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차동석과 장미소의 집.
아니.
이제 그곳은 세 사람의 집이 되었는데.
“아빠아! 엄마아!”
바로 두 사람 사이에서 나온 딸.
차윤지가 있었으니까.
그들의 딸은 여러모로 천방지축이었다.
어찌나 힘이 좋은지 종일 뛰어다녀도 지치는 줄을 몰랐고.
“비! 비! 비 내려! 엄마아! 하늘에서 왜 물이 흘러? 응? 우웅?”
고작 3살이 질문은 어찌나 그리 많은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는 던져대는 것 같았다.
재미있는 것은.
“아. 그건 말이지 윤지야. 병합설과 빙징설로 나눌 수 있는데.”
“그게 모야?”
“병합설은 물방울이 이동하면서 서로 부딪치게 되고······.”
그럼 또 장미소가 그에 걸맞는 대답을 내놓는다는 것.
장미소는 정말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아무튼 세 사람은 제법 복작복작, 재미있게 살아가는 중이었다.
“윤지야. 이제 코 자야할 시간이에요.”
“시러! 더 놀래! 아빠아! 블록, 이케, 이케. 하고 노라. 응? 응?”
차동석의 바지를 붙들고 늘어지며 애교를 부리는 차윤지.
딸바보인 차동석은 그에 넘어갈 뻔했으나.
“지금 안 자면 내일 사과 안 줄 거야.”
장미소가 단호하게 말하자 금세 시무룩해졌다.
“알아써.”
“대신 내일 일어나면 토끼 모양으로 사과 깎아줄게. 토끼.”
“토끼 사과! 조아!”
그러나 그 한 마디에 금세 방긋 웃는 차윤미.
곧 차동석의 품에 안겨 옮겨졌고.
침대 위에서 잠에 들었다.
“윤지 전생에 백설공주였나? 왜 이리 사과를 좋아하지.”
차윤미가 자는 걸 확인한 뒤.
거실로 나온 차동석이 자연스레 장미소 옆에 앉았다.
“그러게. 누굴 닮아서 그런 걸까.”
“아, 알겠다. 당신이 윤미 가졌을 때 사과 자주 먹었잖아.”
주역 매니지먼트에 소속된 아역배우만 벌써 10명이 넘어갔다.
약 7년 전쯤엔 사무실 월세조차 내지 못해 폐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 인생역전을 이뤄낸 것은 어떤 한 아역배우 덕분이었다.
“요즘 유진이는 어때?”
장미소가 물었다.
“이제 슬슬 다시 복귀 각을 재고 있는 상태야. 그런데 왜 반년 넘게 쉰 건지, 그에 대해선 말을 안 해줘. 지금 팬들이며 방송국이며 영화감독들, 다 안달이 나있는 상태더라고.”
“바로 그걸 노리는 거지.”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자 장미소가 피식 웃었다.
“오빠. 우리 연애할 때 기억해?”
“그럼. 기억하지. 하나도 빠짐없이.”
“그럼 연애 초기 때도 기억나겠네?”
“그때야말로 잊을 수 없지. 자기 그때 진짜 나쁜 여자였어. 내가 먼저 연락해도 계속 무시하고, 연락도 안 해주고. 그때 진짜 안달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그래, 그땐 그랬지. 오빠 얼굴에서 다 보였어. ‘나 안달났다’ 이렇게.”
“그때 어? 내가 연락 안 하고 그랬으면 자기는 날 떠날 거였어?”
“그럼 오빠를 직접 찾아갔겠지. 미안하다고, 사실 밀당한 거라고. 사랑에도 기술이 있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사랑엔 기술이 없어. 난 항상 진심으로 자기만 사랑하는데!”
“그래, 미안해. 근데 지금은 안 그러잖아. 사랑해.”
평소 감정표현이 없는 장미소.
그런 장미소에게서 사랑한다 한 마디 듣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차동석이 감동하는 것도 당연한 일.
“자기야아아.”
그러나 곧 평소처럼 돌아와 징그럽게 달라붙는 차동석을 떼어냈다.
“아무튼, 유진이가 하고 있는 게 밀당이라는 거야. 최근 반년간은 대중들을 밀어냈던 거지. 자신을 찾고, 애가 타도록 말이야.”
일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
유진이 준비해놓았던 포석들이 모두 효과적으로 작동했으니까.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노출을 피하는 것.
“원래 명품들이 그렇잖아? 소량생산으로 제품의 가치를 유지시키는 거지.”
“그래. 유진이가 밀당 중이어서, 여태 대중들을 밀어냈다고 치자. 그럼 밀어낸 다음엔?”
“제대로 당겨줘야지.”
