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화(본편 完)
2년 뒤.
WU에 새롭게 편입된 영웅 볼프강.
그리고 그 빌런인 팬시까지 연기해낸 유진.
그에 대한 평가는.
[미성숙한 시기의 빛과 어둠을 모두 다룬 <볼프강>, 재미와 평가 둘 다 잡았다!]
[하이틴은 유치하다? 오히려 더 심오한 미성년의 세계 다루는데 성공한 <볼프강>]
[벤 케이지, 존 조그 감독을 두고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가 감독직을 자원하며 <볼프강>을 10억 달러 흥행 영화로 만들겠다고 했다”며 그와의 일화를 공개하다]
[“볼프강이 능력을 각성하는 장면, 그야말로 소름이 돋았다” 해당 장면 클립 넙튜브 조회수 3천만 돌파]
대호평.
거기에 흥행까지 제대로 성공했다.
흥행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개봉 전부터 높은 화제성.
아시아계 하이틴 히어로라는 색다른 시도에 흥미를 느낀 사람이 많았고.
거기에 박유진에게 히어로와 빌런, 1인 2역을 맡겼다는 사실은 전세계에서 큰 논쟁거리가 되었으니.
그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결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는 비슷했다.
‘일단 궁금하니 한 번 보기라도 하자!’
이런 여론이 형성된 것.
그런 마케팅을 통해 관객들을 끌어모은 뒤에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로 입소문을 타게 만들었다.
평범하지만 특별함을 꿈꾸는 볼프강이 능력을 얻고, 좌충우돌해가는 밝은 연출.
특별하지만 한순간의 불행으로 타락한 팬시의 서사가 교차되며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 것이다.
거기다 마지막엔 볼프강의 친구가 죽고.
볼프강이 팬시의 부추김에도 타락하지 않고, 진짜 영웅으로서 한걸음을 내딛는 장면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정도.
유진의 놀라운 1인 2역 연기를 통해 볼프강의 능력 각성씬을 뛰어넘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혔다.
[존 조그, “자신을 믿어준 휘슬 측에 감사하다”며 “박유진이 10명만 더 있다면 좋겠다. 아니, 사실 그는 1인 10역도 가능할 것”이라는 농담 던져]
[한국의 어린 배우가 보여주는 야누스적 매력, 영화 <볼프강>은 박유진 종합선물세트다!]
[“정말 박유진 맞아?” 볼프강과 팬시, 전혀 다른 인물인줄 알았다는 평가 이어져]
[감독 존 조그, 박유진의 완벽한 1인 2역에 대해 “볼프강과 팬시가 붙는 장면 외에 CG는 없었다”고 단언]
[박유진, “캐릭터에 따라 배우가 체형을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영역” 높은 프로의식을 뽐내다]
[“그와 함께 작품을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볼프강>에 참여하기 전부터 나는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 존 조그, 박유진에 대해 팬심을 드러내다]
특히 영화를 보러 온 어린아이들 같은 경우.
볼프강과 팬시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모양.
유진이 체형관리를 통해 다소 평범한 비주얼일 때는 볼프강을.
그리고 본래대로 미친 비주얼을 뽐낼 때는 팬시를 연기한 것.
둘이 붙는 장면만 CG로 합쳐서 작업한 것이다.
[존 조그, “요즘 기술이면 딥 페이크 기술을 이용, 스턴트맨을 통해 촬영할 수 있다. 그러나 박유진은 액션신부터 1인 2역까지 모두 직접 소화해냈다”며 박유진의 열정을 칭찬하다]
감독인 존 조그는 매 인터뷰마다 유진에 대한 리스펙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촬영이 끝난 뒤의 유진은.
[박유진, 어린이 보호시설에서 봉사활동하는 모습 찍혀······네티즌들 “몸이 두 개 아니야?” 복제인간설 제기]
[박유진의 소리없는 선행, 이번에도 이어졌다! 비밀리에 구호재단에 1억원 쾌척]
[박유진, 팬카페 대박유진 사람들과 함께 연탄배달 봉사활동 개시! “그 배우에 그 팬” 대중들 호평일색]
[네티즌들, “어린애도 저렇게 하는데” 자기 보신에 급급한 연예계를 비판!]
