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개봉 후 1개월이 흘렀다.
해당 영화에 대한 관람객들의 평가는.
[관람객 평점 7.59/10]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고 있었다.
[노잼 돈 아까움 1/10]
[보다가 기분 이상해져서 나옴; 5/10]
[보는 내내 졸았습니다... 날개 기대하면 대실망 ㅠㅠ 4/10]
이런 극단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내 인생영화가 애니메이션이 될 줄이야 10/10]
[보는 내내 그냥 아팠다. 성우들의 목소리가 진짜 아이 같아서 더욱 아팠다 9/10]
[처음엔 불쾌했다. 중간엔 이상하게 슬펐다. 마지막엔 따뜻했다. 그저 울었다. 10/10]
이렇게 호평하는 사람도 많았다.
[, 박스오피스 3위권 유지······<날개>만큼의 흥행 돌풍은 아니었다]
[“<날개>를 기대하고 갔던 건데” , 생각보다 어두운 내용에 관람객들 ‘당황’···
흥행 적신호 켜지나?]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보러갔는데······“이런 내용일 줄이야” 학부모와 아이들, 에 충격!]
상처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다소 어두운 내용과, 대중적이지 않은 독특한 음악.
그에 거부감을 표하는 관객도 몇몇 있었고.
이에 대한 다룬 기사들도 이어졌지만.
[묵직한 메시지, 가슴을 울리다······로 진화한 블루컬쳐 스튜디오!]
[상처 받은 아이들은 어떻게 서로를 보듬어주는가? 가 전하는 아픔, 그리고 치유]
호평하는 쪽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관람객들의 평가가 갈리는 만큼.
많은 사람의 눈이 평론가에게 쏠렸다.
그러나 평론가들의 평은 대체로 일치했는데.
[, 영화계 관계자들 극찬 이어졌다! “올해를 넘어, 역대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다” 영화감독 최희숙 극찬!]
[“블루컬쳐 스튜디오는 한국 영화계가 품어야할 보물 그 자체다” 평론가들, 입을 모아 를 칭찬하다!]
<날개>만큼의 흥행은 아니지만.
오히려 평론가들, 그리고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의 평가는 훨씬 좋았다.
[평론가 이성철
별점 ★★★★★ 10/10
한국은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불모지였다. 그러나 블루 컬쳐스튜디오는 단 2작품만에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휘즈니도, 그 어느 곳도 만들어낼 수 없는 작품. 이름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어른들이 반드시 들어야만 할 것이다.]
[평론가 김다미
별점 ★★★★★ 10/10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지만 그 어떤 장르보다 냉철하게 현실을 다룬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에겐 통렬한 일침을, 아이답지 못한 아이들에겐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하는 작품.
이 무거운 내용을 뮤지컬로 풀어낸 센스와 기지에 찬사를 보낸다.
한국에서 이런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10점, 10점, 10점.
그야말로 만점의 향연.
이 독창적 작품을 만든 블루컬쳐 스튜디오에 대한 칭찬도 자자했으나.
[<문화칼럼> 진정만의 영화 읽기]
[이 영화의 가장 훌륭한 성취는 바로 주요 캐릭터들의 목소리 연기를 진짜 어린이들이 했다는 점이다.
아역배우 정기열이 보여준 주인공 X는 아이가 가진 상처를 매우 투명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성우 첫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 작품을 이끈 성우들.
특히 아역배우들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로 성우 데뷔를 한 정기열은 여러모로 칭찬을 받았다.
아역배우로서 다소 밋밋한 활동을 이어가던 때에 비하면.
성우로는 매우 성공적이고 주목받는 데뷔를 치뤘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가장 주목하고 싶은 건 박유진의 Y다.
아역배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변성, 캐릭터 표현, 거기에 솔로 넘버 ‘내 이야기’에선 풍부하고도 압도적 감정표현을 보여준다.
어린아이이기에 더욱 모호한 선악을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만들어주었다.
한 명의 성우가 이렇게 압도적 존재감을 내뿜을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알던 애니메이션 상식을 완벽히 부숴버렸다.]
역시 가장 극찬을 받은 건 유진의 목소리 연기.
[Y가 박유진이었음??]
<날개> 당시의 유진 목소리와 속 Y를 연기한 유진의 목소리.
이 두 개를 비교해 놓은 영상들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
[엑스쏭 꿀잼이다 추천 노잼이다 비추 ㄱㄱ]
해당 글의 댓글엔.
[추천 ㄱㄱ
솔직히 영알못들이 나대는 거 눈꼴시려 ㅋㅋ 이런 갓작을 몰라봄?