장미소가 차동석의 옷을 확 잡아당겼다.
“오빠. 우리 둘째 만들까?”
*
얼마 후.
빅터의 소속사 UB엔터테인먼트.
빅터 전용 연습실에선.
“아흐!”
“아이고, 허리야.”
“이제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몸이 예전같지 않네.”
“누가 들으면 한 나이 50은 먹은 줄.”
빅터 멤버들의 곡소리가 울려 퍼지는 중이었다.
땀에 흠뻑 젖은 그들은 바닥에 제각기 엎어져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콘서트 두 번 했다간 정말 죽겠는데.”
“나이가 다섯 살만 젊었어도······.”
빅터는 현재 오랜만에 완전체로서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한창 개인활동에 집중해왔던 터라.
그들로서도 이번 콘서트의 의미는 꽤 특별했다.
“5분 뒤에 ‘파라다이스’부터 다시 연습 시작한다. 알았지?”
재오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러자 은호가 손을 번쩍 들었다.
“10분. 10분으로 타협 보자.”
“6분.”
“9분. 이러다가 진짜 탈진하겠어.”
“5분으로 할까?”
“죄송합니다. 6분이라니 자비로우시네요.”
때문에 리더 재오는 호랑이 조교로 변신한 상태.
멤버들을 쉴 새 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오랜만의 단체 콘서트야. 팬들한테 한심한 모습 보여줄 생각들은 아니지? 그리고 유이치.”
“응.”
“아까. ‘레인부츠’ 출 때. 2절 도입부 안무에서 발이 10도 틀어졌던데.”
“정말?”
“정신 차리자.”
“오케이.”
평소라면 4차원 대답으로 재오의 속을 뒤집어놨을 유이치지만.
이번만큼은 진지하게 재오의 피드백을 받아들였다.
“와. 근데 재오 형. 진짜 사람임?”
어느새 머리색을 분홍색으로 바꾼 민혁이 말했다.
그러자 재오가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되물었다.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콘서트 준비하면서 지금 드라마도 찍고 있잖아. 어제도 촬영 다녀왔지?”
그러자 은호가 끼어들어 말했다.
“얌마. 우리 리더님이 연기를 얼마나 하고 싶어하셨는데. 그 정도야 껌이겠지. <입김> 찍고 난 뒤에 진짜 배우님 다 되셨어.”
작년.
드디어 영화 <입김>이 개봉했다.
빅터 재오와 유진이 참여한 만큼.
한국 내에서도 캐스팅 발표 이후 기대감이 치솟았다.
일찌감치 한국개봉일도 잡혔고 말이다.
[아이자와 감독?? 누구임?? 일본에서도 개듣보 같은데
ㄴ 추리, 미스테리 매니아들한테 유명함 ㅇㅇ 자기 스타일 확고한 걸로
난 유진이 나오니까 봄. 유진이가 나오는 작품은 거를 타선이 없다 ㅋ
불안한 게 있다면 재오... 솔직히 첫사랑 뮤비에서도 박유진이랑 너무 비교돼서 ㅠ
재오 영화 찍는 거 처음 아님?? 근데 일본에서 찍네
정극 연기 데뷔가 해외영화라니; 좀 불안하긴 한데
기사 보니까 오디션으로 주인공 뽑혔다던데?
ㄴ 어떤 미친 감독이 오디션에서 재오를 떨어뜨림?? 할리우드도 아니고 일본에서 ㅋㅋ
ㄴㄴ ㅇㅈ 일본에서 빅터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 ㅋㅋ]
유진의 연기력이야 이견이 없으나.
재오에게 쏟아지는 의심 어린 시선들.
첫 정극 연기에, 일본어 연기, 심지어 주인공이었으니까.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재오가 연기를 이렇게 잘했음? ㄷㄷㄷㄷ
와 첫연기가 해외에서 외국어 연기라니... 진짜 리스펙...
울 재오오빠 넘 멋져 ㅠㅠㅠㅠㅠ 오빠의 새로운 도전 언제나 응원해 ㅠㅠㅠ]
재오는 기대 이상의 호연을 보여주었다.
영화 자체는 한국의 톱스타 둘이 참여한 것치곤 미니멀한 영화였으나.
오히려 그게 신의 한수로 꼽혔다.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이 품고 있는 미스테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영화였던 것.
특히나 호평을 받은 건 후반부.
재오가 오디션에서 준비했던 바로 그 부분이었다.
[와 특히 후반부 지렸음...
