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207화 (207/237)

207화

세종문화회관에서 마주친 할리우드 기자 마이클 론도.

그리고 휘슬의 CEO인 벤 케이지.

당황하는 것도 잠시.

두 사람은 서로의 행색을 살펴보았다.

“설마 당신을 설마 한국에서 볼 줄은 몰랐는데.”

벤의 물음에 프랭크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유진 팍의 공연인데 놓칠 수는 없죠.”

“역시 그의 공연을 보러온 거군.”

“그러는 당신은 여기 왜 있는 거죠? 휘슬 사장이라는 양반이, 경호원도 없이 아시아 국가에 와 있다니.”

마이클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한국인들이 봤을 때, 벤은 그저 흔한 외국인 중 한 명으로 보일 터.

휘슬의 대중적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사장인 벤 케이지의 얼굴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그는 너드답게 나서서 활동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으니.

그런 대외적 행사는 모두 스티븐의 몫이다.

어지간한 찐팬이 아니고서야 벤의 얼굴을 알지는 못할 터.

“당신은 정말 한결같군요, 벤. 그러다 제 명에 못 살 겁니다. 납치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내 몸은 제가 알아서 지켜, 마이클. 충고는 고맙게 받지.”

“음?”

그때.

마이클은 벤의 손에서 제법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바로 티켓.

“당신도 이 공연을 보러온 모양이군요. 오, 그렇다면 휘슬 측에서도 유진 팍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겁니까?”

마이클의 얼굴에 흥미가 가득했다.

그의 직업은 할리우드 기자였으니, 이 상황이 흥미롭게 느껴질 수밖에.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여기서 벤이 당황해야 맞다.

휘슬의 사장이 한국 아역배우의 공연을 보러 왔다?

이는 빅 뉴스라고 할 수 있다.

사장이 직접 보러올 정도면, 그 배우에게 정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니까.

‘게다가 휘슬 쪽은 캐스팅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지. 캐스팅 발표 등에도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흥분과 즐거움을!

그것이 휘슬의 모토였다.

그러니 캐스팅 단계부터 김빠지는 짓을 하지 않는다.

아마 정보가 새어나간다면, 돈으로라도 틀어막으려 할 것이다.

‘이거, 유진 팍의 공연을 보러 와서 예상치 못한 빅 뉴스를 건졌군.’

마이클은 이걸 협상 카드로 쓸 생각이었다.

“어떻게, 그래도 되겠어요?”

그런데.

“그래, 맞아. 난 그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거든.”

벤은 순순히 유진에 대한 관심을 털어놓았다

“오.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했는지 알기나 해요? 지금 당장 스윗터를 실행시키고, 당신 발언을 인용해 정보를 뿌릴 수도 있어요. 예를 들자면, ‘휘슬의 CEO 벤 케이지. 차세대 히어로로 유진 팍 캐스팅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물론 벤 케이지는 그런 말을 한 번도 한 적 없지만.

이 정도는 마이클에게 있어 요리에 양념을 치는 것과 똑같다.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자극적인 맛을 내는 것.

“얼마든지. 아니. 오히려 그래 줬으면 좋겠군.”

그러나.

여전히 태연한 벤의 모습에 되레 마이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게 무슨 뜻이죠?”

“아무래도 그를 두고 경쟁해야 할지도 몰라서 말이야. 네 그 스윗터 파급력이라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겠지.”

벤이 마이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잘 부탁해, 마이클. 꼭 스윗터에 한 마디 써달라고.”

마치 벤이 마이클을 이용하려는 것처럼 들리지 않은가.

‘허세를 부리는 건가? 아니, 벤은 그런 성격이 아니야. 저 인간은 그런 기만전술을 펼칠 수 있는 작자가 아니니까.’

생각해보면 이상하긴 했다.

아무리 벤이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인처럼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닐 수는 없다.

게다가 <클라우 솔라스> 첫 공연은 지금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고.

3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극장을 찾았다.

그런 상황에서 저리 태평히 돌아다닐 수 있을까?

‘게다가 공연장 근처는 유동인구도 무척이나 많지. 이 모든 걸 종합해보자면. 마치 이 공연을 보러왔다고, 제 존재를 알리려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야.’

마이클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걸 적어? 말아?”

마이클이 스윗터 어플을 실행시키고 고민에 빠진 사이.

