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196화 (196/237)

196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 같은데.”

“응?”

맞은편의 정기열을 보며 유진이 눈을 끔뻑였다.

두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는 중.

마침 둘 다 저녁 시간이 떠서, 같이 밥이나 한 끼 하자고 모인 것이다.

“시즌1, 시즌2 배우들이 모이는 라이브 방송 말이야. 네가 감독님께 제안한 거라며?”

“신애가 알려줬나 보네. 아니, 선미려나?”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냐? 가만히 있어도 유진이 네 주가는 계속 치솟을 거 아니야?”

“뭐. 그럴지도 몰라.”

물론 그 말도 일리는 있다.

시즌2의 완성도와 별개로, 소위 ‘민심’이라고 하는 시청자들의 여론은 시즌1 쪽을 계속 그리워하고 있다.

즉, 시즌2가 공개되는 내내 유진은 꾸준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원래 <열다섯, 서른다섯>은 시즌2까지가 원작 내용이야. 그 말은 즉, 열다섯 파트와 서른다섯 파트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는 거지.”

편의상, 그리고 제작일정상 부득이하게 시즌을 나누긴 했지만.

본래 열다섯 파트와 서른다섯 파트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

열다섯 파트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서른다섯 파트에서 해결되고.

서른다섯 파트에선 열다섯 파트 시절의 떡밥들이 큰 역할을 하니까.

“즉, 이 작품이 온당한 평가를 받으려면 시즌2 역시 흥해야 한다는 소리지.”

당장 유진이 주인경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그에 도취 될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위험하다.

유진의 배우 인생을 놓고 봤을 때, <열다섯, 서른다섯>은 꽤 중요한 작품이 될 터.

미국 1위 등, 해외에서의 인기가 그를 증명한다.

지금에야 시즌1를 찬양하는 여론이 강하지만.

혹여 시간이 흐른 뒤에도 시즌2의 민심이 안 좋다면.

시즌1까지 묶여서 저평가를 당할 위험이 있다.

“안 그래도 시즌2 때문에 원작자인 샤샤토끼마저 후려치기를 당하고 있더라고.”

이는 유신애에게도 영향이 간다는 소리.

넥스트를 이끌어가는 유진에게 결코 유쾌한 소식이 아니다.

“작품 자체가 저평가 당하는 건 피해야만 해. 결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배우보다도 작품 그 자체거든.”

그를 들으며 정기열은 와, 하고 감탄했다.

“너는 대체 어디까지 멀리 내다보고 있는 거야? 가끔은 너한테 미래 예지 능력이 있는 게 아닐까 싶더라니까.”

“맞아. 사실 나 미래에서 시간을 거슬러 왔어.”

“무슨 터미네이터냐?”

진짠데.

하지만 이 말을 누가 믿겠나.

유진은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그러다 시즌2가 왕창 흥행해서 시즌1을 앞질러가면 어쩌려고?”

“시즌2가 좀 치고 올라온다고 해서, 시즌1이나 내 연기가 위협받을 일도 없고. 우린 이미 충분히 많은 걸 이뤘으니까.”

어깨를 으쓱거리는 유진.

그는 곧 정기열 앞의 접시를 가리키며 혀를 찼다.

“근데 기열아. 당근 남기지 말랬지?”

“내 돈 주고 내가 사먹는 건데 왜 참견이야.”

“임마. 편식은 안 좋아.”

“으. 잔소리, 잔소리! 진짜 네가 우리 엄마보다 잔소리가 많아. 이 꼰대야.”

정기열이 질색하고 있을 때.

유진은 휴대폰의 진동을 느꼈다.

그런데.

“어? 인경 형님?”

액정에 뜬 이름이 꽤 의외였다.

*

일주일 뒤.

넷플러스 넙튜브 채널.

[<열다섯, 서른다섯>의 주역들이 모두 뭉쳤다! 기습 1535 라이브 방송]

갑자기 뜬 알림에 구독자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주역들이 모두 뭉쳤다고??

그럼 유지니랑 선미도 나옴??

애기들 ㅠㅠㅠㅠ 보고시퍼써 ㅠㅠㅠㅠ

시즌1 끝나고 바로 시즌2 시작해서 메이킹도 없고 ㅂㄷㅂㄷ

이런 떡밥이라도 주니 좀 살거같음 ㅠㅠㅠ 내 애기fox...애기고영...]

시즌1의 향수를 진하게 느끼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의도가 너무 뻔하네;

시즌1 배우들 팔아다가 시즌2 어떻게든 띄워보겠다는 거 아님

의도가 너무 불순한데 이거; 애기들 총알받이 세우고 시즌2 홍보하려는건가

아 ㅋㅋ 넷플러스 초짜처럼 왜이래]

넷플러스의 의도를 일찌감치 의심하는 부류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확실히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확실했다.

