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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161화 (161/237)

161화

얼마 뒤.

“<스마트 좀비>. 내 생각보다 결과물이 훨씬 좋았어.”

상영회에서 본 내용을 떠올리며, 유진은 흐뭇하게 웃었다.

분명 칸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터.

‘칸에서 결과가 나오기까진 시간이 좀 걸리겠지.’

당분간은 한국에서 공백기를 가질 유진.

그러나 잊혀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착실히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우리 백룡이!”

“먀아?”

바로 백룡이의 넙튜브.

턱시도 고양이인 백룡이는 참 독특한 녀석이었다.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상식을 모조리 박살 내고 있으니 말이다.

[저건 강아지 수준도 아닌데 ㅋㅋㅋㅋ

새로운 종족 뭐 그런 거 아님??

한국에선 고양이가 죽은 척을 합니다!]

유진의 팬카페, ‘대박유진’에서도 백룡이는 항상 핫한 이슈였다.

오늘은 대체 어떤 귀여움과 묘기(?)를 보여줄까.

그에 대한 기대감이 매번 생기는 것.

그리고 그를 충족하듯.

유진의 넙튜브 업로드와 라이브 방송이 활발해졌다.

[dbwlstkfkd 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박대박유진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푸른눈의백룡이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백룡이츄르재단후원자 님이 2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특히 라이브 방송을 할 때면 끊임없이 후원이 터졌다.

그만큼 유진과 백룡이의 케미가 모두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주고 있는 모양.

[근데 진짜 유진이 닮아서 똑똑하긴 한 듯...

어디서 저런 똘똘한 놈을 주워왔대 ㅋㅋ

ㄴ 주워온거겠냐 백룡이가 선택해서 온거지 ㅋㅋ 유진이가 간택당한거임

고양이가 보는 눈이 있네... 유진이 같은 영앤리치를

ㄴ 넙튜브에 올라온거 보니까 처음엔 하악질 장난 아니었던데 ㄷㄷ

ㄴ 유진이가 계속 돌봐주니까 맘 연 듯 ㅠㅠ 진짜 심성 넘 예뻐...갓기천사...]

이는 곧 수치로도 환산되었는데.

[배우 박유진의 스프링 노트

동영상 – 72개, 구독자 – 1,142,887명]

백룡이라는 부스터를 단 유진의 넙튜브 채널.

덕분에 유진 채널의 구독자는 100만명을 훌쩍 넘겼다.

심지어는.

[고양이 백룡이의 레드카펫

동영상 – 6개, 구독자 – 102,012명]

결국 백룡이의 일상을 담기 위해, 독립적 넙튜브 채널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유진의 채널이 10분 내외의 일상 영상이라면.

백룡이의 채널은 1분 내외의 짧은 영상 위주라는 것이 포인트.

그만큼 백룡이의 인기가 높기에 내린 결정.

물론 백룡이가 무슨 일을 해도 다 귀엽게 봐줬지만.

유진과의 케미가 가장 독보적이었다.

백룡이가 그렇게 개냥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상대.

그건 오로지 유진 한 명뿐이었으니.

[백룡아. 아빠한테도 가봐.]

[미야아!]

[싫어?]

[······유진이 갓난아기 시절보다 다루기가 어렵구나. 우리 유진이는 갓난아기였을 때도 말을 어찌나 잘 들었는데.]

[아빠를 잘 따르는 게 우리 박씨 집안 전통인가 봐요. 야, 박백룡! 이제 나를 형이 아니라 아빠라고 불러. 알았지?]

[냐아?]

물론.

박태종과의 케미도 범상치 않았지만.

유진에겐 애교를 부리면서, 박태종에겐 쌀쌀맞고 도도한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이제 박태종에게 하악질을 하진 않지만, 그 어떤 애교도 없고 먼저 다가가지도 않는다.

그게 팬들이 보기엔 또 재밌고 귀여운 모양.

“좋아.”

아무튼.

백룡이 채널의 성장세에 유진이 흐뭇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구구, 우리 복덩이.”

“먀아?”

“근데 너 진짜 빨리 큰다.”

백룡이를 안아 드는 유진.

첫 만남때만 해도 몸집이 작았는데, 지금은 확실히 조금 커졌다.

“아기고양이들이 쑥쑥 큰다더니 진짜네.”

사료도 최고급에, 용품들도 모두 엄선을 통해 골랐다.

놀이터에서 굶어가던 모습을 생각하면, 백룡이도 냥생역전을 한 거나 다름없는 셈.

“요즘 내 별명이 고양이 확대범이야, 이 녀석아. 네가 너무 쑥쑥 커서 우리 팬들도 놀라더라? 앞으로도 쑥쑥 위아래로 확대되렴. 왕크왕귀. 왕 커지면 왕 귀여울 거야.”

