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화
한편.
지금 유진은.
“유진 팍. 당신에게 팬시 역을 맡기고 싶군요.”
예상했던 말을 듣고 있었다.
유진은 눈앞의 벤과 스티븐을 바라보며 그리 생각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존이 <볼프강>의 감독을 맡게 될 겁니다.”
벤이 그리 말하자 스티븐이 덧붙였다.
“회사의 비즈니스란 게 절차가 있는 법이니까요. 누가 멋대로 정한다고 해서 확정되는 건 아니죠.”
다분히 벤을 저격하는 말이었으나.
정작 당사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에게 볼프강을 맡기고 싶었는데.”
벤 케이지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그는 곧 스티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디션이라도 보게 해주는 건 어떨까?”
“오디션을 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벤. 그 히어로는 근본적으로 유진 팍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러나 스티븐은 무척 단호했다.
“아, 당신을 비하하는 발언은 아닙니다. 유진 팍. 인정하죠. 이번에 본 당신의 뮤지컬, <클라우 솔라스>는 굉장했습니다. 한국어를 모르는데도 당신의 존재감은 엄청났어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볼프강과는 어울리지 않죠.”
스티븐이 관람한 유진의 <클라우 솔라스> 공연.
이는 스티븐이 유진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동시에 오히려 볼프강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진 계기가 되었다.
“3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 그곳에서 당신은 그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였습니다. 평범함이 모토인 볼프강이란 히어로에는 어울리지 않아요. 이미 회사 내 다른 사람들과도 상의한 결과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유진이 <클라우 솔라스>를 통해 표현한 캐릭터성.
그건 바로 스타, 그 자체였으니까.
볼프강이라는 히어로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었고.
동시에 팬시라는 빌런과는 너무도 잘 어울렸다.
“당신이라면 우리가 구상 중인 빌런을 정말 잘 표현해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팬시가 타락했을 때의 연기가 무척이나 궁금하군요.”
유진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정말 감사한 제안입니다. 기획서를 읽어보니 팬시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제가 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입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게다가 진심이었다.
WU에서 오디션도 보지 않고 바로 중책을 맡긴 셈이니까.
하지만.
유진은 방금 재차 확인했다.
벤 케이지가 자신에게 볼프강을 맡기고 싶어하는 눈치라는 걸.
‘애당초 벤이 한국으로 날아온 게 <힐러들의 수다> 콘서트를 보고, 감명을 깊게 받은 것 때문일 테니까.’
<힐러들의 수다>.
그건 유진으로선 순수하게 기쁜 마음으로 참여한, 일종의 봉사활동이었다.
그런데 그게 예상치 못한 스노우볼을 만든 것이다.
바로 WU 참여라는 결과물로 나타났고.
‘벤 케이지는 나를 확실히 히어로로 만들고 싶어하는 거겠지. 현실에서 뿐만 아니라, 작품에서도.’
팬시는 볼프강의 아치에너미로, 추후 몇십년 동안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캐릭터다.
다른 WU의 히어로보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도 존재한다.
그러나, 인기가 많은 것과 영향력이 높은 것은 별개의 문제.
‘팬시가 타락하는 서사는 분명 타당성이 있고, 동정심이 생겨. 하지만 볼프강이 가진 성장 서사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힘이 있어.’
실수해도 괜찮다.
그를 딛고 나아가면 된다.
평범한 사람도 빛날 수 있다.
실제로 볼프강을 통해 위안과 힘을 얻었다는 사람이 정말 많았고.
이후 볼프강은 WU 속 ‘성장’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된다.
‘분위기를 본다면, 지금이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유일한 기회겠는데.’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틈을 만들어둬야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한 가지 제안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스티븐.”
“뭐죠?”
“혹시 볼프강 역에 염두해둔 배우가 있나요?”
“고려 중인 리스트는 있습니다. 저번에 아시아를 돌며 배우들을 체크해뒀거든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 리스트에 저를 추가해주실 수는 없나요?”
남은 것은 스티븐을 설득시키는 것뿐이다.
낭만이 넘치는 휘슬이란 회사에서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공동사장을 말이다.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볼프강에 어울리는 배우를 구하기 전까지, 제가 스티븐 당신을 설득한다면. 그땐 저를 볼프강에 캐스팅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해요.”
