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한국대학교 영화과 졸업작품 상영회.
본래라면 일반인들의 예매도 받을 생각이었으나.
안전과 혼잡을 막기 위해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
이번 상영작 중 유독 관심을 많이 받는 작품이 있었으니까.
만일 그들의 예매를 받았다간 인력 부족에 시달릴지도 모를 노릇.
해당 배우의 팬덤은 막강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팬덤이라 평가받고 있을 정도다.
“시작한다.”
그렇게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상영회.
모두 30분 내외의 짧은 영화들이지만.
대학생들의 작품답게 독특하고 다양한 작품이 많았다.
첫 번째 작품은 <황혼>.
80세가 넘어가는 세월 동안 부부로 살아온 두 사람.
두 사람은 서로의 삶을 찾기 위해 황혼 이혼을 하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늙었다는 이유로 하지 못했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이야. 대학생들이 이런 작품도 만들 줄 알아?”
그 외에도 환경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도 있었고.
영상학과와 콜라보레이션을 해서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섞인 독특한 작품도 있었다.
그저 지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이라서 상영회에 참석한 관객들도.
어느덧 흠뻑 빠져 상영회를 지켜보았다.
“와. 시간 순삭당하네.”
“그러게. 영화가 다 재밌는데?”
그렇게 훌쩍 지나버린 시간.
마지막 작품의 상영만이 남았다.
“이거 맞지? 박유진이 나온다는 거.”
“응. 와, 이걸 다 보게 되네.”
술렁이는 객석.
이번 상영회의 마지막 작품이 바로 <스마트 좀비>다.
바로 그 박유진이 참여하는 작품 말이다.
박유진이 <스마트 좀비>에 출연한다는 것은 다큐멘터리인 <나는 아역배우입니다>에서 밝혀진 사실.
때문에 관람객들은 언제 박유진이 등장할지.
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헐?”
그런데.
사람들은 박유진이 등장하기도 전에 탄성을 내질렀다.
[요즘 휴대폰은 다 뭐이리 비싸?]
휴대폰 대리점을 나오는 한 남자의 얼굴이 범상치 않았으니.
“저거 한권주 아니야?”
영화 시작 이후, 처음으로 등장한 남자.
그는 바로 한권주였다.
뿐만 아니라.
[그러게 굳이 왜 스마트폰으로 바꿔? 통화랑 문자만 할 수 있으면 되지.]
그 옆에서 대사를 치는 여자는.
“저 옆은 나은주인데?”
“미친. 한권주랑 나은주라고? 왜?”
“영화 잘못 튼 거 아니야?”
객석에 작은 소리로 퍼져가는 웅성거림.
그도 그럴게, 백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따낸 배우들 아닌가.
그런 톱배우들이 어째서 대학생 졸업작품에 나오고 있는 것인가?
[나도 스마트폰 사줘! 다른 애들은 다 갖고 있단 말이야!]
곧 귀엽게 칭얼대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유진의 등장에 관객들은 대강 눈치챌 수 있었다.
저들에겐 바로 죽음조라는 연결고리가 있었으니.
작년 한해 한국 영화를 접수한 <데드맨>.
그 주역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우리 아들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여보, 하나 사줄까?]
[안 돼. 초등학교 6학년 되면 사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죽음조로 많이 엮이며, 세 사람의 사적 친분 때문에 몰입이 안 될 법도 한데.
영화 속 그들은 영락없이 평범한 가족이었다.
“와. 얼굴들 미쳤다.”
“진짜 눈호강 제대로 하네.”
아니.
평범하진 않고, 얼굴이 좀 잘난 가족들.
[뭐. 뭐야 이거. 다들 일어나! 창밖 좀 봐!]
[이게 무슨······.]
그러나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도 잠시.
스마트폰으로 인해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게 되고.
가족들은 백신을 찾아 위험한 여정을 감행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마주친 좀비가.
“헐. 저 좀비 고석태 아니야?”
“미친. 좀비 역에 고석태를 쓴다고?”
바로 고석태였다.
마치 누더기를 입은 것처럼 조잡한 분장이었으나.
기묘한 카메라 워크와 고석태의 연기력이 그를 커버했다.
스마트폰을 쓰다가 목이며 허리가 굽은 사람의 특징을 정확히 살려내면서도.
동시에 좀비의 비인간적 느낌까지 잘 살려낸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으니.
누가 봐도 좀비들의 대장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설마 죽음조가 다 나올 줄이야······.”
