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105화
박태종은 최근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아니, 그냥 3년 간은 내내 행복했다.
그 행복의 근원이 아들 덕분임은 말할 것도 없다.
당시엔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 배달 일을 했다.
그러나 이제 박태종은 이제 어릴 적 관심사였던 촬영과 편집을 살려서 일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다녀오겠습니다! 아빠, 오늘도 파이팅!”
“그래. 잘 다녀와.”
화창한 아침.
아들 박유진은 먼저 등교했고.
이제 박태종이 집을 나설 차례였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
바로 얼마 전, 아내의 사진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여보. 그거 알아? 유진이 키가 1년만에 9cm가 자랐어.”
박태종은 아내에게 말을 걸 듯 다정하게 말했다.
“이제 몇 년 뒤면 유진이가 나보다 더 커버릴 것 같아.”
아니.
어떤 면에선 이미 자신보다 훨씬 커버렸는지도 모른다.
“당신도 보고 있지? 우리 아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
통장에 꽂히는 수입이 그 증거였다.
전액 러닝 개런티로 받기로 한 <데드맨>.
아직도 들어오고 있는 ‘날아가’의 수입.
거기에 이번 ‘피어나’의 음원료.
그 외 ‘아침바람’ 광고료, 각종 협찬비, 작품 출연료 등.
거기다 박태종도 주역 매니지먼트에서 꾸준히 일을 하고 있다.
건 바이 건이긴 하지만, 거의 소속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
홀로 치킨집 배달을 하며 단칸방에서 살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인생.
“당신도 함께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이따금 가슴이 아팠다.
아내가 살아있었다면.
그래서 세 명이서 함께 이 행복을 누렸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눈물이 차오르려던 박태종이었으나.
“······더 좋은 곳에서 모셔줄게.”
꾹 참아냈다.
수도꼭지였던 그도 점차 눈물을 참는 법을 익혀나가는 중이었다.
지금처럼 아내가 죽도록 보고싶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
유진은 앞으로 쭉쭉 자랄 것이고.
박태종은 언제까지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당신도 하늘에서 지켜봐줘.”
다만 박태종이 결심하는 것은.
앞으로도 쭉 사별한 아내만을 사랑하겠다는 것.
“아! 이러다 늦겠네. 다녀올게, 여보!”
실컷 폼을 잡았던 박태종이지만.
지각 위기 앞에서는 평소처럼 허둥대기 시작했다.
주역 매니지먼트 사무실에 도착했을 땐 다행히 늦지 않았다.
딱 정각에 도착했으니.
“헥, 헥. 안녕하세요!”
“오셨군요, 아버님.”
그런데 그를 반기는 차동석의 표정이 묘했다.
평소라면 친근하게 말을 걸었을 차동석.
그런 그의 표정이 상당히 굳어있었으니.
‘헉. 내가 늦어서 화가 나신 건 아니겠지?’
가뜩이나 장미소의 임신 문제로 예민할 텐데!
“아버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차동석이 박태종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
“그,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5분 더 일찍 오겠습니다.”
지레 짐작하고 꾸벅 고개를 숙이는 박태종.
“아뇨. 그런 얘기가 아니라.”
그러자 오히려 차동석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진이의 재계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수업이 모두 끝난 신국초등학교.
유진이 특별히 허락을 받아 빈 교실을 쓰고 있었다.
“굳이 교실에서 해야해?”
“달리 갈 곳이 없는 걸.”
“야.”
“응?”
“그런데 우리 엄마는 만나서 뭐하려고?”
정기열이 물었다.
유진이 정기열을 가르쳐주는 대신 내건 조건.
그게 바로 김주현을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었으니.
“내가 팬이라 그래. 어머니 되게 유명하시잖아.”
그리 말했지만 사실 뻥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이유는, 역시 인맥을 늘리기 위함이다.
김주현 정도 되는 연예인과 친분을 가져서 나쁠 게 어딨나?
정기열이라는 징검다리도 있으니 더욱 쉬울 터.
이밖에도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유진의 개인적 호기심이다.
‘나이를 먹어서까지, 기열이가 그토록 어머니의 이름에 집착했던 이유가 있을 거야.’
연예인 김주현은 유진도 익히 매체를 통해 봐왔지만.
