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219화 (219/237)

219화

마이클 론도의 스윗터가 터뜨린 폭탄.

그 때문에 전세계의 커뮤니티가 혼돈에 뒤덮여있었다.

[WU도 망조가 들었군...하이틴 히어로를 만든다는 것도 모자라 빌런과 히어로를 1인 2역?

난 굉장히 신선한 시도라고 보는데 말이야

왜 개봉하지도 않은 영화에 악담을 퍼붓는지 모르겠어. 그렇게들 인생이 한가한가?

<열다섯, 서른다섯>도 안 본 녀석들이 뭘 알겠어. 거기서 그 아역배우는 환상적이었다고! 설마 아직도 넷플러스도 안 보는 얼간이가 있진 않겠지?

ㄴ 넷플러스 바이럴은 다른 곳에서나 하시지]

WU 팬 커뮤니티는 투기장이 열린 것처럼 격론이 펼쳐졌다.

그들이 불타오르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

히어로와 빌런을 한 명의 배우가 모두 맡는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대뜸 한국의 아역배우에게 맡겼다는 점 때문이었다.

[벤 케이지 녀석 미친 거 아니야?

ㄴ 녀석의 별명이 SCN인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ㄴㄴ 그게 뭔데?

ㄴㄴㄴ Super Crazy Nerd

미국에서 연기해본 경험도 없는 녀석에게 WU의 미래를 모조리 맡겨버렸군. 나중엔 아주 집문서도 주겠어?

ㄴ 오버하지 마.

왜 새삼 놀라? 벤은 언제나 의외의 선택을 했어.

ㄴ 그러나 그게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았지. 재작년에 나온 파이어맨, 그건 정말 재앙이었어

ㄴㄴ 영화 상영 내내 내 마음 속에도 불길이 이는 듯 했지. 잘했으면 아마 브레스도 내뿜었을 걸? 빌어먹을 망작!

중요한 건, 그런 실패에도 휘슬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거야. 그게 그들을 세계 최고의 프랜차이즈로 만들었지.

ㄴ 이번의 경우는 도전이 아니라 멍청한 짓을 한 거라고

그 아역배우의 연기폭이 얼마나 넓은지는 영화광들만 아는 사실인가? 난 오히려 기대되는데 말이지]

사실 휘슬은 벤의 성향상, 여러모로 파격적인 선택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 ‘파격’조차 넘어섰다는 평가.

그러나 한국에서는.

[주모!!!! 나 오늘 집에 안 가!!! 국뽕 무제한 리필로 부탁해!!!

빛빛빛....그저 빛빛빛...

이젠 그냥 빛을 박유진이라고 부르자 ㅇㅇ

ㄴ 오늘밤 달박유진이 너무 아름답네 ㅋㅋ

미국이 주목하고 일본이 경외하는 한국의 배우, 박유진! 휘슬 사장이 한국에서 감탄한 이유? “그는 세계 최고의 배우다” 극찬!

ㄴ 이야 국뽕튜브 좀 봤나본데 ㅋㅋ

ㄴㄴ 근데 이건 국뽕 거르고도 팩트자너 ㅋㅋㅋ 무슨 휘슬 사장이 배우 한 명 꼬시려고 한국 뮤지컬을 보러 오냐고 ㅋㅋ]

당연히 환호가 터져나오는 중이었다.

한국인 최초 WU 히어로.

그것도 미성년자로서 할리우드 진출해서 이뤄낸 성과.

거기다 히어로와 빌런을 둘 다 맡는다니!

하나만으로도 초대박인데.

세 개가 겹쳐지니, 이건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커뮤니티가 ‘위 아더 월드’를 이룩한 상황.

“정말 대박이군.”

한편.

이 사실을 전한 마이클 론도는.

[@Michael Rondo의 스윗터

팔로우 : 20 팔로워 : 40.1M]

팔로워수가 폭등했다.

순식간에 천만 명이 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WU의 차기작 소식을 정확히 전하는 건 내가 가장 빨라. 난 휘슬 홍보라인에게서 정보를 받곤 하니까. 게다가 이번 <볼프강>의 감독은 존이야. 내 친구지.’

마이클 론도가 전하는 뉴스의 신속성과 정확성.

마이클은 현재 휘슬 공식 라인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고 있고.

게다가 그의 친구 존 조그가 <볼프강>의 감독을 맡고 있다.

이보다 빠르고, 신뢰성 있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자는 없다.

그를 증명하듯.

유진의 캐스팅 소식도, 1인 2역을 맡게 된다는 것도 마이클 론도가 가장 먼저 전했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로.

‘유진 팍이라는 배우에 대한 궁금증이겠지.’

마이클 론도는 할리우드 기자들 중 유진에 대한 소식을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전하는 사람이다.

이번 캐스팅 소식을 듣고 박유진이라는 배우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폭증했고.

이를 마이클 론도를 통해 해소하려고 하는 것.

