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187화 (187/237)

187화

일주일 후.

<열다섯, 서른다섯>의 2화가 공개되었다.

[왜 찾아왔어.]

[이런 거 보니 너도 정 다 떨어졌지? 이제 그만 가.]

[누가 그래? 우리 짝꿍이잖아. 나 아니면 널 누가 찾아?]

[아하하. 넌 아직도 그 얘기니?]

[어······.]

[왜 그래? 얼굴이 빨간데.]

[어어? 아무것도 아니야.]

리딩 때 두 사람이 시연했던 그 장면.

며칠간 결석한 민유라의 집에 정은호가 찾아가고.

거기서 민유라의 미소를 본 정은호가 그녀에게 홀딱 반해버리는 씬.

바로 그게 2화의 엔딩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여러모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유라 웃는거 미쳤... 왤케 예쁨...?

유라 봐봐 우리 애기고영 웃는다 ㅠㅠㅠㅠ

로봇...? 저렇게 예쁜 로봇 봤냐...?]

쌀쌀맞고 냉정한 모습만 보여주다가.

민유라가 웃는 모습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것도 환한 미소 말이다.

그리고 2화 엔딩을 통해.

가장 큰 분기점을 맞이한 게 바로 정은호.

[우리 애기fox가 사실 곰탱이였던 건에 대하여...

얼굴 새빨개지는 거 졸귀 ㅠㅠㅠㅠ

하...은호야 이렇게 귀여우면 세계정복 밖에 못해...알아...?

원작팬인데 이 이후 정은호 진짜 귀여워 미침... 완전 순애보 그 자체 열다섯 로맨스란 이런 것이다 보여준다고]

1화와 2화에 걸쳐 여유롭고 킹카스런 분위기를 내뿜었던 정은호였다.

그가 처음으로 민유라에 대한 호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냈고.

심지어 얼굴이 새빨개져 아무 말도 못 하는 모습을 보인 것.

이를 두고 팬덤에서는 ‘여우인 줄 알았더니 곰이었다’며 귀여워했다.

이 갭에 여러 시청자들이 심쿵했고, 캐릭터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니까 여우인줄 알았던 곰탱이와 로봇인줄 알았던 애기냥이의 로맨스라는 거지??

ㄴ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동물의 왕국 같잖아 ㅋㅋㅋ

진짜 보면서 치유된다...이렇게 순수한 사랑이 또 있을까

자극적인 거 1도 없는데 왜이리 재밌냐...마치 평양냉면 먹는 기분

열다섯도 이런데 서른다섯 때는 대체... 그땐 마라맛 아니죠...그쵸...?

ㄴ R.I.P]

두 사람의 관계가 본 궤도에 오름에 따라.

시청자들이 느끼는 설렘도 몇 배로 증폭되었다.

[2화만에 대한민국을 삼켜버린 열다섯살들의 로맨스! 인터넷 언급량 드라마 중 ‘1위’]

[<열다섯, 서른다섯> 넷플러스 효자 컨텐츠 노릇을 톡톡히 하다! 신규 가입자의 70% “<열다섯, 서른다섯> 보려고 가입했다” 응답해 화제]

[‘1535’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열다섯, 서른다섯>! 시즌 1 돌풍 어디까지 이어질까?]

[박유진X김선미, 아역배우들의 케미 폭발! “빅터 뮤비에도 출연했다고?” ‘첫사랑’ 뮤비 조회수 급증!]

언론에서도 일제히 호의적인 기사들을 쏟아냈다.

여러 호재가 겹치고 있는 와중이니.

한창 마무리 촬영 중인 서른다섯 파트도 텐션이 오를 수밖에.

“이봐. 우리 드라마 1화 봤어? 아, 이제 2화도 나왔지? 반응 장난 아니던데.”

특히나 강사랑은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반면.

“예상했던 바입니다.”

주인경은 담담히 대답했다.

“박유진, 그 아이가 참여한 작품인데 인기가 없을 리 없죠.”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 내심 초조한 거 아니야? 이렇게까지 인기가 좋을 줄은 몰라서.”

“그럴 일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유독 기분이 좋아보이십니다, 선배님.”

“그렇게 보여? 이상하게 계속 웃음이 나네.”

“그렇게 박유진이 좋으십니까?”

“어머. 걔가 날 이모라고 부르는 건 알아? 나이차가 몇인데 그런 소릴 해.”

“박유진에게 호감을 갖고 있느냐, 그리 묻는 겁니다.”

“글쎄? 어떨까. 뭐야, 우리 인경이. 지금 누나한테 질투하는 거야?”

