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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162화 (162/237)

162화

몇 시간 전.

JG 매니지먼트 수뇌부가 자주 찾는 고급 음식점.

문이 열리고, 종업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오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늦어서 죄송합니다.”

선글라스를 벗으며 등장하는 훤칠한 남자.

JG 매니지먼트 소속 톱배우, 후루야였다.

“이렇게 얼굴을 보는 건 오랜만이군, 후루야. 한국에서 보낸 휴가는 즐거웠나?”

“물론입니다.”

그는 오자마자 허리를 숙였고.

곧 수뇌부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윗사람들이랑 대화 나누는 건 언제 해도 영 불편하군.’

여행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인 후루야다.

그런 그에게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는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소속사의 권력자들을 어떻게 밀어내겠는가.

‘이 아저씨들은 나를 너무 좋아한단 말이지.’

보통 연예인이라면 재계약 때를 제외하곤 수뇌부를 볼 일도 없겠지만.

JG 매니지먼트의 수뇌부들은 후루야를 각별히 아꼈다.

그만큼 후루야의 급이 높기도 하다는 방증이지만.

‘그만큼 나를 여러군데 써먹기도 하고. 자기들 딴에는 특별히 신경 써주는 거겠지. 아무튼 뭐, 올 때마다 비싼 밥 사주니까.’

물론 후루야 급이나 되는 배우라면, 식당 메뉴판에서 가격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대식가로서 후루야의 철칙이 하나 있었으니.

‘얻어먹는 밥이 제일 맛있는 법이지.’

한 가지 불안한 점이 있다면.

이 음식점에 너무 자주 온다는 사실.

괜히 업계 사람들이나 기자들이 꼬이면 피곤해질 터였다.

‘뭐, 그거야 이 윗분들이 알아서 해주실 일이고.’

아무튼.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쓰기 보단.

“음식 바로 갖다 주세요.”

후루야는 오자마자 종업원에게 음식부터 부탁했다.

그렇게 자리에 앉은 뒤.

후루야는 맞은편에 낯선 얼굴이 있음을 깨달았다.

“어? 저분은.”

“아, 와타베와는 처음 보는 건가? 인사해. 와타베다.”

일어서서 인사와 함께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

“실제로 뵙는 건 처음이네요, 후루야 씨. 작품 잘 보고 있습니다. 해외전략부서 부장인 와타베라고 합니다.”

“하하, 만나서 반갑습니다.”

해외전략부서.

그 이름만으로 후루야는 대강의 상황을 파악했다.

‘과연. 이 남자가 판을 짠 거겠군.’

그도 그럴게.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는 배우가 자신뿐만이 아니니까.

거기다 그 배우는 외국인이었다.

“대본은 읽어보셨습니까?”

“네. 대본을 받아본 이후 흥미가 생겨서 원작도 봤는데, 드라마로 잘 각색한 거 같더군요. 무척 재밌었습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분명 후루야 씨의 연기력이라면 찰떡같이 소화해내시겠죠.”

“하하. 그것보단 버디물인만큼, 역시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성패를 가르겠죠.”

후루야는 알게 모르게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본에서 톱급으로 통하는 후루야다.

그가 걱정해야할 건 자신의 연기가 아닌, 자신과 호흡을 맞출 배우라는 것.

“걱정하지 마십시오. 분명 좋은 케미스트리가 나올 거라 확신합니다.”

와타베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때.

“안녕하세요!”

들려오는 어린 목소리.

‘오셨군. 오늘의 메인디쉬.’

“배우 박유진입니다.”

꾸벅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어린 소년이 한 명.

귀티 나는 얼굴에 자신감 넘치는 얼굴.

박유진의 실물을 처음 본 후루야는 순간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미소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네.’

적어도 일본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비주얼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박유진을 뒤따르는 험상궂은 남자, 차동석이 서투른 일본어로 사과했다.

“아닙니다. 이렇게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달려와 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와타베가 매우 공손히 박유진을 마중하며 말했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후루야는 턱을 쓰다듬었다.

‘와타베라는 저 남자, 박유진에게 상당히 공을 들이는 게 보이네. 무슨 금지옥엽처럼 애지중지하는군.’

그만큼 박유진의 일본 활동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는 모양.

하긴, 최근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끄는 한국 작품들에 대부분 박유진이 끼어있으니 당연한 일일 터.