[잠시 후 곧 공연이 시작됩니다. 로비에 계신 관객분들께선 신속히 객석으로 입장하여주시기 바랍니다. Ladies And Gentlemen······]

곧 공연 시작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결국엔 마이클은 휴대폰 전원을 종료한 이후, 제 가방에 집어넣었다.

오늘은 스윗터나 하려고 이 공연장을 찾은 게 아니다.

‘우선 공연을 보는데 집중해야지.’

마이클의 좌석은 1층 중간블럭의 5열.

그가 스윗터에서 유진에 대해 계속 언급한 덕분인지.

덕분에 유진의 소속사이자, <클라우 솔라스> 한국공연 공동제작사인 주역 매니지먼트로부터 VIP석 티켓을 받아낼 수 있었다.

잠시 후.

[안녕하세요. <클라우 솔라스>에서 헨리 역을 맡은 박유진입니다.]

극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멘트가 흘러나오자.

주변 관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미친!”

“유진이 목소리다!”

“시작하나봐. 아, 심장 아파.”

“화장실 또 가고 싶다.”

“방금 다녀 왔잖아! 아, 근데 나도 너무 떨려가지고······.”

한국어를 모르는 마이클.

안내방송의 내용도, 주변에서 관객들이 뭐라 떠드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처럼 기대감을 느낀다는 것에선 똑같았다.

[그럼, 어둠의 시대에 빛이 되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안내멘트가 끝난 직후 암전되는 객석.

잠시 후.

아아아-

아아아아, 아아-

앙상블들의 합창으로 빚어지는 아름다운 소리.

그와 함께 극이 시작되었다.

각종 무대 장치가 나타나자.

마이클은 습관적으로 브로드웨이 공연을 떠올렸다.

‘브로드웨이 못지 않은······아니, 오히려 그보다 자본 냄새가 풀풀 풍기는군. 돈 좀 쓴 모양인데.’

마이클이 비교하기에, 오히려 브로드웨이보다 더 화려한 무대와 연출이었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건 조명.

‘극장 크기에 비례해 조명 장치를 엄청 늘린 모양이네. 빛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함인가.’

마이클은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 아이디어를 낸 게 바로 유진이었다.

아무튼.

마이클 론도 역시 브로드웨이에서 이 공연이 올라왔을 당시.

직접 관람한 적이 있다.

소재도, 텍스트도, 무대 연출도, 조명도 모두 멋졌고.

넘버 역시 중독성이 강하고, 귀를 사로잡을 정도로 강렬했다.

그러나 만족스럽진 않았다.

배우의 연기력이 마이클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거든.

‘결국 극을 이끌고 완성시키는 건 배우의 몫이니까.’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찰나.

극은 어느 새 진행되어, 초반부를 넘어섰다.

“헨리. 여기 있지. 헨리!”

워튼 역을 맡고 있는 정성진이 나타났다.

“대답해. 나야, 워튼.”

잠시 후.

후드를 쓰고.

다소 불편한 걸음걸이로 무대 위에 나타나는 한 사람.

“네 힘이 필요해, 헨리.”

“돌아가.”

후드 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쉰소리가 섞인 묵직한 목소리.

누가 들어도 노회한 노인의 것이었다.

“헨리. 지금 나라는 도탄에 빠졌고, 적들이 몰려오는 중이야. 네 힘이 필요해.”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나는 그저 이 숲에서 은둔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나는 그곳에서 도망쳐왔고, 다신 돌아가지 않을 거니까.”

객석에 술렁거리는 소리가 가득했다.

극이 진행 중이라 떠들지는 못하지만.

아마 모두 같은 의문을 품었으리라.

‘이거 정말 박유진 목소리 맞아?’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아이.

그 목에서 나올 거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묵직한 목소리였다.

‘설마 무언가 기술을 써서 목소리를 변조시킨 건 아니겠지?’

그런 의문이 들 법도 하지만.

‘아니, 그럴 리가.’

이미 <힐러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박유진의 성대모사 능력이 공개되지 않았나.

박유진이 목소리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은 최상급이다.

그에게 가면이 주어진다면.

그는 누구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보였다.

“사람들이 널 찾고 있어.”

“그들은 날 버렸어. 그런데 이제 와서 나보고 다시 나서라는 말인가?”

“그래, 맞아. 그게 바로 영웅이라 불리는 자들이 짊어진 무게지. 그들이 몇 번을 널 버린대도, 그들이 찾는다면······나서야만 해. 그게 바로 영웅이다, 헨리. 선택은 자네 몫이야.”