“제 파트너시니까요. 부디 저와의 호흡에 집중해주셨으면 합니다. 아까도······.”

그때.

“지사장님이 현장에 방문하셨습니다!”

한 스탭이 외쳤다.

그러자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국지사장 데니스 윤이, 촬영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하하. 하하, 이거 참. 무슨 내무반 단속나온 대대장이라도 된 기분입니다.”

데니스 윤이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다들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상하관계도 아니고, 피차 같이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뭉친 것 아니겠습니까. 그저 촬영이 잘 돌아가고 있나 궁금해서 와본 것 뿐입니다. 신경쓰지 말고 하던 거 하세요.”

그의 말은 겉치레가 아니었다.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는 넷플러스 본사의 신조답게.

데니스 윤은 권위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샤샤토끼가 중학생인 걸 알고서도 <열다섯, 서른다섯>의 드라마화를 적극 추진할 정도였으니까.

“오, 주인경 배우.”

스탭들과 간단히 담소를 나누던 데니스 윤.

곧 주인경 쪽으로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즌2는 여러분께 달려있으니까요.”

“네. 시즌제로 나눠주신 만큼,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최고의 연기로 보답하겠습니다.”

주인경다운 모범적인 답변.

데니스 윤 역시 흡족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시즌 1이 일찌감치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힘내주고 있으니, 어른들이 질 수는 없겠지요.”

그 말에 주인경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를 보지 못한 데니스 윤은 말을 이어갔다.

“시즌2 역시 시즌2 못지 않게 큰 인기를 끌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인경 배우님과 강사랑 배우님의 조합은 큰 기대를 받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연기자답게 아주 잠시 뿐이었고, 곧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물론입니다. 저를 비롯, 다른 사람들도 모두 힘내서 시즌 2에 <열다섯, 서른다섯>을 전세계 1위로 올려놓을 겁니다.”

“그것 참 마음에 드는 답변이군요. 저희 한국지사 측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형식적인 대화가 끝나고서 데니스 윤이 물러갔고.

잠시 후 강사랑이 주인경에게 다가왔다.

“너 혼자 잘 한다고 될 일이야? 나도 잘 해야지.”

강사랑이 주인경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그렇겠죠. 아무래도.”

주인경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러자 강사랑이 피식 웃었다.

“신경 쓰여? 저 지사장님 말이 맞지. 우리가 그 꼬맹이들보다 그래도 밥을 몇천 공기는 더 먹었는데, 밥값 더 해야지. 안 그래?”

크게 티를 내지 않고 있으나.

2화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시즌 1를 매우 의식하고 있는 모양.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아, 맞다. 그래서. 아까 하려던 말은 뭐야?”

“그게 말입니다, 선배님. 대본대로 했으면 좋겠는데요. 자꾸 애드리브를 넣으시면 흐름이 끊깁니다.”

최근 강사랑은 한두 번도 아니고.

거의 매 장면마다 크고 작은 애드리브를 넣었다.

감독인 최희숙이 좀 자제하라고 말할 지경.

“네가 한 번은 받아줄줄 알았지.”

능구렁이처럼 말하는 강사랑.

그러나 주인경은 단호했다.

“애드리브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결을 해치고, 흐름을 망가뜨립니다. 자제해주셨으면 좋겠군요.”

“아, 그래? 미안해. 앞으로는 안 할게.”

의외로 순순히 사과하는 강사랑.

그러다 곧 피식, 하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출연 작품이나 인터뷰, 메이킹 같은 거 찾아보니까 애드리브를 자주 하신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하지 않을까, 싶어서 대비하고 있었죠!’

그녀의 귓가에 울리는.

‘이모 연기 잘하시더라고요! 덩달아 저도 엄청 몰입해서 한 거 같아요. 그런 상태면 애드리브도 절로 나오는 법이니까요.’

한 소년의 목소리.

“아무래도 승자는 정해진 것 같네.”

“선배님. 뭐라고 하셨습니까?”

“응? 내가 뭐? 아무것도.”

휘, 휘.

강사랑이 휘파람을 불며 멀어져갔다.

그 휘파람의 멜로디는 유진의 싱글, ‘작은 별’과 비슷했다.

*

“유진아. 넌 어느 고등학교 갈지 정했어?”

유신애의 질문에 유진의 고개가 돌아갔다.

“고등학교?”

“응. 우리도 이제 중3이잖아. 슬슬 진로를 생각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어서.”

중학교 3학년.

그건 인생에서 제법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겠다.

다만 그 무게감이 유진에겐 조금 다를 뿐.

“음, 글쎄? 그냥 적당히 인문계 고등학교 가지 않을까 싶은데.”

