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넙튜브 선공개! 아역배우 박유진의 사생활은?]
장은영이 준비한 유진에 대한 다큐.
이는 방영이 예고되자마자 꽤 많은 이목을 끌었다.
<로드 투 로드>라는 대형 스케일의 다큐에 참여했던 장은영 PD.
그런 그녀가 유진이라는 개인에 포커스를 맞춘 다큐라니.
예상치 못한 조합이 신선했고.
[선공개만 봐도 벌써 재밌다!
와 로드 투 로드도 진짜 잼썼는데 ㄷㄷ 벌써 영상미 죽인다
ㄱㄷㄱㄷ ㅠㅠㅠ]
타이밍도 매우 적절했다.
백룡영화제 이후 유진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로 달한 상황이니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유진의 사생활.
이를 대중이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와 편성 뭐임 ㄷㄷ 다큐를 주말 황금시간대에 박네
그러게 라앺 때문에 전관예우라도 해주는 건가 ㅋㅋ]
덕분에 이번 년도 유진을 통해 엄청난 재미를 본 MBS.
다큐임에도 불구하고 편성을 주말 황금시간대로 밀어주기까지 했다.
[나는 아역배우입니다.]
유진의 청량하면서도 진중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다큐.
그러나 곧 화면은 시끄러운 PC방을 비췄다.
바로 유진이 학교 친구들과 게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 박유진! 또 혼자 개돌하다 죽었어!”
“아 까비!”
“뭐가 까비야. 하나도 안 까비였거든?”
“암튼 까비!”
“아오, 박유진 진짜!”
초등학생 치곤 어쩐지 컴퓨터를 다루는 게 어색하고.
게임을 하며 마우스와 키보드도 제법 서툴게 다룬다.
그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구멍으로 통하는 모양이지만.
잘 나가는 배우가 아닌.
그저 초등학생 유진의 인간적인 매력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 이후.
“첫눈에 비주얼부터가 눈길을 사로잡죠. 그런데 비주얼은 그냥 그 배우가 가진 수많은 무기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한눈에 느꼈습니다. 아, 천재구나.”
유진의 데뷔작을 집필한 송미연 작가부터.
가장 최근작, 라앺의 김경식에 이르기까지.
인터뷰에 응한 모두가 한 입으로 유진을 칭찬했다.
[아역배우론 한양독립영화제 새로운 발견 부문 최초 수상자. 아역배우론 최초로 백룡영화제 남우조연상 수상. 그런 트로피를 가진 나는 아역배우입니다.]
유진의 나레이션과 함께 나타나는 두 개의 트로피.
최초라는 타이틀.
화려한 트로피.
빛나는 것들을 보여주던 다큐는, 곧 분위기가 바뀐다.
곧 매우 후지고 낡은 단칸방을 비춘 것.
바로 유진이 살았던 그 단칸방이었다.
“터도, 시설도 너무 안 좋아서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대요.”
몇 년만에 단칸방을 다시 들른 유진이 덤덤히 말했다.
“제일 불편했던 게 뭐예요?”
장은영이 물었다.
“음. 화장실이 밖에 있다는 거? 겨울이 되면 막 얼고 그랬어요. 아, 그리고 TV 소리가 조금만 커도 시끄럽다고 소리 지르는 아저씨도 계셨고요. 방음이 잘 안됐거든요.”
“정말 힘들었겠네요.”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 될 거 같아요.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TV도 있었고, 아빠도 있었고. 특히 이땐 아빠랑 자주 껴안고 잘 수 있어서 좋았어요.”
대중들에게 알려졌던 건 유진이 어머니를 일찍 여의였다는 사실.
설마 당시 유진이 이렇게까지 생활고를 겪고 있었는지는 몰랐던 것.
[어쩐지 아버지랑 사이가 엄청 좋더니...
와 사실 맘 잘못 먹으면 완전 엇나갈 수도 있었는데 ㅠㅠㅠ
아부지 유진이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울 유진이는 아버지가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아니까 ㅠㅠㅠㅠ
울 수도꼭지 아버님 왜 맨날 우시는지 알 거 같다 ㅠㅠ]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과는 달리.
