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태산이었던 두잇컴퍼니.
그러나 오디션이 끝난 이후.
그 분위기는 단숨에 반전되었다.
“실검 1위, 스윗터 트렌드 1위, 연예뉴스 기사란 많이 본 뉴스 1위······그야말로 싹쓸이네.”
<클라우 솔라스>의 음악감독을 맡게 된 지휘자 조은아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이게 바로 박유진 효과인가?”
오디션이 끝나고 캐스팅이 모두 확정된 직후.
두잇컴퍼니는 지체하지 않고 곧장 캐스팅을 발표했다.
덕분에 인터넷은 여러모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박유진이랑 정성진이 같이 붙어버렸으니까.”
“맞아. 전에 라앺 때문에 박유진, 정성진 페어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 같아.”
유진은 주인공 헨리 역.
그리고 정성진은 그를 보좌하는 워튼 역에 캐스팅되었다.
라앺을 좋아했던 사람들로선 둘의 조합이 기대될 수밖에.
“얼마 전 박유진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어.”
“주역 매니지먼트에서? 뭐라고?”
“투자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쳤어.”
“박유진이 주연이니까 그런 건가?”
사실 이런 경우는 흔하다.
주연 배우의 소속사가 대형기획사일 경우.
공동 제작이나 투자를 맡는 케이스가 제법 된다.
그래서 제작자 입장에서는 스타 캐스팅에 더욱 매달리게 되는 것이고.
다만 이 사실이 놀라운 건.
“하지만 박유진 소속사는 그리 크지 않잖아? 아직 중견 수준도 안 될 텐데. 그런 곳에서 투자를 하겠다고?”
“아역배우 에이전시나 다름없는 곳이니까. 소속 배우가 아직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 그런데 투자에 나선다는 건 상당히 무리하는 건데.”
바로 회사 규모 때문.
주역 매니지먼트가 예전보단 급성장했다곤 하지만.
아직 대형 엔터에 비빌 수준은 아니니까.
“그게 아니면,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겠지.”
엄기현이 말했다.
“박유진이 주연으로 참여하는데, 실패할 리가 없다. 그런 강한 믿음이 회사 자체에 있는 거야.”
이미 박유진의 커리어가 그를 증명한다.
회사 입장에서 믿음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겠지.
“거기서 투자해준다면 우리야 나쁠 거 없지. 박유진네 회사인데, 관계설정을 좋게 해서 나쁠 게 있겠어?”
향후 박유진이 뮤지컬을 한다고 했을 때.
두잇컴퍼니 쪽에서 우선적으로 컨택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미 박유진의 능력과 쇼맨십은 3차에 걸친 오디션에서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나.
또, 주역 매니지먼트에 있는 재능있는 아역배우들을 기용할 수도 있는 거고.
“투자해준다는데, 우리로서도 안 받아들일 이유가 없지.”
이미 두잇컴퍼니는 티켓팅 시작도 전에 이미 ‘박유진 파워’를 누리고 있는 셈이었다.
“역시 귀인이야.”
신대종이 말했던가.
이따금 인생에는 신이 보내준 것 아닌가 싶은 존재가 있다고.
엄기현은 비로소 그 말의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엥?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
그때.
엄기현의 휴대폰이 울리고.
“잠깐 전화 좀.”
잠시 자리를 떠나는 엄기현.
몇 분 후,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돌아왔다.
“무슨 전화기에 표정이 그래?”
“그게 말이지.”
그런데.
이번에도 또 엄기현의 휴대폰이 울리는 게 아닌가?
“뭐 그리 전화가 많이 와?”
“그러게. 잠깐만.”
그렇게 엄기현이 돌아온 건 몇십 분이 지난 이후에서였다.
“무슨 일인데 그래? 집안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엄기현이 제 휴대폰을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엔터들에서 왜이리 미팅하자는 연락이 많이 오지?”
*
신권주와 유유연이 소속된 구구액터스.
미래전략부서의 주간 회의 시간.
“그럼 여태 나온 안건은 정리해서 보고서로 올리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마무리하기 전에 건의나 제안할 거 있는 사람?”
그 순간.
손을 번쩍 드는 한 사람.
바로 주역 매니지먼트에 들렸던, 바로 그 관계자였다.
“네. 실은, 이번 주간 회의 때 얘기해보고 싶은 안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 어디 한 번 말해봐.”
