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축하한다, 유진아!”
유진의 배우 사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조.
한권주, 고석태, 나은주.
그 멤버들이 오랜만에 다시 모였다.
“이야. 설마 우리 중에 할리우드를 유진이가 가장 먼저 갈 줄이야.”
고석태가 유진의 등짝을 펑펑 치며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유진이 아니면 누가 가. 그리고 유진이 때리지 마.”
“때리는 게 아니라 격려하는 거잖아. 그리고 왜? 권주도 있고, 너도 있고, 나도 있고. 내가 해외에서 얼마나 잘 나가는지 알아?”
“오빤 다 늙었잖아.”
“늙긴 누가 늙어?”
“늙은 걸 늙었다고 하지 뭐라 그래?”
“진중해졌다, 그런 좋은 표현도 있다고!”
“진중이라는 단어는 오빠랑 너무 안 어울리는 걸?”
“으흐으으윽. 유진아! 삼촌 좀 구해줘!”
몇 년이 지나도 고석태에겐 까칠한 나은주.
그리고 축구공처럼 뻥뻥 차이고 있는 고석태다.
그러거나 말거나.
“축하해. 가서도 잘하고.”
한권주는 묵묵히 유진을 격려해줄 따름이었다.
“고마워요, 삼촌들. 누나.”
몇 년이 지나도 그들은 유진에게 든든한 기둥이었다.
유진을 워낙 어렸을 때부터 봐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아니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유진이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세 사람은 유진을 어린애처럼 귀여워했다.
“이야. 유진이가 고딩인 것도 안 믿기고, 혜성이가 벌써 중딩인 것도 안 믿기네. 아직도 그 여친 잘 사귀고 있대?”
“오빠가 입으로 고딩, 중딩 소리내서 말하니까 이상해.”
“자꾸 나만 괴롭혀, 진짜! 미워죽겠어.”
“어. 저번에도 같이 놀이동산 갔다더라.”
한권주의 아들 한혜성.
유진을 좋아하는 여자친구 때문에 맘고생 좀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안 헤어지고 잘 만나고 있다고 한다.
여러모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뭐.
그 여친이 아직도 유진의 팬인 것도 놀라운 일에 포함되어야겠지만.
“대학 졸업하면 일찍 결혼하겠다고까지 했어.”
“그 나이에 벌써 결혼 얘기를 해?”
“어리니까 할 수 있는 거지 뭐. 자기 인생인데 뭐.”
한권주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으나.
“저래놓고 혜성이 결혼한다고 하면 결혼식장에서 가장 많이 울 사람이 바로 권주다.”
“인정.”
“역시 그렇죠?”
나머지 세 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셋이 뭘 속닥대?”
“아무것도.”
아무튼.
한권주는 이혼한 아내와 제법 사이가 좋아졌고.
이젠 한혜성과도 비교적 자주 만날 수 있게 되었단다.
“그나저나 은주 너네 화장품 되게 잘 나가더라? 얼마 전에 강남에 있는 구세계 백화점 갔는데 너희 제품 광고가 커다랗게 붙어있더라고.”
“뭐, 그럭저럭.”
나은주는 자기만의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었고.
고급화 전략에 성공, 사업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었다.
“오빠는 요즘 애들 가르친다며? 어때. 할만해?”
“이야. 연기 배우는 애들 보니까 옛날 생각나고 좋더라. 야야, 얘들아. 좀 들어봐. 내 별명이 뭔지 알아? 호랑이 원장님. 애들이 나만 보면 쫀다? 귀여워가지곤.”
“오빠가 호랑이 선생님? 호랑이가 그렇게 안 좋은 의미였나?”
“야. 유진이 앞에선 오빠 체면 좀 살려줘라!”
고석태는 최근 후배양성을 위해 연기학원을 설립했다.
죽음조 내에서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제법 엄하게 지도한다는 모양.
대신 그만큼 연기력 향상만큼은 보장한다고 한다.
한권주야 연기폭을 넓히며 점차 대중들과의 스킨십을 늘려가는 참이고.
그렇게 죽음조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중이었다.
“할리우드라고 해서 쫀 거 아니지?”
“아하하. 아니에요. 걱정 없어요.”
물론 걱정은 없다.