홀로 남은 헨리의 깊은 한숨이 울려 퍼졌다.

“난 도망쳤고, 또 늙었어. 그런 내가 사람들을 위해 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던 헨리는 무언가를 떠올린 것처럼 고개를 들었다.

“아니, 한 가지 방법이 있지.”

무대가 전환되어 바위산이 나타났다.

브로드웨이 버전보다 훨씬 크고 웅장한 느낌.

그 위엔 검이 한 자루 꽂혀 있다.

바로 전설이라고 불리는 빛의 검.

검을 뽑은 자에겐 빛의 힘을 준다는 ‘클라우 솔라스’.

그리고 마침내.

핵심 넘버인 ‘빛의 길’의 전주가 울려 퍼졌다.

믿을 수가 없어 꿈이 아닐까

다시 한 번 찾아온 운명의 굴레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고

끝내 나를 다시 심판대 앞에 세우네

내가 도달한 곳은

결국 막다른 길 건널 수 없는 강

깊은 어둠의 시간

이제 더는 도망칠 수 없어

지팡이를 짚으며 힘겹게 바위산을 올라가기 시작하는 헨리.

몇 번이고 넘어지고, 미끄러질 뻔했다.

그 모습이 너무도 리얼한 나머지.

관객들이 보기에 저게 진짜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나를 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저주의 말들은 이제 없어

원하는 건 승리 뿐이라고

클라우 솔라스

이 검이 나를 부르는 걸까

다시 일어서라고

모두 앞에 당당히 서라고

다만 하나 분명한 것은.

몇 번이고 넘어질 뻔했음에도, 헨리는 계속 위로 올라가고 있다는 것.

그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응원하게 만들었다.

높이, 더 높이 올라가라고.

“허억, 허억. 흐윽. 후욱.”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바위산을 오르는 헨리.

그는 겨우 전설의 검, 클라우 솔라스 앞에 선다.

헨리는 크게 후, 하고 심호흡을 한 번했다.

선택은 나의 몫

이 두 다리로 나는 걸어왔어

내 의지가 나를 이끄네

어둠을 뚫고 어둠 너머

저 편으로

곧 지팡이를 떨어뜨린 손.

천천히 클라우 솔라스를 쥐었다.

그리고.

그걸 단숨에 뽑아들었다.

그러자 후드가 벗겨지고.

내게 주어진 이 순간

이 검 앞에서

나는 맹세하리라

노인의 것이었던 목소리가 그라데이션으로 점차 맑아져.

이내 소년의 것으로 변한다.

그러자 그를 향해 집중되는 조명.

동시에 백그라운드로 깔리는 앙상블들의 화음.

그 속에서, 금발의 어린 영웅이 모습을 드러냈다.

“······!!”

관객들의 동공이 일제히 커졌다.

선공개된 것은 ‘출정식’ 넘버 뿐.

즉, 이 넘버에 대한 정보는 대중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니까.

설마 이런 엄청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던 것.

마치 후드를 벗고 나온 존재가 빛의 천사인 것처럼.

모두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황홀한 순간이었다.

더는 물러서지 않겠어

시대의 어둠을 가로질러

내게 쏟아지는 빛무리

한 순간에 젊어진 헨리.

클라우 솔라스를 높이 치며들며 결의에 찬 표정을 짓는다.

이 검에 맹세해

다시 나 걸어가리라

저 빛을 향해-!!

빰, 빠바밤!

그렇게 ‘빛의 길’ 넘버가 끝난 직후.

“······.”

그러나 그것도 잠시.

“와아아아아아악!!”

엄청난 함성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가득 울렸다.

그리고.

이미 브로드웨이에서 <클라우 솔라스>를 관람해 해당 연출을 알고 있던 마이클마저.

“브라보, 브라보! 유진 팍!”

오히려 그 누구보다 크게 환호했다.

그러자 그의 근처에 있는 관객들이 수군거렸다.

“저 외국인 누구야?”

“그러게. 좀 민폐 아니야?”

그러거나 말거나.

마이클은 환희에 차서 계속 환호를 보냈다.

“이거지, 이게 바로 배우의 힘이지!”

그는 한국어를 모르지만.

브로드웨이판보다 한국판 <클라우 솔라스>가 훨씬 재밌었다.

순수하게 배우 한 명의 힘 덕분이었다.

*

혼자 힘겹게 바위산을 올라간다.