“그런데 전 싫지 않아요. 이곳.”
단칸방을 둘러 본 유진은 싱긋 웃었다.
“전 여기서 꿈을 키웠거든요.”
유진은 그리 말하며 TV를 두드렸다.
너무 낡아 버려두고 간 구형 TV였다.
“첫 인상이요?”
다시 전환되는 화면.
이번엔 차동석의 인터뷰 장면이었다.
“진짜 당돌했죠. 대뜸 찾아와서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즉석에서 키워드를 던져서 즉흥연기를 시켰는데, 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차동석은 그리 말하며 한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유진이 찾아왔을 당시, 장미소가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두었던 유진의 오디션 영상이었다.
[할바마마. 공자께서는 부모유기질지우父母唯其疾之憂라 하여, 부모는 오직 자식의 건강만을 걱정한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소손은 자식 역시 부모의 건강만을 걱정한다 생각합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부디 아바마마를 꺼내주시옵소서. 자식 된 도리로서 매일 아바마마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있사옵니다]
당시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 때문에 열악한 화질이었지만.
그를 뚫고 나오는 유진의 아우라는 분명 남달랐다.
“직감했죠. 아, 이 아이를 키워봐야겠구나. 그런데 제 생각이 틀렸어요. 이 아이가, 박유진 배우가 저희 회사를 키워줬습니다. 제 꿈도 이뤄주고요.”
“꿈이요?”
“네. 아이들이, 아역배우들이 제대로 대우받는 세상. 비록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우리 박유진 배우가 차근차근 이뤄가는 중이라 생각합니다.”
다큐는 유진이 살았던 단칸방과 지금 사는 전셋집.
그리고 주역 매니지먼트가 월세조차 내지 못했던 사무실과, 지금 널따란 사무실을 비교해주었다.
동시에 <식스 타임> 촬영 이후.
유진이 <스마트 좀비> 팀과 따로 접촉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다른 작품도 많은데, 하필 그 대학생들 작품에 참여한 이유가 있나요?”
“재밌을 거 같았고, 또 미래에 영화감독이 되실 분들이잖아요? 잘 보여야죠!”
유진은 해맑게 대답했다.
[??? 아니 데드맨으로 천만찍고 차기작이 대학생 졸작이라고?
와...진짜 예측불허네;; 어린애라 가능한 건가
진짜 유진이는 작품만 보고 들어가는구나
작품 보는 눈 미쳤다고 소문났는데...대체 어느 정도면 대학생 작품이 박유진 픽이 된 걸까?]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각양각색.
그리고 마지막.
다큐는 <찬란> 촬영 당시 유진의 모습을 비춘다.
[와 저때 머리 길렀던 게 찬란 촬영 때문이었어?
ㄷㄷㄷ 와 진짜 시골꼬맹이 같다
진짜 벌써 프로미 낭낭하면 어뜨케 유지나 ㅠㅠㅠ 누나 설렌다...]
<찬란>의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촬영 장면은 나오지 않았으나.
대신 그를 바라보는 스탭들의 리액션이 담겼다.
다들 우와, 하고 감탄을 터뜨리는 모습.
“박유진. 이 배우에게 참 고맙습니다.”
이순철이 매우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제 어릴 적 꿈을 다시 되살려주었으니까.”
잠시 후, 까까머리 꼬마 손준영의 모습이 나타났다.
“박유진? 저 저 형아 처음 봤어요. 근데 진짜 쩔었어요. 대박!”
유진의 연기를 처음 본 꼬마의 생생한 리액션.
“형이 연기하는 걸 봤어요. 나도, 나도 저렇게 되고 싶더라고요!”
까까머리의 손준영은 활기차게 외쳤다.
두 눈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꿈을 꾸는 사람의 얼굴.
“저도 배우, 그게 되고 싶어요!”
누군가의 꿈을 되살려주고.
누군가에겐 꿈을 꾸게 만드는 배우.
