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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205화 (205/237)

205화

몇 시간 전.

인터넷엔 한 목격담이 들려왔다.

[(사진)

나 지금 홍대인데 뭐임?? 가면 쓴 남자가 막 뭐라고 홍보한다]

시작은 한 스윗터 사용자의 사진으로부터.

영상 속 남자는 머리를 모두 가리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 밑으론 검은색 망토 같은 것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고.

[옆에 카메라 붙은 거 보니까 TV촬영인 듯

일단 연예인은 맞는 거 같은데...

연예인이 왜 가면을 쓰고 있음??]

잠시 후.

다른 계정이 한 영상을 올렸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에게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차분하면서도 중후한 목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한 번쯤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힘이 있는 음성이었다.

[??? 이거 한권주 목소린데??

ㄹㅇ 목소리가 한권주 목소리랑 똑같은데?]

배우 목소리에 일가견이 있는 덕후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현장에 있는 몇몇 사람들도.

“한권주인데?”

“진짜. 얼마 전에 영화에서 나온 목소리랑 완전 똑같아.”

그리 쑥덕댈 정도.

잠시 후.

“배우 한권주입니다.”

가면을 쓴 남자는 스스로를 한권주라 소개했다.

당연히 스윗터는 술렁일 수밖에.

[저게 한권주라고??

근데 얼굴 가리고 뭐하고 있는 거임?

뭐 무슨 예능 프로그램하는 거 아님?

한권주가 예능을 해? 진짜 이 인간도 죽음조인지 뭐시긴지 들어가고서부터 많이 바뀌었네 ㅋㅋ

ㄴ ㄹㅇ 옛날엔 진짜 로봇인줄 알았는데...요즘 완전 따수워짐]

<데드맨>으로 백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따낸 이후.

그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연기 스펙트럼이 다소 한정적이라는 기존의 평가를 뒤집고 훨씬 대중적 배우로 발돋움한 것.

얼마 전엔 처음으로 코미디 영화에 출연해,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기도 했다.

“잠시 후, 오후 7시 공연장 블랙스퀘어에서 특별한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무료 공연이고, 좋은 취지입니다. 부디 많이 찾아와주시기 바랍니다.”

한권주다운 짧은 인사를 마치고.

그 가면남은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야 여기 성북구인데 가면남 떴다!

(영상)]

가면남은 제법 신출귀몰했다.

홍대에서 곧장 성북구로 이동한 모양.

[뭐야 한권주 노래 중인데??

??? 한권주가 노래를 해??

내가 본 한권주 마지막 노래는 박유진이랑 라이브에서 진도 아리랑 부른 건데??]

그런데.

이번엔 홍보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젠 나에게 돌아와 함께 춤을 추자

오랜 세월조차도 지울 수 없었던 내 사랑

제발 나의 손을 붙잡아

내 곁을 떠나지 말아줘

그저 지금 이대로”

게다가 웅장한 뮤지컬 발성의 노래.

[한권주 맞아? 뮤배인 거 같은데??

한권주가 노래를 저리 잘 했다고?

ㄴㄴ 이거 한권주 절대 아님 박유진이랑 진도아리랑 부른 거 듣고 와라 ㅋㅋ

근데 이건 뭔 노래임?? 가요 아닌 거 같은데

정성진이 출연했던 뮤지컬 넘버임

이거 못들어봄?? 넙튜브에서 조회수 100만 넘긴 띵곡인데

ㄹㅇ 이거 정성진 뮤지컬 인생캐 인생노래잖아]

잠시 후.

노래를 다 들어본 스윗터 사람들은.

[뭐야 넙튜브에 있는 정성진 박제 영상이랑 저 가면남 목소리랑 완전 똑같은데??

ㄹㅇ 창법도 존똑...설마 진짜 정성진임??

??? 뭐야 저 가면남 한권주라메

목소리가 아예 다른데??

아까 그 가면남은 한권주고 지금은 정성진인거 아님?

진짜 무슨 예능 찍는 모양인데?

오 흥미돋네...]

이 가면남이 정성진이라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고.

“반갑습니다. 뮤지컬 배우 정성진입니다.”

가면남은 그걸 스스로 인정했다.

“잠시 후 오후 7시에, 공연장에 와주시길 바랍니다. 참여하시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을 하실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콘서트입니다. 그곳에서 제 뮤지컬 주요 넘버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게다가.

[라앺이 그리운 유유연 님이 리스윗 하셨습니다]

[라앺이 그리운 유유연 님의 스윗 : 오빠 가면 쓰고 뭐해요??]