어림도 없지 바로 비추폭탄 ㅋㅋ
애들만 잔뜩 나오는 애니가 뭐가 재밌다고 ㅉㅉ
영화보다가 내 이야기 들으면 눈물 쏟아야지 ㅋㅋ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티켓값함
ㄹㅇ OST 빨리 나와야함
엑스쏭이 머임??
ㄴ 그 박유진이 성우로 나온 X의 노래 부르는 별명임]
이런 논쟁이 벌어질 정도.
는 민트초코, 하와이안 피자처럼 호불호의 대명사가 되었다.
평이 갈리면 갈릴수록.
이는 곧 를 더욱 논쟁적으로 만들어주었고.
자연스레 관객 유입으로 이어졌다.
[<날개> 때와는 다른 조용한 돌풍······, 관객이탈 없이 순항 중!]
그렇게.
는 날개와는 다른 속도로 흥행에 돌입했다.
*
얼마 뒤.
“일본에 간다고?”
유신애가 물었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이랑 미팅도 있고, 재오 형도 응원하러 가야하거든. 나 없어도 넥스트의 컨텐츠는 계속 찍을 수 있지? 이번엔 신애 네가 군기반장을 좀 맡아줘.”
오랜만에 유진과 단둘이라 설레며 나왔건만!
유신애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내, 내가? 너 없으면 선미랑 기열이 또 싸우기만 할 텐데.”
“그래? 선미랑 기열이 사이 좋은 것 같던데.”
“그게 사이 좋은 거라고······?”
“원래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이잖아. 그러면서 정 드는 거지, 뭐.”
“유진이 너, 가끔 정말 할아버지처럼 말하더라. 아. 근데 유진아. 백룡이는 어떻게 하려고?”
“같이 데려가려고. 일본에.”
“정말?”
“사실 나도 집에 두고 가려 했거든. 아버지도 같이 일본에 가니까, 회사 사람한테 부탁해서 케어해달라고. 그런데 말이지.”
유진과 떨어진 뒤, 백룡이가 엄청 서럽게 울어대더란 것이다.
결국 유진이 다시 돌아오고 나서야 백룡이는 울음을 멈췄고.
유진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애교를 부려댔다.
“내가 스케줄 소화하거나, 하루 정도 자리를 비우는 건 괜찮은데. 그 이상은 백룡이가 외로운 모양이야.”
“백룡이는 진짜 널 좋아하나 봐.”
“그렇겠지? 무슨 문제라도 있나 싶어서 고양이 전문가라는 사람도 찾아갔거든.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자기 영역을 벗어나면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백룡이의 경우 영역을 벗어나는 것보다 나랑 떨어지는 걸 더 싫어하는 거 같대.”
“······걔 정말 고양이 맞을까?”
유신애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응? 어딜 봐도 고양이잖아.”
유진이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진이 넌, 가끔 세상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도······또 어떨 땐 엄청 순수해 보이더라.”
“칭찬 고마워!”
“치, 칭찬? 음, 그래. 칭찬인가?”
아무튼.
“다행히 기내에 반려동물을 반입할 수 있더라고. ”
예방접종, 서류 접수 등 번거로운 절차가 있긴 했으나.
제게서 떨어질 줄 모르는 백룡이를 보니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백룡이는 이동장 안에서 적응훈련도 매우 잘 해냈고 말이다.
“책에서 읽었는데, 분리불안. 뭐 그런 거 아닐까?”
“오. 신애 너 똑똑하다. 걱정 마. 그래도 요즘은 비교적 나아진 거야. 요즘은 가끔 날 피하기도 한다니까?”
“피한다고?”
“응. 가끔 내가 백룡이를 상대로 대본 연습을 하거든. 근데 이제 내가 대본만 들어도 슬금슬금 도망가.”
“······대체 백룡이한테 뭘 한 거니. 그래서, 이번에 일본엔 며칠이나 있다가 와?”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 방학 기간이니까. 어차피 이번엔 갔다가 금방 올 거야.”
금방 다녀온 다는 건, 물론 이번 출국에 한정한 말이다.
이번에 출국하는 건 아이자와와의 미팅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미래를 향한 포석이기도 했다.
“과연 내가 일본 활동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해 알고 싶어.”
일본 쪽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해외로 넘어가서 고꾸라지는 연예인도 숱하게 봤다.
그만큼 해외진출은 만만하게 볼 문제가 아닌 것.
“너 진짜 대단하다.”
대뜸 유신애가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음? 뭐가?”