[저는.]
잠시 후, 화면이 전환되고.
암전된 무대 위에 홀로 선 유진.
평소처럼 당당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한다.
나레이션이 아닌, 대사처럼.
“아역배우입니다.”
다큐 시작 때와 같은 대사이지만.
이제는 더 묵직해진 말.
[박유진 배우 데뷔 이후 아역배우 시장 변화
아역배우의 숫자 : 약 1.5배 증가
아역배우 개런티 : 약 2배 증가
초등학생 장래희망 배우 선호도 : 3배 증가]
그와 함께 자료화면.
유진을 통해 꿈을 꾸게 된 사람들을 수치로 나타낸 것.
잠시 후.
조명이 서서히 밝아지더니 이윽고 무대가 환해졌다.
그리고 객석에는 사람들이 꽉 차있었고.
유진을 향해 크게 박수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유진은 그들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
마치 연극이나 뮤지컬의 커튼콜처럼.
그렇게.
유진을 집중조명한 다큐, <나는 아역배우입니다>가 끝나고.
[와 연출 미쳤다 ㄷㄷ 소름 ㄷㄷ
수미상관 미쳤나... 다큐가 아니라 영화 보는 줄
ㅠㅠㅠㅠㅠㅠ
유지나 ㅠㅠㅠㅠㅠㅠㅠ
이 갓기천사를 어쩌면 좋아...
단점이 없는 우리 유지니 ㅠㅠㅠ
ㄴ 단점은 춤실력은...크험험
ㄴㄴ 학생 글 내려 ^^]
커뮤니티에 쏟아지기 시작하는 후기들.
배우 박유진을 넘어.
인간 박유진이 대중들에게 사랑받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
얼마 뒤.
유진의 동네에 있는 놀이터.
“다음 백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은 내 거야.”
그런 패기 넘치는 말을 내뱉는 사람.
바로 김선미였다.
“뭐래? 그게 가능할 거 같냐?”
그에 태클을 걸고 있는 건 당연히 정기열이었고.
“유진이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야?”
“넌 기껏해야 옆에서 맛깔나는 조연 연기가 다 일 거야. 여우조연상이나 받을 거라고.”
“뭐래! 난 여우주연상 받을 거거든? 남우조연상은 너나 받아!”
칭찬인지 악담인지 모를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이러나 저러나.
유진의 남우조연상 수상으로 넥스트 구성원들 역시 큰 동기부여를 받은 모양.
아무래도 동갑내기이자 친구가 어마어마한 상을 받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근데 기열아. 너 목 좀 가라앉은 것 같은데?”
“어. 방금 넙튜브 채널 ‘파파퐁’이라고”
정기열은 유아용 컨텐츠에 목소리를 쓰는 일이 많아졌고.
휘즈니 쪽 애니메이션 더빙 오디션도 보러 다니는 모양.
아역 성우로서 꽤 활발히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선미가 나왔던 드라마도 곧 마지막화지?”
“응. 다음 주면 끝나.”
김선미의 경우 최근 촬영한 드라마에서 안정적 활약을 보여주었고.
연이어 다른 드라마에 출연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아직 조단역 급이지만, 훈풍을 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
그리고 유신애의 경우.
“신애도 화이팅!”
“으, 응.”
본래 쓰던 작품을 완결하고, 차기작을 집필하는 중.
전작보다 인터넷에서 인기가 좋아, 출간시 더 좋은 성적이 예상된다.
분야는 조금씩 달라도.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꿈을 향해 다가가는 중이었다.
“새삼 우리 쩔긴 하네.”
“맞아. 이런 초딩 모임 어디도 없을 걸? 게다가 밸런스도 좋잖아. 배우 하나, 배우 겸 성우 둘, 작가 하나라니.”
유신애가 로맨스 소설을 쓰고, 샤샤토끼라는 사실은 아직도 비밀.
다만 유신애가 최근 학교 글짓기 대회를 휩쓴 터라.
글을 잘 쓴다는 사실은 정기열, 김선미 역시 눈치 챈 상태였다.
