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며칠 뒤, 한국.
넥스트는 재차 놀이터에 모였다.
저번에 말했던 컨텐츠의 본격적 연습을 하기 위함이었다.
“대본들은 다 잘 외워왔지?”
“하지만 영 몰입하기 어렵네. 소심한 성격이라니.”
아무 것도 몰라, 다가가는 법도 서툴고. 상대방의 진의를 짐작하고, 맞으면 기뻐하고, 틀리면 슬퍼하고.
사랑에 서툰 어린아이들이기에 가능한 순수한 이야기들.
그러나 그를 소화하기엔 두 사람 다 적잖이 틱틱대는 성미를 갖고 있었다.
“연기자가 자기한테 맞는 역할만 할 수는 없어. 뭘 맡겨도 해내야 진짜 연기자지.”
유진이 말했다.
“그건 그렇긴 한데. 상대가 영.”
그리 말하며 정기열은 김선미를 흘겨보았다.
김선미 역시 정기열을 쏘아보았다.
“누가할 소리. 멜로 연기도 좀 몰입이 되어야지, 어떻게 우리끼리 해?”
“맞아. 인터뷰 보니까 친구들끼리 연기를 하면 몰입감을 해친다던데?”
“나 인터넷에서 봤어! 사귀던 애인이랑 같은 작품에 나오면, 파워가 더 센 쪽이 먼저 처리한다더라.”
아무래도 서로 어지간히 하기 싫은 모양.
유진은 턱을 괴며 침음을 흘렸다.
“으음. 친구끼리라 몰입이 잘 안 된다고? 난 잘 모르겠는데.”
“그럼 넌 가능해? 이 소심한 역할. 김선미 상대로 말이야.”
“왜 못해? 일단 선미는 네 상대니까, 나는 신애랑 할게. 신애야. 잠깐 나랑 호흡 좀 맞춰줄래?”
“으응?”
갑자기 유신애의 손을 이끌고 분위기를 잡는 유진.
“왜? 우리 전에도 해봤잖아. 나 <리플레이> 출연할 때. 너 그때 꽤 연기 잘했는데.”
“아, 그랬었지. 맞아. 꽤 재밌었어.”
예전 같았으면 보는 눈도 있고, 곤란하다며 거절했을 유신애지만.
유진에게 영향을 받은 탓인지 빼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자, 선미야. 기열아. 잘 봐. 소심하게 사랑을 하는 아이의 연기를 어떻게 하냐면 말이지.”
후우,
한번 심호흡을 하더니, 유진이 곧 연기를 시작했다.
아니, 변신이라고 해야 옳을까.
“그, 저.”
그 당당하고 쾌활하던 유진의 얼굴이, 곧장 수줍음과 조심스러움으로 가득해졌으니.
반짝반짝 빛나던 눈동자도 촉촉해지고.
쫙 펴져있던 어깨도 조금 움츠러 들었다.
“어? 여기서 다 보네.”
목소리 역시 떨림이 많아지고 공기가 많이 섞였다.
그 자리에 있던 아이들 모두 딱 보고 듣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이 캐릭터의 성격을.
“아, 맞다. 응. 우리 여기서 만나기로 했지, 그랬지. 미안해.”
도무지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움직이는 눈동자.
그러면서도 곁눈질로 유신애를 흘끗흘끗 바라보았다.
“나, 날씨 진짜 좋다. 그치?”
그렇게 말하며, 유진의 손가락이 유신애의 손으로 향했다.
덥석 잡지 못하고 꼼지락 꼼지락, 갈까 말까.
보는 사람이 다 애가 타는 광경.
손가락 끝에도 감정이 깃들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유진의 손가락이 상대의 손가락 끝에 살짝 닿자.
“아, 그. 미안해.”
자신이 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유진.
그러자 유신애도 저도 모르게 몰입해, 얼굴이 확 붉어져버렸다.
“그, 저. 있잖아.”
“으응?”
잠시 후.
유진은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얼굴로 말했다.
“나, 나 말인데······네 손 잡아도 돼?”
“으, 응.”
그저 응 봇이 되어버린 유신애.
곧 유진의 손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유신애의 손으로 향했다.
언제 잡을까, 그것만이 남은 두근거리는 상황이었는데.
“자.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곧 유진은 평소처럼 돌아왔다.
몰입하고 있던 유신애며, 그를 시청자 모드로 지켜보고 있던 정기열과 김선미 모두 탄식을 터뜨렸다.
“야! 거기서 끊으면 어떡해!”