“12살인데, 백룡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이제 해외까지 나가잖아. 그에 비하면 나는.”
조금 어깨가 처지는 유신애.
그런 유신애를 보며 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대단하기는. 초등학생이 로맨스 소설 출판까지 했으면서. 게다가 나중에 해외 15개국 이상에 책 수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되는 녀석이 말이야.’
그리고 유진은 유신애가 샤샤토끼로서 써낼 작품들에 적잖은 욕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고.
누가 누굴 부러워한단 말인가.
“으, 응? 왜 그래?”
유진이 말없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유신애가 당황하며 물었다.
“아냐, 아무것도.”
유진은 고개를 젓더니, 이윽고 유신애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무튼, 나 다녀올게!”
*
김포에서 출발해, 일본 하네다에 도착하는 항공노선.
그 비즈니스석에 몸을 싣고 있는 남자.
바로 재오였다.
그는 비행기 탑승 이후 내내 멍한 얼굴이었다.
“웬일이냐? 너라면 비행기에서도 대본을 읽고 있을 줄 알았는데.”
옆자리의 조실장이 말했다.
그제야 재오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잠깐 머리를 식히는 중이야.”
“뭐? 네가 머리를 식힌다니. 내가 빅터 맡으면서 처음 듣는 얘기다. 넌 고장 안 나는 기계처럼 계속 뭘 하는 놈이잖아.”
그 말대로였다.
재오는 지독한 노력파.
허튼 시간을 보내지 않고 항상 연습만 한다.
그런 그가 대본을 놓고 멍하니 있다니.
분명 평범한 모습은 아니었다.
“나도 그게 좋은 건 줄 알았는데 말이야.”
좌석에 몸을 묻는 재오.
그는 곧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형.”
“왜?”
“난 천재가 아니더라.”
“뭐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재오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실 한때는 연기에 재능이 넘친다 생각했던 적도 있다.
진짜 천재, 박유진을 만난 순간 무참히 깨졌지만.
“그 현실을 깨달은 게 바로 공익광고 촬영이었지. 그전까지 나한테 연기 안 시킨 거, 내 발연기 때문이었지?”
“끄응.”
조실장은 침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서투르게 위로를 시작했다.
“얌마, 넌 노력의 천재잖아. 노력 하나로 최고의 아이돌이 되었고, 지금까지 연기도 꾸준히 배운 거고.”
“그래, 그랬지.”
그것이 재오의 생존방식.
그저 잘해낼 때까지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곳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것.
마치 양옆 시야를 차단당한 경주마처럼.
골인지점까지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다.
“그런데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게 있더라고.”
그러나 이제 트랙이 달라졌다.
커브 구간이 나오면 그대로 들이 박아버릴지도 모른다.
전력질주만 하면 1등을 하던 세계와는 달리.
연기라는 영역은 재오에게 좀 더 유연한 사고를 요구했다.
“야, 갑자기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조실장의 걱정 어린 목소리.
재오는 대답하는 대신 유진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형. 아무리 연습해봤자 현지 일본인처럼 연기하는 건 불가능해요.’
유진의 팩트폭행.
재오의 목표는 그들처럼 완벽히 현지인을 재현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살아온 문화, 언어가 다른데 불과 1년 남짓한 시간으로 어떻게 완벽히 해내겠나.
‘넌 가능하지 않아?’
‘음. 흉내는 낼 수 있겠죠?’
유진은 부정하지 않았다.
불과 몇 번의 관찰을 토대로 유이치의 음색이며 발성, 호흡까지 모조리 카피해내는 괴물 아닌가.
‘넌 진짜······천재구나.’
재오는 새삼 자신과 유진의 재능 차이를 실감했다.
적어도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유진의 재능이 월등함이 분명했으니.
‘그럼 어떻게 해? 포기하라는 말이야?’
‘아뇨. 방향을 바꿔야죠.’
‘방향?’
‘네. 오디션이라는 건, 그리고 연기라는 건 정답이 없거든요.’
유진은 재오에게 그리 속삭였다.
그 말은 줄곧 재오의 귓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MP3에서 반복재생 기능을 켜놓은 것처럼.
‘형. 오디션이라는 건 시험이 아니에요. 답지에 정답을 써서 내는 게 아니라, 자신이 표현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그 인물을 보여주는 자리죠.’
사실 막 들었을 땐, 그 말이 재오에겐 썩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을 곱씹을수록 재오는 미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흐음.”
상념에서 깬 재오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높은 곳에서 올려다보는 광경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시야가 탁 트이는 기분.
그러자.
재오의 머릿속에 섬광과 같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야, 갑자기 뭐해?”