등장인물들이 어둠 속에서 입김만 내뿜는 씬 그거 진짜 연출 개도랐음;;;
거기서 재오 연기력 폭발;; 막 미친 사람처럼 자기 누구냐고 막 외국어로 중얼거리는데 신들린줄
울 재오오빠 오디션으로 뽑혔다니까요 진짜 억까당해서 내 맘이 다 아팠는데 ㅠㅠ
진짜 천재만재 재오오빠 ㅠㅠㅠ 평생 사랑해 ㅠㅠ]
주인공이 과거를 복기하지만.
자신의 국적조차 의심하게 되는 상황.
주인공의 과거 그 자체가 미스테리가 되어버리는 장면.
재오의 아이디어였기에 더욱 특별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후반부까지 극의 긴장감을 유지해준 존재는.
[박유진의 미친 존재감······극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서늘한 페이스 압권!]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악귀 같았다’ 일본의 평론가들, 한국의 아역배우에게 경의를 표하다!]
[“박유진이 박유진 했다!” 일본어로도 완벽한 연기력을 뽐내다]
단연 유진이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유진의 캐릭터는 범인으로 몰리지만.
사실 범인이 아니라는 점은 동일했다.
그러나 원작에 비해 훨씬 주인공과 붙는 씬이 많아졌고.
범인이라는 냄새를 풀풀 풍기는 쪽으로 각색되었다.
그 때문에 영화 전반의 긴장감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역할.
촬영 당시 12살의 나이로, 유진은 그를 완벽히 해냈다.
같이 촬영했던 재오마저 섬뜩함을 느꼈을 정도.
“<입김>이 한국에서도 400만 관객이 넘었지 아마?”
“미스테리 스릴러 다음에 바로 로맨스물 찍고. 크, 우리 리더님 스펙트럼도 넓어.”
아무튼.
연기자로서 성공적 데뷔를 마친 재오.
최근 한국에서 드라마 <하나뿐인 그대> 속 서브남주로 대활약을 펼치는 중.
이제는 아이돌 빅터 리더가 아닌.
연기자 재오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구축한 상태다.
“아부 떨지 마라. 6분에서 더 안 늘려준다.”
재오가 단호히 말했다.
“쳇. 실패했다. 아, 그냥 떠들지 말고 좀 쉴걸.”
은호가 연습실 바닥에 벌러덩 누우며 말했다.
재오는 그런 은호를 강제로 일으켰다.
“휴식 끝나면 ‘파라다이스’ 연습 시작한다고 말했지? 이거 원래 무대랑은 다르게 게스트가 참여해서 동선 달라. 빡세게 연습해야 해.”
“나도 알아요, 리더님. 나도 아이돌 짬밥만 몇 년인 줄 아슈?”
“그럼 연습 좀 하자.”
“연습, 연습, 연습! 으아아악. 이렇게 된 거 게스트 오면 하자. 우리 스페셜 게스트님 언제 와? 슬슬 학교 끝날 시간 됐을 텐데.”
그때.
“안녕, 형들!”
연습실 문을 열고 나타난 한 사람.
교복을 입은 채 시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박유진이었다.
빅터의 콘서트.
그 스페셜 게스트가 유진이었으니까.
*
유진답지 않은 반년의 공백.
이건 다분히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지식, 그리고 동석이 형이 가지고 있는 인맥과 정보를 토대로 봤을 때. 당분간은 내가 참여할 만한 작품이 없어.’
물론 유진의 한국 데뷔작으로 무엇을 픽하든 화제가 되겠으나.
유진은 뜸을 들이는 쪽을 선택했다.
어중간하게 예능이나 인터뷰, 넙튜브를 통해 복귀 소식을 전할 생각도 없었고.
‘복귀하려면 임팩트가 있어야지.’
그런데, 재오와 유이치 쪽에서 먼저 제안을 해온 것이다.
빅터의 콘서트 게스트로 나올 생각이 없느냐고.
그래서.
최근 유진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연습실로 달려와 안무 연습을 했다.
그래서 항상 교복 차림이었던 것.
잠시 후.
“허억, 허억.”
멤버들이 거친 숨을 쉬며 널브러졌다.
이제는 완전 탈진해버린 모습.
“나이가 들더니 엄살이 심하네.”
그를 재오가 이해 못하겠다는 듯 바라보았다.
타고나길 노력가인 사람이라 그런지 체력은 빅터 멤버들 중 최고였다.
“그러게. 형들 예전엔 좀 더 팔팔했던 거 같은데.”
유진 역시 그에 동조했다.
체력 하면 유진도 빠지지 않으니까.
“진짜 괴물들 아니야? 폐가 한 세 개쯤 달려있나?”
“허억······허억. 야, 아냐. 젊어서 그래, 젊어서. 나도 중딩 땐 저랬어.”
“그럼 재오 형은 뭔데?”
