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입김> 리딩 현장은 적막에 휩싸였다.
느닷없이 자기소개라니.
새삼 어른들끼리 자기소개를 한다는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낯부끄러운 모양.
‘여기가 무슨 초등학교인 줄 아는 건가?’
다들 그런 얼굴이었다.
배우들은 헛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는 듯한 모습.
그리고 당황한 건 재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눈치가 보이는 상황인데.’
미카미 역에 합격했을 때만 해도 좋았으나, 뒤늦게 부담감이 밀려들었다.
물론 유진과 함께 찍은 공익광고, ‘첫사랑’ 뮤비 등.
연기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정식으로 한 작품에 들어가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주인공이라는 무게감은 차원이 달라.’
빅터의 리더를 하며 이런 책임감과 중압감엔 익숙해진 줄 알았건만.
한 작품의 주인공을 한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감독님. 괜찮을까요?”
재오가 무슨 생각을 하든 말든.
박유진은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물론이죠. 하긴, 제 생각이 짧았어요. 제대로 배우들끼리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좋은 아이디어 같네요.”
유진의 물음에 아이자와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리딩 시작 전 배우들끼리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인사 정도.
한데 섞이지 못하고 서로 겉돌았다.
“그럼 재오 형부터 해볼까요?”
“나, 나부터 하라고?”
“그럼요. 형은 리더고 주인공이니까요!”
떠넘기는 듯, 혹은 격려하는 듯.
유진이 재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 그럼.”
그 말에 재오는 쭈뼛대며 일어섰다.
그에게 향하는 배우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아이돌, 첫 연기 도전, 외국인, 주인공.
그 모든 키워드가 반감을 주기 쉬웠으니.
‘이런 상황에서 내가 무슨 자기소개를······잠깐만. 이런 적이 처음도 아니잖아?’
제법 오래 전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일은 있었다.
배우 지망생이었다가 갑작스레 아이돌 연습생으로 신분이 바뀌었던 시절.
노래도 춤도 되지 않아 엉망진창이었을 때.
다른 연습생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그리 곱지 않았다.
‘하긴. 내가 언제 고운 시선 받으며 살아왔었나?’
데뷔 전에는 왜 저런 애가 데뷔하냐고 회사 내에서 욕먹고.
데뷔 초에는 어떻게 저런 애가 가수랍시고 활동하냐고 욕먹고.
재오는 단 한 번도 편안하게 마음을 먹었던 적이 없다.
그렇기에 더욱 악바리처럼 노력하고 연습했던 것.
‘다행히 그때는 빅터 멤버들이 큰 힘이 되어주었지.’
물론 좀 제정신들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팀으로서, 빅터 멤버들은 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믿고 지지해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재오가 고개를 돌리자, 유진이 빙긋 웃어주었다.
그 미소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고 있는 작은 스승님이 있었으니.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처음으로 정극연기에 도전하게 된 재오입니다.”
재오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저, 사실 많이 부족합니다.”
배우들의 우려와 불만을 온몸으로 받아내듯.
재오는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이제야 처음으로 걸음마를 뗀 초보 배우입니다. 그러나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주인공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감독님뿐 아니라 여러분에게도 많이 배우겠습니다.”
말을 마친 재오는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형식적이지 않고, 진실하고도 절박한 자기소개.
그에 재오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배우들도 마음이 동했다.
‘설마 저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줄이야.’
‘빅터면 한국은 물론, 여기서도 엄청 잘 나가는 아이돌인데도 엄청 겸손하네.’
짝짝.
유진이 박수를 보냈고.
그에 눈치를 보던 다른 배우들도 소심하게 박수를 보냈다.
“그럼 이번엔 제가 해보겠습니다!”
그 직후 벌떡 일어나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유진.
유진은 곧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실력이 좋은 배우님들과 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일본에서 작품을 찍는 건 처음이라 많이 떨리고 긴장돼요. 후, 하! 잘 부탁드려요. 우리 모두 힘내요! 화이팅!”
주먹을 꼭 쥐며 밝게 웃는 유진.
으스대지 않고 겸손한 자세, 어린아이다운 적절한 애교를 보여주었다.