[기획사들, 생존 위해 ‘나이스맨’ 전략 꺼내드나? 넙튜브에 봉사활동 및 사회공헌 컨텐츠 확 늘렸다]
[연예인 기부, 이번 년도가 최대액수! 연예인들이 사회에 환원화는 문화 정착될까?]
점차 이 정글 같던 연예계를 바꿔나가고 있었다.
물론 이를 이용해 이미지 관리에 나서고.
어떻게든 한몫 잡아보려는 곳은 분명 있었으나.
그래도 의도가 어쨌든, 좋은 일을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세상은 아직 따뜻한 곳이다” 미디어의 효과? 기부 및 봉사활동, 전년도 대비 큰폭으로 증가했다]
[“연예인들이 봉사활동한 ‘성지’, 봉사인증샷 열풍!” 청소년들의 자발적 봉사활동 문화 구축]
미디어를 통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으니까.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더더욱.
분명 세상은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감독 존 조그, <볼프강>의 후속작에 관하여 입을 열다 “우리의 상상력에 한계는 없다. 만약 유진 팍만 오케이 해준다면, 당장이라도 새로운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며 긍정적 반응을 내놓다]
[‘슈퍼 크레이지 너드’ 벤 케이지, <볼프강>에 관해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박유진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다. “그는 진짜 히어로다. 한국에서 그는 아이들의 희망이며 빛이다”]
*
“고3은 최악의 직업이야.”
정기열이 중얼거렸다.
넥스트의 멤버들.
그들은 어른의 문턱에 있었다.
“학교라는 감옥에서, 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공부라는 형벌을 받으며······.”
“1절만 해.”
“아냐. 옛날엔 진짜 중2병 돋는 말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좀 공감 가는 거 같아.”
“뭐래, 진짜.”
입시 준비로 인해 여러모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니.
그들은 모두 실기 준비에 여념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내신 성적 관리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들의 유명세, 재능이라면 합격은 따놓은 당상이라고들 떠들지만.
한국 입시의 세계는 그리 만만한 게 아니거든.
아무튼.
세 사람은 제각기 분야에서 더욱 진일보했다.
샤샤토끼, 유신애의 작품은 드라마 뿐만 아니라 웹툰, 오디오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작품으로 탄생하고 있고.
정기열은 성인이 된 이후, 공채성우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며 목소리를 이용한 개인방송도 흥하고 있다.
김선미는 <열다섯, 서른다섯>의 대흥행으로 글로벌 팬을 가진 배우로 도약했다.
그러나.
결국 이 셋 역시 한국의 고3이라는 점에서 변함은 없다.
“그것보다 수능 어떻게 하냐. 나 벌써 머리 아파.”
“응. 네가 공부 안 해서 그런 거임.”
“응. 너보단 많이 함.”
“응. 나보다 성적 낮음.”
“응. 난 너보다 출결 좋음.”
“응, 어쩔.”
“응. 저쩔.”
사귄 지 벌써 4년 차인 정기열, 김선미 커플.
이젠 싸우는 것조차 귀찮아졌는지.
저런 식으로 유치하게 투닥댄다.
“스케줄 좀 줄여. 늦게까지 일하는 거 아니야?”
“아냐. 그냥 집에서 연습 좀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서.”
“하여튼 이 노력파. 그러게 내가 아침마다 깨워준다니까.”
“너도 피곤할 거 아니야. 너도 바쁜 거 아는데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
“으이구, 이 못난이.”
“뭐래. 너나 잘 하셔. 맨날 밥 굶고 다니지 말고.”
그러면서도 금방 풀어지고, 얼마나 낯간지럽게 구는지.
덕분에 같은 학교에 다니는 유신애만 죽을 맛이었다.
투닥댈 때는 유치해서 못들어주겠고.
꽁냥거릴 땐 오글거려서 못 들어주겠다.
“유진이의 선택이 옳았던 것 같아.”
한탄하는 유신애.
그런 마음을 이해 못하고, 정기열과 김선미는 고개만 갸웃거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걔가 언제 틀린 선택 하는 거 봤어?”
비록 진학한 학교가 갈려서, 예전처럼 매일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매주 주말마다 짬을 내서 만났다.
아무리 바빠도.
심지어 미국에 갔을 때도 말이다.
“진짜 미국을 그리 왔다갔다 하는데, 안 피곤한가? 진짜 걔 로봇일지도 몰라. 한국 과학자들이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든 거지.”
“뭘 위해서?”