“재오 형은 로봇인듯.”
“아, 유이치는 죽었네.”
어느새 연습실 바닥과 혼연일체가 된 유이치.
본래 보컬에 강점이 있는 유이치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선 체력이 약한 편이라 금방 방전되는 편인데.
오늘처럼 빡센 연습엔 좀처럼 버티질 못했다.
“유이치 형. 일어나.”
유진이 유이치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 동선 더 맞춰봐야지.”
“유진. 나 죽을 거 같아.”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죽어.”
“재오 형이랑 똑같은 말을 하네. 이러다 죽으면 산재처리 되나?”
“이젠 한국인 다 됐네, 형. 산재라는 말을 쓰는 일본인 처음 봐.”
12살까지만 해도 재오를 비롯한 빅터 멤버들에게 존대했던 유진이지만.
이젠 말을 편하게 하고 있었다.
그만큼 친해졌다는 증거.
“안 되겠네. 조금만 더 쉬자.”
결국 강행해봤자 비효율적일 거라 판단했는지.
재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덕분에 멤버들과 유진은 둥그렇게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유이치는 아직도 반송장 상태로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런데 괜찮겠어? 내가 게스트로 나와도.”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아니면 누가 우리 게스트로 나오겠어.”
“형들 오랜만에 여는 콘서트잖아. 그런데 괜히 내가 의미를 흐리게 하는 게 아닐까 해서.”
“이번 기회 아니면 콘서트에 게스트로 초대할 일도 없을 거 같아서. 다른 멤버들도 모두 동의했어. 원래 막콘은 이런 맛이 있어야 하거든. 마침 스페셜 게스트로 딱이잖아?”
빅터의 발라드 히트곡 ‘첫사랑’ 뮤비에 참여했던 적도 있고.
재오의 연기 스승이자 유이치의 음악 제자로 알려진 유진 아닌가.
게스트로서의 명분은 차고 넘쳤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너의 복귀를 도울 수 있으면 내 마음도 편해질 것 같아.”
<입김>을 통해 당당히 연기자로 거듭난 재오 아닌가.
오디션 주선부터 오디션 준비, 본 촬영에 이르기까지.
재오는 항상 유진의 도움을 받아왔다.
이번엔 그를 갚고 싶은 모양.
“그리고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돼. 엔딩을 장식하는 것도 아니고, 막콘 중간에 특별 게스트로 무대 몇 개하고 끝나는 거니까. 우리와 팬들을 위한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
3일간 열리는 콘서트.
그중에서 유진이 출연하는 건, 소위 ‘막콘’이라 불리는 마지막 날이다.
보통 막콘은 마지막이라는 의미 때문인지 스페셜 게스트나 이벤트가 있는 편.
그 때문에 다른 공연보다 티켓팅이 매우 치열하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티켓팅이 며칠 뒤 아니었나?”
은호의 말에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그래도 오랜만에 하는 콘서트인데. 매진되면 좋겠네.”
그때 유진이 끼어들어 물었다.
“이번에 콘서트 말이야. 서울돔에서 하는 거 맞지?”
“응, 맞아. 체조경기장 얘기도 나왔는데, 소속사에서 욕심을 좀 냈지.”
“오픈하면 매진되긴 할텐데, 취소표 좀 나와서 3일 내내 올매진은 힘들 듯?”
서울돔.
한국에서 가장 규모의 공연장으로.
그 좌석 규모는 무려 2만 5천석이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초대형 공연장.
아직까지 매진 사례가 없을 정도다.
“형들. 내가 티켓팅 열기 좀 돋궈볼까?”
“뭐?”
모두의 시선이 유진 쪽으로 쏠렸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떡밥 같은 게 있으면 팬들도 재밌잖아? 다들 손 쫙 펴봐. 그리고 이렇게 한군데로 모아봐. 파이팅 구호 외치듯이 말이야. 유이치 형! 좀비놀이 그만하고 이리 와봐.”
빅터 멤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유진이 시키는 대로 손을 펴고 손을 한데 모았다.
그리고 재오와 유이치의 손 사이, 유진의 손이 자리 잡았다.
8살일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쑥쑥 자란 손.
그러나 아직 15살이라 그런 것일까.
여자의 손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예쁘고 가는, 말 그대로 섬섬옥수였다.
찰칵!
유진은 곧 그 광경을 폰카로 찍었다.
“재오 형. 이거 형 스윗터나, 조실장님한테 말해서 빅터 공계로 업로드 해줘.”
“이걸? 왜?”
“왜기는.”
유진은 싱긋 웃었다.
“퀴즈쇼는 누구나 다 좋아하잖아?”
3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영악한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