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173화 (173/237)

173화

“기열아.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있어?”

아삭거리는 복숭아를 내오며 그리 묻는 사람.

바로 정기열의 어머니, 김주현이었다.

“고민은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기열은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

“엄마는 고민이라는 단어를 쓴 적 없는데.”

멀티 엔터테이너로서, 연기와 노래 모두 이름을 크게 날린 김주현.

그를 어머니로 둔 정기열은 한때 그 이름에 짓눌렸으나.

이제는 완전히 벗어났다.

어머니를 존경하지만, 가는 길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 덕분에 이제 정기열은 어머니를 어려워하지 않고, 김주현과 꽤 잘 지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자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도 많아졌다.

오히려 사춘기를 일찍 겪은 셈이라고나 할까.

“무슨 일인데 그래? 엄마한테 말해봐.”

“진짜 고민 아니에요. 사실 제 문제도 아니고.”

“그래? 그런데 왜 그리 신경 쓰고 있을까?”

토끼처럼 앞니로 복숭아 끝부분만 야금야금 먹던 정기열.

잠시 후, 힘겹게 입을 열었다.

“김선미요. 걔가 이번에 <열다섯, 서른다섯>에 출연할지도 모른대요.”

“그거 참 잘 됐네. 거기 유진이도 출연한다면서? 설마 둘이 커플로 나오는 거야?”

유진은 자주 정기열의 집으로 놀러오곤 했고.

그 과정에서 김주현과도 제법 대화를 나누었다.

박유진은 정기열이 전학을 가며 사귄 첫 친구였고.

때문에 김주현은 유진에게 적잖이 고마워하고 있었다.

“하긴. 그 둘 옛날에 뮤직비디오에서도 멜로연기 했었지? 웹드라마도 시즌 2까지 찍고. 호흡이야 찰떡이겠네. 잘 됐다.”

그런데.

김주현과는 달리 정기열의 표정이 썩 밝진 않았다.

그를 보고선 귀엽다는 듯 김주현이 미소 지었다.

“아하. 우리 아들, 질투하는 거였구나?”

“제가요? 허, 참, 허! 제가 언제요? 엄마도 참. 허, 참. 그냥 배 아파서 그렇죠. 제 친구 둘이, 주인경이랑 강사랑까지 나오는 드라마에 출연한다니까요.”

그리 말하는 것과 달리.

누가 봐도 ‘맞습니다’하고 인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정기열.

김주현은 그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때.

우웅-! 우웅-!

힘차게 울리는 정기열의 휴대폰.

그 액정에 뜬 이름은.

[밉상]

짧고 강렬했다.

“선미구나?”

김주현은 비워진 접시를 들고 일어섰다.

“다녀오렴.”

*

김선미와 정기열.

두 사람의 아지트라고 할 수 있는 놀이터.

그러나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무슨 죄라도 지은 듯한 분위기.

“야, 김선미. 불러냈으면 말을 해야지.”

정기열이 애써 어색함을 지우고 말을 꺼냈으나.

김선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시간만 흘러가고.

결국 또 정기열이 입을 열었다.

“근데 그거 어떻게 하기로 했어?”

“뭐?”

“그거.”

“그게 뭔데?”

“드라마.”

“고민 중이야.”

“뭘 고민하냐?”

“넌 괜찮아?”

“그걸 왜 나한테 묻냐? 내가 뭐 안 괜찮을 이유라도 있냐?”

그렇게 긴 침묵이 이어지다가.

“야. 엄청난 기회가 왔잖아. 당연히 잡아야지.”

정기열이 힘겹게 입을 뗐다.

“이런 기회가 어디 흔하게 오냐? 그리고 유진이 복귀작인데, 네가 힘 좀 실어줬으면 좋겠어. 너 배우 하고 싶었던 것도 유진이 때문이라며.”

“그건 그래.”

그리 대답하고 있지만.

김선미는 어쩐지 실망한 듯한 표정.

아무래도 기대했던 말과는 조금 다른 대답인 모양이다.

“나 갈래.”

그러자 정기열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뭐야. 5분 만날 거면 왜 사람을 오라가라야?”

“몰라, 멍청아.”

“왜 욕하고 난리야.”

쌩하니 그네에서 일어나버리는 김선미.

그런데 잠시 후.

“야, 김선미.”

정기열의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

“나 쪼잔한 사람 아니야.”

“뭐?”

“나 너 믿는다. 어? 연기는 연기일 뿐이지. 멜로 찍는 사람들이 다 애인되고, 결혼하는 거 아니니까.”

정기열이 새빨개진 얼굴로 횡설수설 말했다.

