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199화 (199/237)

199화

한국 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박유진’이라는 이름은 일종의 성역이었다.

[유진아 금발한 김에 다른 색도 많이 해줘..

다들 유지니 머리색 뭐 보고싶음?? 난 갈발...

ㄴ 제발 파란색...제발 파란색...

ㄴ 민트하면 진짜 아이돌 느낌 낭낭할텐데

ㄴ 애쉬컬러하고 제복 입어줘 제발 ㅠㅠㅠㅠ

ㄴ 저 와꾸에 안 어울리는 걸 찾는 게 있을까...?

하 우리 유지니 염색도 하고...마니 컸네...ㅎ 원래 완전 애기였는데...

ㄴ 이모님...]

8살에 데뷔한 박유진은 일찌감치 ‘국민 아들’로 군림한 지 오래다.

데뷔부터 ‘역대급 비주얼의 아역’이라고 알려졌고.

그 이후 범상치 않은 커리어를 쌓아갔다.

한양독립영화제 최연소 수상자, 최연소 천만배우, 백룡영화제 최연소 수상자 등.

박유진이 아역배우계에 가져온 파장은 혁명이라 할 수 있을 정도.

그뿐이랴?

인성까지 최고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아동학대 금지 캠페인 광고 출연, 아역배우 혹사사건 폭로, 라앺 촬영장에서 벌어질 뻔한 사고 방지 등.

그런 유진이 벌써 16살이 되었고.

고등학교 입학도 머지 않은 시기.

그의 성장을 지켜봐 온 팬들이 느끼는 감정은 특별했다.

그의 랜선이모, 랜선삼촌을 자처하는 이들이 도처에 깔려 있었으니까.

[원래 애기들 싫어했는데...유지니 때문에 결혼해서 애기낳고 잘 살고 있네용...^^~~ 그래서 울 유지니만 보면 친아들 같고 그러네요...~

ㄴ 아 이거 결혼바이럴이네 ㅋㅋ

여러분도 결혼하세요~^^ 요즘에 결혼 안 하는 사람이 많던데... 행복하답니다...ㅎㅎ~

ㄴ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거라고요 아 ㅋㅋ

ㄴ 일단 애인이 있는지부터 물어봐주시죠...]

게다가 그 팬층은 한정적이지 않고 영유아부터 노년층까지 골고루 퍼져있다.

즉, 이들이 결집할 경우 경제력이 엄청나다는 뜻이다.

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벤트가 하나 있었는데.

[<열다섯, 서른다섯> 시즌1 미국 1등 기념 이벤트 합니다. 인천공항 전광판에 축하 광고 영상+KTX 외부 랩핑 광고 진행 예정입니다. 대박이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많관부~]

지하철역 이벤트보다 훨씬 비싼 인천공항 전광판 광고.

거기에 KTX 외부랩핑까지.

두 가지를 합치면 수천만원이 드는 큰 프로젝트였으나.

[5시간만에 모금 완료되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게 불과 5시간만에 모금되었다.

웬만한 넙튜브, 방송국 뺨치는 홍보영상과 이미지가 제작되었고.

덕분에 외국인들이 한국 입국 후 가장 먼저 보게 되는 한국인의 얼굴은 유진이 되었다.

[오, 이곳이 유진 팍의 나라입니까?

봉준효, 선흥민, BTA, 유진 팍 렛츠 고

국뽕찬드아아ㅏㅏㅏㅏ 이게 바로 문화적 국위선양이지

봐라 전세계인들아 이게 바로 K-아역배우다

느이 나라엔 박유진 없제~ 없제~

우리나라 중딩들 다 박유진 김선미처럼 생김ㅋㅋ

ㄴ ;;; 이건 좀

ㄴ 주의) 본 발언은 대한민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인 의견입니다

ㄴ 이런 댓글 달려면 솔까 얼굴 까고 하자 ㅋㅋ]

최근 <열다섯, 서른다섯>의 대흥행으로 한국이라는 나라까지 알리고 있으니.