백룡이 앞에서는 어쩐지 말이 많아지는 유진.

“냐아앙.”

유진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건지.

유진의 가슴팍에 머리를 치대는 백룡이.

그렇게 둘이 서로 교감하고 있을 때.

“아. 이제 시간 됐네. 백룡아. 집 잘 보고 있어. 형은 나갔다 올게.”

“먀아?”

미래를 향한 또 다른 포석.

그쪽에서 연락이 왔으니까.

*

펑! 퍼엉!

블루컬쳐 스튜디오의 사무실.

그곳에선 빵집에서 사온 폭죽이 연달아 터졌다.

“200만 관객 돌파를 자축합니다! 콩그레이츄레이션!”

입으로 뿌뿌 소리를 내며 기뻐하는 이선화.

그만큼 그녀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와아! 축하드려요, 감독님!”

지금 블루컬쳐 스튜디오에선 조촐한 파티가 열렸다.

벽에는 200이라고 쓰인 풍선이 붙어있는 등.

여러모로 들뜬 티가 역력했다.

“고마워. 아아. 다른 아역배우 애들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다들 학원에 가야 한다니 어쩔 수 없죠.”

이번 200만 돌파 파티에 참석한 건 유진과 정기열뿐이었다.

성우로 참여한 다른 아역배우들은 학원에 가야 해서 빠져야 한다고.

“그러고보니 유진이 넌 학원 안 다니니?”

“네. 전 다녀본 적 없어요.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요.”

회귀 전에도 학원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그런 곳에 다닐 돈조차 없었으니.

지금은 돈이 넘쳐나지만, 여전히 다닐 생각은 없다.

‘실전이 최고의 배움터니까. 굳이 돈 내고 갈 필요 없지.’

아무튼.

“자. 우리 아재 입맛이신 박유진 배우님을 위해 특별히 떡케이크로 주문했다는 말씀.”

“이거 주문 넣느라 힘들었어. 감독님이 디자인을 엄청 신경 써가지고 주문 반려하는 곳도 있었다니까.”

옆자리의 곽용재가 툴툴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짠, 하고 상자를 여는 이선화.

떡케이크에는 [X의 노래 200만 자축!]이라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최종성적은 2,001,302명.

국내개봉 성적은 <날개>에 못 미치지만.

일본에서의 수익이 압도적이기에 <날개>보다 더욱 잘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날개> 때도 이런 축하파티는 안 했던 거 같은데요.”

유진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러자 이선화가 대답했다.

“물론 <날개> 때도 큰 기대는 없었지만. 진짜 이번 작품은 흥행 기대 하나도 안 했거든. 정말 멋대로 만든 작품이라 더 기쁜 거 같아.”

는 정말 이선화 감독이 마음대로 만든 작품.

‘블루컬쳐 스튜디오’만의 색채를 확립하기 위해 여러 새로운 시도를 했다.

기존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문법을 철저히 무시했고.

익숙한 코드의 음악 대신, 기묘하고 불쾌한 선율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제대로 먹혀들었다.

[X의 노래 프랑스 개봉 언제인가?

기다리기 힘들다. 수입 소식은 정말 없는 거야?

이걸 정식수입하지 않는 건 멍청한 짓이야.

젠장, 예고편만 벌써 20번 봤다고!

난 지금 일본이나 한국에 가서 보고올까 고민 중이야

ㄴ 일본에 가서 한국의 애니메이션을 일본어 자막으로 본다고? 그것 참 쿨한데 lol]

지금 해외 애니메이션 팬들은 물론이요.

영화마니아들, 평론가들의 몸이 잔뜩 달아있었다.

오매불망 자신의 국가에 정식 수입되길 기다리는 중.

“이게 다 너희들 덕분이야. 고마워. 정말 멋진 연기를 보여줬어.”

“그래. 다들 잘 했다.

이선화는 물론이요.

칭찬에 인색한 곽용재까지 그리 말하자, 정기열은 뿌듯함에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화제가 된 건 유진이의 연기와 노래였어.’

정기열은 자만하거나 오만해질 수 없었다.

너무도 높은 벽이, 바로 제 옆에 떡 하니 버티고 있었으니.

‘내가 주인공인데도, 받쳐주는 역할인 유진이한테 밀린 거야. ’

개봉 이후 정기열 역시 호평을 받았지만.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유진의 Y 연기였다.

양면적인 Y라는 캐릭터를 그만큼 잘 소화해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래, 첫 숟갈에 배부를 수 없다고 엄마가 그랬어. 더 노력해야만 해.’