조실장이 뭐라고 하든 말든.
재오는 황급히 대본과 볼펜을 꺼내들었다.
다 닳을 정도로 많이 본 대본.
재오는 그 대본 위에 글자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주인공 캐릭터를 재일교포로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
*
얼마 뒤.
“감사합니다!”
착륙한 비행기에서 내리며.
승무원들에게 인사하는 유진.
“와.”
짐을 찾은 뒤, 신기하다는 듯 공항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인물.
그건 유진이 아니라 박태종이었다.
이번 일본행에 가장 들뜬 건 유진이 아니라 박태종 쪽이었다.
그는 제주도조차 가본 적이 없어, 비행기를 처음 타봤으니까.
“그래도 아빠, 다시 봤어요. 비행기 상식이 풍부하던데요?”
키득대며 말하는 유진.
그래도 회귀 전, 해외 로케 경험이 있는 유진은 아버지에게 여러 농담을 건넸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는 슬리퍼로 갈아신어야 한다.
기내에 휴대폰을 들고 탑승할 수 없다 등등.
“그래도 아빠가 마흔이 넘는데, 설마 그런 거짓말에 속겠니?”
담담하게 대답하는 박태종.
사실 진짜인지 아닌지 헷갈려서, 출국 전날부터 무던히 인터넷 검색을 했던 건 비밀이었다.
“아, 전화. 전화해야지!”
한편, 유진의 매니저로서 이번 일본행에도 동행한 차동석.
그는 비행기 모드가 해지되자마자 곧장 제 아내, 장미소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기야. 어. 나 이제 도착했어. 몸은 어때? 괜찮아? 우리 아가는? 크흡, 자기만 두고 먼 타지로 나온다니까 가슴이 너무 아파······아, 알았어. 알았어. 제대로 긴장하고 일할 테니까. 응. 그래서 뭐 사갈까?”
그를 보며 유진이 중얼거렸다.
“진짜 사장님의 가족 사랑은 대단하네요.”
“중요한 시기니까. 이럴 때 아내 옆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건 정말 마음 아픈 일이거든.”
장미소는 출산 이후 몸상태를 위해 계속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차동석의 말에 따르면, 그런 와중에도 일 걱정 뿐이라고.
그래서 자신을 대신해 차동석이라도 열심히 일하길 바라는 모양이었다.
때문에 이번 일본행에도 차동석을 동행시킨 것.
“사장님 비행기 안에서 계속 휴대폰을 하시더라고요. 인터넷도 안 되는데 뭘하나 했더니, 실장님이랑 아가 사진을 계속 보고 있는 거 있죠?”
사진이 몇 장 되지도 않는데, 참으로 어마어마한 집중력이었다.
“가족사진이 만병통치약이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고, 배부르고, 따뜻해지는······크흡.”
그걸 보며 박태종도 유진이 태어나던 시기가 떠올라, 눈물을 흘릴 뻔했다.
“아빠. 해외에서 울면 무시무시한 벌을 줄 거예요.”
“무, 무시무시한 벌? 그게 뭔데?”
“그걸 벌써 알면 무시무시한 벌이 아니죠.”
유진의 협박 아닌 협박에 꾹 참아야만 했지만 말이다.
“아, 내 정신 좀 봐. 아버님. 잠시 후 너무 놀라지 마세요.”
전화를 마친 뒤.
차동석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 하네다 공항에 유진이의 팬들이 모여있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공식행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팬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그럼, 유진이의 해외팬들이란 말씀이십니까?”
“네. 미리 공항 측과 협의해 경호인력을 배치해둔 상황입니다.”
경호원까지 붙는다니!
그래도 박태종은 큰 기대를 갖지 않으려 했다.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 중인 제 아들이지만.
해외에서도 그러리란 법은 없으니까.
“유진아. 여긴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야. 알아보는 사람이 적다고 해서 실망할 것도 없고, 언제 어느 상황에서라도 겸손해야 해. 알았지?”
너무 잘 나갈 때일수록 겸손을 가르쳐야 한다.
박태종은 내심 그런 아들이 거만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물론 유진은 스스로 뭐든 척척 해낸다지만.
제 아들은 이제 12살이 되었으니까.
“그럼요. 제가 누구 아들인데요.”
그런 걱정 말라는 듯.
유진은 가슴을 펴며 당당히 말했다.
“저한테 자만은 이런 뜻이에요. 자신감 만땅!”
그렇게 도착 게이트로 나섰을 때.
“꺄아아아악!”
기대를 뛰어넘은 엄청난 열기가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