“맞아. 손잡는 건 보여줘야지!”
“······후우.”
세 사람의 반응에 유진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내가 다 하면 의미 없잖아. 이제 너희들이 해야지.”
“근데 유진이 너, 대본을 다 외운 거야?”
“당연하지. 내가 기획이잖아?”
그 말에 정기열과 김선미 모두 조금 부끄러워졌다.
사실 모두 바쁘다지만.
지금 넥스트 안에서 누구보다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는 건 유진이다.
인지도와 영향력 모두 압도적인 만큼 당연한 일.
그런데.
배우로 참여하지도 않는 유진은 대본을 다 외웠다.
반면 두 사람은 아직 완벽히 외우진 못한 상태.
“알았어. 열심히 하면 되잖아!”
“그래. 까짓 거 연기니까. 한 번 해보자고!”
그렇게 뒤늦게 정기열과 김선미가 열의에 불타고 있을 무렵.
“냐아.”
유진의 귀에 귀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잘못 들은 건가 했는데.
“먀아.”
이번엔 분명히 들었다.
“뭐지?”
유진은 잠시 무리에서 빠져나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놀이터 구석진 곳.
정글짐 아래, 움푹 파인 모래사장 위에 둥그런 무언가가 보였다.
유진의 눈에 들어온 것.
자세히 보니, 그건 턱시도 고양이였다.
정장 하나 제대로 빼입은 것처럼 완벽한 색배합이었다.
“우와.”
유진의 동네에서 길고양이는 구경하기 힘든 존재였다.
신기함을 느낀 유진은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키야아악!”
사나운 하악질이 돌아왔다.
유진은 걸음을 멈추긴 했지만, 겁을 먹진 않았다.
대신 몸을 숙이고 고양이와 눈을 맞췄다.
“몸집을 보니 아직 많이 어린 거 같은데. 근데 도망가지 않고 하악질을 하네.”
곧 그 고양이가 짭, 짭하고 입맛을 다시는 것이 보였다.
“배가 고픈 건가.”
유진의 장점 중 하나.
뛰어난 관찰력이 발휘되었다.
‘털의 상태나 윤기 같은 걸 보니······태생이 길고양이는 아닌 거 같은데. 이곳 근처에서도 이 고양이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고. 고양이가 드문 우리 동네에서 이 아이는 분명 눈에 띄었을 텐데. 누가 버리고 간 건가?’
“야, 박유진! 너 우리더러는 대본 외우라더니 거기서 뭐해?”
멀리서 정기열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넥스트의 아이들이 유진 쪽으로 몰려온 것.
“거기 쪼그려 앉아서 뭐해?”
“고양이? 헉. 완전 귀엽다!”
턱시도 고양이를 보자마자 눈이 하트로 변한 김선미.
곧 그를 향해 다가가려 했으나.
“샤아아악!”
사나운 하악질이 돌아왔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김선미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쳤다.
“뭐야. 완전 귀엽게 생겨서 성질 나쁘네?”
“너랑 똑같네.”
“뭐? 내가 저렇게 귀엽게 생겼다고?”
“아니. 성질 더럽다고.”
“야, 정기열!”
“뭐, 김선미?”
이런 와중에도 투닥거리는 두 사람.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은 고양이만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낯선 사람들이 잔뜩 늘어났지만, 경계할 지언정 도망가지는 않아. 계속 입맛을 다시고 있네.’
그렇다면.
“어? 야, 유진아. 어디가?”
“잠깐 편의점!”
편의점으로 달려간 유진.
가장 나트륨이 적은 참치캔을 골라 생수로 몇 번이고 씻어냈고.
일회용 그릇에 담아 먹기 좋게 뭉개주었다.
“자. 먹어.”
정글짐 바로 앞에 그릇을 내려놓는 유진.
그러나.
고양이는 눈치만 볼 뿐, 섣불리 다가와 먹지 않았다.
“눈치가 보이는 건가?”
유진은 곧 미련없이 일어섰다.
“가자.”
그러자 정기열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응? 뭐야. 그냥 밥만 놓고 가는 거야?”
“우리는 연습해야지. 자, 대본은 다 외웠겠지?”
“윽. 무, 물론이지.”
“선미 너도?”
“······그, 그럼!”
“대답이 3초 정도 늦었어.”
아무튼 그 이후.
넥스트는 몇 번이고 그 놀이터에서 다시 모였지만.
이제 다른 아이들은 그 고양이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경계심 많은 고양이에게 관심을 쏟을 아이는 많지 않았으니.