새삼 결의를 다지는 정기열이었다.

“근데요 감독님. 우리 엑스쏭은 원래 해외를 노리고 만든거라고 하셨죠?”

유진의 물음에 이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랬었지. 다른 건 몰라도, 해외 영화제에서 상 좀 탈 거 같았거든.”

“그럼 일본 말고 다른 나라들의 개봉일은 정하셨어요?”

“그게 말이지. 해외에선 극장 개봉 대신 플랫폼에 공개하기로 했어.”

“네?”

그 말에 유진이 흠칫 놀랐다.

본인이 알던 미래와 달라졌으니까.

‘하긴. 원래대로라면 일찌감치 국내개봉이 끝났을 거고, 해외개봉도 좀 더 일찍 했을 테니까.’

“그 플랫폼이 어딘데요?”

“넷플러스야.”

“넷플러스요?”

이선화의 대답에 유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넷플러스는 한국에서 서비스 안 하잖아요?”

“곧 한국에도 서비스 예정. 는 먼저 해외 유통만 넷플러스가 맡아줄 거야.”

더더욱 놀라운 소식이었다.

‘설마 넷플러스가 를 가져갈 줄이야.’

본래 미래에선 는 흥행엔 실패했으나, 그 작품성으로 입소문을 탔고.

그를 통해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지금은 흥행에도 성공했고.

넷플러스라는 거대한 OTT 플랫폼에 입점해 해외에 유통을 시작한다면.

‘분명 훨씬 더 많은 관객이 이 작품을 보게 될 거야.’

어쩌면.

는 유진이 알고 있는 미래보다 훨씬 더 큰 영광을 거머쥘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와. 그럼 전 세계 사람들이 저희 목소리를 듣게 되는 거예요?”

유진은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지. 한국 이외의 나라에서 서비스할 때, 따로 로컬라이징이나 더빙하지 않고 원작 목소리를 그대로 쓴다. 이게 넷플러스와의 계약 조건이었거든.”

“와아. 저희 목소리를 전 세계 사람들이 듣는 거예요?”

“헐. 진짜요?”

정기열이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곤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 이건 못 참지. 김선미한테 톡으로 자랑해야지.”

그 모습을 보며 유진이 흐흐, 하고 미소 지었다.

“야. 뭐 그런 아재 같은 웃음소리를 내냐?”

“기열이 너, 선미랑 진짜 사이좋구나?”

“사이가 좋기는. 걔가 날 괴롭히는데.”

“꽁냥꽁냥 보기 좋아.”

“너 귀에 살쪘어? 괴롭힌다니까? 꽁냥꽁냥이 아니라.”

“참 사이가 좋아. 부러워.”

“야, 박유진!”

정기열이 버럭버럭 화를 내며 반박했으나.

유진은 아빠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아무튼.

정기열이 김선미와의 톡에 열중하는 사이.

“고마워, 유진아.”

이선화가 슬쩍 유진의 귀에 속삭였다.

“에이. 왜 자꾸 고맙다고 하세요. 좋은 작품 만든 건 감독님이랑 블루컬쳐 스튜디오 직원분들이신데.”

“연기력 칭찬이야 이제 나도 입 아프고, 너도 지루할 테니까 그만할게. 네가 유이치 소개시켜준 덕분에 홍보가 제대로 된 거 같아.”

“제가 한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요. 그네를 탈 때 누군가 등 뒤에서 밀어주기만 해도 더 빨리,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잖아요? 제가 한 건 딱 그 정도예요.”

겸손하게 자신의 공적을 낮추는 유진.

이선화가 더욱 고마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블루컬쳐 스튜디오는 세계로 쭉쭉 뻗어나갈 저력이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역시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죠.”

“그래. 넌 그 큰물에서 헤엄칠 물고기고.”

“헤헤. 아무튼, 저도 이걸로 맘 편히 다녀올 수 있겠어요.”

유진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말에 김선미와 톡으로 싸우던 정기열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응? 유진이 너 어디 가려고?”

“새 작품 찍으러!”

“새 작품이야 만날 들어가잖아. 그런데 뭐 떠날 사람처럼 얘기하냐?”

그 말에 유진은 특유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 좋아지는 싱그러운 미소 말이다.

“한국에서 찍을 거 아니거든.”

*

몇 달 뒤, 일본.

한 고급 음식점 근처.

골목엔 제법 추레한 차림의 남자 둘이 서 있었다.

“선배.”

“조용히 좀 해라.”

“지금 몇 시간째예요? 뉴스거리의 뉴 자도 안 보이는데.”

“어허. 임마.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뭔지 알아? 참을성, 그리고 순발력이야.”

“상반된 능력인데요?”

