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화
빅터의 팬 연합 빅토리.
그곳은 최근 흥분의 도가니였다.
[드디어 완전체콘 ㅠㅠㅠㅠㅠ 존버 성공 ㅠㅠㅠㅠ
하도 개인활동만 해서 걱정했자나 ㅠㅠㅠㅠㅠ
진짜... 애들 입대할 시기도 다가와서 이대로 못보는 줄 ㅠㅠㅠ
빅터 영원해 ㅠㅠㅠㅠ 절대 지켜]
한창 개인활동만 치중하던 멤버들이 몇 년만에 완전체로 뭉치고.
심지어 서울돔에서 콘서트를 연단다.
빅토리로서는 오랜만에 찾아온 대형 떡밥에 신이 나는 것도 당연한 일.
[울 재오 연기하는 것도 넘 멋있지만 빅터 리더일 때가 제일 존멋임
ㄴ 22222
ㄴ 3333333
ㄴ 4444444
ㄹㅇ ㅠㅠㅠ 영원한 리더니뮤ㅠㅠ
빅터와 빅토리는 평생 함께야
셋리 공개 안 됐지? 하 나 올콘 뛸거임 ㅠ
ㄴ 뛸 수는 있음? 자리가 있어야지...
ㄴ 매진은 힘들테고 쩌리석도 ㄱㅊ으면 올콘 가능 아니야?
ㄴㄴ ??? 매진이 왜 힘듦? 여태 빅터콘 매진 아니었던 적이 없는데
ㄴㄴ ㅇㄱㄹ잖아 걍 썰어
여태 서울돔 매진 사례 없어서 하는 말인데 ㅠ
ㄴ 어디 빠냐? 음습 ㅇㄱㄹ짓 말고 꺼져]
그러던 중.
빅터 공식 계정에 올라온 짤 하나.
[빅터 Official 님의 스윗 : (사진)
Paradise]
마치 파이팅 구호를 외치듯.
둥글게 오른손을 모은 사진이었다.
[연습하는 중인가보다 ㅋㅋㅋ 손 뭉친 거귀욥 ㅠㅠ
엥 근데 손이 하나 더 많은데??
ㄴ 헐 ㄹㅇ이네??? 누구지??
??? 저 손 누구임?
게스트인가?
여자 손 아님??
뭐 여자 게스트가 있는 건가?
근데 여자 손이라기엔 좀 두꺼운 것 같기도 하고?]
손 사진 하나에도 폭발하는 관심.
오랜만에 열리는 빅터 완전체 콘서트 아닌가.
스윗터에 올라오는 썰, 떡밥 하나하나에 민감할 수밖에.
[막콘 게스트 스포인가?
손만 보면 ㄹㅇ 여자 손 같은데
근데 상식적으로 여자 게스트를 부르겠음?? 부를 만한 사람도 딱히 없는데
ㄹㅇ 너무 뜬금없는데... 갠콘도 아니고
그냥 댄서랑 같이 찍은 거 아님??
ㄴ 2222 나도 이건 거 같음
ㄴ 근데 상식적으로 공계에 올린 사진인데... 얼굴 단체샷도 아니고 손사진만 올린거면 떡밥이 맞지 않나?
ㄴㄴ 2222 난 여기에 동의
ㄴㄴ 333333]
그렇게 여러 의견이 난립하는 가운데.
[다른 멤버들에 비해선 묘하게 작은 손, 하지만 그리 연약해보이진 않고. 혹시 박유진 아님?]
한 의견이 올라왔다.
[와 유진이는 ㅇㅈ이지
우리 째오 스승님 ㅠㅠ
ㄴ 그리고 유이치쿤 (구)제자 ㅋㅋ
근데 요즘 유진이 열공모드라매 ㅠㅠ 넙튜브 업로드도 잘 안하고 있던데
지나가던 빅토리 겸 대박이 울고 갑니다...
ㄴ 22222
ㄴ 333333
ㄴ 44444 하 첫사랑 뮤비 보고 유진이랑 재오 입덕해서 여기까지 온건데...]
그렇게 빅토리 내부에선 낭설로 치부되는 듯 했으나.
[야 박유진이 빅터콘으로 복귀한다는데??
ㄴ ㄹㅇ??