수뇌부 측과 인사를 나눈 뒤, 박유진은 후루야 쪽으로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후루야 배우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처음 보네요.”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

사실 후루야와 박유진.

서로의 이해관계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신인 키우기에 이용당해, 최근 급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후루야.

그런 그도 박유진과의 페어를 통해 현재 한류열풍의 바람에 편승할 수 있고.

유진은 후루야와의 연기를 통해 일본 활동의 본격적 스타트를 제대로 끊을 수 있다.

인기 한류 스타와 일본의 톱급 배우.

이 둘의 조합만으로도 한일 양국에서 큰 화제가 될 터였다.

‘표면적으로야 서로 잃을 게 없어 보이지만, 작품에 들어가면 또 모르지.’

버디물은 투톱물인만큼 두 사람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건 달리 말하자면, 호흡이 깨지는 순간 그림이 애매해질 수 있다는 것.

‘한쪽의 균형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이 돋보일 수밖에.’

마치 시소게임과 같다.

누군가 내려가면 누군가 올라가는 방식.

한쪽이 튀어 보이려 해도.

한쪽이 다른 한쪽을 따라가지 못해도.

여러모로 불균형이 일어날 소지가 다분했다.

‘과연 이 녀석은 어떨까?’

후루야도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며, 박유진의 필모그래피를 모두 훑어보았다.

8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아역배우로 데뷔.

역대급 비주얼과 충격적 연기력으로 차근차근 한국 연예계를 접수해나갔고.

결국 영화 <데드맨>에서는 한국의 내노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내뿜었다.

한국의 아카데미상이라는 백룡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까지 수상했다지.

‘그러나 주연을 맡은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

성우로선 <날개>의 주인공을 한 번.

배우로선 미니시리즈 <호구>에서 한 번.

아역배우의 한계인지, 주연을 맡은 횟수는 얼마 안 된다.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건, 저 녀석은 일본인이 아니라는 점.’

12살짜리가 외국에서 드라마 주연을 맡는다니.

이는 연기력의 차원과 별개로 힘든 여정이 될 터였다.

‘아직 12살의 어린애긴 하지만, 맞춰줄 생각은 없어.’

일반적 아역배우라면 모르겠지만.

박유진은 이미 다른 레벨에 위치해있다.

무엇보다 지금 후루야는 타인에게 맞춰주는 것에 환멸이 난 상태.

그가 원하는 건 자신과 불꽃을 튀기며 함께 호흡할 배우이지.

자신이 이끌어줘야 하는, 부족함 많은 초짜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유진이라고 했지? 일본어는 잘해?”

먼저 다가와 인사하려는 박유진.

그런데 후루야가 순간 말을 끊었다.

이에 어린아이로서 주눅이 들 법도 한데.

“일본어요? 음, 못하진 않는 거 같아요. 요즘 잘 한다는 칭찬을 워낙 많이 들어서. 아, 후루야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이 한국인 꼬마는 낯가림이라곤 없는지.

매우 싹싹하게 다가왔다.

첫 만남부터 가감없이 형이라 부르며 싱긋 미소를 지었으니.

‘일본어도 엄청 깔끔하게 잘하네.’

다행히 일본어를 가르쳐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할 무렵.

“이번에 두 분을 한 자리에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양국에서 가장 핫한 배우들이신만큼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합니다.”

와타베가 끼어들어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두 분을 모신 건, 두 분 모두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서입니다.”

와타베는 그리 말하며 제본된 종이뭉치를 스윽 내밀었다.

예상대로 그건 <메모라이즈>의 대본.

후루야는 미리 메일로 받아봤지만.

박유진 측은 언질도 듣지 못했는지 눈이 동그래졌다.

“미쓰마 작가 원작의 소설 <메모라이즈 – 모든 것을 기억하는 소년>. 부제대로, 한 번 본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초기억능력을 가진 천재 소년과 매번 감정이 앞서 사고를 치는 젊은 형사의 버디물입니다. 소년과 형사의 뛰어난 캐릭터성과 흥미진진한 전개로 ‘이 소설이 대단하다’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죠.”

셜록 홈즈를 비롯,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버디물은 넘쳐나지만.

<메모라이즈>는 형사와 소년이라는 독특한 페어를 구성해 인기를 끌었다.

