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184화 (184/237)

184화

184회

강사랑이 유진과 붙는 유일한 장면.

이 장면을 촬영하러 오며 강사랑은 꽤 큰 기대감을 가졌다.

리딩 생중계 때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 박유진 아닌가.

자신과의 촬영 때는 대체 무슨 재미있는 일을 벌일 것인가?

그러나 강사랑과의 생각과는 다르게, 다소 심심하게 흘러갔다.

“방금 건 좀 감정적이었으니까, 이번에 좀 더 드라이하게 한 번만 가보겠습니다.”

최희숙의 지시대로.

몇 번 리테이크를 했지만 유진에게서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디렉팅에 충실한 연기를 보여줄 뿐.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유진의 연기력이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열다섯 밖에 안된 아이가 저런 에너지를 뿜어낸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걸론 부족해.’

강사랑이 박유진에게 가지고 있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때문에 촬영 전부터 갖고 있던 흥분은 적잖은 실망감으로 변해가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찔러보고 한 번 반응이나 볼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인지.

곧 강사랑의 입꼬리가 휘었다.

다음 리테이크로 가기 전, 잠시 쉬는 시간.

강사랑은 슬쩍 박유진 쪽으로 향했다.

“우와, 꼬마야. 넌 쉬는 시간에도 계속 대본을 보네?”

강사랑이 짐짓 놀라는 척하며 말했다.

유진이 대본을 들고, 볼펜으로 줄까지 그어가며 대사를 체크하고 있었으니까.

“네. 저는 대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쉬는 시간에도 대본을 손에서 떼지 않는 저 몸가짐.

그야말로 모두가 본받아야 할, 배우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배우라면 대본에 충실해야죠. 그쵸, 사랑 이모?”

“아,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하지만.

그 우직함이야말로 어쩌면 문제가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철저한 준비성, 그로 인한 계산적 연기. 그게 바로 박유진이라는 배우의 특징이겠지.’

물론 강사랑도 여러 일화를 통해 유진의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리플레이>, <데드맨> 등.

오디션에서 생각지도 못한 해석을 통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그를 통해 작품을 성공으로 이끌었다지.

하지만 그것도 사전에 준비가 되어있기에 가능한 일.

임기응변이라고 보기엔 거리가 있었다.

강사랑 역시 제 대본을 살펴보았다.

[민유라의 내면.

그녀의 눈앞에 15살, 처음 만났던 시절의 정은호가 보인다.

정은호(15살) : 넌 항상 그런 식이야.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다가오면 위협하잖아.

민유라(35살) : 그러니까 다가오지 말았어야지. 내가 계속 밀어냈잖아.

정은호(15살) : 정말? 진심이야? 내가 다가가지 않기를 바랐어?

민유라(35살) : 그래, 난 항상 네가 거슬렸어.

정은호(15살) : 거짓말. 넌 너 자신을 속이고 있어. 상처받기 두려워서. 아냐?

민유라(35살) : (정곡을 찔린 듯) 아냐!

···

···]

이게 대략적인 대본.

제 안의 상처에 대해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옛 기억 속 정은호를 향해 탓하는 민유라.

그녀가 가지고 있는 상대방과의 거리감, 그로 인한 외로움과 고통.

이를 어린 정은호와의 대화를 통해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여기서 몇 마디 더 추가해도 상관없겠지?’

강사랑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네. 그럼 다시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스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다시 카메라 앞에 서서 구도를 잡았다.

“마지막 테이크라고 생각해요. 이번엔 조금 더 격정적인 무드로 가볼게요. 괜찮겠죠?”

감독 최희숙의 말에 두 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이죠.”

“네, 그럼 갑니다. 하이, 액션!”

최희숙의 사인이 떨어진 직후.

유진은 곧장 눈빛이 돌변했다.

단숨에

“후우. 넌 항상 그런 식이야.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다가오면 위협하잖아.”

게다가 최희숙의 디렉팅을 온전히 받아들여.

한숨을 섞는 등, 훨씬 격정적인 모습으로 변모했다.

“그러니까 다가오지 말았어야지. 내가 계속 밀어냈잖아.”

“정말? 진심이야? 내가 다가가지 않기를 바랐어?”

“그래, 난 항상 네가 거슬렸어.”

다음에 유진이 ‘거짓말. 넌 너 자신을 속이고 있어’라며 대사를 쳐야할 부분.

그런데.

“그때 내 손은 왜 잡은 거야?”

갑자기 생뚱맞은 대사를 내뱉는 강사랑.

“대답해 봐.”

그건 바로 애드리브였다.

“내가 널 밀어내? 아니. 네가 날 밀어내고, 버린 거잖아!”

