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226화 (226/237)

[외전] 6화

“건강히 전역한 거 맞죠?”

“물론이에요.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건 정말 잘 됐군요.”

휴대폰을 통화하고 있는 유진.

그의 입에서 유려한 영어가 흘러나왔다.

그의 통화 상대.

바로 휘슬의 사장, 벤 케이지였다.

“당신은 잊지 말아해요. WU에는 언제나 당신을 위한 자리가 있다는 걸요.”

“고마워요.”

사실 벤 케이지 정도의 위치라면 배우 한 명 한 명에게 큰 관심을 쏟기 힘들다.

WU에 소속된 히어로, 빌런, 사이드킥만 해도 수십에서 수백에 이르니까.

그런데도 벤 케이지가 유진을 이토록 챙기는 이유.

그건 <볼프강> 3부작 시리즈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기 때문도 있지만.

박유진이라는 인물 자체를 높게 사고 있었다.

박유진이 걸어온 행보와, 현재 아이들에게 끼치고 있는 긍정적 영향력.

그건 그야말로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히어로의 모습일 테니까.

“그런데 벤.”

“네.”

“당신 눈엔 정말 제가 히어로로 보이나요?”

“물론입니다. 당신을 모두 히어로라 칭송하죠. 나도 마찬가지고.”

“그럼 제가 다른 작품에서 충격적인 역할을 맡으면, 그리 유쾌하진 않겠네요?”

유진의 질문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당신은 원래 배우입니다. 언젠가 당신이 했던 인터뷰를 기억해요.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죠. 맞나요?”

“오, 감동인데요? 그걸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아이가 도화지에 검은색 크레파스를 쓴다고 해서 혼내는 어른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훌륭한 비유네요.”

“당신이 시작한 비유를 응용한 거니까요. 훌륭할 수 밖에요!”

벤이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당신은 볼프강으로서 작품 내외적으로 지대한 헌신을 보여주었어요. 마치 볼프강의 현신 같이요. 그러나 당신은 볼프강이 아니라, 박유진이라는 인간이죠.”

그 말은 여러모로 유진에게 큰 의미였다.

그래도 회사 CEO 입장에선.

유진이 언제까지고 볼프강으로 있어주는 게 더욱 이득일 텐데 말이다.

그만큼 벤 케이지라는 인물은 독특한 너드였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

오로지 그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인물 아닌가.

그런 그가 유진의 새로운 도전을 말릴 리가 있겠는가?

“그리 말해줘서 고마워요, 벤.”

통화를 끝낸 유진.

여전히 기분 좋은 미소가 얼굴에 감돌고 있었다.

‘그래. 난 아이들의 희망이기 이전에, 한 명의 배우야.’

그를 위해 나아갈 다음 스텝이 바로 <판데모니움>.

재오가 참여하는 드라마로.

유진은 그 작품에 대해 알고 있었다.

‘재오 형 말대로 피카레스크 장르의 작품이지.’

피카레스크.

악인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장르를 일컫는 말.

‘서툴게 풀어내면 그저 자극적인 B급 영화가 되지만, 잘만 풀어내면 장르적 쾌감이 어마어마한 작품이지.’

그리고 <판데모니움>은 후자에 가까운 드라마였다.

덕분에 매니아층도 제법 많이 챙겼고.

‘하지만 흥행은 애매했지.’

대중적 장르는 아니다보니, 확장성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명성보다는 저조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계획대로만 된다면.’

유진은 기분 좋은 미래를 상상하며 기억을 복기했다.

한권주가 준 정보를 토대로 생각하면.

캐릭터나 이야기 자체에 변화는 없다.

‘그런데 재오 형과 권주 삼촌을 바로 픽스해버리다니. 그만큼 온플러스도 절박하다는 거겠지.’

아무래도 유진의 존재 때문이겠지.

유진이 주연을 맡은 넷플러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인 <열다섯, 서른다섯>.

그게 전세계적 흥행돌풍을 일으키지 않았나.

이 때문에 넷플러스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렸고.

재능 있는 한국 작가들과 PD들을 돈으로 쓸어담았다.

덕분에 넷플러스에서 양질의 작품이 쏟아졌지만.

그 대가로 다른 채널들이 부진해질 수밖에.

‘이 상황이 그렇게 바람직하진 않아. 다른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내기 위해선 경쟁이 필요해.’