‘유진 팍이 일부러 내게 접근해서 소스를 몰아준 건, 아마 여기까지 예상했을 확률이 높아. 그 배우라면 그러고도 남지.’

그러나 그 사실이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그야말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최고의 관계가 아닌가?

하지만.

“유진 팍이 말한 빅 뉴스가 이런 것일 줄이야.”

히어로와 빌런을 박유진이 둘 다 맡는 것.

이는 마이클조차 예상치 못한 뉴스였다.

그 뉴스가 가져온 파급력 역시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지금 전세계 커뮤니티에서 온통 이 이야기뿐이었으니.

“그래, 그는 무언가를 버리는 법이 없어. 두 가지를 모두 취할지언정 말이지.”

거기에 유수의 언론사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왔다.

[박유진이라는 원석을 알아본 그 안목에 대해 설명해주길 부탁드립니다.]

[할리우드를 넘어 아시아 시장까지 꿰뚫고 있는 그 정보력의 원천이 궁금하군요. 부디 저희 채널에서······]

그를 보며 마이클은 씨익 미소지었다.

“역시,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어.”

베팅 성공이었다.

*

“유진아. 사장님 조만간 양악수술 하려고.”

“네?

“너 때문에 턱이 남아나질 않아서. 매번 네가 뉴스를 들고 올 때마다 입을 떡 벌렸더니 턱이 아프네.”

차동석의 썰렁개그를 들은 유진은 정색하며 대답했다.

“어휴. 사장님도 진짜 아저씨 다 됐네.”

“뭐라고? 재미없었어?”

“네.”

“뭐지? 우리 딸은 듣고서 폭소하던데!”

“그 나이대엔 뭐든 다 재미있을걸요?”

“어휴! 나이 먹더니 이젠 사장님한테 대들기나 하고. 미워, 증말.”

차동석이 서럽다는 듯 눈물을 훌쩍이는 시늉을 해보였다.

물론 유진은 관심도 주지 않았지만.

“미국에 극비리로 가겠다는 말을 했을 땐 대체 뭘 하려나, 싶었는데. 설마 이런 대형사고를 치고 올 줄이야.”

유진의 <볼프강> 속 1인 2역에 놀란 건 커뮤니티 뿐만이 아니었다.

유진의 소속사인 주역 매니지먼트도 기절초풍.

그 이후 언론사에 쏟아지는 취재 요청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뺄 수밖에 없었다.

“뭐. 우리 배우님이시니 당연히 엄청난 뉴스를 가져올 거라고 믿고 있긴 했지만. 매번 그 기대를 뛰어넘을 정도니, 대체 기대치를 어느 정도로 해야······얌마. 너 지금 뭐해? 사장님이 얘기하는데 집중 안 해?”

“근데 사장님. 머리숱이 풍성하시네요?”

“뭐야, 갑자기?”

순간 드러난 차동석의 정수리.

그게 의외로 빽빽하자 유진은 저도 모르게 놀랐다.

물론 회귀 전 유진이 차동석을 만난 건 훨씬 뒤의 이야기지만.

그땐 제법 탈모가 진행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나는 언제나 풍성한 모발을 갖고 있다고. 아마 미래에도 난 모자랄 거야. ‘모’가 자랄 거라고! 하하!”

확신에 차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는 차동석.

음.

그건 모르겠다.

머리카락이라는 게 서서히 빠지기도 하고, 갑자기 빠지기도 하는 거니까.

“아무튼. 유진이 너 괜찮겠어? 학교 생활이랑 병행하는 거.”

“바쁘게 살아야죠. 앞으로 해야 할 게 많으니까요. 그리고 휘슬 측에서도 꽤 배려해주고 있으니까, 크게 무리는 없을 거예요.”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가니.

중학생 때는 다소 엉망진창이었던 출결을 신경써야만 했다.

대학에 가서 아동심리학, 아동복지학을 전공하겠다는 목표가 생겼으니 말이다.

“휘슬이 파격적인 회사라곤 하지만, 설마 히어로와 빌런을 모두 다 네게 맡길 줄이야.”

“벤이 그러더라고요.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고. 그래서 제 1인 2역이 더 의미있을 거라고요. 결국 히어로가 승리해서, 아이들에게 빌런 대신 히어로가 되고 말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나 봐요.”

때문에 벤이 말하길.

팬시보다 볼프강을 더 매력적으로 연기해달라고 한다.

팬시가 너무 매력적이면 문제가 생길 거 같다나 뭐라나.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 좋은 말이네.”

그 말을 곱씹으며 웃는 차동석.

“유진아, 고맙다.”

“네? 갑자기 뭐가요?”

“모든 게. 그냥 이 순간이 가끔 꿈만 같을 때가 있어.”

지난 생에서는 국밥집에서 소주나 마시며 신세 한탄을 하던 두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한 명은 대한민국 최고의 아역배우 에이전시 사장님이 되었고.

한 명은 이제 세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발돋움하려 한다.