악쓰는 듯한 발성을 쓰며 내지르는 강사랑.

“그랬으면서 그때 내 손은 왜 잡은 거냐고······.”

그러나 강사랑은 속으로 웃고 있었다.

‘자, 과연 어떻게 할래?’

별다른 긴장감이 흐르지 않는 촬영장.

그 속에서 강사랑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애드리브였다.

다른 장면도 아니고, 몇 번이나 리테이크를 했던 씬이다.

마지막 테이크에서 애드리브를 친다는 건 아마 누구도 예상치 못했으리라.

그것도 리딩 생중계 당시 화제가 됐던 손가락 멜로 씬을 언급하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

박유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할 수 있을 리가.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느닷없이 날아온 애드리브에 놀랐을 테니.

그런데.

“······네가 좋았으니까.”

대답하지 못한 게 아니라, 뜸을 들인 것 뿐이라는 듯.

유진은, 아니 민유라의 머릿속 열다섯의 정은호는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았고.

“그럼 이제 네가 대답해봐.”

곧 태연하게 대답했다.

“넌 내 손을 왜 잡았는데? 너도 날 좋아했던 거 아니야?”

심지어는 강사랑이 던진 공을 그대로 다시 넘겨버리기까지.

‘뭐야, 쟤?’

강사랑은 적잖이 당황했다.

설마 자신의 애드리브에 당황한 티 전혀 없이, 애드리브로 다시 받아칠 줄이야?

‘그래, 알고 있어. 쟤는 천재가 맞아. 하지만 천재들은 으레 경험이 없기 마련이지.’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다.

주연보다는 조연에 대한 경험이 많다.

게다가 이번에 가진 반년간의 휴식기까지.

즉, 박유진의 가장 큰 약점은 경험부족일 것이다.

이는 곧 순간적인 상황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런데 반년만에 복귀한 열다섯짜리 꼬맹이가······이렇게 자연스레 애드리브에 대처한다고? 조짐이 있던 것도 아닌데?’

그 모습은 마치 수십년 경력의 노련한 배우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강사랑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듯.

당황하긴커녕 자연스레 받아치는 모습이 더욱 놀라웠다.

그 때문에 오히려 강사랑 쪽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그 때문에 강사랑은 이후 대사를 소화해내지 못했고.

“컷!”

최희숙의 NG컷 사인이 떨어졌다.

“사랑 씨. 애드리브 할 거라면 미리 얘기를 좀 해줘요.”

유진이 오디션에서 보여준 파격적 해석도 적극 수용했던 최희숙이다.

그러나 그건 촬영에 들어가기 전이라 가능했던 일.

촬영에 돌입한 이후로,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애드리브에는 다소 엄격한 편.

“유진이 너도.”

아무래도 유진이 자연스레 받아치니.

둘 사이에서만 협의된 애드리브라고 생각한 모양.

“네?”

그러자 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사랑 이모가 갑자기 애드리브 친 건데?”

유진의 말에 최희숙이 눈썹을 찌푸렸다.

“뭐? 하지만 너 곧바로 반응했잖아.”

“그게, 사랑 이모가 극에 엄청 몰입해서 나온 거 같아서요. 저도 그에 맞춰서 애드리브를 친 것 뿐이에요.”

“사전 협의되지 않은 애드리브인데, 곧장 받아친 거란 말이야?”

곧 최희숙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유진의 능력이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부하는 최희숙이지만.

설마 베테랑 배우처럼 애드리브에도 능숙하게 반응할 줄이야?

“죄송합니다.”

강사랑으로서는 여러모로 면을 구긴 셈이었다.

자기가 호기롭게 멋대로 애드리브를 쳤으면서.

정작 유진이 받아치니 그에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하지 않았나.

‘이런 굴욕은 난생 처음이야.’

아무리 멋대로 행동하는 강사랑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선이라는 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눈치없이 떠들 정도로 사회성이 낮지는 않다는 뜻.

그런데 그때.

“감독님. 방금 그 애드리브요, 살리는 게 어때요?”

“뭐?”

유진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사랑 이모의 애드리브 꽤 좋았던 거 같아서요. 이 씬의 핵심 포인트는 바로 민유라의 내면 속 혼란과, 다시 재회한 정은호에 대해 겉으로는 표출하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이 드러나는 거잖아요?”

“응. 그렇지.”

“사랑 이모의 애드리브를 넣으면, 감독님이 원하시는대로 좀 더 격정적인 구도가 그려질 수 있을 거 같아요. 정은호를 밀어내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받아들이지도 못한 민유라의 마음 속 혼란도 그려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야말로 청산유수.