여러모로 호감일 수밖에 없는 상황.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유진 팍의 광고가 인천공항에 걸렸다고? WOW. 인천공항은 매우 좋은 공항이지. 그 광고를 보러 한국에 갈까 싶어. 그 뒤 KTX라는 한국기차를 타면 또 유진 팍의 얼굴이 보인다며? 이거 완전 유진 팍 투어로군!]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하지만 나는 내가 한국에 가기 보다, 유진 팍이 미국에 오길 원해. 그는 할리우드에 와야해. 그 능력을 펼쳐보이면, 공항광고가 아니라 아마 자기 얼굴이 프린팅된 전세기를 띄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에 대해서 한국 네티즌들은.

[이 외국인은 뭔데 자꾸 박유진 들먹임?

몰?루 외국 듣보 기자인갑지

ㄴ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기자 맞음 근데 갑자기 박유진한테 꽂힌 듯ㅋㅋ

ㄴ 뭐야 진짜 박유진 월클라인 들어가는거임? ㄷㄷ]

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으나.

그들은 몰랐다.

의외로 마이클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

어느 분야가 안 그러겠느냐마는.

뮤지컬은 정말 혹독한 연습이 필요한 분야였다.

특히 대극장에 올라가는 극일수록 더더욱 말이다.

규모가 클수록 다양한 군무가 펼쳐지기 마련이니까.

연출에 따라선 매 씬마다 무대, 조명 연출과 합을 맞춰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노래와 연기, 무대장치와 조명, 군무와 동선들.

그야말로 종합예술이니까.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연습 기간이 길 수밖에 없다.

연습 노하우가 없는 초연 작품의 경우 더더욱.

<클라우 솔라스>는 위의 조건을 모두 부합하는 작품이었다.

“와, 벌써 텐투텐에 돌입해?”

“빡세네.”

“브웨 버전 보니까 빡셀만 하더라. 소재가 판타지적이라 그런지 군무가 엄청 많던데? 동선 외우기도 힘들 거 같아.”

앙상블 배우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뮤지컬은 연습 기간에 ‘텐투텐’이라는 방식을 적용하는데.

바로 오전 10시에 연습을 시작해 오후 10시에 끝나는 연습을 뜻한다.

그만큼 오랜 시간을 들여 연습한다는 뜻.

이 연습에 참여하는 건 주조연, 앙상블 모두 가리지 않는다.

“근데 텐투텐에 박유진 걔도 참여하려나?”

“되겠냐? 얼마나 바쁘겠냐. 넷플러스에서 그렇게 난리가 났는데.”

“게다가 걔 미성년자잖아? 그렇게 빡세게 굴리면 또 문제 될 걸?”

그러나 일정이 바쁜 배우들.

특히 스타 캐스팅으로 뽑힌 배우들, 아이돌들은 잘 참여하지 못한다.

뮤지컬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스케줄도 꽉 차있으니까.

아역배우들 기본적으로 텐투텐에서 제외되기 마련.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그런 빡센 연습을 시킬 수 없지 않는가.

그러나.

“안녕하세요! 박유진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유진은 한 번도 연습을 빼먹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가장 먼저 연습실에 와서 목을 풀고 있었다.

“힘들지 않아요? 엄청 바쁠 텐데.”

“아, 네. 다른 스케줄을 줄였어요.”

“진짜요? 왜? 어째서?”

“네? 당연히 뮤지컬에 집중하기 위해서죠!”

그 대답은 공연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

자기 스케줄이 먼저라 연습에 참여하지 않는 배우들도 수두룩 하니까.

그런데 16살 배우가 저런 말을 한 것이다.

“와. 저게 진짜 프로의식이지.”

“나 솔직히 박유진이 왜 뮤지컬 쪽 기웃대나 좀 짜증났거든? 근데 우리보다 더 열심히 하는 거 같아서 완전 호감됨.”

“심지어 잘 하잖아. 왜 오디션 뚫고 주연 맡았는지 바로 납득했어.”

물론 유진으로서도 아직 미성년자인만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

괜히 이럴 때 객기를 부리다 평생 후유증이 남을 수 있거든.

무엇보다 유진은 아역배우를 대표하는 입장이다.