오히려 천재로서 멋짐이 폭발하는 소년과 사고뭉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형사.

둘의 캐릭터성 역시 독자들에게 큰 인기였고 말이다.

그야말로 드라마화하기 최적인 작품.

“이 작품의 주연을 두 분에게 맡기고 싶다는 제작진 측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두 분에게 딱이라고 자신합니다.”

JG 매니지먼트는 자사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카드 둘을 꺼내든 것.

와타베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두 분의 조합이라면 <메모라이즈는> 한일 양국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대박 드라마가 될 겁니다.”

*

‘예상대로야.’

<메모라이즈>.

유진도 잘 알고 있는 작품이다.

일본은 유독 소설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 많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메모라이즈>는 확실한 성공을 거두는 작품.

‘무엇보다도 형사와 천재 소년의 버디물. 이 소재가 주효했지.’

그 말인 즉슨.

유진 역시 주인공을 맡을 수 있다는 소리.

‘JG 매니지먼트가 일본의 여러 드라마에 투자하는 건 알고 있던 사실이었고, 그를 통해 <메모라이즈> 캐스팅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던 건데······설마 JG 쪽에서 투자해 만드는 드라마였을 줄이야.’

굳이 어른들까지 제쳐놓고, 와타베와 담판을 지어 JG 매니지먼트와 계약한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후루야가 이 작품에 참여하는 건 예상외야.’

본래대로라면 <메모라이즈>에 참여하는 건 다른 배우다.

왜냐면 이 시기 후루야는 JG 매니지먼트와 갈등을 겪고 있었으니.

‘뭐랬더라. 회사가 자신을 너무 막 굴린다고, 신인 키우기로 써먹는다고. 언론에다 공개적으로 불만 표시를 했었지?’

타국의 일이지만, 연예 뉴스란에서 얼핏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고.

지금 보기에도 딱히 사이가 나빠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는 건, 후루야 쪽은 내가 세팅되어서 참여를 결정한 거겠지.’

후루야야 인기며 연기력 모두 최상위권이다.

한국에도 팬이 적지 않으니까.

‘나로서도 이 정도 세팅이면 매우 훌륭하지.’

이제 중요한 건 후루야와의 호흡.

그를 위해선 자신이 먼저 다가갈 필요가 있었다.

수뇌부와의 만찬이 끝난 직후.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을 때.

“후루야 형!”

유진은 대본을 들고 후루야에게 다가갔다.

“왜. 무슨 일이야?”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우리 한 번 대사 주고받아보면 안 돼요?”

“지금?”

“형 엄청 바쁘잖아요. 본격적인 리딩 전에 형이랑 대사 주고 받아보면, 캐릭터 메이킹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지금 후루야의 눈에는 유진이 의욕 넘치는 아역배우로 보일 터였다.

아마 후루야도 유진의 실력을 직접 보고싶을 것이고.

유진 역시 알고 있던 미래와 달리, 후루야갸 형사 역을 맡아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하던 차다.

“잠깐이라면 괜찮아.”

어디 실력 좀 볼까, 하는 후루야의 얼굴.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그럼, 여기 30페이지에서······.”

그렇게 유진이 대본을 펼치려던 그때.

“어?”

유진은 멀지 않은 곳에서 날아온 시선을 느꼈다.

관찰력에 관해선 그 누구보다 뛰어난 유진이다.

누군가 부자연스레 자신 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건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연습 안 해?”

“형. 그거 알아요? 우리 찍히고 있어요.”

“뭐?”

“저기. 3시 쪽이요.”

그림자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누가 봐도 몰래 이쪽을 엿보고 있을 터.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곧장 인기척을 감춰버렸다.

“진짜네. 누군가 분명 있었어.”

“카메라를 들고 있었어요. 아마 기자분들 아닐까요?”

“넌 그게 다 보여? 시력 좋은가 보네.”

그 짧은 순간에 어마어마한 관찰력이었다.

헛웃음을 짓던 후루야는 곧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러니까 내가 밥 먹는 장소 좀 바꾸자고 했는데. 지긋지긋하네.”

인상을 팍 쓰는 후루야.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기자들이 꼬이는 게 한두 번이 아닌 모양이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회사에 얘기해야지. 저 기자 놈들이 섣불리 기사 터뜨리기 전에. 우리 둘의 캐스팅 소식을 저런 듣보 회사가 터뜨려서 초치게 둘 수는 없잖아?”

