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121화 (121/237)

121화

며칠 후.

얼마 뒤 블루컬쳐 스튜디오.

유진과 정기열은 이선화 감독 앞에 섰다.

“연락이 늦어서 떨어진 줄 알았어요.”

유진은 이선화를 올려다보며 심장을 쓸어내렸다.

물론 연기다.

오디션을 끝마친 뒤, 유진은 자신이 붙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으니.

연락이 늦어도 그닥 불안하지 않았다.

“기열이가 먼저 연락 받았을 땐 진짜 무서웠어요. 저 떨어졌을까 봐.”

“미안해. 사실 제일 먼저 합격자를 정한 게 Y야. 경쟁자가 따로 없었거든.”

“헐. 진짜요? 근데 왜 연락은 제일 늦었어요?”

“진짜 안 믿겨서 말이야. 지금 뽑아놓고도 안 믿겨. 그 028번이 너였다니.”

이선화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때요? 감쪽같았죠?”

반면 유진은 히히 웃으며 말했다.

이선화를 속여넘긴 것이 꽤 뿌듯했으니까.

“그래. 너무 감쪽같아서 아직도 얼떨떨해.”

“아프면 나한테 말해. 난 네 형이잖아.”

유진은 즉석에서 Y의 목소리, 변성을 들려주었다.

얼굴과 정보를 다 가려놓고 목소리만 듣는 것과, 눈앞에서 유진이 소리내는 걸 직접 목격하는 것.

두 가지 사이엔 제법 큰 차이가 있었다.

“이젠 진짜 믿으시겠어요?”

“와. 너 목에 무슨 이펙터 달려있니?”

“네. 사실 이번에 오디션 전에 목에 이식 수술을 받았어요.”

“진짜야?”

“뻥이죠! 제 노래 스승님한테 도움을 좀 받았어요. 이번에 오디션 준비하면서요.”

유진에게 Y는 소화 불가능일 것이다.

이선화도, 곽용재도 그리 생각했다.

그래서 이선화가 기대한 것은, 유진의 방식대로 해석한 새로운 Y였다.

특유의 여리고 순수한 음색을 이용해 표현하는 색다른 Y.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캐릭터와 음색이 안 맞아도, 유진은 연기력으로 그를 얼마나 커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설마, Y에 맞춰서 목소리와 창법을 바꿔왔을 줄은.’

전문 성우도 아니고, 아역배우 레벨에서 이게 가능한 일이라니.

이선화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의 상식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도무지 예단할 수 없는 배우, 성우.

그게 바로 박유진이었다.

“넌 대체 정체가 뭐니? 진짜 아기천사야?”

“으. 이제 아기천사는 좀 오글거리는 거 같아요. 저도 11살인데.”

“하긴. 인생 10년 넘게 살았으면 어른인데.”

“저 그리고 요즘 천사보단 괴물이라고 하던데요? 연기괴물. 사실 저 괴물 맞아요. 초진화했거든요.”

“네가 무슨 뒤지몬이냐? 진화하게?”

그때.

정기열이 옆에서 딴지를 걸었다.

“뒤지몬은 너지. 내가 뒤지몬 테이머로서 너 훈련시켜줬잖아. 가라, 정기열. 궁극기 워기열몬으로 진화하는 거야!”

“시끄러. 쪽팔리게 이상한 소리하지 마!”

투닥두닥대는 유진과 정기열.

그를 보며 이선화가 웃음을 터뜨렸다.

“케미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

*

한편.

주역 매니지먼트에서는.

“와. CF 제의가 이렇게 많이 온 거야?”

차동석은 제 앞에 펼쳐진 정보들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장미소는 평소처럼 드라이하게 말했다.

이젠 눈에 띄게 배가 부푼 상태.

“그러게.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몰려서 놀랐어.”

갑자기 유진에게 쏟아진 라면 CF.

거기다 무려 세 군데다.

모두 이름을 대면 알만한 대기업들.

“근데 갑자기 왜 라면일까? 보통 이런 거 축구선수들이나 야구선수들이 하지 않나?”

보통 라면 CF는 스포츠 스타를 기용하는 경우가 많다.

땀이 뻘뻘 흐르는 것과 잘 어울리고.

든든한 한끼로 먹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주기 쉬우니까.

아역배우와 라면.

그리 잘 매칭되는 조합은 아닐 텐데.

“요즘 영상이 인터넷에서 많이 퍼졌나보더라.”

“영상?”

“유유연 배우 스윗터에 올라온 영상 말이야. 유진이가 염라 분장하고 라면 먹는 모습. 뭐야, 오빠 몰랐어?”

“요즘 선미 쪽 일을 처리하느라 바빴거든.”