“너 정도 성적이면 과학고, 외고, 자사고. 골라서 갈 수 있는 거 아니야? 초등학교 때 공부 엄청 잘했잖아.”

“그게 말이야. 출석이 별로 안 좋아서. 그리고 중학교 내내 여러모로 바빠서 공부를 잘 못했어.”

멋쩍다는 듯 웃는 유진.

지난 3년간, 일본 활동에 집중하느라 비행기를 탈 일이 많았다.

게다가 한국 복귀 이후로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고.

덕분에 초등학생 때에 비하면 성적은 제법 내려간 편.

“우와. 유진이 너 사람이었구나.”

유신애가 감탄 아닌 감탄을 토해내며 말했다.

“응? 뭐가?”

“연기 하는 로봇인 줄 알았어. 뭐든 다 잘하니까.”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잖아. 나만 혼자 하루가 30시간 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신애 너는 어떻게 하려고? 진로 정했어?”

“난 예술고를 가볼까 해. 문예창작과 있는 곳으로.”

“너 정도면 이미 현업에서 최고 아니야? 드라마까지 제작하는데.”

“쉬잇! 누가 듣겠어.”

“하하, 미안해. 그럼 목소리를 좀 낮출게. 아무튼. 굳이 고등학교에 글공부 하러 갈 이유가 있어?”

“응. 문예창작과는 로맨스 같은 장르소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시나 소설 같은 순문학을 가르친대. 그런 걸 배워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 거 같아서.”

여러모로 글쓰기에 진심인 유신애다.

그러는 와중.

“야, 정기열. 왜 자꾸 손가락을 잡아? 너 변태야?”

“변태? 변태애애애? 그럼 유진이도 변태야?”

“여기서 유진이 얘기가 왜 나와?”

“그걸 몰라서 물어?”

“그건 연기였잖아!”

“너는 내 여친이잖아!”

잠시 정적.

두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빨개졌다.

그리곤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숙이고 어쩔 줄 몰라했다.

“참 귀엽게들 논다. 저 둘은 같이 가겠지?”

그 모습을 보며 유진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응. 선미 얘기 들어보니까, 쟤들도 예술고 쪽에 진학하려는 모양이야. 연극영화과가 있으니까.”

“기열이도? 하긴. 연극영화과에서 배워두는 것도 성우 생활에 도움이 될 테니까.”

정기열과 김선미.

두 사람이 함께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는 건 좋은 선택지로 보였다.

좀 더 연기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으리라.

“유진이 너는 연극영화과 갈 생각 없어?”

그 질문에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응. 난 학교에서까지 연기를 배우고 싶지 않거든.”

“하긴. 너 정도면 학교에서 가르칠 정도 아닐까?”

“하하. 그 정도는 아니야.”

회귀 전에도 지금도.

평생을 연기만을 좇아 살아왔다.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도 이미지에 도움이 될 대학간판 때문.

그러니 새삼 진로에 대해 고민할 것도 없었는데.

‘이제 와서 배우고 싶은 게 있을까나.’

그런데 어째서일까.

‘형은 내 영웅이야!’

이 순간, 쇼케이스와 팬미팅 자리에서 만났던 어린아이들이 떠오르는 것은.

“음. 나도 슬슬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하나?”

피식 웃으며 중얼거리는 유진.

유신애는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러고보니 지혜 언니는?”

“내가 상상하던 대학생이란 건 이런 게 아니야! 하면서 맨날 툴툴대던데. 그마저도 스케줄 때문에 학교엔 자주 못 나가는 모양이야.”

성인이 된 이지혜는, 유진이 알고 있던 미래처럼 전성기를 맞이했다.

유진이 회귀 하기 전에는 쓰레기 같은 기획사 밑에서 혹사당하던 그녀였으나.

지금은 주역 매니지먼트라는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행복하기 연기하고 있었다.

“으음. 다들 이제 가는 길이 달라지겠구나.”

유신애가 어쩐지 감성적인 어투로 말했다.

“이렇게 셋이서 같이 다니는 것도, 어쩌면 얼마 안 남았을지 몰라.”

이제 이 세 사람도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니까.

서로 다른 학교를 가게 되고.

걸어가는 길이 다르면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또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순리이기도 하고.

“걱정 마. 우리가 멀어질 일은 없으니까.”

그때.

유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내가 너희들 평생 끌어안고 갈 거거든.”

그 말은 진심이었다.

어떻게 만든 넥스트인데, 벌써 찢어지는 게 말이 되나?

‘이 친구들은 앞으로 나와 평생 가야해.’

김선미는 <열다섯, 서른다섯>으로 떡상의 길에 들어섰고.