덕분에 라이브 시작 이후 시청자수만 10만명이 거뜬히 넘었다.

그리고.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고.

원샷을 받으며 시작하는 건 바로 김선미.

‘일일MC’ 글씨가 크게 붙은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라이브 방송 진행을 맡은 민유라입니다! 드라마에선 열다섯 살 김선미를 맡았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첫 MC임에도 긴장한 모습 없이 활기차게 인사하는 김선미.

그렇게 이번 라이브의 포문을 제대로 연 줄 알았으나.

[???? 방금 멘트 뭔가 이상한데

배우 정유라 씨가 김선미를 맡았나요

역시 정유라가 본체였네 ㅋㅋㅋㅋ

아 그만큼 혼연일체였다는 거지 ㅋㅋㅋ]

“으, 에. 네? 제가 뭐라고 했죠? 그, 죄송합니다. 다, 다시 할게요!”

뒤늦게 제 실수를 알아차린 김선미.

그제야 잔뜩 긴장한 티를 내기 시작해 허둥지둥 큐시트를 다시 확인했다.

“제가, 제가 김선미입니다!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이 민유라고요. 혼란을 드려서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도 채팅창은 화기애애했다.

[5959 울 선미 ㅠㅠ

ㅋㅋㅋㅋ 젊유라 본체 왤케 기여움ㅋㅋㅋㅋ

진짜 애기다 애기 ㅠㅠ드라마에서는 사나운 애기고영이었는데 ㅋㅋ]

“제가 MC가 처음이라 기, 긴장을 많이 해서. 양해 부탁드려요. 오늘은, 그. <열다섯, 서른다섯>의 주역이 모두 모이는 자리를 마련해보았습니다. 곧바로 소개해볼게요. 먼저 시즌2, 서른다섯의 정은호와 민유라로 열연해주고 계신 주인경, 강사랑 배우님이십니다!”

“안녕하세요. 주인경입니다. 반갑습니다.”

다소 경직된 모습으로 인사를 한 주인경에 반해.

“모두 안녕! 강사랑입니다. 모두 사랑 넘치는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강사랑은 싱긋 웃으며 인사했다.

[아 빨리 유진이나 보여줘요

시즌2 노잼--- 노잼---

음...역시 젊라인이랑 늙라인 그림체가 너무 다르다;

ㄹㅇ 어떻게 김선미가 20년 뒤 강사랑이 됨ㅋㅋ 분위기가 저리 다른데.]

김선미에겐 호의적이던 반응이 일순 돌아섰다.

시즌1과 시즌2.

그 민심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

“그럼 이제 유진이, 아니. 박유진 배우님. 시청자분들게 인사 부탁드려요.”

금발 덮머.

거기에 블랙 앤 화이트 패턴의 셔츠를 입은 유진이 카메라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열다섯 정은호를 맡은 박유진입니다.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기뻐요!”

순간.

채팅창의 화력이 폭발했다.

[유지니 금!!! 발!!! 박!! 제!!

덮머 세상에... 오늘 헤메코도 완벽하다 진짜 ㅠㅠ

와 저게 그림이야 사람이야;;;

숨막히게 예쁘다 진짜 ㅠㅠㅠㅠ

유진아 그거 기억나? 우리 같이 미술관 털다가 너 혼자 조각상인척해서 나만 잡혀갔잖아 ㅠ

유죄인간... 하 널 어쩌면 좋니...ㅠ]

화보를 통해 유진의 금발이 공개되긴 했으나.

이렇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그래서 유진이, 아니. 박유진 배우님.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네, 김선미 배우님! 시청자분들이 보내주신 성원을 하루하루 체감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김선미 배우님도 잘 지내시죠?”

“네, 덕분에요. 네.”

“오, 제 덕분에 잘 지낸다고요? 뿌듯하네요.”

“아니, 덕분이라는 게 아니고.”

“잘 못 지내요?”

“아뇨, 아뇨! 야, 박유진. 자꾸 헷갈리게 하지 마!”

[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친구인데 공식 라이브라고 격식차리는거 개웃경ㅋㅋㅋ

ㄹㅇㅋㅋㅋㅋ 둘이 몇 년지기 친구인지 다 아는데

찐친바이브 넘 좋고 기여움ㅋㅋ

이 말랑아가들을 어쩜 좋아 ㅠㅠ]

“네네. 아무튼 김선미 배우님이랑은 오랜 시간 알고 지냈다 보니 더 호흡이 잘 맞았던 거 같아요.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유진이랑 같이 연기해서 좋았어요. 사실 워낙 알고 지낸 세월이 길어서, 로맨스 연기를 하기엔 몰입이 안 될까 싶었는데.”