“아, 그러니까 너도, 내가 멜로 찍을 때 그냥 밀어주고 믿어달라고! 알았어?”

직접적인 말은 없고, 모두 빙빙 돌렸으나.

누가 들어도 확실한 의미가 깃들어 있었다.

그 때문일까.

김선미는 자리에서 멈춰서더니.

곧 뒤돌아서서 우다다 달려왔다.

그리곤 정기열의 품에 폭 안겨버리는 게 아닌가.

“야, 야. 야, 뭐, 뭐, 뭐해?”

예상치 못한 그대로 고장 나버린 정기열.

괴상하게 말까지 더듬었다.

“시끄러. 그냥 가만히 있어.”

그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김선미 역시 귀가 새빨개진 모습.

“나 열심히 할게.”

“어. 으, 아. 그, 그래. 멜로물이니까, 너무 열심히는 말고. 적당히 해.”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우와.”

그를 몰래 지켜보고 있는 유신애.

팝콘이라도 하나 사올걸, 하고 후회하는 중이었다.

“유진이 말이 맞았네. 쟤네 진짜 사귀나 봐.”

로맨스 작가로서,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장면이었다.

*

-기열이 : 야 유진아

-기열이 : 나 할 말 있다.

그날 밤.

유진은 한 연락을 받았다.

마침 유진이 소속사 사무실에 있던 터라.

두 사람은 주역 매니지먼트 회사 차에서 잠시 만나기로 했다.

‘감독님이 선미를 픽할 확률은 반반 정도로 봤는데. 설마 진짜 하실 줄이야.’

유진이 알고 있는 최희숙의 특징 중 하나는, 주로 쓰는 배우들만 쓴다는 것.

그래서 ‘최희숙 사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출연하는 배우풀이 좁다.

‘선미가 전작에 출연했으니, 당연히 후보군에는 있을 거라 생각했어.’

이는 여러모로 호재였다.

샤샤토끼 유신애의 원작을 기반으로 하는 드라마.

거기에 유진과 김선미가 호흡을 맞춰 연기하는 것.

넥스트라는 모임 자체가 한 단계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갈 절호의 기회였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기열이랑 선미, 아무리 봐도 둘 사이가 심상치 않단 말이지.’

유진은 회귀 전부터 정기열과 친구 사이였다.

그렇기에 정기열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기열이 걔는 싫으면 그냥 딱 끊어버리는 스타일이야. 그런데 선미랑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지내고 있지. 요즘엔 오히려 나와 보내는 시간보다 선미와 보내는 시간이 더 긴 것 같고.’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한창 이성에게 관심이 많을 나이가 아닌가.

김선미나 정기열이나 모두 외모도 괜찮고.

서로 배우, 성우로서 입지와 평판도 좋으니 끌리는 게 당연한 일.

그리고 원래 그 나이땐 싸우면서 정든다고 하지 않던가.

‘문제가 있다면, 그 감정에 휩쓸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할까 싶은데.’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멜로는 찍지 않겠다!

그렇게 나오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이성적인 영역이야 유진이 얼마든지 판을 세팅하고, 설득할 수 있으나.

이 나이대의 감정적인 부분은 유진도 케어하기가 어려우니.

중2병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나?

그때.

똑똑.

차 문에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깥을 확인한 유진은 곧 문을 열어주었다.

“어서 와, 기열아.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다소 굳은 얼굴로 뒷좌석에 올라 타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연 정기열.

“유진아.”

“응?”

“넌 네게 최고의 친구야.”

“어? 어어. 그래, 고마워.”

“네 덕분에 성우라는 세계도 알게 됐고. 엄마랑도 사이가 좋아졌고.”

“기, 기열아?”

유진은 뭔가 심상치 않은 게 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벌써 손발이 오글거리려 하고 있었으니.

“잘 해줘라.”

“뭐?”

“의외로 예민한 애니까, 세심하게 챙겨주고. 가끔 칭찬하면 좋아해. 너무 자주해주진 말고. 그러다 버릇 나빠져.”

“기, 기열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유진아, 미안하다. 본방사수는 못할 거 같아.”

“넷플러스 스트리밍이라 본방사수, 이런 개념 없어.”

“우리의 우정은 영원할 거라 생각해.”

유진은 곧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정기열이 말마따나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정기열을 위해 당장 조언을 해줄 타이밍이었다.

“기열아. 너 병 걸린 거 같아.”

“무슨 병?”

“중2병. 내가 친구로서 진지하게 말하는데. 그냥 지금 돌아가는 게 좋을 거 같아. 흑역사 생성하지 마. 너 나중에 이불킥한다?”