“음. 최고의 아역배우를 만들어서 세계 정복을 하기 위해서?”
“나 불렀어?”
“깜짝이야!”
화들짝 놀라는 세 사람.
뒤돌아보자 유진이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뭐야. 너 미국 간 거 아니었어? 뭐 프로모션 해야한다며.”
“맞아. 아카데미는 그거만 해도 엄청 시간 걸린다던데.”
“응, 그래서 며칠 뒤에 가. 그 전에 너희들 보려고 왔지. 근데 너흰 나 안 보고 싶었나 봐? 로봇이니 뭐니 이상한 소리나 하고.”
웃으며 말하는 유진.
그를 보며 세 사람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유진은 결코 화내지 않지만, 그래서 더 무서웠다.
매번 웃고 있는데, 당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거든.
“아, 아냐. 그만큼 네가 대단하다는 거지. 그치, 선미야?”
“그럼, 그럼. 신애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아무튼.
정기열은 재빨리 화제전환을 시도했다.
“그래서 유진아. 이제 어떻게 하려고?”
“<볼프강> 후속편 찍을 거야? 아니면 다른 영화 촬영?”
“글쎄.”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진.
“일단 가장 먼저······수능 준비해야지.”
“엥?”
“<볼프강>이 그렇게 대박이 났는데, 수능 공부나 하겠다고?”
“너 정도면 어느 대학이든 그냥 문 열고 환영할 거 같은데. 장학금도 주고.”
그 질문에 유진은.
“연기 잘한다고 수능 점수 높게 나오는 거 아니잖아.”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들 말처럼 유진 정도면 어느 대학이든 쌍수 들고 환영하겠으나.
유진은 당당하게,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내신이나 수능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다.
“영웅은 편법 따위 쓰지 않는다네, 친구들.”
유진이 옛 사극말투를 따라하며 말했다.
*
[평론가들에게 큰 호평 받은 <볼프강>, 히어로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가능할까?]
[일부 미국 평론가들, “히어로 무비는 팝콘 무비일 뿐······수상하긴 힘들 것”]
[벤 케이지, “히어로 영화가 유치하다고? 그냥 당신들이 동심을 잃은 것”이라며 평론가들을 비난하다]
[휘슬의 공동사장 스티븐, <볼프강>에 대하여 “자랑스러운 작품이다. 마땅히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흔치 않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다]
[마이클 론도, 자신의 스윗터에 “세계 3대 영화제도 아닌, 아카데미에서 <볼프강>을 져버린다면 큰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며 견해를 밝히다]
[아카데미 집행위원회, 부문별 최종 후보 발표! <볼프강> 12개 부문 노미네이트······히어로 영화로는 최다]
[박유진, <볼프강> 속 볼프강과 팬시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동시 노미네이트! “한국에 다신 없을 쾌거” 찬사 이어져]
[“AMPAS(미국 영화 예술 아카데미) 회원들이 한국의 어린 배우에게 두 개의 트로피를 안겨줄까?” 평론가마다 예측 갈려]
이런 뉴스들에 대해 유진은.
[배우 박유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노미네이트에 대하여 “어려서부터 트로피를 참 좋아했다. 이왕이면 여러 개 주신다면 더 좋을 거 같다”며 위트 있는 답변을 내놓다]
언제나처럼 당찬 대답을 내놓았다.
그렇게 세상이 자신에 대한 뉴스로 떠들썩한 와중.
최근 유진은 어머니에 대한 꿈을 꿨다.
아주 짧은 꿈이었다.
꿈속에서 어머니는 단 한 마디만을 남겼다.
‘잘했어, 우리 아들.’
아쉬움이 느껴질 법도 하지만.
그 한 마디로 충분했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인정받은 느낌이었거든.
“하아.”
다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유진은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얼굴을 들킬 위험 때문에 회사 차를 타도 되지만.
유진은 일부러 그냥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여기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장소.
어느 신호등 앞이었다.
여기서 유진은 한 소녀를 구하다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고.
그 길로 배우라는 꿈을 접어야만 했다.
이 부근을 다시 오니.
걸을 때마다 옛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
분명 이 근처엔 유진 혼자였는데.
어느새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런 도중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고.
멀지 않은 거리에선 트럭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마치, 그때처럼.
그리고.
“위험해!”
유진은 반사적으로 몸을 던졌다.
끼익-!
트럭이 황급히 정차하는 소리.