“에이. 제가 이렇게 잘 될 수 있었던 건, 사장님이랑 실장님이 저를 믿고 서포트해주셔서······.”

“아니, 내가 고마운 건 그것도 물론 있지만. 다른 거 말이야.”

“네?”

“배우를 꿈꾸는 아이들의 꿈은 따뜻하고 아름답지만, 이 업계는 냉혹해. 그런 아이들의 꿈을 이용해먹으려는 어른들이 천지에 널렸지.”

이지혜가 당했던 혹사 사건이 대표적이었다.

연예계라는 정글 속.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어린아이들이, 되레 어른들에게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우산이 되어주고 싶었어. 적어도 내 그늘 안에서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연기하기를 바랐거든.”

DV엔터 아역팀 팀장 시절에도.

아역배우 보호를 앞장서다 토사구팽당한 게 차동석 아닌가.

그만큼, 차동석은 아역배우의 복지와 권리향상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순간순간 자괴감도 들곤 했어. 고작 나라는 사람 한 명이 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하지만 너라는 아이 한 명이 모든 걸 바꿔놨지. 네 존재, 네 행보로 인해 아이들은 이제 더 안전한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게 되었어. 게다가 아역배우의 한계까지 부숴놓았지.”

유진으로 인해 아역배우에 관심이 급증했고.

이는 곧 일종의 감시장치로 작동했다.

아이들에게 허튼 짓을 하지 못하게, 사람들이 자진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고마운 건, 네가 행복하게 연기해줘서야. 책임감이나 중압감에 짓눌리지 않고, 연기하는 순간순간을 즐겨줘서 고맙다. 연기할 때의 네 얼굴을 볼 때마다 내가 다 행복했다.”

차동석은 그리 말하며 유진의 어깨를 크게 두드려주었다.

“내 꿈을 이뤄줘서 고맙다, 짜식.”

원래대로라면.

주역 매니지먼트를 폐업한 뒤, 다시 DV 엔터에 돌아가 아역배우와는 상관없는 업무만 했을 차동석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역배우 에이전시 사장으로서.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해 아역배우 보호에 힘쓰고 있다.

그리고 그런 차동석의 얼굴은, 매우 행복해보였다.

“그럼요. 저는 연기하는 게 너무너무 좋거든요!”

유진은 진정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었다.

처음 꿈을 꾸던, 그때처럼.

“아아. 네가 얼른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같이 순대국밥에 소주 한 잔 하게. 너 그 아재입맛인 거 보면 국밥 한 그릇에 소주 3병은 비울 거 같은데 말이야.”

그 말에 유진은 그리운 듯 웃었다.

“그러게요. 저도 얼른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

시간이 흐르고.

미국에 위치한 촬영 스튜디오.

“유진 팍. 오늘 촬영에 대한 설명은 들었겠죠?”

감독 존 조그의 물음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분명 볼프강이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장면이죠?”

“맞아요. 여러모로 당신의 연기력이 중요한 부분이죠.”

존 조그가 제공해준 콘티를 봤을 때.

이 장면은 분명 멋진 장면을 넘어,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손꼽힐 것이다.

넙튜브에 업로드 된다면 몇천만 조회수는 가뿐히 찍을지도.

볼프강이 가지고 있는 지휘의 능력.

주변의 사물은 물론, 환경 그 자체를 컨트롤 할 수 있다.

‘수십 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엄청 멋진 장면이었지.’

볼프강의 지휘에 따라.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고.

새들의 날갯짓 소리가 더해지고.

책상과 의자가 춤을 춘다.

그 모든 것이 음악과 어우러져, 한편의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처럼 연출된다.

마치 불세출의 음악 천재, 아마데우스가 지휘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장면을 만들기 위한 현실은, 조금 살풍경했다.

주위에 보이는 것은 조명, 카메라를 비롯한 촬영 장비.

그리고 녹색 크로마키 뿐이다.

그 모든 걸 CG 처리로 진행해야 하거든.

즉.

이 하이라이트 장면에선 감독의 의도를 잘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배우의 감성과 상상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몰입하기 쉽지는 않을 겁니다. 첫 촬영이면 더더욱이요. 실제로 연극판에서만 활동하던 배우와 영화 작업을 해본 적이 있는데, 자괴감이 든다며 눈물까지 보이더군요.”

존 조그의 말에 유진은 빙긋 웃어보였다.

“좋네요. 오히려 얽매이지 않고 연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유진은 촬영장을 둘러보았다.

이 살풍경한 공간은, 곧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채워질 것이다.

아이들이 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책에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고서.

누군가는 또 새로운 꿈을 꾸겠지.

볼프강의 능력을 보고 히어로가 되고 싶을 수도 있고.

음악가를 꿈꾸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CG 작업의 아름다움에 경탄해, CG 제작자가 되고 싶을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인지는 제각각이겠으나.

“그럼 가죠. 3, 2, 1. 액션!”

분명, 하나같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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