극은 어느새 비극적 분위기가 고조되어갔다.
[이번엔 내가 쓸게.]
[아냐. 자기 이미 많이 썼잖아. 이러다가 자기도 좀비로 변한다고!]
[그럴 때가 오면, 애 데리고 멀리 도망쳐. 난 괜찮으니까.]
[어떻게 그런 말을······!]
도망치기 위해선 스마트폰을 통해 좀비들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간다.
스마트폰 속 정보에만 의존해 살아가는 현실을 풍자하는 것.
그 아이러니 속, 부모는 필사적으로 아들을 지키려 한다.
두 사람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감정씬.
그런 상황에서 아역의 역할은 제한되기 마련이다.
[아. 얼른 친구들이랑 다시 만나서 축구하고 싶다.]
그런데.
그런 심각한 상황에서 아이가 불쑥 태평한 소리를 내놓았다.
[우리 아들.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긴장하고······.]
[엄마랑 아빠가 휴대폰 안 사줬을 때. 그때도 친구들 잘만 만나고 다녔는데. 왜 지금은 휴대폰 없으면 아무도 못 만날까?]
불쑥 튀어나오는 짙은 존재감.
심각한 분위기를 환기해주고, 아이다운 순수함을 내뿜는 것.
동시에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달했다.
[그래. 이게 뭐라고.]
그리고 한권주가 그를 받아 극의 텐션을 끌고 나갔다.
한권주가 제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미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여보. 이거, 이제 버리자.]
그들은 스마트폰 버리고, 기억과 감에 의지해 백신을 찾으러 간다.
그러나 백신은 좀비들에게 점령당해 부서진 상황.
[아예 통신망을 끊어버려야 해. 이젠 이것밖에 방법이 없어.]
보통 블록버스터 영화였다면.
마지막엔 다수의 좀비와 그 속에서 인간들의 처절한 발버둥을 보여주고.
클라이맥스답게 폭발 등 엄청난 효과가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 좀비>는 대학생 영화다.
그렇게 커다란 스케일을 구현해내기란 어려운 법.
그래서 이새아와 김도희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청각적 연출이다.
[아들. 여기서 꼼짝 말고 있어야 해. 알았지?]
[무슨 소리가 들려도 절대 밖으로 나와선 안 돼.]
[엄마아빠가 곧 찾으러 올 테니까. 알았지?]
아이를 안전한 건물에 두고 떠나는 부모.
영화는 홀로 남은 아이의 시선에 카메라를 맞춘다.
화면은 새카만 암전으로 해놓고.
사건의 진행을 모두 소리로만 표현해낸 것.
시각적으로 구현해내기엔 인력도, 자본도 부족하여 내놓은 궁여지책.
그러나 관객들로 하여금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퍼엉-! 콰앙-!
[으아아아!]
[여보! 일어나, 어서! 붙잡히면 안돼!]
폭발 소리.
좀비들의 울음 소리.
부모의 비명.
그게 한데 뒤섞였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부모들은 괜찮은 걸까?’
‘방금 폭발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그게 관객들로 하여금 오히려 상상의 여지를 부여하여 몰입도를 높인 것.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관객들이 침을 꿀꺽 삼키고 있을 때.
[······.]
곧 모든 소리가 잦아들었고.
아이는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자 펼쳐진 것은 전등조차 모두 꺼진 컴컴한 세상.
좀비도.
사람의 목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엄마. 아빠?]
제대로 보이지 않는 화면 속.
유진의 목소리만이 극을 이끌어갔다.
[엄마. 아빠? 무사한 거 맞지? 응?]
덜덜 떨리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유진의 강점 중 하나인 훌륭한 목소리 연기가 빛을 발한 것이다.
[어?]
그런 아이의 발치에 걸린 것.
그건 바로 스마트폰이었다.
아이는 주저앉아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기 시작한다.
생존자 목록에서 엄마와 아빠의 이름이 있기를 바라며.
그러나 일대 전기와 통신이 다 먹통이 된 탓일까.
스마트폰에 보이는 건.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
그 표시 뿐.
[엄마, 아빠! 제발, 나 혼자 두지 마. 엄마, 엄마. 아빠아아······.]
눈물과 분노.
그게 한데 뒤섞인 아이는 미친 듯이 스마트폰의 자판을 눌러댔다.
마치 접신이라도 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의 리얼한 연기.
그때.
[으아아앙-]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기의 울음소리.
유진이 내는 것이 아니다.
훨씬 어린, 갓난아기의 울음 같았으니까.