“초를 친다. 흐으음.”

후루야의 말을 곱씹던 유진.

곧 그는 고개를 들고 후루야에게 물었다.

“근데 후루야 형. 우리 둘의 캐스팅 소식이요. 어떻게 발표될까요?”

“그거야 당연히 회사에서 기사로 내겠지.”

“음, 역시 그렇겠죠? 근데 조금 딱딱한 거 같아서요.”

“뭔 소리야? 딱딱하긴. 그게 가장 정석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인데.”

일본 제일의 매니지먼트인 JG다.

언제든지 네트워크 내의 기자들을 이용, 다량의 기사를 뿌릴 수 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방식.

다만 주간문벽은 JG 매니지먼트의 영향권 밖에 있다.

그렇기에 빨리 틀어막아야 하는 것.

“그럼 넌 뭐 다른 방법이라도 있다는 거야?”

후루야의 질문에 유진이 턱을 괴며 말했다.

“그게 말이죠, 후루야 형. 요즘은 넙튜브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사람들은 자극적인 걸 원해요. 뉴스의 헤드라인보다 실수나 유출, 그런 키워드를 더 좋아하더라고요.”

이 애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후루야는 그런 표정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뭐?”

유진은 고양이처럼 동그란 눈동자를 끔뻑였다.

“후루야 형. 혹시 고양이 좋아해요?”

*

얼마 뒤.

“우리 선택지는 두 개야. 첫째 JG 매니지먼트 측과 협상을 하는 것.”

주간지인 주간문격의 사무실.

<메모라이즈> 떡밥을 제대로 문 선배 기자는 후배 기자와 함께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이었다.

“협상이요?”

“그래. 우리가 이런 거 건졌으니, 그쪽이랑 합의 봐서 터뜨리는 타이밍을 재는 거지. 물론 주간문벽 단독으로 말이야. 겸사겸사 다른 기삿거리도 얻어내고.”

“오오. 그럼 두 번째는요?”

“협상이고 뭐고 그냥 냅다 터뜨려버리는 것. 기사부터 내버리는 거야. 단독! 일본 최고의 배우와 한류의 중심에 있는 아역배우, 드라마 <메모라이즈>로 만난다!”

“와! 진짜 조회수가 엄청나겠네요.”

“대신 단점이 좀 크지. JG 매니지먼트랑은 좀 사이가 안 좋아질 테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첫 번째가 맞는데. 뭐. 어느 쪽이든 꽃놀이패지.”

아무튼, 이들로서는 손해 볼 일이 없다.

패를 쥐고 있는 건 두 사람 쪽이니까.

“그런데 이상하네.”

“뭐가요?”

“여태 JG 쪽에서 연락이 없어. 그 회사가 이렇게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데.”

“그만큼 저희의 잠복 실력이 완벽했다는 거 아닐까요?”

“얌마. 박유진이 우리 쪽을 흘끔 봤잖아. 눈치챘을 가능성이 높아. 그런데 왜 가만히 있는 거지? 그 자리에 JG 쪽 수뇌부들이 다 있었는데.”

선배 기자가 짐작하기로.

후루야와 박유진은 이제야 막 안면을 튼 사이일 터다.

아직 캐스팅 발표를 터뜨리기엔 한참 이른 시점일 테고.

그렇다면 유출이나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인데, 이렇게 조용하다니.

“무슨 다른 꿍꿍이라도 있는 건가?”

“그쪽도 어떻게 행동할지 방침을 정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모르겠다. 어차피 우리도 당장 행동할 수는 없고. 이거 터뜨릴지 말지는 편집장님이 정할 문제니까. 일단 가서 일 봐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서, 선배님!”

“왜?”

“이, 이것 좀 보세요. ‘고양이 백룡이의 레드카펫’이라는 넙튜브 채널인데요요!”

“그거 박유진네 회사에서 운영하는 거잖아? 박유진이 키우는 턱시도 고양이 채널. 그게 왜?”

“이리 좀 와보세요. 최신 동영상이 올라왔는데······.”

선배 기자는 후배의 자리로 잽싸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의 컴퓨터에서 재생되고 있는 넙튜브 동영상.

그 속에는.

“뭐야? 왜 후루야가 여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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