유진은 막힘없이 제 의견을 개진했다.

“그리고 이모의 애드리브 덕분에 저도 훨씬 몰입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보기엔 작품에도 좋은 영향이 갈 거 같은데, 감독님 생각은 어떠세요?”

강사랑의 기도 살려주면서.

동시에 다소 경직된 촬영현장을 살릴 수 있는 묘수였다.

애드리브에 뻔뻔하게 애드리브로 받아치는 임기응변.

동시에 방금 나눈 애드리브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고 있는 넓은 시야.

거기다 호흡을 맞춘 배우를 배려하는 저 센스까지.

‘저 애는 진짜.’

“흐음.”

잠시 고민하던 최희숙.

곧 고개를 돌려 강사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랑 씨. 아까 그 애드리브, 그대로 살려서 다시 가볼 수 있겠어요?”

강사랑은 곧 평소처럼 웃으며 대답했다.

“······네, 물론이죠.”

대답을 들은 뒤.

최희숙의 시선은 다시 유진에게로 향했다.

“그래.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너 믿고 한 번 해보자.”

최희숙이 유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박유진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감독에게 전폭적 신뢰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

그렇게 촬영이 종료된 이후.

“고생하셨어요, 사랑 이모!”

유진은 해맑게 웃더니 곧 강사랑에게 꾸벅 인사했다.

“꼬마야.”

강사랑의 목소리가 유진을 붙잡았다.

“네?”

“너 진짜 대단하네? 갑자기 내가 친 애드리브에도 반응하고. 다시 봤어? 꼬마라고 부르면 안 되겠는데?”

능글맞게 물어보는 강사랑.

그러자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별로요. 저 이모 연기 좋아하거든요.”

“뭐?”

“출연 작품이나 인터뷰, 메이킹 같은 거 찾아보니까 애드리브를 자주 하신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하지 않을까, 싶어서 대비하고 있었죠!”

“하.”

강사랑은 헛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제대로 당했다는 걸 깨달은 모양.

자신은 나름 변칙적인 수라고 내놓은 건데, 처음부터 간파당했었다니.

역시 박유진의 준비성에는 당해낼 수 없었던 모양.

“아하하! 진짜 넌 대단하구나.”

그렇게 웃음을 터뜨리며 유진을 인정하려는 그때.

“물론!”

유진이 그 이후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이모에 대해 잘 몰랐어도 애드리브는 받아쳤을 거예요.”

“그래? 어째서?”

“이모 연기 잘하시더라고요! 덩달아 저도 엄청 몰입해서 한 거 같아요. 그런 상태면 애드리브도 절로 나오는 법이니까요. 오늘 재미있었어요. 감사합니다!”

그게 강사랑을 향한 칭찬인지.

아니면 준비 따위 안 해도 그 정도 애드리브는 받아칠 수 있다는 건지.

어떤 의도로 한 말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다가왔을 때처럼 다시 꾸벅, 인사하고 멀어지는 유진.

강사랑은 그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야, 진짜. 조금도 재단할 수 없는 애네.”

이젠 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처음엔 그저 매번 예상 외의 행보를 걷는게 놀랍고, 그로 인해 흥미가 생겼을 뿐이었다.

그래서 강사랑의 머릿속엔 ‘재미있는 꼬마’ 정도의 이미지가 심어졌던 것이고.

강사랑도 여러모로 천방지축에 예측불허다.

그렇기에 박유진도 자신과 동류라 생각했다.

“내 생각이 틀렸어.”

그러나 박유진은 결코 강사랑과 동류가 아니었다.

강사랑은 제멋대로 굴고, 그것을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사람이라면.

박유진은 계획적이면서 즉흥적이었고.

충동적인 듯 하지만, 제 행동의 모든 것을 포석으로 삼는 아이였다.

대본만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듯 보이지만 애드리브에 능하고.

제 행동반경을 계산한 것처럼 행동했으나, 본능적으로 받아친 것인지도 모른다.

그 모순적 매력이 강사랑에게 크게 어필되었다.

“저런 애랑 같이 있으면, 인생이 지루하지 않겠는데?”

강사랑의 눈빛이 전에 없이 반짝였다.

“선배님?”

그때 강사랑에게 다가온 남자.

바로 주인경이었다.

유진과의 씬 이후 곧장 주인경과의 촬영분이 있었으니까.

“왜 그러십니까?”

“내가 뭐?”

“아니, 그렇게 은은하게 웃고 계시는 걸 처음 봐서 말입니다.”

“내가?”

매번 경박하게 웃는 게 바로 강사랑이었다.

은은하게 웃는 느낌은 잊어버린 지 오래였는데.