“마치 낚시꾼의 심정과 같지. 물고기가 미끼를 언제 물지는 아무도 몰라. 그래서 필요한 게 지구력. 그런데 미끼를 문 순간, 바로 물고기를 낚아채야 해. 그래서 필요한 게 순발력. 우리는 지금 낚시를 하고 있는 거다.”

이 두 남자는 일본의 주간지 ‘주간문격’의 기자들이었다.

선배 기자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카메라를 고쳐잡았다.

그들이 가리키는 곳은 한 고급 음식점.

“저기가 JG 매니지먼트 윗대가리들이 중요한 일 있을 때마다 미팅하는 장소야.”

“헐. 저기 한 끼에 1만엔도 더 나오는 곳이라던데요.”

“괜히 JG 매니지먼트가 아니지. 아무튼 주차장에 차들 서 있는 거 보면, 분명 지금 미팅 중일 거야.”

그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JG 매니지먼트 수뇌부들이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 저 식당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뭐 건질 게 없나 하고 잠복하고 있는 것.

“근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편집장이 제대로 된 기삿거리 하나 낚아오라고 난리야 아주. 이렇게라도 해야지.”

그때.

가게에서 누군가 나왔다.

“나온다. 야, 제대로 숨어.”

벽에 찰싹 달라붙는 두 사람.

곧 선배는 카메라를 통해 그 얼굴들을 확인했다.

그러나 잠시 후.

“쳇. 후루야였나.”

선배 기자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후루야야 JG 매니지먼트의 가장 확실한 카드.

그리고 가장 뻔한 카드였다.

“그냥 소속사 높으신 분들이 자기 배우 데려다가 밥 먹인 거 아닐까요?”

후배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렇게 씁쓸함이 입안을 감돌고 있을 때.

“잠깐, 한 명 더 있는데?”

키가 유달리 작은 누군가가 후루야의 곁에 서 있었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압도적인 비주얼.

“잠깐, 저 얼굴은······박유진?”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튀어나왔다.

찰칵! 찰칵!

우선 냅다 사진부터 찍는 선배 작가.

“그 한국에서 엄청 유명한 아역배우 맞죠? 걔가 왜······아. JG 매니지먼트랑 얼마 전에 계약했죠?”

물론 알고 있다.

박유진이 JG 매니지먼트와 일본 활동 관련 계약을 맺었다는 것 정도는 말이다.

“그냥 계약 축하 겸, 후루야랑 밥 한 끼 먹은 거 아닐까요? 둘 다 자국에서 화제성이 엄청나니까요.”

“흐음.”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선배 기자는 육감으로 알 수 있었다.

저 둘에게 무언가 있을 거라고.

거기에 수십 년간 먹으며 쌓아온 짬밥이 있지 않은가.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할 거 없지. 하지만 이상해.”

“그게 무슨 말장난 같은 소리예요?”

“왜 박유진이 후루야와 함께 수뇌부를 만났을까?”

한일 양국의 핫한 배우들끼리의 만남이야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그런 자리를, 굳이 JG 매니지먼트 수뇌부들이 껴서 진행했다?

“분명 무언가 이야기가 오고 간 거야.”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가능성.

그건.

“둘이 같이 작품에 들어가나?”

“가능한 일이긴 해요. JG 매니지먼트는 드라마에도 투자를 많이 하니까요.”

그리 생각하며 기자는 카메라를 확인했다.

아까 찍은 사진들을 돌려보는 것.

그때.

“이건.”

카메라 화면은 박유진을 찍은 사진에서 멈췄다.

곧 박유진의 손에 들린 물건이 보였다.

제본된 종이뭉치.

거리가 멀어서 제목까지는 알 수 없었다.

“저건 분명 대본이겠죠? 이번에 일본에서 작품이라도 들어가는 걸까요?”

후루야.

그리고 박유진.

수뇌부와 미팅을 가질 정도의 중요한 일.

손에 들고 있는 대본.

선배 기자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짜맞춰졌다.

“잠깐만. 요즘 JG 매니지먼트에서 재미있는걸 기획하는 모양이던데.”

최근 일본에서 화제가 된 소설.

<메모라이즈>의 드라마화가 확정되었고.

그에 JG 매니지먼트가 적잖은 투자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은.

“야. 너 <메모라이즈>라는 소설 봤냐?”

“보긴 봤죠. 서점에 가서 10페이지 정도만 훑어봤지만요.”

“그 소설, 분명 천재 소년과 사고뭉치 형사가 사건을 함께 해결하는 버디물이었지?”

“음, 아마도요?”

그렇다는 건.

선배 기자의 입꼬리가 크게 휘었다.

“야. 제대로 건수 하나 잡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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