“이게 다 제가 잘생긴 덕분이죠. 짜릿해. 잘 생긴 게 최고야.”

“네, 그, 어? 뭐? 아아, 그, 네!”

유진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김선미는 고장나버렸고.

현장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물론, 주인경은 웃지 못했지만.

“자, 오랜만에 만났는데 팬들한테 선물 하나 주자고요. 자, 김선미 배우님. 저기 카메라 보고.”

“으응?”

“하나, 둘, 셋하면 저랑 같이 하트 그리는 걸로. 자, 하나, 둘, 셋!”

“세, 셋!”

두 사람은 팔을 벌려 하트를 만들어냈다.

유진은 손키스까지 날리며 팬서비스를 해주었다.

“자, 움짤로 많이 써주세요!”

[꺄 졸귀탱들 ㅠㅠ

선미 왤케 잘 고장나 ㅋㅋㅋㅋㅋ

정은호보다 박유진이 fox 그 자체인데...?

머리까지 금발이라 그런지 완전 입덕담당 아이도루가 따로 없네;;;

나 박유진한테 입덕 직전인 듯...어캄...?

ㄴ 뭘 어캄 이제 너 유진앓이로 현망진창 될 거다 ㅋㅋ

너희들이 다 해먹으면 안되니...시즌2...아니 시즌10까지 나와도 좋아 ㅠㅠ]

“그, 그럼. 시즌2의 배우님들께 질문해보겠습니다. 시즌2가 오픈되기 전, 시즌1을 보셨는지 궁금한데요.”

“그럼요.”

해당 질문에 대답한 것은 강사랑이었다.

시즌1에서 시즌2 쪽으로 이야기가 옮겨가자 채팅창 반응이 안 좋아질뻔 했으나.

“진짜 쩔었죠.”

필터 없는 대답에 스튜디오 전체가 술렁였다.

그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모두 전달될 정도.

“아, 이건 비방용인가? 죄송해요. 이래서 제가 연극 무대에 못 서요. 라이브에 약하거든요.”

뒤늦게 수습하는 강사랑.

그러나 별로 당황한 얼굴은 아니었다.

“아무튼 그만큼 시즌1이 재미있었어요. 특히 우리 두 분의 연기가 참 개쩔, 아니. 뭐라고 하지? 오졌······아아, 잠깐만. 그래요, 엄청 대단했죠. 저도 오랜만에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도무지 필터링 없는 강사랑의 말.

그에 채팅창은 빵 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빠꾸 강러브 ㅋㅋㅋㅋ

아 이러니까 오히려 호감이네 ㅋㅋㅋ

진짜 리딩 라이브 때도 느꼈지만 캐릭터 확실함ㅋㅋㅋㅋ

솔직히 강사랑 민유라도 나쁘지 않음 좀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지...

ㄴ ㅇㅈㅇㅈ]

“인경 배우님은 어떠세요?”

질문은 여태 침묵을 지키던 주인경에게로 돌아갔다.

이 자리를 즐기고 있는 세 사람에 비해.

그의 표정이며 몸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사실 전 시즌1을 보지 않았습니다. 전 사실 특정 작품의 속편에 들어갈 때도 그 전편을 보지 않는 편입니다.”

[아니 이건 좀...실망인데;

주인경 좋아하는데 방금 발언은 좀 깼다; 무슨 배우가 시즌2 들어가면서 전 시즌을 안봄??

주인경 배우님 뜨고 변한 거 아니죠...? 옛날엔 안 저랬을 텐데 ㅠㅠ

에휴 이러니 무매력 정은호가 나오지...]

주인경의 발언에 분노한 여론.

남배우 브랜드 평판 1위인만큼 호감도가 높은 주인경이다.

그 덕인지 원색적 비난은 없지만, 그렇다고 칭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채팅창이 실망감으로 가득 차오르고 있을 때.

“하지만 그게 제 오판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주인경은 그를 순순히 인정했다.

“시즌1과 시즌2는 시즌이 나뉘긴 했지만 분명히 연속성을 지니고 있었으니까요. 만약 시즌1을 모두 본 지금 재촬영을 한다면, 제가 훨씬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라이브가 진행 중인 스튜디오 현장도.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채팅창도.

모두 적잖이 놀랐다.

주인경 급의 배우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가감 없이 인정하고 있었으니.

“하지만 그럴 수는 없죠. 이제 와서 연기 방향을 튼다면, 그건 박유진 배우의 연기를 통해 영향을 받은 거니까요. 일종의 카피캣이 될 것 같았습니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되겠죠. 저에게도, 박유진 배우에게도 좋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곧 주인경의 시선이 유진에게로 옮겨갔다.

“분명 박유진 배우가 보여준 정은호는 매력적이고, 많은 시청자분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와 합을 맞춘 김선미 배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힘, 그리고 진심이 깃들어있었다.