이대로 넷플러스 독과점이 되어서는 유진에게는 물론이요.

업계에도 그리 긍정적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절박한 온플러스는, 내가 참여한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하겠지.’

아무튼.

<판데모니움>은 이미지 변신을 노리는 유진에게 최적인 작품이다.

‘다만 그들은 내게 대본을 보내지 않았어. 짐작하자면 아마 몸값 문제가 제일 크겠지.’

실제로 <볼프강>의 3번째 시리즈 촬영 당시.

유진의 몸값은 수백억에 달했다.

지금 한국에서 유진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채널은 그리 많지 않을 것.

‘하지만 수백 억을 받아도, 변화 없이 비슷한 연기만 한다면 이미지만 빨리 소모될 뿐이야.’

할리우드만 해도 반면교사가 많다.

특정 작품으로 빵 떠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쳤으나.

비슷한 이미지의 작품만 골라서 하다가 서서히 잊혀지는 배우들 말이다.

‘온플러스가 내 몸값을 맞춰줄 수는 없어. 하지만 다른 걸 맞춰줄 수 있겠지.’

유진은 그를 토대로.

<판데모니움>이라는 작품을 제대로 세팅해볼 생각이었다.

“판을 제대로 한 번 키워봐야겠네.”

그리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유진.

그때 걸려온 국제전화.

유진은 지체없이 그 전화를 받았다.

“국제전화는 비싸요.”

“당신과의 통화인데 그깟 돈 몇 푼이 대수일 것 같아요?”

“감동적이네요, 마이클. 오랜만이에요.”

“한국의 뉴스를 확인했습니다. 몸 건강히 전역한 것 같아 안심했어요.”

“고마워요. 마침 전화하는 김에 비즈니스 얘기로 넘어가죠. 당신이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그러자 마이클이 웃음을 터뜨렸다.

안부전화를 걸었을 때 물론 유진을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소스라도 하나 얻을까 싶은 기대도 없지 않았을 테니.

“정말이지, 당신이랑은 말이 너무도 잘 통하네요. 모든 연예인이 당신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말에 유진이 피식 웃었다.

“저 같은 사람이 한 명뿐인 게 당신에게도 좋지 않을까요, 마이클? 원래 보석은 희귀할수록 가치가 높은 법이죠. 전 그걸 당신에게 독점으로 판매하고 있고요.”

그 말에 한 방 먹었다는 듯.

마이클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과드립니다. 맞아요. 당신 말이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무슨 보석을 판매할 생각이죠?”

*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유진 팍이 국방의 의무를 다 하고 복귀했다는 건 다들 알 거야]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나에게도 하루에 수천 통의 메시지가 와. 그런데 질문은 모두 똑같지. “유진 팍의 복귀작이 대체 뭐야? 좀 알려줘!”]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글쎄. 나는 그와 가장 절친한 파트너야. 함부로 입을 놀릴 순 없지.]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하지만 힌트 하나는 줄 수 있어. 키워드 하나만 알려줄 테니 잘 들으라고.]

[Michael Rondo 님의 스윗 : Shocked.

#역시그는 #최고의배우]

스윗터를 보던 고PD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박유진 복귀작이 정해진 모양이네.”

그 작품이 뭐가 될진 모르지만.

마이클 론도가 저리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니.

분명 심상치 않은 작품이겠지.

잠시 후.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늦었죠?”

유진이 연신 허리를 굽히며 다가왔다.

고PD는 허허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냐. 나도 방금 왔어.”

사실, 고PD는 갑작스런 유진의 연락에 놀랐다.

‘진짜 된 놈이네. 나랑 그리 교류가 잦았던 것도 아닌데. 솔직히 몇십 년 전 데뷔작 PD가 뭐 그리. 게다가 난 그때 힘도 별로 없었고, 거의 송미연 작가한테 다 맞춰주다시피 했는데.’

그런데 전역 이후 갑자기 찾아오겠다며 나선 유진이다.

마치 본 적도 없는 먼 친척이 성공했다며 찾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잘 지냈지?”

“그럼요.”

“하긴. 너한테 이런 말하는 게 우습긴 하다. 지금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인데.”

“하하. 감사해요.”

예전 같았으면 부정했을 유진이지만.

이젠 구태여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팩트인데, 손수 부정하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송 작가님은 잘 계시지? 내가 <유별난 친구들> 이후로는 송 작가님이랑 연락이 뜸해져서.”

