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지혜원은 기적을 믿지 않았다.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5살 때 쯤 깨달았다.
왜냐?
남들이 다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자신도 못 받았거든.
집에 굴뚝이 없어서?
굴뚝 없는 다른 아이들은 다 받았다.
당시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한 건 오로지 지혜원뿐.
지혜원의 어머니는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새벽 늦게까지 일하셔야 했으니까.
남들이 쉬는 날은 음식점에선 대목이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칭얼댈 수도 있으련만.
지혜원은 오히려 일찍이 철이 들었다.
‘그냥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
엄마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
어른이 되면 돈을 벌 수 있을테니까.
그저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저 오빠는.’
분명 자신보다 나이가 많지만.
아직 어른은 아니었다.
자신처럼 학교에 다니는 어린 아이.
그럼에도 엄청난 인기를 끄는 배우가 되었고.
심지어 옆나라 일본으로 날아가, 일본어로 연기를 했다.
‘그게 바로 내가 본 드라마.’
박유진의 연기를 본 뒤로.
그저 어른이 되어 돈을 벌고 싶다던 지혜원의 막연한 생각은.
곧 경찰이 된다는 구체적인 꿈으로 변했다.
게다가 오늘, 단 하루만에 마법처럼 이 공연장을 꽉 채웠다.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어른이 되지 않아도.
저렇게 수많은 사람 앞에서 빛날 수 있을까.
“여기 모여주신 관객분들에게 모두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을 모시겠습니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
꿈에서 깬 것처럼 지혜원은 정신을 차렸다.
그러자 옆에서 이지혜가 지혜원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자, 어서 가봐. 혜원아.”
지혜원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자신을 향해 손을 뻗은 계단을 올라갔다.
“누구야?”
“어린앤데?”
웅성대는 소리.
관객들은 지혜원의 얼굴을 모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자, 혜원아. 자기소개 해봐!”
유진은 그를 적절히 커트했고.
지혜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후, 아.”
지혜원은 숨을 몰아쉬며 앞을 바라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워질 정도로 수많은 관객.
그들이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혜원은 주눅 들지 않았다.
왜냐?
자신은 미래에 경찰이 될 사람이니까!
자신도 유진처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했다.
“안녕하세요. 지혜원입니다! 은혜 혜 자에 으뜸 원 자를 써요. 그리고 한글만 놓고 보면 항상 지혜를 원하며 살아가라는 뜻이래요.”
아주 당당히 자기소개를 하는 지혜원.
그 모습에 귀엽다며 앓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자, 그럼 우리 혜원이의 꿈은?”
“나쁜 녀석들을 때려잡는 경찰입니다!”
그러자 객석에서 오오,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고.
이내 지혜원에게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내주었다.
소녀가 가지고 있는 멋진 꿈에 기꺼이 응원을 보낸 것.
“여기 모여주신 관객분들은 혜원이의 꿈을 응원하러 와주셨습니다. 그렇죠?”
유진이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기자.
“네에-!!”
우렁찬 대답이 돌아왔다.
이 공연장에 모인 2천명의 관객들.
“네가 혜원이구나.”
“엄청 씩씩하고 귀엽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달려와야지.”
한권주와 정성진, 재오.
한국에서 내노라 하는 배우, 아이돌까지.
모두가 지혜원을 축복해주었다.
‘킥킥.’
‘큭큭.’
순간 지혜원은 학교에서 자신을 비웃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지금 제 눈앞에 있는 2천여 명의 사람들 중.
자신을 비웃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지혜원은 유진에게서 마이크를 받아들고.
다시 한번 힘차게 외쳤다.
“저 꼭 경찰이 될래요!”
그러자.
“응원해!”
한 명의 선창을 시작으로.
“응원해! 응원해! 응원해! 응원해!”
2천명의 관객이 일제히 지혜원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모두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혜원이에게 정말 큰힘이 되어줄 거예요!”
유진은 지혜원을 대신해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네, 그럼 콘서트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 소녀를 위한 공연이 시작되었다.
*
몇 주 뒤.
MBS에서 방영된 <힐러들의 수다>.