유유연이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코멘트를 남겼다.

가면남이 정성진이라고 확인사살을 해준 것.

[뭐야 유유연까지??

일단 정성진인 건 빼박같은데;; 유유연이랑 정성진 완전 친하잖아

이제 알겠다 한권주랑 정성진이 같이 촬영하나봄 ㅇㅇ

오 둘이 같이 공연이라도 하는 거임?? 개궁금 ㅋㅋ

아니 근데 정체 밝힐 거면 가면은 왜 쓴거지??

ㄴ 몰?루 근데 일단 재밌긴 하자나 ㅋㅋ]

아무튼.

한권주와 정성진이 남긴 공통된 단서.

그건 바로 오후 7시, 블랙스퀘어에서 공연이 있다는 것이다.

[7시? 저녁에 할 것도 없는데 가봐야겠다

퇴근하고 바로 달려간드아아ㅏㅏㅏ 2천석인데 설마 내 자리가 없겠어?]

그게 뭔진 몰라도, 뭘 하긴 하는 모양.

그런 생각 때문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보니까 좋은 일 하는 모양이던데

카메라 보니 MBS 마크 박혀있는 듯??

일단 한권주 정성진이라... 라인업 미쳤네 ㅋㅋ]

그리고 또 몇 시간 후 강남에서.

어김없이 그 가면남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그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엔 가요를 부르고 있다는 점.

“기억을 되돌려

추억을 걷는다

그 길의 끝에서

너를 보낸다”

바로 아이돌 빅터의 대표 발라드곡, <첫사랑>이었다.

[ㅁㅊ 이거 재오 오빠 목소리인 거 같은데

내 바순경력 걸고 맹세함 저거 찐임 진짜

ㄹㅇ 덕질경력 10년차인 내가 보증함 울오빠 노래 부를 때 손가락 꼼지락거리는 버릇 있는데 그대로 하는 중]

이번엔 재오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곧 영상 속 가면남이 말했다.

“잠시 후 오후 7시, 블랙스퀘어 공연장에서 게릴라 공연을 개최합니다! 관람료는 무료이고, 좋은 일에도 동참하실 수 있습니다. 부디 와서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당연히 빅터의 팬덤, 빅토리가 가만히 있을쏘냐.

[울 오빠 요즘 연기한다고 바쁠텐데 언제 이런 좋은 일까지 ㅠㅠㅠㅠ

평 생 재 오 해

아악 혐생 때문에 못가는데 ㅠㅠㅠㅠ 누가 나 좀 조퇴시켜줘

무료랬지 바로 달려간다 기다려 재오오빠]

이들의 화력 덕분인지.

실시간 검색어에 공연장 이름인 ‘블랙스퀘어’가 등장했을 정도.

[정성진에 한권주에 재오에... 대체 뭔 조합임? ㅋㅋ

ㄹㅇ MBS 기둥 뽑는 거 아니냐 ㅋㅋ

아니 근데 가면은 대체 왜 쓴건데?? 프로그램 취지가 머지?

일단 뭐 좋은 일 하는 거라니까 기부 콘서트 이런 거 아니겠음??

ㄹㅇ 우선 가고보자 좋은 일 하는 거라니깐]

사람들은 궁금해하면서도.

좋아하는 연예인이 와서, 무료라서, 좋은 일을 한다니까.

각자만의 이유로 블랙스퀘어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

오후 7시가 임박한 블랙스퀘어.

그곳에서 줄곧 현장상황에 대해 토크를 나누던 <힐러들의 수다> 출연진.

그들의 얼굴엔 놀라움을 넘어 경악이 가득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정말 단 몇 시간만에, 2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블랙스퀘어가 꽉 찼습니다!”

그렇게 공연장을 꽉 채운 2천여 명의 관객들.

심지어 공연장 바깥에는 들어오지 못한 관객 수십여 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하루만에, 아니. 불과 몇시간만에 2천명이라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요?”

“박유진 배우는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걸까요?”

“류태준 씨! 한 마디 해주세요.”

류태준이 직접 발로 뛰어 모집한 인원은 50명 내외.

유진은 그 40배를 모은 셈이다.

“그게, 어. 모르겠네요! 제가 못한 게 아닙니다. 박유진 배우가 대단한거죠. 진짜에요! 아니, 전 얼굴 드러내고 다녀도 2천 명을 못 모을 텐데.”

그의 말대로.

정체를 드러낸다고 해도 당일에 2천명을 모을 수 있는 연예인은 적을 것이다.

