겠죠.”
수줍게 말하는 유진.
그러자 차동석의 표정이 험해졌다.
“너를 위한 배역 같은 건 없어, 이 멍청아. 네가 그 배역에 맞춰야지. 이제 넌 신인도 아니야. 왜 아직도 그걸 모르는 거냐? 주조연 오디션에 떨어졌으면 분하고, 슬퍼하고, 침통해야지.”
“죄송해요.”
“뭘 또 죄송하단 소리야!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야!”
탁!
차동석이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는 그냥 연기를 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좋아서요. 이렇게 눈에 띄지 않고 연기를 하는 게 제일 행복해요.”
“아이고. 이 바보 같은 녀석아. 연기는 대중예술이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라고. 눈에 띄지 않고 연기를 하고 싶으면 그냥 집에서 거울을 보고 해.”
“하지만 그래서는 돈을 못 벌잖아요.”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지만 돈은 벌고 싶고 그래? 세상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냐?”
콸콸!
소주잔이 아니라 물컵에 소주를 가득 따르던 차동석.
무척 답답해하는 표정이었다.
“잘 들어라. 이 세상엔 무언가를 하고 싶고,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절대다수는 그 마음을 꾹 누른 채 살아가지.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근데 넌 재능이 있으면서, 그런 축복을 받았으면서. 왜 그걸 썩히는 거냐.”
당시 유진은 그때는 차동석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잘 알 수 있었다.
“난 그저, 네가 성공하는 모습이 보고 싶은 것뿐인데.”
빛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있는 모습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말이다.
‘음악도, 연기도. 결국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야.’
그리고 그로 인해서.
누군가는 위로를 얻고.
누군가는 기뻐하고.
누군가는 삶이 바뀌기도 한다.
문득 유진은 제 팬카페의 사람들을 떠올렸다.
제게 보내오는 수많은 사연들, 그리고 감사를.
“유진아. 왜 그래?”
채지연이 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레옹 멤버들은 이미 돌아간 이후.
남은 세 사람은 아직 촬영 분량이 남아있었으니.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요.”
유진은 그리 답한 뒤.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누나, 형. 우리 이번 노래 주제로 이건 어때요? 어쩔 수 없이 꿈을 포기했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
*
“어떻습니까?”
드라마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의 음악감독 고윤이 물었다.
그러자 연출PD 김경식이 헤드폰을 벗으며 말했다.
"메인테마로 매우 좋네요. 신비로우면서도 경쾌한 느낌이 드는 게, 딱 라앺을 위한 노래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럼 따로 수정사항 없이 픽스하겠습니다.”
컨펌을 받았으니
“여전히 가로수 밴드 쪽에선 연락이 없습니까?”
“네.”
“하긴. 도무지 우리 쪽 OST를 만들어줄 여유가 없어 보이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별의 노래> 첫방 못 보셨어요? 그 둘의 음악적 견해가 완전히 다르던데.”
고윤은 음악감독으로서 메인테마 작곡은 물론이요.
작품에 참여한 작곡가들의 디렉션, 참여 곡에 대한 저작권 행정 등.
다양한 일을 처리하고 있다.
때문에 요즘은 TV는 고사하고 인터넷도 잘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
“지금 받는다고 해도 픽스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테니까요. 아무래도 포기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아. 아쉽네요. 꼭 같이 작업하고 싶었는데.”
김경식의 말에 쩝 입맛을 다시는 고윤.
“아, 음감님. 3화에 염라 등장할 때 음악은 혹시 정하셨습니까?”
“아뇨. 다른 주연들은 미리 다 정해졌습니다만, 주연 4인방 중 염라 등장이 제일 늦어서요.”
“아, 네. 이왕이면 염라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음악이면 좋겠네요. 워낙 염라에 대한 기대가 커서 말이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메인테마의 컨펌이 끝났으니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을 터.
고윤은 피곤한지 한숨을 내뱉으며 휴대폰을 들었다.
[<별의 노래> 4화 하이라이트 – 가로수 밴드, 드디어 화합? 세 사람의 협업으로 탄생한 새로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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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넙튜브에 접속하자 보이는 영상.
그건 바로 어제 업로드 된 <별의 노래> 편집본 영상이었다.
‘뭐야. 싸웠다가 화해한 건가?’
흥미가 동한 고윤은 이어폰을 꽂은 뒤, 해당 영상을 꾹 눌렀다.
그러자 곧장 흘러나오는 노래.
대중적이고 익숙한 코드로 진행이 되는 듯하다가.
허를 찌르는 전환과 함께 곡이 반전되어, 다소 어두운 느낌이 났다.
마치 전혀 다른 두 색깔을 한데 섞어 넣은 것처럼.
‘대중적 코드를 따라간 복제 음악인가 했더니, 전환 부분에서 느낌이 확 달라지네. 그러면서도 너무 딥하지 않으면서 나름의 중독성이 있어.’
저도 모르게 음악에 빠져드는 고윤.
밝으면서도 어두운, 양면적 매력이 보였다.
그 묘한 분위기의 음악이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어?”
마치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허당스런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승의 왕인 염라의 캐릭터성처럼 말이다.
“이거다!”
고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