“설득이라면?”
“스티븐, 당신이 판단하기에 제가 볼프강을 맡기엔 너무 특별해보인다는 거겠죠.”
“맞아요.”
“그렇다면 제가 그 볼프강의 정체성, ‘평범한 히어로’에 어울리는 배우라는 걸 증명해보인다면요?”
“흐음. 혹시 팬시 역할이 마음에 안 드는 겁니까?”
유진은 곧장 고개를 저었다.
“네. WU의 빌런으로 출연하는 건 제 개인적으로 엄청난 영광입니다.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실제로 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하지만 아무래도 빌런으로 출연했다간 제 꼬마 팬들이 슬퍼할 것 같아서 말이죠.”
“역시, 당신은 히어로 그 자체야! 유진 팍!”
매우 흥분하며 소리치는 벤이었으나.
“조용히 해, 벤. 나와의 약속을 잊은 건 아니겠지?”
곧 스티븐에게 제지당했다.
스티븐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유진 팍. 당신의 마음은 충분히 알겠습니다만, 이건 거대한 프로젝트의 비즈니스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러자 유진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죄송해요. 일을 복잡하게 만들 생각은 없어요. 이 비즈니스를 가볍게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단지 볼프강의 캐스팅이 확정되지 않았으니, 배우로서 가능성을 닫아두고 싶지 않아서요. 전 제가 제법 평범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볼프강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친구라.”
그 표현이 제법 재미있는지, 스티븐이 흥미를 보였다.
볼프강이란 캐릭터를 배역이 아닌, 실제 사람처럼 대하는 유진에게서 감명을 받은 모양.
결국 스티븐도 휘슬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니까, 동심 어린 대답에 반응할 수밖에.
“유진 팍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냉정하게 굴 건 없잖아. 당장 자기를 볼프강에 캐스팅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벤까지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거들었다.
“예, 뭐. 좋습니다.”
스티븐은 마지못해 승낙했다.
“하지만 제 마음을 돌리긴 쉽지 않을 겁니다. 설령 그렇게 되면, 새롭게 또 팬시 역을 구해야 할 테니까요. 비즈니스적으로 보면 정말 비효율적이고요. 미안하지만 이미 비효율적인 일은 신물나게 겪고 있거든요.”
최근 벤이 벌인 일련의 일들 때문인지.
스티븐은 아주 지겹다는 표정이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날 귀찮게만 하지 마세요. 졸졸 쫓아다니며 캐스팅해달라 호소하고, 그런 것만 아니면 좋겠군요. 당신이 아직 어리긴 하지만, 프로페셔널한 배우라는 걸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유진의 제안도 다소 대수롭지 않게 수락해버렸다.
어차피 자신의 마음이 돌아서지만 않는다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모양.
“물론입니다. 배려 감사합니다.”
“아무튼, 계약에 관해 좀 더 구체적 이야기는 당신의 보호자와 동석해 나누도록 하죠.”
스티븐은 어떻게든 이 안건을 빨리 끝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얼른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겠지.
“이봐, 이봐! 스티븐. 캐스팅 발표는 어떻게 할 거지?”
“뭐? 그거야 계약을 확실히 마무리 짓고서, 마케팅부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적절한 타이밍을 선정해봐야겠지.”
“아니, 그러면 늦지.”
갑자기 벤이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존이 접근한 거 못 봤어? 괜히 다른 녀석들이 꼬이기 전에, 빨리 발표해버리고 싶다고.”
아무래도 존 조그와 경쟁할 뻔했던 게 여러모로 신경 쓰였던 모양.
벤으로선 유진이 WU 세계관에 들어왔음을 일찍이 선포하고 싶다는 것.
“게다가 내 덕분에 유진 팍과 접촉했다는 사실은 지나가던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이 되었잖아. 일찍 발표하는 게 오히려 이슈몰이에 더 탁월하지 않을까?”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말하는 건가? 거기에 대응하느라 회사는 아주 난리가 났는데 말이지.”
“결과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
“이럴 때만 결과를 찾나? 젠장, 마음대로 해. 난 자네가 터뜨린 문제들 수습하느라 바빠죽겠으니까.”