[두 모녀가 살던 반지하 집! 벽지엔 곰팡이가 가득, 화장실은 밖에 있고, 가전기기들은 모두 고장나기 일보 직전의 상태! 햇볕도 들지 않아 어둡고 침침했던 그 집이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과거 <사랑의 집> 성우를 그대로 채용.
특유의 BGM까지 사용해 향수를 물씬 풍기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혜원과 그 어머니가 함께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우와. 이게 진짜 우리 집이에요?”
지혜원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나왔다.
말 그대로, 정말 다른 집이 되어버렸으니.
“집이 엄청 밝아진 거 같아요!”
도배도 모두 새로 했고.
“우리 집이 이렇게 넓었었나?”
전문가를 불러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가구배치 하나하나가 계산된 것이란 말씀.
무엇보다 두 모녀가 감격한 건.
“화장실이 집 안에 있어!”
바로 집 안에 화장실이 생겼다는 점.
이번 기회로 대대적 공사를 통해 제대로 설치했다.
구조적 문제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으나, 이곳은 자본주의 사회.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와. 밥솥이 이렇게 멋있게 생긴 거였어?”
노후화된 가전기기들 역시 모두 싹 갈아치웠고.
“TV! 이거 진짜 TV에요? 짱 넓다!”
거기에 지혜원에게 꿈을 선물했던 TV는 최신형으로 바뀌었다.
지혜원은 완벽히 달라진 제 집에 놀라워했고.
마치 놀이동산 구경이라도 하듯 총총걸음으로 한참이나 둘러봤다.
사실 이렇게까지 하고도 돈이 남았다.
그만큼 유진이 끌어모은 관객의 수가 어마어마했다는 것.
“해당 비용은 앞으로 두 모녀가 살아가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저희 <힐러들의 수다> 측에서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지혜가 그리 말하자.
“흑, 정말 감사드립니다.”
끝내 지혜원의 어머니는 눈물을 터뜨렸다.
특히 유진의 손을 부여잡고는 거의 오열하다시피 했다.
“흐으윽. 제가, 제가 뭐라고. 정말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이 은혜는 제가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어머니. 괜찮아요. 이렇게 도움을 드릴 수 있어 제가 더 기쁜 걸요.”
유진은 지혜원 어머니의 손을 단단히 붙잡아주었다.
“부디 아프지 마시고, 언제까지고 혜원이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세요.”
어쩌면 지혜원 어머니의 얼굴에서.
천국에 계실 제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는지도 모르는 일.
“고마워. 이게 다 오빠 덕분이야.”
집 구경을 끝냈는지.
지혜원이 유진에게 달려와 와락 안겼다.
“오빠를 만난 이후로 세상이 달라진 거 같아! 이제 학교에서도 다들 나 부러워해. 놀리는 애들 없어. 다 오빠한테 사인 받아달래!”
“그래? 사인 많이 해줘야겠네.”
뿌듯한 미소를 짓는 유진.
그는 곧 쭈그려 앉아 지혜원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런데 혜원아. 이렇게 변한 건 오빠 덕분이 아니야. 혜원이 네가 엄마 말도 잘 듣고, 속도 안 썩이고. 그 덕분에 이렇게 보답을 받는 거야.”
그저 여태까지 살아온 것처럼, 살아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될 테니까.
앞으로도 이 두 모녀는 서로를 의지해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유진과 박태종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응!”
유진은 지혜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경찰이 되려면 체력도 체력이지만, 공부도 열심히 해야해. 알았지?”
“응, 열심히 할게!”
지혜원은 그리 말하며 유진을 향해 경례했다.
“충! 성!”
아직 제대로 경례하는 법을 몰라 상당이 어설펐지만.
그 패기만큼은 그 어떤 경찰관보다 넘쳐흐르고 있었다.
“뭐야. 어디서 배운 거야?”
“TV! 드라마에서 경찰들이 이렇게 하는 거 봤어.”
유진은 웃는 대신, 진지한 얼굴로 맞경례를 해주었다.
“그래. 오빠도. 충, 성!”
회귀를 경험해, 미래가 어찌 될지 알고 있는 유진이다.
그러나.
이 지혜원이라는 아이가 어떻게 될지는 유진도 모른다.
어쩌면 어느 날 꿈이 바뀌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러나 눈에 보이는 듯했다.