유진이 지나치게 열심히 할 경우, 다른 아역배우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박유진도 저렇게 하는데, 너는 왜 안 해?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젠 내 스스로 영향력을 고려해야할 때니까.’

이렇게 자기 처신을 잘 하다보니.

“와, 그리고 박유진 걔 진짜 성실하더라.”

“그니까. 쉬는 시간에도 음악감독님이랑 계속 음 맞춰보던데.”

“애가 그리고 진짜 서글서글해. 먼저 웃으면서 인사하고 막 말 걸어주더라.”

“벌써 앙상블이랑 스윙 이름까지 다 외웠던데? 내 이름 어떻게 아냐니까 미리 얼굴 사진이랑 이름 받아봤대.”

“쩐다, 진짜. 저 나이에 성공하려면 마인드부터 달라야하는구나.”

“아, 맞다. 얼마 전에 음감님이 쏘셨다는 간식 말이야. 그거 사실 유진이가 쏜 거래.”

“뭐? 그거 간식값만 백만원 넘어갔잖아? 근데 왜 비밀로 했대?”

“어린애한테 얻어먹으면 불쾌해할 사람도 있을 거 같아서 그랬대. 센스까지 미쳤어.”

“나 어제 대박유진 가입했잖아. 그냥 팬됨.”

이런 미담이 쌓이고 쌓여.

연습실 내에서 유진에 대한 평판이 올라갈 수밖에.

그리고.

“네가 말한대로 세종 무대를 상정하고 조명을 대거 추가해보니까 꽤 그림이 좋을 거 같은데? 웅장한 맛도 살 거 같고.”

“박유진 배우의 아이디어였어. 아니지, 우리랑 공동제작인 주역 매니지먼트의 의견이라고 해야하나?”

무대감독인 오필승.

대표이자 총연출인 엄기현 역시 열정에 불이 붙었다.

유진이 낸 조명 아이디어가 생각보다 훨씬 그럴 듯 했으니.

“그런데 이렇게 하면 바위산이나, 다른 무대 장치들도 스케일을 좀 키워야할 거 같은데? 조명이 너무 강해서 무대들이 죽을 수도 있어.”

“얼마든지 스케일 키워.”

엄기현이 신나서 외쳤다.

“괜찮아. 어차피 우리 돈 많아!”

투자금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도 배 이상으로 들어왔다.

제작비 걱정, 투자비 회수 걱정?

그런 것따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돼.”

*

<클라우 솔라스>에서 유진은 중간자였다.

다른 주조연 배우를 비롯, 앙상블 배우들은 자신보다 최소 10살은 많은 배우들이었고.

아역배우들은 최소 7살은 어린 아역배우들이었으니까.

청소년은 유진이 유일했던 것.

보통이라면 이 애매한 위치에서 붕 떠버릴 수도 있겠으나.

유진만은 예외였다.

“저, 유진아. 나 스윗터 올리게 셀카 한 장만 가능해?”

“으음, 좀 그런데요.”

“그, 그래?”

“다섯 장은 괜찮지만요! 한 장은 아쉽잖아요.”

“아, 뭐야. 너 진짜! 그럼 열 장 찍을 거야.”

유진은 이미 대한민국의 스타였고.

그런 유진에게 배우들이 몰려드는 건 당연한 일.

게다가 유진은 이미 넙튜브 선공개 넘버, <출정식>으로 제 실력을 뽐냈고.

거기다 연습도 빠지지 않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니, 그 누가 싫어하겠는가?

다른 배우들에겐 귀여움과 대견함을.

자신보다 어린 아역배우들에겐 존경의 눈빛을.

그게 바로 지금 <클라우 솔라스> 연습실 속 유진의 위치였다.

“유진이 형! 어떻게 하면 형처럼 연기도, 노래도 잘할 수 있어요?”

여느 때처럼 연습에 매진 중이던 어느 날.

남자 아역배우 중 한 명인, 올해로 9살이 된 남지욱이 물었다.

그러자.

“야, 남지욱! 내가 먼저거든?”

여자 아역배우이자, 남지욱과 동갑인 박하윤이 달려왔다.

“뭐래. 그런 게 어딨냐?”

“내가 유진 오빠한테 먼저 물어보겠다고 했잖아! 왜 새치기야?”