ㄴㄴ ㅇㅇ 내 친구가 빅터 찐팬인데 지금 썰 돌고 있다함
?? 아역배우가 왜 빅터콘으로 컴백함ㅋㅋㅋㅋ 개웃기네
ㄴ 박유진이랑 빅터 ㅈㄴ 친한 거 모름?? 뉴빈가
ㄴ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유재콤비 모르나 ㅋㅋ 얼마 전엔 일본가서 같이 영화까지 찍었는데
ㄴㄴ ㄹㅇ 거기다 유이치한테 노래 레슨도 받았었잖음 ㅋㅋ 그때 유이치 존웃이었는데
ㅁㅊ 박유진이 빅터콘으로 컴백한다고???]
느닷없이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가 퍼져가기 시작했다.
[찐임? 진짜? 나 진짜 유진이 컴백날만 오매불망 기다리는데 ㅠㅠㅠㅠㅠ 빅터 콘 잡는다 내가
유지니 얼굴만 볼 수 있으면 15만원은 껌이지 ㅅㅂ
하 이런 카더라 믿고 예매 뛰어드는 내 인생이 레전드다...
ㄴ 그래도 유지니...사랑하시죠...?
ㄴㄴ 당연하지 원앤온리 박유진 ㅠㅠㅠㅠ
아냐 근데 진짜 사진 보니까 유지니 손 맞는 거 같음
내가 저 손 유진이 맞는지 보려고 유진이 손 캡쳐만 200장 넘게함 ㅅㅂ]
유진의 팬들에게도 그 소식은 매우 쇼킹한 뉴스였다.
[박유진이 빅터 콘서트에?
입김에서 확인한 재오와 유진 콤비를 다시 볼 수 있는 건가?
그걸 위해서 한국에 가는 것? 잘 모르겠는 일
(항공예약권 캡쳐 사진.jpg)
빅터 팬이자 유진의 팬인 나는 가겠어 한국으로ww]
심지어 그건 일본에까지 퍼져갔고.
그렇게 시작된 빅터 콘서트 티켓팅은.
[빅터 콘서트, 서울돔을 꽉 채우다! 10분만에 전석매진 기록!]
[아이돌 빅터, 새로운 신화를 쓰다! 서울돔 콘서트 모두 매진!]
심지어 취소표도 나오지 않는.
그야말로 역대급의 예매전쟁이었다.
[빅터 콘서트, 과거보다 해외팬 예매비율 급상승······<입김>으로 인한 일본팬 급증의 위력인가?]
그런 뉴스까지 나올 정도.
[아니 실결률 미쳤나 ㅋㅋㅋ 취소표 두 자리수 정도 나온 거 같은데?
좌석이 2만 5천석인데 내 자리가 하나 없다고??
ㄴ 3일간 콘하니까 x3해야지 ㅋㅋ 7만 5천석인데 내 자리 하나가 없음ㅋㅋㅋ
대한민국 사람 8백명 중 한 명은 빅터콘 가는 거임?? 얼탱이가 없네 ㅋㅋㅋ]
사진 한 장이 불러온 스노우볼.
그게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
얼마 뒤.
-재오형 : 헐 야
-재오형 : 지금 인터넷에서 너 콘서트 참여한다는 썰 다 퍼졌는데
-재오형 : 괜찮은 거 맞아?
재오가 유진에게 급히 보낸 카톡.
유진은 자신이 게스트로 나온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했으니까.
그러나 유진은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박유진(나) : 걱정 말아요 형
-박유진(나) : 이럴 줄 알고 사진 올리라고 한 거니까 ㅎ
깜짝 등장도 좋지만.
어느 정도의 여지는 남겨두는 게 효과적일 테니까.
<메모라이즈> 때도 느꼈듯.
오피셜과 카더라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을 가진다.
카더라는 자극적이면서 동시에 휘발성이 강하다.
나쁜 소문이 아니고서야 이를 이용하는 건 매우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
그래서 연예기획사에서도 은근히 다중계정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유진은 이를 혼자서, 매우 효율적으로 수행해낼 뿐.
‘이걸로 내 컴백에 대한 기대감도 생기고, 빅터 콘서트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으니까.’
빅터 콘서트라는 자리를 빌려 제대로 복귀식을 치르는 만큼.
흥행을 위해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그게 제대로 먹힌 거고.
-재오형 : 야 진짜
-재오형 : 너 판짜기 능력은 기가 막힌다
-재오형 : 지금 3일 모두 매진됐다고 조실장형 좋아죽더라
-재오형 : 조만간 승진할 듯 ㅋㅋ
-박유진(나) : 오 그러면 진짜 좋겠다
그렇게 엄청난 판을 짠 사람답지 않게.