인간 김주현, 어머니로서의 김주현은 알 수 없었다.
유진은 김주현과의 만남을 통해 그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우리 엄마 아무나 만나게 해주는 거 아닌데.”
“그래. 그래서 너 연기하는 거, 노래하는 거 봐주러 왔잖아. 근데 나 노래 쪽은 잘 몰라. 난 어디까지나 배우야.”
“거짓말하지 마. 뮤지컬 애니메이션도 더빙하고, 차트도 두 번이나 들었으면서.”
“음, 뭐. 그렇다 치고. 일단 연기부터 시작하자.”
“그래. 뭐부터 하면 되는데?”
“지금 연기 해봐. 내 앞에서.”
유진은 대뜸 그리 말했다.
정기열이 당황하는 것도 당연한 일.
“그니까 뭘?”
“연기자는 자고로 어디서든 할 수 있어야해. 가방에 뭐든 대본이 있을 거 아니야. 즉흥연기도 좋고. 아무거나 해봐.”
“뭐가 이리 막무가내람.”
유진의 방침에 투덜대던 정기열이었으나.
곧 가방에서 대본을 꺼내 연기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엄연히 정기열은 유진에게 배우는 입장이었으니.
“난 공부 싫어. 맨날 공부, 공부, 공부! 공부를 왜 해야하는데? 난 춤추는 게 좋아. 춤을 배우고 싶다고! 그런데 엄마는 맨날 공부만 하라고 하잖아!”
어머니에게 대드는 전형적인 아역 연기.
“음.”
정기열이 연기를 끝마친 이후에도.
유진에겐 별다른 표정변화가 없었다.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그게 뻘쭘한지 정기열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러자 유진이 곧장 대답했다.
“이번엔 노래 한 번 불러봐.”
“이번에도 노래는 내가 준비해야하지?”
“눈치 좋은데?”
투덜대면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노래를 찾아낸 정기열.
곧 흘러나오는 것은 휘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음악이다.
아이들의 음역대에 맞춘 곡.
10살짜리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음악이 많지 않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흐음.”
정기열의 연기와 노래.
그 두 가지를 모두 들은 유진의 총평은.
“나쁘지 않네.”
그래, 나쁘지 않다.
나쁘진 않지만, 특별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게 정기열이 가진 타이틀, ‘김주현의 아들’과 맞물려 나쁜 시너지를 발휘했다.
‘역시 이 녀석은 번뜩이는 천재성이 아니라, 차분히 노력하고 준비해야하는 타입.’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기열의 재능은 어머니인 김주현처럼 번뜩이는 조미료가 아니라.
슴슴한 맛이 나는 국물과도 같았다.
‘아마 어려서부터 음악과 연기, 둘 다 일찍이 레슨을 받은 탓이겠지.’
즉, 깔끔하고 기본기가 탄탄하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아역 수준에선 훌륭하다.
지금 정기열의 아역배우 커리어가 나쁜 것도 아니고.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내가 뭐라고 할 게 없어.”
“야. 그렇게 날로 먹을래? 뭐가 부족한지 말하란 말이야.”
“다른 애들 말고, 너 자신이랑 비교해. 난 너처럼 되고 싶단 말이야.”
그제야 유진은 정기열의 진의를 눈치챘다.
‘보통의 아역배우 취급은 받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 본인이 더 높은 곳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아. 굳이 나한테 머리를 숙여가며 도와달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지.’
하필 비교 대상이 유진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기열아.”
“왜?”
“혹시 어머니한테 배운 적이 있어? 연기든 노래든.”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정기열이 입을 꾹 다물었다.
정기열의 표정을 살핀 유진이 곧 미안해하며 말했다.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대답하면, 그게 내 실력이 느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아?”
예상치 못한 정기열의 대답.
유진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응.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
그제야 정기열은 힘겹게 얘기를 꺼냈다..
“······엄마는 나를 답답해하는 것 같아. 왜 이걸 못하지? 이런 느낌.”
‘아아. 뭔지 알 거 같아.’
그건 커다란 단서였다.
뭐든 쉽게 해버리는 천재들은 동경의 대상.
그러나 정작 스승으로선 부적합한 경우가 있었다.
재능을 가진 자신에겐 그게 너무도 쉬운 일인데.