‘둘 다 일본어를 무척 잘하잖아?’
‘특히 저 유진이라는 애. 외국인 특유의 발음도 없고. 거의 현지인 수준이야.’
솔직하게 부족함을 드러내고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재오.
어린아이다운 귀여움과 넘치는 친화력으로 확 다가오는 유진.
두 사람의 모습에 외국인에 대한 배타심은 점점 사라지고.
그들에 대한 호감과 궁금증이 더욱 커져갔다.
“그럼. 이번엔 제 차례인가요?”
처음엔 낯간지러워했던 자기소개 시간이었으나.
이젠 자진해서 나서는 배우가 있을 정도.
“히구치 고보입니다. 평생 영화배우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히구치는 머리를 삭발한, 제법 두툼한 몸집을 가진 남자였다.
그런데 그를 본 유진이 갑자기 오,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어? 히구치 배우님? 영화 <춤추는 검찰>에 나오시지 않으셨어요?”
그러자 히구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걸 안다고? 나 거기서 완전 단역이었는데.”
“그럼요! 거기서 사토시 형사의 친구인 토오루로 나오셨잖아요. 되게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셔서 기억하고 있었죠.”
그러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히구치의 두 눈이 벌개지기 시작했으니.
“어어? 히구치 배우님. 왜 그러세요?”
“아, 아니. 아냐. 너무 고마워서 그래.”
현재 한류열풍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라앺.
그곳의 주역 중 한 명인 박유진이 제 출연작을 기억하고 있다니 기쁠 법도 하다.
아니. 그런 수식어를 제하더라도.
‘스스로를 무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국의 어린아이가 그걸 보고 자신을 기억해주고 있다니.’
그건 무척이나 가슴 벅찬 일이었다.
마치 제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위로해주는 것 같았으니.
유진은 히구치 외에도 다른 배우들의 출연작을 모두 꿰고 있었다.
그것도 연기 디테일을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로.
이는 무명 배우들 입장에선 적잖이 감동적인 일이었다.
‘가끔 보면 정말 놀라워.’
이는 유진을 오랫동안 봐온 재오도 놀랄 정도였다.
‘유진이는 데뷔하자마자 성공 가도를 달려 온 아이야. 그런데 현장에서 사람들을 대할 때면, 마치 아주 오래 무명을 겪어본 사람 같아. 누구보다 겸손하고, 또 스태프와 단역 배우들에게도 세심하게 배려하고.’
성공만을 겪은 어린아이는 자연스레 오만해지거나 제멋대로가 되기 마련인데.
유진은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허리를 숙여야할 때와 고개를 들어야할 때를 정확히 구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애란 말이야, 진짜.’
아무튼.
유진 덕분에 유치하고 낯간지러울 것이라 생각했던 자기소개 시간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는 시간이 되었다.
“박유진 배우는 어쩜 그리 모르는 작품이 없어요?”
“저희 아버지가 그러는데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TV를 달고 살았대요. 밥 먹을 때도 입벌리고 TV만 봤대요.”
“어머, 귀여워라! 우리 아들도 입에 밥을 물고 멍하니 TV를 보던데. 매번 혼만 냈는데, 사실 우리 아들도 박유진 배우처럼 훌륭한 배우가 되려나요?”
“우와. 정말요? 혹시 배우 하고 싶다면 꼭 밀어주세요! 칭찬 많이 해주면 아마 엄청 기뻐할 거예요.”
그렇게 그들은 국적을 넘어.
배우라는 직업 아래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
얼마 뒤.
한국에서는.
“하아.”
유신애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곧 유신애가 힘겨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기열아. 선미야. 이제 싸우지 마.”
그러거나 말거나.
유신애 눈앞의 두 사람은 목소리를 높이며 서로에게 삿대질 중이었지만.
“야, 유신애! 무슨 연기를 그따구로 해! 제대로 집중을 하라고, 집중을!”
“그따구? 지금 그따구라고 했어?”
“그따구가 뭐 어때서?”
“말이 너무 심하잖아!”