[······훌쩍.]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유진.
곧 스마트폰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이내 멀리 던져버린다.
그리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터덜터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조용히 비추던 카메라.
잠시 후.
[너도 가족을 잃었니?]
그 한 마디를 끝으로.
[출연
아빠 – 한권주
엄마 – 나은주
아들 – 박유진
좀비 대장 - 고석태
···
···]
크레딧이 올라갔다.
*
상영회가 끝난 이후.
관객들은 입을 모아 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와. 뭐야?”
“벌써 끝난 거야?”
“진짜 재밌다.”
“아니 근데 무슨 대학생 작품에 죽음조가 다 나와? 대체 뭔데?”
“그러게? 박유진만 나오는 거 아니었어?”
당연하게도 <스마트 좀비>다.
“한권주, 나은주, 고석태까지 나올 줄이야. 나 진짜 눈을 의심했다니까?”
“와. 근데 세 명 연기 미쳤더라. 고석태는 좀비 연기하는데도 무슨 연기력이······진짜 소름.”
“박유진 결말부 연기 봤어? 진짜 거기서 나도 모르게 눈물 나오더라.”
“와. 근데 결말부 연출 뭐야?”
“진짜. 화면은 새카만데 소리만 들리니까 심장 쪼그라드는줄.”
“메시지도 명확하게 다가와서 좋았어.”
“맞아. 결국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는 새카만 세상에서, 그 어린애가 갓난아이와 만나는 장면도 되게 상징적인 거 같고.”
상영회에 관객으로 참여한 사람 중 한국대 영화과 후배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 모두 일제히 <스마트 좀비>에 극찬을 쏟아냈다.
참신함이 무기인 대학생들.
그리고 베테랑 톱스타 배우들.
이 두 가지가 제대로 시너지를 발휘한 것.
“이거지. 이거야.”
2회차 관람한 이승조 교수도 뿌듯함을 감추지 못할 정도.
“진짜 내 제자들이 사고 한 번 제대로 친 거야.”
길지 않은 30분 남짓한 분량의 영화였지만.
시원한 전개와 몰입도 높은 연기.
빈티지한 분장과 그를 가리려는 신선한 카메라 워크, 속도감 있는 편집 등.
다양한 요소가 한데 맛있게 어우러졌다.
마치 매우 훌륭한 퓨전 요리를 맛본 것처럼 말이다.
그 때문일까.
“야. 새아야, 도희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어?”
“선배님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든 거죠? 대박입니다, 정말!”
“죽음조 캐스팅 어떻게 한 거야?”
“예산은 어디서 난 거예요? 한 명만 캐스팅해도 장난 아닐 텐데!”
이 영화를 만들어낸 주인공.
이새아와 김도희에게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쏟아지는 질문은 덤이고.
“잠깐. 다들 이러지 말고, 응?”
“그건 유진이가 설명해줄 건데······.”
이는 두 사람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
뒷걸음질 치며 유진을 찾는 이새아와 김도희.
그러나.
“어어? 유진이 어디 갔어?”
상영회에 참석했던 유진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
이새아의 휴대폰이 몇 번 짧게 울렸다.
-박유진 : 누나들 저 먼저 가요! ^ㅁ^
-박유진 : 오늘 상영회 재밌었어요~
-박유진 : 다음에 봐용!
“얜 언제 도망가버린 거야?!”
유진은 이미 바람과 함께 사라진 지 오래였다.
*
한편.
한적한 지방의 한 고깃집.
그곳은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맛집이지만.
교통편이 좋지 않아 손님이 북적이는 편이 아니었다.
딸랑딸랑-
출입문에 딸린 종이 시끄럽게 울렸고.
웬 훤칠한 남자가 혼자 걸어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혼자 오셨나?”
주인장의 물음에 대답도 않고 멀뚱히 서 있는 남자.
그는 곧 메뉴판에 그려진 갈비를 가리키더니 말했다.
“이거. 5인분. 주세요.”
조금 어눌한 말투.
주인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5인분? 일행이 있어요? 그럼 더 넓은 자리로 안내해드릴게.”
그러나 남자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표정을 보아하니 못 알아들은 모양이다.
“이거. 5인분. 주세요.”
다소 어눌한 한국말.
주인장은 이 훤칠한 남자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케이. 저기 앉아요. 시트. 오케이?”
“땡큐. 감사합니다.”
남자는 어눌하게 감사를 표하며 자리에 앉았다.
행색을 보아하니 먹튀할 거 같아보이진 않았다.