“회사 차원에서 뮤지컬 <클라우 솔라스>에 투자를 건의하는 바입니다.”
그 말에 회의 참석자들의 얼굴에 모두 의문이 드리웠다.
“뜬금없이 왜 뮤지컬이지?”
“<클라우 솔라스>라면, 이거 그 박유진이 캐스팅 된 거 아닌가?”
“네, 맞습니다.”
그 의문을 해소시켜주겠다는 듯.
팟, 하고 떠오르는 PPT 화면.
“박유진의 출연작은 성공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거기다 토니상 수상작이니, 실패할 확률은 현저히 적다고 봐야죠.”
여태 유진이 데뷔 이래로 출연한 모든 필모그래피가 정리되어 있었다.
그 작품들이 얼마나 흥행했는지도 간략히 말이다.
“지금 국내에서 뮤지컬 산업은 계속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아이돌 캐스팅으로 인해 아이돌 팬들이 뮤지컬에 많이 입문했죠.”
다시 팟, 하고 넘어가는 PPT.
그 제목은 <국내 뮤지컬 산업 매출 성장 추이>였다.
“이참에 두잇컴퍼니와의 관계를 설정하고, 앞으로 상호 도움이 될만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된다면 우리 배우들의 저변 확대에 더할 나위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뮤지컬은 세종에서 개막한다고 들었는데.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나올까 우려되지 않나?”
“박유진의 팬덤 규모를 생각한다면, 박유진 회차는 매진될 거라 확신합니다. 열성적 팬덤이 아니더라도, 박유진의 대중적 인지도를 생각한다면 한 번쯤은 보려고 하는 일반 관객도 매우 많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구구액터스는 빅터의 소속사 UB엔터와는 달리, 박유진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
그러나 소속 배우 유유연은 라앺을 통해.
그리고 한권주는 죽음조를 통해 유진과 인연을 맺었고,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 위력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셈.
“그리고 박유진이 나오는 회차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다른 배우 회차로 눈을 돌릴 것이고, 이는 자연스레 티켓 판매로 이어질 것입니다. <클라우 솔라스>는 토니상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과 음악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니 말입니다.”
박유진이라는 배우를 떼어놓고 보더라도.
극 자체의 완성도는 보장되어 있다.
즉, 박유진의 회차가 아니더라도 캐스팅 사실 자체만으로 엄청난 홍보가 될 터다.
“또한 판타지적 소재와 화려한 무대연출로, 뮤지컬 매니아들 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모두 흥미롭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여러모로 이번 <클라우 솔라스>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뮤지컬이라고 판단됩니다.”
탄탄한 음악과 각본.
대극장 뮤지컬다운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
거기에 무대를 이끌고갈 스타까지.
대중들이 뮤지컬에 기대하는 건 모두 갖춰진 상태라 볼 수 있다.
“여러모로 실리와 앞으로의 미래까지 잡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흠.”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바라봤던 부장도.
곧 흥미롭다는 듯 해당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좋아. 이 안건 정리해서 제출해봐.”
“감사합니다, 부장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자.
‘그래. 아무리 봐도 성공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지.’
그는 고개를 숙이며 씨익 미소지었다.
‘그래서 이번 안건만큼은 내가 모두 준비했지. 자료조사부터 PPT까지 전부. 이게 제대로만 먹혀서 투자가 성공한다면, 공은 모두 내게 돌아올 거야.’
그러나 그는 몰랐다.
그가 주역 매니지먼트에서 정보를 주워들었듯.
엔터 업계는 유독 정보가 빠르게 돌고, 그만큼 떠도는 소문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
그 시간 이후.
“미래전략부서에 있는 주희 씨한테 들었는데. 우리 회사에서 이번에 뮤지컬에 투자한다더라.”
“뭐? 우리 회사가? 갑자기 뮤지컬은 왜?”
“왜긴? 이번 <클라우 솔라스>에 박유진이 나오잖냐? 그만큼 안전빵으로 생각한다는 거지. 게다가 요즘 뮤지컬이 계속 성장세라서······.”
입에서 입으로.
“그럼 다른 엔터들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데?”
“그렇지. 벌써 투자 의지를 보인 곳만 해도 5곳이 넘는다더라. 그 중에 주역 매니지먼트에 구구액터스, 씨씨에이도 있다던데?”