“그에 누가 되지 않게, 저는 계속 저만의 정은호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끝까지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서 꾸벅, 90도 인사를 하는 주인경.

그의 각오와 의지가 엿보였다.

남배우 브랜드 평판 1위.

백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조연상을 모두 따낸 배우.

포스트 이순철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은 존재.

그런 주인경이 유진의 연기력을 존중하고, 치켜세워주었다.

자신이 주연을 맡은 작품의 성공을 위해.

주인경은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은 것.

[톱은 톱이다; 마인드 멋지네

와 주인경이 저렇게까지 띄워주는 거 처음봄

아역배우한테 지고 들어가는 거 같아서 저러기 쉽지 않을 텐데...역시 인경오빠 ㅠㅠ

와 그냥 시즌1 아역배우들이랑 웃으며 적당히 이미지 관리할 줄 알았는데...주인경 다시 봤다

ㄹㅇ 사실 주인경 연기력이 나쁜 건 아니었잖음...그냥 시즌1이랑 좀 괴리가 있다 뿐이지]

고해성사나 다름 없는 주인경의 발언.

그에 감명받은 채팅창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채팅에 나온대로.

주인경이 연기를 못해서 시즌2가 부진한 건 아니었으니.

“저도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그 술렁한 분위기 속.

유진이 손을 들고 나섰다.

“시즌1을 사랑해주시고, 잊지 못한 팬분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해외에 계신 팬분들도 마찬가지고요. 저와 선미의 은호, 선미를 기억해주시고 예뻐해주셔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고요.”

카메라를 향해 공손히 말하는 유진.

“하지만 <열다섯, 서른다섯>은 시즌2까지가 온전히 한 작품이에요. 원작부터가 그렇죠. 열다섯 쪽도, 서른다섯 쪽도 서로 떼놓고 볼 수 없는 파트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리 말하며 유진은 한 손으로는 김선미.

다른 한 손으로는 강사랑의 손을 잡았다.

마치 시즌1과 시즌2를 잇는 것처럼.

“시즌2는 정말 훌륭한 배우님들이 연기해주고 계세요. 인경 형님, 사랑 누나. 시즌2를 보면서 저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시즌2에도 많은 사랑을 부탁드릴게요. 부디 예쁘게 봐주세요.”

주인경과 마찬가지로 꾸벅 허리를 숙이는 유진.

사실, 평소의 유진이었다면 더 세련된 방법을 썼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부탁하는 대신.

지원사격을 통해 시즌2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유진 동생, 아니. 박유진 배우. 배우 대 배우로서 부탁이 있어.’

그날 걸려왔던 주인경의 전화.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시즌2에 힘을 실어줬으면 해. 부탁이야. 이번 시즌2 부진의 원인이 나라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나 때문에 시즌2에 참여한 배우들과 스탭들, 더 나아가 작품 자체가 저평가받는다는 게······고통스러워.’

주인경은 이미 라이브 방송 시작 전부터 자존심을 내려놓고.

유진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패배를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

‘라이브 방송에서, 난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시청자분들에게 호소할 생각이야. 그러니 네가 도움을 줬으면 해.’

사실 유진도 알고 있었다.

주인경은 최고가 되려는 욕망이 강한 사람일 뿐.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 상대적 부진을 겪자, 그에 책임감을 느낄 줄 아는 배우이기도 하다.

괜히 그가 톱클래스의 배우가 아닌 것.

‘인경 형님이 저렇게까지 나섰는데, 내가 잔재주를 부릴 수는 없지.’

유진은 그에 대한 존중으로, 시청자들에게 직접 호소했다.

진심의 무게.

그것만큼 확실히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없을 테니.

“그리고 사실, 시즌2에 저도 나오거든요! 시즌2에 제가 어떻게 등장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아마 다음주에 등장할 거 같은데, 많이 봐주세요!”

거기에 약간의 애교와 유머까지.

덕분에 딱딱했던 라이브 분위기가 다소 풀어졌다.

그리고 그 진심이 통한 것일까.

[뭐야 시즌2에 유진이가 어케 나옴???

아 두 정은호의 말들이 날 울리네...

ㅁㅈㅁㅈ 시즌2라고 다른 작품이 아니라 다 같이 1535인 거자나 제목부터가 그런데

이제와서 말하지만 사실 시즌1만 계속 찾는 거 불편했음... 시즌2는 1535 아니냐고 ㅠㅠ

ㄴ22222 늙라인 이야기가 얼마나 재밌는데

미안해요 시즌1를 너무 재밌게 봐서 색안경을 꼈던 듯... 시즌2도 재미있게 볼게요.]

시즌2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그게 점점 걷힐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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