“네, 잘 계시죠.”

송미연 작가 때문에 여러모로 고생이긴 했지만.

박유진의 투입 이후, <유별난 친구들>은 말 그대로 떡상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PD의 출세작은 단연 <유별난 친구들>.

그 이후로 온플러스의 굵직한 작품들에서 연출을 맡을 수 있었으니.

“그때 참 재밌었지. 네가 오디션 보러 온 날, 아직도 기억나. 송작가님이 예쁘고 귀여운 애를 찾아오라는데, 딱 네가 온 거지! 어쩜 저렇게 예쁘고 잘 생긴 애가 있지? 싶었다니까.”

“하하. 그때 제가 좀 귀엽긴 했죠? 촬영장에서 과자 같은 것도 엄청 얻어먹었으니까요.”

“네 덕분에 촬영장 분위기도 잘 풀렸고 훈훈했지.”

“다 고PD님이 잘 리드해주신 덕분이죠.”

“하하! 예나 지금이나 유진이 너는 참 말을 예쁘게 한단 말이야.”

그렇게 잠시 옛날얘기를 나누던 두 사람.

잠시 후.

유진이 슬쩍 물어보았다.

“그런데 PD님. 요즘은 뭐 작품 들어가시는 거 없어요? 온플러스가 드라마 엄청 잘 만들잖아요. PD님 연출도 좋고.”

<유별난 친구들>이 출세작이긴 하지만.

사실 고PD의 장점은 장르 드라마에 있다.

특히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살려내는 방법.

그리고 긴장감을 주는 연출에는 도가 텄다는 반응.

“조만간 하나 들어가긴 할 건데.”

“아, 정말요? 저한테도 좀 알려주시면 안 돼요?”

“크흠. 어디 가서 얘기하면 안 된다? 너니까 보여주는 거야. 진짜 우리 온플러스에서 사활을 걸고 준비하는 프로젝트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하는 고PD였으나.

사실 그에게도 노림수가 있었다.

‘박유진의 작품 보는 눈은 빗나간 적이 없지.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충 성패를 짐작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바로 유진의 반응을 떠보려는 것.

고PD는 유진에게 기획과 시놉시스, 초반부 대본을 철한 종이뭉치를 넘겨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PD님.”

탁.

시놉시스와 초반부 원고를 속독으로 읽은 유진.

곧 종이뭉치를 내려놓으며 고PD를 바라보았다.

“저 이거 하고 싶어요.”

“뭐?”

고PD의 눈이 커졌다.

설마 박유진이 곧장 하고 싶다고 나설 줄이야?

“야, 얌마. 너 이미지를 생각해야지. 이거 청불 등급이다? 우리 엄청 잔인하게 갈 거야. 보면 알겠지만, 내용이 나쁜 놈들이 개판치는 내용이라고.”

“그래서 재밌어요. 혹시 제가 캐릭터들에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뭣하면 당장 오디션을 봐도 되는데.”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당연히 너라면 뭘 맡아도 잘 하겠지.”

빈말은 아니었다.

역할이 한정되기 마련인 아역시절.

그때도 유진은 매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어린시절.

순진무구한 천재 검도소년.

죽음의 의인화.

저승을 관장하는 염라 등등.

게다가 유진은 아카데미 2관왕의 주인공이다.

의심을 갖는 게 이상할 지경.

“야. 너는, 괜찮겠어? 난리가 날 거 같은데. 너 같이 히어로, 천사 이미지인 애가 이런 드라마에 출연하면.”

“PD님. 혹시 헐크 호건 아세요?”

뜬금없이 묻는 유진.

“허, 헐크 호건? 그 프로레슬러? 당연히 알지. 우리 세대한텐 엄청 인기가 많았으니까.”

“맞아요.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 영웅. 당대의 무적 선역의 아이콘이자, 아이들의 희망이었어요.”

“근데 넌 프로레슬링까지 꿰고 있냐? 헐크 호건이면 대체 몇십 년 전이야?”

“프로레슬링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두루 망라하는 컨텐츠잖아요? 흥미로워서 참고하고 있어요.”

그 말에 고PD는 혀를 내둘렀다.

설마 수십 년 전 프로레슬링까지 챙겨볼 줄이야!

“아무튼. 그렇게 무적의 히어로로 군림하던 헐크 호건이었어요. 그런데 1996년, 배쉬 앳 더 비치라는 PPV에서 배신하고 악역 스테이블을 창단하죠. 이 사건은 프로레슬링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반전으로 꼽히고 있어요.”