그를 보고 자극 받은 정기열은 열심히 성우활동에 매진하는 중이었다.

유신애 역시 제 작품의 첫 드라마화가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

그야말로 완벽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중이다.

“게다가 우리 헤어지면 넥스트 채널은 어떻게 해? 벌써 구독자가 30만이 넘었는데.”

현실적인 문제까지 거론하자 유신애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 우리는 헤어지면 안 되겠다.”

그때.

유진은 제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울리는 걸 느꼈다.

“어? 나 연락왔다. 잠깐 다녀올게.”

유진은 잠시 자리를 빠져나왔다.

유진에게 걸려온 한 통의 문자.

[뮤지컬 <클라우 솔라스> 헨리 역 오디션 1차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2차 오디션이 열리는 장소를 안내해드리오니

지정된 곡을 준비하여 공지된 시간까지······]

기다리던 문자였다.

*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두잇컴퍼니가 대관한 공연 연습실.

대극장에서 주로 공연을 올리는 컴퍼니 답게.

연습실도 매우 광활하고 넓었다.

UB엔터에 있는 빅터 연습실보다 배로 넓을 정도.

“역시 이름만 가지고 걸러내도 뽑힐 사람은 다 뽑히네.”

조은아가 말했다.

오필승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만큼 뮤지컬 업계가 실력있는 사람들이 한정적이라는 거지. 그런 사람들이 톱이 되어서 대극장 주연롤을 맡는 거고.”

“잘하기 힘든 게 뮤지컬이니까. 연기도 해야지, 노래도 잘해야지, 몸도 잘 써야지.”

오디션이 어느 정도 진행됨에 따라.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재차 확인했다.

뮤지컬 업계에선 이름값이 곧 실력이라는 사실을.

자주 보던 이름이 아닌데, 갑자기 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만큼 갑자기 잘하기 힘든 게 바로 뮤지컬이라는 장르다.

“근데 1차때 뽑은 아이돌들 실력 보니까······요즘 스타 캐스팅, 아이돌 캐스팅이 왜 욕 먹는지 좀 알겠다.”

“수준 차이가 좀 심하긴 해.”

“관객들이 보기엔 어떻겠어? 10만원 넘는 돈을 주고 샀는데 그러면.”

한국 뮤지컬 계는 ‘뮤덕’이라 불리는 공연 매니아들의 비중이 높았다.

소위 ‘회전문을 돈다’라고 하는, 같은 공연을 몇 번이나 다시 보는 행위.

매니아들은 십만 원이 넘는 티켓을 사서, 몇 번이고 같은 공연을 본다.

그만큼 보는 눈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수준 낮은 배우에 대해선 가차없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스타 캐스팅에 대한 반감이 뮤덕들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

“그런데 또 그런 애들 끌어다 쓰지 않으면 티켓이 잘 팔리지도 않고, 투자도 안 들어오고, 홍보하기도 빡세니까.”

“하하. 내가 일하는 업계긴 하지만, 여러모로 기형적인 구조긴 해.”

“갑자기 오디션 하다말고 무슨 한탄이야.”

오필승과 조은아의 대화에 엄기현이 일침을 놓았다.

그는 다 피운 담배를 종이컵에 던져넣은 뒤, 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당장은 오디션에나 집중하자고.”

“예예, 대표님.”

“다음 차례는 누구지?”

“어디 보자······오. 네가 엄청 기대했던 사람 있잖아? 바로 그 박유진이야. 헨리 역 지원자.”

박유진.

그 이름부터 실력까지.

여러모로 세 사람의 이목을 끌었던 참가자.

1차에선 음원이 든 파일과 이름만 받았다보니.

이 ‘박유진’의 정체에 대해 미리 파악할 수 없었다.

“이야. 이름부터 벌써 스타의 기운이 느껴지네. <케이팝 챔피언> 1위 할 정도면 아이돌이라고 해도 되는 거 아닌지 몰라.”

오필승도, 조은아도.

그 누구도 이 ‘박유진’이 아역배우 박유진일 거라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이런 농담따먹기가 가능한 것.

그러나 그런 농담에도 엄기현은 좀처럼 웃지 않았다.

“자, 그럼 다음 들어오세요.”

엄기현의 콜에 보무도 당당히 연습실 안으로 걸어오는 그림자.

이제는 성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부져진 체격.

훌쩍 자란 키.

거기에 어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화려한 비주얼까지.

“안녕하세요. 박유진입니다!”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90도 인사를 하며.

유진은 제 존재를 드러냈다.

“박유진이 진짜 그 박유진이었어?!”

조은아와 오필승.

두 사람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반면.

“역시나.”

엄기현만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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