경찰 제복을 입고, 자신의 앞에서 멋지게 경례하는 지혜원의 모습이 말이다.
‘내 선택은 틀린 적이 없어.’
이번에도 분명 그럴 것이다.
“내가 경찰이 되면, 가장 먼저 오빠한테 가서 경례할 거야!”
지혜원의 다짐에 유진이 새끼손가락을 내걸었다.
“그래. 그 약속 꼭 지켜야해?”
*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오, 세상에. 이건 정말 감동적인 가면극이야]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그는 인터넷 패배자들과 달리, 익명성을 정말 건전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사용했어]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정말 참을 수 없군]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여권 사진)]
[Michael Rondo : 난 비행기 티켓을 끊을 생각이야. 한국에 있는 작은 영웅을 만나러 가야하거든!]
[Michael Rondo : 오, 히어로. 마이 히어로!
#첫 #한국여행 #두근두근]
*
<힐러들의 수다> 사랑의 집.
유진의 출연분이 방송된 직후.
[<힐러들의 수다>, 자체 최고 시청률 갱신! 지금도 울림을 주는 ‘사랑의 집’ 아이템!]
[<힐러들의 수다> 박유진 출연편, 시청률 15% 돌파했다! OTT와 채널 다양화 시대에 의미 있는 시청률 기록]
[“시청률 보증 수표” 예능국들의 특명! 박유진을 잡아라!]
<힐러들의 수다>는 이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한때 최고의 예능PD였던 김오태, 제2의 전성기 맞이하나?]
이에 김오태PD에게 눈길이 쏠렸으나.
[김오태PD, “<힐러들의 수다>는 힐링 프로그램······시청률 연연않고 꾸준히 사회에 공언할 것” 예능국 1선 복귀설에 선을 긋다]
김오태는 그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높아진 시청률과 화제성에 연연하지 않고.
프로그램 취지를 살려 나아가겠다는 것.
[박유진의 게릴라 콘서트, 연예인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감동적인 공연······단번에 달려와준 한권주, 정성진, 재오에게도 이어지는 찬사!]
[오직 박유진이기에 가능했던 감동적인 가면쇼. 블랙스퀘어를 가득 채웠다]
[<힐러들의 수다> 콘서트 클립, 조회수 200만 돌파했다!]
미처 방송시간 내에 다 담지 못한 콘서트 실황은 넙튜브에 업로드 되었다.
한권주에 정성진, 재오라는 제법 신박한 조합.
덕분에 넙튜브 조회수도 엄청나게 올라갔다.
관련 동영상들은 모두 넙튜브 선정 이번 주의 인기동영상에 들어갔을 정도.
[저기 와준 배우들이 다 어린애 한 명 도와주려고 모인 거라고...?
진짜 소름 ㅠㅠㅠㅠ 너무 멋있어 ㅠㅠㅠㅠ
우리 유지니가 불렀대요...가면 쓰고 성대모사 하면서 사람들 끌어모으고 ㅠㅠㅠ 진짜 천재만재 갓기천사 아님??
이 정도면 그냥 천사도 아니고 대천사님이라고 불러야지... 유진 더 미카엘 팍...
와 진짜 세상 아직 살만한 곳이구나... 인류애 풀충전하고 감]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건 역시 지혜원 가족.
방송 직후 지혜원네 집엔 후원 문의가 폭주했다.
“저랑 엄마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거기에 지혜원의 인터뷰까지 공개되자.
이에 감동받은 사람들의 기부 러시가 시작되었다.
[내가 다른 건 다 참아도 애기들이 굶주리는 건 참을 수 없다
ㄹㅇ 애기들이 이 나라의 미래인데 춥고 배고프게 하면 그게 어른이냐??]
덕분에 아동보호센터 등.
각지에 있는 아동 관련 복지센터에 후원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
게다가 고무적인 것은 기부뿐 아니라.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자원봉사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아역배우 박유진, 5천만원 쾌척!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주거환경 개선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집 없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기부 이유 밝혀]
[박유진의 별명, 빛빛빛이 된 이유는? “그저 빛이라서” 대중들의 극찬 이어지다]
[박유진이 보여주고 있는 어린아이의 가능성. 그리고 박유진이 보듬는 사회의 어둠. 이토록 성숙한 배우가 또 있었나?]