“먼저 물어보는 사람이 임자지! 그럼 네가 빨리 왔어야지!”

투닥거리는 두 사람.

그 모습을 보니 유진으로선 자연스레 정기열과 김선미가 떠올랐다.

‘뭐, 그 두 사람은 <열다섯, 서른다섯> 이후 제법 달달해졌지만.’

아무래도 축하파티 당시 김선미가 눈물을 터뜨리고.

그 이후 정기열이 어른스레 다독여준 게 기폭제가 된 모양이다.

가끔 닭살멘트를 날리며 아주 난리들이었으니.

“얘들아. 싸우지 마. 싸우면 연기를 잘할 수 없어.”

“에엥? 그게 무슨 소리래요?”

“싸우는 거랑 연기랑 뭔 상관인데요?”

두 아이가 어이없다는 듯 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팁을 줄 게. 먼저 화를 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거야.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지금 어떤 감정인지 말이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니니?”

그게 무슨 소리지?

아역배우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진을 올려다보았다.

“연기를 배울 때 그런 말 안 들어봤어? 대본 속 캐릭터는 지금 어떤 감정일까? 어떤 생각으로 이 대사를 말하는 걸까? 그걸 바로 상대방에게 접목시키는 거지. 그런 식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캐릭터처럼 분석하는 거야.”

유진이 괜히 판을 세팅하는 능력이 탁월한 게 아니다.

위의 능력을 발휘해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짐작하고, 그를 토대로 청사진을 그린다.

유진은 그걸 남들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해낼 수 있었다.

“아아, 맞아요! 학원에서 들었어요.”

“저두요!”

눈을 빛내는 두 아역배우.

“그래, 그래. 그러니까 지욱이랑 하윤이도 서로의 감정을 이해해보는 게 어떨까?”

“그래도 싫어요!”

“맞아요. 남지욱 쟤는 순 제멋대로란 말이예요. 완전 비호감!”

음.

아무래도 실전적용은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 그래. 하윤이 네가 유진이 형한테 물어봐라! 난 뉴스나 볼래.”

“네가 무슨 뉴스야? 잘난 척하지 마.”

“잘난 척은! 며칠 뒤에 메탈맨이 한국에 온단 말이야. 그거 기사 볼거거든?”

“헐, 진짜? 어디 봐봐.”

그러나 또 공통된 화제만 있으면 바로 달라붙는 게 바로 아이들이다.

“역시 애들 마음만큼은 읽을 수가 없네.”

유진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웃었다.

“어디 형도 같이 좀 보자. 무슨 뉴스라고?”

“메탈맨이 이번에 한국에 온대요! 가서 사인 받고 싶어요.”

“바보야, 메탈맨이 오는 게 아니라 메탈맨을 맡은 배우가 오는 거겠지!”

“어쩌라구!”

“저쩌라구!”

히어로물.

최근 들어 급격히 인기가 많아진 장르다.

왜냐면 할리우드 최고의 히어로 프랜차이즈 휘슬이 영화를 찍어내기 시작했거든.

통합된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세계관, 일명 휘슬 유니버스Whistle Universe. 줄여서 ‘WU’라고 부른다.

보통 히어로 영화라고 하면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한 유치하고 뻔한 영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휘슬은 성인들까지 몰입할 수 있는, 리얼하고도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구사했다.

메탈맨은 그 중에서도 인기가 가장 많은 히어로 중 하나.

곧 개봉을 앞둔 속편 홍보를 위해 내한한다고 한다.

“히어로라.”

유진은 남지욱의 휴대폰 속 기사를 빤히 바라보았다.

“형, 왜 그래요?”

“음? 아니. 아무것도. 그냥 형도 언젠가 저런 거 맡아보면 좋겠다, 싶어서 말이야.”

“우와! 형 진짜 잘 어울릴 거 같아요.”

“진짜요! 오빠 막 슈트 입고 푸슝, 콰슝 하면 짱 멋질 거 같아요!”

오히려 유진보다 흥분해서 외치는 아역배우들.

유진은 하하 웃으며 고맙다고 답했다.