“오 예.”
아이처럼 기뻐하는 벤과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 스티븐.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면 만담을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그때, 유진이 말했다.
“아, 스티븐. 부탁이 있어요. 제 캐스팅이 확정된다면, 그 사실을 곧장 마이클에게 알려주시지 않을래요?”
“마이클? 마이클 론도를 말하는 건가요?”
“네.”
“당신의 할리우드 소식을 멋대로 스윗터에 올린 기자 아닙니까? 왜 하필 그에게?”
“정보는 빠를수록 좋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저를 이용했듯, 저도 그를 이용해볼 생각이거든요.”
갸웃거리는 스티븐에게 유진이 대답했다.
“제 정보를 할리우드에 가장 빨리 퍼뜨릴 전령사로 딱이니까요.”
*
몇 주가 흘렀으나.
마이클 론도는 아직 한국에 체류 중이었다.
미국으로 돌아가도 되건만, 그가 아직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이 터뜨린 유진의 할리우드 진출설 때문이었다.
[Michael Rodno 님의 스윗 : 유진 팍이 할리우드에 안 올 거라고? 정말 WU에 소속되는 게 맞냐고?]
[Michael Rodno 님의 스윗 : 멍청한 소리. 그는 반드시 올 거야. WU의 거대한 프로젝트, 그 일원이 되겠지.]
[Michael Rodno 님의 스윗 : 아니면 혹시 또 알아? 존 조그의 블록버스터에서 어마어마한 액션을 보여줄지 말이야]
그가 쓴 스윗만 봐도 알 수 있듯.
몇주째 유진의 할리우드 진출은 오피셜이 뜨지 않고 있다.
그저 간보기 뿐.
유진 측도, 휘슬도, 존 조그도.
누구도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게다가 달리 소스가 나온 것도 없었기 때문.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젠장, 너무 일찍 터뜨렸나?’
그는 사실 내심 후회하고 있었다.
그가 스윗터에 곧바로 터뜨려버린 유진의 할리우드 진출 소식.
사실 그의 입장에선 유진을 도와주려고 한 것이다.
‘여론이라는 게 그래. 사실을 보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도를 사실로 만드는 경우가 있지.’
여론을 형성해서, 그의 할리우드 진출을 더욱 부채질하기 위함.
마이클은 제 스윗터의 파급력을 알고 있다.
자신이 먼저 터뜨린다면, 자연스레 박유진의 할리우드 진출은 기정사실화될 것이다.
‘벤 케이지가 그 정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거기에 존 조그까지 있다면 거의 백퍼센트지.’
그들이 한가하고 여유로워서 한국까지 날아와 뮤지컬을 관람했을 리가.
캐스팅 디렉터를 보내도 되는데, 굳이 본인들이 직접 와서 공연을 관람했다.
분명 자신만큼이나 박유진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증거다.
아무튼.
한국이든, 미국이든 이 소식을 터뜨리면 여러모로 난리가 날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로 난리가 났다.
그런데 설마 박유진 쪽에서 이렇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을 줄이야!
그러다 보니.
“유진 팍은 할리우드 진출 생각이 없던 건가?”
자연스레 그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마이클로선 엄청난 패착.
유진에게 건 베팅이 제대로 실패했다는 뜻이니까.
“젠장. 스윗터 사건 이후론 유진 팍 쪽 소속사와 연락도 닿질 않으니 원.”
초조함에 물어뜯은 엄지손톱은 남아나질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신뢰도 역시 크게 손상될 위기.
“이걸 어떻게 해야······.”
그때.
마이클의 비즈니스용 휴대폰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마이클은 마른 입술을 혀로 핥으며 전화를 받았다.
“예. 누구십니까?”
그리고 잠시 후.
전화를 끊은 마이클.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
그는 갑자기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쾌재를 불렀다.
휘슬 측 홍보라인.
그쪽에서 마이클에게 접근해온 것이다.
*
베팅 사이트 올인.
휘슬의 차기 히어로를 맡을 배우가 누구인지에 대한 베팅이 진행 중인 그곳.
최근 분위기는 제법 험악한 편이었다.