“아아. 오랜만에 대단한 걸 봐서 말이야. 그래, 재미있는 거 말고······대단한 거.”

강사랑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소리없이 올라간 제 입꼬리의 존재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

몇 달 뒤.

“야, 슬슬 다 와간다.”

UB엔터 소유의 거대한 승합차.

양화대교를 건너고 있는 중이었다.

그 안에선 조실장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내리기 전에 거울 한 번씩 확인하고. 삑난 곳 있으면 스타일리스트한테 말해서 좀 고치고. 알았냐?”

“예이, 예이.”

“옛설. 알겠습니다.”

대강 대답하는 빅터 멤버들.

이 차는 빅터 멤버들이 단체로 스케줄이 있을 때 쓰는 차량이다.

빅터 멤버들과 스타일리스트 등.

빅터와 관련된 사람들만 탑승해 있어야 정상이겠지만.

“야, 유진아. 너도 혹시 메이크업 필요하면 부탁해라.”

“아, 전 괜찮아요. 이미 편집숍 다녀왔거든요.”

어쩐 일인지.

지금은 유진도 함께 탑승하고 있었다.

“이렇게 있으니까 유진, 너 꼭 빅터 같아.”

유이치가 어쩐지 신기하단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유진이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이것 참 영광이네. 아, 맞다. 늦었지만 케챔 3주 연속 1위 축하해.”

“하하, 고마워.”

“너무 늦게 축하해주는 거 아니야? 우리 케챔 1위 먹은지가 언젠데!”

왜냐?

빅터와 유진이 함께 촬영하는 인터뷰가 있거든.

은호와 민혁이 백댄서로 섰던 무대.

그를 토대로 유진이 <케이팝 챔피언> 1위 트로피를 수상하지 않았나.

이후 빅터는 컴백하자마자 음원차트를 휩쓸었고.

당연하게도 <케이팝 챔피언>을 비롯한 음방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 기묘한 연결성 덕분에 여러모로 화제가 되었고.

빅터와 유진을 엮어 인터뷰하려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왜 그래? 너도 1위 해봤으면서.”

“에이, 그거야 진짜 운이 좋았던 거고. 내 팬들이 정말 힘 많이 실어줬지.”

“겸손 떨기는. 아직 ‘작은 별’ 차트에 있던데?”

“맞아. 이 정도면 팬송이 아니라 그냥 히트곡이라고 봐도 되지. 어느 팬송이 이렇게까지 대중적 사랑을 받겠냐?”

“아. 그런가?”

“진짜 대단하네. 배우도 하고, 가수로 싱글도 내서 1위도 하고. 완전 슈퍼맨 아니야?”

그 말에 유진은 재오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상할 거 없지. 재오 형도 요즘 배우로 엄청 잘 나가고 있잖아? 빅터 활동도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말이야.”

유진의 말마따나.

재오는 한국에서도 성공적 배우 생활을 계속해나가고 있고.

동시에 빅터의 리더로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말시상식에서도 신인상 등이 예측되는 상황.

어쩌면 연기대상, 음악 시상식 양쪽에서 모두 수상이 예상된다.

“다 우리 스승님 덕분이죠.”

재오가 허리를 굽히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래, 재오의 스승님이자 우리의 제자인 박유진 씨! 자, 은호랑 나한테 얼른 스승님이라고 불러봐!”

“그래, 그래. 은호 스승님, 민혁 스승님.”

“그래, 이맛이구만! 유이치가 왜 그렇게 스승님 소리가 집착했는지 알 거 같아.”

“은호 밑 재오! 민혁 밑 유이치!”

“하하. 우리 퍼포먼스 담당들. 춤이 그렇게 추고 싶어? 내가 20시간 연속으로 연습시켜줄 수 있는데.”

“야, 다들 조용히 해!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잖아.”

여러모로 평소보다 떠들썩한 승합차 안.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던 와중, 유진이 빅터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형들. 괜찮으면 나 녹음실 대여 좀 해주라. 이왕이면 사운드 엔지니어분도 붙여주면 좋고.”

“갑자기?”

“왜? 또 싱글 내려고?”

“그래, 생각 잘했다. 이참에 아예 아이돌 하자. 춤 좀 못 추면 어떠냐?”

“아니, 그건 이제 됐고. 나 오디션용 파일 하나 만들어야 하거든.”

“오디션용 파일? 그게 뭐야?”

“나 뮤지컬 좀 해보려고.”

유진은 그리 말하며 제 휴대폰 화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안에 보이는 건 한 기사의 헤드라인.

[토니상 수상작 <클라우 솔라스>, 한국에 라이센스 초연 결정! 전 배역 오디션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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