아마 인기 절정의 아이돌이나 가능한 일이겠지.

“어? 지혜 씨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고 있는데요.”

“지금 자기 소속사 동생의 파워를 보고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박유진 배우가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알고 있나요?”

다른 힐러들의 채근에 이지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유진이는 항상 제 상상을 뛰어넘은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기대하는 중이에요.”

물론 짐작은 간다.

하지만 여기서 스포일러를 했다간 방송의 재미가 급감할 테니까.

게다가 하이라이트는 유진이 보여줘야 할 것 아닌가.

‘모두 그 아이의 작품이니까.’

잠시 쉬는 시간.

자리에서 일어선 이지혜는 멀지 않은 곳에서 김오태PD를 발견했다.

유진과 함께 블랙스퀘어에 도착한 모양.

“PD님. 어때요?”

“제대로 당했어.”

김오태PD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공연장을 둘러보았다.

“유진이가 빈틈을 제대로 찔렀어. 아니, 아니지.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냈다고 해야하나?”

“PD님이 생각한 그림은 아니라는 거네요.”

“하지만 제대로 멋진 그림이 나올 거야.”

“그럼요. 누가 그린 그림인데요.”

이지혜가 뿌듯하다는 듯 웃었다.

“이러다 진짜 MBS 기둥 뽑겠는데요?”

*

오후 7시 정각이 되자.

블랙스퀘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대체 세 명이 뭘 할까?”

“정성진, 한권주, 재오······도통 공통점이 없어.”

“그래서 더 궁금하네. 배우에 뮤배, 거기에 아이돌 가수라니.”

곧 조명이 무대를 비추고.

예의 그 가면남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3명이 올라올 것이란 기대와 달리.

무대 위 가면남은 단 한 명.

“재오 오빠아아아악!”

“한권주! 한권주! 한권주!”

“우윳빛깔 정성진!”

관객들은 저마다 다른 사람을 외쳤다.

그를 가만히 듣고 있던 가면남.

곧 검지를 들어 제 입가에 가져다댔다.

“쉬잇.”

관객들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단 몇 초만에 순식간에 무대를 장악해버린 것.

가면남은 아무런 멘트도 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면을 벗었다.

사람들은 마치 마술쇼라도 보는 것처럼 숨을 죽였고.

가면 속에서 누가 나올지 두근대며 기대했다.

한권주일까?

정성진일까?

재오일까?

그리고.

가면을 벗는 순간, 가장 먼저 드러나는 머리카락.

“엥?”

땀에 젖은 금발머리카락이 찰랑였다.

한권주, 정성진, 재오.

이 셋 중 금발은 누구도 없다.

다만.

최근 금발 머리로 매우 핫한 한 사람이 있었는데.

“뭐야. 박유진이었다고?!?!”

그 순간.

2천명을 꽉 채운 공연장은 혼란에 빠졌다.

“후아!”

숨을 내쉬는 유진.

종일 가면을 쓰고 있느라 얼굴이 땀범벅이었다.

땀에 젖은 금발 머리카락이 찰랑거렸고.

그 모습은 여러 사람들의 심장을 제대로 저격했다.

“안녕하세요. 아역배우 박유진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2천여명의 관객들은 단체로 ‘형이 왜 여기서 나와’라는 표정.

왜냐?

오늘 이 공연장에 박유진이 온다는 얘기는 전혀 없었으니까.

“하하. 놀라셨죠? 사실 오늘 가면을 쓴 사람들은 모두 한 사람, 바로 저였어요!”

심지어 유진의 폭탄발언이 떨어졌음에도.

관객들은 모두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게,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대다수가 한권주, 정성진, 재오의 찐팬이었으니까.

목소리만 듣고도 그 정체를 짐작해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음, 못 믿겠다는 눈치들이신데. 그렇다면, 크흠!”

유진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몇 번 목을 풀며 예열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안녕하세요, 한권주입니다.”

유진이 잡고 있는 마이크.

그곳에서 마치 성대를 갈아끼운 듯 중후한 목소리가 나왔고.

“이젠 나에게 돌아와 함께 춤을 추자.

오랜 세월조차도 지울 수 없었던 내 사랑.”

이번엔 정성진의 목소리로 부르는 뮤지컬 넘버가 흘러나왔다.

이어서는.

“기억을 되돌려

추억을 걷는다

그 길의 끝에서

너를 보낸다.”

뮤지컬 발성이 아닌 가요 발성.

재오의 목소리로 부르는 빅터의 ‘첫사랑’.