다만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팬시와 볼프강, 볼프강과 팬시.’
팬시는 확실히 유진이 몰입하기 좋은 역할이었다.
유진은 주목받는 삶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게다가.
‘만약 지금 삶에서 아버지를 잃어버린다면······내가 팬시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어.’
그렇기에 최고의 인기남에서 빌런으로 추락한 팬시가 심정적으로 잘 이해가 되었다.
아버지를 잃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싸늘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유진에게도 아버지 박태종은 절대적인 존재였고.
회귀 전 삶의 원죄였다.
‘어떻게든 그때의 잘못을 반복할 수는 없어. 그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으니까.’
노잼 연기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효막심한 아들이 되지 않기 위해.
유진은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 덕분일까.
이제 유진과 평범함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미 17살의 나이로 유진은 너무도 많은 걸 이뤄냈고.
모두의 이목을 잡아끄는 주연배우, 스타가 되었으니까.
‘회귀를 경험한 시점부터 이미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지.’
그런 의미에서.
스티븐의 안목은 여러모로 냉철하고 정확했다.
그런데.
‘왜 이리 볼프강에 끌리지?’
솔직히 회귀 전에도 특별히 좋아하던 히어로는 아니다.
평범함이라는 이름 아래, 자꾸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니까.
실수도 많이 저지르고, 때론 도망치기도 한다.
유진은 고구마라고 여겼고.
시원시원한 행보를 보여주는 다른 히어로들을 더 좋아했다.
‘무엇보다 팬시와의 관계성이 유독 마음에 든단 말이야.’
게다가 아치에너미인 팬시와의 관계도 독특하다.
평범했던 볼프강은 모두에게 주목받고, 특별한 팬시를 부러워하고.
모든 걸 잃어버린 팬시는 볼프강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일상을 질투한다.
평범했던 볼프강은 점점 특별해져가고.
특별했던 팬시는 점점 타락해가고.
그럴수록 두 사람의 원한 관계는 복잡해져만 간다.
‘두 캐릭터 다 욕심이 나는데······.’
그렇게 유진이 생각에 골몰하고 있을 때.
“걱정하지 마. 가서 연기로 찢어버려!”
고석태가 또 유진의 등짝을 팡 때리며 말했다.
“여태 그랬던 것처럼!”
그러자 이번엔 나은주가 고석태의 등을 빡 때려버렸다.
팡이 아닌, 빡이다.
“오빠! 유진이 때리지 말랬지?”
“아아아악! 진짜 아파. 진짜! 권주야. 나 좀 살려줘!”
“그러게 애를 왜 때려.”
“와, 진짜! 다들 나만 싫어해!”
평소 그대로의 모습.
모두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위치도 상황도 변했으나.
죽음조라는 모임 자체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하하. 네. 고마워요.”
유진은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일단 볼프강을 따내려면 스티븐을 설득해야 해.’
그렇다면 이제 유진이 해야할 일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평범함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
“아니, 고맙다고 하지 말고 삼촌 좀 살려줘! 으아아악! 야, 은주야. 그만 좀 때려!”
고석태의 비명은 못 들은체하고 말이다.
*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휘슬 본사.
그곳은 일반적 회사라고 생각할 수 없는 다채로운 인테리어가 특징이었다.
책상은 없고 의자만 있는 사무실.
의자는 없고 책상만 있는 휴게실.
모든 것이 거꾸로 바뀐 공간 등.
언뜻 보면 이게 뭐지? 싶을 수 있는 곳.
틀을 깨고 생각하라.
형식에 얽매이지 마라.
그게 바로 벤 케이지의 철학이었으니.
그리고.
그 철학이 듬뿍 가미된 사장실.
사실 벤은 자신이 원할 때면 멋대로 사장실 인테리어를 바꾼다.
누구한테 시키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직접 말이다.
“이번엔 사파리 컨셉인가? 여긴 언제 들어와도 정신 사납단 말이지.”
스티븐이 종이뭉치를 들고 들어오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자. 최종적으로 선별된 자료. 볼프강을 맡을 배우들 중 최종 후보군 3명을 뽑았어.”
종이뭉치를 벤 앞에 내려놓으며 스티븐이 중얼거렸다.