“그래서 시작한 거 아니야. ‘소나기’ 사연 모집.”
초딩 모임 넥스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컨텐츠.
바로 어린아이들의 사랑이야기다.
[소중한 나의 기억, 소나기!
아무것도 모르던 초등학생 시절.
남몰래 짝사랑에 마음 아파하지 않으셨나요?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기 싫어 틱틱댄 적 있지 않으신가요?
옛 기억을 되살리는 분들도.
지금 두근두근 사랑을 하고 계신 초등학생 분들도.
모두 환영합니다!
아래 이메일 주소로 사연 보내주세요!]
“유진이가 참여해서 그런지, 사연이 엄청 많이 왔어.”
메일함이 꽉 찰 정도로 많은 편지가 날아왔다.
문제가 있다면.
“근데 그게 또 문젠가 봐. 거의 절반이 유진이 얘기야.”
대본 담당 유신애가 곤란해 하며 말했다.
유진이 좋다, 첫눈에 반했다, 팬이다······뭐 그런 식의 팬레터들 말이다.
그만큼 유진의 인기가 또래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이라는 증거.
“얘가 뭐가 좋다고 난리야? 나이 많은 형들 중 유진이보다 더 잘생긴 사람도 있을 텐데.”
“더 잘생긴 사람? 누구?”
정기열의 말에 유진이 자신민만하게 되물었다.
“어, 어. 아무튼, 누구든 있겠지.”
“흐음. 그래?”
“그래, 너 잘났다. 하긴, 그러니까 김선미 같은 애도 너만 보면 헤벌쭉 하지.”
“누가 그랬어? 정기열 너 맞을래? 그리고 나, 난 잘생긴 사람 싫어.”
“오. 그럼 나 잘생겼다는 건 맞는 거네? 고마워.”
싱긋 웃는 유진.
거기에 정기열까지 기세등등해졌다.
“이야, 김선미. 여태 나한테 싫은 척 했던 것도 내가 잘생겨서야? 이제야 알았네.”
“넌 그냥 싫어, 정기열 놈아.”
“뭐야?”
그새를 못 참고 또 으르렁대는 두 사람.
유진은 웃으며 두 사람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자자.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 듣긴 했는데, 그래도 싸우기만 하면 안 되지! 사이좋게 지내자. 응?”
그러자 김선미가 흠칫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그를 눈치 챈 정기열이 쯧쯧 혀를 차며 유진에게 말했다.
“아무튼 유진이 너, 진짜 넌 나중에 큰일 날 녀석이다.”
“응? 내가 왜 큰일 나?”
“네 얼굴도 얼굴이지만 그 친절한 게······아니다, 아무것도.”
한숨을 푹 내쉬는 정기열.
유진은 이유를 모르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자자. 이제 컨텐츠 얘기 좀 하자. 오늘은 첫 연습하러 나온 거니까. 신애야. 첫 번째 사연이 뭐였지?”
“으응. 소심한 남자애가 소심한 여자애를 좋아하는 사연. 그러다 겨우 용기내서 놀이터에서 손을 잡았다, 그런 내용이었어.”
사연은 간단하다.
유진은 모집한 사연들을 뽑고, 이를 통해 기획하는 역할을 맡았고.
유신애는 각색 및 각본을 담당했다.
그리고.
“그런고로. 소심한 남자애는 기열이, 소심한 여자애는 선미가 맡으면 되겠다.”
“뭐래? 나 안 한다고 했잖아.”
“맞아. 나도 싫어! 이런 애랑 멜로연기를 하라고?”
“뭐? 누가 할 소린데?”
“내가 할 소리다. 어쩔래!”
정기열과 김선미가 주연으로서 연기를 하기로 했다.
문제는 둘이서 소심소심 꽁냥꽁냥한 연기를 보여줘야하는데.
두 사람 모두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는 점.
누가 봐도 미스캐스팅이라고 할 법 하다.
“난 안 해. 못 해! 유진이 네가 하면 되잖아!”