“그래. 내 말이 너무 심했지? 다시 할게. 유신애 마마님. 연기를 그따구로 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야, 정기열. 너 진짜!”
“뭐? 말이 심하대서 완전 극존칭 써줬는데. 그러니까 연기 좀 제대로 하라고!”
“네가 제대로 받쳐줘야할 거 아니야. 너 보면 완전 토쏠리거든? 에휴. 유진이랑 연기할 때는 두근거리고 좋았는데!”
“뭐? 너 유진이 좋아하냐? 신애야! 김선미 얘 유진이 좋아한대!”
“뭐래, 진짜. 죽을래?”
티키타카를 하듯 끝없이 서로를 공격하고 물어뜯는 두 사람.
“너, 너희 이제 5학년이야. 고학년이라고. 왜들 그리 유치하게 싸워.”
유신애가 손을 휘휘 저으며 어떻게든 말려보려 했으나.
별 효과는 없었다.
“하아.”
한숨을 푹 내쉬는 유신애.
이렇게 직접적으로 나서는 건 소심한 유신애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었으나.
유진이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했던 말이 유신애를 움직이게 했다.
‘유진이가 나한테 부탁했는데. 저 둘을 잘 컨트롤 해달라고.’
그러나 유진이라는 억제기가 없어졌기 때문일까.
정기열과 김선미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었다.
“쟤네는 목도 안 아프나. 연기자라 목관리나 발성이 좋은 걸까?”
넥스트의 컨텐츠가 알게 모르게 인기를 얻고 있었고.
이런 기세를 이어가려면 서둘러 컨텐츠를 찍어야만 하는데.
둘은 매번 으르렁대기만 하니, 유신애가 어찌 하겠나?
“나 너 싫어!”
“누군 너 좋아하는 줄 아냐? 나도 너 싫어!”
흥, 하고 서로에게서 등을 돌리는 두 사람.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서 김선미가 흘끔흘끔 정기열 쪽을 흘겨보았다.
“아, 맞다. 야. 그, 축하한다.”
“갑자기 뭔 소리야?”
“네가 더빙한 그 애니메이션 말이야.”
가 애니메이션으론 흔치 않게 150만 관객을 돌파한 상황.
“이번 주말에 엄마랑 보고 왔거든. 뭐, 다들 유진이 칭찬만 하긴 하지만. 네 칭찬도 지우개똥만큼 정도는 있던데?”
“아, 음. 뭐, 그래. 고맙다. 근데 너도 잘 나가잖아?”
“내가 뭐?”
“이번에 온플러스에서 찍는 드라마. 거기 또 나오고 있잖아? 우리 엄마가 너 연기 잘한다고 하던데.”
“기, 김주현 배우님이? 진짜야? 뭐라고? 뭐라고 칭찬하셨는데.”
“아이. 그냥 별 거 없었어. 쟤 잘하네, 그 한 마디 정도.”
“그래도 뭐, 음. 고맙다. 물론 너희 어머니한테 하는 말이야.”
“그래. 잘 전해줄게.”
저게 저 두 사람의 특이한 점이다.
서로 죽일 듯이 물어뜯고 싸우다가도.
별 거 아닌 일로 화해하고,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니.
둘을 어떻게든 말려보려던 유신애에게 현타가 오는 건 당연한 일.
“······유진이 보고 싶어.”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는 유신애.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냐, 이럴 때가 아니지.”
낙서에 가까웠던 제 소설을 칭찬해준 것도.
매번 혼자 있던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준 것도.
이렇게 새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게 해준 것도.
모두 유진 아닌가.
“나도 내 몫을 해야해.”
그렇게 다짐하고 있을 때.
“야, 신애야. 다음 컨텐츠 대본 나왔어?”
정기열과 김선미가 유신애 쪽으로 걸어왔다.
“응? 으응. 이제 나눠줄게.”
그렇게 넥스트는 다음 컨텐츠 준비에 돌입했다.
그런데 그때.
“어어?”
“야, 김선미! 대본 안 보고 왜 또 휴대폰질이야?”
“휴대폰질? 너 말 다했냐?”
“대체 뭘 보고 있는 건데?”