장미소는 대답 대신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곤 인터넷 반응을 검색해 차동석에게 보여주었다.

“커뮤니티에선 ‘염라 먹방’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졌나봐.”

[후루룩-! 후루루욱-!]

염라 분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영상 속 유진이 염라를 연기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 박유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그래서일까.

박유진과 염라, 그 경계선에 있는 것 같은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간 모양이다.

거기에 정장을 입고 있으면서도 국물 한 방울 튀기지 않고 깔끔히 먹는 모습까지.

“우와. 신기하네. 이젠 라면을 먹는 것도 하나의 컨텐츠가 되는 건가?”

차동석이 신기해하며 몇 번이고 영상을 재탕했다.

“이야. 맛있게 먹긴 하네.”

차동석이 입맛을 다셨다.

사실 요즘 장미소의 입덧이 심해질 때가 많았다.

그 때문에 차동석 역시 제대로 식사를 못 하고 있는 상황.

고생하는 아내를 두고 어떻게 혼자 호의호식하겠나.

“푸드파이터? 뭐 그런 사람들이 음식 먹는 게 몇백만 조회수 찍기도 하더라.”

“오빠. 우리 넙튜브에 먹방 컨텐츠 같은 거 해도 좋을 거 같아. 유진이 식성이랑 입맛이면 꽤 재밌는 컨텐츠가 나올 거 같고.”

“그것도 좋네. 내장탕이나 추어탕 먹방 같은 걸로.”

둘의 대화가 넙튜브 컨텐츠 쪽으로 흐르고 있을 무렵.

“저 왔어요!”

유진이 박태종과 함께 블루컬쳐 스튜디오에서 복귀했다.

“어서와라. 이야, 유진아. 너 이젠 라면 먹는 거까지 난리가 났더라?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음? 아뇨? 설마요.”

사실 이번만큼은 유진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요즘 라앺 촬영에 집중하느라 인터넷 반응을 한동안 놓고 살았으니.

“근데 진짜예요? 라면 CF가 단번에 세 개나 들어왔다니.”

“응. 상도덕 때문에 다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경쟁이 붙었다는 건 좋은 거니까."

차동석의 대답에 유진은 대박이라며 좋아했다.

‘나중에 유연 누나한테 밥이라도 한턱 쏴야겠네.’

덕분에 예상치 못하게 광고를 찍게 생겼으니 말이다.

“아무튼. 뭐 끌리는 라면 있어?”

제안이 온 것은 세 업체였다.

첫 번째는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매운 볶음라면.

초닭볶음면이었다.

이번에 그 치즈맛 제품을 출시하는데, 유진을 그 광고 모델로 세우고 싶다는 것.

“치즈맛이니까, 어린이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거 같아.”

두 번째는 치즈오븐스파게티 맛의 라면.

피자 가게에서 사이드 메뉴로 내는 치즈오븐스파게티.

그 맛을 완벽히 재연했다고 한다.

“이쪽은 대놓고 어린애 입맛을 저격하고 나온 쪽.”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여긴 뭐 설명할 것도 없지. 맵라면. 사실 여기가 제일 의문이야.”

중견기업 ‘미도味道’에서 만든 라면.

출시된지 30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사랑받는, 그야말로 근본라면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바리에이션 제품들에 밀려 아재라면 취급을 받고 있는 중.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드시는 라면인데. 이참에 유진이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 같아.”

그렇게 세 라면 브랜드가 유진에게 구애하고 있었다.

“화제성을 생각하면 초닭볶음면 쪽이 제일 좋아.”

“그래도 스파게티 쪽이 기업 네임밸류가 높고.”

차동석과 장미소 둘 다 맵라면을 언급하지 않았다.

맵라면을 만든 미도는 대기업은 아니라 중견기업.

라면 브랜드 자체에 나름의 전통, 역사가 있긴 해도.

최근 히트를 친 초닭볶음면과, 대기업 제품 브랜드인 스파게티 쪽에 비하면 그리 매력적이진 않다.

“유진아. 넌 어느 쪽이 끌려?”

물론.

결국 어떤 광고에 나갈지, 선택권은 유진에게 있다.

“으음.”

고민하는 척하지만.

유진이 마음속으로 고른 브랜드가 있었다.

그건 바로 맵라면이었다.

물론 유진의 입맛 취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행은 한때지만, 근본은 영원하지.’

치즈니 뭐니.

다양한 바리에이션으로 나온 라면들은 당장은 잘 팔려도 지속성이 적다.

결국 사람들은 원래 먹던 걸 찾기 마련.

유진이 기억하기로.

맵라면은 몇 십 년이 지나도 꾸준히 잘 팔리는 라면이었다.