유진은 평범하게 중학교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아아악. 위탄 매진이라니. 이거 실화야?”
“응. 실화야.”
유진이 다니고 있는 송실중학교 매점 앞.
김선미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망했다.
매점에 김선미가 좋아하는 빵이 매진된 것.
“아싸. 오늘도 수량 넉넉하네.”
그에 반해.
여유롭게 자신의 먹을 것을 사는데 성공한 유진.
유진이 산 건 뻥튀기와 고구마형 등의 전통과자였다.
“넌 좋겠다. 다 팔릴 걱정은 안 해도 돼서.”
“너도 먹을래?”
“됐거든? 얼른 교실로 가자.”
유진, 정기열, 김선미, 유신애.
이 네 명은 모두 같은 중학교로 진학했다.
랜덤으로 중학교가 배치되는 시스템이니,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교실로 돌아가는 길.
쑥덕대는 소리가 그들을 에워쌌다.
“와, 씨. 진짜 존잘이다.”
“미친 거 아니야?”
“연예인들 다 화장빨, 카메라빨인 줄 알았는데. 진짜 실물 미쳤다.”
“근데 요즘 왜 티비 안 나와? 넙튜브 업로드도 안 한다던데.”
“몰라? 요즘엔 공부에 집중한다던데?”
“하긴. 박유진 지금 전교 1등 아니야?”
“미쳤다. 저 와꾸에 전교 1등이라니.”
정확히 말하자면 유진에게만 향하는 말들이었지만.
역변없이 자라고 있는 비주얼.
거기에 전교 1등을 차지하는 명석함까지.
유진을 향해 선망 어린 시선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너랑 같이 다니면 무슨 철 지난 순정만화 보는 거 같아.”
유진을 향한 리액션을 보며 김선미가 헛웃음을 지었다.
사실 김선미도 꽤 핫한 아역배우다.
그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본업인 키즈모델 활동까지.
여러모로 대중들에게 많이 얼굴을 알린 상태.
그러나 유진 옆에 서면, 김선미는 그저 엑스트라 취급이었다.
“음? 뭐가?”
“리액션이 꼭 옛날 순정만화 같잖아. 어머어머, 저 존잘남 좀 봐!”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잘생긴 사람 보고 잘생겼다고 하는 거지 뭐. 못생겼다는 얘기 듣는 것보단 좋잖아?”
“으, 재수 없어.”
“응? 진짜?”
싱긋 웃으며 김선미를 바라보는 유진.
그러자 김선미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와, 씨. 얘 얼굴은 진짜 봐도 봐도 적응 안 되네.’
부정하기엔 참으로 잘난 얼굴이었으니.
유진을 봐온지 꽤 되는 김선미지만.
점점 물이 오르고 있는 유진의 미모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음? 선미야.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그런데 나랑 이렇게 둘이 다녀도 돼? 네 남친이 화내.”
그 말에 김선미가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내 남친이야?”
“기열이잖아.”
“야. 아니거든?”
“뭐야. 둘이 사귀는 거 아니었어?”
그러자 김선미가 헐, 하는 소리를 엄청 길게 냈다.
자신이 얼마나 어이없는지 표현하고 싶은 모양.
“그런 오징어랑 누가 사귀겠어?”
“에이. 기열이 정도면 잘 생겼지.”
“걔가? 걔가 잘 생겼다고? 허, 참. 기막혀.”
“그럼 누구 정도면 잘 생긴 건데? 역시 나 정도는 돼야 해?”
장난인지 진심인지.
제법 짓궂게 보이는 미소를 짓는 유진.
“······몰라.”
차마 부정할 수는 없는지.
할 말을 잃어버린 김선미.
그때.
“야. 매점 갔다 온다더니 뭐 이리 오래 걸리냐, 둘 다.”
복도 끝에서 정기열과 유신애가 같이 나타났다.
정기열 역시 3년 만에 키가 훌쩍 컸다.
물론 유진보다는 작았지만.
“뭐야, 김선미.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가냐? 뭐 잘못 먹었냐?”
“아니거든? 그리고 얼굴이 빨가면 아프지 않냐고 걱정해주는 게 순서 아니냐?”
“만나자마자 비글처럼 구는 것 보니까 아프진 않은 거 같네.”
“뭐가 어쩌고 저째?”
“아, 근데 위탄 없음? 가위 바위 보 져서 너희 둘이 매점 다녀오기로 했잖아.”
“에이씨. 위탄 다 떨어졌다잖아.”