심지어는.
“나이만 먹고 연기만 할 줄 알지. 진짜 어른이었던 적은 없는 거 같습니다.”
원로배우인 이순철이 인터뷰를 통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배우로서 살아왔고, 대중들에게 받은 사랑은 연기를 통해 갚아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건 오만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영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책임 있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그러자.
[연예인들, 경쟁적으로 SNS에 봉사활동 모습 업로드······“이미지 관리? 아니면 진정성 있는 행동?” 갑론을박]
[“어린아이들의 행복을 위하여”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기부 캠페인 ‘아이좋아’, 유명 연예인들의 기부로 일찌감치 목표액 채웠다!]
갑자기 연예계에 불어닥치기 시작한 선행열풍.
그게 단순히 이미지 관리 때문이든.
아니면 진짜 반성을 위한 것이든.
사회 전체에 긍정적 영향이 퍼지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박유진이 던진 질문! 이 시대의 ‘스타’란 무엇인가?]
[자신의 능력과 영향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쓸 줄 아는 사람. 박유진이 한국의 자산이라 정말 다행이다]
[<힐러들의 수다>를 통해 박유진이 증명한 것!]
[그는 그날을 기점으로, 단순한 배우가 아닌 시대적 아이콘임을 입증했다. 그는 이 시대 아이들을 대표하는 선두주자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수호자이다]
*
몇 달이 흐르고.
유진은 17살이 되었다.
학기 중에 유진은 금발에서 다시 흑발로 돌아왔다.
사실 학교 측에선 유진의 염색을 양해해준다고 했으나.
유진은 예외가 되고 싶지 않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며 그 호의를 거절했다.
물론 방학이 시작되자 거의 백발에 가까운 금발로 다시금 염색했지만.
그렇게 찾아온, 제법 쌀쌀해진 1월.
세종문화회관은 수많은 사람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왜냐?
오늘이 바로 <클라우 솔라스>의 첫 공연 날이니까.
그리고.
현장판매 구역에는.
[오늘 공연은 전석매진입니다.]
그런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해외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 뿐만 아니라 중동 쪽 사람도 있었고.
미국 등 영어권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일 정도.
그리고.
구석에서 휴대폰 자판을 바삐 누르는 미국인이 한 명.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를 가진, 뿔테 안경을 쓴 남자였다.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한국에 온 내가 제일 먼저 해야할 일?]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티켓 사진)]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당연히 유진 팍의 공연을 보는 거지]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전석 매진이야. 구하느라 정말 힘들었지. 정말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녀야 했다고!]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브로드웨이에서 클라우 솔라스를 볼 때도 이렇게 설레지 않았는데!
#박유진 #뮤지컬 #한국 #브로드웨이보다더좋을지도?]
바로 할리우드 기자, 마이클 론도.
그가 한국에 진짜 온 것.
그것도 유진의 공연을 보러 말이다.
마이클 론도는 유진의 소식을 미국에 가장 먼저 알리는, 일종의 독점적 스피커 역할을 했다.
그의 스윗터 덕분에 유진의 선행이 전세계에 모두 알려졌고.
덕분에 지금 미국에서도 ‘유진 팍’이라는 이름은 꽤 유명한 상태.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어]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이 동양인 아역배우가 범상치 않다는 걸 말이야. 대단한 안목이지. 안그래?
#내가누구? #할리우드최고의기자 #Michael_Rondo]
그렇기에 마이클 론도는 미국에 있는 그 누구보다 먼저 유진의 소식을 손에 넣어야 했고.
때문에 이렇게 한국에 직접 날아와 뮤지컬을 관람하기에 이른다.
영화나 드라마면 몰라도, 뮤지컬은 현장에서 보는 것밖에 답이 없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자판을 눌러대던 와중.
“마이클?”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마이클 론도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순간 마이클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벤 케이지?”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
그들은 동시에 상대방을 향해 질문했다.
“당신이 왜 여기 있어?”
“당신이 왜 여기 있어?”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기자와 가장 유명한 사장.
그들이 마주친 곳은, 다름 아닌 한국의 공연장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