본래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던 유진이지만.
“후, 하.”
이번엔 유진도 소녀도.
다행히 그 어느 곳도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너 괜찮니?”
유진은 서둘러 제 품 안의 소녀를 확인했다.
그런데.
“너, 너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그날로부터 수십 년이 흘렀지만.
유진은 그 순간, 그 소녀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구했던.”
회귀 전.
자신이 구했던 소녀였다.
“구해줘서 고마워요. 두 번이나 절 구해주셨네요.”
그 얼굴이 무척이나 반가웠으나.
유진은 곧 위화감을 느꼈다.
회귀 전 유진이 소녀를 만났던 것은 서른이 훨씬 넘어서.
그러나 지금 유진은 19살이다.
지금 시점에서 소녀는 태어나지도 않았어야 할 것이다.
“네가 여기 어떻게. 아니, 내가 유령을 보고 있는 건가? 뭐지?”
그러나 꿈이 아니었다.
소녀는 분명 제 품에서 존재하고 있었다.
그 온기가 확실히 느껴졌으니까.
“어땠어요?”
당황한 유진과는 달리.
대뜸 질문부터 날리는 소녀.
“뭐가?”
“주연을 따내고,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팬들이 생기고, 사랑받고, 전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잖아요.”
그 질문에.
‘그게 아저씨의 소원이구나. 그럼요. 옛날로 돌아가면, 가능할 것 같아요? 주연을 따내는 거요.’
오래 전 소녀의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그럼, 이제부터 잘 해봐요. 그 무엇도 양보하지 말아요. 대중들의 시선을 모두 빼앗아오라고요. 그게 바로 배우예요.’
그 말대로다.
유진은 성공적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심지어 아카데미에선 남우조연상, 남우조연상에 동시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이걸 성공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달리 무엇이 성공일까.
“응. 그것도 그거지만, 역시 기쁜 게 있어.”
“뭔데요?”
“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거.”
유진은 안심했다는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자신이 구했던 소녀가 멀쩡하다는 것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즉.
자신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거니까.
“오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회귀 전에도, 회귀 후에도. 망설임 없이 저를 구하셨잖아요. 이미 저 때문에 모든 걸 잃어봤는데도요.”
회귀 전.
소녀를 구하고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던 유진이다.
그러나 단 한 순간도.
이 소녀를 구한 걸 후회하지 않았다.
“이번 생은 더 그렇죠. 오빠는 지금 시대의 아이콘이 됐고, 작품 안에서나, 밖에서나 어린아이들의 히어로죠.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잃을 게 훨씬 많았을 텐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소녀의 얼굴.
“그런데 왜 저를 구하신 거죠? 또 다칠 수도 있었을 텐데.”
유진은 피식 웃더니.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런 게 어린애 목숨보다 소중하겠어.”
얼마나 많이 가졌든.
얼마나 높은 위치에 있든.
인간 박유진은 그런 사람이었다.
눈앞의 어린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몸을 던질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것만큼은 회귀를 해도 변하지 않는, 박유진의 본질이었다.
“······.”
그런 유진을 빤히 바라보던 소녀.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번져갔다.
“오빠를 만나서 다행이에요.”
순진무구하고 아름다운 미소였다.
“행복하세요.”
유진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소녀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혹은 신기루처럼.
“······.”
비록 소녀는 사라졌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회귀 전, 유진의 인생은 마치 안개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유진은 확실한 답을 알지 못한 채 떠돌았다.
하지만 저 소녀를 만난 이후.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생겼고.
회귀했고.
정점에 올랐다.
그리고 이젠.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답을 얻었다.
우웅-
그때 울리는 휴대폰 진동.
-사랑하는 아버지 : (백룡이 사진)
-사랑하는 아버지 : 들어 봐 유진아 아빠가 너 아카데미 상 받으라고 백룡이 이름을 아카데미로 바꾸려고 했더니
-사랑하는 아버지 : 백룡이가 아빠를 할퀴어가지고
-사랑하는 아버지 : 올 때 반창고 좀 사다줄 수 있니
그를 확인한 유진은 피식 미소지었다.
변한 게 있어도.
변하지 않는 게 있는 법.
“자, 그럼 가볼까.”
평범했던 노잼 연기자는.
아역부터 연예계를 씹어먹는 천재 배우가 되었고.
이제 진정한 어른으로서 한 발을 내딛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