왜냐?
[마이클 론도가 장난질을 친 건가?
그 인간도 퇴물 다 됐군
ㄴ 마이클 얘기가 나올 때마다 퇴물 소리는 매번 나오는군. 난 그의 이름이 마이클 퇴물인 줄 알았어
사람은 원래 한두번 실수를 할 수 있어
ㄴ 그 빌어먹을 실수 때문에 내 100달러를 날리게 생겼다고
ㄴㄴ 누가 유진 팍에게 베팅하라고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나? 웃기는군 lol]
마이클 론도의 스윗 하나로 폭등한 박유진의 배당률.
그의 스윗터는 신뢰도가 워낙 높기에, 해당 정보를 신뢰한 사람들이 엄청 모여든 것.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오피셜은 나오지 않았고.
다른 정보나 루머조차 감감무소식이었다.
이 때문에 적잖은 불안감이 퍼진 상태.
[마이클 론도의 스윗터가 업데이트 되었어!]
그런 와중.
마이클의 스윗터에 새 정보가 업데이트 되었다.
[Michael Rodno 님의 스윗 : 정보) 휘슬, 새로운 히어로 영화 감독으로 존 조그 선임하다. 이번 히어로는 동양계 하이틴 히어로가 될 것.]
[Michael Rodno 님의 스윗 : 그리고 나의 히어로 유진 팍. 그가 해당 영화에 빌런으로 출연할 예정이라는데?]
[Michael Rodno 님의 스윗 : 참고로 이거 오피셜이야. 휘슬 측이 내게 직접 제공한 정보.
#믿을지어다 #내가누구? #할리우드최고의기자 #MichaelRodno]
많은 사람이 기다리던 내용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드는 내용이기도 했다.
[이런 젠장 전이랑 얘기가 다르잖아
ㄴ 뭐가 달라? 그가 히어로로 출연한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고
설마 빌런으로 나올 줄이야...내 100달러!
젠장. 그 잘생기고 선해보이는 배우가 빌런이라니! 대체 무슨 캐스팅이야?
벤 케이지의 눈썹을 불태우고 싶어. 빌어먹을 너드 자식!
자기들이 걸어놓고 남탓이나 하다니. 인생의 패배자들다운 사고방식이야
멍청이들. 휘슬이 제정신이라면 동양의 아역배우를 히어로로 내세우겠어? 녀석이 영어를 잘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ㄴ 동양계 하이틴 히어로라잖아. 영어 공부는 너부터 하시지, 얼간이!]
빌런으로 캐스팅 되었다는 마이클 론도발 소식.
이 때문에 유진에 대한 배당률은 급격히 낮아졌다.
유진이 WU 속 새로운 히어로를 맡을 확률은 0%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때문에.
[미키 유우토 – 4.5]
[드메인 창 – 7.8]
아시안계 미국인 아역배우들의 배당률이 급증했고.
[박유진 – 1.4]
반면 유진의 배당률은.
[박유진 – 11.7]
떡락하는 주식마냥 순식간에 변동을 겪었다.
박유진에 걸었던 사람들도 황급히 그를 손절하고 다른 배우들에게 베팅하기 시작했으니까.
[박유진 – 104.2]
결국 이 정도까지 낮아졌다.
해당 소식에 가장 슬퍼하는 건.
“이런 젠장!”
마이클의 정보만을 믿고 유진에게 투자했던 스무 살 청년.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피터 초이였다.
“그에게 1000달러나 베팅했는데!”
히어로 코믹스와 WU 영화의 광팬인 그는 가난한 한국계 미국인 대학생이었다.
마이클의 정보만을 믿고, 자신의 쌈짓돈이나 다름없는 거금 1000달러를 베팅했다.
한국계로서, 한국의 아역배우가 히어로를 맡는다는 사실에 엄청 두근거리기도 했고.
“학교에 가선 뭐라고 말하지?”
이미 대학에서도 유진이 새로운 히어로를 맡을 거라 떵떵거렸거늘.
그런데 그가 빌런을 맡는다니!
“젠장, 이렇게 된 거 빌런도 히어로도 유진 팍이 죄다 맡으라고!”
그가 모니터를 보며 울분에 차서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