반면 다른 두 라면은?

‘편의점에서도 본 기억이 없으니까, 단종됐을 확률이 높고.’

물론 당장의 화제성으로 한탕 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유진은 좀 더 큰 그림을 보고자 했다.

매번 계약갱신만 이뤄진다면, 맵라면은 유진의 통장을 두둑이 채워줄 테니.

‘하지만 벌써 결정할 필요는 없어.’

“일단 다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

“그게 좋긴 하지. 조건도 봐야하고. 업체별로 미팅 날짜를 잡은 다음 알려줄게.”

서두를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세 업체가 경쟁이 붙은 이상.

유진의 몸값이 더 높아질 수밖에.

그렇게 라면 CF에 대한 방침을 정한 이후.

“그래서. 블루컬쳐 스튜디오는 잘 다녀온 거야?”

“네. 이번에 에 Y로 참여하는 게 확정됐어요.”

“블라인드 오디션까지 그냥 뚫어버린 거네? 이야. 역시 우리 배우님.”

이야기는 자연스레 쪽으로 흘러갔다.

“유진이가 참여했으니 흥행은 따놓은 당상이겠지.”

“아니. 이 작품은 개봉 이후 화제를 끌기엔 어려움이 있어.”

장미소가 단호히 말했다.

그러자 차동석이 곧장 반문했다.

“왜? 블루컬쳐 스튜디오 작품인데? 퀄리티야 보장된 거잖아.”

“그거랑은 별개야. 잘 만든다고 무조건 흥행하진 않잖아. 뮤지컬 애니메이션은 보통 신나고 흥겨운 걸 기대하기 마련인데, 는 그 기대를 배신하잖아. 내용 자체가 딥하고 어두우니까.”

장미소의 분석은 정확했다.

사실 감독인 이선화부터 그리 흥행을 기대하진 않을 정도니까.

“그래도 유진이가 참여하는데? <날개> 조합이기도 하고, 요즘 유진이 엄청 핫하잖아.”

“그래. 유진이와 블루컬쳐 스튜디오가 다시 뭉친다. 이 사실만으로도 분명 화제가 되긴 할 거야.

하지만 한계는 명확해. 그리고 블루컬쳐 스튜디오가 신작을 만들 때, 유진이는 당연히 참여할 거라는 여론도 있던 게 사실이야. 그들한텐 예측이 들어맞았을 뿐, 새로움이 없지. 화제성을 더해줄 플러스 알파가 없는 셈이야.”

“즉, 블루컬쳐 쪽이랑 유진의 조합이 안전하지만 신선함은 없다?”

차동석이 되묻자 장미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날개>의 후속작이라면 몰라도, 는 독립적인 작품.

유진이 참여한다고 해서 <날개>의 화제성을 온전히 흡수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보아하니 ‘날아가’처럼 선공개할 킬링넘버나 하이라이트 장면도 없는 것 같고. 작품 자체가 정밀한 기계와 같아. 하나가 돋보이기보단, 작품 전체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거지.”

김주현의 아들인 정기열이 참여하긴 하지만.

작품에 화제성을 더해주기엔 인기와 인지도가 모두 낮은 상태.

“그럼요 실장님.”

두 사람의 얘기를 잠자고 듣고 있던 유진이 나섰다.

“작품이 흥행하려면, 개봉하기 전에 최대한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 맞아. 역시 유진이는 똑똑하네.”

미소 지으며 대답하는 장미소.

아이를 가지게 되어서 그런지.

장미소는 전보다 조금 인상이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그 냉정한 상황판단은 여전했다.

‘역시 사모님은 날카롭네. 사실 나도 흥행보단 수상에 욕심을 내고 참여한 작품이긴 한데.’

는 좋은 작품이다.

최대한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때.

문득 유진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얼굴이 있었으니.

“그럼,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요.”

바로 제 스승님이었다.

*

아이돌 빅터도 단톡방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종류가 여러 가지다.

회사 스탭들과 리더 재오만 소속된 단톡방.

조실장과 멤버 모두가 포함된 단톡방.

그리고 멤버들만 포함된 단톡방 등.

물론 가장 많이 활성화된 건 멤버들만 포함된 단톡방이다.

멤버들끼리 상당히 친해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자주 하기 때문.

[유이치 : 유진이는 재오형의 스승님

유이치 : 그리고 나는 유진이의 스승님

유이치 : 재오형의 스승이 내 제자니까

유이치 : 그럼 형도 내 제자?]

평화롭던 어느 날.

갑자기 유이치가 이니시를 열었다.

[재오 : ?

재오 : 선넘네

재오 : 오랜만에 교육 한 번 들어가볼까?