이러다 눈물 셀카도 찍는 거 아닌지 몰라.

유진은 진지하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유진아. 우린 연기자잖아. 항상 감정에 솔직해져야 해. 난 지금 내 감정에 솔직하고 있는 거야.”

“······그래.”

결국 유진은 체념했다.

저게 딱 저 시기에만 겪을 수 있는 감정 아닌가.

그렇다면 마음껏 분출하도록 냅둬야지 어쩌겠는가?

“아무튼, 그래. 이해해줘서 고마워.”

“걔 울리지만 마. 부탁이다.”

“어······내가 알기론 원작에 여주가 우는 장면이 있긴 한데. 그건 나도 어쩔 수 없어.”

유진은 제발 빨리 정기열이 나가주기만을 기도했다.

“그럼 간다.”

그러나 막상 정기열이 갈 때가 되자.

차마 전하지 못했던 조언 하나가 떠올랐다.

“야, 기열아. 마지막으로 내가 당부 하나만 할게.”

“뭔데?”

“당분간 스윗터 지우는 게 좋을 거야.”

“갑자기 뜬금없이 뭔 소리야?”

“진짜 그게 내가 친구로서 지금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충고인 것 같아.”

정기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차에 홀로 남은 유진은 그 여운을 강제로 한껏 맛보아야만 했다.

아니.

사실 지금 차에 타고 있는 건 유진 혼자만이 아니었다.

“어······저 친구, 내가 여기 있는지 몰랐던 거지?”

운전석에는 차동석이 타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데 워낙 정기열이 감정에 도취되어, 자기 할 말만 하느라 눈치채지 못한 모양.

“알고 있었다면 저런 소리도 못했겠죠.”

“괜찮아. 원래 저 나이땐 다 저런 거야.”

차동석은 그렇게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스윗터 지우라는 조언은 매우 좋았어. 친구를 생각할 줄 아는구나.”

SNS의 위험성에는 동의했다.

“네. 안 그러면 저 녀석 엄청 후회할 거 같거든요.”

그러나 그 조언이 무색하게.

그날 밤 정기열의 스윗터엔 스윗이 하나 올라왔다.

[정기열 님의 스윗 : 유달리 가슴이 아픈 밤...

나는 슬플 때 산책을 하곤 한다...

달빛만이 나를 위로해주는구나]

거기에 첨부된 정기열의 셀카까지.

“에휴. 말 좀 듣지.”

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불쌍한 놈. 이대로 남문위키에 박제당하겠네.”

앞으로 심심할 때마다 흑역사로 괴롭힐 당할 정기열의 미래.

그게 유진에겐 생생히 그려지는 듯 했다.

*

UB엔터 소속이자.

빅터 담당인 조실장은 주식 차트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야. 재오야. 진짜 우리 주가 엄청 뛰었다. 안 떨어지고 방어도 잘 되고 있어.”

빅터의 컴백콘을 기점으로.

UB엔터의 주가가 확 뛰었다.

오랜만에 열린 콘서트인데다 퀄리티며, 화제성까지 모두 챙겼으니.

아무래도 콘서트 말미에 새 앨범에 대한 스포일러를 띄운 게 주효했던 모양.

“이야. 진짜 대박이네. 역시 빅터가 우리 회사를 먹여살리는 거지. 안 그래?”

개인 활동에만 집중하다 오랜만에 뭉친 덕인지.

컴백콘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3일간 열린 서울돔에서의 콘서트 전석매진.

실검 1위.

<열다섯, 서른다섯>이 나타나기 전까진 SNS 검색량 1위 등.

그야말로 UB엔터 입장에서는 호재가 쏟아졌으니.

“유진이 덕도 좀 본 거 같고.”

조실장 옆자리에 앉아있는 재오가 말했다.

사실 컴백콘에 게스트를 쓴다는 것에 걱정이 많았다.

그냥 빅터 멤버들에게만 집중할까 고민도 많이 했고.

그러나 결국 이는 여러모로 이득으로 작용했다.

컴백콘은 빅터는 물론이요, 유진의 복귀 무대로 두고두고 회자되었으니.

덕분에 화제성이 제곱된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박유진 복귀작 봤냐?”

“어. 넷플러스에서 만든다는 그거 말하는 거지?”

“라인업 죽이더라. 박유진에다 김선미, 거기에 주인경이랑 강사랑이라니. 원작도 엄청 유명하다며?”

감독은 물론이요, 주연 4인방이 모두 픽스되었다.

아마 몇 달 후엔 촬영에 들어갈 것이다.