“안녕.”
다만.
유진만큼은 계속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자꾸 저 녀석이 마음에 걸렸거든.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하악질을 하면서도.
결코 그 자리를 떠버리는 법이 없다.
“너도 어머니가 없니?”
버려두고 갔을 리는 없고.
설마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당한 것일까?
“보살펴줄 사람은?”
당연히 대답이 돌아올리 만무.
그러나 유진에겐 저 정글짐 아래를 지키는 것이.
꼭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미 고양이나, 자신을 길러준 사람을 기다리는 건 아닐까?’
그리 생각했으나, 유진은 곧 고개를 저었다.
‘설마. 강아지도 아니고.’
하지만.
유진의 마음속으론 이미 찡한 감정이 차올랐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유진이 매일 먹이를 챙겨주게 된 건 말이다.
고양이는 한 번도 유진 앞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
먹이를 두고 자리를 비켜준 뒤, 얼마 후 돌아가면 접시가 깨끗이 비워져있는 식.
그러면서도 녀석은 한 번도 유진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유진도 굳이 다가가려 하지 않았고.
그런 기묘함이 이어지던 어느 날.
“야옹아.”
여느 날처럼 먹이를 들고 온 유진.
이번엔 그 먹이가 좀 특별했다.
좋은 연어를 먹기 좋게 익혀, 멸치 가루와 츄르를 섞은 특식이었다.
“너를 보는 게 오늘로 마지막이네.”
여느 때처럼 먹이를 내려놓으며 유진이 말했다.
“형이 말이야. 컨텐츠라는 걸 찍거든? 오늘 그걸 찍으면 이제 이 놀이터에 올 일이 별로 없을 거야. 나도 여러모로 바쁘거든. 그거 알아? 형이 말이야, 아역 최초로 백룡영화제 남우조연상 수상했다? 대단하지? 짱이지? 너도 턱시도 빼입은 게 꼭 영화배우 같은데 말이야. 나랑 같이 연기 안 할래?”
고양이에게 자랑을 늘어놓는 유진.
넥스트의 멤버들 앞에서 보여주는 성숙한 모습과 달리.
지금은 분명 11살 소년의 모습이었다.
“싫다고? 어쩔 수 없지. 아쉽네. 길거리 캐스팅, 이거 흔치 않은 기회인데 말이야. 아무튼, 걱정은 하지 말아. 내가 길고양이 보호소에 연락할테니까. 거기서 좋은 사람들이 널 도와주실 거야.”
비록 짧은 시간이었으나.
매일 와서 먹이를 챙겨주다보니, 유진에게도 이번 이별이 아쉬웠다.
“그럼 안녕.”
고양이를 향해 손을 흔드는 유진.
돌아가는 발걸음,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잠시 후.
고양이는 먹이를 먹는 대신.
유진의 뒷모습을 동그란 눈동자로 빤히 쳐다보았다.
곧 고양이는 슬그머니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고양이가 정글짐 밖으로 나왔다.
*
일본에서 거주 중인 빅터 유이치 어머니, 미유키.
그녀는 최근 지인들로부터 전화를 받는 일이 많아졌다.
“아아. 들어보셨다고요? 고마워요. 그런데 조금 서운하네요. 우리 아들 그룹 노래도 차트에 많이 올랐었는데. 뭐 어때요? 나이 먹고 아이돌 노래 듣는 게 어때서. 아무튼 이렇게 전화해줘서 고마워요.”
아들이 참여한 커버 OST, 의 ‘내 이야기’ 때문.
최근 일본 오리콘 차트에도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 OST가 이토록 인기를 끌다니!
그 비결은 빅터라는 인기 한류 아이돌 속 일본인 멤버, 유이치의 솔로곡이라는 이유.
비교적 낯설고 독특한 음악.
그리고 이 한 곡만으로도 화자의 스토리텔링이 느껴지는 가사 등.
복합적 이유 때문이다.
“네. 아아, 안 그래도 전화 받았어요. 많이들 축하해줘서 기뻐요.”
덕분에 미유키 역시 최근 지인들에게 전화를 받고 있는 것.
아무튼.
이런 이유로 는 일본 내에서도 적잖은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너무 기대됩니다!
노래가 너무 좋다. 기대하는 중
유이치의 목소리 천상! 애니메이션에도 유이치가 나오나?