“혼자 5인분을 시키고. 재밌는 청년이네.”
주인장은 그리 중얼거리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남자의 상 앞으로 각종 반찬이 세팅되기 시작했다.
“역시 한국은 정이 넘쳐.”
남자가 일본어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오. 반찬들이 하나 같이 맛있네. 간이 세지 않은 게 딱 내 타입이야.”
그렇게 넘쳐나는 반찬을 하나하나 맛보고 있을 때.
남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자는 젓가락을 입에 물고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어, 후루야. 지금 통화 괜찮아?”
후루야라 불린 남자는 피식 웃었다.
“아아. 형. 그럼, 괜찮지. 무슨 일이야?”
“휴가는 어때? 지금 한국이지?”
“좋아.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어. 지금도 음식점이야.”
“뭘 먹으려고?”
“갈비.”
“알아보는 사람 없어?”
“한국에선 내가 유명하지 않은가 봐. 아니면 여기가 한국의 시골이라 그런가? 손님도 대부분 노인분들 뿐이거든.”
이 훤칠한 남자는 JG 매니지먼트 소속 배우, 후루야.
최근 일본 최고의 남자배우라 불린다.
작품을 끝낸 뒤, 휴가를 받아 한국으로 식도락 여행을 온 것.
그는 기본적으로 5인분은 먹어치우는 대식가였다.
덕분에 혼밥 손님임에도 음식점에선 환영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나저나 후루야. 내가 보낸 메일 봤어?”
“나 지금 휴가 중이라는 거 잊었어? 밥맛 떨어지게 일 얘기야?”
“네가 어제까지 답을 준다고 해놓고 아무 말도 없었잖아.”
“쯧.”
혀를 찬 후루야는 곧 가방을 뒤적여 태블릿PC를 꺼냈다.
그의 화면에 보이는 건 각종 맛집의 정보들.
잠시 후.
곧 한 어플이 열리고.
대본 하나가 화면을 꽉 채웠다.
“그래, 봤어. <메모라이즈> 대본. 이게 드라마화 되는 줄은 몰랐는데?”
“맞아. 미쓰마 작가의 소설. 읽어본 적 있어?”
“아니. 근데 대본 읽어보니까 이거 버디물이던데?”
“그래, 맞아. 쉽게 말해서 로봇캡 같은 영화지. 주인공 둘이서 페어를 맺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영화.”
“내가 버디물의 정의도 모르는 거 같아? 또 회사가 나한테 이런 작품이나 권하는 이유가 궁금한 거야.”
후루야가 화를 내는 이유.
이런 식으로 회사의 ‘신인 밀어주기’에 이용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로맨스물에서는 상대역이 신인.
범죄물에서는 범인역이 신인.
최근 몇 년간, 후루야는 그런 식으로 자사 신인들과 함께 주연으로 캐스팅되는 일이 잦았다.
차라리 회사의 의도대로 신인이 빵 떠주면 보람이라도 느낄 텐데.
그들은 지지부진한 연기력, 무색무취의 매력으로 대중들을 사로잡는데 실패했다.
“요즘 그거 때문에 나까지 급이 떨어진단 소리를 듣고 있다고.”
때문에 후루야도 이 점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
“심지어 이번엔 아역?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젠 애까지 띄우라는 거야? 회사는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라고 생각하긴. 회사 최고의 간판배우라고 생각하지.”
“간판배우한테 취급이 왜 이러는데?”
“걱정 마, 후루야. 이번엔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이번에 네 파트너가 될 배우, 너랑 급이 얼추 맞으니까.”
“얼추 급이 맞다고? 아역이? 나랑?”
“맞아.”
그 말에 후루야가 헛웃음을 지었다.
일본 톱급 배우인 자신과 급이 맞는 아역이라니?
“웃기는 소리.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에 나오는 그 염라 꼬맹이 정도는 돼?”
“바로 맞췄네. 역시 눈치가 빨라.”
“뭐?”
“맞췄다고. 맞아. 이번에 너랑 같이 호흡 맞출 배우.”
“아니, 걔 한국인이잖아?”
“뉴스 안 봤나 보네. 그 아이, 우리 회사랑 계약했어. 일본 활동 매니지먼트는 우리가 지원할 거야.”
곧 이글이글 열기를 내뿜는 숯불이 들어오고.
질 좋은 고기 5인분이 접시에 담겨 세팅되었다.
“어때. 이 정도 세팅이면?”
곧 후루야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번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