“DV도 붙었다는 카더라가 있더라고. 대체 그 뮤지컬이 얼마나 꿀냄새가 진동하면 그러냐?”
소문은 소문으로.
점차 업계에 퍼져나가기 시작하는 이야기들.
“뭐야. 이번에 올라오는 <클라우 솔라스>라는 뮤지컬 엄청 흥할 거라는데?”
“이번엔 특히 엔터들에서 투자가 엄청 많아졌다나봐.”
“자산운용 컴퍼니에서도 일찌감치 탐을 내서 경쟁까지 붙었다더라.”
소문은 곧 정보로 오인되고, 정보는 곧 진실이 되는 법.
이미 업계 관계자 내에선 소문이 쫙 퍼졌다.
“<클라우 솔라스> 벌써 대박 예약이라더라!”
“투자받은 자본만 해도 어마어마해서, 무대며 연출이 그냥 돈냄새가 좔좔 흐른다던데?”
이번 뮤지컬 <클라우 솔라스>는 흥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
얼마 뒤.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뭘 그런 소릴. 이제는 제법 적적하게 지내는 중이라고.”
그런 말이 오가고 있는 건 서울의 한 유명 호텔 레스토랑.
주인경과 이순철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그런데 혹시 내가 너무 격식 없이 온 건가?”
세미정장을 입은 주인경에 비해.
이순철은 마치 동네 마실을 나가는 것처럼 편안한 차림이었다.
그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증거.
“아닙니다. 선생님의 존재 자체가 격식이죠. 그렇지, 유진 동생?”
“물론이죠.”
그리고.
이순철의 옆에는 유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허허! 말만이라도 고맙네.”
저번 순댓국집 회동 이후.
세 사람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 배우계의 과거, 현재, 미래들이 다 모인 셈.
파파라치가 붙었다면 분명 기사화될 정도다.
“그런데 유진아. 네가 갑자기 호텔 레스토랑에서 보자고 할 줄은 몰랐다. 이제 돈 좀 번다 이거냐?”
이순철의 물음에 유진이 주인경 쪽을 바라보았다.
“저번엔 순댓국집에서 모였으니까요. 그때 인경 형님이 못 드신다고 해서, 이번엔 인경 형님이 좋아하시는 곳으로 하면 어떨까 했죠.”
그러자 주인경이 사무적 미소로 화답했다.
“배려에 고마워, 유진 동생.”
“이것 참 보기 좋은 장면이네. 그런데 참 특이하군. 두 사람 입맛이 정말 극과 극이야. 한 명은 고급스럽다고 해야 할지, 현대적 느낌이고. 다른 한 명은 입맛이 참 구수해.”
“전 구수한 것도 좋아하는 거예요! 너무 달달한 거만 아니면 가리지 않고 잘 먹거든요. 고급스러운 것도 나름대로 좋아해요.”
그 말대로.
유진은 이어진 식사에서도 매너를 지켜가며 깔끔히 접시를 비웠다.
순댓국집에서 순댓국을 거절했던 주인경과는 비교되는 부분.
“그런데 유진이 너, 정말 대단하구나. 뮤지컬까지 한다며? 정말 하고 싶은 건 다 하는구나.”
“아, 소식 들으셨구나. 감사해요.”
“그 머리도 뮤지컬 때문이냐? 너나 나나 백발 같은데, 느낌이 전혀 다르구나.”
“하하. 전 정확히 말하면 백금발이거든요.”
“요즘 들리는 소문이 많던데. 투자가 엄청 들어갔다면서?”
마치 명절에 오랜만에 들른 손주 안부를 묻듯.
이순철은 유진의 근황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충무로의 왕’이라고까지 불렸던 그지만.
유진 앞에서는 그저 푸근한 할아버지가 되곤 했다.
“정말 대단해, 유진 동생.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애니메이션······장르를 가리지 않네.”
주인경이 유진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조심해.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계속 여러 군데에 문을 두드렸다간 정작 앞으로 나아가야할 때 길을 잃을 수도 있어.”
주인경은 드라마와 영화에만 집중하는, 전형적인 매체 배우였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유진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하하,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인경 형님. 하지만 괜찮아요.”
유진이 입가를 닦으며 웃었다.
“주변에서 그러더라고요. 어릴 때 많이 도전해보라고요. 그래서 제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있는 거니까요.”
16살.
연기할 때 유진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현실에서는 나이가 깡패다.