“누군 너 좋은 줄 알아? 나도 유진이가 더 좋아!”
“뭐? 너 유진이 좋아하냐?”
“뭐래, 진짜. 유치해죽겠어!”
투덜대는 정기열과 김선미.
“어떡하지, 유진아? 기열이 대신 네가 할래?”
“으음. 나랑 선미는 너무 많이 붙었어. 또 우리 둘이 하면 그림이 너무 뻔해져.”
유진과 선미는 이미 빅터 ‘첫사랑’ 뮤비를 통해 멜로 연기를 했고.
웹드라마 <연년생>을 통해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다.
그리 신선한 조합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니까 기열이랑 선미, 너희 둘이 해야지. 요즘 방송 관계자 분들도 넙튜브용 컨텐츠 많이 모니터링하는 거 알지?”
두 사람 모두 최근 인지도가 쑥쑥 오르고 있는 상황.
유진이 참여하는 ‘소나기’는 분명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터였다.
“하지만 난 이제 더빙만 하고 싶은데.”
입술을 삐죽 내미는 정기열.
그런 정기열에게 유진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기열아. 잘 들어. 더빙은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해야해. 지금이야 어리니까 역할이 한정적이지만, 나중이 되면 괴물, 귀신, 요괴 같은 것들은 물론이고 로맨스 연기도 당연히 해내야해.
게다가 성우의 경우 일반 연기자보다 참여하는 작품의 수가 훨씬 많아. 위키에서 성우 참여작 봐봐! 한해에도 10개 남짓한 작품을 하는 경우도 있다니까? 그런데 너 연애경험 있어? 없지? 그럼 이렇게 연기를 통해서라도 미리 간접경험을 해봐야지.”
“어어, 응? 그, 그런가?”
투덜대던 정기열은 유진의 청산유수에 홀딱 넘어가버렸다.
“근데 진짜 네가 안 해도 돼?”
“응. 이번엔 너희 둘 연기가 보고 싶어서.”
이번 컨텐츠에서 유진은 전면에 나서지 않을 생각이다.
컨텐츠 기획 쪽에 힘을 발휘해볼 생각이었으니.
‘그리고, 넥스트의 목적은 공생이니까.’
유진은 이미 백룡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이라는 커다란 영광을 거머쥔 상황.
유진이 계속 주인공으로 나온다면 화제야 되겠으나.
그래서야 다른 친구들이 묻힐 수도 있다.
‘최근 연예 기사란에 내 뉴스가 너무 도배됐어. 슬슬 분위기를 가라앉혀야 해. 회귀 전처럼 너무 묻혀있어도 문제지만, 너무 드러나 있어도 곤란하지.’
<데드맨>, 라앺, 식스타임, 백룡영화제, 다큐.
그야말로 쉼없이 달려온 유진이다.
너무 자주 노출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최근 1년은 너무 핫하게 보내서, 당분간은 조금 조절을 할 생각.
‘대중들과 밀당하는 것도 스킬이니까.’
마침 넥스트 소속원들 모두의 고른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고.
죽음조가 유진에게 여러모로 힘을 실어주는 모임이라면.
넥스트는 유진이 앞장서서 이끌어갈 모임이었다.
‘그리고 내 로맨스 연기는 조금 아껴두고 싶어.’
탐나는 작품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자자. 아무튼! 신애가 대본 만들어왔으니까 얼른 대본들 숙지해. 진짜 사귀라는 것도 아니고. 연기잖아? 너희 둘은 프로 연기자고. 대본이 있어. 그럼 몰입을 해야지.”
곧 유진은 정기열을 향해 검지를 뻗으며 말했다.
“거기 정기열! 대본 외우랬더니 왜 휴대폰 해?”
유진의 말을 반쯤 흘려듣고 있던 정기열이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니, 그게 아니라! 방금 대박 뉴스가 떴단 말이야.”
“대박 뉴스? 그게 뭔데?”
정기열은 유진에게 휴대폰을 들이밀며 말했다.
“ 예고편 공개됐대! 한국, 일본 동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