ㄴ 나오지 않습니다
ㄴㄴ T▽T
유진군이 참여한단 얘기 들었다! 매우 기대되는ww]
“애니메이션 보러 갈 거냐고요? 당연하죠. 저, 얼마 전에 <데드맨>도 봤어요. 자막? 없어도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거든요. 유진군의 목소리를 들으러 갈 예정입니다.”
동시에.
거기에 요즘 미유키의 최애인 유진이 성우로 참여하지 않았나.
그녀의 방 안엔 유진의 아침바람 광고 브로마이드가 걸려있을 정도.
<호구>부터 시작된 유진에 대한 미유키의 애정.
‘첫사랑’ 뮤비를 통해 점차 커지더니, 라앺으로 인해 폭발했다.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 보셨어요? 젊은 사람들에게도 엄청 인기가 좋더라고요. 저야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염라죠. 꼭 우리 유이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다니까요. 어? 왜 웃으시죠. 진짠데? 독특하고 잘 생긴 게 딱 유이치죠.”
그 자그마한 아이가 내뿜는 에너지가 얼마나 대단하던지!
아들을 키워본 입장이어서 그럴까?
더더욱 그 예쁘고 귀여운 아이에게 마음이 갔다.
저번에 유이치를 통해 통화했을 땐, 정말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황홀했을 지경.
“전 얼마 전에 유진군의 다큐멘터리도 봤어요. 자막이 없어서 알아듣기 조금 힘들었지만, 네. 무척 훌륭하더라고요. 보면서 어찌나 눈물을 쏟았는지.
지금보다 어렸을 때 찢어지게 가난했음에도.
구김살 없이 밝고 착하게 큰 박유진이 너무도 대견했다.
그 다큐를 본 뒤, 미유키는 정말 박유진에 대해 어머니 같은 마음을 품게 되었을 정도다.
“그래도 라는 그 작품, 일본에도 개봉한다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유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경험.
미유키는 기꺼이 를 기다리기로 했다.
“네? 예고편이 업로드? 아아, 정말요? 아, 맞다. 지금부터 저녁을 준비해야 해서. 네, 전화 끊을게요. 네, 네. 감사합니다.”
공손하게 전화를 끊은 미유키.
그러나 전화가 끝나자마자, 공격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 공식 예고편(공식 일본어자막)]
넙튜브에 올라와있는 예고편.
그를 확인한 미유키는.
“후우.”
짧게 심호흡을 하고.
녹차도 한 잔 타온 뒤.
미유키는 경건한 마음으로 예고편을 재생했다.
[제작 - <날개> 제작사 블루컬쳐 스튜디오]
자막이 올라온 뒤.
제법 음침하고 기묘한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나에겐 아버지가 없습니다. 나에겐 이름이 없습니다.]
곧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공 X의 목소리.
딱 들어도 박유진은 아니었다.
[X CV(Character Voice) : 정기열]
역시나.
예고편 속 자막이 성우를 알려주었다.
그러나 Z, S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도.
이상하게 유진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날개에서 들었던, 그 연약하고 순수하던 소년의 목소리 말이다.
[힘들 땐 나에게 기대.]
마침내 Y의 캐릭터가 나왔으나.
박유진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
설마 예고편에 없는 건가 싶어 미유키가 실망하려는 찰나.
[Y CV(Character Voice) : 박유진]
그 자막이 뜨는 순간.
딱!
미유키는 저도 모르게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이게 유진이의 목소리라고?”
미유키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작인 <날개>에서 느꼈던 그 순수한 느낌과는 전혀 달랐으니.
분명 유진의 찐팬인 미유키지만.
저 자막이 없었다면 유진의 목소리인지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만큼 대단한 변성 실력이었다.
그리고 곧.
[이젠 말할래
내 이야기
이젠 너에게 닿을
내 이야기
나는 상처가 있어요
나는 아픔이 있어요
날 안아주세요
토닥여주세요]
음악이 바뀌고, 백그라운드로 깔리는 ‘내 이야기’.
일본판과 달리 한국어 버전이지만.
미유키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들인 유이치가 부른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매우 짙은 호소력이었다.
[내년 2월, 일본에서 2월 개봉! (한국은 1월 개봉)]
예고편이 끝나고.
미유키는 홀린 듯 그 자리에서 예고편만 스무 번 넘게 재생했다.
그런 뒤.
휴대폰을 꺼내들고 단축키 1번을 꾹 눌렀다.
“네, 엄마. 무슨 일이에요?”
유이치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미유키가 말했다.
“유이치. 엄마 내년 1월에 한국에 갈게.”
일본 개봉일까지 도무지 참기가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