당시 현장에 있던 아이들 중에선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었다지.

영웅의 배신은 그만큼 엄청난 충격을 낳는다.

‘이 타이밍에, 굳이 이 얘기를 한다는 건.’

그제야 고PD도 유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치챘다.

“아마 <판데모니움>은 제게 있어 가장 임팩트 있는 복귀작이 될 거예요.”

유진 역시 그만큼 임팩트 있게 복귀하고 싶다는 것.

‘그래. 상상만 해도 엄청나겠지. 며칠 간은 박유진과 <판데모니움>, 그리고 온플러스가 인터넷에 도배될 거야.’

막대한 출연료 때문에 상상도 못했던 그림.

온플러스가 그토록 원하던 화제성!

박유진이 <판데모니움>에 출연해준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 박유진이 성인이 되고서 보여주는 첫 한국 복귀작. 그게 기존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된, 잔인하고 거친 연기라면!’

온플러스에도 큰 호재.

아니.

더할 나위 없는 반등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 박유진이 청불 드라마에 빌런으로 출연한다!

거기다 그를 받쳐줄 다른 주연급들도 빵빵하다.

벌써 재오와 한권주가 도장을 찍었고.

이 두 사람은 유진과 깊은 인연이 있다.

이보다 더한 화젯거리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크흠.”

출연료를 줄 수 없다.

그 말은 차마 고PD의 목구멍에서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박유진의 데뷔작을 연출했던 PD가 자신 아닌가.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출연료를 못 맞춰줄 것 같다는 얘기를 하겠는가?

“전 꼭 참여하고 싶어요.”

그러자.

유진이 간절하다는 듯 고PD에게 말했다.

“말씀하시는 조건에 모두 맞춰서라도요. 네?”

출연료는 기꺼이 맞춰주겠다.

유진은 그리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고PD의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말이다.

‘박유진도 바보가 아니야. 누구보다 머리 회전이 빠르지. 출연료가 문제라는 걸 이 녀석이 모를 리가 없어. 그런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저렇게 숙이고 들어온다고?’

다른 누구도 아닌.

해외에서 수십억까지도 받을 수 있는 박유진이 말이다.

‘그 정도 성공했으면 으스댈 법도 한데. 오히려 내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굽히고 들어온다?’

아무튼.

박유진이 이렇게까지 나온다는 건.

‘그렇다는 건, 이 녀석이 <판데모니움>에서 성공의 키워드를 읽었다는 거겠지.’

덕분에 고PD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 <판데모니움>.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넷플러스가 장악 중인 국내외 OTT 시장.

거기에 제대로 한 방 크게 먹여줄 수 있으리라.

“크흠! 어쩔 수 없네. 내가 작가님이랑 한 번 상의해볼게.”

“정말요? 감사합니다! 좋은 결과 기다리고 있을게요.”

유진이 해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저게 다 연기라는 건 알고 있지만, 내 자존심 세워주자고 저러고 있는 거니 도무지 밉지가 않네.’

그런데 순간.

고PD는 기시감을 느꼈다.

‘잠깐. 아까 스윗터에서 마이클 론도가 그랬지. 유진이의 복귀작은 엄청 충격적일 거라고.’

유진은 복귀작으로 자신의 <판데모니움>을 점찍었다.

말 그대로 정말 충격적인 복귀작이 되겠지.

중요한 사실은.

해당 스윗이 올라온 건, 고PD가 유진과 <판데모니움>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전이었다는 점이다.

‘설마.’

<판데모니움>이라는 작품을 고PD가 준비 중이라는 것도.

그리고 자진해서 출연료까지 깎아가며 참여하고 싶다 부탁한 것도.

‘박유진 이 녀석. 이렇게 될 거란 걸 모두 예상하고 있던 거야?’

순간 짧게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때.

“그런데 PD님. 만약 제가 참여하게 된다면, 따로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유진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재오 형과 권주 삼촌이 도장을 찍었으니, 남은 자리가 두 개죠? 거기에 제가 캐스팅을 추천해드리고 싶은데요.”

고PD는 잠시 간과하고 있었다.

“캐스팅, 추천?”

“네.”

유진은 자신이 쥐고 있는 카드를 확실히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판데모니움>. 그 이름에 걸맞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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