“유진이 관련 소식이야.”
“유진이? 뭐 걔 기사가 한두 개냐? 뉴스 연예란에서 매번 보이는 게 박유진이란 이름인데.”
“아니, 멍청아! 지금 스윗터에서 나온 얘기거든?”
“스윗터? 뭔데? 야, 신애야! 너도 이리 와.”
유신애에게 손짓하는 정기열.
세 사람은 펭귄처럼 모여 김선미의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세 사람이 동시에 입을 벌렸다.
“엥? 유진이가 왜 여기 있어?”
*
그 시각.
대한민국 영화의 중심, 충무로.
그곳에 위치한 조선극장에선 한국대학교 영화과 졸업작품 상영회가 진행 중이었다.
졸업생의 지인,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꽃다발을 들고 서성이는 터라.
조선극장에는 오랜만에 꽃냄새가 가득 풍겼다.
“졸업 축하한다.”
두 사람의 지도교수.
이승조 교수가 꽃다발을 건넸다.
프리지아 냄새가 물씬 풍겼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새아와 김도희는 이승조 교수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후련함과 아쉬움이 반반 섞여있었다.
“너희 언제 졸업하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졸업상영회도 하는 날이 오다니. 매년 맞이하는 졸업작품 상영회지만, 올해는 뭔가 느낌이 색다르네.”
졸업작품 하나 제대로 만들려고, 졸업까지 유예한 두 사람이 아닌가.
그를 모두 지켜본 이승조 교수로선 여러모로 감회가 새로운 모양.
“하하. 그러네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하기는. 내가 뭘 했다고. 얼른 상영회에서 너희 영화 보고 싶다.”
“교수님께선 저희 영화 이미 보셨잖아요?”
지도교수의 특권이랄까.
이미 두 사람의 작품을 미리 본 이승조.
“내가 보고 싶은 건 사람들의 리액션이야. 아마 다들 벙찌겠지.”
그리고 그 당시 이승조 교수가 내놓은 리액션.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브라보’였다.
“진짜 칸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다.”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영화가 잘 나온 거 같아서요. 기대하면 안 되는데, 자꾸 기분이 이상하네요. 그치?”
“새아는 계속 저리 말하는데. 전 아직도 모르겠어요. 분명 저희 생각보다 잘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칸에서까지 잘 봐줄지는 모르겠어요.”
“자신감을 가져. 진짜 끝내주는 걸 뽑았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너희 대학원 올 생각은 없어? 좀 더 공부하면 정말 훌륭한 인재가 될 거 같은데.”
그 말에 표정이 단숨에 어두워지는 이새아와 김도희.
이런 기쁜 날에 무슨 그런 말을 하느냐는 얼굴.
교수 앞임에도 표정 관리를 못할 정도였다.
“아하하.”
그러자 이승조 교수가 애써 웃으며 무마했다.
“하긴, 이 정도 작품을 만들어낼 정도면 얼른 영화판으로 나가야지. 그게 충무로를 위한 길일 테니까. 하하.”
그렇게 농담 같지도 않은 농담을 흘려보낸 뒤.
이승조 교수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축하를 건네러 황급히 사라졌다.
“대학원을 오라니. 농담도 심하시네.”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너희 가족은? 언제 오신대?”
“지금 오는 중이래. 너는?”
“차가 막히는 모양이야. 그래도 상영 시작 전에는 도착할 거 같다는데.”
그리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두 사람.
졸업작품 상영회는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많았다.
부모님들은 물론이요 할아버지나 할머니.
다만 상영등급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흔치는 않았다.
“어?”
그런데.
어쩐지 눈에 띄는 꼬맹이가 한 명 있었다.
꼬맹이답지 않게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데.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존잘의 아우라.
그런데 그 존잘 꼬마.
이새아와 김도희가 멀리서 봐도 눈에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느낌.
“어? 여기 계셨네요?”
그때.
그 아이가 선글라스를 스윽 내리며 두 사람 쪽으로 걸어왔다.
“오랜만에 뵙네요! 잘 지내셨어요?”
박유진.
그가 일본에서 귀국해, 졸업작품 상영회에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