“그러니까 빨리 갔어야지. 느려터져서는.”
“야, 꼬우면 네가 가지 그랬어!”
“자, 둘이 그만.”
당장이라도 한 판 붙을 거 같은 분위기.
그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것은 동그란 안경을 쓴 유신애였다.
유진이 일본 진출로 자리를 비운 동안.
유신애는 김선미와 정기열을 다루는 법을 터득했다.
비록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그만큼 효과적인 방법을 알아내게 된 것.
그건 바로.
“너희 그러면 다음 소나기 찍을 때 키스신 넣는다.”
“아, 죄송합니다 작가님!”
“미안해, 신애야. 제발 그것만은······!”
금세 순한 양으로 돌변하는 김선미와 정기열.
넥스트 컨텐츠에서 대본을 집필하는 건 전적으로 유신애의 몫이다.
그런 유신애가 애정씬을 넣으면 두 사람은 따를 수밖에 없는 것.
김선미도 정기열도, 어린 나이지만 일찌감치 돈을 받고 일을 해왔다.
프로의식이 뛰어난 배우들답게, 촬영을 거부하는 일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만큼 넥스트가 그들에게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고 말이다.
“뭘 키스신 가지고 그래.”
유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정기열이 정색하며 답했다.
“키스신이야 얼마든지 찍을 수 있어. 근데 김선미랑 찍기 싫은 것뿐이야.”
“헐. 누군 좋은 줄 알아? 기가 막혀서 정말.”
다시 유신애가 중재에 나섰다.
3년이 지난 만큼, 그녀 역시 소심한 성격이 조금은 줄어든 모습.
“자자, 이제 그만들 싸우자. 그나저나 슬슬 넥스트 넙튜브에 올릴 다른 컨텐츠도 생각해봐야 할 거 같은데. 언제까지 소나기만 찍을 수 없잖아.”
“라방 비중을 올릴까? 구독자들이 좋아하잖아.”
“병맛 더빙 같은 건 어때? 선미 네가 원맨쇼 연기 하고, 내가 거기에 더빙 입히는 거야.”
넥스트는 현재 구독자 30만이 넘는 인기 채널이 되었다.
청소년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컨텐츠인 ‘소나기’는 조회수 보장 효자 컨텐츠였고.
그 외에도 김선미와 정기열이 이따금 하는 라디오 컨텐츠도 인기였다.
특히 라디오 방송은 투닥투닥 두 사람의 케미가 발군이었기에 기다리는 팬들도 많은 편.
그래서 구독자들이 이름 붙인 게 바로 미열 커플이다.
김선미의 ‘미’와 정기열의 ‘열’을 따다가 붙인 이름.
‘아니, 우리 커플 아니라니까요?’
‘미열 커플 언급하면 밴입니다. 밴 풀고 싶으면 만 원 이상 후원챗 보내세요!’
두 사람은 극도로 부정하고 있지만.
구독자들은 두 사람을 골려 먹는 걸 주 재미로 삼고 있는 중.
“너희 그냥 진짜 사귀는 거 어때? 구독자들도 좋아할걸?”
유진이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만 하면 버럭버럭 화내는 두 사람이 귀여워 보여서 그런지.
유진은 김선미와 정기열을 골려 먹는 일이 잦았다.
“야, 박유진. 너 남의 얘기라고 막 내뱉는다? 엉?”
“맞아. 유진아. 아무리 너라도 그 말은 참을 수 없어.”
그럼 이렇게 또 재미있게 반응을 해주니까.
“왜? 갈 때 가더라도 한몫 단단히 쥘 수 있는 기회잖아!”
“······진짜 자본주의적 발상이네.”
“쟤 넙미새라니까. 넙튜브에 미친 새퀴. 그런 놈이 요즘은 왜 업로드도 안 하는지. 아, 학교에서 일 얘기 그만 하고! 그래서, 매점에서 뭐 사왔는데?”
“좀 기다려봐.”
둘이 비닐봉지를 뒤적이는 동안.
“신애야.”
어느새 유신애의 곁으로 온 유진.
유진은 유신애의 교복 주머니에 무언가를 쏘옥 집어넣었다.
“어?”
유신애는 조금 빨개진 얼굴로, 뒤돌아 주머니를 확인했다.
품안에서 나온 건 조그마한 쪽지.
[이번에 나온 웹소설 잘 봤어!
엄청 재밌더라 ^ㅁ^]
유진이 넣은 쪽지의 내용이었다.