민혁 : ㅋㅋㅋㅋㅋㅋ

민혁 : 가끔 보면 유이치가 제일 ㄸㄹㅇ야

은호 : ㄹㅇㅋㅋ

은호 : 재오형 상대로 어그로 개잘끌어

유이치 : 아

유이치 : 한국말 너무 어렵네

민혁 : 저거 봐 불리하면 외국인 코스프레함ㅋㅋㅋ

은호 : 너 사실 간첩 아님?

민혁 : 간첩신고는 113 ^ㅁ^]

보통 유이치는 단톡방에서 말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식으로 어그로 아닌 어그로를 종종 끌곤 했다.

“♪~♬~”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유이치.

그만큼 요즘 유이치는 기분이 좋았다.

바로 유진 덕분.

자신이 알려준 발성, 호흡법을 착실히 배우는 유진은 훌륭한 제자였고.

노래 뿐만 아니라 연기에 접목, 드라마 라앺에서 훌륭히 써먹고 있었다.

요즘 난리가 난 염라의 그 위엄 넘치는 목소리.

그에 자신의 지분이 좀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뿌듯한 느낌이었다.

“음?”

한창 재오를 도발(?)하고 있을 무렵.

유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흐음.”

유이치는 곧장 전화를 받는 대신.

유진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캡쳐본을 단톡방에 올렸다.

[유이치 : 캡쳐본.JPG

유이치 : 제자한테서 연락왔네

유이치 : 스승님은 받으러가요

재오 : 야

재오 : 오늘 뭐 잘못 먹었냐?

재오 : 딱 기다려 내가 찾아가서 참교육 시켜준다

은호 : ㅋㅋㅋㅋㅋㅋㅋ

은호 : 유이치 쟤 오늘 제대로 미친듯ㅋㅋㅋㅋ

민혁 : 아 배아파 ㅋㅋㅋㅋㅋㅋㅋ

민혁 : ㄹㅇ 유진이한테 노래 가르쳐준 이후로 개거만해진듯

은호 : 위키에 ‘유이치(빅터)/논란 및 사건사고’ 항목 개설 ㄱㄱ

재오 : 다들 셔덥하고

재오 : 야 지금 숙소에 있는 사람?

재오 : 유이치 지금 숙소에 있냐?

은호 : ㄴㄴ 여긴 없음요

재오 : 유이치 너 집이냐?

재오 : 어쭈 대답 안 하지

재오 : 집이겠네

재오 : 목 씻고 기다려라]

팬들 사이에서 일명 은또, 은근한 또라이로 불리는 유이치.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톡을 끈 뒤, 유진의 전화를 받았다.

“어. 제자님. 무슨 일이야?”

“안녕하세요, 스승님! 지금 바빠요?”

“어. 바빠.”

“헐. 스케줄 있었어요?”

“아니. 재오 형이 나한테 올 거라서.”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참교육하러 온대.”

“으응?”

유이치의 말 속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유진.

침음을 흘리며 당황했다.

“음, 일단 안 바쁘다는 얘기로 알아들을게요.”

“그래서. 무슨 일이야, 제자?”

“형. 혹시 영화 OST 하나 참여할 생각 없어요?”

“OST?”

“네. 제가 오디션 볼 거라고 했던 그 뮤지컬 애니메이션이요. 저 합격했거든요.”

“오디션 합격? 축하해!”

“다 형 덕분이죠! 그래서 말인데, 이것도 인연이잖아요? 형이 개봉 전 홍보 OST로 참여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네가 오디션 본다던 그 노래?”

“네. 겸사겸사 일본어 버전도 내면 일본 팬들도 좋아할 거 같아요.”

뜻밖의 제안이었지만 흥미로웠다.

유진이 오디션 준비를 하는 동안, 유이치도 본의 아니게 그 오디션 곡을 많이 들었으니.

독특하고 재밌는 곡이라, 요즘도 가끔 혼자서 흥얼거리기도 했다.

“재밌네. 근데 조실장님이랑 얘기를 먼저 좀 해봐야할 거 같아. 아마 허락해주시겠지만.”

지금 빅터는 휴식기를 갖는 중.

유이치가 자진해서 일을 물어왔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고마워요, 유이치 형! 역시 내 노래 스승님이야.”

“그럼 제자야. 나도 부탁이 있는데.”

“뭔데요? 말만 하세요.”

“재오 형 좀 막아줘.”

“······네?”

그러나.

띵동!

이미 때를 놓친 상태.

인터폰으로는 재오의 웃는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저, 형? 유이치 형? 대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거든요. 일본어로 대화할래요? 모시모시? 다이죠부데스까?”

다행히도.

곧장 재오에게 연락한 유진 덕분에 유이치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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