상대방이 자신의 행적에 대해 뭐라고 해도.
‘어리니까’라고 대답하면 할 말이 없어지는 것.
그야말로 최고의 공격 카드라고 할 수 있겠다.
“흐음.”
그런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순철.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싸움을 읽은 것일까.
곧장 화제를 전환했다.
“그래서, 요즘은 좀 어때? 너희 둘이 출연하는 그 넷플러스 드라마 말이야.”
“어제가 마지막화 업로드 날이었어요. 생각보다도 더 많은 사랑을 받아서 기뻤어요.”
“국내에선 이미 1위고. 미국에서도 3위라는 기사를 봤었는데. 정말 대단하구나. 일본에서도 그렇게 인기를 끌더니, 이젠 미국까지.”
“감사해요. 그래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건 아쉬워요.”
넷플러스의 미국 순위는 전세계 순위의 바로미터였다.
보통 미국 1위가 전세계 1위를 차지하니 말이다.
현재 <열다섯, 서른다섯> 시즌 1의 미국 넷플러스 순위는 3위.
“그래서 인경 형님이랑 사랑 이모가 시즌 2때 더 잘해주실 거라 믿고 있어요.”
“그래. 유진 동생과 선미가 정말 잘 해줬어. 그 기세를 시즌2를 이어받아, 꼭 미국 1위를 차지할게.”
애당초 그게 주인경의 목적이었다.
시즌1이 초석을 매우 잘 닦아놓긴 했지만, 결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1등.
어쩔 수 없이 국내보단 해외 성적에 더욱 민감할 터다.
여기서 주인경이 주도하는 시즌 2가 미국, 전세계 1위를 차지한다면?
당연히 시즌 1보다 평가가 좋을 수밖에.
그리고 그 평가 속에서, 주인경의 연기력과 가치는 더욱 치솟을 것이고.
‘리딩 생중계 때는 예상치 못하게 한 방 먹었지. 인정해. 하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리딩 같은 게 아니라, 결국 결과물이니까.’
그리고 주인경은 자신 있었다.
시즌 1은 일부러 보지 않고, 관심도 끊었다.
유진의 연기에 어떻게든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이제 전세계가 비교하고 알게 되겠지. 박유진과 주인경, 그 둘의 연기력이 누가 더 우위인지.’
누군가는 16살을 상대로 유치하다고 비웃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1등, 최고라는 자리에 목마른 주인경에게 유진은 누구보다 강력한 경쟁상대였다.
이 연예계라는 정글.
호랑이가 아직 새끼라고 해서 봐준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방심했다간 자신이 잡아먹힐 판이다.
‘지금이 아니면 이길 수 없어.’
시즌 2의 촬영까지 종료되어 공개를 앞두고 있는 지금.
주인경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가득 찬 상태였다.
그때.
유진이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확인했다.
“어? 지사장님이다.”
유진이 말하는 지사장.
그건 당연히 넷플러스 한국지사장인 데니스 윤을 지칭하는 것이다.
“할아버지. 저 잠시만 통화하고 와도 될까요?”
“그럼, 물론이지.”
“감사합니다.”
휴대폰을 들고 잠시 밖으로 나가는 유진.
그 뒷모습을 보며 이순철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어린애들이 염색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 꼰대인 가봐. 그런데 유진이 저 녀석은 참 잘 어울리는군. 우리 손녀도 염색하고 싶다고 난리인데. 허락해줘야 하나?”
“그 나이대엔 다들 그렇죠. 저라면 반대했을 것 같습니다.”
“허허. 자네도 은근히 보수적이구만?”
“학생의 본분은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라 생각해서요.”
주인경의 표정은 평온했다.
유진이 데니스 윤에게 전화가 왔다고 해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
아마 시즌1이 끝난 것을 축하하고,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칭찬하겠지.
잠시 후.
유진이 자리로 돌아와 거듭 사과했다.
“죄송해요. 갑자기 전화가 올 줄은 몰랐는데.”
“갑자기 지사장이란 양반이 왜 너에게 전화를 한 거냐?”
“아아. 축하해주려고 전화했대요. 시즌 1이 이제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거니까요.”
여기까진 주인경의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그리고, 1위 축하한대요.”
“음? 뭘 말이냐?”
“시즌 1 마지막화가 공개되고, 미국 넷플러스에서 1위를 달성했다더라고요.”
이어진 말이 주인경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