‘WU라. 욕심을 낸다고 해도 성인 이후에 낼 생각이었는데.’

워낙 인기가 높은 프랜차이즈다보니 여태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열다섯, 서른다섯>으로 인해 전세계적 인지도가 폭증한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충분히 두드려볼 법한데.’

*

얼마 뒤.

한적한 평일 새벽의 인천공항 국제선.

“휘유. 환영인파가 한 명도 없군.”

한 외국인 무리가 게이트를 넘어왔다.

경호원인 듯 검은정장을 입은 사람이 둘러싼 가운데.

키 크고 살집이 두툼한 남자와 키가 작고 마른 남자 두 명이 공항을 둘러보았다.

“당연하지. 우리는 몰래 입국한 거니까.”

키 작고 마른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불평하듯 키 크고 두툼한 남자가 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벤. WU의 핵심인력 두 사람이 왔는데 말이야. 한국에선 소문이라는 것도 안 도는 모양이지?”

“내가 입단속을 철저히 시켰잖아, 스티븐.”

벤 케이지와 스티븐 니콜슨.

두 사람은 휘슬 스튜디오의 공동사장이다.

내일 있을 메탈맨의 배우, 루카스 모건의 내한을 앞두고 먼저 입국한 것.

“난 시끄러운 건 싫어. 그리고 주목을 받아야하는 건 히어로, 배우들이라고.”

배우들은 따로 행사를 소화할 계획.

두 사람은 거기에 참여하지 않는다.

최근 할리우드 최고의, 아니 세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프랜차이즈인 WU를 이끌고 있으면서도.

벤은 주목받는 걸 즐기지 않았다.

“알았어, 너드. 정말 자네의 그 성격은 여전하군.”

벤 케이지.

그는 어려서부터 너드였다.

그 때문에 학교의 불리들로부터 적지 않은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고.

그런 그를 구원해준 것이 바로 히어로 만화책들과 영화.

때문에 벤은 언젠가 히어로 영화를 만들고 말겠다는 꿈을 가졌고.

휘슬 스튜디오를 통해 그 꿈을 이뤄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이 있잖아.”

“그렇지. 하지만 그건 미국에서도 가능한 일이었잖아? 우리가 이 비싸고 거대한 몸뚱이를 이끌고 직접 올 필요는 없었어.”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을 위해서야, 스티븐. 체어맨처럼 앉아만 있어서야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지.”

“예예, 황제 폐하. 저는 그저 그 말씀에 따를 뿐입니다.”

내한 행사와 별개로 그들이 한국에 입국한 이유.

그건 바로 새로운 히어로 캐릭터의 캐스팅을 위함이다.

“우리 프랜차이즈 최초의 동양인, 그것도 미성년자 히어로 캐릭터야. 미숙하지만 그러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입체적 캐릭터지. 이런 중요한 캐릭터를 맡을 배우는 내 손으로 직접 뽑아야겠어.”

그것이 벤의 철학이었다.

사장으로서 매우 비효율적인 행동 같지만.

그 비효율적 고집이 오히려 지금의 WU를 만든 셈이니까.

“그래, 알았어. 정말 귀에 딱지가 앉겠군.”

스티븐이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벼댔다.

그때.

“잠깐. 스티븐. 저것 좀 봐.”

벤이 한 곳을 가리켰다.

인천공항에 내걸린 한 전광판 광고였다.

[전세계를 씹어먹을 아역배우! 배우 박유진을 응원합니다]

전광판에 쓰인 한글은 알아볼 수 없지만.

그 안에 있는 얼굴은 누군지 자명해보였다.

“아무래도 한국의 아역스타인 모양인데.”

그러자 스티븐이 오,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아아. 이제 알겠어. 요즘 마이클이 푹 빠져있는 한국 아역배우군.”

“마이클? 마이클 론도를 말하는 건가?”

“그래, 맞아. 요즘 그 친구 스윗터엔 저 아역배우 얘기 밖에 없다고.”

그러자 벤은 더욱 흥미롭다는 듯 전광판을 응시했다.

휘슬 스튜디오의 총책임자인 그가 한국에서 제일 먼저 본 한국인.

그건 바로 박유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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