“요즘 시대에 종이로 프로필을 확인하다니. 대체 그 넓은 최신식 회의실을 왜 만들어놓은 거야?”
“배우를 고르는 일인데. 손을 좀 타야지.”
“이렇게 아날로그적인 인간이,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 컨텐츠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다니. 가끔 세간의 평가는 믿을 게 못 돼.”
평소처럼 스티븐이 투덜댔으나.
벤은 어쩐지 텐션이 낮은 것 같았다.
그를 눈치챈 스티븐은 빈정대는 대신 곧장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럼 첫장부터 설명해줄게. 무려 공동사장인 스티븐께서 브리핑해주는 거니까 잘 들으라고.”
“그래.”
“첫 번째, 미키 유우토. 일본계 미국인이고, 나이는 스무 살. 하지만 마스크가 워낙 어리고 키도 큰 편이 아니라서, 하이틴 연기에는 무리가 없어. 무엇보다 원숙한 연기력이 가장 큰 강점이야. 물론, 아역배우 중에서 말이지.”
“흐음.”
“드메인 창. 홍콩 배우로 영어 실력이 탁월하지. 또한 다수의 미드에 조연으로 출연한 경력이 있어. 마스크가 특출나지 않은 대신, 어떤 역이든 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음.”
“그리고 저번에 아시아를 돌면서 발견한 대만 배우 진징강. 자국 내에서 제법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고, 우리가 직접 목격한 결과 연기력이 상당히 괜찮았지. 무엇보다 비주얼이 우리가 딱 생각하던 볼프강의 모습이었고.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게 흠이지만, 배우 본인의 의지가 강하고 학습능력도 빨라서 캐스팅에 무리는 없을 거 같아.”
“그래.”
보통 히어로를 맡을 배우를 선별할 때면.
벤은 흥분해서 이것저것 캐묻곤 했다.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은 언제나 벤에게 흥분을 가져다줬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유독 별 관심이 없는 모습.
“결정은 네가 해, 벤.”
휘슬에선 그게 관례였다.
스티븐이 아무리 벤을 제멋대로라고 까도.
결국 이 회사를 이끌어가고, 결정을 내리는 건 벤의 몫이었으니.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
꽤 길게 고민하던 벤이 나지막이 말했다.
“뭐, 동의해. 어찌 보면 다들 쟁쟁한 후보라고 할 수 있고, 또 어찌 보면 고만고만하다고 할 수 있지.”
의외라면 의외지만, 스티븐도 그를 존중했다.
사실 평범함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
그게 참 애매했다.
기본적으로 연기력은 갖췄으면서.
동시에 극을 이끌어가는 장악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볼프강의 정체성인 ‘평범함’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배우여야만 하고.
“이게 맞을까?”
벤이 종이뭉치를 내려놓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어느 정도의. 우리가 너무 평범함에 집착하는 건 아닐까?”
“또 유진 팍 얘기를 꺼냈다간 네 입을 꿰매버릴 거야, 벤.”
스티븐이 험악한 인상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이미 팬시 역으로 확정되었다고.”
“그건 나도 알아.”
“알면서 왜 자꾸 질척여?”
“질척이는 게 아니라, 그냥 아쉽다는 거지. 추리고 추려낸 배우들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고 말이야. 두근거리질 않는다고. 이런다고 아이들이 좋아할까?”
작게 한숨을 내쉰 스티븐.
그는 입이 툭 튀어나온 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모든 걸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야, 친구. 그래, 자네 성격 알지. 하지만 자넨 다 큰 성인이고, WU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이끄는 사람이야. 비즈니스맨이라고. 알겠어? 한 회사의 지금은 보스처럼 행동해.”
그 말에 느끼는 바가 있는지.
벤은 곧 툭 튀어나온 입을 집어넣으며 작게 말했다.
“알았어, 미안해. 스티븐. 내가 프로답지 못했군. 머지않아 볼프강을 맡을 배우를 확정하도록 하지.”
*
얼마 뒤.
[<클라우 솔라스> 초연, 객석점유율 98%로 화려한 마무리!]
[흥행과 작품성 모두 잡았다. 이것이 바로 토니상 수상작의 저력인가?]