“우리 콘서트를 통해 컴백하고, 그 이후엔 넷플러스에서 대형 멜로물이라. 진짜 난놈이긴 해, 박유진.”

조실장이 곧 쓰읍, 하고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우리 쪽으로 박유진 못 데려오나?”

몇 년 전에는 재오가 유진과 엮이는 것 자체를 꺼려하던 조실장이지만.

이젠 아예 유진이라는 존재 자체가 탐이 날 정도로 마음이 변했다.

사실 UB엔터 입장에서도 유진은 매우 매력적인 카드였다.

UB엔터 역시 배우팀이 따로 존재하고.

유진은 재오를 비롯한 빅터 멤버들과의 케미도 무척 좋으니까.

“얘 음악도 잘 하잖아? 진짜 우리 회사였으면 여러모로 푸시 엄청 해줬을 텐데.”

그러자 재오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꿈 깨. 유진이 재계약했어.”

“주역 매니지먼트랑? 박유진 걔도 참 이상한 녀석이란 말이야. 뭐하러 그런 중소랑 계속 일하는 거냐?”

“그쪽 회사가 유진이 덕분에 엄청 성장했잖아. 원래 소속 배우 하나 없던 곳인데, 지금은 아역배우 전문 에이전시가 되었다고 들었어. 소속 배우만 열 명이 넘을 걸? 지금 8년째 같이 일하는데, 새삼 다른 곳으로 바꾸기도 좀 그렇겠지.”

“그 녀석 정도면 FA로 나오면 계약금은 부르는 게 값일 텐데. 어렸을 때 찢어지게 가난했다며. 그런데 돈 욕심이 없는 건가?”

“유진이 정 많은 애야. 형처럼 그렇게 돈만 생각하는 애 아니라고.”

“내가 언제 돈만 생각했냐? 말 참 서운하게 하네.”

조실장은 빅터 담당으로서, 나름 알게 모르게 박유진과 많이 마주쳤다.

그러나 여전히 박유진이 어떤 아이인지는 온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워낙 빠르게 성장했으니 오만할 법도 한데 누구보다 정이 깊고.

아이처럼 순수한 것 같으면서도 누구보다 영악하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대형엔터 실장으로서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박유진은 돈이 된다고.

“재오 너, 당분간은 박유진이랑 엮일 일 없지?”

“그렇겠지. 유진이 이제 신작 준비한다고 바빠질 테니까. 나도 촬영 중이고.”

곧 무언가를 가늠해보는 듯.

조실장은 턱을 쓰다듬으며 침음을 흘렸다.

“야, 재오야. 박유진한테 싱글 발매 제의해볼까 하는데. 어떨 거 같냐?”

“싱글?”

“어. 걔 노래 잘하잖냐. 발표하는 곡마다 꽤 성적도 좋고.”

<날개> OST는 물론.

가로수 밴드와 불렀던 노래 역시 톱텐에 들지 않았던가.

뮤지컬 애니메이션도 두 편이나 더빙했고.

오히려 웬만한 가수들보다도 차트 성적이 좋은 편이다.

“뭐, 좋긴 한데. 그냥 싱글 낼 거면 컨셉 제대로 잡아야 할 거 같은데? 배우가 뜬금없이 싱글 내는 건 좀 이상하잖아.”

“그래, 조미료가 필요하긴 하지.”

조실장은 그리 말하며 넙튜브 영상을 재생시켰다.

바로 막콘날.

유진이 빅터 멤버들과 섞여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었다.

팬들이 ‘막 태어난 기린 같다’라고 평하는 그 모습.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박유진이지만.

댄스만큼은 신이 버린 재능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이거 꽤 재미있겠는데. 물론 그쪽에서 받아줄 때의 이야기겠지만.”

그를 보며 조실장이 새삼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 소리야?”

“그런 게 있다, 임마. 어른들의 비즈니스지.”

“허. 이 형이 진짜. 내가 유진이랑 노니까 나도 15살로 보이나 봐?”

“됐고, 촬영장 다 왔다. 내릴 준비 해.”

그리고 얼마 뒤.

조실장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진이냐? 나 조실장인데. 어. 그래, 잘 지내지? 콘서트 이후로 연락하는 건 처음인데. 아, 너 엄청 바쁠테니까 바로 용건만 말할게. 이 아저씨가 너한테 제안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 응, 그래. 부탁이 아니라 제안. 좀 쌈박하고 재미난 거니까, 너도 흥미가 당길 거다.”

조실장이 꽤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말이야. 댄스곡 한 번 내볼 생각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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