유신애는 벌써 다섯 편이 넘는 소설을 출간해냈다.
작년에 웹소설로 출간한 <열다섯, 서른다섯>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웹툰화까지 진행되어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하는 중.
그런 엄청난 히트작을 써낸 게 중학생인 줄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
그만큼 유신애는 샤샤토끼와 유신애로서의 이중생활을 완벽히 수행해냈고.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유진뿐이다.
“고, 고마워.”
유신애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은 싱긋 웃으며 화답했다.
♬~♪~
그때.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곧 움직일 준비를 하는 정기열과 김선미.
유진과 유신애는 같은 반이 되었지만.
정기열과 김선미는 바로 옆반이었으니까.
“아, 점심시간 벌써 끝났네. 이게 다 김선미 때문임.”
“이젠 하다하다 점심시간 끝난 걸 내 탓 하냐? 어?”
“너랑 있으면 이상하게 시간이 빨리 간단 말이야.”
“뭐? 으, 크흠! 뭐, 뭐야. 나랑 있는 게 그렇게 재밌냐? 이상한 소리 말고! 빨리 교실이나 가.”
“유진, 신애! 이따 보자!”
또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멀어지는 두 사람.
곧 비닐봉지를 펄럭이며 멀어졌다.
“쟤네는 진짜 몇 년 동안 변하질 않네. 영혼의 듀오라니까.”
그 모습을 보며 키득키득 웃는 유진.
“그, 그런데 유진아.”
“응? 왜?”
“너 빅터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온다는 소문. 그거 진짜야?”
“음? 글쎄? 요즘 그런 소문도 돌아?”
천연덕스럽게 넘기는 유진.
사장인 차동석을 빼곤 유진이 빅터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여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나머지는 그저 소문을 듣고 혹시나? 할 뿐.
“난 잘 모르겠네. 아, 우리도 얼른 수업 준비하자. 다음 시간이 수학쌤이잖아. 어수선한 거 엄청 싫어하셔.”
휘릭 교실로 들어가버리는 유진.
유신애는 그런 유진의 뒷모습을 쫓아갔다.
*
“이제 시작이야.”
빅터 콘서트 첫날.
빅터 멤버들은 무대 위로 나서기 전, 마지막 파이팅콜을 외치고 있었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당연히 리더인 재오.
“우리 완전체로 컴백하기만을 기다린 팬들이, 지금 서울돔을 꽉 채워주셨어. 이분들을 실망시킬 순 없지. 안 그래?”
“물론!”
“그리고, 무대 위로 올라가기 전에 한 마디만 더.”
워낙 노력파에 강경 리더인 재오.
그는 무대 위에 오르기 전까지 멤버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멤버들이 부족했던 부분, 틀렸던 부분을 위주로 신경 쓰라고 말이다.
그래서 멤버들은 또 시작이구나,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난 너희들을 믿는다.”
재오는 그 말만 딱 내놓을 뿐이었다.
그러자 다른 멤버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
“아니 뭐 잘못 먹었어? 아까 먹은 돈가스가 잘못된 건가?”
“우리 리더님이 잔소리 없이 끝낸다고?”
“우릴 믿어? 자기 말곤 아무도 안 믿을 사람이?”
그러자 재오가 퉁명스레 말했다.
“왜? 뭐? 그럼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잔소리 해줘?”
“아, 아닙니다. 리더님!”
“에이. 우리는 그냥 놀라서 그랬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재오 형도 많이 변했네. 그럼 우리 리더님의 믿음이 부응해드려야지.”
재오가 평소와 달리 잔소리 없이, 그저 믿는다는 한 마디로 끝낸 것.
그건 재오에게 큰 영향을 끼친 한 사람 때문이었다.
‘유진이가 그랬으니까.’
유진과의 첫 만남, 공익광고 촬영 때도.
<입김> 오디션을 준비할 때도.
유진은 직접적인 조언을 해주기 보다, 재오가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믿어주었다.
‘연기자로서 제대로 데뷔하지 못했다면, 나는 도망치듯 빅터로 복귀했겠지.’
하지만 그는 꿈을 이루고, 당당히 팬들 앞에 금의환향했다.
배우 재오이자.
빅터의 리더로서.
‘그러니까, 그 녀석의 복귀도 내가 도와야만 해.’
매번 자신을 믿어준 그 아이를 위해.
“자, 그럼 가자!”
재오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무대 위로 향하는 멤버들.
서울돔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이번 콘서트의 제목이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