심지어 재오의 노래부를 때 버릇까지 그대로 흉내냈다.

“와.”

“미쳤다. 진짜 똑같아.”

“진짜 얼굴 가리고 들으면 재오 오빠인데?!”

찐팬들까지 깜짝 놀라게 만들 정도의 디테일.

그리고 그걸 표현해내는 변성과 연기력이었다.

김오태PD가 제게 내린 패널티인 가면.

하지만 유진은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객석을 가득 채웠다.

“아니, 하지만 체격이나 그런 건?”

“맞아. 박유진 키에 비나 골격에 비하면 다른 세 사람이랑 차이가 심한데?”

웅성거리는 객석.

그를 들은 것인지 유진이 궁금증을 해결시켜줬다.

“키나 체격이요? 그건 분장팀의 도움을 좀 받았어요. 가면을 입고 망토를 둘러서 그런지, 그 안에 뭘 착용하고 있는지는 다들 무관심해지더라고요.”

가면에 시선을 쏠린 것을 철저히 이용한 셈이다.

하지만.

이 놀라운 마술 같은 일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도 있었으니.

“뭐야.”

“유진이라고? 재오 오빠는 어디있어?”

“아, 정성진 노래 들으러 온 건데!”

“우리 인경 오빠 어디 있어요? 진짜 없어? 나 집에 갈래.”

유진의 능력은 분명 놀라웠지만.

한권주, 정성진, 재오를 보기 위해 온 팬들로선 ‘당했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터.

그들도 모두 바쁜 시간을 내어 이곳에 직접 찾아온 거니까.

그를 예상했다는 듯.

“아마 여기 계신 분들께선 저 말고 다른 분들을 보러오셨겠죠. 당연해요. 제가 출연한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아마 실망하신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유진이 먼저 코멘트를 통해 선수를 쳤다.

“한 가지 말씀드릴 게요. 전혀 실망하실 필요 없다고요. 왜냐면!”

짝!

유진이 손뼉을 치자.

기다렸다는 듯 무대 위로 올라오는 네 명의 그림자.

조명이 그들의 얼굴을 비추자.

“꺄아아아아악!”

단숨에 탄성이 터져나왔다.

“진짜들을 모셨으니까요!”

진짜 한권주.

진짜 정성진.

진짜 재오.

그들이 정말로 공연장에 나타났으니까.

“자, 그럼 한 분씩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권주입니다.”

한권주는 한권주답게 심플했고.

“저승사자 단. 염라대왕님을 보필하러 왔습니다. 하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라앺 대사를 외치며 팬서비스를 보여주는 정성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빅터의 리더이자 현재 배우 활동 중인 재오입니다!”

아이돌답게 매뉴얼대로 대답하는 재오까지.

가면남 한 명뿐이던 무대가.

대한민국 연예계 올스타즈라고 할 수 있을만큼 꽉 찼다.

“갑작스러운 연락에도 달려와주신 권주 삼촌, 성진이 형, 재오 형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SNS로 지원사격 해준 우리 유연 누나한테도 이 자리를 빌어”

박유진이라는 한 소년을 위해서.

그리고.

“오늘 이 게릴라 콘서트는 MBS 프로그램 <힐러들의 수다> 속 새로운 프로젝트, ‘어게인 사랑의 집’을 아이템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찾아와주신 분들이 많으만 많을수록, 어려운 처지에 놓인 가구의 집 리모델링 기부 비용 역시 늘어나는 프로젝트였거든요.”

유진이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게 조건이 제 정체를 밝히면 안 된다고 해서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이 세 분의 목소리를 따라한 거였어요.”

그 말을 들은 관객들은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유진이 어째서 세 사람의 성대모사를 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았는지 알게 되었으니.

게다가 그 이유가 이토록 순수하고 좋은 일이라니!

“여러분이 이렇게 많이 모여주신 덕분에 그 아이에게 정말 좋은 선물을 해줄 수 있을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유진은 90도로 고개를 숙였고.

공연장을 꽉 채운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특히 유진에게 미안함을 느낀 몇몇 관객은 더욱 열성적으로 손뼉을 쳤다.

“아, 박수와 환호는 아껴주세요! 아직 오늘의 주인공을 모시지 않았으니까요.”

유진은 빙긋 웃더니 몸을 옆으로 틀었다.

“자, 그럼 오늘의 진짜 주인공을 무대 위로 모셔보겠습니다.”

그래.

이 모든 것은.

한 소녀와 그 어머니를 위한 프로젝트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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