상대방은 그걸 못 하니까.
숨 쉬는 방법을 가르칠 수 없듯, 그저 답답해할 뿐이다.
‘그게 기열이에게 절망감을 줬을 거고.’
하지만 정기열은 포기하는 대신 어머니를 따라잡기위해 발버둥쳤다.
어머니를 탓하는 대신 자신이 부족하다며 자책했을 것이다.
기특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모습.
‘그 결과물이 30대의 정기열인 거겠지.’
자격지심에 으스대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한탄하던 그 녀석.
실은 마음 속에선 끊임없이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분명 길이 있을 거야.’
정기열이 가진 재능을 분출할 다른 루트가.
우선 유진은 정기열이 가진 장점을 먼저 꼽아보았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이 녀석은 목소리가 단단하고 깊어. 아무리 목을 써도 잘 쉬지도 않고.’
회귀 전에도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 귀에 꽂히는 강렬한 딕션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변성기를 겪지 않았으나, 특유의 딕션만큼은 타고난 모양.
게다가 아까 전부터 계속 노래하고 독백연기를 하고 있는데도.
목소리가 떨리거나 소리가 갈라지지도 않았다.
“기열아. 너 매일 발음연습 해?”
“당연하지. 노래하고 연기하려면 당연한 거 아니야?”
“혹시 목은 안 아파?”
“난 옛날부터 목이 튼튼했어.”
그만큼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이야기.
아마 성대가 타고난 것도 한몫하리라.
아역답게 표정이나 몸을 쓰는 건 제법 어색하지만.
목소리만 들으면 어린아이 중에선 꽤 깔끔하고 좋았다.
‘흠. 그렇다면.’
정기열에게 제시할 길이 떠올랐다.
노래도, 일반적인 연기도 아닌 새로운 길.
“저, 기열아.”
그때.
우웅-! 우웅-!
유진의 휴대폰이 진동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쏘리. 나 잠깐 전화 좀!”
“아, 진짜. 빨리 와!”
그때.
차동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넵, 사장님! 무슨 일이에요?”
“유진아. 블루컬쳐 스튜디오에서 연락이 왔어.”
“블루컬쳐······아!”
유진이 탄성을 터뜨렸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내고 정기열에게 돌아온 유진.
“뭐 하느라 이리 늦어? 얼른 와. 이러다 해떨어져. 부모님이 걱정한단 말이야. 얼른 뭐라고 말 좀 해줘.”
유진은 그에 대답하는 대신.
아까 못다한 말을 이어서 했다.
“기열아. 너 더빙 연습 안 해볼래?”
“······엥? 뭘 해보라고?”
*
"이야. 유진아! 너 그 사이에 또 키가 컸구나?"
오랜만에 만난 이선화가 유진의 키를 가늠하며 말했다.
“이거 보세요! 손도 커졌어요.”
유진과 손을 맞대보는 이선화.
곧 그녀는 흐뭇하게 웃었다.
“오, 진짜네? 진짜, 애들은 안 보는 사이에 진짜 쑥쑥 크는구나.”
“먼저 말씀해주셨으면 제가 스튜디오로 찾아갔을 텐데.”
이선화는 유진을 부르지 않고.
직접 주역 매니지먼트 사무실로 찾아왔다.
“에이. 우리 갓유진님을 어떻게 오라가라 해? 우리가 와야지.”
“헤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럼. 다 네 덕분이지. 아주 바쁘게 지냈어.”
그리 말하며 이선화는 주머니에서 트로피를 보여주었다.
바로 백룡영화제에서 받은 음악상 트로피였다.
“네 덕분에 이렇게 트로피도 받았잖아.”
“우와. 이걸 들고 다니세요?”
“특별히 너 보여주려고 가져왔지. 작년엔 영화제 끝나고 정신없었잖아.”
하긴.
당시 유진이 축하무대 이후 권성택 감독 작품에 참여한다는 발언을 했고.
그로 인해 스포트라이트가 모두 그쪽으로 쏠렸다.
뒷풀이고 뭐고 할 정신이 없었던 것.
“오랜만에 추억에 좀 잠겨보라고.”
트로피를 건네주는 이선화.
유진은 두 손으로 그것을 조심스레 들었다.