검을 뽑기 위해, 노인의 몸으로 힘겹게 올랐던 그때처럼.

바위산에 정상에 올라간 헨리는 주위를 둘러본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에 곁에 남은 건 고작 워튼 한 명.

그리고 클라우 솔라스 한 자루.

금발의 어린 영웅은 모든 걸 잃어버린 듯 보인다.

“흑, 흐윽.”

결국.

그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

헨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가슴을 부여잡고 오열하기 시작한다.

“흐윽, 아흑, 으흐으윽······.”

그도 영웅이기 이전에.

아직 한 명의 소년이었던 것.

하지만.

“우리는 승리했어요.”

“모두 당신 덕분이에요, 헨리.”

아직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고.

그를 기억하고, 감사를 표하는 사람들이 있다.

“······.”

헨리는 눈물을 닦을 힘조차 남지 않은 듯보인다.

하지만 남은 힘을 쥐어짜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조명이 모두 헨리 쪽으로 쏟아진다.

헨리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눈물.

그게 조명 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는 우리의 영웅

그는 우리의 왕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쳤고

그는 우리의 목숨을 구했네

아아 빛의 검을 들고

시대의 어둠을 가로질러

우리는 그 이름 기억하리

앙상블들의 합창.

클라우 솔라스를 높게 치켜드는 헨리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빰! 빠바밤!

뮤지컬 <클라우 솔라스>는 막을 내렸다.

암전되는 무대 속.

“흑, 흐윽.”

“훌쩍, 훌쩍······.”

관객들 대다수가 눈물을 훌쩍였다.

그것도 잠시.

다시 시작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곧장 커튼콜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앙상블을 필두로 각종 조연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관객들에게 인사했고.

관객들은 좋은 무대를 보여준 배우들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워튼 역의 정성진이 인사를 마친 뒤에는.

헨리의 대표 넘버.

‘빛의 길’의 전주가 쫙 깔리고.

모든 배우가 양옆으로 물러서며 길을 터주었다.

그리고.

무대 위로 걸어 나오는 한 금발 머리의 소년.

“와아아아아아악-!!”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주인공의 등장에 아낌없는 환호를 보내주었다.

1층부터 3층까지.

한 명도 빼놓지 않은 전석 기립박수.

유진은 그 환호를 만끽하듯 양팔을 벌리며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우아한 동작으로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유진.

그러나 그 얼굴엔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유진이 얼마나 마음을 다해 공연을 펼쳤는지 보여주는 증거.

공연이 끝난 직후.

“미쳤나 봐!”

“박유진 성량 대박.”

“와, 그 후드 벗고 어려질 때 봤어? 나 진짜 심장 멎는 줄 알았잖아.”

“나 벌써 또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

“뭘 어떡해. 매진이라 표도 없는데.”

“아 나 아직도 심장 아파. 진짜 박유진 미친 거 아니야? 험한 말 나오게 만드네.”

“진짜로. 너무 좋으면 욕부터 나온다더니.”

“나 이제 형광등 불빛만 봐도 헨리 생각나서 오열할 듯.”

“이거 첫공 맞지? 막공 아니지? 미쳤다, 진짜.”

관객들의 술렁임이 파도처럼 번져갔다.

그리고 그 파도 속에는.

“정말 어메이징했어, 허니!”

프랭크의 아내인 이윤희도 있었다.

“정말 수백 편의 뮤지컬을 봤지만, 이렇게 벅찬 적은 처음이야.”

“저도 마찬가지에요, 형수님. 마치 처음 보는 극 같았어요.”

데이비드 프리우드가 혼자 박수까지 치며 맞장구쳤다.

이 극의 원작자인 프리우드 형제.

<클라우 솔라스> 첫공을 보기 위해 재차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유진의 팬인 이윤희도 함께 말이다.

“그래서. 어땠어?”

프랭크가 옆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일행이 한 명 더 있던 것.

“재차 확신이 생겼어.”

할리우드의 영화감독, 존 조그였다.

프랭크에게 <클라우 솔라스> 티켓을 부탁했던 바로 그 사람.

“그의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고 프랭크 자네가 그랬지?”

“물론. 내가 보증해.”

즉.

<클라우 솔라스>의 박유진 첫공 관객석엔.

프랭크 론도, 벤 케이지, 존 조그.

할리우드 관계자만 해도 세 명이 있었던 것.

“그를 반드시 할리우드로 데려가겠어.”

쟁탈전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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