[빛을 이용한 감각적 연출, <클라우 솔라스>에서 빛이 가지는 다층적 의미 분석]
[박유진 회차 전석매진! 또다시 쓰여진 박유진 신화]
유진은 무사히 <클라우 솔라스> 마지막 공연을 마쳤다.
아무런 문제 없이 제게 주어진 20회차의 공연을 마무리한 것.
[(세종문화회관 앞 사진)
이거 머예여?? 머하는데 이 밤에 사람들이 이렇게 줄 서 있음??
ㄴ 클라우 솔라스 티켓 현장판매 줄이래 ㅋㅋ
오늘 공연? 와 인기 많나보네
NO 내일 공연줄임
??? 내일 공연 티켓 사겠다고 전날 저녁부터 대기를 탄다고??
박유진 회차 막공이자너 ㅋㅋ 아마 텐트치고 난리도 아닐 걸
그게 글케 재밌나...
나 진짜 3층 개쩌리석에서 봤거든? 근데 진짜 오짐; 박유진 성량 장난 아님 얘 성인 되면 진짜 난리 날거다]
특히 유진의 막공엔 어떻게든 티켓을 구해보려는 팬들로 난리였다.
아예 전날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 때문에 극장 측에서도 애를 먹을 지경이었다고.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위로 모든 배우가 올라와 소감을 말하는 무대인사시간.
“뮤지컬 애니메이션 더빙은 해봤지, 뮤지컬 무대에 서본 건 처음이에요. 저를 배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앙상블분들, 스윙분들, 그리고 모든 배우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막공이라 그런지.
감정을 모두 쏟아내 얼굴이 눈물 자국으로 가득한 유진.
그러나 무대인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멘트를 할 때는 또 생긋 웃었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이 무대 위에 설 수 없었을 거예요. 여러분의 삶에도 앞으로 항상 빛나는 날들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쏟아지는 함성과 박수소리.
이 넓은 세종문화회관을 가득 채울 정도로 엄청난 열기였다.
마지막 공연이라는 사실에 눈물을 터뜨리는 배우들도 있었고.
홀가분해하며 기뻐하는 배우도 있었다.
모두가 여운을 즐기고 있는 축제 분위기 속.
“아빠. 혹시 저한테 삐진 거 있어요?”
“으응?”
“왜 안 울어요?”
“뭐, 뭐가? 아빠가 왜 울어?”
요즘 아버지 박태종의 상태가 영 이상하다.
사실 이번 막공이 끝나면, 유진은 아버지가 반드시 울 거라 확신했다.
아이고, 우리 아들! 고생했다. 이러면서.
하지만 눈물을 보이기는커녕.
무언가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생각해보니 요즘 계속 집에도 늦게 들어오고. 얼굴 못 보는 날도 많아졌잖아요.”
마치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말이다.
“제가 뭐 잘못이라도 했어요?”
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지는 것.
그것만큼 유진에게 두려운 게 없었다.
안 그래도 요즘 팬시라는 캐릭터를 연구하며 감정이입을 많이 했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의 기억이 악몽처럼 떠올랐으니.
“아냐, 없어. 그런 거 없어! 우리 유진이가 무슨 잘못이야.”
박태종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이것 봐! 눈 못 마주치잖아요. 뭔데요? 무슨 일인데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관찰력이 뛰어난 유진의 눈을 속이기는 어렵다.
박태종이 거짓말을 할 때면 눈을 못 마주친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으니.
“후우. 이렇게까진 안하려 했는데.”
결국 참다 못한 유진은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아빠아. 아빠아아아. 네? 응? 응? 응? 말해주세요. 네에?”
유진은 마치 어렸을 때처럼.
아버지에게 애교를 부려보았다.
박태종은 그에 사르르 녹아 무엇이든 허락해주고 말았으니까.
그를 본 박태종의 입꼬리가 들썩이기 시작하다.
이내 곧 표정이 무너지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 역시. 우리 아들한테는 못 당하겠네. 미안하다, 유진아. 아빠가 여태 숨긴 게 좀 있거든.”
유진은 박태종의 손을 붙잡고 재차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네?”
“실은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보여주고 싶은 거요?”
“그래.”
박태종이 답지 않게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빠 생애 최고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