유진이 백룡영화제 트로피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트로피를 갖고 싶다는 듯, 그 눈망울이 초롱거렸다.
‘하지만 이건 내 게 아니야.’
트로피는 앞으로 받으면 그만이다.
오늘 만남도 그를 위한 밑작업.
“다시 한 번 고마워, 유진아. 그 트로피는 네가 받은 거나 다름없어.”
“히히. 제가 좀 잘하긴 했죠?”
“그럼, 그럼. 우리 유진이가 다 했지.”
“농담이에요. 작품이랑 노래가 워낙 좋았던 걸요.”
“그래. 좋은 작품이랑 좋은 성우가 있지! 그래서 내가 생각했을 때, 우리는 더 많은 트로피를 받을 수 있을 것 같거든.”
홍삼캔디를 까드득 씹어 먹으며 말하는 이선화.
그녀의 눈빛은 <날개>를 만들 때처럼 또 다른 꿈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자. 이게 우리가 만들고 있는 신작이야.”
이선화가 내민 여러 장의 종이들.
작품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그리고 각 캐릭터의 원화 이미지였다.
‘역시. <날개> 다음엔 이 작품이지.’
애니메이션 .
한부모가정, 학교폭력을 당한 아이 등.
어릴 때부터 상처를 가진 아이들을 다루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날개>와는 반대로.
대중성보다 작품성을 치중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제대로 적중.
유수의 해외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상을 휩쓴다.
그 수상 소식이 알려져 뒤늦게 극장가에서 인기를 끌기도.
물론 <날개>만큼은 아니지만.
라는 작품은 여러모로 상징성이 있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였으니까.’
회귀 전 유진도 이 작품을 다 커서야 접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나고, 어른이 되어서 봐도 그 작품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면 으레 떠올리는 경쾌하고 웅장한 음악이 아니라.
혼란스런 아이들의 마음을 반영하듯 음울하고 선율, 묘한 불협화음이 주였으니.
‘하지만 그 기묘함이 작품 전반을 감싸고 있고. 결국 그게 대체 불가능한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았지.’
어린아이들이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슬픔과 고통.
그리고 그 치유의 과정에 대해 말해주는 독특한 작품이다.
나중엔 해외에서 라이센스를 구입해 무대에 올릴 정도.
즉, 여러모로 뮤지컬 애니메이션계에 상징적 작품이었다.
사실 <날개>에 참여한 시점부터.
못내 이 작품이 욕심났던 유진이다.
다른 건 몰라도, 한 장르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트로피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니까.
“어때, 유진아. 한 번 더 성우로 참여해볼 생각 없어?”
그 질문에.
“물론이죠!”
유진은 재지 않고 흔쾌히 대답했다.
그러자 이선화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다행이다. 일단 중심을 잡아줄 주인공이 유진이라면 든든할 거야.’
는 아이들의 이야기인만큼, 주인공 X 외에도 어린아이 캐릭터가 여럿 등장한다.
이선화는 아역배우들에게 그 더빙을 맡길 생각.
정기열을 비롯, 오디션 콜을 넣을 아역배우들의 명단을 작성해놓은 상태였다.
다만 한 가지 불안요소는, 더빙 경험을 가진 아역배우들이 얼마 없다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유진이 주인공을 맡아준다면 무게감과 안정감이 확 생기겠지.’
유진의 더빙 실력은 이미 <날개>로 확인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 유진이 더 잘 해내리란 확신도 있었다.
“화통하다, 화통해! 그럼 우리 주인공 X 역할에는 유진이로 정해졌고.”
주인공 X.
아버지를 일찍 잃어 그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캐릭터.
<날개>에서도 소년미가 짙은 성장형 캐릭터를 맡은 유진이다.
게다가 유진 역시 이른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유진에게 어울리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 Y 역할을 정해야 하는데.”
“어? 근데 저, 주인공을 한다고 한 적은 없는데?”
그때.
유진의 말 한마디에 사무실 분위기가 술렁였다.
“응? 유진아.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주인공 말고, 이 캐릭터 하고 싶어요!“
그리 말하며 손가락으로 캐릭터를 짚는 유진.
유진이 하고 싶다는 캐릭터.
그건 주인공 X가 아닌 서브캐릭터 Y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